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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정보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범인도피,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재산국외도피)

[대법원 1995. 3. 3. 선고 93도3080 판결]

【판시사항】

범인도피죄의 의의 및 성립요건

【판결요지】

형법 제151조에서 규정하는 범인도피죄는 범인은닉 이외의 방법으로 범인에대한 수사, 재판 및 형의 집행 등 형사사법의 작용을 곤란 또는 불가능하게 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그 방법에는 어떠한 제한이 없고, 또 이는 위험범으로서 현실적으로 형사사법의 작용을 방해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 요구되지는 아니하나, 다른 한편 형사사법의 작용을 방해하는 모든 행위 내지 범인을 돕는 모든 행위가 범인도피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본다면 이는 일반 국민의 행동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부당하므로, 범인도피행위는 범인을 도주하게 하는 행위 또는 도주하는 것을 직접적으로 용이하게 하는 행위에 한정된다고 봄이 상당하고, 그 자체가 도피시키는 것을 직접의 목적으로 한 것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행위로 말미암아 간접적으로 범인이 안심하여 도피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같은 경우는 이에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고 해석하여야 하며, 나아가 어떤 행위가 범인도피죄에 해당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그것이 사회적으로 상당성이 있는 행위일 때에는 이 또한 처벌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참조조문】

형법 제151조


【전문】

【피 고 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신성철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1993.10.7. 선고 93노1543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검사의 상고이유(기간도과 후에 제출된 상고보충이유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본다. 
1.  형법 제151조에서 규정하는 범인도피죄는 범인은닉 이외의 방법으로 범인에 대한 수사, 재판 및 형의 집행 등 형사사법의 작용을 곤란 또는 불가능하게 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그 방법에는 어떠한 제한이 없고, 또 이는 위험범으로서 현실적으로 형사사법의 작용을 방해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 요구되지는 아니하나, 다른 한편 형사사법의 작용을 방해하는 모든 행위 내지 범인을 돕는 모든 행위가 범인도피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본다면 이는 일반 국민의 행동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부당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범인도피행위는 범인을 도주하게 하는 행위 또는 도주하는 것을 직접적으로 용이하게 하는 행위에 한정된다고 봄이 상당하고, 그 자체가 도피시키는 것을 직접의 목적으로 한 것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행위로 말미암아 간접적으로 범인이 안심하여 도피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같은 경우는 이에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나아가 어떤 행위가 범인도피죄에 해당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그것이 사회적으로 상당성이 있는 행위일 때에는 이 또한 처벌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  가. 그러므로 피고인들이 유가증권 위조, 사기 등의 범행을 범하고 1992.11.19. 미국으로 도주한 공소외 1을 도피하게 하였다는 이 사건 범인도피의 각 공소사실 가운데 피고인 2가 1992.12.9. 15:00경 공소외 강미심으로부터 위 공소외 1에게 송금하여 달라는 부탁과 함께 자기앞수표를 받아 이를 가명으로 예금하여 두었다는 점은, 위 피고인이 현실적으로 공소외 1에게 송금하지 아니한 이상 아직 형사사법작용을 방해하는 위험을 초래한 데에까지 이른 것은 아니어서 현행법상 처벌규정이 없는 범인도피의 예비에 불과하므로 범인도피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고, 마찬가지로 피고인 3이 1992.12.6. 23:30경 공소외 1의 재산을 국외로 도피시키기 위하여 미국으로부터 입국한 위 강미심을 원심공동피고인 과 만나게 해 주어 위 원심공동피고인으로 하여금 은행 예금통장과 자기앞수표 등을 위 강미심에게 교부하게 한 행위 또한 현실적으로 위 재산이 공소외 1의 지배하에 놓였다는 점에 관한 입증이 없는 이상 범인도피의 예비행위에 가공한 것에 불과하여 처벌대상이 아니라고 할 것이다. 
나.  또한 피고인 1이 위 공소외 1이 편취하여 마련한 자금 중 일부를 여러 차례에 걸쳐 가명으로 예금하고 입금과 출금을 되풀이하면서 그 인출한 돈 중 일부를 공소외 1의 자녀들의 생활비 및 공소외 1의 유령회사들의 운영유지비 등으로 사용하게 하고 공소외 1의 도피자금으로 비축하여 공소외 1의 도피생활을 용이하게 하였다는 점이나, 피고인 3이 원심공동피고인으로부터 받은 돈 중 일부를 공소외 1의 자녀들의 생활비로 공소외 김은영에게 교부하고 일부는 원심공동피고인의 변호사 선임비로 사용하였다는 점 또한 이러한 행위들에 의하여 위 이광수가 안심하여 도피생활을 계속할 수 있다고 하여도 이로써 위 이광수의 도주를 직접적으로 용이하게 하였다고는 말할 수 없으므로(뿐만 아니라 범인의 가족을 돕는 행위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회적 상당성이 있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역시 범인도피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  그리고 피고인 3이 공소외 1의 부탁을 받고 공소외 1의 자녀들을 미국으로 보내기 위하여 김포공항까지 안내하여 주어 공소외 1을 도피하게 하였다는 점도 공소외 1의 자녀들이 현실적으로 미국으로 가지 아니하였음이 기록상 명백한 이상 범인도피죄에 해당하지는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가사 위 피고인이 공소외 1의 자녀들을 미국으로 보냈다고 하더라도 이는 사회적 상당성이 있는 행위로서 범인도피죄는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라.  나아가 위 피고인이 1992.11.21. 원심공동피고인의 위치를 알려달라는 공소외 1의 지시를 받고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소재 해밀톤 호텔에 숨어있는 원심공동피고인의 위치를 알려주어 공소외 1과 통화하게 하였다는 점은, 공소외 1과원심공동피고인의 통화 자체가 공소외 1에 대한 범인도피를 내용으로 하는 것이고 이를 위 피고인이 사전에 알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범인도피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인데, 기록에 의하면 당시 공소외 1은원심공동피고인에게 우선 잠잠할 때까지 모두 몸조심하라, 미안하다라고 하면서 자신의 아이들을 잘 부탁한다고 하였다는 것에 불과하므로(수사기록 제3책 981,1344쪽 참조) 위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 또한 범인도피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한편 위 피고인이 1992.12.14.경 공소외 1의 전화를 받고 원심공동피고인이 검찰에 자수한다는 것과 변호사를 선임하였다는 사실을 알려준 후 공소외 1로부터 모든 범행을 자신에게 미루고 검찰에 출석하여 부인하라는 지시를 받고 이를 원심공동피고인에게 전달하였다는 점도 그 내용 자체로 보아 그것이 공소외 1에 대한 범인도피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마.  결국 위 피고인들에 대한 범인도피의 이 사건 공소사실은 어느 것이나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원심판결이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것도 같은 취지로 보지 못할 바 아니어서 원심판결에 소론과 같은 범인도피죄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는 논지는 이유없음에 돌아간다.
 
3.  이에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용득(재판장) 천경송 지창권 신성택(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