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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결정례정보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상고심절차에관한특례법 제4조 제1항 위헌확인

[전원재판부 2002헌마18, 2002. 6. 27.]

【판시사항】

가. 상고심절차에관한특례법 제4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심리불속행제도의 위헌 여부(소극)
나. 심리불속행의 예외사유로서 위 조항 제3호에서 “대법원판례 위반” 여부를 한 요소로 삼은 것이 위헌인지 여부(소극)
다. 심리불속행의 예외사유로서 위 조항 제5호에서 규정한 “중대한 법령위반에 관한 사항이 있는 때”에서 “중대한”의 개념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가. 헌법이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규정하였다고 하여 대법원이 곧바로 모든 사건을 상고심으로서 관할하여야 한다는 결론이 당연히 도출되는 것은 아니며,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사건의 경중을 가리지 아니하고 모든 사건에 대하여 대법원
을 구성하는 법관에 의한 균등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의미한다거나 또는 상고심재판을 받을 권리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또한 심급제도는 사법에 의한 권리보호에 관한 한정된 법 발견 자원의 합리적인 분배의 문제인 동시에 재판의 적정과 신속이라는 서로 상반되는 두 가지의 요청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의 문제로 돌아가므로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형성의 자유에 속하는 사항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비록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제약하고 있기는 하지만 위 심급제도와 대법원의 최고법원성을 존중하면서 민사, 가사, 행정, 특허 등 소송사건에 있어서 상고심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을 정함에 있어 개별적 사건에서의 권리구제보다 법령해석의 통일을 더 우위에 둔 규정으로서 그 합리성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나. 모든 법률은 법관의 해석ㆍ적용작용을 통해서 실현되며, 대법원판결의 효력과 대법원판례 변경에 관한 법원조직법의 관계 규정 등에 근거한 법률상의 이유 및 법생활상에 있어서의 사실상의 구속력에 기하여 개별적 사건에서의 권리구제보다 법령해석의 통일을 더 우위에 둔 입법자의 판단에 따라 상고심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으로서 이 사건 법률조항 제3호에서 대법원판례 위반 여부를 한 요소로 삼은 것은 그 합리성이 인정될 뿐만 아니라, 판례의 법원성을 인정하지 않는 대륙법계의 국가라는 이유로 실체법이 아닌 절차법인 이 사건 법률조항의 일부로 편입하여 대법원판례 위반을 심리불속행의 예외사유의 하나로 규정할 수 없는 것이 아니고, 또한 이로 인하여 새로운 권리침해가 발생하는 것도 아니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다. 입법기술상 어느 정도의 보편적 내지 일반적 개념의 용어사용은 부득이하므로 당해 법률이 제정된 목적과 타규범과의 연관성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해석이 가능한지의 여부에 따라 명확성의 구비 여부가 가려져야 할 것인바, 이 사건 법률조항 제5호에서 규정한 “중대한 법령위반에 관한 사항이 있는 때”에서 “중대한”의 개념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취지 및 관계 규정을 고려하면, “법령의 위반이 중대한 경우”로 해석하고, 그 “중대성” 여부는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 즉 원심판결이 파기될 가능성 여부를 기준
으로 판단하여 법령 위반으로 인하여 원심판결이 파기될 가능성이 있으면 중대한 법령위반이 있는 것으로 보아 심리불속행의 예외로서 심리속행을 허용한 것이라고 합리적인 해석이 가능하므로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참조조문】

헌법 제27조 제1항, 제101조 제2항, 제102조 제3항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개정(2002. 7. 1. 시행)되기 전의 것] 제393조, 제394조
상고심절차에관한특례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개정(2002. 7. 1. 시행)되기 전의 것] 제4조 제3항

【참조판례】

가, 나. 헌재 1997. 10. 30. 97헌바37등, 판례집 9-2, 502
다. 헌재 1998. 4. 30. 95헌가16, 판례집 10-1, 327
헌재 1992. 2. 25. 89헌가104, 판례집 4, 64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 황창성

국선대리인 변호사 임종길

【주  문】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은 청구외 주식회사 청구가 건축한 수원시 소재 아파트를 분양받으면서 분양대금의 지급을 위해 청구외 우리주택할부금융 주식회사로부터 금원을 대출받았다.

위 대출금채무액의 범위에 관하여 분쟁이 발생, 청구인이 청구외 우리주택할부금융 주식 회사를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 및 부당이득반환 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제1심(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 2000가단21612)을 거쳐 항소심(서울지방법원 2000나80244)에서 위 확인청구부분에 대한 소 각하 및 부당이득반환청구에 대한 청구기각의 판결을 선고받았다.

(2) 청구인은 이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하였는데, 대법원은 2001. 10. 31. 청구인의 상고이유주장은 상고심절차에관한특례법 제4조에 의하여 받아들여질 수 없다고 하면서 같은 법 제5조를 적용하여 상고를 기각하는 판결을 하였다.

(3) 청구인은 2001. 11. 9. 위 상고기각판결을 송달받은 다음 2002. 1. 8. 같은 법 제4조 제1항에 의해 청구

인의 삼심제에 의하여 대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면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따라 위 법률조항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상고심절차에관한특례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개정(2002. 7. 1. 시행)되기 전의 것, 이하 “특례법”이라고 약칭한다] 제4조 제1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고 한다)의 위헌여부이며, 이 사건 법률조항 및 관련ㆍ참고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특례법 제4조(심리의 불속행) ① 대법원은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이 다음 각 호의 1의 사유를 포함하지 아니한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더 나아가 심리를 하지 아니하고 판결로 상고를 기각한다.

1. 원심판결이 헌법에 위반하거나 헌법을 부당하게 해석한 때

2. 원심판결이 명령ㆍ규칙 또는 처분의 법률위반 여부에 대하여 부당하게 판단한 때

3. 원심판결이 법률ㆍ명령ㆍ규칙 또는 처분에 대하여 대법원판례와 상반되게 해석한 때

4. 법률ㆍ명령ㆍ규칙 또는 처분에 대한 해석에 관하여 대법원판례가 없거나 대법원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 때

5. 제1호 내지 제4호 외에 중대한 법령위반에 관한 사항이 있는 때

6. 민사소송법 제394조 제1항 제1호 내지 제5호의 사유가 있는 때

② 생략

③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이 제1항 각 호의 사유(가압류 및 가처분에 관한 판결의 경우에는 제1항 제1호 내지 제3호의 사유)를 포함하는 경우에도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때에는 제1항의 예에 의한다.

1. 그 주장 자체로 보아 이유가 없는 때

2. 원심판결과 관계가 없거나 원심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는 때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개정(2002. 7. 1. 시행)되기 전의 것]

제393조(상고이유) 상고는 판결에 영향을 미친 헌법ㆍ법률ㆍ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 있음을 이유로 하는 때에 한하여 이를 할 수 있다.

제394조(절대적 상고이유) ① 판결은 다음 경우에는 상고이유 있는 것으로 한다.

1. 법률에 의하여 판결법원을 구성하지 아니한 때

2. 법률에 의하여 판결에 관여할 수 없는 판사가

판결에 관여한 때

3. 전속관할에 관한 규정에 위배한 때

4. 법정대리권, 소송대리권 또는 대리인이 소송행위에 특별수권의 흠결이 있는 때

5. 변론공개의 규정에 위배한 때

6. 판결에 이유를 명시하지 아니하거나 이유에 모순이 있는 때

2. 청구인의 주장 및 이해관계인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헌법 제101조 제2항은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 법원으로 조직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위 각 헌법조항에 위배되어 청구인의 삼심제에 의하여 대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였다고 주장한다.

(1) 헌법 제101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하여 3심제도를 간접적으로 택하고 이를 법원조직법 제14조, 제28조, 제32조, 제40조에서 구체적으로 규정하여 실시하고 있는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실질적으로 삼심제 재판을 받지 못하게 제한하고 있다.

(2) 현행 우리나라 법제도상 판례의 법규범성을 부정하고 있으므로 이를 재판규범으로 삼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제3호는 대법원판례 위반을 심리불속행의 예외사유로 삼음으로써 그 반대해석상 대법원판례에 위반되지 않은 경우에는 심리불속행으로 상고를 기각하게 되어 있는바, 이는 법규범성이 없는 대법원판례를 재판규범으로 삼아 상고심재판을 배척하고 있다.

(3) 이 사건 법률조항 각 호에서 열거 규정하고 있는 심리불속행의 예외사유가 추상적으로 규정되어 있고, 특히 제5호의 경우에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경우가 중대한 법령위반에 해당되는 것인지 여부가 불명확하여 법원에 의하여 자의적으로 심리불속행 제도가 운용될 여지가 있다.

나. 법원행정처장의 의견

헌법재판소는 이미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심리불속행제도는 위헌이 아니라고 결정한 바 있고, 이 사건 법률조항이 비록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제약하고 있기는 하지만 심급제도와 대법원의 기능에 비추어 볼 때 헌법이 요구하는 대법원의 최고법원성을 존중하면서 소송사건에 있어서 상고심재판을 받을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을 정함에 있어 개별적 사건에서의 권리구제보다

법령해석의 통일을 더 우위에 둔 규정으로서 그 합리성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헌법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3. 이 사건 법률조항의 내용-심리불속행 제도

(1) 의 의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정하고 있는 심리불속행제도는, 민사ㆍ가사ㆍ행정ㆍ특허 등 소송사건에서 상고심의 초기 단계에 대법원이 상고이유의 당부에 관하여 판단하기에 앞서 상고인이 주장한 상고이유에 민사소송법상의 적법한 상고이유가 실질적으로 포함되어 있는가를 검토한 후 이에 해당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상고심의 심리를 속행하지 아니하고 바로 상고기각판결을 할 수 있게 한 절차이다.

(2) 입법 취지

상고인이 주장하는 상고이유 중에 민사소송법 제393조에 정해진 법률상의 상고이유, 즉 판결에 영향을 미친 헌법ㆍ법률ㆍ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에 관한 사항이 실질적으로 포함되어 있지 아니한 경우까지 다른 상고사건과 동등하게 취급하는 것은 상고심소송을 지연시키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하므로 상고심의 초기단계에서 이러한 무익한 상고에 해당하는가 여부를 신속히 판단하여 결론을 맺음으로써 상고로서의 의미가 없거나 나아가 상대방의 권리실현을 부당하게 저지하려는 의도가 담긴 남상고를 제한하기 위하여 마련한 제도이다.

4.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한 판단

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우리 재판소는 합헌 결정(헌재 1997. 10. 30. 97헌바37 등, 판례집 9-2, 502, 518-520, 이하 “종전 결정”이라고 한다)을 선고한 바 있는데,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헌법 제101조 제2항은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 법원으로 조직된다.”고 규정하고, 헌법 제102조 제3항은 “대법원과 각급 법원의 조직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여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하고 그 아래에 심급을 달리하여 각급 법원을 두도록 하고 있다. 헌법이 위와 같이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규정하였다고 하여 대법원이 곧바로 모든 사건을 상고심으로서 관할하여야 한다는 결론이 당연히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 헌법 제102조 제3항에 따라 법률로 정할 “대법원과 각급 법원의 조직”에는 그 관할에 관한 사항도 포함되며, 따라서 대법원이 어떤 사건을 제1심으로서 또는 상고심으로서 관할할 것인지는 법률로 정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2)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국민은 법률에 의

한 정당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고, 하급심에서 잘못된 재판을 하였을 때에는 상소심으로 하여금 이를 바로 잡게 하는 것이 재판청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방법이 된다는 의미에서 심급제도는 재판청구권을 보장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말하는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사건의 경중을 가리지 아니하고 모든 사건에 대하여 대법원을 구성하는 법관에 의한 균등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의미한다거나 또는 상고심재판을 받을 권리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상고제도의 목적을 법질서의 통일과 법발견 또는 법창조에 관한 공익의 추구에 둘 것인지, 아니면 구체적인 사건의 적정한 판단에 의한 당사자의 권리구제에 둘 것인지, 또는 양자를 다 같이 고려할 것인지는 역시 입법자의 형성의 자유에 속하는 사항이고, 그 중 어느 하나를 더 우위에 두었다고 하여 헌법에 위반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심급제도는 사법에 의한 권리보호에 관하여 한정된 법 발견자원의 합리적인 분배의 문제인 동시에 재판의 적정과 신속이라는 서로 상반되는 두 가지의 요청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의 문제로 돌아가므로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형성의 자유에 속하는 사항이다(헌재 1995. 1. 20. 선고 90헌바1 결정 참조).

(3) 이 사건 법률조항이 비록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제약하고 있기는 하지만 위와 같은 심급제도와 대법원의 기능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합리성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헌법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즉, 이 사건 법률조항의 내용은 상고제도에 의한 법질서의 통일과 구체적 사건에서의 권리구제와도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법이 심리불속행의 사유(또는 그 예외사유)를 재판부의 업무부담 등 예측할 수 없는 사정을 그 기준으로 규정하였다면 이는 법치국가에서 용인될 수 없는 법적 불안을 야기시키는 것이고 평등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할 것이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심리불속행의 예외사유를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규정하여 구체적 사건의 상고이유와 관계없는 우연한 사정이나 법원의 자의에 의한 결정을 배제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이 요구하는 대법원의 최고법원성을 존중하면서 민사, 가사, 행정 등 소송사건에 있어서 상고심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을 정함에 있어 개별적 사건에서의 권리구제보다 법령해석의 통일을 더 우위에 둔 규정으로서 그 합

리성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4) 이 사건에서 종전 결정과 달리 판단하여야 할 사정변경이 없다.

나. 대법원 판례 위반을 심리불속행의 예외사유로 삼은 것이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인지 여부

(1) 어떤 사건의 판례가 그 후 동종의 사건에 대하여 어떠한 효력을 갖는가는 학문상 이른바 “선례의 구속력(拘束力)”이라든가 “판례의 법원성(法源性)”이라는 문제로서 논의되어 왔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선례구속성의 원리(doctrine of stare decisis)가 지배하여 온 영미법계국가에서는 판례법이 법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반면, 대륙법계국가에서는 상급법원의 판례가 하급법원을 구속한다는 원칙은 인정되지 않으며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만 구속된다고 하기 때문에 판례는 사실상의 구속력밖에 없고 따라서 판례의 법원성은 부정되는 것이 보통이다.

우리나라에 있어서도 다른 대륙법계국가와 사정은 비슷하다. 법원조직법 제8조는 “상급법원의 재판에 있어서의 판단은 당해사건에 관하여 하급심을 기속한다.”고 규정하지만 이는 심급제도의 합리적 유지를 위하여 당해사건에 한하여 구속력을 인정한 것이고 그 후의 동종의 사건에 대한 선례로서의 구속력에 관한 것은 아니다.

(2)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이 요구하는 대법원의 최고법원성을 존중하면서 민사, 가사, 행정, 특허 등 소송사건에 있어서 상고심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을 정함에 있어 개별적 사건에서의 권리구제보다 법령해석의 통일을 더 우위에 둔 입법자의 판단에 따른 것인바, 입법자는 법령해석의 통일을 기하기 위한 범위 내에서 최고법원인 대법원판례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대법원판례에 위반되는 경우를 심리불속행의 예외사유로 규정하였음을 알 수 있다.

(3) 모든 법률은 법관의 해석ㆍ적용 작용을 통해서 실현되며, 기판력에 관한 규정인 민사소송법 제202조, 제204조, 상급심 재판의 기속력에 관한 규정인 법원조직법 제8조, 상고법원의 파기환송ㆍ이송판결의 기속력에 관한 규정인 민사소송법 제406조, 대법원의 각 부는 법령의 해석ㆍ적용에 관한 종전의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음을 인정하는 경우 전원합의체에 부의하도록 규정한 법원조직법 제7조 제1항 제3호 등의 규정 등에 근거한 법률상의 이유 및 법생활상에 있어서의 사실상의 구속력에 기하여 재판업무에 있어서 대법원판례를 법령해석의 통일적 기준으로 삼은 것은 합리적 근거가 있

고, 또한 선례구속의 원칙을 일찍이 채택하고 있는 영미국가에 있어서도, 이 원칙은 일반적인 법원리라기보다 사법정책의 문제이고, 동원칙을 뒷받침하는 합리적 근거는 법적 확실성(certainty), 안정성(stability), 그리고 예견가능성(predictability) 등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위 가.에서 본 바와 같이 심급제도는 사법에 의한 권리보호에 관하여 한정된 법 발견자원의 합리적인 분배의 문제인 동시에 재판의 적정과 신속이라는 서로 상반되는 두 가지의 요청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의 문제로 돌아가므로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형성의 자유에 속하는 사항에 속하고, 개별적 사건에서의 권리구제보다 법령해석의 통일을 더 우위에 둔 입법자의 판단에 따라 상고심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에 대법원판례 위반 여부를 한 요소로 삼은 것은 그 합리성이 인정될 뿐만 아니라, 판례의 법원성을 인정하지 않는 대륙법계 국가라는 이유로 실체법이 아닌 절차법인 이 사건 법률조항의 일부로 편입하여 대법원판례 위반을 심리불속행의 예외사유의 하나로 규정할 수 없는 것이 아니고, 또한 이로 인하여 새로운 권리침해가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다. 명확성의 원칙 위배 여부

(1) 법치국가원리의 한 표현인 명확성의 원칙은 기본적으로 모든 기본권제한 입법에 대하여 요구된다. 규범의 의미내용으로부터 무엇이 금지되는 행위이고, 무엇이 허용되는 행위인지를 수범자가 알 수 없다면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은 확보될 수 없게 될 것이고, 또한 법집행 당국에 의한 자의적 집행을 가능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헌재 1998. 4. 30. 95헌가16, 판례집 10-1, 327, 341). 그러나 명확성의 원칙은 모든 법률에 있어서 동일한 정도로 요구되는 것은 아니고 개개의 법률이나 법조항의 성격에 따라 요구되는 정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각각의 구성요건의 특수성과 그러한 법률이 제정되게 된 배경이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명확성의 원칙을 산술적으로 엄격히 관철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므로 어느 정도의 보편적 내지 일반적 개념의 용어사용은 부득이하다고 할 수밖에 없으며, 당해 법률이 제정된 목적과 타규범과의 연관성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해석이 가능한지의 여부에 따라 명확성의 구비 여부가 가려져야 한다(헌재 1992. 2. 25. 89헌가104, 판례집 4, 64, 78).

(2) 종전 결정은 그 이유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심리불속행의 예외사유를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규정하여 구체적 사건의 상고이유와 관계없는 우연한 사정

이나 법원의 자의에 의한 결정을 배제하고 있다.”고 설시한 바 있고, 이 사건에서 종전 결정과 달리 판단하여야 할 사정변경이 없다. 다만 청구인의 대리인이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제5호에서 규정한 “중대한 법령위반에 관한 사항이 있는 때”에서 “중대한”의 개념이 불명확하여 결과적으로 국민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함으로써 위헌이라고 주장하므로 이에 대하여 검토하기로 한다.

앞서 설시한 바와 같이 입법기술상 어느 정도의 보편적 내지 일반적 개념의 용어사용은 부득이하므로 당해 법률이 제정된 목적과 타규범과의 연관성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해석이 가능한지의 여부에 따라 명확성의 구비 여부가 가려져야 할 것인바,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제5호에서 규정한 “중대한 법령위반에 관한 사항이 있는 때”에서 “중대한”의 개념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정하고 있는 심리불속행제도가 민사ㆍ가사ㆍ행정ㆍ특허 등 소송사건에서 상고심의 초기 단계에 대법원이 상고이유의 당부에 관하여 판단하기에 앞서 상고인이 주장한 상고이유에 민사소송법상 정해진 적법한 상고이유가 실질적으로 포함되어 있는가를 검토한 후 이에 해당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상고심의 심리를 속행하지 아니하고 바로 상고기각판결을 할 수 있도록 하여 상고심의 초기단계에서 상고로서의 의미가 없거나 나아가 상대방의 권리실현을 부당하게 저지하려는 의도가 담긴 남상고를 제한한다는 입법취지에서 마련된 제도인 점, 따라서 심리불속행의 판단 대상은 상고인이 주장한 상고이유가 민사소송법상 규정된 상고이유에 실질적으로 해당하는가 여부이고, 그 원칙적인 판단기준은 민사소송법 제393조의 규정이라 할 것이므로 상고이유에 판결에 영향을 미친 헌법ㆍ법률ㆍ명령 또는 규칙(대법원의 판례 및 학설에 의하면, 상고이유로 허용되었던 증거법칙, 논리법칙 및 경험법칙을 포함한다.)의 위반이 있음을 이유로 하는 상고가 아닌 경우에는 심리를 속행하지 아니하게 되고, 이와 같은 취지에서 특례법 제4조 제3항 제2호도 상고이유로 주장된 법령위반이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는 때에는 심리를 속행하지 아니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등을 고려하면, “법령의 위반이 중대한 경우”로 해석하고, 그 “중대성” 여부는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 즉 원심판결이 파기될 가능성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 법령 위반으로 인하여 원심판결이 파기될 가능성이 있으면 중대한 법령위반이 있는 것으로 보아 심리불속행의 예외로서 심리속행을 허용한 것이라고 합리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5. 결 론

그렇다면, 청구인의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한대현 하경철 김영일

권 성 김효종(주심)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