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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정보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병역법위반

[대법원 2018. 11. 1. 선고 2016도10912 전원합의체 판결]

【판시사항】

[1]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의 법적 성격(=구성요건해당성 조각사유) 및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판단할 때 고려하여야 할 사항 /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한정 적극) / 양심적 병역거부를 위 조항의 정당한 사유로 인정할 것인지가 대체복무제의 존부와 논리필연적인 관계에 있는지 여부(소극) / 정당한 사유로 인정할 수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에서 말하는 ‘진정한 양심’의 의미와 증명 방법 및 정당한 사유의 부존재에 대한 증명책임 소재(=검사)
[2]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피고인이 지방병무청장 명의의 현역병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입영일부터 3일이 지나도록 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입영하지 않고 병역을 거부하여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피고인의 입영거부 행위는 진정한 양심에 따른 것으로서 구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할 여지가 있는데도,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심이 위 조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심리하지 아니한 채 양심적 병역거부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다수의견] ① 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국방의 의무를 실현하기 위하여 현역입영 또는 소집통지서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이에 응하지 않은 사람을 처벌함으로써 입영기피를 억제하고 병력구성을 확보하기 위한 규정이다. 위 조항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피고인을 벌할 수 없는데, 여기에서 정당한 사유는 구성요건해당성을 조각하는 사유이다. 이는 형법상 위법성조각사유인 정당행위나 책임조각사유인 기대불가능성과는 구별된다.
정당한 사유는 구체적인 사안에서 법관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불확정개념으로서, 실정법의 엄격한 적용으로 생길 수 있는 불합리한 결과를 막고 구체적 타당성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위 조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병역법의 목적과 기능, 병역의무의 이행이 헌법을 비롯한 전체 법질서에서 가지는 위치, 사회적 현실과 시대적 상황의 변화 등은 물론 피고인이 처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
병역의무의 부과와 구체적 병역처분 과정에서 고려되지 않은 사정이라 하더라도, 입영하지 않은 병역의무자가 처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정이 그로 하여금 병역의 이행을 감당하지 못하도록 한다면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설령 그 사정이 단순히 일시적이지 않다거나 다른 이들에게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②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는 종교적·윤리적·도덕적·철학적 또는 이와 유사한 동기에서 형성된 양심상 결정을 이유로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는 행위를 말한다. 양심을 포기하지 않고서는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를 이행할 수 없고 병역의무의 이행이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를 스스로 파멸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결국 양심을 포기할 수 없고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를 스스로 파멸시킬 수도 없기 때문에 불이행에 따르는 어떠한 제재라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현역입영 거부 행위에 대하여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실제 재판에서는 대부분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개별적인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병역법 시행령 제136조 제1항 제2호 (가)목에서 정한 전시근로역 편입 대상에 해당하는 1년 6개월 이상 징역형의 실형을 일률적으로 선고하고 있다. 부자(父子) 또는 형제가 모두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하는 상황도 적지 않게 발생하였다. 이러한 형사처벌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우리 사회에서 매년 평균 약 600명 내외로 발생하고 있다.
헌법상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 그리고 국민에게 부여된 국방의 의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가의 존립이 없으면 기본권 보장의 토대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국방의 의무가 구체화된 병역의무는 성실하게 이행하여야 하고 병무행정 역시 공정하고 엄정하게 집행하여야 한다. 헌법이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고 해서 위와 같은 가치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양심적 병역거부의 허용 여부는 헌법 제19조 양심의 자유 등 기본권 규범과 헌법 제39조 국방의 의무 규범 사이의 충돌·조정 문제가 된다.
국방의 의무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부담한다(헌법 제39조 제1항). 즉 국방의 의무의 구체적인 이행방법과 내용은 법률로 정할 사항이다. 그에 따라 병역법에서 병역의무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고,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입영의무의 불이행을 처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당한 사유’라는 문언을 두어 입법자가 미처 구체적으로 열거하기 어려운 충돌 상황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규범의 충돌·조정 문제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라는 문언의 해석을 통하여 해결하여야 한다. 이는 충돌이 일어나는 직접적인 국면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일 뿐만 아니라 병역법이 취하고 있는 태도에도 합치하는 해석방법이다.
소극적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이러한 소극적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에 해당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헌법상 국방의 의무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단지 국방의 의무를 구체화하는 법률에서 병역의무를 정하고 그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방법으로 정한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그 이행을 거부할 뿐이다.
헌법은 기본권 보장의 체계로서 기본권이 최대한 실현되도록 해석·운용되어야 한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선언하고 있다. 양심의 자유는 도덕적·정신적·지적 존재로서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 조건이다.
위에서 본 양심적 병역거부의 현황과 함께 우리나라의 경제력과 국방력, 국민의 높은 안보의식 등에 비추어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한다고 하여 국가안전보장과 국토방위를 달성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집총과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을 강제하고 그 불이행을 처벌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된다.
자유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운영되지만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을 전제로 할 때에만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국민 다수의 동의를 받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감수하면서도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를 지키기 위하여 불가피하게 병역을 거부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존재를 국가가 언제까지나 외면하고 있을 수는 없다. 일방적인 형사처벌만으로 규범의 충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오랜 세월을 거쳐 오면서 확인되었다. 그 신념에 선뜻 동의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이제 이들을 관용하고 포용할 수는 있어야 한다.
요컨대, 자신의 내면에 형성된 양심을 이유로 집총과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사람에게 형사처벌 등 제재를 해서는 안 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병역의무의 이행을 일률적으로 강제하고 그 불이행에 대하여 형사처벌 등 제재를 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비롯한 헌법상 기본권 보장체계와 전체 법질서에 비추어 타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 정신에도 위배된다. 따라서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이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
③ 양심적 병역거부를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로 인정할 것인지는 대체복무제의 존부와 논리필연적인 관계에 있지 않다. 대체복무제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였을 때 제기될 수 있는 병역의무의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즉 대체복무제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현재 대체복무제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거나 향후 대체복무제가 도입될 가능성이 있더라도, 병역법 제88조 제1항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에게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 정하는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면 처벌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④ 정당한 사유로 인정할 수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심리하여 판단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양심은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하여야 한다. 신념이 깊다는 것은 그것이 사람의 내면 깊이 자리잡은 것으로서 그의 모든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뜻한다. 삶의 일부가 아닌 전부가 그 신념의 영향력 아래 있어야 한다. 신념이 확고하다는 것은 그것이 유동적이거나 가변적이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반드시 고정불변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신념은 분명한 실체를 가진 것으로서 좀처럼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 신념이 진실하다는 것은 거짓이 없고, 상황에 따라 타협적이거나 전략적이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설령 병역거부자가 깊고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 신념과 관련한 문제에서 상황에 따라 다른 행동을 한다면 그러한 신념은 진실하다고 보기 어렵다.
구체적인 병역법위반 사건에서 피고인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할 경우, 그 양심이 과연 위와 같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인지 가려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간의 내면에 있는 양심을 직접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으므로 사물의 성질상 양심과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예컨대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 주장에 대해서는 종교의 구체적 교리가 어떠한지, 그 교리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명하고 있는지, 실제로 신도들이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고 있는지, 그 종교가 피고인을 정식 신도로 인정하고 있는지, 피고인이 교리 일반을 숙지하고 철저히 따르고 있는지,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오로지 또는 주로 그 교리에 따른 것인지, 피고인이 종교를 신봉하게 된 동기와 경위, 만일 피고인이 개종을 한 것이라면 그 경위와 이유, 피고인의 신앙기간과 실제 종교적 활동 등이 주요한 판단요소가 될 것이다.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심과 동일한 양심을 가진 사람들이 이미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실형으로 복역하는 사례가 반복되었다는 등의 사정은 적극적인 고려요소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위와 같은 판단 과정에서 피고인의 가정환경, 성장과정, 학교생활, 사회경험 등 전반적인 삶의 모습도 아울러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양심은 그 사람의 삶 전체를 통하여 형성되고, 또한 어떤 형태로든 그 사람의 실제 삶으로 표출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사실은 범죄구성요건이므로 검사가 증명하여야 한다. 다만 진정한 양심의 부존재를 증명한다는 것은 마치 특정되지 않은 기간과 공간에서 구체화되지 않은 사실의 부존재를 증명하는 것과 유사하다. 위와 같은 불명확한 사실의 부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불가능한 반면 그 존재를 주장·증명하는 것이 좀 더 쉬우므로, 이러한 사정은 검사가 증명책임을 다하였는지를 판단할 때 고려하여야 한다. 따라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피고인은 자신의 병역거부가 그에 따라 행동하지 않고서는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에 따른 것이며 그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이라는 사실의 존재를 수긍할 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하고, 검사는 제시된 자료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법으로 진정한 양심의 부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 이때 병역거부자가 제시해야 할 소명자료는 적어도 검사가 그에 기초하여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구체성을 갖추어야 한다.
[대법관 이동원의 별개의견] 우리나라의 병력 규모와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하는 병역거부자들의 수, 그들에 대한 병력자원으로의 현실적 활용 가능성,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사 및 현역복무와 대체복무 사이의 형평성 확보 등을 통한 병역기피 방지대책 마련의 곤란 정도, 정보전·과학전의 양상을 띠는 현대전의 특성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면, 현재의 안보상황에서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하는 병역거부자들에 대하여 대체복무를 허용하더라도 그것이 우리 국방력의 약화로 이어져 국가의 안전보장이 우려되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헌법재판소는 최근 병역의 종류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아니한 병역법 제5조 제1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하고 국회에 2019. 12. 31.까지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것을 촉구하였으므로, 조만간 대체복무제 도입이 입법화될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하는 병역거부자들에게 종래와 마찬가지로 현역 입영을 강제함으로써 그들에게 종교적 신념상 감당하기 어려운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 제한에 있어 최소침해의 원칙에 어긋난다. 따라서 진정한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 규정하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대체복무의 허용은 국가의 안전보장에 우려가 없는 상황을 전제로 한다. 그러므로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하는 병역거부자들에 대하여 대체복무를 허용함으로써 향후 국가안전보장에 지장이 생기게 된다면 다시 그들을 현역병입영대상자 등으로 하는 병역처분을 하는 것도 허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관 김소영,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이기택의 반대의견] ① 다수의견이 변경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종전 대법원 2004. 7. 15. 선고 2004도2965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제시된 법리야말로 우리의 총체적 규범체계와 시대적·사회적 맥락에서 여전히 타당성이 인정되므로 그대로 적용·유지되어야 한다.
즉 대법원은, 구 병역법(2013. 6. 4. 법률 제1184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반대의견에서는 ‘병역법’이라 한다) 제88조 제1항 제1호(이하 반대의견에서는 ‘처벌규정’이라 한다)는 추상적으로 존재하던 병역의무가 병무청장 등의 결정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정된 후 병역의무자가 그 내용이 담긴 현역병입영 통지서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이에 응하지 아니한 부작위를 처벌함으로써 입영기피를 억제하여 국가안보의 인적 기초인 병력구성을 강제하기 위해 입법된 법률조항이라고 보았다. 그에 따라 ‘정당한 사유’는 병무청장 등의 결정으로 구체화된 병역의무의 불이행을 정당화할 만한 사유, 즉 질병 등 병역의무 불이행자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사유에 한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대법원은, 구체적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한 사람이 그 거부 사유로 내세운 권리가 헌법에 의하여 보장되고, 처벌규정의 입법목적을 능가하는 우월한 헌법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그에게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았다. 그러면서도 소극적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가 상대적 자유로서, 국민 전체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기 위한 헌법적 법익인 병역의무보다 우월한 가치라고 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이를 전제로, 병역의무에 관한 헌법적 법익을 위해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더라도 이는 헌법상 정당한 제한이고,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처벌규정을 적용하더라도 양심의 자유가 부당하게 침해되었다고 할 수 없으며, 양심의 자유에 반한다는 사유로 현역병입영을 거부하는 것은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② 원칙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남성인 병역의무자가 병역을 연기하거나 감면받기 위한 일체의 특례 사유는 병역법에 그 내용이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는 한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하고, 이러한 병역법의 입법 목적과 병역제도의 기본 취지는 입영이라는 구체적 병역의무의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처벌규정의 ‘정당한 사유’를 해석할 때에도 당연히 관철되어야 한다.
병역의무자가 입영 전에 복무대상에서 당연히 제외되거나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는 특례 사유(이하 ‘병역면제 등 사유’라고만 한다)는 전투 및 훈련 임무의 수행, 합숙내무생활 등 병역의무 이행 과정이 육체적·정신적 제약과 희생을 수반한다는 사실에 기인한 것이다. 그러므로 설령 병역의무의 이행을 감당할 능력과 관련된 사유가 위 ‘정당한 사유’에 포함된다고 보더라도, 이는 병역법이 규정하고 있는 병역면제 등 사유, 즉 심신장애, 형사처벌, 북한이주민 등의 사유에 준하는 정도의 것으로서, 병역의무의 이행능력과 관련된 객관적·가치중립적인 사정으로 제한된다고 보는 것이 옳다. 그렇게 보는 것이 병역법 제3조가 병역에 관한 특례를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취지에도 부합한다. 다수의견이 주장하는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한 양심적 병역거부와 같이 병역에 관한 개인적 신념이나 가치관, 세계관 등을 포함한 주관적 사정은 그 신념의 정도나 지속성 여부를 불문하고 이에 포함될 수 없다. 병역법의 입법 목적과 병역부담평등의 원칙, 국민개병제 및 징병제의 병역제도를 근간으로 병역에 관한 특례 및 병역의무 감당능력을 규정한 병역법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병역에 관하여는 납세 등 다른 헌법상 의무와 비교하더라도 의무면제사유로서 감당 여부 또는 과도한 부담 여부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는 더욱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
병역법상 ‘입영’이란 병역의무자가 징집에 의해 군부대에 들어가는 것을(제2조 제1항 제3호), ‘징집’이란 국가가 병역의무자에게 현역에 복무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같은 항 제1호) 말한다. 병역법은 입영에 관한 통지를 받거나 받게 될 병역의무자가 질병·심신장애·재난 등의 사유로 입영기일에 입영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기일을 연기할 수 있게 하는 ‘입영연기’ 제도를 두고 있는데(제61조 제1항), 입영연기 제도에 따른 연기기간은 2년으로 제한된다[구 병역법 시행령(2013. 12. 4. 대통령령 제2489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반대의견에서는 ‘병역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129조 제2항]. 또한 처벌규정에 의할 때 병역의무자는 원칙적으로 지정된 입영기일에 입영해야 하지만, 지정된 기일이 지난 경우라도 ‘천재지변, 교통 두절, 통지서 송달의 지연,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로 인한 경우에는 그때부터 3일 이내에만 입영하면 되는 ‘지연입영’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병역법 시행령 제24조 제1항). 이 같은 병역법과 그 시행령상의 입영 및 징집의 의미, 입영연기 및 지연입영 제도의 취지와 사유 등을 종합해 보면, 현역병입영과 관련하여 처벌규정의 ‘정당한 사유’란 입영통지에 기해 지정된 기일과 장소에 집결할 의무를 부과받았음에도 즉시 이에 응하지 못한 것을 정당화할 만한 사유로서, 병역법에서 입영을 일시적으로 연기하거나 지연시키기 위한 요건으로 인정된 사유, 즉 질병, 재난 등과 같은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기 어려운 사유로 한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국방의 의무란 외부 적대세력의 직·간접적인 침략행위로부터 국가의 독립을 유지하고 영토를 보전하기 위하여 국민에게 부과된 의무를 말한다. 헌법은 국방의 의무를 통해 주권자인 국민 모두에게 국가공동체의 안전과 평화를 확보하는 데에 필요한 부담을 나누어 질 것을, 즉 국민개병제 및 병역부담평등의 원칙에 기반한 국가안보와 국토방위에 관한 책임을 당위로서 요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안보 현실 등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요구는 다른 어느 사회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고도 절대적인 사회적 요구이다.
헌법상 국방의 의무 규정에 기해 입법된 병역법에서 정한 내용과 절차에 따라 병역의무가 부과되고, 그 의무이행에 있어 집총훈련 등이 요구됨에도 스스로의 결정을 통해 형성한 내면의 종교적 양심 등에 반한다는 이유로 그 의무이행을 거부하는 양심적 병역거부 행위가 ‘양심유지’ 또는 ‘소극적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라는 이유로 정당화될 수는 없다. 나아가 병역법상 병역의무 부담의 공평성과 이행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수단으로서 병역거부자에 대해 처벌규정에 기한 형사처벌이 이루어지더라도, 단지 그러한 사정만으로 국가가 개인의 내면적 양심을 포기하고 양심에 반하는 의무이행을 강제함으로써 인격적 존재가치의 파멸을 초래하거나 양심을 유지하기 위해 형사처벌을 감수하는 선택을 부당하게 강요하는 결과가 되고, 이로써 기본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침해나 위협이 된다고 볼 수도 없다.
③ 양심적 병역거부에 있어 보호대상이 되어야 할 ‘진정한 양심’은 병역의무의 이행이 강제되는 상황에 직면함으로써 외부로 표출되기 이전에 내심의 영역에서 형성·결정되어 있던 절대적 자유의 대상으로서의 양심이 되어야만 한다. 그런데 이러한 의미의 ‘진정한 양심’은 논리적으로 그 주체의 주관적인 관점에서만 판단될 수밖에 없다. ‘진정한 양심’은 객관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경험칙상 본인조차도 이를 객관적인 증거로 드러내 보임으로써 제3자로 하여금 그 존재 사실을 알게 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따라서 다수의견의 결론을 따라 병역거부에 관한 ‘진정한 양심’을 처벌규정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 사유로 볼 수 있다 하더라도, 이는 내심의 영역에만 머물던 것으로서 그 존부에 대해 객관적인 재현이나 증명은 물론, 그 주장에 대해 과학적·합리적인 반증이나 탄핵을 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어렵거나 거의 불가능하다. 이로 인하여 형사사법절차가 예정하는 논리칙, 경험칙에 입각하고 합리성에 기초한 객관적인 증명의 대상으로는 적절치 않은 것이다.
병역거부와 관련된 진정한 양심의 존부에 대한 심사기준 및 판정 방법 내지 절차에 내재한 문제점을 종합해 본다면, 그 심사기준 및 방법이란 어떠한 경우에도 형사소송법이 지향하는 실체적 진실 발견에 부합한다고 평가될 정도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진정한 양심’을 확인하기에 충분하고도 완전한 기준이 되기는 어렵거나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따라서 그 심사기준 및 방법은 양심적 병역거부의 규범적·제도적 수용 여부 및 정도에 대한 사회구성원들의 인식과 반응,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직·간접적인 병력형성의무의 면제로 인해 초래될 병력자원의 부족 및 대체 가능성, 국군의 사기 및 국가안보와 국토방위에 미칠 부정적 영향 등에 대한 정책적 고려까지도 모두 감안된 타협적이고 의제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위와 같은 특수한 심사기준이나 방법이 없는 상태에서 병역거부와 관련된 ‘진정한 양심’을 심사하는 것은 실체적 진실 발견을 사명으로 하는 법관으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임무이다.
④ 병역의무와의 등가성이 확보된 대체복무의 세부 내용 및 그 의무이행의 절차를 정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까다로운 일이다. 이를 정함에 있어서는 병역의무와 대체복무 각각의 부담에 관한 국회 차원에서의 일반적·추상적인 수준에서의 비교형량을 통한 판단만으로는 부족하고, 사회적 여론 수렴의 결과를 토대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조정하는 동시에 현실적이고 공정한 내용이 될 수 있도록 상당한 기간 연구와 검토가 필요하다. 만약 충분한 논의와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대체복무제가 시행된다면 사회통합을 해하고 또 다른 갈등과 대립을 유발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단순히 관용과 포용의 정도가 성숙하였다는 전제에서 해결될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아직 대략적인 윤곽만 확인되고 그마저도 여러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보이는 대체복무제 입법안의 논의 내용과 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채, 다수의견의 논리대로 대체복무제의 도입 여부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처벌 여부는 별개라는 인식 아래 대체복무제 도입에 선행하여 처벌규정의 ‘정당한 사유’에 양심적 병역거부의 사유가 포섭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⑤ 처벌규정의 ‘정당한 사유’의 의미에 관한 대법원의 종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확인된 법리는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옳다. 기존 법리는 반대의견이 취한 위 ‘정당한 사유’에 관한 법리적 논증과 완전히 합치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후로 현재까지 기존 법리에 따른 위 ‘정당한 사유’의 포섭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변경을 하여야 할 만한 명백한 규범적·현실적 변화도 없다고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법리를 변경하는 다수의견의 견해는, 법적 안정성이라는 중대한 사법적 가치를 손상하고, 자칫 병역의무 이행상의 과도한 특혜를 부여하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병역법의 입법 목적을 근본적으로 훼손시킬 뿐만 아니라, 병역의무 부담의 형평성에 대한 규범적 요청 및 국민의 기대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으로 인식되어 갈등과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또한 사법권의 한계를 벗어나 입법정책의 영역에서 사실상 입법자의 권한을 행사한다는 오해와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설령 양심적 병역거부자 등 일부 병역의무자들에 대한 병역법의 예외 없는 적용에 다소간의 불합리하거나 가혹한 면이 있더라도, 이는 국회의 입법 절차를 통해 시정해 나갈 일이지, 법원이 병역법의 규정을 그 목적이나 기능에 어긋나게 해석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이러한 결론은 법관의 법률해석과 사법권 행사에서 당연하게 지켜야 할 기본 원칙과 책무에 따른 것이다.
[2]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피고인이 지방병무청장 명의의 현역병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입영일부터 3일이 지나도록 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입영하지 않고 병역을 거부하여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만 13세 때 침례를 받고 그 신앙에 따라 생활하면서 약 10년 전에 최초 입영통지를 받은 이래 현재까지 신앙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하고 있고, 과거 피고인의 아버지는 물론 최근 피고인의 동생도 같은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여 병역법 위반으로 수감되었으며, 피고인이 부양해야 할 배우자, 어린 딸과 갓 태어난 아들이 있는 상태에서 형사처벌의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거부 의사를 유지하고 있는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입영거부 행위는 진정한 양심에 따른 것으로서 구 병역법(2013. 6. 4. 법률 제1184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8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할 여지가 있는데도,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심이 위 조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심리하지 아니한 채 양심적 병역거부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 양심적 병역거부와 위 조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헌법 제5조 제2항, 제10조, 제19조, 제20조, 제37조 제2항, 제39조 제1항, 병역법 제1조, 제2조 제1항 제1호, 제3호, 제3조, 제5조 제1항, 제8조, 제11조, 제12조, 제14조, 제62조, 제63조, 제64조, 제65조, 제71조, 제72조, 제88조 제1항, 구 병역법(2013. 6. 4. 법률 제1184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5조 제1항, 제12조 제1항 제3호, 제14조 제1항, 제61조 제1항, 제64조 제1항, 제65조 제1항, 제71조, 제72조, 제88조 제1항 제1호, 병역법 시행령 제136조 제1항 제2호 (가)목, 구 병역법 시행령(2013. 12. 4. 대통령령 제2489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4조 제1항, 제129조 제2항, 제136조 제1항 제2호 (가)목,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제8조, 제18조, 형사소송법 제308조
[2] 헌법 제19조, 제39조 제1항, 구 병역법(2013. 6. 4. 법률 제1184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8조 제1항 제1호, 형사소송법 제325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4. 7. 15. 선고 2004도2965 전원합의체 판결(공2004하, 1396)(변경), 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7도7941 판결(공2008상, 183)(변경), 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6도6445 판결(공2008하, 998), 헌법재판소 2006. 11. 30. 선고 2005헌마739 전원재판부 결정(헌공122, 1405), 헌법재판소 2018. 6. 28. 선고 2011헌바379, 383, 2012헌바15, 32, 86, 129, 181, 182, 193, 227, 228, 250, 271, 281, 282, 283, 287, 324, 2013헌바273, 2015헌바73, 2016헌바360, 2017헌바225, 2012헌가17, 2013헌가5, 23, 27, 2014헌가8, 2015헌가5 전원재판부 결정(헌공261, 1017)


【전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오두진 외 3인

【원심판결】

창원지법 2016. 6. 23. 선고 2014노466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경위와 쟁점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2013. 7. 18.경 ‘2013. 9. 24.까지 육군 39사단에 현역병으로 입영하라’는 경남지방병무청장 명의의 현역병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입영일인 2013. 9. 24.부터 3일이 지나도록 입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피고인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입영하지 않았다. 이에 대하여 검사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을 적용하여 기소하였다. 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본문에서 “현역입영 또는 소집 통지서(모집에 의한 입영 통지서를 포함한다)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이나 소집일부터 다음 각호의 기간이 지나도 입영하지 아니하거나 소집에 응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정하면서, 제1호에서 ‘현역입영은 3일’이라고 정하고 있다(병역법은 이 사건 이후 수차례 개정되었으나, 제88조 제1항을 비롯하여 아래에서 언급하는 조항들의 실질적 내용에는 변함이 없다. 이하 특별한 표시가 없는 한 현행 병역법을 가리킨다).
제1심은 유죄를 인정하여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였고, 피고인이 항소하였으나 원심은 항소를 기각하였다.
피고인은, 양심적 병역거부는 헌법 제19조와 국제연합의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이하 ‘자유권규약’이라 하고, 국제연합을 ‘유엔’이라 하며, 위 규약의 이행을 위한 조약상의 기구를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라 한다) 제18조에서 정한 양심의 자유에 따른 것이므로, 자신에게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 정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상고하였다.
이 사건의 쟁점은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2.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 
가.  헌법 제5조 제2항은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 그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된다.”라고 정하고, 제39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라고 정한다. 즉 주권자인 국민은 외적으로부터 국가를 방위하여 국가의 정치적 독립성과 영토의 완전성을 수호할 헌법적 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이러한 국방의 의무를 실현하기 위하여 현역입영 또는 소집통지서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이에 응하지 않은 사람을 처벌함으로써 입영기피를 억제하고 병력구성을 확보하기 위한 규정이다. 위 조항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피고인을 벌할 수 없는데, 여기에서 정당한 사유는 구성요건해당성을 조각하는 사유이다(대법원 2004. 7. 15. 선고 2004도2965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는 형법상 위법성조각사유인 정당행위나 책임조각사유인 기대불가능성과는 구별된다.
정당한 사유는 구체적인 사안에서 법관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불확정개념으로서, 실정법의 엄격한 적용으로 생길 수 있는 불합리한 결과를 막고 구체적 타당성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위 조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병역법의 목적과 기능, 병역의무의 이행이 헌법을 비롯한 전체 법질서에서 가지는 위치, 사회적 현실과 시대적 상황의 변화 등은 물론 피고인이 처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
 
나.  병역법은 헌법상 국방의 의무 중 병역의무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먼저 병역의무를 18세가 된 남성에게 부과하고(제3조, 제8조), 40세가 되면 면제한다(제71조, 제72조). 다음으로 병무청장 등이 개별적인 병역처분을 할 때에는 병역의무자의 신체와 심리 건강, 학력과 연령 등 자질, 가사사정, 형사처벌 여부, 귀화 또는 북한출신 여부, 국외이주, 전문지식이나 기술 등을 고려하여 병역의무자에게 부과할 병역의 종류·내용 또는 면제 등을 결정하도록 한다(제5조, 제11조, 제12조, 제14조, 제62조, 제63조, 제64조, 제65조 등).
위와 같이 병역법은 국민의 다양한 사정들을 고려하여 병역의무의 부과 여부와 그 종류·내용 또는 면제 여부 등을 결정한다. 즉 병역의무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하여 그에 합당한 병역의무를 부과함으로써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 정한 ‘정당한 사유’를 해석할 때에도 위와 같은 병역법의 태도를 반영하여야 한다.
 
다.  그러므로 병역의무의 부과와 구체적 병역처분 과정에서 고려되지 않은 사정이라 하더라도, 입영하지 않은 병역의무자가 처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정이 그로 하여금 병역의 이행을 감당하지 못하도록 한다면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설령 그 사정이 단순히 일시적이지 않다거나 다른 이들에게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3.  양심적 병역거부와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 
가.  헌법상 양심의 자유와 그 제한
(1) 헌법 제19조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정하여 양심의 자유를 보장한다. 양심의 자유는 우리 헌법이 최고의 가치로 상정하고 있는 도덕적·정신적·지적 존재로서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조건이고 민주주의 체제가 존립하기 위한 불가결의 전제로서 다른 기본권에 비하여 고도로 보장되어야 한다(대법원 2010. 4. 22. 선고 2008다3828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양심의 자유에는 양심을 형성할 자유와 양심에 따라 결정할 자유 등 내심의 자유뿐만 아니라 위와 같이 형성된 양심에 따른 결정을 외부로 표현하고 실현할 수 있는 자유도 포함된다. 양심의 자유를 내면적 자유와 외부적 자유로 구분할 수 있지만(헌법재판소 2011. 8. 30. 선고 2008헌가22 등 전원재판부 결정, 헌법재판소 2018. 6. 28. 선고 2011헌바379 등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내면적 자유는 절대적 권리이므로 제한하여서는 안 되고 외부적 자유는 상대적 권리이므로 언제나 제한하여도 된다는 단순한 형식논리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양심실현의 자유도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정한 대로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고, 제한하는 경우에도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양심이 외부적으로 표출되더라도 이를 제한할 때에는 위와 같은 헌법상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지 엄격하게 평가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양심의 자유에서 보호하는 양심의 의미와 작용, 문제 되는 실현행위가 이루어지는 모습, 다른 헌법적 가치와 부딪치는 국면 등에 대하여 진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2) 헌법 제19조에서 보호하는 양심은 이른바 ‘착한 마음’ 또는 ‘올바른 생각’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옳고 그른 것에 대한 판단을 추구하는 가치적·도덕적 마음가짐을 뜻한다. 이것은 개인의 소신에 따른 다양성이 보장되어야 하고 그 형성과 변경에 외부적 개입과 억압에 의한 강요가 있어서는 안 되는 윤리적 내심영역이다(헌법재판소 2002. 1. 31. 선고 2001헌바43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이러한 양심은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때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절박하고 구체적인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2004. 7. 15. 선고 2004도2965 전원합의체 판결, 헌법재판소 2018. 6. 28. 선고 2011헌바379 등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양심의 자유는 내심에서 우러나오는 윤리적 확신과 이에 반하는 외부적 법질서의 요구가 서로 회피할 수 없는 상태로 충돌할 때 침해될 수 있다(헌법재판소 2002. 4. 25. 선고 98헌마425 등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이와 같이 상반되는 2개의 명령, 즉 양심의 명령과 법의 명령이 충돌하는 경우 개인에게 그의 양심을 따를 수 있는 가능성을 부여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양심의 자유가 보장하고자 하는 대표적인 영역이다(헌법재판소 2004. 8. 26. 선고 2002헌가1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3) 양심은 개인마다 형성되어 유지되고 실현되는 과정과 모습이 서로 다르고, 그 동기와 내용 역시 다양하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헌법적 가치가 양심의 자유보다 일방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말할 수 없고 마찬가지로 양심의 자유가 다른 헌법적 가치보다 일방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해서도 안 된다.
보통 양심이 내면에 머무르는 상태에서는 다른 헌법적 가치와 충돌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국가가 개입할 이유가 없다. 사람이 내면에서 단순히 양심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으로서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양심이 외부적으로 실현될 경우에는 더 이상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때 다른 헌법적 가치질서와 충돌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제한의 필요성이 생긴다.
양심실현의 모습이 다양한 만큼 다른 헌법적 가치질서와 충돌을 일으키는 양상과 정도 역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개인이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양심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국가 법질서와 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양심실현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 양심의 자유가 양심의 명령에 반한다는 이유로 법의 명령을 위반할 수 있는 일반적 자유를 뜻하지는 않는다. 어떠한 기본권적 자유도 국가와 법질서를 해체하는 근거가 될 수 없고, 그러한 의미로 해석될 수 없다(헌법재판소 2004. 8. 26. 선고 2002헌가1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그러나 국가가 개인에게 양심에 반하는 작위의무를 부과하고 그 불이행에 대하여 형사처벌 등 제재를 함으로써 의무의 이행을 강제하는 경우에는 상황이 다르다. 이러한 강제는 결국 내면적 양심을 포기하고 국가가 부과하는 의무를 이행하거나, 아니면 내면적 양심을 유지한 채 의무를 이행함으로써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를 스스로 파멸시키는 선택을 강요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단순히 양심실현을 포기하는 것으로 해결될 수 없다. 형사처벌 등 제재를 감수하지 않는 이상 내면적 양심을 포기하거나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를 파멸시켜야 한다. 스스로 내면에 머무르려는 양심을 국가가 불러내어 위와 같은 상황에 직면하도록 하는 것은 위에서 본 적극적 양심실현의 국면과 동일한 것이 아니다.
이러한 경우는 단순히 외부적 자유 또는 상대적 권리에 해당한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제한해도 된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 내면적 양심을 포기하거나 스스로 인격적 존재가치를 파멸시키게 하고, 내면적 양심과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를 지키고자 하면 형사처벌 등 제재를 감수하도록 하는 것은 기본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소극적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는 내면적 양심의 자유와 밀접하게 관련되므로 그에 대한 제한에는 더욱 세심한 배려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나.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법상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
(1)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는 종교적·윤리적·도덕적·철학적 또는 이와 유사한 동기에서 형성된 양심상 결정을 이유로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는 행위를 말한다. 양심을 포기하지 않고서는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를 이행할 수 없고 병역의무의 이행이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를 스스로 파멸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결국 양심을 포기할 수 없고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를 스스로 파멸시킬 수도 없기 때문에 불이행에 따르는 어떠한 제재라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현역입영 거부 행위에 대하여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실제 재판에서는 대부분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개별적인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병역법 시행령 제136조 제1항 제2호 (가)목에서 정한 전시근로역 편입 대상에 해당하는 1년 6개월 이상 징역형의 실형을 일률적으로 선고하고 있다. 부자(父子) 또는 형제가 모두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하는 상황도 적지 않게 발생하였다. 이러한 형사처벌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우리 사회에서 매년 평균 약 600명 내외로 발생하고 있다.
(2) 헌법상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 그리고 국민에게 부여된 국방의 의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대법원 2004. 7. 15. 선고 2004도2965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국가의 존립이 없으면 기본권 보장의 토대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국방의 의무가 구체화된 병역의무는 성실하게 이행하여야 하고 병무행정 역시 공정하고 엄정하게 집행하여야 한다. 헌법이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고 해서 위와 같은 가치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양심적 병역거부의 허용 여부는 헌법 제19조 양심의 자유 등 기본권 규범과 헌법 제39조 국방의 의무 규범 사이의 충돌·조정 문제가 된다.
(3) 국방의 의무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부담한다(헌법 제39조 제1항). 즉 국방의 의무의 구체적인 이행방법과 내용은 법률로 정할 사항이다. 그에 따라 병역법에서 병역의무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고,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입영의무의 불이행을 처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당한 사유’라는 문언을 두어 입법자가 미처 구체적으로 열거하기 어려운 충돌 상황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규범의 충돌·조정 문제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라는 문언의 해석을 통하여 해결하여야 한다. 이는 충돌이 일어나는 직접적인 국면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일 뿐만 아니라 앞에서 보았듯이 병역법이 취하고 있는 태도에도 합치하는 해석방법이다.
(4) 위에서 보았듯이 소극적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이러한 소극적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에 해당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헌법상 국방의 의무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단지 국방의 의무를 구체화하는 법률에서 병역의무를 정하고 그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방법으로 정한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그 이행을 거부할 뿐이다.
헌법은 기본권 보장의 체계로서 기본권이 최대한 실현되도록 해석·운용되어야 한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선언하고 있다. 양심의 자유는 도덕적·정신적·지적 존재로서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 조건이다.
위에서 본 양심적 병역거부의 현황과 함께 우리나라의 경제력과 국방력, 국민의 높은 안보의식 등에 비추어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한다고 하여 국가안전보장과 국토방위를 달성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집총과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을 강제하고 그 불이행을 처벌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된다.
자유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운영되지만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을 전제로 할 때에만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국민 다수의 동의를 받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감수하면서도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를 지키기 위하여 불가피하게 병역을 거부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존재를 국가가 언제까지나 외면하고 있을 수는 없다. 일방적인 형사처벌만으로 규범의 충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오랜 세월을 거쳐 오면서 확인되었다. 그 신념에 선뜻 동의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이제 이들을 관용하고 포용할 수는 있어야 한다.
(5) 요컨대, 자신의 내면에 형성된 양심을 이유로 집총과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사람에게 형사처벌 등 제재를 해서는 안 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병역의무의 이행을 일률적으로 강제하고 그 불이행에 대하여 형사처벌 등 제재를 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비롯한 헌법상 기본권 보장체계와 전체 법질서에 비추어 타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 정신에도 위배된다. 따라서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이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
(6) 이와 달리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대법원 2004. 7. 15. 선고 2004도2965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7도7941 판결 등을 비롯하여 그와 같은 취지의 판결들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에서 이를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
 
다.  대체복무제의 도입 문제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형사처벌 여부
헌법재판소는 최근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므로, 국회는 2019. 12. 31.까지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여야 한다’고 결정하였다(헌법재판소 2018. 6. 28. 선고 2011헌바379 등 전원재판부 결정). 이와 관련하여 대체복무제가 도입되기 전에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허용되지 않는 것인지, 즉 대체복무제가 없는 이상 양심적 병역거부는 처벌되어야 하는 것인지 문제 된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로 인정할 것인지는 대체복무제의 존부와 논리필연적인 관계에 있지 않다. 대체복무제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였을 때 제기될 수 있는 병역의무의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즉 대체복무제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현재 대체복무제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거나 향후 대체복무제가 도입될 가능성이 있더라도, 병역법 제88조 제1항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에게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 정하는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면 처벌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4.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의 심리와 판단 
가.  정당한 사유로 인정할 수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심리하여 판단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양심은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하여야 한다. 신념이 깊다는 것은 그것이 사람의 내면 깊이 자리잡은 것으로서 그의 모든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뜻한다. 삶의 일부가 아닌 전부가 그 신념의 영향력 아래 있어야 한다. 신념이 확고하다는 것은 그것이 유동적이거나 가변적이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반드시 고정불변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신념은 분명한 실체를 가진 것으로서 좀처럼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 신념이 진실하다는 것은 거짓이 없고, 상황에 따라 타협적이거나 전략적이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설령 병역거부자가 깊고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신념과 관련한 문제에서 상황에 따라 다른 행동을 한다면 그러한 신념은 진실하다고 보기 어렵다.
 
나.  구체적인 병역법위반 사건에서 피고인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할 경우, 그 양심이 과연 위와 같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인지 가려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간의 내면에 있는 양심을 직접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으므로 사물의 성질상 양심과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예컨대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 주장에 대해서는 종교의 구체적 교리가 어떠한지, 그 교리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명하고 있는지, 실제로 신도들이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고 있는지, 그 종교가 피고인을 정식 신도로 인정하고 있는지, 피고인이 교리 일반을 숙지하고 철저히 따르고 있는지,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오로지 또는 주로 그 교리에 따른 것인지, 피고인이 종교를 신봉하게 된 동기와 경위, 만일 피고인이 개종을 한 것이라면 그 경위와 이유, 피고인의 신앙기간과 실제 종교적 활동 등이 주요한 판단요소가 될 것이다.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심과 동일한 양심을 가진 사람들이 이미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실형으로 복역하는 사례가 반복되었다는 등의 사정은 적극적인 고려요소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위와 같은 판단 과정에서 피고인의 가정환경, 성장과정, 학교생활, 사회경험 등 전반적인 삶의 모습도 아울러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양심은 그 사람의 삶 전체를 통하여 형성되고, 또한 어떤 형태로든 그 사람의 실제 삶으로 표출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사실은 범죄구성요건이므로 검사가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6도6445 판결 등 참조). 다만 진정한 양심의 부존재를 증명한다는 것은 마치 특정되지 않은 기간과 공간에서 구체화되지 않은 사실의 부존재를 증명하는 것과 유사하다. 위와 같은 불명확한 사실의 부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불가능한 반면 그 존재를 주장·증명하는 것이 좀 더 쉬우므로, 이러한 사정은 검사가 증명책임을 다하였는지를 판단할 때 고려하여야 한다. 따라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피고인은 자신의 병역거부가 그에 따라 행동하지 않고서는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에 따른 것이며 그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이라는 사실의 존재를 수긍할 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하고, 검사는 제시된 자료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법으로 진정한 양심의 부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 이때 병역거부자가 제시해야 할 소명자료는 적어도 검사가 그에 기초하여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구체성을 갖추어야 한다.
 
5.  이 사건의 해결
기록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피고인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만 13세이던 1997. 11. 16. 침례를 받고 그 신앙에 따라 생활하면서 2003년경 최초 입영통지를 받은 이래 현재까지 신앙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하고 있다. 과거 피고인의 아버지는 물론 최근 피고인의 동생도 같은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여 병역법 위반으로 수감되었다. 피고인은 부양해야 할 배우자, 어린 딸과 갓 태어난 아들이 있는 상태에서 형사처벌의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거부 의사를 유지하고 있다.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입영거부 행위는 진정한 양심에 따른 것으로서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위에서 본 판단방법에 따라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심이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심리하여 판단했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위와 같은 사항에 대하여 심리하지 않은 채 양심적 병역거부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의 판단에는 양심적 병역거부와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6.  결론
피고인의 상고는 이유 있으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이동원의 별개의견과 대법관 김소영,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이기택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조재연, 대법관 민유숙의 보충의견과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노정희의 보충의견, 그리고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소영, 대법관 이기택의 보충의견과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박상옥의 보충의견이 있다.
 
7.  대법관 이동원의 별개의견 
가.  헌법상 기본권의 행사가 국가공동체 내에서 타인과의 공동생활을 가능하게 하고 다른 헌법적 가치 및 국가의 법질서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포함한 모든 기본권 행사의 원칙적인 한계이므로, 양심실현의 자유도 결국 그 제한을 정당화할 헌법적 법익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법률에 의하여 제한될 수 있는 상대적 자유이다(대법원 1982. 7. 13. 선고 82도1219 판결 등 참조).
우리 헌법은 제5조 제2항에서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 그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된다.”라고 하고, 제39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라고 하여 주권자인 국민에게 국방의 의무라는 헌법적 의무를 부담시키고 있다. 이는 국민의 기본권 실현과 보호를 위한 전제조건인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유지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국민 전체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생명권과 재산권 등의 헌법적 법익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위와 같은 헌법적 법익을 위하여서라면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법률에 의하여 개인의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도 허용될 수 있으므로, 국방의 의무는 개인의 양심의 자유보다 더 우선되는 의무라고 할 것이다.
 
나.  그런데 우리나라의 병력 규모와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하는 병역거부자들의 수, 그들에 대한 병력자원으로의 현실적 활용 가능성,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사 및 현역복무와 대체복무 사이의 형평성 확보 등을 통한 병역기피 방지대책 마련의 곤란 정도, 정보전·과학전의 양상을 띠는 현대전의 특성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면, 현재의 안보상황에서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하는 병역거부자들에 대하여 대체복무를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우리 국방력의 약화로 이어져 국가의 안전보장이 우려되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헌법재판소는 최근 병역의 종류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아니한 병역법 제5조 제1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하고 국회에 2019. 12. 31.까지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것을 촉구하였으므로(헌법재판소 2018. 6. 28. 선고 2011헌바379 등 전원재판부 결정), 조만간 대체복무제 도입이 입법화될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하는 병역거부자들에게 종래와 마찬가지로 현역 입영을 강제함으로써 그들에게 종교적 신념상 감당하기 어려운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 제한에 있어 최소침해의 원칙에 어긋난다. 따라서 진정한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 규정하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앞서 본 바와 같이 대체복무의 허용은 국가의 안전보장에 우려가 없는 상황을 전제로 한다. 그러므로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하는 병역거부자들에 대하여 대체복무를 허용함으로써 향후 국가안전보장에 지장이 생기게 된다면 다시 그들을 현역병입영대상자 등으로 하는 병역처분을 하는 것도 허용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한 다수의견의 결론에는 찬성하나 그 논거에 관하여는 견해를 달리하므로 별개의견으로 이를 밝혀 둔다.
 
8.  대법관 김소영,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이기택의 반대의견 
가.  개요
(1) 다수의견의 요지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가) 종전 대법원 2004. 7. 15. 선고 2004도2965 전원합의체 판결(이하 ‘종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라 한다)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구 병역법(2013. 6. 4. 법률 제1184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반대의견에서는 ‘병역법’이라 한다) 제88조 제1항 제1호(이하 반대의견에서는 ‘이 사건 처벌규정’이라 한다) 위반의 죄에 관한 사건에서 이 사건 처벌규정의 ‘정당한 사유’에 관하여 밝힌 법리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나) 대체복무제가 입법을 통해 도입되기 전이라도 종교적 양심 등을 이유로 한 현역병입영 거부행위가 ‘그에 따라 행동하지 않고서는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에 따른 것이며 그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이라는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라면 위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여 이 사건 처벌규정 위반의 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현역병입영을 거부한 이 사건 피고인이 위 요건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는데도 이를 제대로 심리하지 않은 채 피고인에 대해 이 사건 처벌규정 위반의 죄에 관해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2) 이러한 다수의견의 논지는,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받는 형사적·행정적 제재에 따른 불이익, 안보 환경의 변화, 구제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 등을 감안하여 국회가 병역의무 이행의 대안으로서 ‘대체복무제’ 등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입법정책론으로서는 공감할 만하다.
그러나 그 구체적 결론과 근거로 제시된 논리는, 확립된 법리와 논리칙·경험칙에 기반한 엄격한 법적 논증에 따른 것으로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건전한 상식이나 현실적 상황과도 괴리된 법률 해석론이어서 도저히 찬성할 수 없다. 오히려 다수의견이 변경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종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제시된 법리야말로 우리의 총체적 규범체계와 시대적·사회적 맥락에서 여전히 그 타당성이 인정되므로 이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유지되어야 한다.
 
나.  ‘정당한 사유’에 관한 종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
(1) 대법원은, 이 사건 처벌규정은 추상적으로 존재하던 병역의무가 병무청장 등의 결정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정된 후 병역의무자가 그 내용이 담긴 현역병입영 통지서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이에 응하지 아니한 부작위를 처벌함으로써 입영기피를 억제하여 국가안보의 인적 기초인 병력구성을 강제하기 위해 입법된 법률조항이라고 보았다. 그에 따라 ‘정당한 사유’는 병무청장 등의 결정으로 구체화된 병역의무의 불이행을 정당화할 만한 사유, 즉 질병 등 병역의무 불이행자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사유에 한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2) 다만 대법원은, 구체적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한 사람이 그 거부 사유로 내세운 권리가 헌법에 의하여 보장되고, 이 사건 처벌규정의 입법목적을 능가하는 우월한 헌법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그에게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았다. 그러면서도 소극적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가 상대적 자유로서, 국민 전체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기 위한 헌법적 법익인 병역의무보다 우월한 가치라고 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이를 전제로, 병역의무에 관한 헌법적 법익을 위해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더라도 이는 헌법상 정당한 제한이고,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이 사건 처벌규정을 적용하더라도 양심의 자유가 부당하게 침해되었다고 할 수 없으며, 양심의 자유에 반한다는 사유로 현역병입영을 거부하는 것은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  ‘정당한 사유’에 관한 법률의 해석
(1) 다수의견의 요지 및 논거
(가) 다수의견은, 위 ‘정당한 사유’의 범위를 보다 확장하여 ‘병역법상 병역의무의 부과와 구체적 병역처분 과정에서 고려되지 않은 사정이라 하더라도 입영하지 않은 병역의무자가 처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정이 그로 하여금 병역의 이행을 감당하지 못하도록 한다면 정당한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면서, 추상적 병역의무와 구체적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과정에서 입법자가 고려하지 않은 일체의 사유들, 특히 집총훈련을 거부하는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 등 병역의무자 개인의 주관이나 신념에 따른 사유까지도 이에 포함될 수 있고, 그 사유의 발생 시점과 지속 여부, 타인에게도 발생 가능한 보편적 성격의 것인지 여부 등은 불문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나) 그러면서 ① 병역법은 병역의무의 부과 여부와 그 종류·내용 또는 면제 등을 결정하면서 병역의무자의 신체와 심리 건강 외에 다양한 사정을 고려하여 병역의무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해 그에 합당한 병역의무를 부과함으로써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이하 병역법상 병역의무의 감당 여부 및 정도를 나타내는 취지의 위 문구를 ‘감당능력’이라 한다). ② 양심적 병역거부는 소극적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에 해당하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양심을 지키기 위해 병역을 거부할 수밖에 없는데 그와 같은 이유로 처벌되는 사람의 수가 매년 평균 600여 명에 달하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헌법상 국방의 의무 자체를 거부하지 않는다는 등 양심적 병역거부의 현황과 함께 우리나라의 경제력과 국방력, 국민의 높은 안보의식 등에 비추어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하더라도 국가안보와 국토방위를 달성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③ 따라서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병역의무의 이행을 강제하고 그 불이행을 처벌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본질적인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된다. ④ 사회적 소수자인 이들에 대해 관용과 포용의 입장을 취함으로써 자유민주주의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고, 형사처벌만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에 따른 규범의 충돌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이 이미 확인되었다는 등을 주된 논거로 들고 있다.
(다) 그러나 이러한 다수의견의 논리는, 병역법의 입법 취지와 목적, 병역의무의 감당능력에 관한 병역법 규정의 취지를 벗어난 것일 뿐만 아니라, ‘정당한 사유’가 규정된 병역법 및 다른 법률 문언에 대한 해석과 체계적·논리적으로 조화되지 않는다. 또한 이 사건 처벌규정 및 헌법상 국방의 의무 규정이 갖는 헌법적 가치와 중요성, 소극적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의 상대적 권리성 및 양심의 자유에 관한 헌법적 제한의 정당성 등에 관한 대법원 및 헌법재판소의 확립된 법리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2) 법 해석에 관한 일반 원칙
(가) 법은 원칙적으로 불특정 다수인에 대하여 동일한 구속력을 갖는 사회의 보편타당한 규범이므로 이를 해석함에 있어서는 법의 표준적 의미를 밝혀 객관적 타당성이 있도록 하여야 하고, 가급적 모든 사람이 수긍할 수 있는 일관성을 유지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이 손상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그리고 실정법이란 보편적이고 전형적인 사안을 염두에 두고 규정되기 마련이므로 사회현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안에서 그 법을 적용할 때에는 구체적 사안에 맞는 가장 타당한 해결책이 될 수 있도록, 즉 구체적 타당성을 가지도록 해석할 것도 요구된다. 요컨대, 법해석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찾는 데 두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능한 한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나아가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그 제·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체계적·논리적 해석방법을 추가적으로 동원함으로써, 앞서 본 법해석의 요청에 부응하는 타당한 해석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6다81035 판결 등 참조).
(나) 입법기술상의 제약 등으로 불가피하게 범죄구성요건에 관한 법률규정에 불확정개념을 사용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러한 경우 불확정개념을 포함한 해당 규정의 구체적 의미나 내용은 개개의 사안마다 재판을 통하여 밝혀져야 한다. 그렇지만 이 경우에도 그 해석은 사안마다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한다거나 피고인에게 이익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그 타당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충분한 법리적 논증 없이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해당 처벌규정에 불확정개념을 두게 된 입법자의 의사 등에 대한 신중한 고찰을 토대로 해당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불확정개념이 포함된 해당 처벌규정은 물론, 관련된 다른 법령의 취지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고, 어디까지나 사회평균인의 건전한 상식으로써 합리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대법원 2004. 6. 18.자 2001그133 결정, 대법원 2016. 7. 21. 선고 2013도85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를 위해 법관은 문언 해석 외에 동일한 법률의 다른 규정들을 원용하거나 다른 규정과의 상호관계를 고려하거나 이미 확립된 판례를 근거로 하는 등 정당한 해석방법을 통해 그 규정의 해석과 적용에 대한 신뢰성 있는 원칙을 도출하여야 하고, 그 결과로서 수범자인 일반 국민이 그 처벌규정이 보호하려는 가치 및 금지되는 행위의 태양, 이러한 행위에 대한 국가의 대응책 등을 예견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헌법재판소 1992. 2. 25. 선고 89헌가104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성문법 중심의 대륙법계 국가에서 법관의 기본적 사명은 복잡하게 얽힌 실정 법률의 체계 속에서 법을 발견하는 것이다. 사안에 따라 명백한 입법적 흠결이라는 이유로 판결을 통해 법을 보충·형성하는 것이 불가피한 경우가 없지 않지만, 이는 가급적 자제되거나 필요한 범위 내에서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이러한 해석 원칙은 처벌규정에서도 마찬가지로서 처벌규정의 제·개정 이후 시대적·사회적 상황의 변화 등으로 인해 과거에는 없던 처벌상의 불합리한 점이나 처벌의 위헌 여부에 관한 논란이 제기되었을 때 정식의 입법절차를 거쳐 해당 처벌규정이 개정되거나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으로 선언되지 않았음에도, 법원이 법률해석이라는 명목 아래 당초 입법자가 의도하지도 않은 전혀 새로운 법을 만들어내는 것까지 그 권한에 속한다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16. 8. 24. 선고 2014다9212 판결 등 참조). 이는 사법권의 근거가 되는 헌법상 법치주의원리, 권력분립원칙에 따른 당연한 요청이다.
(3) 병역법의 입법 목적 및 병역의무에 대한 감당능력
(가) 병역법은, 대한민국 국민의 병역의무에 관하여 규정함을 목적으로 하고(제1조),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누구에게나 일정한 연령에 달할 때까지 병역의무가 있고, 여성은 지원에 의해 복무할 수 있도록 하면서, 병역법에 의하지 않고는 병역에 관한 특례를 정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제3조 제1항, 제2항, 제71조, 제72조). 이는 국민개병제, 징병제를 근간으로 한 병역제도의 채택 및 ‘병역부담평등의 원칙’에 기반하여 병역에 관한 특례 인정을 최소화하고, 병역제도를 투명하게 운영할 것임을 선언한 것이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남성인 병역의무자가 병역을 연기하거나 감면받기 위한 일체의 특례 사유는 병역법에 그 내용이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는 한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하고, 이러한 병역법의 입법 목적과 병역제도의 기본 취지는 입영이라는 구체적 병역의무의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이 사건 처벌규정의 ‘정당한 사유’를 해석할 때에도 당연히 관철되어야 한다.
(나) 병역의무자가 입영 전에 복무대상에서 당연히 제외되거나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는 특례 사유(이하 ‘병역면제 등 사유’라고만 한다)로서 병역법에 규정된 것으로는, 중한 자유형을 선고받은 전과(제3조 제4항), 징병검사결과 등에 따른 병역면제처분(제12조 제1항 제3호, 제14조 제1항 제3호), 전신기형·질병·심신장애 또는 북한이주민 등의 사유에 따른 병역면제처분(제64조 제1항 제1호, 제2호), 전상·공상 등의 사유로 인한 병역면제처분(제65조 제1항 제1호) 등이 있다.
다수의견은 병역의무자에게 병역의무 이행에 대한 감당능력이 있는지 여부 또는 병역의무가 과도한 부담이 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병역법이 다양한 사정들을 고려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앞에서 본 성별, 연령 외에 ‘형사처벌 여부, 북한출신 여부, 심신장애 여부’라는 극히 제한된 사정만이 병역면제 등 사유로 인정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사유 중 성별과 연령은 해당 사유가 적용되는 일정한 집단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특수한 개인적 사정이라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단순히 구체적 병역의무 이행에 대한 주관적 감당능력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적정 방위력 유지에 필요한 병역자원의 규모와 수급 상황, 생리적 특성에 따른 병력 운용상의 효율성 등에 관한 고려를 통한 입법자의 정책적·합리적 결단에 따른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헌법재판소 2010. 11. 25. 선고 2006헌마328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그 외의 사유는 병역의무자의 개인적·주관적 사정이기는 하지만, 전투 및 훈련 임무의 수행가능성(심신장애), 합숙내무생활에의 적응가능성 및 동료나 선후배와의 융화가능성(형사처벌, 북한이주민) 등을 필수적 요소로 하는 군복무를 병역의무자가 원만하고 적절히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와도 직결되는 사유로서 군대의 효율적이고 안정적 운영이라는 병무행정의 목적 달성과 관련이 깊다. 또한 이는 우리 사회의 평균인이라면 누구나 그 인정의 취지를 수긍할 수 있고, 그 내용도 어느 정도 고정적·객관적·가치중립적인 것들이어서 이를 인정하더라도 병역의무 부담의 형평성에 관한 시비나 불신을 유발할 가능성이 적은 사유들이다. 그리하여 다수의견이 병역의무의 감당 여부에 대한 판단 시 고려될 수 있다고 보는 개인의 종교적 신념과 같은 사유와는 질적·양적으로 뚜렷한 차별성이 있다.
그 외에도 병역법은, 제2국민역에의 편입 요건(제5조 제1항 제5호), 징병검사의 실시 목적, 신체등위의 판정 및 구체적 병역의무의 부과 요건(제11조 제1항, 제12조 제1항, 제14조 제1항), 귀가조치자에 대한 보충역 등에의 편입 내지 병역면제의 요건(제47조 제2항, 제3항), 입영연기자에 대한 병역처분변경의 요건(제61조 제1항, 제2항), 제1국민역대상자의 제2국민역에의 편입 요건(제64조 제1항 제1호), 현역병 등의 보충역 등에의 편입 내지 병역면제의 요건(제65조 각항) 등 다수의 규정에서 병역의무의 감당능력에 관한 구체적 내용을 정하고 있다. 이는 모두 징병검사 등에서 확인되는 질병이나 심신장애를 토대로 구체적 병역의무의 이행을 위해 요구되는 전반적인 신체적·정신적 능력의 존부나 정도를 판단하기 위한 가치중립적인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을 뿐이다. 다수의견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병역에 대한 개인의 가치판단을 토대로 한 종교적·윤리적·도덕적·철학적 또는 이와 유사한 동기에 의한 양심상의 수용가능성이나 수용능력을 판단하는 것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다) 병역부담평등의 원칙을 획일적으로 관철하는 것이 불합리한 결과가 되는 경우, 즉 병역의무자의 감당능력에 비추어 볼 때 병역의무를 무조건 이행하게 함이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어 일정한 기준 아래 병역을 감면받을 수 있도록 하는 예외를 인정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다수의견의 논지에는 공감하는 바가 없지 않고, 병역법도 이를 인정하여 이미 병역면제 등 사유를 정해 두고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병역면제 등 사유는 전투 및 훈련 임무의 수행, 합숙내무생활 등 병역의무 이행 과정이 육체적·정신적 제약과 희생을 수반한다는 사실에 기인한 것이다. 그러므로 설령 병역의무의 이행을 감당할 능력과 관련된 사유가 위 ‘정당한 사유’에 포함된다고 보더라도, 이는 병역법이 규정하고 있는 병역면제 등 사유, 즉 심신장애, 형사처벌, 북한이주민 등의 사유에 준하는 정도의 것으로서, 병역의무의 이행능력과 관련된 객관적·가치중립적인 사정으로 제한된다고 보는 것이 옳다. 그렇게 보는 것이 병역법 제3조가 병역에 관한 특례를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취지에도 부합한다.
다수의견이 주장하는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한 양심적 병역거부와 같이 병역에 관한 개인적 신념이나 가치관, 세계관 등을 포함한 주관적 사정은 그 신념의 정도나 지속성 여부를 불문하고 이에 포함될 수 없다. 앞에서 본 병역법의 입법 목적과 병역부담평등의 원칙, 국민개병제 및 징병제의 병역제도를 근간으로 병역에 관한 특례 및 병역의무 감당능력을 규정한 병역법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병역에 관하여는 납세 등 다른 헌법상 의무와 비교하더라도 의무면제사유로서 감당 여부 또는 과도한 부담 여부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는 더욱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
(4) 문언·논리·체계 등에 따른 해석
(가) 병역법은 병역의 종류를 현역(제1호), 예비역(제2호), 보충역(제3호), 제1국민역(제4호), 제2국민역(제5호)의 다섯 가지로 정하면서(제5조 제1항), 이 사건 피고인과 같은 현역병입영 대상인 병역의무자가 입영에 이르기까지 거치게 될 절차를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다. 즉 대한민국 남성은 18세부터 병역의무자로서 제1국민역에 편입되고(제8조), 19세가 되는 해부터 징병검사 수검의무를 부담한다(제11조 제1항). 지방병무청장은 징병검사의 판정결과에 따라 신체등위가 1급부터 4급까지인 병역의무자 중에서 현역병입영 대상자를 분류하여 ‘병역처분’을 하고(제14조 제1항 제1호), 현역병입영 대상자에 대해 징집순서를 기초로 구체적 입영시기를 정하여 입영하도록 하는 ‘입영처분’을 한다(제16조 제1항). 현역은 그 입영한 날부터 군부대에서 복무하게 된다(제18조 제1항).
‘병역처분’은, 구체적인 병역의무 부과의 전제인 징병검사의 판정결과에 따른 신체등위와 학력·연령 등 자질을 감안하여 향후 이행하게 될 현역, 보충역 등 역종을 부과하는 행정처분이다. ‘입영처분’은, 병역처분을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입영행위라는 구체적인 병역의무의 부과와 그 이행을 명하는 행정처분이다. 따라서 입영처분은 병역처분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두 처분은 각각 그 근거규정을 달리하면서 단계적으로 별개의 법률효과를 발생하는 독립된 행정처분이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2. 12. 10. 선고 2001두5422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이 사건 처벌규정은 현역병입영 통지서를 받은 병역의무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로부터 3일이 지나도록 입영하지 아니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 사건 처벌규정의 문언을 병역처분과 입영처분의 독립성에 관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처벌대상이 되는 위반행위는 ‘현역병입영 통지를 받고도 3일 이내에 이에 응하지 않는 행위’, 즉 입영처분에 따른 구체적 입영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 처벌규정은 지방병무청장에 의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입영처분의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해석될 뿐, 이에 선행하는 병역처분, 징병검사 수검처분 등 다른 병역의무의 이행 확보와는 무관하다.
따라서 ‘정당한 사유’도 다수의견이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입영처분에 근거하여 일자와 장소가 구체적으로 특정되는 입영행위에 응하지 않은 것을 정당화할 만한 사정으로 한정하는 것이 문언에 충실한 해석이다. 이러한 결론의 타당성은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은 이 사건 처벌규정, 병역법 및 다른 법률상의 관련 규정들과의 체계적·논리적 해석을 통해 더욱 분명히 드러난다.
(나) 구 병역법 시행령(2013. 12. 4. 대통령령 제2489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반대의견에서는 ‘병역법 시행령’이라 한다)은 지방병무청장으로 하여금 징병검사 수검대상자에게 그에 관한 통지서를 미리 송달하도록 정하고(제9조 제1항), 이를 전제로 병역법은 위 통지서를 받은 병역의무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그 기일에 징병검사에 응하지 아니할 경우 6개월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제87조 제3항). 또한 병역법은 병역의무자가 지방병무청장의 허가를 받지 않고 국외로 나가거나 허가를 받아 국외에 체류하면서 병역의무의 이행을 연기 중인 경우에 정당한 사유 없이 허가된 기간에 귀국하지 않거나 지방병무청장의 귀국명령을 위반하여 귀국하지 않은 때에도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제94조, 제70조 제1항, 제3항, 제83조 제2항 제10호).
위와 같이 병역법은 입영처분 외에도 그에 선행하는 각각의 병무행정처분의 단계마다 이 사건 처벌규정과 유사한 취지로 ‘정당한 사유’를 소극적 요건으로 하는 처벌규정을 따로 마련해 두고 있다. 또한 병역법상 이러한 처벌규정들 사이에 적용상의 우열이나 배제 여부에 관한 특별한 규정이 없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해 보면, 각 처벌규정은 해당 병무행정처분의 단계에서 병역의무자에게 부과되는 특정한 내용의 구체적 병역의무의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수단이고, 각 처벌규정의 ‘정당한 사유’도 해당 구체적 병역의무의 이행과 관련된 사유로 제한된다고 보는 것이 관련 규정 간의 체계에 부합하는 해석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처벌규정의 ‘정당한 사유’도 입영처분으로 부과되는 구체적 병역의무인 입영과 관련된 사유가 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그런데 병역법상 ‘입영’이란 병역의무자가 징집에 의해 군부대에 들어가는 것을(제2조 제1항 제3호), ‘징집’이란 국가가 병역의무자에게 현역에 복무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같은 항 제1호) 말한다. 병역법은 입영에 관한 통지를 받거나 받게 될 병역의무자가 질병·심신장애·재난 등의 사유로 입영기일에 입영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기일을 연기할 수 있게 하는 ‘입영연기’ 제도를 두고 있는데(제61조 제1항), 입영연기 제도에 따른 연기기간은 2년으로 제한된다(병역법 시행령 제129조 제2항). 또한 이 사건 처벌규정에 의할 때 병역의무자는 원칙적으로 지정된 입영기일에 입영해야 하지만, 지정된 기일이 지난 경우라도 ‘천재지변, 교통 두절, 통지서 송달의 지연,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로 인한 경우에는 그때부터 3일 이내에만 입영하면 되는 ‘지연입영’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병역법 시행령 제24조 제1항).
이 같은 병역법과 그 시행령상의 입영 및 징집의 의미, 입영연기 및 지연입영 제도의 취지와 사유 등을 종합해 보면, 현역병입영과 관련하여 이 사건 처벌규정의 ‘정당한 사유’란 입영통지에 기해 지정된 기일과 장소에 집결할 의무를 부과받았음에도 즉시 이에 응하지 못한 것을 정당화할 만한 사유로서, 병역법에서 입영을 일시적으로 연기하거나 지연시키기 위한 요건으로 인정된 사유, 즉 질병, 재난 등과 같은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기 어려운 사유로 한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달리, 다수의견이 주장하는 것처럼 위 ‘정당한 사유’를 구체적 시기 및 대상 등에 관한 아무런 제한 없이, ‘병역의무의 부과와 구체적 병역처분을 하는 과정에서 고려되지 않은 사정이라 하더라도 입영하지 않은 병역의무자로 하여금 그 병역의 이행을 감당하지 못하도록 하는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정’이라는 지극히 추상적·포괄적인 의미로까지 확장하여 해석하는 것은 입법목적의 범위 내에서 문언·논리·체계에 입각하여 이루어져야만 하는 법률해석의 원칙과 한계를 벗어난 것이다.
(다) 기일이나 기한 등에 맞추어 의무이행이나 권리행사를 완료하지 못한 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 사유에 관하여 의무이행자 또는 권리행사자의 자기책임 여부와 관련짓거나 질병, 재난 등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한정하는 법률규정은 현행 법체계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즉 민사소송법은 불변기간을 준수하지 못한 것과 관련하여 소송행위의 추후보완의 인정요건으로 ‘당사자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를 정하고 있고(제173조 제1항), 행정절차법도 행정절차상의 각종 기간 및 기한 준수와 관련하여 ‘천재지변이나 그 밖에 당사자등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를 그에 관한 특례 인정사유로 정하고 있다(제16조 제1항).
(라) 결국 다수의견이 위 ‘정당한 사유’를 ‘병역의 이행을 감당하지 못하도록 하는 사유’로 보면서 그 범위를 위와 같이 광범위하게 설정하는 것은 추상적인 법률용어를 해석하면서 또 다른 추상적인 용어로 대체한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대체된 용어가 종래의 확립된 대법원 판례, 병역법의 취지와 문언·논리·체계에도 반하는 것임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이는 병역법의 해석상 ‘정당한 사유’에 포섭되기 어려운 양심적 병역거부를 무리하게 포함시키기 위하여 법해석 원칙마저 벗어나 작위적인 정의(定義)를 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5) 국방의 의무와 이 사건 처벌규정의 헌법적 의의
(가) 헌법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기본적 인권 보장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있다(제10조). 그런데 오늘날 국가 중심의 세계질서 속에서 국가안보와 국토방위는 개개인이 누리는 모든 자유의 전제조건이다(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도7332 판결 등 참조). 그에 따라 국가안보와 국토방위는 기본적 인권 보장의 헌법적 가치 추구를 위한 토대와 바탕이 되는 중대한 헌법적 법익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대법원 2007. 8. 23. 선고 2007도4522 판결 등 참조).
이에 헌법은, 국군에게 국가안보와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와 함께 그에 관한 사명을 부여하고(제5조 제2항), 국군의 조직과 편성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법률로 정하도록 하면서(제74조 제2항), 대통령에게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지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제66조 제2항) 및 국군통수권(제74조 제1항)을 부여하였다. 또한 국민 모두에게 기본적 의무로서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 국방의 의무를 지우고 있다(제39조 제1항). 한편 유엔헌장도, 국가는 무력공격에 대한 개별적인 또는 집단적인 자위의 고유한 권리를 보장받는다고 정하고 있다(제51조).
여기서 국방의 의무란 외부 적대세력의 직·간접적인 침략행위로부터 국가의 독립을 유지하고 영토를 보전하기 위하여 국민에게 부과된 의무를 말한다. 헌법은 국방의 의무를 통해 주권자인 국민 모두에게 국가공동체의 안전과 평화를 확보하는 데에 필요한 부담을 나누어 질 것을, 즉 국민개병제 및 병역부담평등의 원칙에 기반한 국가안보와 국토방위에 관한 책임을 당위로서 요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안보 현실 등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요구는 다른 어느 사회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고도 절대적인 사회적 요구이다(헌법재판소 2006. 11. 30. 선고 2005헌마739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국방의 의무에 관한 헌법 규정은 대한민국 임시헌법 제10조에 이미 존재하였고, 제헌헌법 제30조에 “모든 국민은 법률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토방위의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된 후 1962년 개정 헌법에서 ‘국토방위’가 ‘국방’으로 변경되었을 뿐 현행 헌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다. 특히 국방의 의무는 굳이 헌법에 규정되지 않더라도 오늘날 영토방위와 안전보장이라는 국가의 보편적인 기능에 따라 대부분의 국가에서 자연스럽게 인정되어 왔던 고유의 국민적 의무임에도, 우리 헌법에서는 이를 별도로 명기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국방의 의무가 기본적 인권 보장이라는 헌법적 가치와 함께 우리 헌법의 근본 결단, 즉 공동체 구성원 사이의 기본적 합의 사항 중 하나로서 헌법적 정당성을 갖는 규범임을 보여준다. 그에 따라 헌법적 가치의 향유를 위해 국가의 존속을 지지하고 안전과 평화가 유지되기를 기대하는 국가공동체의 구성원이라면 헌법에 의해 부과되고 병역법 등에 의해 구체화되는 국방의 의무 그 자체를 거부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나) 병역법은 헌법상의 법률유보규정에 근거해 국군의 직접적인 병력형성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정함으로써(제1조) 국방에 관한 활동을 가장 직접적으로 규율하는 기본 법률이다. 흔히 현대전은 고도의 과학기술과 정보를 요구하고 국민 전체의 협력을 필요로 하는 이른바 ‘총력전’으로서, 국방의 의무가 병역법에 의한 현역병으로서 군복무에 임하는 등의 직접적인 병력형성의무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지만, 병역법에 따른 직접적인 병력형성의무의 이행이야말로 여전히 헌법이 국민 모두에게 국방의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실현하려는 중대한 헌법적 법익, 즉 국가안보와 국토방위를 실현하는 초석이 됨은 명백하다.
이와 같이 병역법이 헌법에 근거할 뿐만 아니라 그로부터 특별히 정당성을 부여 받은 규범으로서 중대한 헌법적 법익을 실현하는 수단이라는 점은 병역법의 개별 규정을 해석·적용함에 있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하고, 병역법의 이러한 목적이나 기능이 손상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이러한 점은 병역에 대한 특례를 허용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위 ‘정당한 사유’를 해석함에 있어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다) 다수의견은 양심적 병역거부의 허용 여부가 양심의 자유 등 기본권 규범과 국방의 의무라는 헌법적 법익 사이의 충돌·조정 문제임을 전제로, 그 충돌 해결의 직접적 근거가 되는 헌법규범을 제37조 제2항의 기본권제한에 관한 일반적 법률유보규정이 아니라 제39조 제1항의 국방의 의무에 관한 법률유보규정으로 보는 듯하다. 즉 헌법이 국방의 의무에 관한 법률유보규정을 통해 국방의 의무의 구체적인 이행방법과 내용을 법률로 정하도록 하였고, 이에 병역법이 병역의무를 정하면서 입법자가 병역의무의 부과와 관련하여 미처 구체적으로 열거하기 어려운 법익 충돌 상황을 해결할 수 있도록 이 사건 처벌규정의 ‘정당한 사유’를 마련해 두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헌법 제39조 제1항은 국가에게 국민에 대하여 국방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수권규범으로서, 헌법 제38조의 납세의 의무와 마찬가지로 국방의 의무 부과는 반드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제정한 법률로 규정하도록 하여 국민의 권익을 보장하고, 의무부과의 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하여 국민생활의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한 규정으로 보아야 한다(헌법재판소 1998. 7. 16. 선고 96헌바52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반면 입법자가 설정한 병역제도의 실현과정에서 발생하는 헌법적 법익과 기본적 인권 간의 충돌·조정 문제는 기본권 제한에 관한 일반적 법률유보규정인 헌법 제37조 제2항 및 과잉금지원칙에 의해 해결되어야 한다(위 대법원 2009도7981 판결, 헌법재판소 2018. 6. 28. 선고 2011헌바379 등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헌법상 기본적 의무부과의 법률유보규정과 기본권 제한에 관한 일반적 법률유보규정은 헌법이 이를 규정한 목적과 취지에서 구별된다.
따라서 헌법상 국방의 의무에 관한 법률유보규정을 근거로 이 사건 처벌규정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의 해석이 헌법상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 간 충돌 상황에서 그 조정이나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이라거나 다수의견과 같은 해석이 병역법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라는 다수의견의 주장은 헌법해석론상 받아들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확립된 법리에도 배치된다.
(6) 양심의 자유에 관한 헌법적 해석
(가) 헌법 제19조에서 보장되는 양심의 자유 중 양심형성의 자유와 양심상 결정의 자유란 외부로부터의 부당한 간섭이나 강제를 받지 않고 개인의 내심영역에서 양심을 형성하고 양심상의 결정을 내리는 자유를 말하고, 양심실현의 자유란 형성된 양심을 외부로 표명하고 양심에 따라 삶을 형성할 자유, 구체적으로는 양심을 표명하거나 또는 양심을 표명하도록 강요받지 아니할 자유(양심표명의 자유),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요받지 아니할 자유(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 양심에 따른 행동을 할 자유(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를 모두 포함한다(헌법재판소 2004. 8. 26. 선고 2002헌가1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양심형성의 자유와 양심상 결정의 자유는 내심에 머무르는 한 이를 제한할 수도 그리고 제한할 필요성도 없다는 점에서 절대적 자유이다(대법원 2006. 3. 23. 선고 2005도9205 판결, 헌법재판소 1998. 7. 16. 선고 96헌바35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한편 양심의 자유가 다른 기본권에 비하여 고도로 보장되어야 할 기본권이라고 하더라도 헌법상 기본권의 행사가 국가공동체 내에서 타인과의 공동생활을 가능하게 하고 다른 헌법적 가치 및 국가의 법질서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포함한 모든 기본권 행사의 원칙적인 한계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양심실현의 자유는 그 제한을 정당화할 헌법적 법익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법률에 의해 제한될 수 있는 상대적 자유라는 것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확립된 법리이다(대법원 1982. 7. 13. 선고 82도1219 판결, 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9도7981 판결, 헌법재판소 2011. 8. 30. 선고 2008헌가22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즉 양심표명의 자유와 소극적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는 그 양심의 실현과정에서 다른 법익과 충돌할 수 있고 이때에는 필연적으로 제한이 수반될 수 있으므로 그에 의하여 제한받는다고 하더라도 양심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5. 7. 28. 선고 2005도4083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의할 때, 다수의견이 그 취지는 다소 불분명하지만 ‘양심의 유지’를 국가공권력에 대한 소극적 방어권인 양심의 자유의 내용으로 보는 것이라면, 이는 결국 국가 등으로부터 양심을 표명하거나 이를 통해 내면의 양심을 포기하도록 강요받지 아니할 자유로서 종래의 ‘양심표명의 자유’와 사실상 동일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양심표명의 자유는 양심실현의 자유의 일종으로서 상대적 자유에 해당하여 다른 헌법적 법익보다 우선한다고 볼 수는 없고,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한 경우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 설령 양심의 유지 또는 소극적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가 외견상으로는 양심상의 결정이나 형성 등 내면적인 양심의 자유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더라도 단지 그러한 사유만으로 달리 취급할 수는 없다. 특히 소극적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전제가 되는 국가에 의한 작위의무의 부과가 양심의 자유와 동등한 헌법적 법익을 실현할 목적으로 모든 국민에게 동등하게 적용되는 헌법상의 기본적 의무에 따른 것일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헌법상 국방의 의무 규정에 기해 입법된 병역법에서 정한 내용과 절차에 따라 병역의무가 부과되고, 그 의무이행에 있어 집총훈련 등이 요구됨에도 스스로의 결정을 통해 형성한 내면의 종교적 양심 등에 반한다는 이유로 그 의무이행을 거부하는 양심적 병역거부 행위가 ‘양심유지’ 또는 ‘소극적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라는 이유로 정당화될 수는 없다. 나아가 병역법상 병역의무 부담의 공평성과 이행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수단으로서 병역거부자에 대해 이 사건 처벌규정에 기한 형사처벌이 이루어지더라도, 단지 그러한 사정만으로 국가가 개인의 내면적 양심을 포기하고 양심에 반하는 의무이행을 강제함으로써 인격적 존재가치의 파멸을 초래하거나 양심을 유지하기 위해 형사처벌을 감수하는 선택을 부당하게 강요하는 결과가 되고, 이로써 기본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침해나 위협이 된다고 볼 수도 없다.
(나) 다수의견은 양심적 병역거부가 헌법과 병역법이 유지하고 보호하려는 국방의 의무와 관련된 헌법적 법익보다 언제나 더 우위에 있다는 전제 아래 양심유지나 소극적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과 관련하여 지금까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물론 학계에서도 제대로 거론된 적이 없었던 양심유지의 절대적 권리성, 소극적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와 적극적 양심실현의 자유 간 보호 범위의 차별성, 형벌권 행사를 통한 소극적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에 대한 국가적 제한의 부당성, 소극적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통한 내면적 양심의 과도한 제한 또는 양심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 가능성 등을 그 논거로 들고 있다. 그러나 이는 뚜렷한 논리적·이론적 근거 없이 소극적 부작위를 통해 이미 외부로 실현된 양심의 자유를 양심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과 동일시함으로써 사실상 다른 모든 헌법적 가치에 대하여 절대적 우월성이 있음을 일방적으로 선언하는 것이다. 나아가 대법원과 각급법원이 그 동안 치밀한 논증과 성찰을 거쳐 선고한 판결들에 대해 하루아침에 모두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훼손한 위헌적인 판결이라고 폄훼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종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양심적 병역거부가 소극적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와 관련된 상대적 자유에 해당함을 전제로, 헌법상 비례의 원칙 내지 과잉금지의 원칙(제37조 제2항)에 따라 합리적으로 그 주장의 정당성 여부가 판단되어야 한다는 법리를 제시한 것은 바로 위와 같은 다수의견의 해석론이 갖는 부당함을 감안한 것이다.
(다) 다수의견은 ‘양심적 병역거부의 현황과 함께 우리나라의 경제력과 국방력, 국민의 높은 안보의식 등에 비추어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한다고 하여 국가안전보장과 국토방위를 달성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고, 따라서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집총과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을 강제하고 그 불이행을 처벌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된다’고 한다.
그런데 다수의견은 양심적 병역거부의 동기가 되는 양심이 종교적 양심 외에 윤리적·도덕적·철학적 또는 이와 유사한 동기에서 형성된 일체의 양심을 포함한다고 보면서도, 양심적 병역거부의 현황과 관련하여서는 1년 6개월 이상의 징역형의 실형이 일률적으로 선고되고 있다는 점, 부자(父子) 또는 형제가 모두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하는 상황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 이들이 헌법상 국방의 의무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는 점 등 특정 종파 소속 신도들의 사례만을 들고 있을 뿐 이들과는 다른 종교나 종파의 교리에 따른 경우는 물론이고, 윤리적·도덕적·철학적 또는 이와 유사한 동기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고 있거나 주장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또한 다수의견이 제시한 극히 한정된 양심적 병역거부의 현황,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제력과 국방력, 국민의 높은 안보의식 등이 양심적 병역거부가 허용되어야 한다는 것과 어떠한 관련성이 있고, 어떠한 근거로 국가안보 등을 달성하는 데 큰 어려움을 주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나아가 어떠한 이유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하지 않고 처벌하는 것이 양심의 자유의 과도한 제한을 넘어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된다는 것인지에 관하여도 다수의견은 침묵하고 있다.
이러한 다수의견의 태도는 피고인을 비롯한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특정 종파에 속한 신도들의 병역거부에 한정하여 이 사건 처벌규정을 해석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 국가안보라는 헌법적 법익과 충돌하는 피고인의 기본권은 보편적 양심의 자유가 아니라, 헌법 제20조 제1항의 종교의 자유, 그중에서도 자신의 종교적인 확신에 반하는 행위를 강요당하지 아니하는 소극적인 종교행위의 자유로서 법률에 따라 제한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헌법규범에 합치되는 해석이다.
(라) 앞서 본 바와 같이 입영기피에 대한 제재수단인 이 사건 처벌규정은 국방의 의무 중 가장 기본적인 병역의무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합리적인 수단으로 마련되었다. 병역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국가안보와 국토방위의 헌법적 법익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라는 헌법적 가치도 제대로 보장될 수 없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소극적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가 상대적 권리로서 위와 같은 헌법적 법익보다 우월한 가치라고는 할 수 없는 만큼 이러한 헌법적 법익을 위하여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피고인의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더라도 이는 헌법상 허용된 정당한 제한이라고 보아야 한다(위 대법원 2007도4522 판결 등 참조).
 
라.  다수의견의 결론이 갖는 문제점
(1) 양심적 병역거부의 역사적·종교적·문화적 배경
(가) 양심적 병역거부가 특정한 종교적 신념, 즉 시기적으로는 로마제국시대, 지리적으로는 유럽 및 그 주변 국가들을 포함한 서구사회 기독교의 계율과 전통에서 유래한 것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기록에 의하면, 국내에서 입영기피를 이유로 처벌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거의 대부분은 기독교 종파인 ‘여호와의 증인’ 신도이고(공판기록 74쪽), 이 사건 피고인도 예외가 아니다. 다만 모든 기독교 종파가 집총훈련 등을 포함한 병역에 대한 거부를 교리로 채택하고 있지는 않다.
오늘날 상당수의 국가는 종교적 계율이 국가공동체에 미치는 영향력을 축소 내지 단절시키고자 국교를 부인하고 정교분리원칙을 채택하고 있다. 이와 함께 다원주의·민주주의 등 새로운 정치 이념이 사회의 지배적 가치 체계로 등장함에 따라 개인의 종교적 신념이 전반적으로 약화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기독교적 이념과 교리는 서구사회에서 과거 수천 년간 국가 및 사회질서, 개인생활의 근저에 자리 잡은 채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그러한 이유로 기독교적 계율과 전통은 아직까지 서구사회 구성원들에게 뿌리 깊은 윤리적·도덕적 판단 기준 내지 생활규범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인다.
이와 같은 공통의 역사적·종교적·문화적 배경 아래에서 상당수의 서구사회 구성원들 사이에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다른 기독교 종파의 교리에 대해 종교적 또는 윤리적 관점에서 공유하는 부분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기독교적 이념에 기초하여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소수의 사람들에 대해서도 사회적 관용의 분위기가 보다 쉽게 형성될 수 있고, 나머지 다수의 구성원들 사이에 대체복무제나 병역면제 등의 방법으로 이들을 법률적·제도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적으며, 그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도 보다 쉬울 것이라는 추론을 해 볼 수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의 합법화나 이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체복무제의 도입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면서 주변 국가에 동참을 촉구하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네덜란드, 이스라엘,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대부분의 국가들은 서구사회에 속해 있다는 사실과 이와는 달리 현재까지도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벌하고 있다고 알려진 알제리, 싱가포르, 터키, 이집트, 투르크메니스탄 등은 대체로 기독교의 영향권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국가라는 사실은 이러한 추론의 타당성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이다.
(나) 반면 우리나라는 유구한 역사와 문화적 전통을 계승·유지해 왔지만,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특정 종교나 이념을 공동체 구성원의 사고 및 도덕 체계를 지배하는 기본 이념으로 받아들인 후 이를 고수해 오지는 않았음이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전통은 대한민국 건국 이후로도 이어져, 헌법 제정 당시(제12조)부터 국교를 부인하고 정교분리원칙을 확립하였으며, 이는 현행 헌법(제20조 제2항)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다. 그 결과 2015년경을 기준으로 대한민국 전체 인구 약 4,905만 명 중 종교를 가진 사람의 비율은 약 43.9%인 2,155만 명이고, 개신교와 천주교를 포함한 기독교 외에 불교, 원불교, 유교, 천도교, 대종교 등 다양한 종교를 가진 사람이 공존하고 있다(통계청의 2015년도 인구총조사결과에 의함). 또한 우리나라에 기독교가 정식으로 유입된 것은 조선 후기로서 그 포교의 역사가 200년 정도에 불과하고, 기독교를 제외한 나머지 절반 이상의 인구를 점유하는 종교들 중에는 양심적 병역거부의 이유가 된 생명존중의 이념 등을 토대로 일체의 집총훈련을 거부하는 취지의 교리를 갖는 종교나 종파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는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해 보면, 우리 사회에서 기독교적 이념을 보편적인 사회윤리로 인정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이에 기초한 양심적 병역거부는 아직 대다수 사회구성원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이념이나 신조이다. 우리의 역사적·종교적 전통이나 경험을 토대로 할 때 기독교적 이념이나 교리에 기초한 양심적 병역거부의 주장은 대다수 구성원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우리 역사 중 조선시대(1392년~1910년)로 한정해 볼 때, 통치세력에 의해 주도적인 사회 이념 및 윤리 체계로 기능하였던 유교의 경우 사람의 생명을 존귀하게 여겨 살상과 폭력을 경계하고 양심과 인격에 대한 존중을 통해 사람을 감화시킴으로써 이른바 ‘덕치(德治)’와 ‘왕도(王道)’에 의한 인도주의 국가를 실현함을 주된 정치 이념으로 삼았다. 또 다른 영향력 있던 종교인 불교의 경우에도 이른바 ‘불살생(不殺生)’의 계율을 핵심적인 생활 규범으로 한 더욱더 강력한 생명존중 사상으로 일관하였다. 그리하여 일견 그 이념이나 교리 면에 있어서는 양심적 병역거부의 이념적 뿌리로 인정되는 서구사회의 기독교적 이념이나 평화주의 및 전쟁 거부의 사상과도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조상들은, 중국, 일본 등 주변 강국의 군사적 침입으로 국가안보와 국토방위의 위기에 직면하고 이에 대응할 병력형성이 긴요한 상황에서는 자연스럽게 위와 같은 개인적·종교적 이념이나 계율에서 한 발 물러났고, 의병이나 승병으로서 병력을 조직하여 직접 무기를 들고 전장에 나아가 외적에 맞서 투쟁하는 데에 주저함이 없었다. 나아가 이를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책무를 다하는 의(義)로운 행위로 간주함으로써 양심적 병역거부가 토대로 삼는 이념이나 신조와는 달리 행동하였음이 너무나도 익숙한 역사적 사실이다.
면면히 이어져 온 이와 같은 역사적 전통이나 과거의 시대적 상황과 비교해 보더라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오늘날 주변 강대국과의 군사적·정치적 대립 상황 속에서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우리 조상들의 국방에 관한 위와 같은 태도, 즉 생명을 존중하고 살상과 전쟁을 경계하면서도 개인적인 종교적·사상적 믿음과 세속의 공동체 간의 조화를 도모하여 자신의 책임을 다하려는 보국헌신(保國獻身)의 자세가 보다 친근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각인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우리 사회 구성원들 대부분으로부터 종교적 양심 등을 이유로 한 병역거부의 법률적·제도적 수용에 관한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서구사회의 국가들보다는 쉽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 즉 양심적 병역거부가 사회적 통념이나 건전한 상식으로 자리를 잡기까지는 상당한 경험적 논증과 시간이 필요하거나 적어도 그동안의 경험적 인식의 토대를 뒤집을 만한 안보 상황의 뚜렷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의 수용 여부에 관한 태도 변화가 감지되지 않고 거부감을 갖는 사회구성원이 많다는 현실에 대해 단순히 짧은 민주주의의 역사로 인한 다원성,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관용의 부족으로 치부하여 탓할 바가 아닌 것이다.
기록에 의하더라도, 과거 수십 년간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형사처벌이 이어져 왔고 언론에서 그에 관한 보도와 관심을 표명하였음에도, 2013. 11.경 실시된 여론조사결과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답변이 76%를 점유하여 압도적 다수였다. 2014. 11.경 실시된 여론조사결과에서는 형사처벌에 갈음한 수단으로서 대체복무제 허용 여부에 대해 반대한다는 답변이 58.3%로서 다수였음을 알 수 있다(공판기록 80쪽, 149쪽).
(다) 다수의견은 불확정개념인 위 ‘정당한 사유’의 의미를 해석하면서, 사회적 통념과 건전한 상식의 기초를 이루는 중대한 역사적·종교적·문화적 배경과 차이점을 간과하였다.
이러한 다수의견의 논리는, 사회구성원 대부분의 인식과 판단을 좌우할 공통된 이념과 가치 체계상의 근본적인 차이점이 이 사건 쟁점에 관한 추론의 과정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서로 같지 않은 것을 서로 같다는 전제 아래 결론을 도출함으로써, 논리적 비약과 함께 우리 현실과 괴리되는 오류를 범하였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2) 병역의무 기피에 대한 제재
(가) 양심의 자유가 다른 기본권보다 고도로 보장되어야 할 기본권이고, 국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보장할 의무를 지니며, 양심적 병역거부가 지향하는 평화주의, 생명존중의 사상이 보편타당성을 갖는 인류 공통의 가치로서 존중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헌법적 가치와도 일치하여 그 실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상고이유 주장에 대해서는 동감한다.
(나) 그런데 위 헌법적 가치를 보호하고 지키기 위한 기본적 전제가 되는 것이 지속 가능한 안전과 평화이다(헌법재판소 2006. 2. 23. 선고 2005헌마268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헌법은 전문에서 평화통일의 과제와 국제평화주의를 천명하면서, 그 본문에서 국제평화유지를 위한 노력 및 침략적 전쟁의 부인(제5조 제1항), 조약 및 국제법규의 존중(제6조 제1항), 외국인의 지위 보장(같은 조 제2항) 등에 관한 규정을 두어 이를 헌법적 이념 내지 목적으로 삼고 있다(헌법재판소 2009. 5. 28. 선고 2007헌마369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안전과 평화는 외부의 위협이나 침략으로부터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지키고 영토를 보전하는 것, 즉 국가안보와 국토방위의 실현을 통해서만 온전하게 확보될 수 있다(헌법 제5조 제2항 참조). 국가안보와 국토방위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는다면 헌법적 가치로서 양심의 자유나 생명 존중,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은 결코 제대로 보장될 수 없다(위 대법원 2009도7981 판결 등 참조).
국방의 의무와 이에 기초한 현행의 국민개병제 및 징병제는 국가안보와 국토방위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헌법이 채택한 중요한 수단이다. 국민개병제와 징병제 아래에서 병역의무 이행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병역부담평등의 원칙에 입각하여 공평한 징집이라는 병역상의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를 실현하려면 의무부과가 평등하게 이루어져야 할 뿐만 아니라, 병역의무의 이행을 확보하는 수단 또한 확실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그런데 병역의무의 이행확보 수단은 복무여건이 어떤가에 따라 강도가 달라질 수 있고, 복무여건이 위험하고 열악할수록 의무이행을 회피하는 행위에 대하여 강력한 제재가 사용될 수밖에 없다(위 헌법재판소 2008헌가22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한편 특정의 인간 행위에 대하여 그것이 불법이며 범죄라 하여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하여 이를 규제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제재수단을 강구할 것인지 및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의 선택 문제는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 법익에 대한 고려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그리고 범죄 예방을 위한 형사 정책적 측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다(헌법재판소 2010. 4. 29. 선고 2009헌바46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다) 현역병을 기준으로 그 복무여건은 다음과 같다. 현역병의 복무기간은 2년 내지 2년 4개월 정도이다(병역법 제18조 제1항). 현역병은 복무기간 종료 후에도 예비역에 편입되어 국가비상사태에는 병력동원소집에 응할 의무를 부담하고(병역법 제5조 제1항 제2호, 제44조 제1호), 예비군으로 편성되어 약 8년간 연간 20일의 한도 내에서 동원 또는 소집 훈련에 응할 의무를 부담한다(예비군법 제3조 제1항 제2호, 제6조 제1항). 병역법 및 군인사법의 위임에 따라 군인의 복무 기타 병영생활에 관한 기본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입법된 군인복무규율(2014. 10. 28. 대통령령 제2407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 의하면, 군인은 위험을 회피함이 없이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할 의무(제7조 제1항), 전쟁 상황에서 ‘전쟁법’을 준수할 의무(제10조의2 제1항), 근무지를 이탈하지 않을 의무(제12조), 상관명령에 복종할 의무(제23조), 국가비상사태 등에는 비상소집에 응할 의무(제26조, 제27조), 내무생활을 할 의무(제29조 제1항) 등 복무상의 각종 의무를 부담할 뿐만 아니라 종교교리 또는 종교생활을 이유로 임무수행에 위배되거나 군의 단결을 저해하는 행위를 하는 것이 금지된다(제32조).
나아가 이러한 의무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군형법(2014. 1. 14. 법률 제122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초병의 수소 이탈에 대해 적전인 경우에는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제28조 제1호), 군인의 근무 태만에 대해 무기 또는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제35조 제3호), 항명에 대해 적전인 경우에는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제44조 제1호), 무단이탈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제79조) 정하고 있다.
또한 병역법은, 현역입영 대상자를 위한 대리입영에 대해 1년 이상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제88조 제2항), 징병검사나 신체검사 대상자를 위한 대리수검에 대해 1년 이상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제87조 제1항), 병역기피나 감면을 목적으로 도망하는 등의 행위에 대해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함으로써(제86조) 병역의무를 대신하게 하거나 기피하려는 일체의 시도에 대해 엄벌하고 있다.
이와 같이 현역병인 병역의무자는 대부분 20~30대의 나이에 2년 이상의 상당한 기간 동안 학업을 중단하거나 안정적 직업과 직업훈련의 기회를 포기한 채 병역에 복무하게 됨으로써 작지 않은 경제적 부담을 지게 된다. 또한 상명하복의 엄격한 규율과 열악한 복무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정신적 갈등과 어려움을 겪게 되고, 복무기간 및 예비역 편입기간 중 반복되는 훈련 및 작전환경에서 총기와 폭발물 취급에 따른 각종 사고로 생명·신체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중대한 신체적 위험에 수시로 노출된다. 병역의무의 이행에 수반되는 이 같은 엄중한 신체적·정신적·경제적 부담과 위험으로 인해 국가에 대한 충성심, 사회공동체에 대한 책임감 등에도 불구하고 현역병인 병역의무자로서는 기회만 있다면 그 의무이행을 면제받고 싶은 욕구를 가지게 될 것이다. 이는 인간으로서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감정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병역법은 병역의무를 어떠한 경우에도 대체불가능한 의무로 규정해 놓았다.
(라) 또한 군형법은 군복무상의 임무수행과 의무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형사처벌을 규정하면서 그 법정형의 정도를 국가적 목적이나 공익과 관련된 다른 어떠한 형사범죄에 비하더라도 중하게 정하고 있다. 현재의 국방력 유지를 위해 필요한 병력 수요, 군사전략이나 무기기술의 수준이 그대로 유지되는 이상 현역병으로 입영할 병역의무자 중 어느 1인에 대한 병역면제는 필히 다른 병역의무자에 의한 병역의무의 대체와 분담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적군이 침략할 때에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군인으로서는 당연히 총포를 들고 적군에 맞서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험을 감수하면서 전투행위를 하여야 하고, 자신만 뒷전으로 물러나 다른 사람을 대신 전선으로 내보낼 수는 없다. 이 점이 병역의무가 다른 국가적 의무는 물론, 모든 공익적 의무와는 구별되는 점이요, 그 부담과 이행과정에 대해 헌법적 정당성을 부여하고 엄격한 기준에 의한 형평성을 요구하고 있는 이유이다.
현역병으로 입영하여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이러한 각종의 신체적·정신적·경제적 부담과 위험을 회피할 목적으로 국적을 이탈하거나 자해를 하거나 또는 관련 서류를 조작하는 등 병역기피의 극단적인 수단까지를 동원한 탈법·불법행위가 사회적·경제적 지위의 높고 낮음을 불문하고 지금까지도 우리 주변에서 수시로 자행되고 있음이 주지의 사실이다.
이 사건 처벌규정이 국가적 의무 위반에 대한 가장 강력한 제재수단인 형벌, 그중에서도 오로지 징역형만을 법정형으로 둔 채 ‘정당한 사유’가 없는 병역기피 행위를 사회적으로 비난가능성이 큰 위법행위로 간주하여 엄하게 처벌해 온 당위성도 바로 여기에 있다(위 대법원 2005도4083 판결 등 참조). 병역법이 병역기피자에 대해서는 국가기관 등에의 취업 및 각종 관허사업을 제한(제76조 제1항, 제2항)하는 등 행정적 불이익까지 가하도록 정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마) 다수의견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형사처벌 등 제재를 가하여 병역의무 이행을 강제하는 것 자체를 기본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으로서 위헌·위법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사건 처벌규정에 기한 형사처벌로 인해 신앙이나 종교적 신념을 포기한 사례 등이 드러나 있지 않는 사정을 감안하면, 형사처벌을 받거나 향후 이를 받을 것을 예상하여 애초에 진정한 양심에 기해 형성·유지하던 병역거부에 관한 의사결정을 포기한 사람이 있었는지 여부와 그 규모, 더 나아가 양심에 기한 병역거부를 하려는 사람에 대해 과연 어느 정도 중한 형사처벌이 가해졌을 때 병역거부에 관한 진정한 양심을 포기하게 됨으로써 그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에 이르게 될 수 있는지 등에 관하여 구체적 증거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위와 같은 다수의견의 주장은 그 자체로 논리적 비약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통념이나 건전한 상식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바) 이러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도 위 ‘정당한 사유’에 포섭될 수 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포기하고 이를 허용한다면, 그동안 형사처벌을 포함한 의무강제수단에 따르는 각종의 불이익에 압도되어 병역기피를 결행하지 못하고 기회만을 노리던 적지 않은 병역의무자들로 하여금 양심상의 사유 등을 주장하면서 입영을 거부하게 만드는 우려스러운 상황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특히 병역의무의 이행에 수반되는 각종 위험 또는 부담과의 등가성이 확보된 대체복무제 등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러한 상황은 더욱 심각한 것이 될 수 있고, 자칫 병역부담평등의 원칙에 입각하여 그동안 탄탄하게 유지되어 오던 병무행정의 근간을 하루아침에 허무는 결과가 초래될 위험성이 있다. 이는 또한 병역의무 이행을 국가와 사회에 대한 봉사와 희생으로 알고 명예롭게 여기면서 성실하게 임무를 수행 중인 국군 전체의 사기에 악영향을 미침으로써 전반적인 국토방위의 태세를 약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로 인해 남·북한이 무력으로 대치하고 주변 강대국들로부터의 끊임없는 군사적 압박이 지속되는 안보적 위기 상황 속에서도 국방과 병역에 대한 규범적·제도적 신뢰를 토대로 유지되어 온 안전과 평화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순식간에 불신으로 바뀌게 될지 모른다. 국가안보에 대한 불안이 상존하는 상황에서는 지속 가능한 안전과 평화를 기초로 하여서만 가능할 수 있는 기본적 인권 보장의 헌법적 가치 실현은 요원해 질 것이다.
(사) 다수의견이 양심적 병역거부의 인정에도 불구하고 안보 태세에 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추측하면서 그 근거로 들고 있는 사실, 즉 현재까지 양심을 이유로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려 한 병역의무자의 수가 매년 평균 600여 명 정도에 불과하여 전체 병역의무자의 숫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수로 남은 채 폭증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이 사건 처벌규정에 의한 형사처벌 및 추가적인 각종 제재수단이 병역의무의 이행에 비하여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여 위법행위의 유혹에 대한 강력한 위협으로서 병역기피범죄에 대한 억제 효과를 발휘한 데에 따른 결과였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3) 양심적 병역거부의 인정과 규범적 혼란
(가) 다수의견은, 다수결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사회적 소수자인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보호하는 것이 이들에 대한 관용, 포용을 주된 가치로 하는 자유민주주의의 헌법적 이념에 부합하는 것이고 이를 허용하더라도 국가안보나 국토방위의 실현에 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하면서, 대체복무제가 도입되기도 전이라도 ‘정당한 사유’의 해석을 통해 일정한 요건을 갖춘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서는 이 사건 처벌규정에 기한 형사처벌의 면제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나) 그러나 앞서 인용한 여론조사결과 등에 비추어 보면, 우리 국민 대부분이 여전히 종교적 교리에 기초한 양심적 병역거부의 사회적 수용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갖고 있고,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여 이들을 구제하려는 시도에 대해서조차 부정적 인식을 하고 있다고 보인다. 이는 단순히 병역법 등 제도나 법질서의 산물만은 아니다. 종교적 이념과 세속적 가치가 생활 속에서 조화를 이루도록 노력하고 특정 종교의 이념에 전적으로 지배되지 않는 종교적 다양성을 유지해 온 우리의 역사적·종교적·문화적 전통, 여느 국가와는 구별되는 우리나라만의 안보 현실 및 국민개병제, 징병제 아래 병역의무의 분담이나 이행을 국민적 희생과 기여로 바라보는 우리 국가공동체 구성원들의 사고와 인식 또는 고유한 가치관 때문이라는 점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다.
이처럼 최근까지 사회적 문제로 수시로 논란의 대상이 되었음에도 병역의무자 본인뿐만 아니라 사회구성원 대부분에게 양심적 병역거부는 이 사건 처벌규정의 ‘정당한 사유’에 결코 포섭될 수 없는 명백한 위법행위로 인식되었다.
이러한 배경과 현실을 외면하고 행위의 반가치성, 위법성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역할을 하는 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위 ‘정당한 사유’에 포섭된다고 보아 그에 대한 형사처벌을 포기한다면 그로 인한 부작용과 사회적 파장은 결코 해당 사건에만 그치지 않는다. 양심을 이유로 한 병역거부 행위가 합법성과 정당성을 갖게 되고, 이러한 비범죄화를 기화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부분이 ‘여호와의 증인’ 등 특정 종파의 비교적 소수에 불과한 신도로 국한되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병역의무를 면제받기 위하여 해당 종교로 개종하는 사람이 나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선교를 통한 교리의 전파를 신앙생활의 핵심으로 여기는 기독교의 이념에 비추어 본다면 이러한 추론은 결코 비현실적인 것이 아니다. 더 나아가 자신의 종교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이는 교리에 따르면 반드시 병역거부가 요구되는 것은 아님에도 대부분의 종교가 내포하고 있는 평화주의, 생명존중의 사상을 이유로 또는 구체적인 종교와 관계없이 기존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과 같은 맥락에서 자신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이유로 병역거부를 정당화하고자 하는 사람 역시 그 수가 대폭 증가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실례로 독일의 경우, 징병제 아래에서 대체복무제의 도입을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가 합법화 된 직후에는 그 수가 불과 수백 명에 불과하였으나, 그 후 모병제로 전환하기 직전 해인 2010년까지 그 수가 크게 증가하여 많게는 연간 약 130,000명에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처한 안보 현실과의 유사성을 근거로 양심적 병역거부의 합법화에 대한 성공적 사례로 인용되는 대만의 경우도, 대체복무제가 도입된 해의 이듬해인 2001년부터 2017년 사이 대체복무자 수는 적게는 10,000명에서 많게는 26,000여 명에 이르고 있는데, 그 기간 동안 종교를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대체복무자 수는 불과 수십 명에 불과하다. 이러한 통계수치가 가지는 의미와 내용은 국가별 병역제도의 구체적 내용과 역사적·종교적·문화적 특수성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기는 하지만, 양심적 병역거부를 합법화한 후 특정 종교와 관계없이 대체복무자 수가 크게 증가한 사실만큼은 명백히 확인된다.
(다) 우리 헌법은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면서(제11조 제1항 후문),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를 부인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국가가 이를 창설할 수 없음(제11조 제2항)을 선언하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추구한다는 평화주의, 생명존중 사상이 우리의 헌법적 가치에도 부합하는 것이라면 특정 종교나 종파를 불문하고 가급적 더 많은 사회구성원들로 하여금 이를 향유하고 주장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리하여 종국적으로 모든 병역의무자들의 양심 등을 이유로 한 병역거부를 다 받아 주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될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고 이러한 헌법적 가치를 토대로 한 사회적 배려와 보호를 특수한 종교적 교리에 따른 일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만 국한시킨다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형사처벌의 면제는 결국 특정 종교의 일부 신도들에 대한 편파적인 보호 수단 내지 불공정한 병역상의 특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헌법에서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종교에 기초한 사회적 생활에서의 차별 내지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를 창설하는 위헌적 제도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라) 다수의견의 논리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규범적 정당성, 합법성을 부여함으로써 양심적 병역거부가 더 이상 사회적으로 불리한 처지에 놓인 소수의 특수한 이념이나 신조가 아니라 보편적·일상적인 것이 될 수 있고 되어야 함을 주장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보호받아야 한다는 당위성의 조건으로서 ‘사회적으로 소수자에 불과하여 설령 이를 허용하더라도 병역자원의 고갈 등으로 말미암은 병역제도 운영상의 곤란이나 이를 통한 국가안보와 국토방위의 실현에 대한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전제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음이 명백하다. 다수의견은 그 타당성이 의심되는 치명적인 구성상의 오류를 내포하고 있어, 체계 모순적인 법적·논리적 주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4) 양심적 병역거부와 국방의 의무와의 관계
(가) 다수의견의 논리에서는 간과되고 있거나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기본권 보장과 기본적 의무에 대한 강제 간의 충돌과 긴장 관계가 이 사건의 핵심 내지 본질이다.
(나) 헌법은 전문에서 모든 영역에서의 기회 균등과 함께 자유와 권리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헌법적 이념으로 제시하면서, 법 앞의 평등(제11조 제1항 본문)을 헌법의 기본원칙으로 선언하고 있다. 또한 우리 헌법을 포함해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가 기본권 보장 규범의 모태로 삼고 있는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도 자유란 다른 사람을 해하지 아니하는 한도 내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제4조).
한편 대법원은 과거 종교의 자유가 문제 되는 사건에서, 수혈이라도 하지 않으면 미성년자 환자인 피해자가 사망할 것이라는 위험이 예견 가능한 상황에서 피해자의 생모가 자신의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피해자에 대한 수혈을 거부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정당한 권리가 있다고는 할 수 없고, 이 경우 생모를 유기치사죄로 처벌하는 것이 자유권의 행사인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거나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규정에 위배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하였다(대법원 1980. 9. 24. 선고 79도1387 판결 등 참조). 뿐만 아니라 국가의 고등학교 평준화정책에 따라 자신의 신앙과 무관하게 입학하게 된 학생들을 상대로 특정의 종교교리를 전파하는 종파교육 형태의 종교교육을 실시하는 경우에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법 감정에 비추어 볼 때 용인될 수 있는 한계를 초과한 종교교육이라고 보이는 경우에는 위법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도 하였다(대법원 2010. 4. 22. 선고 2008다3828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한편 헌법재판소는 병역법에서 구체화된 국방의 의무를 이행함에 있어서 그 의무자의 기본권이 여러 가지 면에서 제약을 받게 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헌법상의 국방의 의무의 규정에 의하여 이미 예정되어 있는 것으로서, 국가나 공익목적을 위하여 개인이 특별한 희생을 하는 것이 아님을 반복적으로 확인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1999. 12. 23. 선고 98헌마363 전원재판부 결정, 위 헌법재판소 2006헌마328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그런데 앞서의 논의에서 명백히 드러난 바와 같이, 이 사건 양심적 병역거부의 문제는 전자의 ‘수혈거부’ 사건에서처럼 대다수의 사회구성원들과는 직접 관련 없는 특정 개인이나 극히 소수에 불과한 집단 구성원의 종교적 자유가 다른 기본권이나 개인적 법익과 충돌하는 국면에서 국가가 어느 한 쪽의 편을 들어 개입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후자의 ‘종립학교’ 사건에서처럼 교육 등 특수한 공익적·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가가 그 목표와 관련된 소수의 사람들의 자유로운 종교 활동에 개입하여 그들의 종교적 신념이나 신조에 반하는 의무를 부담시키거나 그 이행을 강제하는 상황도 결코 아니다. 이 사건의 본질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기본적 인권 보장의 헌법적 가치를 향유하고 주장할 권리가 있는 국가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헌법상의 규범적 정당성에 따라 병역의무에 대한 부담을 골고루 나누어지고 이를 공정하게 이행함으로써 자기책임을 다하는가의 문제이다.
다수의견이 주장하는 것처럼, 국가공동체를 이념적으로 지배하는 민주적 다수가 자신들이 설정한 특수한 제도와는 대립되는 종교적 교리를 갖는 개인 또는 사회적 소수자에 대해 형사처벌 등을 수단으로 의무이행만을 강제함으로써 다수의 의지를 일방적으로 관철하거나 이들을 특별히 희생시키려는 것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국가가 국가안보 등 중대한 공익적 목적과는 관련 없이 단순히 특정 이념이나 종교를 가진 개인에게 형사처벌 등 제재수단을 동원하여 양심을 간접적으로 표명하도록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이를 포기하거나 변경하도록 강제하는 등 개인이 양심을 보유·유지하는 것, 그 자체에 대하여 부당하게 개입하거나 간섭하는 상황도 결코 아닌 것이다.
(다) 대법원은 헌법적 가치나 공익의 경중 면에서 이 사건 사안에 비해 결코 우월하다고 볼 수 없는 위의 ‘수혈거부’ 사건이나 ‘종립학교’ 사건 등에서조차 이미 종교적 신념에 의해 지배되는 개인이나 법인의 종교의 자유 내지 종교적 양심실현의 자유에는 상당한 제한이 있을 수 있음을 명백히 선언한 바 있다. 이러한 법리에다가 앞서 본 바와 같은 병역의무 이행에 따르는 막중한 부담과 위험, 병역의 대체곤란성, 병역 특례 인정의 최소화 및 투명성 확보에 관한 병역법의 요청, 자유에 따른 책임을 강조하는 헌법적 이념, 정의와 형평의 일반 원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결국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일부 사회구성원들에 대해 병역을 면제해 줄지 여부를 결정할 권한은 이로 인하여 그들이 부담하는 병역의무를 추가로 나누어 부담하게 될 나머지 대다수의 사회구성원들에게 있다고 보아야 한다.
우리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포기하기 위하여는 먼저 대다수 사회구성원들에게서 이를 허용해도 좋다는 명백한 태도 변화를 감지할 수 있어야 함은 물론이고, 국회에서의 입법절차를 통하여 공식적인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은 이러한 헌법적 규범에 따른 것이다.
(5) 진실한 양심에 관한 사법적 심사의 불가능성
(가) 다수의견은, 대체복무제 도입 전이라도 양심적 병역거부의 인정 요건을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지 않고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정도의 절박하고 구체적이며 깊고 확고할 뿐만 아니라 진실한 양심’(이하 ‘진정한 양심’이라 한다)에 기한 경우로 한정하여 법원이 엄격한 심사를 거쳐 이를 가려낸다면, 병역기피만을 목적으로 한 양심적 병역거부의 급증 등 앞서 지적된 여러 문제를 회피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인간의 내심에 있는 양심을 직접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만큼 범죄구성의 요소로서 범의에 대한 증명과 유사하게 사물의 성질상 양심과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진정한 양심’의 존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나아가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인 경우 ‘진정한 양심’ 여부를 판별하기 위한 주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로, 해당 종교의 교리상 양심적 병역거부가 명해지고 있는지 여부, 병역의무자가 해당 종교를 신봉하게 된 동기와 경위, 병역거부자의 신앙기간과 실제 종교활동 및 정식 신도로의 인정 여부, 병역거부자가 교리 일반을 숙지하고 이에 철저히 따르고 있는지 여부 등을 제시하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하여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심과 동일한 양심을 가진 사람들이 이미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실형으로 복역한 사례가 반복된 사정이 적극적 고려요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나) 형사소송법은 증거재판주의와 자유심증주의를 기본원칙으로 하면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되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은 그것이 실체적 진실발견에 적합하기 때문이지 법관의 자의적인 판단을 인용한다는 것은 아니다. 비록 사실의 인정이 사실심의 전권이더라도 범죄사실이 인정되는지는 논리와 경험법칙에 따라야 하고, 충분한 증명력이 있는 증거를 합리적 이유 없이 배척하거나 반대로 객관적인 사실에 명백히 반하는 증거를 근거 없이 채택·사용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서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 또한 범죄의 유무 등을 판단하기 위한 논리적 논증을 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사항에 대한 심리를 다하지도 아니한 채 합리적 의심이 없는 증명의 정도에 이르렀는지에 대한 판단에 섣불리 나아가는 것 역시 실체적 진실발견과 적정한 재판이 이루어지도록 하려는 형사소송법의 근본이념에 배치되는 것으로서 위법하다(대법원 2016. 10. 13. 선고 2015도17869 판결 등 참조).
한편 헌법이 양심의 자유를 통해 보호하고자 하는 양심은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을 말하는 것으로서, 양심 형성의 자유와 양심상 결정의 자유는 내심에 머무르는 한 제한할 수 없고 제한할 필요도 없다는 점에서 이른바 절대적 자유이다(위 대법원 2005도4083 판결 등 참조).
양심의 자유에 관한 위의 법리에 의할 때, 양심적 병역거부에 있어 보호대상이 되어야 할 ‘진정한 양심’은 병역의무의 이행이 강제되는 상황에 직면함으로써 외부로 표출되기 이전에 내심의 영역에서 형성·결정되어 있던 절대적 자유의 대상으로서의 양심이 되어야만 한다. 그런데 이러한 의미의 ‘진정한 양심’은 논리적으로 그 주체의 주관적인 관점에서만 판단될 수밖에 없다. ‘진정한 양심’은 객관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경험칙상 본인조차도 이를 객관적인 증거로 드러내 보임으로써 제3자로 하여금 그 존재 사실을 알게 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따라서 다수의견의 결론을 따라 병역거부에 관한 ‘진정한 양심’을 이 사건 처벌규정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 사유로 볼 수 있다 하더라도, 이는 내심의 영역에만 머물던 것으로서 그 존부에 대해 객관적인 재현이나 증명은 물론, 그 주장에 대해 과학적·합리적인 반증이나 탄핵을 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어렵거나 거의 불가능하다. 이로 인하여 형사사법절차가 예정하는 논리칙, 경험칙에 입각하고 합리성에 기초한 객관적인 증명의 대상으로는 적절치 않은 것이다.
이러한 까닭에 만약 이를 증명함에 있어 위와 같은 구조적·사실적 장애가 존재하고 그러한 장애가 원인이 되어 병역거부에 관한 ‘진정한 양심’의 부존재 사실에 대해 검사가 충분한 증명을 하지 못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법관이 그 증명에 대한 노력의 부족 등을 탓하여 만연히 ‘정당한 사유’의 존재를 인정하여 피고인에 대해 무죄로 판단할 위험이 있다. 한편 다수의견의 법리에 따라 검사의 본격적인 증명에 앞서 ‘진정한 양심’의 존재를 수긍할 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할 책임이 있는 피고인이 같은 사유로 그에 관하여 필요한 소명을 다하지 못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법관이 그의 소명에 관한 노력 부족 등을 지적하면서 ‘정당한 사유’의 존부에 관한 충분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그 부존재를 인정하여 피고인의 병역거부행위를 유죄로 판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경우들은 실체적 진실 발견을 추구하고 적정한 재판을 할 사명을 지닌 법관의 태도가 아님은 물론, 형사소송법의 근본이념에 배치되는 재판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다) 다수의견이 제시한 ‘진정한 양심’의 심사기준 및 방법에 관한 법리는, 범죄구성의 주관적 요소인 범의를 증명하는 방법에 관한 대법원 2017. 1. 12. 선고 2016도15470 판결 등에서 제시된 이른바 ‘간접증명’의 법리를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본래 위 법리는 외부로 드러나는 범죄사실을 결행하려는 내심의 의사인 범의를 피고인이 부인할 경우 그 자체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이유 때문에 이와 상당한 관련성 있다고 인정되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고 이를 통해 범의를 추단하는 방법으로 간접증명 할 수 있음을 밝힌 것이다.
그런데 다수의견이 제시한 위 간접증명의 법리에 의하더라도, 병역거부자의 신앙기간이 상당히 길었고 적극적인 종교활동을 하였다는 간접사실이 증명되었을 때, 이로써 법관이 공정하게 인정할 수 있는 사실이란 기껏해야 ‘병역거부자에게 신앙을 오래 지속하고 적극적인 종교활동을 하려는 내심의 의사가 있었다’는 사실 및 이로써 ‘병역의무자가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좀 더 신앙이 깊을 것이다’라는 사실 정도이다. 이를 넘어서서 보다 깊은 내면적 상태로서 ‘진정한 양심’의 존재까지를 추단하기는 어렵다고 보아야 한다. 다수의견이 기대하는 것처럼 병역의무자가 실제로 ‘진정한 양심’에 기인하여 오랜 기간 신앙생활을 하고 적극적인 종교활동을 한 것일 수도 있지만, 단순히 가족 등 주변 사람의 기대나 관심에 부응하려는 현실적·환경적 동기 또는 외부에 드러나지 않는 지속적인 위력이나 협박 등에 의해 정신적으로 강제된 상태에서 그와 같은 행동을 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병역거부자의 내심에 이러한 후자의 동기가 조금이라도 뒤섞여 있다면 위의 간접사실은 다수의견이 상정하고 있는 절대적이고 순수한 마음의 소리로서 ‘진정한 양심’의 징표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점은 다수의견이 제시한 나머지 간접사실들도 마찬가지여서, 설령 이들 각각을 증명한다고 하더라도 병역거부자의 내심의 상태가 오로지 ‘진정한 양심’에 의해서만 전면적으로 지배되고 있음을 확증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보인다.
다수의견의 논리는, 이 사건에서 다루는 증명대상이 범인의 거동에 의해 비교적 쉽게 겉으로 드러나는 범의와는 달리 인간 행동의 근본 동기를 형성하고 본질적으로 내면에만 머무르는 ‘양심’이라는 특수한 실체라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본래 간접증명에서 최종적 증명대상으로 삼는 범의는 확정적인 것뿐만 아니라 미필적인 것까지도 포함하며(위 대법원 2016도15470 판결 등 참조), 범죄사실에 대한 인식과 의사로서, 그 대상이 되는 객관적으로 드러난 특정 범죄사실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이를 인정하기 위해 필요한 간접사실의 범위나 이를 통한 증명에의 성공 여부는 해당 특정 범죄사실과의 관련성 등을 통해 비교적 쉽게 판단될 수 있다. 그러나 양심은 그렇지 않다. 특히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정도의 엄격한 요건을 갖춘 ‘진정한 양심’, 즉 개인의 생각과 행동 전체를 지배하면서 그에 따르지 않을 경우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에 이르게 될 정도로 깊고 분명한 실체를 지닌 것으로서, 유동적이거나 가변적이지 않다는 의미에서 확고할 뿐만 아니라, 거짓이 없고 상황에 따라 타협적이거나 전략적이지 않은 진실된 양심은, 범의와는 달리 결코 미필적인 수준에서 인정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 그에 따라 재판절차를 통해 이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간접사실이 아무리 많이 수집·축적되더라도 이를 신뢰성 있게 추단해 내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에 가깝거나 대단히 곤란하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러한 까닭에 위 간접증명의 법리를 ‘진정한 양심’에 관한 증명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보는 다수의견의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
(라) 다수의견은 종교적 동기 외의 윤리적·도덕적·철학적 또는 이와 유사한 동기에 기한 양심적 병역거부가 허용될 수 있다고 보면서도, 진정한 양심을 식별하기 위한 구체적인 심사기준으로는 종교 활동과 관련된 것만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특정 종교적 이념이나 교리에 입각하여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병역의무자에 있어서조차 그 양심의 진정성을 판별하는 것이 곤란하다면, 지극히 개인적·주관적인 양심의 형성 과정을 추적하여 비종교적 양심을 빙자한 병역기피자를 재판절차에서 가려내는 것은 더욱 어렵고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인다.
더욱이 헌법상 양심의 자유에 의해 보호되는 양심은 시대적·문화적 맥락에 따라 전혀 달리 취급되기도 하고 개인에 있어서도 고정불변이 아니라 변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종교생활 등 기간의 장단이 양심의 진정성을 판단하는 절대적인 기준이라고 볼 수도 없다. 만약 특정한 경험으로부터 양심이 형성되거나 양심상의 결정을 한 시기가 병역거부의 의사를 표시한 때로부터 시간적으로 근접해 있다면, 양심형성의 인과관계나 진정성 등에 관하여 파악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를 얻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 의문이다.
기록에 의하면, 진정인 공소외 1 등의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에 대한 개인통보사건의 진정인들 중, 공소외 2(2.35항)는 입영통지를 받기 8일 전에, 공소외 3(2.45항)은 입영통지를 받기 5개월 전에, 공소외 4(2.32항)는 입영통지를 받기 8개월 전에 각 침례를 받아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위 진정인들은 침례를 받음으로써 다수의견이 주장하는 것처럼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하여 널리 알려진 종파에 속하는 신도라는 사실은 확인되었다. 그러나 각각의 입영통지를 받은 시점과 대비해 볼 때, 이러한 사실만으로 위 진정인들의 병역거부에 관한 진정한 양심이 소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앞서의 의문이 근거 없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특히 전투가 벌어지는 현장에서 전쟁의 참혹한 현실을 보고 갑자기 생명존중과 평화주의에 기반해 양심상의 결정을 하고 이를 이유로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단순히 가족이나 친지 등의 권유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교리로 삼는 특정 종교에 귀의하여, 다수의견이 지적하는 정도의 ‘진정한 양심’에 이르지 못한 채로 종교활동을 하다가 징병검사결과 현역입영의 처분을 받게 될 상황에 이르러, 그때까지 계속해 왔던 종교생활에 관한 외형적 증거에 편승하여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제3자가 병역거부자의 이러한 결정의 바탕이 되는 양심형성의 인과관계나 진지성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마) 병역거부와 관련된 진정한 양심의 존부에 대한 심사기준 및 판정 방법 내지 절차에 내재한 이상의 문제점을 종합해 본다면, 그 심사기준 및 방법이란 어떠한 경우에도 형사소송법이 지향하는 실체적 진실 발견에 부합한다고 평가될 정도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진정한 양심’을 확인하기에 충분하고도 완전한 기준이 되기는 어렵거나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따라서 그 심사기준 및 방법은 양심적 병역거부의 규범적·제도적 수용 여부 및 정도에 대한 사회구성원들의 인식과 반응,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직·간접적인 병력형성의무의 면제로 인해 초래될 병력자원의 부족 및 대체 가능성, 국군의 사기 및 국가안보와 국토방위에 미칠 부정적 영향 등에 대한 정책적 고려까지도 모두 감안된 타협적이고 의제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위와 같은 특수한 심사기준이나 방법이 없는 상태에서 병역거부와 관련된 ‘진정한 양심’을 심사하는 것은 실체적 진실 발견을 사명으로 하는 법관으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임무이다. 다수의견은 이 점을 간과하고 있다.
한편 병역거부와 관련된 ‘진정한 양심’을 재판과정에서 정확히 가려낼 신뢰성 있는 심사기준 및 방법이 없다는 것은, 결국 다수의견이 주장하는 바에 의할 때 1차로 소명할 책임을 부담하는 병역거부자가 법원의 절차진행 결과를 제대로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방어권 행사에 상당한 불이익이 있을 수밖에 없다. 특정 종파에 속하지는 않지만 오랜 기간의 성찰과 고민을 통해 병역거부에 관한 ‘진정한 양심’을 형성한 병역거부자가 이를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장기간 특정 종파의 신도였다는 사실이 유력한 증거로 작용함으로써 ‘진정한 양심’의 존부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음에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인정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결과가 재판에 대한 국민적 신뢰에 미칠 악영향은 분명하다.
이러한 심사기준 및 방법을 도출하는 것은 여론을 수렴하고 이를 토대로 중대한 국가적 정책을 형성할 재량을 가진 국회에 남겨진 몫이다. 또한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하여 ‘진정한 양심’ 여부에 관한 1차적 심사도 향후 도입될 대체복무제의 운영 등과 관련하여 전문성을 갖춘 독립 위원회가 맡도록 함이 합당하다.
(6) 대체복무제 입법과의 불일치 또는 혼란
(가) 헌법재판소는 2011헌바379 등 전원재판부 결정에서 국회에 대해 2019. 12. 31.경까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해 병역의무와 등가성을 갖춘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개선입법을 할 것을 촉구하였다. 그러나 다수의견은 양심적 병역거부의 허용 여부와 대체복무제의 도입 여부는 논리필연적 관계가 없는 별개의 문제로 보고 있다.
(나)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의 도입에 관하여 국회에서 발의된 의안 중 대표적인 사례로 보이는 2016. 11. 15. 무렵의 병역법 일부개정 법률안(의안번호 3582)에 의하면, 현행 병역법의 병역종류조항(제5조)을 개정하여 병역의 일종인 보충역에 ‘대체복무요원’을 추가하면서 ‘사회복무요원’의 복무에 관한 규정(제33조) 이하에 대체복무요원과 관련된 신설 규정을 두고, 그에 관한 업무를 병무청장이 주도하거나 관여하도록 정하고 있다. 또한 대체복무요원의 복무분야를 ‘아동·노인·장애인·여성 등의 보호·치료·요양·훈련·자활·상담·사회복지 관련 업무’ 또는 ‘소방·의료·재난·구호 등의 공익 관련 업무’로 한정하면서 대인용 무기를 소지한 상태에서 수행하여야 하는 업무 등에는 복무하게 할 수 없도록 하고, 그 복무기간을 병역의무 기간의 1.5배로 정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 입법 논의 중인 대체복무제의 복무내용은 앞에서 살펴본 병역의무와는 크게 구별되는 순수한 민간 영역에서의 사회봉사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서, 그 복무기간도 병역의무기간에 비해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논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병역부담평등의 원칙을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현역병 등의 병역의무와 복무의 강도 면에서 등가성이 확보되는 내용으로 대체복무제가 마련될 수 있을지는 그 추이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물론 현역병 등의 병역의무와 등가성을 확보한다는 명목 아래 대체복무요원의 복무기간을 현역병에 비해 훨씬 길게 하여 양심을 가장한 병역기피자가 대체복무를 신청할 가능성을 줄일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체복무의 내용이 지나치게 무거우면, 반대로 이는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거나 형평에 어긋난다는 또 다른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한편 이 사건 피고인을 포함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은 그 교리상 직·간접의 병력형성과 군 작전명령에 대한 복종·협력뿐만 아니라, 군사훈련 및 군사업무지원을 거부하고, 군과 관련된 조직의 지휘를 받거나 감독을 받는 민간영역에서의 복무도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위 법률안에서는 대체복무제를 병역법상의 병역과 관련된 제도의 일종으로 취급하여 국방부장관의 소관 업무로 하고, 병무행정을 담당하는 병무청장이 그 운영 및 관리에 개입하도록 하고 있다. 만일 위와 같은 내용으로 대체복무제가 도입된 후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이러한 점을 문제 삼아 다시 양심상 결정을 이유로 대체복무마저도 거부한다면 ‘대체복무기피죄’로서 지금과 같이 형사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된다.
(다) 이처럼 병역의무와의 등가성이 확보된 대체복무의 세부 내용 및 그 의무이행의 절차를 정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까다로운 일이다. 이를 정함에 있어서는 병역의무와 대체복무 각각의 부담에 관한 국회 차원에서의 일반적·추상적인 수준에서의 비교형량을 통한 판단만으로는 부족하고, 사회적 여론 수렴의 결과를 토대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조정하는 동시에 현실적이고 공정한 내용이 될 수 있도록 상당한 기간 연구와 검토가 필요하다. 만약 충분한 논의와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대체복무제가 시행된다면 사회통합을 해하고 또 다른 갈등과 대립을 유발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단순히 관용과 포용의 정도가 성숙하였다는 전제에서 해결될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아직 대략적인 윤곽만 확인되고 그마저도 여러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보이는 대체복무제 입법안의 논의 내용과 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채, 다수의견의 논리대로 대체복무제의 도입 여부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처벌 여부는 별개라는 인식 아래 대체복무제 도입에 선행하여 이 사건 처벌규정의 ‘정당한 사유’에 양심적 병역거부의 사유가 포섭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다수의견의 결론에 따라 이 사건 피고인의 ‘진정한 양심’을 보호하기 위해 원심을 파기하고 향후 피고인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더라도, 입법을 통해 대체복무제가 실제로 도입되었을 때 그 내용과 요건, 판단 기준 등에 따라서는 피고인에 대해 다시 대체복무기피죄로 처벌하게 되는 등 형사사법절차상의 혼란이 발생될 위험이 없지 않다.
 
마.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된 국내외 상황
(1) 국내의 규범적 상황
(가)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종전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비교적 최근까지도 일관되게 양심적 병역거부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됨을 밝혀 왔다.
(나)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 국가인권위원회, 법무부 등 유관기관의 입장도 이러한 대법원의 법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인다.
먼저 헌법재판소는 종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은 직후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쟁점을 다룬 위 2002헌가1 전원재판부 결정에서, 헌법 제19조의 양심의 자유는 개인에게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할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정면으로 부정하였다. 또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규정의 위헌 여부 내지 처벌의 필요성은 입법자에 의한 대체복무제의 도입 여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하면서, 이는 기본적으로는 입법자가 해결하여야 할 과제임을 명백히 함으로써 종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에 부합하는 입장을 보였다. 특히 다수의견과는 달리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이 사건 처벌규정상의 예외 인정의 문제, 즉 ‘정당한 사유’에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의 사유가 포함되는지 여부는 입법자에 의한 대체복무제의 도입이라는 상황 변화와 긴밀한 관련이 있고 위 제도의 도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는 최근 병역법 제5조 제1항의 병역종류조항에 관해 헌법불합치를 선언한 위 헌법재판소 2011헌바379 등 전원재판부 결정에 이르기까지 헌법재판소가 일관되게 유지하는 입장이기도 하다.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입장은 국가인권위원회, 법무부 등 유관기관에도 그대로 이어져 위 기관들도 일관되게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의 조속한 도입을 촉구하고 있을 뿐, 그 도입과는 무관하게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포기할 것까지 주장하고 있지는 않다고 보인다.
(다) 이 사건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도 기본적으로는 병역의무와 등가성을 갖춘 대체복무제가 도입됨을 전제로 그 위헌성 내지 부당함을 다투는 취지라는 점에서 앞서의 논의로부터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라) 이처럼 각계각층으로부터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의 신속한 입법적 도입 촉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국회에서는 종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은 후부터 최근까지 적어도 10여 회 이상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의 도입을 주된 내용으로 한 병역법개정안이 발의되었으나 아직 그에 관한 뚜렷한 논의의 진전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헌법상 대의기관으로서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을 갖고 그 동안 양심적 병역거부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루어왔던 국회조차도 아직 국가공동체 차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합법성과 정당성을 부여할지 여부, 대체복무제 도입이 국가안보 등에 미치는 영향, 대체복무의 구체적인 내용 등 핵심적 사항에 관한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점에 대한 확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아직 우리 사회의 통념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병역의무를 면제해 주는 대신 이를 대체할 수단을 마련하는 데에 이르지 못하였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처벌규정의 ‘정당한 사유’에 양심적 병역거부의 사유가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다수의견의 결론은 우리 사회평균인의 건전한 상식에 따른 합리적인 판단과는 괴리된 것이라 보지 않을 수 없다.
한편 국회 내에서 지난 수개월 사이에 새로이 여러 건의 개정안 발의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졌음은 주목할 만한 변화라고 볼 여지가 없지 않다. 그러나 이는 헌법재판소의 위 2011헌바379 등 전원재판부 결정 직후 국회가 후속 조치 마련을 위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데에 따른 것이다. 즉 국회가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를 좇아 입법기관으로서 그 자신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선 것이다.
(마) 단순히 병역법이 제정된 이래 이 사건 처벌규정에 근거하여 처벌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누적 인원이 14,000여 명에 육박한다는 상고이유에서의 지적이 형사처벌 여부에 대한 판례 변화의 필요성을 판단할 때 중요하게 참작할 요소라고 볼 수는 없다. 이는 아직 합법성, 정당성이 인정될 수 없는 법 위반행위가 지속됨으로써 그 수가 늘어난 데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일 뿐이다. 여기서 핵심적인 문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이 사건 처벌규정의 규범적 정당성 여부, 즉 양심적 병역거부 주장의 합법성 여부를 가늠할 만한 사회통념이나 사회평균인의 건전한 상식에 따른 합리적 판단에 있어서의 명백한 여건 변화 여부이다. 그러나 최근까지 국내에서 전개된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해 보더라도, 아직 종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를 변경해야 할 만한 국내에서의 명백한 여건 변화가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2) 국제 규범적 상황
(가) 피고인은 자유권규약 제18조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이 있음을 전제로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위 규정에서 파생되는 권리라고 주장한다.
(나) 그러나 자유권규약 제18조는 물론, 자유권규약의 다른 어느 조문에서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함으로써 이를 기본적 인권의 하나로 명시하고 있지 않다. 자유권규약 제8조의 문언 등에 비추어 볼 때 자유권규약은 가입국으로 하여금 양심적 병역거부를 반드시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도 않다. 단순히 대체복무제를 두지 아니하였다 하여 자유권규약 위반으로 평가할 수는 없을 뿐만 아니라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병역의무 면제나 대체복무의 기회를 부여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처벌규정을 근거로 처벌한다 하여 자유권규약에 반한다고 해석되지는 아니한다(위 대법원 2007도7941 판결, 위 헌법재판소 2008헌가22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또한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가 그와 관련된 권고안을 제시하였다 하더라도 이것이 어떠한 법률적 구속력을 갖는다고 볼 수도 없다(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4도7972 판결 등 참조).
나아가 특정 국가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형사처벌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단지 상당수의 다른 나라에서 징병제도를 폐지하거나 대체복무제를 두고 있다는 일부 피상적인 현실에만 기반하여 외국과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을 평면적·추상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라는 막중한 국가적 과제가 갖는 의미나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적절한 태도가 아니다. 반대로 이와 관련하여서는 개별 국가의 역사와 안보환경, 사회적 계층 구조, 정치적, 문화적, 종교적 또는 철학적 가치 등 국가별로 상이하고도 다양한 여러 요소에 기반한 국내에서의 정책적 선택이 더욱 존중되어야 함이 당연하다(위 대법원 2007도7941 판결 등 참조).
한편 기록에 의하면, 앞서 살펴본 자유권규약 관련 진정인 공소외 1 등에 관한 사건에서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가 진정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취지의 견해를 표명하게 된 주된 논거는 자유권규약 제18조에 기해 진정인들에게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인정된다는 점이라고 보인다.
그러나 위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견해가 국내에서는 규범력을 인정받기 어려운 것일 뿐만 아니라 그 판단의 핵심 근거 중의 하나가 종래 대법원은 물론, 헌법재판소 판결례에서 일관되게 부인해 온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권’이어서 국내의 규범체계와는 정합성이 떨어지는 논리이다. 따라서 이를 중요하게 참작할 만한 국제 규범적 상황 변화의 증거로 볼 수 없다.
(다) 기록에 나타난 유엔인권위원회 및 유엔인권이사회에서의 회원국에 대한 결의 내용,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의 우리나라에 관한 조사보고서 결과, 유럽연합의회가 채택한 유럽연합기본권헌장의 취지, 유럽인권협약에 관한 해석에 기초한 유럽인권법원의 회원국 관련 사건에서의 판례 취지 등 피고인이 상고이유에서 같은 취지로 인용하고 있는 사유들도 모두 우리나라의 규범적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내용들로서 이와 달리 판단되지는 않는다.
(3) 우리의 국가안보 현실
(가) 다수의견은 현재 상황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다고 하여 국가안보나 국토방위를 달성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나) 대법원은, 북한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 남·북한 관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적화통일노선을 고수하면서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자 획책하는 반국가단체로서의 성격도 아울러 가지고 있음을 명확히 하였다(대법원 2010. 12. 9. 선고 2007도10121 판결, 대법원 2015. 4. 9. 선고 2015도1003 판결 등 참조). 헌법재판소도, 우리나라와 북한은 휴전 상태에서 여전히 군사적·정치적으로 대치하고 있고, 북한은 현재까지도 우리나라에 대해 적대적 태도를 가지고 핵무기 개발 등 각종 도발을 계속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특수한 긴장상황에서 국가의 존립과 안전, 대한민국의 헌법질서를 위태롭게 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사전적으로 방지할 필요성은 매우 크다고 보았다(헌법재판소 2018. 3. 29. 선고 2016헌바361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이러한 판단은 군사적·정치적 대치상태에 있는 분단국가라는 우리나라가 처한 안보 현실을 직시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더욱이 올해 초까지도 계속된 한반도의 위기상황은 주변국의 정치·외교·안보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 국지적으로 우발적인 군사 충돌의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고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도 오늘날 우리나라가 처한 정도의 급박한 안보현실에 직면한 국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우리나라는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 국가들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특수성 속에서 다른 국가와의 군사적·정치적 유대를 토대로 한 집단적 안보체제를 구축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몹시 어려운 상황이다. 이로 인하여 군비 면에서 지속적인 재정적 투자를 함으로써 질적 수준을 유지함은 물론, 병력면에서도 우방국의 지원 없이 단독으로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로 일정 규모를 유지하는 것이 국가안보와 국토방위 실현의 관건이다.
우리가 처한 이와 같은 특수한 지정학적인 안보 여건은 일찍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제도적으로 받아들였던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노르웨이, 네덜란드, 캐나다 등이 처한 안보 환경, 즉 기독교적 전통을 공유하는 동시에 지리적·정치이념적·문화적 환경의 동질유사성을 토대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라는 강력한 집단적 안보체제를 구축함으로써 개별 국가 차원에서의 군비 및 병력 형성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었던 대부분의 서구사회 국가들의 그것과는 크게 구별되는 점이라 할 수 있다. 오히려 우리의 안보 상황은 냉전체제의 붕괴와 함께 동구권의 집단적 안보체제인 ‘바르샤바조약기구(WTO)’의 해체와 더불어 서구사회 및 중국 등과의 대결 구도 아래에서 독자적인 군사기반을 확충해야 할 부담을 지닌 러시아 또는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제국주의에 의한 식민지 침략을 경험하고 독립 후에는 지정학적으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강대국에 둘러싸인 불리한 환경 속에서 자주적 국방력을 확보할 필요성이 큰 싱가포르의 그것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러시아는 기독교 종파 중의 하나인 ‘러시아 정교회’의 탄생지로서 오랜 기간 서구사회에 마찬가지로 강력한 기독교적 전통 아래 있던 국가였음에도 군사적 성격을 포함한 대체복무제를 운영함으로써 양심적 병역거부를 불완전하게 수용하고 있고, 싱가포르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아직까지도 이를 수용하고 있지 않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 및 안보 상황이 시시각각으로 급변하고 향후 그 전개 양상이 예측불허인 이른바 ‘안보상의 과도기’야말로 그 어떤 시기보다도 헌법에 기한 법치주의적 질서를 확고히 하고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를 위한 태세를 더욱 굳건히 하여야할 때라는 것이, 일본 제국주의자들에 의한 한반도 침탈과 6·25전쟁의 민족적 참극을 경험한 우리의 역사가 여실히 웅변하고 있다.
(다) 이러한 한반도의 특수한 안보상황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와는 안보 환경이 판이하게 다른 외국의 사례를 들어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그에 대한 형사처벌을 면제하려고 한다거나, 추상적인 수준에서 과거의 안보 상황과 대비해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고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는 섣부른 판단 아래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병역의무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오히려 우리나라의 특수한 안보상황을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양심이라는 주관적인 사유로 병역의무의 예외를 인정할 경우, 국민들 사이에 이념적인 대립과 갈등을 심화하고, 자주적인 방위능력을 약화시킴으로써 우리나라의 안보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있을 뿐이다.
(라)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하더라도 국가안보 등에 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다수의견은, 우리나라의 특수한 안보현실을 충분히 감안하지 못한 것으로서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고 법질서를 유지함으로써 국가공동체를 보전하여야 할 대법원의 책무와도 부합하지 않는다.
 
바.  결론
이 사건 처벌규정의 ‘정당한 사유’의 의미에 관한 대법원의 종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확인된 법리는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옳다. 기존 법리는 반대의견이 앞에서 취한 위 ‘정당한 사유’에 관한 법리적 논증과 완전히 합치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후로 현재까지 기존 법리에 따른 위 ‘정당한 사유’의 포섭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변경을 하여야 할 만한 명백한 규범적·현실적 변화도 없다고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법리를 변경하는 다수의견의 견해는, 법적 안정성이라는 중대한 사법적 가치를 손상하고, 자칫 병역의무 이행상의 과도한 특혜를 부여하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병역법의 입법 목적을 근본적으로 훼손시킬 뿐만 아니라, 병역의무 부담의 형평성에 대한 규범적 요청 및 국민의 기대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으로 인식되어 갈등과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또한 사법권의 한계를 벗어나 입법정책의 영역에서 사실상 입법자의 권한을 행사한다는 오해와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설령 양심적 병역거부자 등 일부 병역의무자들에 대한 병역법의 예외 없는 적용에 다소간의 불합리하거나 가혹한 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국회의 입법 절차를 통해 시정해 나갈 일이지, 법원이 병역법의 규정을 그 목적이나 기능에 어긋나게 해석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이러한 결론은 앞에서부터 누누이 강조한 바와 같이 법관의 법률해석과 사법권 행사에서 당연하게 지켜야 할 기본 원칙과 책무에 따른 것이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이 사건 처벌규정의 ‘정당한 사유’의 의미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그러므로 피고인의 상고는 기각되어야 한다.
이상의 이유로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취지를 밝힌다.
 
9.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조재연, 대법관 민유숙의 보충의견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다수의견의 논거를 보충하고 반대의견의 비판에 관하여 몇 가지 의견을 밝히고자 한다.
 
가.  반대의견은, 다수의견이 양심적 병역거부가 국방의 의무라는 헌법적 법익보다 언제나 더 우위에 있다는 전제 아래 근거 없이 소극적 부작위로 실현된 양심의 자유가 다른 모든 가치에 대하여 절대적 우월성이 있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함으로써 하루아침에 입장을 바꾸어 종전 판결들을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훼손한 판결이라고 폄훼한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이것은 다수의견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다수의견은 양심의 자유가 다른 헌법적 가치보다 일방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밝혔고, 종전 판례를 존중하면서 그 법리를 토대로 새로운 여러 사정을 들어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가 아니라는 종전 판례가 변경되어야 한다는 취지를 밝혔다.
다수의견은 양심실현의 자유가 외부적 자유이거나 상대적 권리라는 이유만으로 쉽게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소극적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는 양심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에 해당하는 내면적 양심의 자유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므로, 그 제한이 필요한 경우에도 헌법상 기본권제한의 원칙들을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러한 전제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의 현황, 처벌의 정도 등에 비추어,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하여 형사처벌을 하지 않더라도 국가안전보장과 국토방위를 달성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고 본다. 그런데도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집총과 군사훈련을 포함한 병역의무의 이행을 강제하고 불이행할 경우 이들을 군대도 사회도 아닌 교도소로 보내는 조치를 계속한다면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의 이념을 함께 고려하면 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나.  반대의견은,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는 대체복무제 입법으로 해결할 문제이므로 향후 입법을 지켜볼 필요가 있고, 다수의견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되더라도 입법으로 대체복무제가 도입되었을 때 그 내용, 요건과 판단 기준 등에 따라서는 다시 대체복무기피죄로 처벌을 받을 수도 있게 되는 등 형사사법절차상 혼란이 발생할 위험이 없지 않다고 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형사처벌과 대체복무제의 관계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이 상반된 주장들이 있다. 하나는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정당성이 없고 대체복무제가 없는 이상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형사처벌은 부득이하다는 주장이다. 다른 하나는 대체복무제 없이 형사처벌을 하는 것이 위헌이므로 형사처벌을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유죄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대체복무제가 없다는 것을 유죄의 근거로 들고 무죄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오히려 대체복무제가 없다는 것을 무죄의 근거로 들고 있다. 대체복무제가 없을 때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고, 적절한 대체복무제가 마련되어 있다면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형사처벌의 문제가 발생할 여지는 거의 없다. 대체복무제가 없기 때문에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형사처벌이 문제 되고, 유죄를 주장하는 측과 무죄를 주장하는 측이 대체복무제가 없다는 사정을 각자 유리하게 활용하였던 것이다.
결국 대체복무제가 형사처벌 여부와 관련하여 논의된 것은 유·무죄를 주장하는 두 견해가 그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하여 해당 견해에 맞게 대체복무제가 갖는 단면의 일부를 부각시킨 것이지, 대체복무제 자체가 형사처벌을 할 것인지 여부, 즉 유·무죄 여부와 논리필연적인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체복무제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하는 경우 그에 따라 야기될 수 있는 병역의무 부담의 형평성 문제 등을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최근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제 없이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하고 국회에 2019. 12. 31.까지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것을 촉구하였고, 그에 따라 조만간 대체복무제가 입법될 예정이라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이 이 사건 재판을 유보하는 이유가 되거나 유·무죄 판단을 좌우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하여 무죄판결이 선고되더라도, 향후 대체복무제 입법을 통하여 그 사람에게 대체복무를 부과할 수 있고, 이를 거부한다면 대체복무기피죄가 문제 될 수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상황은 새로운 입법의 내용에 따라 해결하면 충분하고 장래 이루어질 입법을 기다리면서 지금 법원에 계속 중인 재판을 중단할 수는 없다. 더구나 이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정당한 사유’가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보는 이상 그에 따른 판결을 선고하여야 한다.
형사재판에서 유·무죄를 판단할 사법권은 법원에 속한다. 신속한 재판의 원칙은 형사소송의 지도이념 중 하나이다. 항소심에서 판결이 선고된 후 상고된 사건에 대하여 대법원은 그 심판의 책무를 다하여야 한다. 입법기관이 해결해 줄 것을 기다리며 그 책무를 미룰 수 없다. 더구나 장래의 입법이 재판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더욱 그러하다.
학업이나 생업에 전념하고 사회와 국가를 위하여 기여해야 할 젊은이들이 이미 오랜 기간 수사와 재판을 받아 왔고 최종심인 대법원의 판단만을 기다리고 있다. 장기간 위와 같은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는 이들에게 신속하게 최종적인 판단을 내려주어야 한다.
 
다.  반대의견은, 법해석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법적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찾는 데 두어야 하고, 이는 범죄구성요건에 ‘정당한 사유’라는 불확정개념이 사용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하면서, 법원이 법률해석이라는 명목 아래 당초 입법자가 의도하지도 않은 전혀 새로운 법을 만들어내는 것은 부당하다고 한다.
그러나 처벌조항에서 ‘정당한 사유’라는 불확정개념을 사용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하여 구체적 타당성이 강조되어야 하고, 이것이 입법취지에 부합하는 해석이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이 사건 처벌조항인 병역법 제88조 제1항 외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라는 문언을 포함하고 있는 형사처벌 조항들이 많이 있다. 이처럼 ‘정당한 사유 없이’라는 문언이 있는 경우는 그렇지 않은 경우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 법해석의 출발은 문언에 있고, 이는 죄형법정주의를 대원칙으로 하는 처벌조항을 해석할 때에는 더욱 그러하다. 법규정이 다른 방식과 문언으로 규정되어 있다면 그에 합당한 차이를 두어 이를 해석·적용해야 한다.
(2) 정당한 사유가 규정된 경우와 규정되지 않은 경우의 차이는 처벌조항이 정당한 사유를 규정하고 있는 경우 그 유·무죄 판단의 핵심이 정당한 사유의 존부에 있다는 점에 있다. 절도, 강간, 살인 등 자연범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라는 제한이 필요하지 않다. 예컨대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행위에 대한 형법적 평가의 핵심은 ‘절취’라는 객관적 사실이 있는지 여부이다. 그러나 장애인 차별행위(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등과 같은 법정범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라는 제한이 필요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와 같은 제한이 없으면 오히려 부당하다. 예컨대 정당한 사유 없이 연금보험료를 미납한 행위에 대한 형법적 평가의 핵심은 ‘미납’이라는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정당한 사유의 존부’에 있다(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6도6445 판결 등 참조).
다수의견에서 보았듯이 정당한 사유를 포함한 처벌조항에서 ‘정당한 사유의 부존재’는 범죄구성요건이고, 따라서 ‘정당한 사유’는 구성요건해당성 조각사유이다. 구성요건해당성 조각사유로서의 정당한 사유는 위법성조각사유나 책임조각사유와는 전혀 다른 체계적 의미를 가진다. 위법성조각사유나 책임조각사유는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에 대하여 전체 법질서의 차원 또는 사회적 평균인의 관점에서 매우 예외적으로 인정된다(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도3000 판결, 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5도10101 판결 등 참조). 그러나 구성요건해당성 조각사유로서 정당한 사유를 판단할 때에는 형벌의 보충성과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비추어 피고인의 특유한 사정을 고려할 수 있고, 정당한 사유가 없음이 명백하지 않은 경우에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또한 명확성이 중요한 처벌조항에서 정당한 사유라는 불확정개념이 사용된 것은 일반화하기 어려운 피고인의 고유한 특성과 피고인이 처한 특수한 사정, 입법 당시 미처 예상하기 어려운 시대상황의 변화와 발전 등을 반영하고자 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처벌조항이 정당한 사유를 규정한 이유는 구체적 타당성을 최대한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법해석의 원칙과 목표는 법적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찾는 데 있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6다81035 판결 등 참조). 정당한 사유를 규정한 처벌조항을 해석할 때에는 구체적 타당성이 보다 강조될 수 있고, 처벌조항이 정당한 사유를 규정하는 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정당한 사유를 해석할 때에는 그것이 구성요건해당성을 조각하는 사유로서 불확정개념이라는 점을 유념하여 피고인의 개별적·구체적 사정을 고려하고 사회적 현실과 시대상황의 변화를 반영함으로써 구체적 타당성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3) 정당한 사유에 관한 다수의견의 해석은 법적 안정성을 해치는 것이 아니다. 법적 안정성과 구체적 타당성의 관계는 도식적으로 이해해서는 안 되고, 문제 되는 국면에 따라 다양한 관계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구체적 타당성을 강조한다는 것이 곧바로 법적 안정성의 훼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법적 안정성을 강조한다고 하여 반드시 구체적 타당성이 훼손된다고 볼 수만은 없는 것과 같다.
반대의견이 지금까지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벌해 오다가 이제 처벌하지 않겠다고 하는 판단이 부당하다고 하는 것이라면, 판례의 변경은 불가능하다는 것과 다름없다. 반대의견이 정당한 사유를 다수의견과 같이 해석할 경우 어떠한 것이 정당한 사유인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라면, 그것을 밝히는 것이 개별적 사안에서 법원이 하는 구체적 판단이고 그러한 판단의 축적물이 곧 판례로 나타난다. 다수의견은 병역법의 태도에 비추어 병역의 이행을 감당하지 못하도록 하는 사유들이 정당한 사유에 포함될 수 있다고 그 범위를 해석하였다. 여기에 어떤 법적 안정성의 훼손이 있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오히려 반대의견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정당한 사유의 해석에 관한 법적 안정성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불분명하다.
병역법은 제정된 이후 현재까지 단순히 ‘입영의 기피를 처벌한다’고만 규정하지 않고, 언제나 ‘정당한 사유 없는 입영의 기피를 처벌한다’고 규정하였다. 즉 병역법은 처음부터 ‘정당한 사유’라는 문언에 대한 해석을 통해서 복잡다기한 현실과 미처 예상치 못한 사정들을 해결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 두고 있었다. 입법자들이 정당한 사유로서 실제로 무엇을 상정하고 예상하고 있었는지가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 법을 해석할 때에 입법자의 의도를 고려해야 하지만 그에 구속될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구속되어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법 그 자체이다. 그런데 바로 그 법이 위와 같은 ‘정당한 사유’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법은 입법자보다 현명하다.
 
라.  반대의견은, 병역처분과 입영처분은 별개의 것이고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는 병역법상 다른 규정들의 정당한 사유와 함께 체계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므로,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는 오로지 특정한 구체적 입영처분과 관계된 사정만으로 한정해석하여야 한다고 한다. 따라서 구체적인 입영통지에 의하여 지정된 기일에 지정된 장소에 집결하지 못한 것을 정당화할 만한 사유, 즉 입영을 일시적으로 연기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는 사유인 질병이나 재난 등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기 어려운 사유만 이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논리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문제 되는 상황이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 아닌 다른 규정과 관련하여 발생하고 그러한 규정을 통하여 해결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때에만 타당하다. 다수의견이야말로 병역법 전체의 취지와 태도를 고려하여 헌법에 맞게 법률을 해석한 결론이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법을 해석할 때에는 그 결과를 감안하여야 하다. 법문이 그 자체로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경우 설령 외견상 문언, 논리와 체계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이는 해석이라 하더라도 그 결과가 심히 부당하고, 특히 그것이 헌법 등 상위법의 가치에 반하는 것이라면 달리 생각하여야 한다. 합헌적 법률해석이란 헌법을 기준으로 위와 같은 정신을 되새기는 것이다.
(2)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하여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가 문제 되는 이유는, 이 문제가 병역법 제88조 제1항을 적용하는 단계에서 비로소 대두되기 때문이다. 그 전 단계인 병역처분 단계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자신의 양심을 주장해야만 하는 직접적이고 한계적인 상황에 처하지 않는다. 실제 입영통지를 받고 이러한 한계적 상황에 마주하게 되는데,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이에 불응하는 방법 외에 달리 양심의 자유를 주장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 이와 같은 사정을 도외시한 채 양심적 병역거부는 처음부터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로서 고려될 여지조차 없다고 보는 것은 아무런 실질적 검토 없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음부터 절대적으로 봉쇄하는 것이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비록 정당한 사유로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종래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를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관한 해석 문제로 보아 판단한 것도 이와 같은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3) 병역법은 병역의무, 특히 현역 부과처분을 할 때 해당 국민이 현역 복무에 적합한지, 이를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지’를 고려하고 있다(제5조, 제11조, 제12조, 제47조, 제61조, 제64조, 제65조, 제66조 등). 병역법이 병역의무를 부과하면서 고려하고 있는 사항에 비추어 볼 때 병역처분사유가 반드시 신체적·물리적 차원의 사정으로 제한될 이유는 없다. 정신적·인격적 차원의 사정 또한 충분히 고려될 수 있다. 병역의무 이행의 ‘적합성’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사정은 당연히 고려해야 한다. 현행 병역법 역시 병역판정의 기초자료로서 심리검사를 시행하고 있는데, 다만 그 고려사항을 정신질환 또는 심신장애 여부로 한정하고 있다(제11조 등 참조).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는 사회·시대적 상황변화에 따라 중요성을 갖게 된 사정들을 병역처분사유의 하나로 포섭할 수 있도록 하는 입법적 장치이다. 입법자는 위와 같은 ‘정당한 사유’라는 문언을 통해서 병역의무의 이행에 관한 구체적·최종적인 정의의 실현을 사법부에 위임한 것이다. 법원은 구체적 사례에서 ‘정당한 사유’의 해석·적용을 통하여 병역의무가 국민에게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초과하는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하여야 할 최종적 권한과 의무가 있다.
(4)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가 반드시 질병이나 재난 등 피고인이 그 특정한 입영의무를 이행하기 어려운 일시적·객관적 사정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입영의무를 항구적으로 이행하기 어려운 사정, 즉 특정한 입영의무는 물론 그 전제인 구체적 병역의무 자체가 피고인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과도한 부담이 되게 하는 것으로서 병역의무의 부과와 처분 과정에서 제대로 고려되지 못한 사정을 포함한다고 보아야 한다.
(5) 반대의견은, 다수의견이 ‘정당한 사유’를 ‘감당하기 어려운 과도한 부담’으로 정의한 것은 추상적인 법률용어를 또 다른 추상적인 용어로 대체한 것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러나 다수의견은 정당한 사유를 감당하기 어려운 과도한 부담으로 ‘정의’하지 않았다. 감당하기 어려운 과도한 부담이 되는 사정도 정당한 사유에 ‘포함’될 수 있음을 밝혀 정당한 사유의 범위를 해석했을 뿐이다. 그리고 ‘감당하기 어려운 과도한 부담’이 ‘정당하다’는 것만큼 추상적인 개념인지도 의문이다. 다수의견은 일의적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추상적인 개념을 개별적으로 판단이 가능한 구체적인 상황으로 해석한 것으로서 반대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문제를 문제로 답하거나 다른 문제로 치환한 것이 아니다.
반대의견은, 병역법에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은 특례를 인정할 수는 없고, 병역법이 규정하고 있는 면제사유는 매우 제한적일 뿐만 아니라 병역의무자가 군복무를 원만하고 적절하게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와 직결되는 객관적·가치중립적 사유로 한정되어 있으므로, 개인의 양심과 같은 가치판단을 토대로 한 주관적 사정은 애당초 정당한 사유에 포함될 여지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양심적 병역거부가 정당한 사유로 인정될 수 있는 것은 헌법상 양심의 자유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위에서 보았듯이 병역법은 제정 당시부터 이미 ‘정당한 사유’라는 문언을 통하여 위와 같은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었다. 오히려 다수의견은 병역법의 진정한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다. 또한 병역법상 정당한 사유가 객관적 사정에 한정되고 주관적 사정은 포함되지 않는다거나, 가치중립적인 것만 포함되고 가치판단의 여지가 있는 사정은 제외된다고 볼 근거도 없다. 어떤 사정이 객관적인 것이고 어떤 사정이 주관적인 것인지의 구분 자체가 명확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병역의무를 감당할 수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보면 그 사정이 객관적 사정인지 주관적 사정인지가 결론을 달리해야 할 만큼 본질적으로 중요한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 가치중립적인 사정과 가치판단이 개입된 사정도 마찬가지이다. 한편 군복무를 수행하는 것이 적합한가라는 관점에서 보더라도, 양심에 따라 도저히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행할 수 없고 그 어떤 경우에도 타인에 대한 살상을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군복무에 가장 부적합한 사람이라고 할 것이다.
 
마.  반대의견은, 양심적 병역거부는 역사적으로는 물론 현실적으로도 대체로 기독교 신앙에 기초하는 경우가 많은데, 서구사회는 기독교 전통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사회적 공유와 관용 및 합의가 비교적 쉽게 이루어질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사정이 다르다고 하면서, 다수의견이 사회적 통념과 건전한 상식에 반하여 우리나라와 서구사회의 중대한 역사적·종교적·문화적 차이를 간과하는 논리적 비약과 함께 현실과 괴리되는 오류를 범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다수의견은 기독교 신앙을 추구하거나 서구사회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도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여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를 간과하고 있지도 않다. 다수의견은 양심의 자유의 중요성과 그 보장을 강조할 뿐이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추구하는 한 양심의 자유가 가지는 중대한 의미와 가치는 시대와 지역, 종교와 문화의 차이를 넘어서는 보편적인 것이다. 이러한 양심의 문제를 종교의 문제로 한정지어 비판하는 것은 이 사건의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다.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를 서구사회 전반에 걸친 기독교 전통이나 문화와 결부시키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다양한 종파가 존재하고 서로 대립하기도 하는 서구사회의 종교적 현상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일한 기독교 전통을 전제하고 그것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결정적 근거인 것처럼 단정하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반대의견의 논리를 따른다면 기독교 전통이 없는 나라에서는 언제나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 되는데, 이것이 부당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더구나 다수의견은 양심적 병역거부가 인정되는 양심을 특정 종교의 신념에만 한정하지 않는다. 다수의견이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심리·판단을 언급하면서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 사례를 예로 든 것은 이 사건이 그러한 경우여서일 뿐이다. 양심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함으로써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을 논리적 비약이라거나 현실과 괴리된 판단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
 
바.  반대의견은,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나 유럽인권법원 등의 사례가 우리나라에 구속력을 가지는 것이 아니고, 서로 규범체계가 달라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될 수도 없다고 한다.
그러나 다수의견이 외국이나 국제사회의 입장을 그대로 따르자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 헌법을 비롯한 전체 법질서에 비추어 볼 때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병역법상 정당한 사유를 해석할 때 같은 문제를 놓고 고민해 온 국제사회의 경험과 태도변화를 고려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고자 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국제사회의 흐름은 최근 획기적 변화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가입한 자유권규약 제18조는 사상, 양심과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위 규약의 이행을 위한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는 1993년 일반논평 제22호에서 자유권규약 제18조로부터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도출될 수 있다고 하였다. 또한 유엔인권위원회와 2006년경부터 이를 대신한 유엔인권이사회 역시 1989년 이래 2013년까지 총 10회에 걸쳐 양심적 병역거부권의 인정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
한편 유럽연합의회는 2000. 12. 7. 채택한 유럽연합기본권헌장(Charter of Fundamental Rights of the European Union) 제10조 제2항에서 “양심적 병역거부권은 인정되며, 그 권리의 행사는 각국의 국내법에 따른다.”라고 정함으로써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명시적으로 인정하였고, 위 기본권헌장은 2009. 12. 1. 발효된 새로운 유럽연합조약 제6조 제1항에 따라 회원국들에게 법적 구속력이 발생하였다. 유럽인권법원은 2011. 7. 7.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의 2006. 11. 3.자 견해를 중요한 근거로 삼아 양심적 병역거부가 유럽인권협약(European Convention on Human Rights) 제9조에 따라 보장된다고 판단하여 종래 이와 달리 판단하였던 유럽인권위원회의 선례를 변경하면서, 진지한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의무를 거부하는 사람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하지 않고 형사처벌을 가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필요한 제한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Bayatyan v. Armenia (Application no. 23459/03)].
자유권규약에 관한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 등의 해석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그것이 규정 자체는 아니기 때문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고, 유럽연합과 유럽인권법원의 입장을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 또는 국제관습법이라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7도7941 판결, 헌법재판소 2018. 7. 26. 선고 2011헌마306 등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그러나 위와 같은 국제사회의 태도변화는 우리나라에서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데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양심의 자유와 그 적용 문제는 인류의 보편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  반대의견은, 국가안전보장과 국토방위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양심의 자유 등 개인의 기본권도 보장될 수 없고, 이를 위한 국방의 의무와 병역의무는 국가공동체의 구성원이라면 그 누구도 거부할 수 없으며, 이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엄중한 안보상황에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므로, 양심적 병역거부는 허용될 수 없다고 한다.
국가안전보장과 국토방위는 모든 국민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기 위한 필수적 전제조건이고,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서 우리나라의 안보현실이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중하다는 데에는 다수의견도 전적으로 뜻을 같이한다. 최근 일련의 국제정세와 남북관계로부터 미래의 안보환경을 단순히 낙관할 수만은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형사처벌하더라도 이들은 교도소에 수감될 뿐 병역자원이 되지는 않는데다가 우리나라의 경제력과 국방력, 국민의 높은 안보의식 등에 비추어 볼 때,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형사처벌하지 않는다고 하여 국가안전보장과 국토방위에 위협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헌법재판소도 2018. 6. 28. 병역법 제5조 제1항을 위헌이라고 판단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하면서 한반도의 특수한 안보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대체복무를 하게 한다고 해서 국방력에 유의미한 영향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다수의견은 국가안전보장, 국토방위의 헌법적 가치 및 이를 위한 국방의 의무와 병역의무의 중요성을 결코 소홀히 여기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병역의무가 위와 같은 가치와 의미를 가지는 국민의 신성한 의무라는 점에 동의한다. 다만 국방의 의무는 반드시 집총병역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이행할 수도 있고, 대체복무도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다수의견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도 국방의 의무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집총이나 군사훈련 이외의 방법으로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호소할 따름이다.
 
아.  반대의견은, 현역병으로서의 복무는 생명·신체에 대한 직접적 위험은 물론 상당한 정신적·경제적 부담 등을 수반하고, 현역병으로 입영할 병역의무자 중 어느 1인에 대한 병역면제는 필연적으로 다른 병역의무자에 의한 대체로 이어지므로, 병역의무의 형평성은 매우 엄격하게 유지되어야 하는데,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함으로써 형사처벌을 포기한다면 작금의 병역기피 풍조를 감안할 때 양심적 병역거부를 빙자한 병역기피가 만연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병역의무 이행에 형평성이 강조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지만, 반대의견의 지적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반대의견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할 경우 설령 대체복무를 부과하더라도 현역병과 대체복무자 사이에 생명·신체의 위험 등에 있어서 현격한 차이가 발생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반대의견의 취지에 공감할 부분이 있고 그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에 관하여도 동의하지만, 이러한 점을 마치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할 경우 현역병과 대체복무자 사이에서만 발생하는 문제인 것처럼 보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다고 하여 다른 사람에게 병역의무가 부당하게 전가되는 것도 아니다. 우선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하지 않는 현재로서도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현역병으로 복무하고 있지는 않다. 단지 징역형을 받고 수감되어 있을 뿐이다. 한편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그 대신에 원래 현역병으로 복무하지 않을 사람이 현역병으로 복무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 마치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하면 다른 사람의 권리가 침해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반감의 발로이거나 상황을 과장하는 것이다.
반대의견이 우려하는 양심을 빙자한 병역기피 문제는 진정한 양심의 심사를 통하여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 병역기피는 당연히 방지하여야 할 문제이나 반대의견과는 다른 관점에서 해결하여야 한다. 병역기피 풍조의 방지는 지속적으로 군복무여건을 개선하고 군필자에 대한 사회적 처우를 보강함으로써 이루어져야 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처벌이 일반 병역기피를 감소시킨다고 볼 근거나 사례도 없다.
 
자.  반대의견은, 양심적 병역거부의 문제는 국가공동체의 구성원들이 각자 병역의무를 골고루 분담함으로써 자기책임을 다하는가의 문제일 뿐 다수의 소수에 대한 부당한 억압의 문제가 아니라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의 허용 여부는 병역거부자들이 부담하여야 할 병역의무를 추가로 나누어 부담하게 될 나머지 대다수 사회구성원들의 의사에 달려 있다고 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견해는 그 외견상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결국 다수가 허용하지 않으면 양심적 병역거부는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일 뿐이다. 다수의견은 바로 이러한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소수자의 문제는 다수결을 통하여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다수결을 통하여 해결되지 못하고 남은 것이 바로 소수자 문제이다. 더욱이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영역의 하나인 병역과 관련한 소수자 문제이다. 우리 법원이 이 문제를 회피할 수는 없다.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를 계속 형사처벌로써 대하는 것은 그들에게 종교상 교리를 버리든가 아니면 병역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형사처벌을 감수하라는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는 다수와 다른 신념을 가진 소수자들을 관용하고 포용함으로써 그들 역시 사회구성원으로 함께 공존하는 것을 지향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서도 우리 사회가 이러한 태도를 취할 때가 되었다.
 
차.  반대의견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합법성과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고, 이로써 병역면제를 위하여 여호와의 증인 등 특정 종교로 개종하거나 대부분의 종교가 내포하고 있는 생명존중 사상 등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대폭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또한 반대의견은, 다수의견이 결국 양심적 병역거부가 더 이상 소수의 특수한 이념이나 신조가 아니라 보편적·일상적인 것이 될 수 있고 또한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여호와의 증인으로의 개종 문제와 일반적인 종교적 교리에 근거한 새로운 양심적 병역거부 주장의 발생 문제 등은 다른 시각으로 보아야 한다. 우선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은 수혈을 거부하고 국기에 대한 맹세를 거부하는 등 여러 측면에서 이미 사회적 소수자의 길을 택한 사람들이고, 그 침례요건이나 정식 신도로서의 의무적 포교활동 등도 매우 엄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지 군대에 가지 않기 위해서 여호와의 증인으로 개종하는 사람들이 급증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일반적인 종교가 내포하고 있는 생명존중 사상 등을 이유로 한 새로운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는 그것이 진정한 양심으로 인정된다면 당연히 허용해야 하고 단순히 양심을 빙자한 병역의 기피라면 허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할 때 종교 사이에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되고, 양심적 병역거부는 진정한 양심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 헌법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데, 종교의 선택·개종과 종교적 신념의 표현 등을 그것이 병역의무와 관련된 측면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의심스럽게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결국 반대의견의 이 부분 주장은 현실적인 근거가 희박한 것이거나 애당초 문제의 본질과 거리가 있는 것이다.
다수의견은 양심적 병역거부가 보편타당하므로 보호하여야 한다거나 보편타당한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대다수 국민의 신념과 정의감에 배치되지만 그 양심이 헌법상 양심으로 보호될 수 있는 것이라면 이를 보호하고 관용하자는 것이다. 오히려 반대의견의 취지를 연장해 보면 헌법상 양심에는 그 내용이 보편타당한 것이 될 수 있고 또한 되어야만 하는 신념만 해당한다는 결론이 된다. 이는 헌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양심의 의미에 관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카.  반대의견은, 양심은 객관적으로 판단 불가능한 것으로서 이는 형사사법절차가 상정하고 있는 증명의 대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한다. 또한 범의의 증명은 객관적으로 드러난 거동이 있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양심은 원칙적으로 내면에만 머무르는 것으로서 객관적 거동을 전제로 하지 않으므로 범의의 증명방법을 차용하여 양심을 증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양심적 병역거부에서 증명의 대상이 되는 것은 양심의 존재 여부와 그 정도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사실인정의 문제로서, 증명할 수 없는 사항이라고 볼 것은 아니다. 양심의 증명이 사실상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렵다는 이유로 모두 처벌되어야 한다고 보게 되면 결국 모두 유죄의 증명이 있다고 의제하는 것이다. 이는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형사법의 대원칙에 반한다. 그리고 그러한 주장은 증명책임을 사실상 피고인에게 지우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검사가 증명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이유로 이를 정당한 사유로 주장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반대의견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는 것은 이미 여러 국가들이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를 가려내어 허용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확인된다.
또한 양심은 오로지 내면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고 외부로 드러난다. 더욱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양심으로서 그 사람의 인생 전반을 좌우하는 양심이라면 가정환경, 성장과정, 학교생활, 사회경험 등 전반적인 삶의 과정에서 표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양심적 병역거부에서 문제 되는 양심은 위와 같이 외부로 드러난 모습을 통하여 증명할 수 있는 것으로서 범죄의 고의 증명에 외부적 거동이 전제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따라서 외부적으로 드러난 행위를 통하여 고의를 추론하는 것이 가능한 것처럼 외부적으로 드러난 행위를 통하여 양심을 추론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
 
타.  양심의 자유는 인간 존엄의 필수적 전제로서 인간으로서 가지는 보편적인 권리이다. 개인의 내면적 양심은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으며 설령 국가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자신의 절박한 양심을 보호해 달라고 호소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는 형사처벌을 감수하고 양심을 지키느냐 아니면 양심을 버리고 형사처벌을 면하느냐는 선택만이 존재한다. 내면적 양심의 포기와 인격적 존재가치의 파멸을 강요당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양심의 명령을 지키는 통로를 열어두어야 한다. 이와 같은 최소한의 소극적 부작위조차 허용하지 않는다면 헌법이 양심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것은 사실상 아무런 의미를 가질 수 없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하는 것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특혜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다. 그의 권리만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 공동체에서 다를 수 있는 자유를 인정하는 것이며, 이로써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고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누리도록 하는 것이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10.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노정희의 보충의견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다수의견을 우리나라가 가입한 국제인권규약인 자유권규약의 관점에서 보충하고자 한다.
 
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형사처벌의 문제를 판단하는 이 사건에서 국제사회와 국제규범의 상황 변화도 고려하여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이 일치하고 견해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 또는 국제규범의 변화라고 하더라도 외국의 입법례나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가 1950년 채택한 유럽인권협약이나 유럽연합의회가 2000. 12. 17. 채택한 유럽연합기본권헌장 또는 유럽평의회가 설치한 유럽인권법원의 판례 등은 우리나라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입법 또는 정책적으로 제도를 도입하거나 법률을 해석하는 데 참고자료로 고려할 수 있을 뿐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효력을 가진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가입한 자유권규약의 경우에는 헌법 제6조 제1항에 의해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고 직접적인 재판규범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원을 달리한다.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도 자유권규약의 법률적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1999. 3. 26. 선고 96다55877 판결, 대법원 2004. 7. 15. 선고 2004도2965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7도7941 판결, 헌법재판소 1998. 7. 16. 선고 97헌바23 전원재판부 결정, 헌법재판소 1998. 10. 29. 선고 98헌마4 전원재판부 결정, 헌법재판소 2001. 4. 26. 선고 99헌가13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나.  자유권규약은 1966. 12. 16. 유엔총회에서 채택되어 1976. 3. 23.부터 발효(단, 제41조는 1979. 3. 28. 발효)된 조약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인간성 파괴를 경험한 인류는 ‘기본적 인권과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인식에 대한 믿음’(유엔헌장 전문)에 따라 ‘인종, 성별, 언어 또는 종교에 따른 차별 없이 모든 사람의 인권 및 기본적 자유에 대한 존중을 촉진하고 장려’하기 위해(유엔헌장 제1조 제3항) 유엔을 창설하였다. 이러한 인권존중 정신에 따라 1948년 선포된 세계인권선언(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은 인간에게 보장되어야 할 인권과 기본적 자유의 목록을 수록하였다. 다만 세계인권선언은 법적 구속력이 없었기에 그 내용을 구속력 있게 하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의 결과물로서 1966년 자유권규약과 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nternational Covenant on Economic, Social and Cultural Rights, ‘사회권규약’)이 제정되었다. 자유권규약은 가입국의 이행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자유권규약에 관한 유권해석기구로서 18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UN Human Rights Committee)를 설치하였다.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 이후 세계 각국의 전쟁 방지와 평화 유지를 위한 국제적인 노력은 각국의 국내법에도 반영되어 헌법에 평화주의 및 국제법 존중주의의 명문화로 이어졌다. 우리나라 헌법도 전문에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라고 규정하고, 헌법 제5조 제1항은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라고 규정하였으며, 헌법 제6조 제1항은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라고 규정하였다. 현행 헌법에서 국제평화주의와 국제법 존중주의는 국가질서 형성의 기본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원리로 인정되고 있으며, 입법부와 행정부는 물론 사법부 등 모든 국가기구는 ‘국제적 협력의 정신을 존중하여 될 수 있는 한 국제법규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 요청’된다(헌법재판소 2007. 8. 30. 선고 2003헌바51 등 전원재판부 결정).
우리나라는 자유권규약에 대해 1989. 10. 5.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치고 1990. 3. 16. 국회의 동의를 얻어 1990. 4. 10. 유엔 사무총장에게 가입서를 기탁하였고, 이에 따라 자유권규약은 우리나라에서 1990. 7. 10.부터 효력을 발생하게 되었다(조약 제1007호). 우리나라는 자유권규약 가입 당시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가 ‘규약에 규정된 권리에 대한 침해의 희생자임을 주장하는 개인으로부터의 통보를 접수하고 심리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개인통보(Individual Communication)제도를 채택한 선택의정서(Optional Protocol to the 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에도 함께 가입하였다(조약 제1008호). 자유권규약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체결된 조약이므로 헌법 제6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며, 그 효력은 적어도 법률에 준한다. 우리나라 정부도 1993년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에 제출한 최초보고서는 물론, 1998. 10. 22. 열린 1791회, 1792회 회의를 위한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에 제출한 제2차 정부보고서에서 “자유권규약은 헌법 제6조 제1항에 의해 국회의 동의를 얻어 정부에 의해 비준·공포된 것이므로, 추가적인 입법 없이 국내법률의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행정부나 사법부는 각 그들의 권한을 행사할 때 위 규약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라고 하였다. 특히 “헌법 제37조 제1항으로 인하여 규약에 의해 보장된 모든 권리는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헌법에 직접 명시되지 않은 것이라도 규약은 존중되어야 하고, 위 규약 이전의 법률이 규약의 규정과 충돌하는 경우에는 규약이 우선하며, 대한민국에서 제정되는 어떠한 법률에 의하여 규약에서 규정되는 권리를 침해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그러한 법률은 헌법위반이 될 것”이라고 명확히 밝혔다.
자유권규약 제2조는 가입국에게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없이 이 규약에서 인정되는 권리들을 존중하고 확보할 의무, 자유를 침해당한 사람에 대해 구제조치를 받도록 확보할 의무 등을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자유권규약에 가입한 것은 위와 같은 의무를 이행하겠다는 의사를 국제사회에 명확히 약속한 것이다.
 
다.  자유권규약 제18조 제1항은 “모든 사람은 사상, 양심 및 종교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이러한 권리는 스스로 선택하는 종교나 신념을 가지거나 받아들일 자유와 단독으로 또는 다른 사람과 공동으로, 공적 또는 사적으로 예배, 의식, 행사 및 선교에 의하여 그의 종교나 신념을 표명하는 자유를 포함한다.”, 제2항은 “어느 누구도 스스로 선택하는 종교나 신념을 가지거나 받아들일 자유를 침해하게 될 강제를 받지 않는다.”라고 규정하여 우리나라 헌법 제19조 양심의 자유와 유사한 규정을 두면서도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였다. 자유권규약 제18조 제3항은 “자신의 종교나 신념을 표명하는 자유는, 법률에 규정되고 공공의 안전, 질서, 공중보건, 도덕 또는 타인의 기본적 권리 및 자유를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받을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우리나라 헌법 제37조 제2항과 유사한 법률유보에 의한 자유권 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자유권규약에 가입하면서 제22조 등 일부 조항을 유보하면서도 제18조에 대해서는 아무런 유보도 하지 않았다. 양심의 자유를 보장한 자유권규약 제18조는 특별한 입법조치 없이 우리 국민에 대하여 직접 적용되는 법률에 해당한다는 것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견해이다(대법원 1999. 3. 26. 선고 96다55877 판결, 헌법재판소 2011. 8. 30. 선고 2008헌가22 등 전원재판부 결정).
 
라.  자유권규약은 보장되는 자유와 권리의 종류와 내용만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제28조 이하에서 이를 보장하고 실현하기 위해 위원회를 설치하여 권한과 임무를 부여하고, 각 가입국이 이행해야 할 의무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자유권규약에 의해 보장되는 자유와 권리의 구체적 내용과 보장의 정도 등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규약 전체 조항과 규약에 따른 위원회의 활동 및 가입국이 이행해야 할 의무 내용 등도 고려하여야 한다.
(1)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는 1991년 이전에는 자유권규약 제8조 제3항 (c)(ii)(‘군사적 성격의 역무 및 양심적 병역거부가 인정되고 있는 국가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법률에 의하여 요구되는 국민적 역무’를 규약상 금지되는 ‘강제노동’에서 제외)를 근거로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여부는 국내문제이고, 자유권규약 제18조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채택하였다. 그러나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는 1993년 채택한 일반논평 제22호(General Comments No.22)에서 “많은 사람들이 규약 제18조를 근거로 양심적 병역거부권[the right to refuse to perform military service (conscientious objection)]을 주장하여 왔다. 이에 따라 종교 혹은 다른 이유에 기인한 진정한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국민들에 대하여 병역의무를 면제하고 이를 국가적 역무로 대체하는 법을 마련하는 국가들이 늘어났다. 규약이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살상무기를 사용해야 하는 의무는 양심의 자유와 자신의 종교 혹은 신념을 표현할 권리와 심각하게 충돌할 수 있으므로,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규약 제18조에서 도출될 수 있다고 본다.”라고 하여 그 견해를 변경하였다.
(2) 국제인권규약에서 가입국의 규약 준수 및 이행 여부를 전면적·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유엔은 해당 규약위원회로 하여금 가입국이 제출한 정부보고서를 심의하고 그에 대한 최종견해(Concluding Observations)를 밝히도록 하고 있다. 자유권규약도 제40조에서 가입국으로 하여금 자유권규약에서 인정된 권리를 실현하기 위하여 취한 조치 및 그러한 권리를 향유함에 있어서 성취·진전된 사항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는 정부보고서를 검토하여 최종견해를 가입국에게 송부하도록 하였다. 우리나라 정부는 자유권규약 가입 후 네 차례 정부보고서를 제출하고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견해를 받은 바 있다.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는 2006. 11. 우리나라의 제3차 정부보고서에 대한 심의 후 최종견해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병역법에 따라 최고 3년형을 선고하고, 거부자들을 재소집하여 새로 형벌을 부과하는 데에 제한이 없으며, 병역을 필하지 못할 경우 정부 또는 공공기관의 고용에서 제외되며,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처벌받고 전과자가 되는 것에 대해 우려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권리를 인정하여 군복무에서 면제되도록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자유권규약 제18조와 일치하는 입법조치를 촉구한다.”라고 권고하였다.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는 2015. 11. 제4차 정부보고서에 대한 심의 후 최종견해에서,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가 우리나라 정부에 개인통보제도와 관련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구제조치 의무를 부과하였음에도 우리나라가 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음을 강하게 지적하였다. 나아가 주요 우려사항 및 그에 대한 권고로 “병역으로부터 면제되기 위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였다는 이유로 구금형을 선고받은 모든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즉각 석방하여야 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범죄 기록이 삭제되고, 그들이 적절한 보상을 받도록 하며, 그들의 개인 정보가 공개되지 않도록 보장하여야 한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법적으로 인정하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민간적 성격의 대체복무제를 제공하여야 한다.”라고 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하여 제3차 심의의 최종견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결정을 하였다.
(3)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자유권규약 가입 당시 개인통보제도에 관한 선택의정서에도 함께 가입하였다. 자유권규약 제2조 및 위 선택의정서의 규정들을 종합하면, 개인통보제도를 규정한 선택의정서에 가입하였다는 것은 당사국 내에 있는 개인의 진정에 대한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의 심사권을 인정한다는 것이고, 이는 그 심사결과에 따르겠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따라서 선택의정서 가입국은 보편적이고 다자간에 체결된 자유권규약에 따라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가 내린 개인통보에 대한 견해를 받아들일 국제법상 의무를 진다고 보아야 한다.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는 2006. 11. 3. 대법원 2004. 7. 15. 선고 2004도2965 전원합의체 판결로 유죄가 확정된 우리 국민들(공소외 5, 공소외 6)이 제기한 개인통보사건의 견해(Views)에서 “자유권규약 제8조가 그 자체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거나 배제하지 않는다고 이해한다. 따라서 이 사건 통보는 오직 규약 제18조에 비추어 검토되어야 한다.”면서 “자유권규약 제18조에 대한 해석은 문맥과 취지를 고려하여 시간에 따라 서서히 변화하는데, 1993년 일반논평 제22호의 견해를 존중하고, 규약가입국들 중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는 나라가 증가하고 있으며, 군복무자와 대체복무자 사이의 불균형을 제거할 수 있는 대체복무제 도입이 가능하고 실제적으로 보편적”이라고 판단하고, 나아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형벌 부과가 국방력 및 사회통합 유지, 공공안전 유지에 필요한 제한이라는 우리나라 정부의 주장에 대하여 그러한 제한이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를 증명하지 못하였으므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아니한 대한민국이 규약 제18조를 위반하였음을 인정’하였다[(공소외 5의 영문이름 생략) and (공소외 6의 영문이름 생략) v. Republic of Korea, CCPR/C/88/D/1321-1322/2004].
그 후로 2017년까지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는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하여 총 15건의 개인통보에 대한 견해를 발표하였는데, 그중 4건이 우리나라 국민과 관련된 것이고, 4건 모두 자유권규약 제18조에 위반된다는 견해를 채택하였다. 2010. 3. 23. 채택된 공소외 7 등 11인 사건[(공소외 7의 영문이름 생략) et al. v. Republic of Korea, CCPR/C/98/D/1593-1603/2007], 2011. 3. 24. 채택된 공소외 8 등 100인 사건[(공소외 8의 영문이름 생략) et al. v. Republic of Korea, CCPR/C/101/D/1642- 1741/2007], 2012. 10. 25. 채택된 공소외 9 등 388인 사건[(공소외 9의 영문이름 생략) et al. v. Republic of Korea, CCPR/C/106/D/1786/2008]과 2014. 10. 15. 채택된 공소외 1 등 50인 사건[(공소외 1의 영문이름 생략) et al. v. Republic of Korea, CCPR/C/112/D/2179/2012]이다.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는 2011. 3. 24. 채택한 공소외 8 등이 제기한 개인통보사건의 견해에서 “양심적 병역거부권은 사상, 양심, 종교의 자유에 내재되어 있다. 만약 의무적 군복무가 개인의 종교 또는 신념과 조화될 수 없다면 어떤 개인이라도 그 의무로부터 면제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당사국이 원한다면 병역거부자들에게 비징벌적이고 민간적 성격의 대체복무를 강제할 수는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하였으며, 그 이후의 모든 개인통보사건에서 일관하여 같은 견해를 채택하고 있다.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는 2014. 10. 15. 채택한 공소외 1 등의 개인통보사건의 견해에서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양심의 자유에 내재되어 있다는 견해를 유지하면서, “규약 제19조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합법적인 권리의 행사를 처벌하는 징역형이 자의적인 것처럼, 규약 제18조에 규정된 종교와 양심의 자유의 합법적인 행사를 처벌하는 구금도 자의적인 것이다.”라고 판단하면서 사법부의 재판에 따른 실형 집행을 자유권규약 제9조가 금지하는 자의적 구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한편 ‘국가안보, 복무자와 대체복무자들 사이의 형평성, 대체복무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부족하다’는 우리나라 정부의 주장에 대하여는 “위와 같은 주장을 되풀이하는 점에 주목한다. 위원회는 종전의 견해(위 공소외 5, 공소외 6 사건 및 공소외 8 등 사건)에서 이러한 주장들을 이미 심사했다고 생각하고 있고, 따라서 위원회는 종전의 입장을 변경할 어떠한 이유도 없다.”라고 판단하였고,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게 될 경우에는 납세의무 및 의무교육 거부가 정당화되는 구실이 될 수 있다’는 정부의 주장에 대하여는 “교육과 납세와는 달리, 병역의무는 개인을 어느 누가 보더라도 자명할 정도로 타인의 생명을 앗아갈 위험이 있는 행위에 관여하게 만든다.”면서 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마.  반대의견은 자유권규약 제18조는 물론 다른 어느 조문에서도 양심적 병역거부를 할 수 있는 권리를 명시하고 있지 않고, 자유권규약은 가입국으로 하여금 양심적 병역거부를 반드시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도 않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자유권규약 자체가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권의 하나로 명시하고 있지 않음을 이유로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 등 국제인권기구의 해석은 각국에 권고적 효력만 있을 뿐 법적인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를 유지하였다(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도8187 판결, 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7도7941 판결, 헌법재판소 2011. 8. 30. 선고 2008헌가22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그러나 위와 같은 반대의견과 대법원 및 헌법재판소의 견해는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가 1993년 일반논평 제22호를 채택한 이후 자유권규약 제18조로부터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인정된다고 해석하는 국제사회의 견해를 무시한 것으로서 부당하다. 자유권규약 제18조에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권리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은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뿐만 아니라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산하의 유엔인권위원회(UN Commission on Human Rights)와 2006. 3.부터 그 업무를 이어받은 유엔인권이사회(UN Human Rights Council) 그리고 유럽인권법원 등에서 일관되게 계속적으로 인정되어 이제는 확립된 국제적 기준이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보편적 국제인권규약인 자유권규약을 해석하면서 ‘규약 자체에 명시된 권리’만을 자유권규약이 인정한 권리라고 좁게 보는 것은 자유권규약 준수에 관한 실질적인 국제법적 의무를 외면하는 것이다.
또한 자유권규약이 위원회를 설치하여 자유권 보장을 이행하고 실현하기 위한 활동을 인정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조치 및 관련 가입국의 의무 등을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자유권규약의 내용은 그 규약의 명시적인 표현으로만 제한하여 해석할 것이 아니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 자유권규약의 전체적 규율 내용,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의 일반논평, 정부보고서 심의 결과에 따른 권고,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가 우리나라 국민이 제기한 개인통보사건에서 채택한 견해 등에서 일관되게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인정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자유권규약 제18조를 해석함에 있어서도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위 조항 자체에서 인정되고 있다고 해석해야 한다. 우리나라 헌법 제37조 제1항에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였듯이, 자유권규약에 명문의 규정이 없더라도 현대 민주주의 국가들의 시대정신에 맞게 자유권규약을 해석하여 기본적 인권을 도출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지극히 타당하다.
자유권규약과 같은 국제인권규약의 경우, 법원은 헌법상 기본권을 해석할 때는 물론 법률을 해석할 때도 규약에 부합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국제인권규약에 조화되도록 법률을 해석하는 것은 보편적 인권의 관점에서 사법부가 지켜야 할 책무이다. 특히 자유권규약의 경우 인권이 단순한 국내문제가 아니라 전세계적·보편적인 문제라는 당위성에서 만들어진 국제인권규약으로서, 대부분 개인에게 직접 권리를 부여하는 조항으로 규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그렇다면 양심적 병역거부는 헌법 제6조 제1항에 기하여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이 인정되는 자유권규약 제18조에 따라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바.  설령 자유권규약 제18조 자체에서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더라도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의 일반논평, 정부보고서 심의 결과에 따른 권고,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가 우리나라 국민이 제기한 개인통보사건에서 채택한 견해 및 유엔인권이사회의 권고 등은 국제법 존중주의라는 헌법적 차원에서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의 해석을 위한 유력한 규범적 근거가 된다고 보아야 한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명시적으로 인정한 국제인권규범이 존재하고 있고 특히 유럽의 경우 대부분 국가에서 위 권리를 인정하고 있는 등 이제는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의 지위에 준하게 되었다는 점, 국제법 존중주의 원칙상 자유권규약 등 보편적 국제규약에 대한 국제기구의 해석은 유력한 법률해석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점, 자유권규약 제18조에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권리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이제는 확립된 국제적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점, 우리나라 정부 스스로 자유권규약 가입 후 헌법에 직접 명시되지 않은 것이라도 규약은 존중되어야 하고 어떠한 법률도 규약상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으며 그러한 법률은 위헌이라는 의견을 표명하였다는 점,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의 개인통보에 대한 견해는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으로부터 진정을 제기 받아 가입국의 규약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므로 사법적 판단과 유사하고, 우리나라 국민이 제기한 개인통보에 대한 여러 차례의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의 견해에 비추어 보면 앞으로도 국내 사법기관으로부터 유죄판결을 받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제기하는 개인통보사건에 관하여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는 예외 없이 자유권규약 위반임을 인정하는 견해를 채택할 것이 예상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양심적 병역거부가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국제법 존중주의에 의하여도 뒷받침된다고 할 것이다.
 
사.  반대의견의 주된 논거 중의 하나는 우리나라의 역사적·종교적·문화적 배경의 특수성과 국가안보 현실의 엄중한 특수성이다. 그러나 국제인권규약은 모든 가입국에 동일한 일반적인 규범을 창설한다는 점에서 객관적 성격의 규범창설규약이다. 이러한 규범은 다른 가입국의 이행상태와 무관하게 당해 가입국에 의해 적용되어야 하며, 또한 가입국의 특수한 사정이 지나치게 과대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국제인권규약에 대해서는 전통적인 조약에서의 상호주의가 적용되지 아니한다.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협약’ 제27조는 ‘국내법과 조약의 준수’라는 제목으로 “어느 가입국도 조약의 불이행에 대한 정당화의 방법으로 그 국내법 규정을 원용해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국내법적 상황을 근거로 국제법적 의무위반을 정당화할 수도 없다. 이러한 국제법 위반상태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국제인권기구의 결정 또는 권고를 최대한 존중하고 그에 부합하도록 법률을 해석하는 것이 헌법상 국제법 존중주의에 합치되는 것이다. 인권은 보편적인 권리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발전하는바, 국제사회에서 경제적으로 성공한 국가로 평가되는 우리나라가 그 특수성에 집착하여 자유권규약의 준수의무를 부정하는 해석을 하는 것은 국제법 존중의무를 외면하는 것이다.
 
아.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우리 헌법의 기본적 이념이지만 그 자유와 권리 중 일부는 국가와 사회가 처한 상황을 이유로 제한되어 왔고, 그러한 제한이 법원에 의해 정당화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기본적 자유와 권리에 대한 제한은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하므로 사정이 변화되어 그 제한을 거둘 때가 되었다는 정당한 사회적 요청이 있다면, 법원은 신속하고 분명하게 그 자유와 권리를 확인해 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
법원의 막중한 책임을 상기하고,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인권의 측면에서도 당당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11.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소영, 대법관 이기택의 보충의견 
가.  다수의견은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집총과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을 강제하고 그 불이행을 처벌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그 본질적 내용을 위협하는 결과가 되므로,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에서 말하는 ‘양심’은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으로서, 병역법위반 사건에서 피고인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경우 그 양심이 과연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인지 심사를 통하여 가려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인간의 내면에 있는 양심을 직접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그 사물의 성질상 양심과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한다.
 
나.  그러나 위와 같은 다수의견의 태도는 우리 헌법이 추구하는 양심의 자유에 관한 기본 원리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양심적 병역거부가 논의되어 온 역사적 배경과 경과 및 그 과정에 드러난 우리 국민의 의사와 우리나라가 처한 현 상황 등에 비추어 받아들이기 어려운 해석이다. 무엇보다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가 병역법상 정당한 사유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를 양심의 자유에 대한 해석을 통해 결론을 도출해 내는 것은 타당하지 않고, 이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어떠한 형태로 어느 범위에서 국가의 독립 유지와 영토 보전이라는 헌법적 가치와 조화시키면서 제도화시킬 것인지에 관한 국가정책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하에서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몇 가지 이유에 관하여 보충하고자 한다.
 
다.  헌법이 보호하려는 양심에 관하여는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는 자신의 인격적인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이라고 여겨지고 있고, 이 점은 종래 학계의 설명과 실무 및 이 사건 다수의견의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다.
다수의견은 여기서 더 나아가 ‘양심적 병역거부’에서 말하는 ‘양심’은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하여야 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구체적으로 신념이 깊다는 것은 사람의 내면 깊이 자리잡은 것으로서 그의 모든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고, 신념이 확고하다는 것은 유동적이거나 가변적이지 않다는 것이며, 신념이 진실하다는 것은 거짓이 없고 상황에 따라 타협적이거나 전략적이지 않다는 의미라고 한다.
다수의견이 이처럼 종래 받아들여져 온 헌법상 양심의 의미와는 별개로, 거기에서 더 나아가 양심적 병역거부에서 말하는 양심의 범위를 새로이 정립하면서 ‘신념의 깊고 확고하며 진실함’이라는 추가적인 판단요소를 제시하는 근거가 분명하지는 않다.
그러나 양심적 병역거부를 보호하는 근거를 헌법 제19조가 정하는 양심의 자유에 두는 이상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하여만 적용되는 새로운 개념의 양심을 상정하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다. 다수의견의 해석은 마치 양심에 대한 부연설명인 듯이 보이나, 실제로는 헌법상 보호받기 위한 양심의 요건으로 ‘신념의 깊고 확고하며 진실함’을 추가하여 그 범위를 더욱 좁히는 것이다. 만일 다수의견의 입장이, 위와 같은 추가적인 요소가 헌법 제19조가 말하는 양심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라면, 이는 헌법상 근거도 없고 종래 받아들여져 온 해석과도 괴리가 있을 뿐만 아니라,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히려 헌법이 보호하는 양심의 범위를 더욱 좁히는 것으로서, 결과적으로 양심의 자유에 대한 억제적인 결과를 야기하는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고 위와 같은 양심은 오로지 양심적 병역거부에서만 요구되는 판단 기준이라고 하면, 이 역시 헌법적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다수의견의 해석이 오로지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특정 종교의 병역거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심의 자유 법리가 동원되는 것을 정당화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라.  한편 다수의견이 주장하는,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인지 여부 즉 ‘진정한 양심’에 대한 심사 역시 그 자체로 양심의 자유에 대한 또 다른 형태의 침해로서, 우리 헌법이 천명한 양심의 자유의 기본 원리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현행 병역법하에서 진행되는 형사절차에서 그와 같은 심사와 판단이 가능하지도 않다.
(1) 다수의견은 병역법위반 사건에서 피고인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경우에는 그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인지 심사를 통하여 가려야 한다고 하면서, 이는 양심과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한다.
대체복무제를 두지 않은 현행 병역법하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는 이상, 병역법위반 사건에서 이와 같은 양심의 진정성에 대한 심사는 불가피하게 된다. 즉 피고인이 입영하지 않은 이유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경우 검사는 그의 양심이 다수의견이 말하는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양심’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여야 하고, 판사는 이를 바탕으로 피고인의 양심이 그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가려 유·무죄를 판단하여야 하는 것이다.
헌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양심은 다수의견이 천명한 바와 같이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절박하고 구체적인 것'을 말한다(대법원 2004. 7. 15. 선고 2004도2965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양심을 형성하고 결정하는 것은 내심에 머무르는 한 이를 제한할 수도 없고 제한할 필요도 없다는 점에서 종래 절대적 자유로 인정되어 왔다(위 대법원 2004도2965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또한 양심이란 이른바 ‘착한 마음’ 또는 ‘올바른 생각’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옳고 그른 것에 대한 판단을 추구하는 가치적·도덕적 마음가짐을 뜻한다.
피고인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함에 따라 검사가 반대의 주장·증명을 통해 이를 탄핵하고 판사가 그 해당 여부를 판단하는 병역법위반 형사사건에서, 이른바 형사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는 양심도 위와 같은 피고인의 내심 깊은 곳에서 생성되고 머물러 온 피고인 개인의 가치적·도덕적 마음가짐으로서의 양심과 다르지 않다. 원래 절대적 자유이던 것이 국가의 병역의무 부과에 대한 부작위로 발현되었다고 하여 그것이 진정한 것인지 진정하지 않은 것인지 국가에 의해 심사되고 판단되는 것이다.
결국 다수의견에 의하면 피고인은 병역거부의 정당한 사유를 인정받기 위해서 그의 양심이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절박하고 구체적인 것’임이 인정되어야 하고, 구체적으로는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이라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과연 다수의견이 말하는 ‘정당한 사유’로 인정되기 위한 양심의 ‘진정성’이 구체적으로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 정도는 어느 정도인지,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었는지에 관한 경계선은 어디까지인지 전혀 알 수 없다. 개인이 양심의 자유를 갖는 것과 그것을 국가가 심사하여 판단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피고인은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 보일 방법이 없으나, 자신의 소명이 성공할 때, 더 정확하게는 검사의 증명이 실패할 때 자신의 양심이 진정한 것이라고 인정받고, 반대로 검사의 증명이 성공하면 그 진정성이 부정될 것이다. 진정한 양심이 진정한 것으로 인정받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진정한 양심임에도 진정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후자의 경우가 양심의 자유에 대한 침해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나아가 양심의 자유의 내면성과 절대성에 비추어 보면, 국가가 국민 양심의 진정성을 심사의 대상으로 삼아 판단한다는 그 자체로서, 전자의 경우에도 양심의 자유가 완전하게 구현되었다고는 볼 수 없다. 양심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한다는 다수의견은 오히려 양심의 자유를 억제하는 것이다.
(2) 무릇 증거재판주의와 자유심증주의를 기본으로 하는 형사소송절차는 적법절차의 구현과 함께 실체진실의 발견을 기본이념으로 하며, 사실인정과 법률의 해석·적용에 있어 법관의 자의를 배제한 실질적 죄형법정주의를 구현하고자 한다. 현행 형사소송절차 역시 그 불완전성으로 말미암아 실체와 다른 결론이 도출될 위험이 없지는 않으나, 위와 같은 형사소송의 이념을 가장 잘 구현하기 위해 구축된 점은 명백하다. 그러나 다수의견이 심사의 대상으로 인정하는 ‘인격적 존재가치의 파멸’,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 ‘절박하고 구체적임’, ‘신념의 깊고 확고하며 진실함’ 등이 과연 형사소송절차에서 검사가 증거로서 이를 증명할 수 있는 것인지, 법관이 그 증거에 대한 심사 결과 그 해당 여부를 판정할 수 있는 것인지, 무엇보다 그와 같은 심사 결과 유죄로 인정된 경우 그 결론이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갖도록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는 형사소송의 대원칙을 준수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강한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다수의견은 검사가 진정한 양심의 부존재를 증명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불명확한 사실의 부존재를 증명하기는 사회통념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여야 한다면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피고인은 자신의 병역거부가 그에 따라 행동하지 않고서는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에 따른 것이며 그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이라는 사실의 존재를 수긍할 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하고, 검사는 그 자료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법으로 진정한 양심의 부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피고인으로 하여금 먼저 자신의 주장이 진실한 것이라는 사실의 존재를 수긍할 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하도록 하는 위와 같은 해석은 형사피고인의 무죄추정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는 우리 헌법 아래에서는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다. 이는 형사소송절차에서 사실상 가능하지 않은 양심의 진정성을 심사하고 이를 통해 정당한 사유를 인정하려는 다수의견의 무리한 입론에서 비롯된 것이다.
(3) 다수의견은 양심과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에 대한 증명의 예시로서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를 거론하면서, 그 종교의 구체적 교리가 어떠한지, 그 교리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명하고 있는지, 실제로 신도들이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고 있는지, 그 종교가 피고인을 정식 신도로 인정하고 있는지, 피고인이 교리 일반을 숙지하고 철저히 따르고 있는지,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오로지 또는 주로 위 종교의 교리에 따른 것인지, 피고인이 위 종교를 신봉하게 된 동기와 경위, 만일 피고인이 개종을 한 것이라면 그 경위와 이유, 피고인의 신앙기간과 실제 종교적 활동 등이 주요한 판단요소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심과 동일한 양심을 가진 사람들이 이미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실형으로 복역하는 사례가 반복되었다는 등의 사정은 적극적인 고려요소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위와 같은 판단 기준이 정확히 특정 종교에만 해당하는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위와 같은 기준에 의하면 현재 여호와의 증인 신도의 경우는 대부분 그 양심의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그 교리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명하고 있고, 다수 신도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실형을 복역하는 등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위 기준을 대부분 충족하기 때문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된 대부분의 사건이 여호와의 증인에 관한 것이라는 점에서 위와 같은 예시를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이 특정 종교를 염두에 둔 판단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충족할 경우 양심적 병역거부 일반에 대해 병역법상 정당한 사유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법리와 해석이 여호와의 증인 신도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님이 분명함에도, 양심적 병역거부를 교리로 삼지 않은 천주교나 개신교의 종파, 불교 등 다른 종교의 신자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경우에는 어떠한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에 관하여는 아무 언급이 없다. 위와 같은 종교는 교리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명하지도 않고 이를 이유로 다수의 신도들이 실형으로 복역하지도 않았다. 결국 여호와의 증인을 제외한 다른 종교의 신자들은 자신에 대한 형사소송절차에서 어떠한 소명자료를 제출하여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현재의 다수의견에 따르면 위 종교들의 신자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더라도 이를 인정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반대의견이 적절히 지적하듯이, 다수의견의 이와 같은 태도는 양심 및 종교상의 평등과 정교분리를 선언한 헌법 규범에 위배된다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4) 한편으로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위 기준에 부합한다고 하여 이를 양심적 병역거부에서 정당한 사유로 인정되는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양심이라고 보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 다수의견에 따르면 양심의 징표로서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신념은 유동적이거나 가변적이지 않고 상황에 따라 타협적이거나 전략적이어서는 안 된다. 이는 양심에 따른 행동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그와 같이 볼 경우 집총과 군사훈련을 거부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가 있다면, 자신의 다른 행위 예컨대 국가에 세금을 납부하는 행위가 이에 기여하는 경우에는 그것도 거부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 세금으로 국가가 군대를 조직하고 무기를 제조하며 다른 국민이 집총과 군사훈련에 참여하는 데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자신은 그와 같은 행위를 할 수 없으나 다른 사람의 행위에 도움을 주는 것은 수용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타협적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전도와 포교는 모든 종교의 기본 속성으로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교리로 채택한 종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그와 같은 종교의 신도가 증가하면 할수록 군인의 수는 감소하게 되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군대가 없어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외적으로부터 국가를 방어할 수 없고, 양심과 종교의 자유도 보장받을 수 없게 된다. 결국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경우에도 이는 실질적으로 자신에게만 해당할 뿐이고, 오히려 다른 사람은 군대에 가서 나라를 지켜줄 것을 희망하면서 그 희생과 헌신을 통해 자신의 종교적 자유를 누리겠다는 입장에 다름 아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의 근저에 깔린 이와 같은 속성은 일관되지 못하고 모순된 태도로서, 그 신념을 깊고 확고하며 진실하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5)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조재연, 대법관 민유숙의 보충의견(이하 ‘다수의견의 보충의견’이라고 하면 이를 가리킨다)은 양심적 병역거부에서 문제 되는 양심은 내용이 아니라 존재와 정도의 측면이고 기본적으로 사실인정 문제로서, 증명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면서 양심의 증명이 사실상 불가능하거나 어렵다는 이유로 모두 처벌되어야 한다면 결국 유죄의 증명이 있다고 의제하는 것이 되어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형사법의 대원칙에 반하는 것이므로, 증명이 쉽지 않다는 이유로 정당한 사유로 주장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한다.
우선 반대의견의 입장은, 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 정한 ‘정당한 사유’에 포함될 수 없다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 둔다. 즉 다수의견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정하는 해석이 잘못되었다는 전제에서, 그와 같은 해석으로 말미암아 거칠 수밖에 없는 양심의 진정성에 대한 형사사법적 심사가 실제로 가능하지도 않고, 그 절차적 정당성과 결과의 합리성을 검증할 아무런 방법도 없으며, 국가에 의한 새로운 형태의 양심의 자유에 대한 침해에 해당하는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다수의견의 보충의견은, 양심은 내용이 아니라 존재와 정도의 측면이라고 주장하나, 이는 그 기준이 전혀 없다는 문제점을 도외시한 공허한 논리일 뿐이다. ‘신념의 깊고 확고하며 진실함’이나 ‘인격적 존재가치의 파멸’이 어느 정도에 이르면 진정하고 어느 정도이면 진정하지 않은 것인지 그 경계를 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검사가 이를 증명하는 것은 더욱 더 그러하다. 형사법규의 해석·적용에 있어서는 명확성의 원칙이 준수되어야 하고,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재판할 수밖에 없다. 다수의견은 절차적으로 해결이 불가능한 실체법 해석을 내린 후 후자가 전자에 우선하니 어쩔 수 없다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는 것과 다름없다. 만일 다수의견이, 피고인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경우 검사가 그 양심이 진정하지 않은 것이라는 점을 증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은 무죄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라면 차라리 수미일관된 태도라고 할 수 있겠으나, 현재와 같이 피고인으로 하여금 그 양심의 진정성을 뒷받침할 소명자료를 스스로 제출하도록 하고 검사는 이를 탄핵하는 방법으로 증명할 수 있다고 하는, 헌법적 근거가 전혀 없는 주장에는 결코 동의하기 어렵다.
다수의견의 보충의견은, 양심은 오로지 내면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고 외부로 드러나는 것으로서, 학교생활과 사회경험 등 전반적인 삶의 과정에서 표출될 것이므로, 이처럼 외부에 드러난 모습을 통해 양심을 증명할 수 있다고 한다.
현행 병역법상 대한민국 남성은 19세가 되는 해부터 징병검사를 받아야 하므로, 빠르면 그 무렵부터 구체적인 입영처분을 받게 될 것이다. 보통의 경우라면 위 연령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시기로서, 그 이전 삶의 대부분은 학교생활이었을 것이므로, 그 생활의 내용도 대부분 학업이었을 것이다. 다수의견은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 주장에 대한 양심의 진정성 판단의 기준을 예시한 바 있으나, 그것이 오로지 특정 종교에 국한된 것임은 앞에서 보았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교리로 하지 않는 종교의 신도 또는 아무런 종교를 가지지 않은 대한민국 남성이 예컨대 비폭력 평화주의에 관한 어떠한 신념을 내부적으로 형성한 후 대부분의 생활을 학교에서 학업에 종사하다가 갓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입영처분을 받은 시점에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고자 하는 경우, 그 이전에 위와 같은 신념을 외부에 표현하는 행동으로 무엇을 상정할 수 있을지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이는 다수의견의 논리가 결국 특정 종교의 신도에 국한된 것으로서, 그 이외의 국민에 대하여는 양심의 진정성을 스스로 증명하도록 하거나, 실상 심사와 증명이 불가능한 양심의 진정성에 대해 그 증명이 가능하다는 무리한 주장을 합리화하는 데에 불과한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6) 국민의 자유는 국가로부터 부여받았다기보다는 선국가적(先國家的)인 것으로서, 국민은 자유를 누리면 되고 국가는 이를 확인하고 보장할 의무를 부담할 뿐이다. 국민이 자유를 누림에 있어 그 누림이 진정한 것인지 아닌지 증명할 필요가 없고, 국가가 그것이 진정한 것인지 아닌지 심사할 수도 없다.
다수의견의 입장은 우리 헌법이 확인하고 보호하는 양심의 범위를 더욱 좁힘으로써 위와 같이 헌법이 부여한 국가적 책무를 저버리는 태도이다. 또한 다수의견은 현행 병역법위반 사건의 형사절차에서 양심의 진정성을 심사할 수 있다고 하고, 그 전제에서 진정한 양심, 즉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구성요건해당성을 조각할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러나 앞에서 보았듯이 양심은 국가의 심사 대상이 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현행 형사소송절차에서 그에 대한 심사가 가능하지도 않다. 대체복무가 도입된 법제 아래에서 일정 부분 양심의 진정성을 심사할 필요가 있겠으나, 행정절차로서 대체복무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심사와 형사처벌을 위한 심사는 차원을 달리하는 것이다. 형벌을 전제로 양심의 진정성을 국가가 심사하여 재단하고, 그 진정성에 대한 판단 기준이 특정 종교에 치우쳐 있으며, 그 기준 자체도 양심의 진정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다수의견과 같은 해석은 양심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양심의 자유에 대한 또 다른 형태의 침해이자 억제에 해당한다.
 
마.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는 헌법상 양심의 자유를 통해 해결할 문제라기보다는 대체복무제의 도입 등 병역제도에 관한 국가정책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
(1) 반대의견에서 보듯이 양심적 병역거부는 역사적으로 서구사회의 기독교와 관련된 특정한 종교적 신념에서 유래한 것으로, 국내에서 병역거부로 처벌된 양심적 병역거부자도 대부분 기독교의 한 종파인 ‘여호와의 증인’ 신도이다.
기독교적 전통이 뿌리 깊은 서구사회와 달리 그 역사가 짧고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우리 사회의 특성상, 종래 양심적 병역거부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배척하는 분위기가 강했던 것이 사실이다. 현재도 그 상태가 크게 변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가치의 다양성과 소수자 배려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 사회의 건전한 일원으로서 자기의 역할을 다하면서 점차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의사도 이를 일률적으로 처벌하기보다는 대체복무제 도입 등의 정책을 통해 구제하는 것은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변화해 가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헌법재판소가 종래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하였다가, 병역종류로서 대체복무제를 정하지 않은 병역법 제5조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선언한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양심의 자유가 헌법에 규정되자마자 그로부터 바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 사례는 없고, 심지어 다수의견과 같이 병역거부행위에 대해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예도 거의 발견할 수 없으며, 단지 각 나라별로 국민 여론의 수렴에 따른 공감대 형성의 과정을 거쳐 대체복무제 도입 등과 같은 입법적 조치를 통해 이를 구제하는 예가 대다수인 것으로 보인다. 즉 양심적 병역거부가 양심의 자유의 당연한 내용으로서 곧바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당위는 성립하지 않으며, 세계사적으로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는 사회적 합의와 양해의 과정 속에서 제도로 정착되어 온 것이다.
(2) 이처럼 헌법에 양심의 자유를 규정하고 양심적 병역거부를 제도적으로 도입한 외국의 사례들과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한 병역거부에 대한 종래 우리 국민들의 인식 및 그 변화 과정 등을 고려하면, 국민 개개인이 신봉하는 종교의 교리에 따른 병역거부는 양심의 자유의 한 내용으로 당연히 포섭되어 보호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본질적으로 그 시대 국민의 의사와 국가가 처한 상황하에서 입법정책을 통해 이를 구제할 것인지를 결정할 문제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종래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가 양심의 문제로 다루어진 것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라는 점만으로는 병역면제의 근거가 될 수 없는 관계로, 이에 대해 양심의 자유라는 헌법적 법리를 동원한 데 기인할 뿐이다.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기준에 따라 양심의 진정성을 심사하여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거부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특정 종교 신도들만의 병역면제를 위해 작동할 뿐이다. 이는 특정 종교의 교리를 관철하기 위해 원래 양심의 자유 문제가 아님에도 그 법리적 틀을 동원한 데 대해 국가가 정당성을 용인해 주는 결과로서, 우리의 역사적 배경과 현재의 상황 등에 비추어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대체복무제 도입과 같은 입법적 조치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는 세계사적 흐름에도 역행하는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바.  이 사건 판결의 선고는 병역종류조항에 대한 법 개정이 이루어지는 것을 기다려 그에 따라 처리함이 타당하다.
헌법재판소는 최근 병역의 종류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제5조가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면서, 2019. 12. 31.까지 법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2020. 1. 1. 그 효력을 상실한다고 선고한 바 있다. 우리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대체복무의 내용과 허용범위, 심사방법 등 그 구체적 틀을 갖추는 데에는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병역의 종류를 규정한 병역법 제5조가 효력을 상실할 경우 국가가 병역의무를 지는 국민에게 구체적인 병역의무를 부과할 근거가 사라지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늦어도 2019년 말까지는 대체복무제 도입 등에 관한 병역법 개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개정법에서 이 사건 피고인과 같이 이미 양심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여 기소된 사람에 대한 경과 규정을 두는 경우 이 사건은 그에 맞추어 처리하면 된다. 헌법재판소가 병역종류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를 선고하면서도 법 개정 시한까지 잠정적용을 명한 것도 그와 같은 취지로 보인다.
종래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형사처벌로 일관하던 법질서에서 개선 입법을 통해 병역면제 및 대체복무 기회의 부여라는 새로운 법질서로 이행하는 것이 현재 대다수 국민이 예상하는 모습일 뿐만 아니라, 법질서에 혼란을 초래함이 없이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럼에도 다수의견은 대체복무제에 관한 개선 입법이 되지 않은 현재의 단계에서 현행 병역법 제88조 제1항을 적용하여 이 사건에 대한 판단을 하려고 한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병역종류조항이 위헌임을 전제로 단지 병역의무 부과에 관한 공백을 방지하기 위해 이를 잠정적용하도록 한 것일 뿐이므로, 아직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지 않은 현재의 상태에서 병역법 제88조 제1항을 온전히 해석·적용하여 양심적 병역거부행위에 대한 유·무죄를 판단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현행 병역법의 위 조항은 잠정적일 뿐 위헌성을 띄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수의견의 논리대로라면 이 사건의 파기환송 후 원심은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지 여부를 심사하여 현재 상태에서 피고인의 유·무죄 여부를 가려야 한다. 개정법의 내용에 따라서는, 피고인이 무죄를 선고받고서도 대체복무조차 면하게 될 수도 있고, 또는 피고인에게 유죄가 선고되어 어쩌면 부여받을 수도 있었던 대체복무의 기회가 박탈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결론은 스스로 대체복무 의사를 피력하고 있는 이 사건 피고인은 물론 대다수 국민도 예측하지 못한 제3의 법질서를 추가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다수의견이 이와 같은 법질서의 혼란 등을 감수해 가면서까지 헌법이론적으로도 무리이고 외국 사례도 거의 없는 해석을 통해 서둘러 이 사건을 결론짓고자 하는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다. 이는 양심의 자유에 관한 역사적 의미를 갖는 판결과는 전혀 거리가 멀고, 오히려 위헌성을 띈 법률 조항을 해석·적용하여 판단을 내림으로써 양심의 자유의 법리를 후퇴시키고, 국민의 헌법적 의사를 거스르는 독단적인 판단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이 사건의 판단은 국회가 합리적으로 설계할 것으로 기대되는 대체복무제의 틀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점 이후로 미루는 것이 타당하고, 그것이 현재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되어 있는 피고인도, 그를 기소한 검사도, 판결하여야 하는 법원도, 입법을 한 국회도, 관용을 경험한 사회구성원들도 모두 명예로운 결론을 얻는 길이 될 것이다. 아울러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가장 민감한 문제의 하나인 양심적 병역거부를 둘러싼 사회의 대립을 극복하고 국민통합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사.  우리도 피고인은 처벌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지금, 위헌 상태인 병역법의 해석을 통한, “대체복무 없는 병역거부”라는 법질서로써는 아니다.
잠시 기다려, 합헌적인 개선입법에 의한, “대체복무와 함께 하는 병역거부”라는 법질서로써만이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을 따를 수 없는 이유를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통해 밝히는 바이다.
 
12.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박상옥의 보충의견
다수의견은 우리 역사와 헌법을 도외시하는 해석론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 역사를 망각하고 헌법을 오도하면 나라의 장래가 위험하다. 이 점에 관하여 반대의견의 내용을 보충하고자 한다.
 
가.  다수의견이 말하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대표적인 국가로는 독일과 유럽 여러 나라들이 있다.
(1) 구 서독 기본법은 1949년 제정 당시 제4조 제3항에 “누구도 양심에 반하여 집총병역을 강제당하지 아니한다. 자세한 것은 연방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기본권으로 명시하였다. 그리고 1956년 제12조 제2항을 개정하여 “양심상 이유로 집총병역을 거부하는 자에게는 대체복무 의무를 지울 수 있다. 대체복무 기간은 군복무 기간을 초과할 수 없다. 상세한 것은 법률로 정하되, 이 법률은 양심적 결정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되고, 군대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대체복무도 가능하도록 규정해야 한다.”라고 하여 징집에 의한 병역의무와 함께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가 가능하도록 규정하였다. 이어 1968년 병역의무와 대체복무제에 관한 위 기본법 규정을 제12a조로 개정하여 제1항에 “남자들은 만 18세 이상부터 군, 연방국경수비대 또는 민방위대에 복무할 의무를 지울 수 있다.”라고 하여 병역의무의 근거를 명확히 규정하고, 제2항에 종전 제12조 제2항의 내용과 유사하게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 의무에 관하여 규정하였다.
위의 각 해당 기본법 규정을 근거로 1956년 병역의무법이 제정되어 징병제가 시행되고, 1960년 대체복무법이 제정되었으며, 1983년 양심상 이유로 인한 집총병역거부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다.
1990년 동·서독 통일 후의 독일 기본법과 관련 법률들도 대체로 같은 내용의 규정들을 두고 있다.
(2) 독일인들은 독일제국이 일으킨 제1차, 제2차 세계대전에서 각각 수천만 명의 인명이 살상되고 국제평화질서가 파괴되는 참상을 목격한 후,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는 대규모의 침략전쟁을 저지른 데 대하여 깊이 반성함과 아울러 과거의 군국주의적, 국가사회주의적 전통과 완전히 결별하려는 헌법적 결단에 따라 구 서독 기본법 제정 당시부터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기본권으로 명시하였고, 그 후 통일된 독일 기본법에도 이를 규정하였다.
(3) 독일과는 헌법 제·개정의 경위나 전쟁과 관련된 역사적 배경에 조금씩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제1차,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전쟁의 참상을 함께 경험한 네덜란드, 스위스, 포르투갈, 러시아 등 유럽 여러 국가들도 독일과 마찬가지로 헌법 제·개정을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헌법에 명시적으로 규정하거나 적어도 법률로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나.  그러나 대한민국 헌법은 위의 독일이나 유럽 여러 국가들에서 보는 것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1) 우리나라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인본주의적 가치를 숭상하는 오랜 역사적 전통으로 주변국과의 선린우호와 공존공영을 지향해 왔을 뿐 침략할 의도로 군대를 조직하거나 침략전쟁을 일으킨 적이 없는 반면, 조선시대 이후에만도 여러 차례 외세의 침략을 받아 크나큰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 왜적에 대한 방비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호소가 있었지만 민심을 어지럽힌다는 빈축만 샀다. 조정에서는 군사훈련을 게을리하고 군역을 면제해 주는 일이 빈번하였다. 왜적이 쳐들어오자 관군은 왜군의 위세에 겁을 먹고 전의를 상실한 채 도망치기 바빴다. 선조는 한양을 버리고 의주로 몽진했다. 선조가 한양을 떠나던 날, 백성들은 피난 가는 행로를 막고 소리쳐 욕하고, 노비들은 노비문서를 불질렀다. 조정에서 관군을 모집하려고 애썼지만 응하는 이가 없었다. 무방비 상태인 국토가 왜군에 짓밟히고 수많은 백성들이 왜적의 총칼에 죽임을 당하거나 끌려갔다. 이순신이 지휘하는 수군의 활약과 전국 방방곡곡에서 일어난 의병(義兵)들의 활동으로 반격의 발판을 마련하여 마침내 왜군을 몰아내고 전쟁은 끝이 났지만, 그 피해는 엄청났다.
병자호란을 당하여 인조는 삼전도에서 삼공육경(三公六卿)을 거느리고 나가 청 태종에게 삼배구고두(三拜九叩頭)의 예를 올리고 항복하는 치욕을 당했다. 세자는 볼모로 잡혀가고 수많은 관리와 백성들이 포로로 끌려가거나 죽임을 당했다.
구한말에는 열강의 각축장이 되어 일제에 명목뿐인 군대마저 해산당하고 국권을 상실한 채 병합당하고 말았다. 우국지사들이 자결로 항거하고, 국내는 물론이고 이역만리 타국에서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을 벌였지만, 일제의 침탈과 만행을 막지 못했다. 강우규 의사(義士)는 서대문형무소에서 “단두대 위에 올라서니 오히려 봄바람이 감도는구나. 몸은 있으나 나라가 없으니 어찌 감회가 없으리오.”라는 절명시(絶命詩)를 읊고 처형당하였다. 강제징용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아직도 미해결의 과제로 남아 있다.
해방 후 북한은 소련과 군사 비밀협정을 체결하고 군사지원을 받아 군대훈련을 강화하였다. 대한민국은 전쟁이 나면 북진하여 평양에서 점심을 먹을 것이라고 당국자가 큰 소리만 쳤지 국방력을 강화하지는 않았다. 국군은 6·25 전쟁 발발 직전 많은 군인들이 휴가를 간 상태였다. 북한은 월등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파죽지세로 남하하여 낙동강 부근까지 점령하였다. 유엔군의 참전으로 국군이 전열을 가다듬고 학도의용군도 가세하여 서울을 수복한 후 압록강까지 진격하였으나 중공군에 밀려 남하하여 38도선 부근에서 치열한 공방을 계속하다가 휴전이 이루어졌다. 6·25 전쟁은 전국토를 초토화시키고 엄청난 인명과 재산상의 피해를 초래하였다.
(2) 대한민국 헌법은 우리나라의 참혹한 역사를 거울삼아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 및 국방의 의무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1948년 제정된 제헌헌법은 전문에서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함과 아울러 “밖으로는 항구적인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여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선언하고, 본문에서 신앙과 양심의 자유(제12조) 등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는 규정을 두면서, 모든 종류의 침략전쟁을 부인하고 국군에게는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 수행을 사명으로 부여하고(제6조),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한 국토방위의 의무를 부담하게 됨을 규정하였다(제30조).
제헌헌법의 기조는 그 후 1987년 개정되어 이 사건 당시 적용되던 현행 헌법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현행 헌법의 해당 규정과 구체적인 내용은 반대의견에서 보는 바와 같다.
(3) 우리 헌법은 제정 당시부터 현재까지 국방의 의무를 모든 국민에게 적용될 기본적 의무로 규정하면서도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포함하여 그 의무 이행에 대한 일체의 예외나 적용배제의 사유를 헌법 속에 규정하지 않았다. 또한 우리 헌법은 병역의무와 관련하여 양심 또는 종교의 자유의 우위를 인정하는 어떠한 규범적 표현도 그 안에 담고 있지 않다.
독일과 유럽 여러 국가들은 제1차,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유례가 없는 대규모의 침략전쟁을 일으킨 데 대한 반성에서 헌법이나 법률에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기본권 또는 징병제 하에서 병역의무에 대한 예외사유로 명시하고 있다.
우리 헌법은 우리나라가 외세에 침략 당해 고통을 겪었던 아픈 역사를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도록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사명을 완수하기 위하여 제정된 것인 점에서 역사적 배경이나 동기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도 헌법 제정 당시부터 ‘여호와의 증인’ 등 일부 기독교 종파 소속 신도들을 중심으로 한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하여 사회적 논란이 있었고, 1950년경부터 ‘여호와의 증인’ 신도의 양심적 병역거부를 입영기피행위로 간주하여 병역법의 관련 규정에 의해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아 왔으며, 그 무렵 양심적 병역거부권 또는 대체복무제의 근거를 헌법에 명시함으로써 병역의무와의 규범적 충돌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 구 서독 기본법과 같은 여러 헌법적 입법례가 존재하고 소개되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양심적 병역거부 주장에 따른 양심의 자유 보장과 국방의 의무 간의 충돌이라는 헌법적 문제는 제헌헌법이나 현행 헌법의 제·개정 당시 이미 널리 알려진 사회적·규범적 현상으로서 헌법이 미처 예상하지 못한 사태가 아니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행 헌법에 이르기까지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헌법적 근거 규정을 두지 않았다는 것은 헌법이나 관련 법률의 입법적 간과 혹은 불비가 아니라 헌법규범 차원에서 이를 배제하려는 헌법제정권자의 의도적인 선택의 결과라고 봄이 타당하다.
우리나라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헌법상 국방의 의무를 구체화한 병역법상의 구체적 병역의무에 대한 예외로서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로 인정하려면, 헌법에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신설하거나 현행 헌법에 합치되는 범위에서 법률에 이를 명시함으로써만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4)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헌법과 법률이 정한 병역의무를 거부하는 자에 대하여 국가가 대체복무 등 시혜적인 조치를 강구하는 것은 가능하고 바람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 병역법상 병역의무 이행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적인 수단으로 헌법의 정당한 위임 아래 입법자가 마련해 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의 무리한 해석을 통해 인정한다면, 이는 우리 현행 헌법에 깃든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에 관한 이념, 그 배경을 이루는 우리의 특유한 역사적 경험 등에 비추어 볼 때 규범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도저히 용납하기 어려운 결론이다. 이는 양심의 자유에 대한 정당한 제한사유로서 국가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헌법적 목적, 그 수단으로서 국방의 의무가 갖는 헌법적 가치를 손상시키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이에 기초한 국가의 정당한 공권력 행사를 위법한 것으로 만듦으로써 사회적 혼란만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 후 국회를 중심으로 대체복무제의 도입을 위한 준비가 활발히 진행 중이고 그 도입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마당에 위와 같은 헌법해석론에 부합하는 종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를 느닷없이 뒤집는 것은 시기적으로도 맞지 않다.
(5) 앞서 밝힌 바와 같이 현행 헌법상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기본적 인권 보장의 이념(제10조), 양심의 자유(제19조), 국방의 의무(제39조 제1항), 기본권 제한의 일반원칙 및 본질적 침해 금지(제37조 제2항) 규정 등에 관한 대법원 및 헌법재판소의 확립된 법리에 의할 때, 헌법 해석론으로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할 수 없음은 물론, 양심적 병역거부가 헌법상 국방의 의무에 대해 우위에 있는 헌법적 가치로서 헌법상 양심의 자유로부터 당연히 도출된다거나, 이를 전제로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포함된다고 해석할 여지도 없다. 따라서 종교적 신념 등에 의한 양심상의 이유로 입영거부를 하는 것도 ‘정당한 사유’에 포함될 수 있다고 보는 다수의견은 헌법이 전혀 예정하지 않고 있는 국방의 의무에 대한 특례를 인정하는 셈이 되어 우리 헌법에 명백히 배치된다.
 
다.  우리 헌법을 위와 같이 해석하는 입장에서 살펴보면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다수의견이 말하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를 포함시킬 수는 없고, 나아가 다수의견의 입장에 따라 이 사건에서 구체적, 개별적으로 살펴보더라도 피고인은 입영을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
(1)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가 다수의견이 말하듯이 구체적인 사안에서 법관이 개별적으로 판단할 문제라고 보면,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구체적인 주장 내용이 무엇인지 살펴본 후, 그것이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개별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2) 피고인은 스스로 작성한 탄원서, 항소이유서, 상고이유서(특히 32쪽 이하)와 공판기일의 변론을 통하여, 자신이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주장하면서 병역을 거부하는 이유로, ‘여호와의 증인’ 교리에 따라 주변 사람들을 교화시켜 국가적 차원에서의 무장해제와 전쟁종식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세계평화를 이루기 위한 것이라는 점, 또한 세상의 권위는 모두 하나님으로부터 부여된 것이어서 세속의 법을 지키고 세금을 내는 것도 그로 인한 처벌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그 권위가 하나님으로부터 부여받은 것이기 때문이라고 전제하면서, 국가 법질서와 교리상의 법질서가 상충하는 경우에는 보다 우위에 있는 하나님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3) 피고인은 대체로 종교적 신념에 의한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것으로 보일 뿐, 양심의 자유에 의한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수의견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란 종교적·윤리적·도덕적·철학적 또는 이와 유사한 동기에서 형성된 양심상의 결정을 이유로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한다. 피고인의 경우에는 분명하지 않지만, 다른 ‘여호와의 증인’ 신도의 경우에는 총을 들고 적을 살상하는 군대에 복무하는 것은 양심에 반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이런 의미에서 ‘여호와의 증인’ 신도의 병역거부 주장을 양심의 자유에 의한 병역거부의 주장으로 볼 여지가 없지는 않다.
독일과 유럽 여러 국가들의 경우에는 집총하여 병역에 복무하는 것이 유럽의 기독교적 전통에 따른 종교적 신념에 반하는 데에서 나아가, 제1차, 제2차 세계대전을 통하여 수많은 인명이 살상되는 것을 직접 목격하거나 그 후 이를 배우면서 집총병역 복무가 인간의 양심에 반하는 것이라는 반성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이에 독일과 유럽 여러 국가들은 헌법이나 법률에서 양심적 집총병역거부권을 규정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외세의 침략을 받기만 하였고 우리 군대가 침략전쟁을 일으켜 적을 살상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총을 들고 군대에 복무하는 것이 양심에 반한다거나 이를 거부하는 양심을 형성할 만한 사정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피고인도 자신의 병역거부는 종교적 신념에 의한 것임을 표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수의견이 피고인의 위와 같은 주장을 양심의 자유에 의한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것으로 보아 판단의 전제로 삼은 것은 피고인의 주장을 아무런 설명과 이유 없이 과장하거나 논리를 비약하는 것이어서 납득하기 어렵다.
(4) 피고인의 위 주장이 양심의 자유에 의한 병역거부이든, 종교적 신념에 의한 병역거부이든지 간에, 다수의견과 일부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내세우는 것처럼 총을 들고 적을 살상하는 군대에 복무하는 것이 양심의 자유에 반한다는 취지의 주장은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할 수 없다.
우리 헌법은 독일과 유럽 여러 국가들과는 달리 침략전쟁을 일으킨 적이 없고 외세의 침략을 받아 인명을 살상당하고 국권을 상실한 데 대한 각성하에 침략전쟁을 부인하면서 국군에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사명을 부여하고 국민에게 국방의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반복되는 외세의 침략 속에서 신분 여하를 불문하고 모두가 공동체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국방에 관한 의무를 당연히 나누어진다는 고귀한 희생과 책임 의식에서 자발적으로 의병이나 승병을 조직하여 국토방위에 나선 경험이 있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은 그 후 일제의 침략으로 나라를 잃은 상황에서도 이어져 국내외의 독립운동가들과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주축이 되어 빼앗긴 나라를 되찾고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침략국인 일제를 상대로 다양한 방식의 투쟁을 전개하였고, 대한민국 건국 후 북한의 기습도발로 발발한 6·25 전쟁 중에는 학도의용군을 조직하여 맞서 싸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피고인이 국군을 총을 들고 적을 살상하는 집단으로 보고 이를 전제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것은 헌법에 반하므로 ‘정당한 사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5) 피고인은 심지어 ‘여호와의 증인’ 교리에 따른 국가적 차원에서의 무장해제와 평화주의, 납세거부, 종교우월까지 연계하여 주장하고 있다.
헌법 제20조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하면서, 제2항에서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라고 규정하여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종교의 자유는 헌법상 자유권적 기본권으로서의 본질상 개인의 신앙이 국가권력에 의하여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는 소극적 방어권의 의미를 가질 뿐이지, 국민 각자가 종교와 관련된 특정한 주관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극적인 수단으로서 인정되는 권리가 아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집총훈련 및 군복무를 포함하는 일체의 병역을 거부할 권리를 주장하는 이유가, 표면적으로는 다수의견이 지적하는 것처럼 자신이 따르는 ‘여호와의 증인’ 교리가 이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음에 따라 그 교리에 따르기 위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피고인의 주장 내용을 보면, 피고인은 이 사건을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받고 병역법상의 형사처벌을 면하게 됨으로써, 단순히 평화주의를 지향하는 종교적 교리에 충실하는 개인적 신앙생활을 유지하고 타인에 대한 무력행사의 가능성 있는 일체의 상황을 자신만의 영역에서 소극적으로 회피할 기회를 갖는 데에 그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러한 행동을 겉으로 드러내 보이거나 이를 수단으로 하여 자신이 추종하는 종교적 교리를 주변에 확산시키는 방법으로 다른 사람들까지 무장해제와 평화주의 또는 병역거부에 관한 교리에 감화되도록 하고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권의 행사가 보편적인 것이 되도록 하려는 것이다. 이는 국가적·범세계적 차원에서 무장해제와 전쟁종식 및 평화정착을 이루겠다는 일종의 정치이념에 유사한 종교적 목표를 적극적으로 달성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국가에 대하여 신앙의 형성과 그 실현 과정에 대해 부당한 간섭이나 강요를 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이른바 소극적 방어권에 그치는 종교의 자유의 본질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이 개인에게 자신의 종교적 사상과 결정에 근거하여 외부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사회를 적극적으로 변화·형성할 가능성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 보장에 관한 헌법상 한계를 넘어선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 유지와 개인의 자유로운 인격발현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우리 헌법상의 기본권 체계 내에서 종교의 자유의 역할은 오로지 종교상의 이유로 국가가 강요하는 명령에 대한 방어권을 부여함으로써 개인적 신앙의 정체성과 동질성을 유지하는 데에 그친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피고인의 주장은 세계평화주의, 반전사상, 무정부주의 등과 같은 전통적인 정치적 이념이나 노선과 그 맥락이 일치하거나 유사한 면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고, 그로 인해 위와 같은 특정 종파의 종교적 이념이 같은 이념을 표방하면서 정치권력을 쟁취할 것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특정 정당이나 정파의 정치이념적 선전도구로 악용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종교적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을 헌법적 가치로 수용하고 그에 대해 정당성까지 부여할 경우 그러한 위험성은 더욱 커질 우려가 있고, 이는 결국 종교에 대한 국가의 중립성을 해하고 사실상 특정 종교를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하거나 보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에 대해 종교적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을 인정하는 것은 헌법상 종교의 자유 보장의 한계를 벗어나고 정교분리원칙에 위배된다.
(6) 헌법 제19조가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 등 인간의 정신생활에 관한 기본권은 인간의 내적·정신적인 면을 규제할 수 없으므로 그 성질상 어떠한 법률에 의하여서도 이를 제한할 수 없지만, 이미 그 영역을 떠나 외부적으로 나타나는 때에는 국가안전보장 및 공공의 질서와 선량한 풍속 또는 공공의 복리를 위해 제한될 수 있다(대법원 1982. 7. 13. 선고 82도1219 판결 등 참조). 개인의 양심이란 지극히 주관적인 현상으로서 비이성적·비윤리적·반사회적인 양심을 포함하여 모든 내용의 양심이 양심의 자유에 의하여 보호된다는 점을 고려한다고 해도 ‘국가의 법질서는 개인의 양심에 반하지 않는 한 유효하다’는 사고는 법질서의 해체, 나아가 국가공동체의 해체를 의미하므로 허용되지 않는다. 어떠한 기본권적 자유도 국가와 법질서를 해체하는 근거가 될 수 없고, 그러한 의미로 해석될 수 없다(헌법재판소 2004. 8. 26. 선고 2002헌가1 등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다수의견도 인정하는 것처럼 이 사건에서 문제 되는 상황은 실정법의 규율 대상이 될 수 없는 순수한 내면적 양심에 관한 것이 아니다. 이는 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병역법에 의해 부과된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함으로써, 소극적 부작위에 의해 국가 법질서와 배치되는 자신의 양심을 실현하려는 것으로서, 헌법상 국방의 의무에 근거한 병역법 등 현행의 국가 법질서와 피고인 자신이 따르는 종교 교리상의 법질서가 충돌·갈등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앞서 살펴본 것처럼 현행 헌법의 해석론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갑자기 인정하는 것은, 국가 법질서에 대한 개인의 주관적·내면적 양심의 절대적 우위를 인정하는 결과가 되어, 개개인의 양심적 결정에 의한 국가 법질서의 사실상 해체, 나아가 국가공동체의 해체를 의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는 법리적으로 인정되는 헌법상 양심의 자유 보장의 범위를 명백히 넘어선 것이고, 헌법상 기본권 이론에도 맞지 않는다.
(7) 헌법 제11조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면서, 제2항에서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국방의 의무를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는 그 성질상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에 대응하면서 적정한 방위력의 유지 확보를 위해 합목적적으로 판단되어야 할 사항이기 때문에 그 수단으로서 병역법상의 구체적인 징집대상자의 범위 선정이나 병역 특례의 인정 요건을 정함에 있어서는 입법자에게 매우 광범위한 형성권이 부여되어 있다(헌법재판소 2002. 11. 28. 선고 2002헌바45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반대의견에서 지적한 것처럼 병역법은 국민개병제, 징병제의 병역제도 아래에서 병역부담평등의 원칙을 관철하기 위해 병역 자체를 면할 수 있는 개인적·주관적 사유를 형사처벌 전력, 심신장애, 북한이주민 등 극히 제한적으로만 인정하고 있고, 개인의 종교적 교리나 신념, 가치관, 세계관 등의 사유는 병역을 면할 사유로 규정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해석론으로 이를 인정할 수도 없다. 특정한 종교적 교리에 기초한 이러한 사유는 병역법상의 병역면제사유와는 본질적으로 구별되므로,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함으로써 이를 입영을 거부할 ‘정당한 사유’로 해석해 주는 것은 병역부담평등의 원칙을 결정적으로 해하는 것이다. 또한 해당 종교의 신도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종교상의 이유로 차별하는 것이 되어, 헌법상 평등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될 뿐만 아니라 사실상 종교에 기초한 사회적 특수계급의 창설에 해당하여 헌법상 용납될 수 없다.
 
라.  이 사건에 관하여 앞에서 검토한 내용을 종합하여 결론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1)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교화시켜 국가적 차원에서의 무장해제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며 국가 법질서보다 하나님의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는 취지에서 병역을 거부하는 것이므로 입영을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주장한다.
(2) 다수의견은 피고인이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로서 입영을 거부할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한다.
(3) 우리 헌법과 법률을 도외시하고 이를 ‘정당한 사유’에 포함시키는 다수의견의 법리와 결론이 타당하지 않음은 위에서 본 바와 같다. 아래에서 간략하게 정리해 본다.
첫째, 독일과 유럽 여러 국가들은 제1차,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대규모의 침략전쟁을 일으키고 겪은 후 전쟁의 참상에 대한 반성에서 헌법이나 법률에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였다. 우리 대한민국 헌법은 외세에 침략당하고 나라를 잃고 고통을 당한 데 대한 각성에서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 및 국방의 의무를 철저하게 규정하면서 헌법이나 법률에 양심적 병역거부를 비롯한 일체의 예외규정을 두지 않았다.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에 직결되는 이런 중차대한 문제에 관한 헌법제정권자의 결단은 매우 무겁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우리 헌법의 제·개정에 관한 역사적 배경과 내용 및 헌법제정권자의 결단 등에 비추어 볼 때 헌법과 법률의 제·개정 없이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할 수는 없고, 더욱이 대체복무가 아닌 무죄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둘째, 다수의견은 양심실현의 자유는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으며, 소극적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에는 세심한 배려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한다. 양심형성의 자유와 양심상 결정의 자유는 내심에 머무르는 한 이를 제한할 수도, 제한할 필요성도 없다는 점에서 절대적 자유이지만, 양심표명의 자유와 소극적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는 제한될 수 있는 상대적 자유라는 것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확립된 법리이다. 심지어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여호와의 증인’ 교리에 따라 국가적 차원에서의 무장해제와 평화주의, 납세거부, 종교우월까지 연계하여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피고인에 대하여 대체복무도 아닌 무죄를 가능하게 하는 결론은 어떤 법리로도 정당화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국군의 사기에도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크다.
셋째, 다수의견은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란 종교적·윤리적·도덕적·철학적 또는 이와 유사한 동기에서 형성된 양심상의 결정을 말하고, 여기에서 말하는 양심은 윤리적 내심 영역이고 절박하고 구체적인 것으로서, 그 신념이 깊고 확실하며 진실해야 한다고 하면서, 구체적인 병역법위반 사건에서 피고인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할 경우, 그 양심이 과연 위와 같이 깊고 확실하며 진실한 것인지 가려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다. 그러면서 막상 종교적·윤리적·도덕적·철학적 또는 이와 유사한 동기에서 형성된 양심적 병역거부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구체적인 심사·판단 기준을 전혀 제시하지 않고 종교활동과 관련된 것만을 제시하고 있다. 사실심이 무슨 기준에 따라 심사·판단할 것인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양심이 윤리적 내심 영역이고 절박하고 구체적인 것이라면 법원이 심사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데도, 이를 심사·판단할 수 있다고 보는 것 자체가 문제이다. 심사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것을 심사·판단하라고 할 수는 없고, 그 기준을 제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헌법이나 법률에 규정이 없는데도 무리한 해석론으로 양심의 자유에 의한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데에서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이다.
넷째, 다수의견이 예를 들어 종교적 신념에 의한 양심적 병역거부의 경우에 적용될 것으로 제시하고 있는 판단요소와 고려요소들은 특정 종교의 독실한 신도인지를 가려내는 기준이 될 수 있을 뿐이지 양심적 병역거부자인지를 가려내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양심적 병역거부라고 하면 입영을 앞두고 내리는 최종적인 결단이 바로 그 사람의 양심에 따른 결정이다. 비유하건대, 어떤 사람이 평소 어떠어떠한 사람과 결혼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주변에 입버릇처럼 말해 왔다고 해도, 결혼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구체적인 어떤 사람을 정해 결혼하기로 최종적인 결심을 하는 순간이다. 그 전에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말과 행동을 했든 상관이 없다. 양심적 병역거부의 경우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그런 논리에서 보면 양심상의 결정이라고 주장하는 모든 사람에 대하여 심사·판단 없이 이를 인정해 주어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고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요소들을 심사·판단의 기준으로 고집하면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과 같은 특정 종교에 특혜를 주는 결과가 생길 수 있다. 어느 쪽이든 헌법상 양심의 자유 또는 종교의 자유 보장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정교분리의 원칙에 반하고 국가 법질서의 사실상 해체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 이는 우리 대한민국 헌법질서에 중대한 위험 요소가 될 것이다.
이상의 이유로 반대의견을 보충하는 취지를 밝힌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김소영 조희대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김재형(주심) 조재연 박정화 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