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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결정례정보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형법 제122조 위헌소원

[전원재판부 2003헌바52, 2005. 9. 29., 합헌]

【판시사항】

1.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없이 그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그 직무를 유기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한 형법 제122조(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 중 ‘직무’, ‘유기’ 등의 용어들이 불명확한 개념으로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2. 공무원의 정당한 이유없는 직무유기행위에 대하여 징계책임을 추궁하는 외에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은 형벌을 부과하는 것이 과잉입법인지 여부(소극)
3. 이 사건 법률조항이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1. 형법 제122조 중 ‘직무’ 또는 ‘유기’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에 해당하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다소 불분명한 점이 있으나, 직무유기죄의 입법취지 및 보호법익, 그 적용대상의 특수성 등을 고려할 때, ‘직무’란 공무원이 법령의 근거 또는 특별한 지시, 명령에 의하여 맡은 일을 제 때에 집행하지 아니함으로써 그 집행의 실효를 거둘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있는 때의 구체적인 업무를 말한다 할 것이고, ‘유기’는 직무의 의식적 방임 내지 포기로서 단순한 태만, 분망, 착각 등으로 인하여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아니한 경우나 형식적으로 또는 소홀히 직무를 수행하였기 때문에 성실한 직무수행을 못한 것에 불과한 경우는 제외된다고 해석할 수 있는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지닌 약간의 불명확성은 법관의 통상적인 해석작용에 의하여 충분히 보완될 수 있고,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 및 이 사건 법률조항의 피적용자인 공무원이라면 금지되는 행위가 무엇인지 예측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에서 요구되는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2. 국가기능의 장애를 초래할 수 있는 의식적 직무유기를 예방하고 공무원의 성실한 직무수행을 담보하기 위하여 행정상의 징계처분만으로 충분할 것인지, 아니면 나아가 형벌이라는 제재를 동원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볼 것인지의 문제는 입법자의 예측판단에 맡겨야 한다. 입법자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인 국가기능의 정상적 수행 보장을 위하여 가능한 수단들을 검토하여 그 효과를 예측한 결과 보다 단호한 수단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할 것인데 이러한 입법자의 판단이 현저히 자의적인 것이라고는 보이지 않으며, 이 사건 법률조항의 법정형은 상한 자체가 높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비교적 죄질이 가벼운 직무유기행위에 대하여는 개전의 정상을 참작하여 선고유예까지 선고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록 벌금형을 규정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행위의 개별성에 맞추어 책임에 알맞은 형벌을 선고할 수 없다거나 책임과 형벌간의 비례원칙에 반하는 과잉형벌이라 할 수 없다.
3. 사인간의 근로계약과 공무원의 직무관계는 본질적으로 동일하다고 단언하기 어렵고,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공무원의 헌법상 지위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이 사인과 달리 공무원의 직무유기를 처벌한다 하여 자의적인 차별입법이라고 볼 수 없다.
재판관 권 성, 재판관 주선회의 반대의견
1. 형법 제122조가 규정하는 ‘직무유기’는 문언적 의미에서 볼 때 대단히 광범위한 직무영역에서 다양한 행위태양에 의하여 행하여질 수 있는 것으로, 그에 관한 대법원의 해석 역시 직무유기죄의 성립 여부에 관하여 여전히 추상적인 기준만을 제시하는 것일 뿐, 구체적으로 어떠한 직무를 어떠한 방식으로 유기하는 때에 국가 기능이 저해되고 국민에게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지, 단순한 직무의 태만과 직무유기를 어떻게 구별할 것인지에 관하여 판단에 도움을 주는 구체적이고 유용한 기준을 제공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 적용기관인 법관의 보충적 법해석을 통하여도 그 규범내용이 확정될 수 없는 모호하고 막연한 형벌조항이라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된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2. 형벌, 특히 징역형은 각종 자격의 제한이 따르고 인신의 자유를 박탈하는 형벌로서 다른 어떤 기본권의 제한 수단보다도 처벌되는 자의 자유를 침해하며 집행 후에도 그의 인격적 가치나 사회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형벌제도는 의무이행확보수단으로서 최후적ㆍ보충적인 것이 되어야 하며, 행정상 징계로서 의무이행 확보가 가능하다면 형벌이 아닌 행정상 징계로서 제재 수단을 삼아야 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공무원의 직무유기행위에 형벌을 부과함으로써 공무원의 직무수행의무의 최소한의 이행을 확보할 수는 있겠으나, 직무수행의 진정한 성실성이나 효율성까지 담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한편 직무유기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행위는 국가공무원법상의 징계사유에 당연히 해당하며, 그러한 행정상 징계는 공무원의 직무수행의무의 이행을 확보하기위한 효과적이며 충분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무유기행위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일률적으로 형벌을 다시 부과하는 것은 국가형벌권 행사에 관한 법치국가적 한계를 넘은 것이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 차○천

대리인 법무법인 시민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김남준 외 4인

당해사건 서울지방법원 2003노1118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등

【주  문】


형법 제122조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 소속 6급 공무원으로서, 2002. 1. 2.부터 같은 해 10. 2.까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인정을 요구하는 농성을 하며 사무실에 출근하지 아니하여 정당한 이유없이 그 직무를 유기하였다 하여 직무유기죄 등으로 기소되어 서울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던 중(동 법원 2003노1118) 직무유기죄를 규정하고 있는 형법 제122조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03. 7. 9. 기각되자(동 법원 2003초기960), 같은 달 14. 헌법재판소에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형법 제122조(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이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형법 제122조(직무유기)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없이 그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그 직무를 유기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2. 청구이유,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이유

(1)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처벌 대상이 모호하고 광범위하여 ‘국가의 기능을 저해하고 국민에게 피해를 야기시킬 염려’라는 추상적이고 자의적인 기준으로 처벌여부를 결정하게 되는바,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원의 보충적 해석을 통해서도 무엇이 가벌적인 행위인지 명확히 알 수 없어 죄형법정주의의 한 내용인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2) 공무원들의 형식적인 직무수행을 강제하더라도 성실한 직무수행을 보장하지는 못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공무원의 성실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국가기능을 보호한다는 입법목적에 부합하는 적절한 수단이 아니다. 또한 국가공무원법상 직무유기 행위에 대하여 파면, 해임 등의 징계처분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군형법,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등에서 특수한 영역에서의 직무유기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음에 비추어 일반적인 직무유기 처벌 규정은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를 초과한 기본권의 과도한 제한으로서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청구인의 공무담임권, 직업의 자유, 일반적 행동자유권, 행복추구권 등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벌금형의 규정없이 징역ㆍ금고형 및 자격정지형만을 법정형으로 규정하고 있어 형의 선고로 국가공무원법에 의하여 공무원의 자격이 당연히 상실되므로 청구인의 공무담임권을 제한하는 과잉형벌에 해당한다.

(3)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벌금형을 규정하지 아니하여 판사로 하여금 적절한 양형을 선택할 수 없도록 할 뿐 아니라 행위의 개별성과 고유성에 맞추어 그 책임에 알맞은 형벌을 선고할 수 없어 형벌개별화의 원칙을 구현하지 못하는 위헌적 규정이다.

(4) 공무원의 직무내용을 불문하고 근로계약상의 채무불이행을 직무유기라 하여 일반적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한 것은 일반 국민의 근로계약상 채무불이행의 경우와 비교할 때 공무원의 특수한 직무내용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차별의 정도가 과도하여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

(5) 공무원의 신분을 얻어 사실상 근로계약을 체결한다는 것이 직무의 내용을 불문하고 직장에의 출근의무가 강제되는 것에 대한 동의는 아니며 직장에의 출근의무가 꼭 필요한지 여부를 불문하고 형벌의 위협으로 이를 강제하는 법률은 강제노동금지의 원칙에 반한다.

나.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

형사처벌에 관한 문제는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라 할 것이고, 법정형이 지나치게 가혹하여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고 있다거나 그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하였다는 등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 및 비례의 원칙 등에 명백히 위배되는 경우가 아닌 한 쉽사리 헌법에 위반된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된다고 할 것이다.

공무원은 법을 수호하고 집행하여야 할 지위에 있는 사람으로서 법령을 준수하고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점, 직무를 유기한 공무원을 형사처벌하고 그러한 처벌 결과 공무원의 신분이 상실되는 불이익이 초래되더라도 이는 우리 사회가 공무원에 대하여 요구하는 성실의무에 비추어 수긍할 수 있는 점, 직무유기죄는 공무원이 법령, 내규 등에 의한 추상적 충근의무를 태만히 하는 일체의 경우에 모두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직장의 무단이탈이나 직무의 의식적인 포기 등과 같이 국가의 기능을 저해하고 국민에게 피해를 야기시킬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성립되는 것으로서 불법과 책임비난의 정도가 높은 법익침해의 경우에만 성립하는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불합리하게 상실하여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거나 형벌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함에 필요한 정도를 일탈하여 신체의 자유, 공무담임권, 직업선택의 자유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고, 또한 일반 근로자와 대비하여 평등의 원칙에 위반하는 것이라거나 공무원에 대하여 노동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으며, 나아가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도 할 수 없으므로, 결국 위 법률조항이 위헌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 법무부장관의 의견

(1) 공무원이 수행하는 직무가 다종다양하기 때문에 공무원이 수행하여야 할 작위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행위의 태양을 모두 미리 예측하여 유형화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다 할 것이고,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처벌되는 행위를 다소 추상적이고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회 평균인의 입장에서 합리적으로 판단할 때 무엇이 금지되고 있는가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법관이 합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범위 내라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은 공무원의 직무성실성을 강제함으로써 국가의 기능을 보호하는 데 있으며 공무원의 직무수행의 거부 또는 직무유기에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위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는 적절하고도 효과적인 수단이라 할 것이고, 직무유기죄는 직장의 무단이탈이나 직무의 의식적 포기 등과 같이 국가의 기능을 저해하고 국민에게 피해를 야기시킬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성립된다는 점, 직무유기죄의 법정형이 다른 공무원의 직무범죄나 부작위범에 비하여 비교적 경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 균형성을 충족한다 할 것이므로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3) 공무원의 직무유기와 사인의 근로계약 불이행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것으로 볼 수 없으며, 가사 양자를 동일하게 본다 하더라도 공무원에게 요구되는 직무의 공정성 및 청렴성, 공무수행의 해태로 인한 공익의 훼손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사인간의 채무불이행과는 달리 처벌할 합리적 이유가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평등원칙에 위배하여 공무원을 자의적으로 차별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4) 의원면직 등 공무원 신분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택함으로써 출근의무를 부담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 조항은 강제노역금지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3. 판 단

가. 죄형법정주의 위반 여부

(1) 죄형법정주의의 원칙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은 누구든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ㆍ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고 하더라도 입법권자가 모든 구성요건을 단순한 의미의 서술적인 개념에 의하여 규정하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다소 광범위하여 어떤 범위에서는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점만으로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의 원칙에 반드시 배치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즉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으로 하여금 그 적용대상자가 누구이며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금지되고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게 보지 않으면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지나치게 구체적이고 정형적이 되어 부단히 변화하는 다양한 생활관계를 제대로 규율할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헌재 1996. 12. 26. 93헌바65, 판례집 8-2, 792 ; 1998. 5. 28. 97헌바68, 판례집 10-1, 640, 655-656).

(2)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판단이 사건 법률조항에 규정된 ‘직무’ 또는 ‘유기’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에 해당하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다소 불분명한 점이 있다. 그러나 그 원활한 수행을 보장할 필요가 있는 모든 직무의 내용, 종류 등을 입법자가 일일이 서술적으로 열거하고 유기의 행위유형을 구체적으로 한정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다. 그러므로 다소 불분명한 점이 있다 하더라도 통상적인 해석방법에 의하여 그것이 해소될 수 있다면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에 반드시 배치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살피건대, 직무유기죄의 입법취지 및 보호법익, 그 적용대상의 특수성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법률조항에 규정된 ‘직무’란 공무원이 법령의 근거 또는 특별한 지시, 명령에 의하여 맡은 일을 제 때에 집행하지 아니함으로써 그 집행의 실효를 거둘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있는 때의 구체적인 업무를 말한다 할 것이고, ‘유기’는 직무를 수행하여야 할 작위의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직무를 버린다는 인식하에 그 작위의무를 수행하지 아니하는 것, 즉 직무의 의식적 방임 내지 포기로서 단순한 태만, 분망, 착각 등으로 인하여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아니한 경우나 형식적으로 또는 소홀히 직무를 수행하였기 때문에 성실한 직무수행을 못한 것에 불과한 경우는 제외된다고 할 것이며(대법원 1997. 8. 29. 선고 97도675 판결 ; 1999. 11. 26. 선고 99도1904 판결 참조), 과연 직무의 유기가 있다고 볼 것인지는 구체적인 상황의 고려 하에 시간적ㆍ장소적 요소와 직무수행의 가능성 등을 종합하여 사회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지닌 약간의 불명확성은 법관의 통상적인 해석작용에 의하여 충분히 보완될 수 있고,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 및 이 사건 법률조항의 피적용자인 공무원이라면 금지되는 행위가 무엇인지 예측할 수 있다 하겠다.

그렇다면 형법 제122조는 죄형법정주의에서 요구되는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과잉입법인지 여부

(1) 공무원의 지위 및 의무모든 국가작용은 현실적으로 공무원 개개인을 통하여 이루어지므로 헌법이 추구하는 가치의 실현을 위해서는 공무원의 성실하고 책임 있는 복무자세가 요구되며, 우리 헌법도 이러한 인식에 바탕하여 헌법 제7조 제1항에서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하여 공무원의 지위와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무원은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의 이익만을 대표하여서는 아니되고 국민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봉사해야 하며, 헌법과 법률에 따라 그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할 책임이 있다. 이러한 공무원의 헌법상 책무를 실현하기 위하여 국가공무원법은 공무원에게 법령준수의무와 성실의무(제56조), 직무상 명령 복종의무(제57조), 직장이탈금지(제58조), 친절공정의 의무(제59조), 영리업무 및 겸직금지(제64조) 등의 여러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그 의무위반행위 및 직무태만행위에 대하여 징계책임을 추궁하고 있다(제78조).

(2) 직무유기죄의 입법취지 및 형사처벌의 필요성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없이 그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그 직무를 유기하는 때에 일정한 형벌을 부과하는 규정으로서, 그 입법취지는 형벌의 제재를 통하여 헌법에서 나오는 공무원의 성실한 직무수행의무를 관철함으로써 국가기능의 원활한 수행을 보호하고자 하는 데에 있다.

그런데 위와 같이 국가공무원법에서 공무원에게 각종의 직무상 의무를 부과하면서 그 위반행위에 대하여 징계책임을 추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다시 형벌을 수단으로 성실한 직무수행을 확보하고자 하고 있으므로 이것이 과잉입법이 아닌지 살펴본다.

(나) 특정의 인간행위에 대하여 그것이 불법이며 범죄라 하여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하여 이를 규제할 것인지, 아닌지의 문제는 그 사회의 시대적인 상황, 사회구성원들의 의식 등에 의하여 결정될 수밖에 없고, 따라서 기본적으로 입법권자가 정책적으로 판단할 문제에 속한다(헌재 2001. 10. 25. 2000헌바60, 판례집 13-2, 480 ; 2002. 10. 31. 99헌바40등, 판례집 14-2, 390, 399).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처벌받는 행위는 단순하고 사소한 직무태만이 아니라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의식적으로 직무를 방임 내지 포기한 행위로 국한된다. 이러한 직무유기행위는 국가기능의 정상적이고 원활한 작동에 장애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 오늘날 사회가 복잡다원화 됨에 대응하여 국가의 기능 또한 확대된 가운데 국가기능의 장애 또는 마비가 현실화된다면 경우에 따라 대규모의 국가적ㆍ사회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고 그 회복 또한 곤란하거나 많은 시간적ㆍ경제적 소모를 수반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피해는 궁극적으로 국민이 감수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형벌의 제재를 예정함으로써 공무원의 직무유기행위를 예방할 필요성과 그 위반행위에 대하여 법적 책임을 엄정하게 물을 필요성을 인정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공무원의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엄정한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비단 전체국민에 대한 봉사자라는 헌법에 의해 주어진 지위와 책임으로부터 정당화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무원상(像)에 대한 우리 사회 전체의 인식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우리 사회는 공무원 또한 자유와 권리를 지닌 한 사람의 시민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공무원이라면 일체의 사적 이해를 초월하여 국민의 충직한 수임자로서 그 맡은 바 임무를 충실하고 엄정히 수행해 나갈 것을 기대하고, 그 결과 공무원의 직무수행에 관하여 엄격한 윤리적, 법적 잣대를 적용하여 왔다.

한편, 국가기능의 장애를 초래할 수 있는 의식적 직무유기를 예방하고 공무원의 성실한 직무수행을 담보하기 위하여 행정상의 징계처분만으로 충분할 것인지, 아니면 나아가 형벌이라는 제재를 동원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볼 것인지의 문제는 입법자의 예측판단에 맡겨야 한다. 일반적으로 볼 때 가장 중한 징계처분인 파면, 해임이라 할지라도 당사자에게 미치는 불이익한 효과는 형벌에 비해 미약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입법자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인 국가기능의 정상적 수행 보장을 위하여 가능한 수단들을 검토하여 그 효과를 예측한 결과 보다 단호한 수단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할 것인데 이러한 입법자의 판단이 현저히 자의적인 것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비록 오늘날 세계 입법의 추세가 공무원의 직무유기행위에 대하여 형벌을 부과하지 않는 것이라 하더라도 공무원의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지위에 기초하여 강한 법적, 윤리적 책임을 부과하는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관념을 바탕으로 국가기능의 장애를 초래할 염려 있는 의식적인 직무유기행위에 한정하여 이를 단호하게 제재하기 위하여 형사책임을 부과한 것은 입법재량의 범위 내의 입법권 행사라고 할 것이다.

(3) 법정형이 과잉인지 여부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의 선택의 문제는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에 대한 고려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다(헌재 1992. 4. 28. 90헌바24, 판례집 4, 225, 229 ; 1995. 4. 20. 91헌바11, 판례집 7-1, 478, 487 ; 1999. 5. 27. 98헌바26, 판례집 11-1, 622, 629).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정형의 종류를 징역, 금고형과 자격정지형으로 선택적으로 규정하고 그 형의 하한에는 제한을 두지 아니한 채 다만 상한에 대하여만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제한을 두고 있다. 이와 같이 법정형의 상한 자체가 높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비교적 죄질이 가벼운 직무유기행위에 대하여는 개전의 정상을 참작하여 선고유예까지 선고할 수 있다. 비록 벌금형을 규정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행위의 개별성에 맞추어 책임에 알맞은 형벌을 선고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형을 받게 되면 공무원직에서 당연퇴직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는 과잉형벌이라고 주장하나 공무원직에서 당연퇴직되는 것은 국가공무원법의 관련규정에 의한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직접 청구인의 공무담임권을 제한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에 규정된 법정형은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은 것이라거나 책임과 형벌간의 비례원칙에 반하는 과잉형벌이라 할 수 없다.

다. 평등원칙 등에 위반되는지 여부

청구인은 공무원의 근로계약상의 채무불이행을 직무유기라 하여 일반적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한 것은 일반 국민의 근로계약상 채무불이행의 경우와 비교할 때 차별의 정도가 과도하여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나, 사인간의 근로계약과는 달리 공무원의 직무관계는 국가가 일방 당사자로서 그 직무내용은 공익 실현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사적 근로계약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다고 단언하기 어렵고,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공무원의 헌법상 지위 및 공무원의 직무유기행위로 인하여 훼손되고 피해를 입는 것이 국가의 공기능 및 국민 전체라는 특수성을 고려할 때 사인과 달리 공무원의 직무유기를 처벌한다 하여 자의적인 차별입법이라고 볼 수 없다.

청구인은 나아가 형벌의 위협으로 출근의무의 이행을 강제하는 법률은 강제노동금지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하나, 공무원의 직무수행의무는 공무원 임용에 의하여 발생한 것이고 이 사건 법률 조항에 의하여 창설된 것이 아니며, 더구나 공무원에게는 스스로 공무원의 지위에서 벗어날 자유가 보장되어 있으므로 청구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 론

형법 제122조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권 성, 재판관 주선회의 아래 5.와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에 따른 것이다.

5. 재판관 권 성, 재판관 주선회의 반대의견

우리는 다수의견과 달리,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반할 뿐만 아니라, 행정상의 제재에 그쳐야 할 곳에 형벌을 부과함으로써 국가형벌권을 과잉행사하였다는 점에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므로 아래와 같이 반대의견을 밝힌다.

가. 먼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본다.

(1) 죄형법정주의는 범죄와 형벌이 법률로 정해져야 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러한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의 원칙은 누구나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이 명확할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헌재 2000. 6. 29. 98헌가10, 판례집 12-1, 741, 748).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다소 광범위하여 어떤 범위에서는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점만으로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원칙에 반드시 배치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그 내용이 모호하거나 추상적이어서 불명확하면 무엇이 금지된 행위인지를 국민이 알 수 없고 범죄의 성립여부가 법관의 자의적인 해석에 맡겨져 죄형법정주의에 의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려는 법치주의의 이념은 실현될 수 없게 된다(헌재 1994. 7. 29. 93헌가4등, 판례집 6-2, 15, 32 ; 1998. 5. 28. 97헌바68, 판례집 10-1, 640, 655 ; 2002. 2. 28. 99헌가8, 판례집 14-1, 87).

(2) 사전(辭典)적으로 ‘직무’는 직책이나 직업상 책임을 지고 담당하여 맡은 사무를, ‘유기’는 내버리고 돌아보지 않음을 의미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에 규정된 ‘직무’나 ‘유기’의 의미 또한 이러한 문언상의 의미와 괴리될 수 없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직무’의 종류나 성격, ‘유기’의 행위유형에 관하여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모든 공무원의 모든 직무에 대한 모든 형태의 유기행위가 모두 이 사건 법률조항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렇게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범위를 무한정 넓히게 되는 부당한 결론에 이르게 되므로 과연 직무 내용의 경중을 불문할 것인지, 주된 업무는 물론 공무원인 신분관계에 부수되는 파생적 업무까지도 모두 직무의 범위에 포섭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인지, 국가기능 장애의 위험이 발생하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직무를 방치하기만하면 유기에 해당하는 것인지, 직무의 무의식적 방기 내지 단순한 태만도 유기에 포함되는지 여부 등이 매우 불분명하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상의 ‘직무유기’는 대단히 광범위한 직무영역에서 다양한 행위태양에 의하여 행하여질 수 있어서 그 법문으로부터 과연 구체적 행위가 ‘직무유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직접 판단해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3) 모든 법규범의 문언을 순수하게 기술적 개념만으로 구성하는 것은 입법기술적으로 불가능하고 또 바람직하지도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가치개념을 포함한 일반적, 규범적 개념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위와 같은 경우라도 이미 확립된 판례를 통한 해석방법을 통하여 그 규정의 해석 및 적용에 대한 신뢰성이 있는 원칙을 도출할 수 있어서 그 법률조항의 취지를 예측할 수 있다면 그 범위 내에서 명확성의 원칙은 유지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또한 법관의 보충적인 가치판단을 통한 법문의 해석으로 그 의미내용을 확인해 낼 수 있다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헌재 1992. 2. 25. 89헌가104, 판례집 4, 64, 79 ; 1998. 4. 30. 95헌가16, 판례집 10-1, 327, 342).

이러한 기준에 의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을 살펴보면, ‘직무유기’에 관하여 대법원은 “구체적으로 그 직무를 수행하여야 할 작위의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직무를 버린다는 인식하에 그 작위의무를 수행하지 아니하면 성립하는 것”(대법원 1983. 3. 22. 선고 82도3065 판결 ; 1997. 4. 22. 선고 95도748 판결 ; 1999. 11. 26. 선고 99도1904 판결)으로서, “법령, 내규 또는 지시 및 통첩에 의한 추상적인 의무를 태만히 하는 일체의 경우를 이르는 것이 아니고, 직장의 무단이탈, 직무의 의식적 포기 등과 같이 그것이 국가의 기능을 저해하며 국민에게 피해를 야기시킬 가능성이 있는 경우”(대법원 1983. 12. 13. 선고 83도1157 판결 ; 1997. 4. 22. 선고 95도748 판결)를 말한다고 보고 있으며, “태만, 분망, 착각 등으로 인하여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아니한 경우나 형식적으로 또는 소홀히 직무를 수행하였기 때문에 성실한 직무수행을 못한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직무유기죄는 성립하지 아니하는”(대법원 1994. 2. 8. 선고 93도3568 판결 ; 1997. 4. 11. 선고 96도2753 판결 ; 1997. 8. 29. 선고 97도675 판결)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해석은 직무유기죄의 성립 여부에 관하여 여전히 추상적인 기준만을 다시 제시하는 것일 뿐, 구체적으로 어떠한 직무를 어떠한 방식으로 유기하는 때에 국가 기능이 저해되고 국민에게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지, 단순한 직무의 태만과 직무유기를 어떻게 구별할 것인지에 관하여 판단에 도움을 주는 구체적이고 유용한 기준을 제공한다고 보기 어렵다. 일반국민은 물론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대상인 공무원, 심지어 법적용기관인 수사기관이나 법원조차도 이 추상적 기준에 근거하여 직무유기죄의 해당 여부를 예측한다거나 일관성 있게 판단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4) 입법자가 진실로 국가기능의 정상적 수행에 장애가 발생하고, 그로 인하여 국민에게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취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을 규정한 것이라면 ‘직무’의 범위나 ‘유기’의 행위태양을 한정하였어야 할 일이다. 공무원의 무수한 직무 중 행정적 제재에 맡겨둘 수 없고 형벌로써 그 기능을 보장할 필요가 있는 직무를 그 주체, 종류, 직무내용의 경중과 의미에 따라 가려 규정하였어야 하고, ‘유기’의 행위태양 또한 구체적으로 위험을 발생시킬 개연성이 큰 행위형태에 한정하여 규정하였어야 하고, 이것이 입법기술상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군형법 제24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15조 등에서 개별적인 직무유기죄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은 이를 방증한다. 입법자가 공무원의 모든 직무유기행위라는 극히 포괄적인 구성요건으로 규정하고 만 것은 공무원을 자유와 권리를 가진 기본권 주체로 인식하기보다 국가의 피용자로서 감독을 받아야 하는 규율대상자로만 인식하고서 쉽게 입법목적을 달성하려 한 편의주의적인 발상의 산물이라 아니할 수 없다.

(5) 그 결과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적용기관인 법관의 보충적 법해석을 통하여도 그 규범내용이 확정될 수 없는 모호하고 막연한 형벌조항이 되었다. 이와 같이 불명확한 형벌조항은 그 집행의 자의성을 초래하기 마련이다. 수사기관이나 재판기관은 객관적이고 구속적인 해석 및 집행의 기준을 제공받지 못하므로 자의적ㆍ선별적인 법집행에로 이끌리기 쉽다.

(6)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된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나. 다음으로 공무원의 직무유기 행위에 대해 형사처벌을 과하는 것에 대하여 본다.

(1) 공무원으로 하여금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하도록 하여 국가기능의 항상성을 유지하고 효율성을 제고하며 국민의 권익 침해를 방지한다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이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그 의무이행확보의 수단으로 형벌을 부과할 것인지 여부는 신중히 판단하여야 한다. 형벌, 특히 징역형은 각종 자격의 제한이 따르고 인신의 자유를 박탈하는 형벌로서 다른 어떤 기본권의 제한 수단보다도 처벌되는 자의 자유를 침해하며 집행 후에도 그의 인격적 가치나 사회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형벌제도는 의무이행확보수단으로서 최후적ㆍ보충적인 것이 되어야 하며, 행정상 징계로서 의무이행 확보가 가능하다면 형벌이 아닌 행정상 징계로서 제재 수단을 삼아야 한다. 형벌의 일반예방적 효과를 맹신한 나머지 의무이행의 확보가 문제되는 경우마다 형사처벌을 통하여 해결하려는 것은 법치국가원리에 반하는 행정편의적 발상으로서 그 헌법적 정당성이 인정될 수 없다. 법치국가원리는 헌법 제10조, 헌법 제37조 제2항의 규정을 매개로하여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형벌의 위협으로부터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다(헌재 2004. 12. 16. 2003헌가12, 판례집 16-2하, 446, 457).

(2) 공무원의 성실한 직무수행은 궁극적으로 투철한 사명감과 확고한 공직윤리의식에 의하여 가능한 것이며, 과도하게 책임을 강조하거나 제재를 가함으로써 능률적인 직무수행을 그르치게 한다든지, 공무원의 직무의욕을 전체적으로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아서는 아니된다. 또한 공무원은 공직자이면서 동시에 기본권 주체로서의 지위를 가지므로 복종의 의무만을 내세워 규제하고 그 위반행위를 가중처벌하는 것은 자유민주국가의 합리적 공직제도라 할 수 없다.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이 공무원의 직무유기행위에 형벌을 부과함으로써 공무원의 직무수행의무의 최소한의 이행을 확보할 수는 있겠으나, 직무윤리나 사명감에서 우러나오는 직무수행의 진정한 성실성이나 효율성까지 담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무원 개인의 직무유기로 인하여 국가기능의 공백이나 국민의 권익침해가 우려된다하더라도 그러한 사태에 대비하여 공무원 조직을 유기적ㆍ상호보완적인 형태로 구성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국민의 권익을 구제할 수 있는 법적 제도를 완비하는 것이 현대 법치국가에서 국가기능의 정상적이고 원활한 수행을 꾀하는 방도라 할 것이다. 형벌로써 공무원을 위협하고 처벌하는 것은 국가공무의 외견상의 수행을 담보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진정한 의미의 성실한 직무수행의 결실을 맺을 수 없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입법목적을 달성하기에 이미 부적합하다 할 것이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뿌리내린 선진 각국은 물론 세계 대다수의 국가에서 공무원의 직무유기행위에 대하여 형벌을 부과하는 입법례를 찾아보기 힘든 것은 이러한 이치를 잘 보여준다 하겠다.

한편 국가공무원법 제78조 제1항 제2호, 지방공무원법 제69조 제1항 제2호는 ‘직무상의 의무(다른 법령에서 공무원의 신분으로 인하여 부과된 의무를 포함한다)에 위반하거나 직무를 태만한 때’를 징계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직무유기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행위는 위와 같은 징계사유에 당연히 해당하며, 특히 그 정상(情狀)이 나쁠 때에는 무거운 징계처분인 파면, 해임의 사유가 될 것이다. 파면된 자는 처분 후 5년 동안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으며(국가공무원법 제33조 제1항 제7호) 퇴직급여액과 퇴직수당이 일정 비율 감액되고(공무원연금법 제64조), 해임된 자는 처분 후 3년간 공무원에 임용될 수 없다(국가공무원법 제33조 제1항 제8호). 이러한 신분상의, 그리고 경제적인 불이익의 부과는 공무원의 직무수행의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한 효과적이며 충분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무유기행위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일률적으로 형벌을 다시 부과하는 것은 국가형벌권 행사의 남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3) 결론적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징계벌에 그쳐야 할 곳에 형벌을 부과함으로써 국가형벌권 행사에 관한 법치국가적 한계를 넘은 것이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권 성 김효종(주심)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 전효숙 이공현 조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