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 제35조 제3호 위헌소원
【판시사항】
월급근로자로서 6개월이 되지 못한 자를 해고예고제도의 적용예외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2007. 4. 11. 법률 제8372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35조 제3호(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가 근무기간이 6개월 미만인 월급근로자의 근로의 권리를 침해하고,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적극)
【결정요지】
해고예고제도는 근로조건의 핵심적 부분인 해고와 관련된 사항일 뿐만 아니라, 근로자가 갑자기 직장을 잃어 생활이 곤란해지는 것을 막는 데 목적이 있으므로 근로자의 인간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근로조건으로서 근로의 권리의 내용에 포함된다. 해고예고제도의 입법 취지와 근로기준법 제26조 단서에서 규정하고 있는 해고예고 적용배제사유를 종합하여 보면, 원칙적으로 해고예고 적용배제사유로 허용될 수 있는 경우는 근로계약의 성질상 근로관계 계속에 대한 근로자의 기대가능성이 적은 경우로 한정되어야 한다.
“월급근로자로서 6월이 되지 못한 자”는 대체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한 자들로서 근로관계의 계속성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할 것이므로, 이들에 대한 해고 역시 예기치 못한 돌발적 해고에 해당한다. 따라서 6개월 미만 근무한 월급근로자 또한 전직을 위한 시간적 여유를 갖거나 실직으로 인한 경제적 곤란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리적 이유 없이 “월급근로자로서 6개월이 되지 못한자”를 해고예고제도의 적용대상에서 제외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근무기간이 6개월 미만인 월급근로자의 근로의 권리를 침해하고, 평등원칙에도 위배된다.
【심판대상조문】
근로기준법(2007. 4. 11. 법률 제8372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35조 제3호
【참조조문】
헌법 제11조 제1항, 제32조 제1항, 제32조 제3항
근로기준법(2007. 4. 11. 법률 제8372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35조
근로기준법(2010. 6. 4. 법률 제10339호로 개정된 것) 제26조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 김○학
국선대리인 변호사 권은민
당해사건 서울동부지방법원 2013나1909 해고예고수당
[주 문]
근로기준법(2007. 4. 11. 법률 제8372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35조 제3호는 헌법에 위반된다.
[이 유]
1. 사건개요
청구인은 송○실이 운영하는 학원에서 2009. 5. 21.부터 영어강사로 근무하던 중 2009. 7. 6. 예고 없이 해고되었다. 청구인은 송○실을 상대로 해고예고수당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패소하였고, 항소한 뒤 “월급근로자로서 6개월이 되지 못한 자”를 해고예고제도의 적용예외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제35조 제3호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다. 그러나 2013. 9. 25. 청구인의 항소 및 신청이 모두 기각되자, 청구인은 2014. 1. 2.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근로기준법(2007. 4. 11. 법률 제8372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35조 제3호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근로기준법(2007. 4. 11. 법률 제8372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35조(예고해고의 적용 예외) 제26조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근로자에게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3. 월급근로자로서 6개월이 되지 못한 자
3. 청구인의 주장
심판대상조항은 “월급근로자로서 6개월이 되지 못한 자”를 해고예고제도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근무기간 6개월 미만인 월급근로자는 새 직장을 구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한을 보장받지 못한 상태로 근로관계를 종료하게 되어 근로의 권리를 침해받게 되고, 새 직장을 구할 때까지 수입이 단절되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도 침해받게 된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합리적 이유 없이 근무기간 6개월 미만인 월급근로자를 근무기간이 6개월 이상인 월급근로자나 주급, 일급, 시간급 등 다른 형태로 보수를 받는 사람과 차별하고 있으므로 평등원칙에도 위배된다.
4. 판단
가. 해고예고제도
근로기준법 제26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를 하여야 하고, 30일 전에 예고를 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해고예고제도는, 사용자가 갑자기 근로자를 해고하면 근로자의 생활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므로, 새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거나 그렇지 않으면 그 기간 동안의 생계비를 보장하여 해고로 인한 근로자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데 그 취지가 있다.
한편, 근로기준법 제35조는 해고예고제도에 대한 예외를 두어, 일용근로자로서 3개월을 계속 근무하지 아니한 사람, 2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사용된 사람, 계절적 업무에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사용된 사람, 수습 사용 중인 근로자와 심판대상조항에 규정된 월급근로자로서 6개월이 되지 못한 사람은 해고예고 관련 조항의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해고예고제도의 본래 취지가 일방적으로 일자리를 잃게 되는 근로자로 하여금 새 일자리를 알아보는 등 대책을 강구할 수 있는 여유를 주고자 하는 데 있는 만큼, 근로계약기간이나 근로계약의 내용 등에 비추어 근로관계의 계속성에 대한 근로자의 기대가능성이 적고 근로관계의 임시성에 대해 근로자도 용인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정당한 해고사유가 있으면 해고예고 절차 없이도 해고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근로기준법 제35조의 다른 해고예고의 예외사유가 근로관계의 임시성을 전제로 하는데, 심판대상조항은 보수의 지급형태를 기준으로 6개월 미만 근로한 월급제 근로자에 대해서만 해고예고의 적용 예외를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적용 예외사유와 차이가 있다.
나. 근로의 권리 침해 여부
(1) 헌법이 보장하는 근로의 권리에는 ‘일할 자리에 관한 권리’뿐만 아니라 ‘일할 환경에 관한 권리’도 포함되는데, 일할 환경에 관한 권리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침해를 막기 위한 권리로서 건강한 작업환경, 정당한 보수, 합리적 근로조건의 보장 등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한다(헌재 2007. 8. 30. 2004헌마670 참조). 근로의 권리를 담보하기 위하여 헌법 제32조 제3항은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고 하여 근로조건 법정주의를 규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에 마련된 해고예고제도는 근로조건의 핵심적 부분인 해고와 관련된 사항일 뿐만 아니라, 근로자가 갑자기 직장을 잃어 생활이 곤란해지는 것을 막는 데 목적이 있으므로, 근로자의 인간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한 합리적 근로조건에 해당한다. 따라서 근로관계 종료 전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에게 해고예고를 하도록 하는 것은 개별 근로자의 인간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근로조건 가운데 하나에 해당하므로, 해고예고에 관한 권리는 근로의 권리의 내용에 포함된다.
근로관계 종료 전 사용자로 하여금 해고예고를 하도록 하는 것이 근로의 권리의 내용에 포함된다 하더라도, 그 구체적 내용인 적용대상 근로자의 범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 또 예고기간을 어느 정도로 정할 것인지 여부 등에 대해서는 입법자에게 입법형성의 재량이 주어져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입법형성의 재량에도 한계가 있고,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하도록 규정한 헌법 제32조 제3항에 위반되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청구인의 근로의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는, 입법자가 해고예고제도를 형성함에 있어 해고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할 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아니하거나 그 내용이 현저히 불합리하여 헌법상 용인될 수 있는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인지 여부에 달려 있다.
(2) 해고예고제도는 돌발적 실직의 위험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고, 사용자에게는 대체근로자를 찾는 과정에서 해당 근로자의 해고를 재고하는 일종의 숙려기간으로 작용하기도 하고, 근로자에게는 정당한 해고 사유의 유무에 대한 자기변호의 기회를 부여하기도 한다. 한편, 근로기준법 제26조 단서는 천재ㆍ사변,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로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 또는 근로자가 고의로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 경우에는 해고예고의무를 준수하지 않아도 되도록 규정함으로써,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이해관계 조정을 반영하고 있다. 이런 점을 종합하여 보면, 일반적으로 해고예고의 적용배제사유로 허용할 수 있는 경우는 근로계약의 성질상 근로관계 계속에 대한 근로자의 기대가능성이 적은 경우로 한정되어야 된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월급근로자에 대하여 근로관계의 성질과 관계없이 근무기간이 6개월 지나기 전에는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예고 없이 해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처럼 월급근로자로서 6개월이 되지 못한 사람을 해고예고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합리적 근거는 찾기 어렵다. 오히려 월급근로자로서 6개월이 되지 못한 사람은 대체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람들로서 근로계약의 계속성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들에 대한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35조의 다른 사유들과 달리 예상하기 어려운 돌발적 해고에 해당한다.
(3) 해고예고제도의 적용대상 등을 결정하는 것이 입법정책에 관한 문제로 입법자에게 입법형성권이 있다 하더라도, 근로의 권리를 보호하여야 하는 입법자로서는 해고예고제도를 마련함에 있어 사용자와 근로자의 이익을 고려하여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여야 한다. 사용자에게 해고예고 의무를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절차적 측면에서 해고를 규율하는 것일 뿐 해고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고, 예고기간이 30일에 불과하고 해고예고수당으로 대체할 수도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지나친 제한이라 보기 어렵다. 반면, 근무기간이 6개월 미만인 월급근로자의 경우 해고예고제도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면 전형적 상용근로자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근무기간이 6개월이 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예고 없이 직장을 상실하게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월급근로자로서 6개월이 되지 못한 자”를 해고예고제도의 적용대상에서 배제하고 있는 심판대상조항은, 입법자가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에서 요구되는 최소한의 절차적 규율마저 하지 아니한 것으로 입법재량권의 행사에 있어 헌법상 용인될 수 있는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4) 비교법적으로 보더라도 독일ㆍ영국 등 유럽 각국 역시 해고예고제도를 법률로 규정하고 있지만, 근로자의 근로기간에 따라 해고예고기간을 달리 하고 있을 뿐 6개월 미만 근로한 월급근로자를 해고예고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지 아니하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상의 해고예고제도와 거의 같은 제도를 갖고 있는 일본의 노동기준법 제21조도 “월급근로자로서 6개월이 되지 못한 자”는 해고예고의 적용제외 사유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5) 결론적으로 헌법상 허용되는 재량의 범위를 현저히 벗어나 합리적 이유 없이 “월급근로자로서 6개월이 되지 못한 자”를 해고예고제도의 적용에서 제외하고 있는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의 근로의 권리를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다. 평등원칙 위반 여부
(1) 계약기간의 정함이 없는 상용근로자에 대한 해고는 근로기간이 6개월 미만이거나 그 이상이거나 예기치 못한 돌발적 해고에 해당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으므로, 근로계약에 별도의 정함이 없는 이상 근무기간이 6개월 미만인 근로자나 그 이상인 근로자나 근로계약의 계속성에 대한 기대에는 본질적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또 6개월 미만 근로한 월급근로자도 전직을 위한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고 실직으로 인한 경제적 곤란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필요성이 있고, 이러한 필요성이 6개월 이상 근무한 월급근로자보다 적다고 볼 수도 없다.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이 같은 월급근로자임에도 불구하고 해고예고제도를 적용할 때 근무기간 6개월 미만 월급근로자를 그 이상 근무한 월급근로자와 달리 취급하도록 하고 있는 것은 합리적 근거 없는 차별에 해당한다.
(2) 근로기준법은 사용자의 지휘ㆍ명령을 받으며 사실상 종속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을 근로자로 보고, 이들의 근로조건이나 생활을 보장하려는 목적을 가진 법이다. 월급근로자도 시급이나 일급ㆍ주급 등 다른 형태로 보수를 받는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사용자에 종속되어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하는 사람이므로, 단순히 월급제로 임금을 받는다는 것만으로 이들을 다른 방식으로 임금을 받는 근로자와 차별해서는 안 된다. 근로기준법은 심판대상조항을 제외한 다른 조항에서는 월급근로자를 주급ㆍ일급 또는 시간제 근로자와 동일하게 보호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해고예고제도의 적용에 있어서만 월급근로자를 주급ㆍ일급 또는 시간급 근로자와 달리 취급하고 있는데, 이러한 차별에도 아무런 합리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
(3) 결국, 심판대상조항은 근무기간 6개월 미만인 월급근로자를 근무기간 6개월 이상인 월급근로자나 월급제 이외의 형태로 보수를 받는 근로자와 합리적 근거 없이 차별 취급을 하고 있으므로, 헌법 제11조의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5. 결론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한편 심판대상조항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내용을 규정한 구 근로기준법(1997. 3. 13. 법률 제5309호로 개정되고 2007. 4. 11. 법률 제8372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35조 제3호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던 종전의 선례(헌재 2001. 7. 19. 99헌마663 결정)는 이 결정과 저촉되는 범위에서 이를 변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