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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결정례정보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기소유예처분취소

[전원재판부 2012헌마343, 2013. 7. 25.]

【판시사항】

법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행위에 관하여 법인에게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의 양벌규정에 의한 책임을 묻기 위한 감독상의 과실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대한 수사미진 등으로 청구인들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인정한 사례

【결정요지】

이 사건 수사기록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보면, 청구인들에 의하여 선임된 공사현장소장이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하여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여 산업안전보건법 제66조의2의 책임을 진다는 사정만으로 청구인들에게 그에 관한 감독상의 과실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움에도, 피청구인은 청구인들에게 감독상의 과실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철저한 수사를 하지 않은 채 청구인들에 대하여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의 양벌규정에 의한 책임을 물어 기소유예처분을 함으로써 청구인들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

【참조조문】

헌법 제10조, 제11조 제1항
산업안전보건법 제66조의2, 제71조

【참조판례】

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도7834 판결
대법원 2011. 7. 14. 선고 2010도1120 판결

【전문】

[당사자]


청 구 인1. 주식회사 ○○대표이사 이○석

2. 주식회사 ○○중공업대표이사 송○영

청구인들 대리인 법무법인(유) 화우담당변호사 이병수 외 2인

피청구인수원지방검찰청 평택지청 검사


[주문]


피청구인이 2012. 1. 30. 수원지방검찰청 평택지청 2011년 형제17919호 사건에서 청구인들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들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가. 청구인들은 건설업 등을 사업목적으로 하여 설립된 법인으로 2009. 3. 12. 경기도 평택시로부터 평택시 ○○면 ○○리 342 일대에서 공공하수처리시설을 건설하는 내용의 ‘진위공공하수처리시설 건설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공동으로 수급하였는데, 조○상이 이 사건 공사현장의 현장소장 겸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 선임되었다.


나. 최○혁(이하 ‘피해자’라 한다)은 2011. 9. 8.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조○상의 지시에 따라 동료 근로자들과 함께 굴삭기를 이용한 지반굴착 후 굴착지면에서 공업용수배관을 설치하고 모래와 토사로 되메우는 방식의 배관매설작업을 하던 중, 같은 날 14:10경 약 2m 깊이의 굴착지면에서 동료근로자 이○용과 함께 작업을 하다가 굴착면의 토사가 붕괴되면서 매몰되어 병원 후송 중에 사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다.피청구인은 조○상이 이 사건 사고장소에서 피해자로 하여금 작업을 하게 하면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규칙’이라 한다) 제338조 제1항 별표 11의 보통흙 습지 지반의 굴착면 기울기 기준인 1:1∼1:1.5를 준수하지 않고 규칙 제340조 제1항의 지반붕괴위험 방지조치를 하지 않는 등으로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하여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여 산업안전보건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66조의2의 책임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2012. 1. 30. 청구인들에 대하여 법 제71조의 양벌규정을 적용하여 수원지방검찰청 평택지청 2011년 형제17919호로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라. 이에 청구인들은 위 기소유예처분에 의하여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면서 2012. 4. 2.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들의 주장 및 피청구인의 답변

가. 청구인들의 주장요지

이 사건 사고장소는 보통흙 습지 지반이 아닌 보통흙 건지 지반으로서 그 굴착면 기울기가 규칙 제338조 제1항 별표 11의 보통흙 건지 지반의 기울기 기준인 1:0.5∼1:1의 범위 내인 1:0.8로 유지된 만큼 규칙 제338조 제1항 별표 11의 굴착면 기울기 기준에 위배되지 않았고, 그 작업내용이 1.8∼2m 깊이의 소규모 지반굴착 후 배관을 매설하는 것으로 대규모 굴착작업의 시행을 전제로 위험방지조치를 요구하는 규칙 제340조 제1항의 적용대상도 아니다. 나아가 이 사건 사고는 피해자가 조○상의 작업지시를 무시한 채 작업완료 후 임의로 굴착지면에서 머무르는 바람에 발생한 것이고, 피해자의 사망은 굴착면의 토사붕괴로 인한 것이 아니라 고령에 따른 지병 등으로 인한 것이다. 결국 조○상의 법 제66조의2의 책임은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피청구인이 조○상의 법 제66조의2의 책임이 인정됨을 전제로 청구인들에 대하여 법 제71조의 양벌규정을 적용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들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요지

조○상은 이 사건 사고장소가 보통흙 습지 지반에 해당함에도 그 굴착면 기울기를 1:0.8로 함으로써 규칙 제338조 제1항 별표 11의 굴착면 기울기 기준을 준수하지 않고 지반붕괴의 위험이 있음에도 흙막이 지보공 설치 등 규칙 제340조 제1항의 안전조치를 하지 않는 등으로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하였고, 이로 인하여 굴착면의 토사가 붕괴되면서 피해자가 그 토사에 매몰되어 병원 후송 중에 무산소증으로 사망한 것이다. 따라서 조○상의 법 제66조의2의 책임이 인정되고, 청구인들은 법 제71조의 양벌규정에 의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3. 판 단

가. 쟁점의 정리

피청구인은 조○상의 법 제66조의2의 책임이 인정됨을 전제로 청구인들에 대하여 법 제71조의 양벌규정을 적용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하였으므로, 조○상의 법 제66조의2의 책임이 인정되는지와 청구인들의 법 제71조의 책임이 인정되는지에 관하여 본다.


나. 조○상의 법 제66조의2의 책임

이 사건 수사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장소는 하천에 연접한 농경지 지역 안에 위치하고 있고, 이 사건 사고 발생 직전인 2011. 8. 한 달 동안 이 사건 사고장소가 위치한 ○○시와 인근의 ○○시 지역에는 13∼14일에 걸쳐 245∼276mm의 비가 내렸던 사실, 피해자의 동료근로자 이○용은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비가 자주 와서 이 사건 사고장소의 지반이 약하여진 상태였다고 진술하였고, 조○상은 이 사건 사고장소가 하천 근처로서 비가 많이 와서 지반이 약하여진 상태였고 지반의 토질이 점토질로서 습지에 해당하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진술한 사실,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이 사건 사고장소의 굴착면 기울기는 약 1:0.8로 조사되었고, 이 사건 사고장소의 붕괴된 굴착면 바로 옆에는 2010. 11.경 우수흄관 매설 및 성토 작업이 이루어진 상태였던 사실, 피해자는 이 사건 사고장소에서 작업을 하다가 굴착면의 토사가 붕괴되면서 이에 매몰되어 병원으로 후송 중에 호흡곤란으로 인한 무산소증으로 사망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장소는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습기가 많고 굴착면 바로 옆에 우수흄관 매설 및 성토 작업이 이루어진 상태의 지반으로 규칙 제338조 제1항 별표 11의 보통흙 습지에 해당하고 굴착작업으로 인한 굴착면의 붕괴 위험성이 존재하는 상태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조○상이 이 사건 사고장소의 굴착면 기울기를 약 1:0.8로 방치하고 이 사건 사고장소에 흙막이 시설 설치 등 지반붕괴위험 방지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규칙 제338조 제1항, 제340조 제1항을 준수하지 않아 법 제23조 제3항의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한 것이고, 이와 같은 조○상의 안전조치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굴착면의 토사가 붕괴되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조○상에게는 법 제66조의2의 책임이 인정된다.


다. 청구인들의 법 제71조의 책임

(1)청구인들의 조○상에 대한 감독상의 과실

법 제71조는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66조의2, 제67조, 제67조의2 또는 제68조부터 제70조까지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한다. 다만,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법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법 제66조의2 등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를 하면 위반행위자인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을 벌하는 외에 그 법인도 함께 벌하는 내용의 양벌규정으로, 형벌의 자기책임원칙에 비추어 위반행위가 발생한 그 업무와 관련하여 법인이 상당한 주의 또는 관리, 감독 의무를 게을리한 때에 한하여 적용되고, 구체적인 사안에서 법인이 상당한 주의 또는 관리, 감독 의무를 게을리하였는지 여부는 당해 위반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정, 즉 당해 법률의 입법 취지, 처벌조항 위반으로 예상되는 법익 침해의 정도, 그 위반행위에 관하여 양벌규정을 마련한 취지 등은 물론 위반행위의 구체적인 모습과 그로 인하여 실제 야기된 피해 또는 결과의 정도, 법인의 영업 규모 및 행위자에 대한 감독가능성 또는 구체적인 지휘감독 관계, 법인이 위반행위 방지를 위하여 실제 행한 조치 등을 전체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도7834 판결, 대법원 2011. 7. 14. 선고 2010도112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피청구인이 조○상의 법 제66조의2의 책임이 인정됨을 이유로 청구인들에 대하여 법 제71조의 양벌규정을 적용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하기 위해서는 청구인들에게 조○상에 대한 감독상의 과실이 있음을 밝혀야 한다.

그런데 청구인들이 조○상을 이 사건 공사현장의 현장소장 겸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 선임하였고, 이에 따라 조○상이 이 사건 공사현장에 상주하면서 구체적인 현장작업, 안전교육 등 이 사건 공사에 관한 전반적인 관리, 감독을 담당한 점, 조○상은 평소 피해자를 비롯한 이 사건 공사현장의 근로자들을 상대로 토사붕괴방지교육 등의 안전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한 점, 이 사건 공사의 설계상으로는 이 사건 사고장소의 굴착면 기울기가 1:1로 정하여져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 이 사건 수사기록에 나타난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조○상이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하여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청구인들이 조○상의 안전조치의무 위반을 예상하고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거나 감독의무를 게을리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수사기록에 나타난 사실관계만으로는 청구인들에게 조○상에 대한 감독상의 과실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2) 수사미진 및 법리오해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청구인들에게 조○상에 대한 감독상의 과실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면이 존재하는 만큼, 피청구인으로서는 위에서 본 법리를 기초로 하여 청구인들의 규모와 직원들에 대한 지휘감독 관계, 평소 청구인들이 위험방지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거나 시설을 설치하도록 관리, 감독하였는지 여부, 청구인들이 조○상의 안전조치의무 위반을 예상하여 이를 방지하기 위한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거나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할 필요가 있었는지 여부, 그러한 필요가 있었다면 청구인들이 그와 같은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였는지 여부 등에 관하여 수사에 나아가는 등으로 청구인들에게 조○상에 대한 감독상의 과실이 있는지에 관하여 좀 더 세밀하게 수사하였어야 한다.

그런데 피청구인은 청구인들의 조○상에 대한 감독상의 과실에 관하여 별다른 수사를 하지 않은 채 조○상의 법 제66조의2의 책임이 인정되는 점을 근거로 곧바로 청구인들의 법 제71조의 책임을 인정하고 이를 전제로 청구인들에 대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하였으므로, 피청구인의 기소유예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라. 소결

피청구인이 청구인들의 법 제71조의 책임이 인정됨을 전제로 청구인들에 대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은 수사미진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라고 할 것이고, 이로 말미암아 청구인들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 론

그렇다면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청구인들에 대한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