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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정보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손해배상(자)

[대법원 1993. 12. 10. 선고 93다36721 판결]

【판시사항】

도로교통법의 보행자의 통행방법에 관한 규정위반과 불법행위의 성립 여부

【판결요지】

보행자의 통행방법에 관한 도로교통법 제8조 제1항, 제2항, 제10조 제2항 내지 제5항의 각 규정의 위반은 법상의 주의의무위반으로서 타인에 대한 의무위반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고, 보행자가 이에 위반하여 사고를 야기케 하였다면 보행자의 그러한 잘못은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으로서의 과실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참조조문】

민법 제750조, 도로교통법 제8조, 제10조


【전문】

【원고, 피상고인】

【피고, 상고인】

【원심판결】

대전고등법원 1993.7.2. 선고 93나1167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보충상고이유서 기재부분은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본다.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피해자에게 손해의 발생이나 확대에 관하여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배상책임의 유무 및 그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당연히 이를 참작하여야 할 것이고, 과실상계의 사유에 관한 사실인정 내지 과실상계의 비율을 정하는 것은 그것이 현저히 형평에 반하여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에 속하는 사항이라고 할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의하여 살펴본바, 이 사건 사고장소는 편도 2차선의 포장도로로서 도로변에 무단횡단방지용 가드레일이 설치되어 있고 부근 10여 미터 거리에 지하통로가 개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망 소외 1이 위 지하통로를 이용하지 아니한 채 야간에 위 도로를 뛰어 건너다가 이 사건 사고를 당한 잘못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에 터잡아 피고의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위 망인의 과실비율을 50퍼센트로 인정하여 참작한 원심의 조치는 충분히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과실상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위 망 소외 1이 이 사건 사고 당시 노동능력의 전부 또는 상당부분을 상실한 상태에 있었다는 피고의 주장을 원심설시와 같은 이유로 배척한 원심의 조치는 충분히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위반이나 일실이익산정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고, 소론이 들고 있는 판결들은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한 것이 못 된다. 논지도 이유 없다.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피고가 이 사건 사고시 무단횡단하는 위 소외 1을 피하려고 하다가 도로의 중앙선을 넘어가 마주오던 망 소외 2 운전의 승용차를 들이받아 위 소외 2를 사망에 이르게 하고 그 승용차에 타고 있던 소외 3에게 상해를 입게한 관계로 피고를 대위한 소외 신동아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가 위 망 소외 2의 유족에게 손해배상금으로 금 103,963,090원을, 위 소외 3에게 손해배상금으로 금 1,290,700원을 각 지급하였는바, 위 소외 2 및 소외 3에 대하여는 위 망 소외 1은 피고와 더불어 공동불법행위자의 관계에 있으므로 위 보험회사는 위 망 소외 1에 대하여 이미 지급한 위 망 소외 2 및 소외 3에 대한 위 각 손해배상금 중 위 망 소외 1의 과실비율에 상응하는 금액에 대한 구상권을 취득하였고, 피고가 위 보험회사로부터 그 구상금채권을 양수하였으니 그 구상금 상당액을 이 사건 손해액에서 공제하여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원심은 그 거시증거를 종합하여, 이 사건 사고시 피고의 위 주장과 같은 경위로 위 망 소외 2 및 소외 3을 사상케 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앞서 본 위 소외 1이 이 사건 사고장소를 무단횡단한 잘못은 사회통념상, 신의성실의 원칙상 또는 공동생활상 요구되는 약한 부주의로서 과실상계에 있어서의 과실로서 이를 참작하여야 할 사유는 된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으로서의 과실에 해당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그러나 도로교통법에 의하면, 보행자는 보도와 차도가 구분된 도로에서는 차도를 횡단하는 때, 도로공사 등으로 보도의 통행이 금지된 때, 그 밖의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언제나 보도를 통행하여야 하고(제8조 제1항), 보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은 도로에서는 도로의 좌측 또는 길 가장자리 구역을 통행하여야 하며(같은 조 제2항), 횡단보도가 설치된 도로에서는 횡단보도를 통행하여야 하고(제10조 제2항), 횡단보도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도로에서는 가장 짧은 거리로 횡단하여야 하며(같은 조 제3항), 횡단보도를 횡단하거나 신호기 또는 경찰공무원 등의 신호 또는 지시에 따라 도로를 횡단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든 차의 앞이나 뒤로 횡단하여서는 아니되며(같은 조 제4항), 안전표지 등에 의하여 횡단이 금지되어 있는 도로의 부분에서는 그 도로를 횡단하여서는 아니된다(같은 조 제5항)고 하고 있으며, 이에 위반한 경우에 금 50,000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제114조 제1호)고 규정하고 있는바, 보행자의 통행방법에 관한 이러한 규정의 위반은 법상의 주의의무위반으로서 타인에 대한 의무위반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고, 보행자가 이에 위반하여 사고를 야기케 하였다면 보행자의 그러한 잘못은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으로서의 과실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원심이 거시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사고장소는 보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은 차도폭 14.6미터인 편도 2차선의 국도로서 평소 차량의 통행이 빈번하고, 제한시속이 70킬로미터인 곳인데, 위 망 소외 1이 그러한 도로를 이 사건 사고차의 앞으로 횡단한 사실이 엿보이므로 위 망인의 위와 같은 행위는 도로교통법 제10조 제4항의 규정을 위반한 셈이 되고, 더욱이 위 망인이 그 도로변에 무단횡단방지용 가드레일까지 설치되어 있고, 주변 10여 미터 거리에 지하통로까지 있는 곳을 횡단한 것이라면, 그러한 잘못은 약한 부주의를 넘어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으로서의 과실에 해당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위 망인의 위와 같은 잘못이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으로서의 과실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으로서의 과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으며, 한편 원심으로서는 더 나아가서 위 망 소외 1의 위와 같은 과실로 인하여 피고와 더불어 위 망 소외 2 및 소외 3에게 민법상의 공동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되는지의 여부를 심리함으로써 이를 가려보았어야 할 것이므로, 원심의 위와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은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임이 분명하고, 이 점에 관한 지적이 포함된 것으로 보이는 논지는 그 이유가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준서(재판장) 김상원 윤영철(주심) 박만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