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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정보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유체 동산 인도

[부산고법 2011. 9. 28. 선고 2009나18816 판결 : 상고]

【판시사항】

[1] 전통사찰의 동산이 선의취득 또는 시효취득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2] 부산광역시가 취득하여 보존·관리하고 있는 부산광역시 유형문화재 제46호 ‘범어사명유제(梵魚寺銘鍮製)시루’에 대하여 甲 사찰이 소유권자로서 인도를 구한 사안에서, 甲 사찰이 전통사찰의 동산에 해당하는 위 시루를 관할관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처분한 것은 무효이나, 시루를 전전 양수한 부산광역시의 선의취득 내지 시효취득이 인정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선의취득은 거래안전을 위하여 양도인의 무권리를 치유하는 것이므로 국유문화재(
문화재보호법 제66조)처럼 국가사회적 관점에서 양도가 금지되어 양수인의 소유가 될 수 없는 것이 아닌 이상 전통사찰이 양도할 때 관할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한만 있는 전통사찰의 동산은 선의취득의 대상이 된다. 또한 전통사찰의 동산에 대한 시효취득을 금지하는 법령상의 아무런 제한이 없는 이상 시효취득의 대상도 된다.

[2] 부산광역시가 취득하여 보존·관리하고 있는 부산광역시 유형문화재 제46호 ‘범어사명유제(梵魚寺銘鍮製)시루’에 대하여 甲 사찰이 소유권자로서 인도를 구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상 甲 사찰이 시루를 도난당하였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시루를 사용하지 않은 채 오랫동안 방치해 오다가 가치가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처분하였다고 보이는데, 甲 사찰이 전통사찰의 동산에 해당하는 위 시루를 처분하면서 관할관청의 허가를 받지 않았으므로 甲 사찰의 시루 처분행위는 무효이고, 따라서 이를 전전 양수한 부산광역시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시루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으나, 부산광역시가 적법한 유물취득절차를 통하여 시루를 매수하여 현재까지 점유하고 있으므로 평온, 공연하게 시루를 양수하여 선의로 점유하였다고 추정되고, 시루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도난품인지에 관하여 확인하는 등 시루를 매수하면서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부산광역시는 시루를 선의취득하였고, 시루를 매수하여 점유하면서 과실이 있더라도 점유를 개시한 날로부터 10년이 경과하였으므로 시루를 시효취득하였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전통사찰의 보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4호,
제9조 제1항,
민법 제197조 제1항,
제246조 제1항,
제249조,
문화재보호법 제66조
[2]
전통사찰의 보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4호,
제9조 제1항,
민법 제197조 제1항,
제246조 제1항,
제249조


【전문】

【원고, 항소인】

대한불교 조계종 범어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로윈 외 1인)

【피고, 피항소인】

부산광역시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영흠)

【제1심판결】

부산지법 2009. 11. 4. 선고 2008가합23791 판결

【변론종결】

2011. 8. 31.

【주 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별지 목록 기재 유제(鍮製)시루를 인도하라.

【이 유】

1. 기초 사실
가. 원고 사찰의 이 사건 시루의 제작 및 점유·관리 등
원고 사찰은 1664년경 별지 목록 기재 유제시루 2점(이하 ‘이 사건 시루’)을 제작하였는데, 위 시루의 표면에는 ‘慶尙道 東萊 北嶺 金井山 梵魚寺(경상도 동래 북령 금정산 범어사)’로 시작하는 187자의 명문(銘文)이 있다.
원고 사찰은 이 사건 시루를 떡을 찌는 용도로 사용하다가 1970년경 이후에는 이를 사용하지 않고 창고인 ‘행당’에 보관하였는데, 아래 나의 (1)항 기재와 같이 2000. 6. 14. 위 시루를 매수한 피고가 2001년경 부산시립박물관에 전시하고 유형문화재로 지정함에 따라 위 시루가 원고 사찰에서 반출된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때까지 위 시루에 대한 도난신고나 분실신고를 한 적이 없다.
나. 피고의 이 사건 시루 취득 및 보존·관리 등
(1) (가) 피고는 2000. 1. 19. 부산광역시문화재보호조례에 기하여 ‘부산시립박물관 유물구입 계획’을 수립하고, 같은 달 22일 ‘2000년도 유물구입 공고 및 홍보’를 한 후, 같은 해 1. 27.부터 같은 해 3. 10.까지 일반인으로부터 유물 접수를 받았다.
(나) 소외 1은 2000. 2. 22.경 피고에게 ‘유물명칭: 동제(銅製) 시루 2점, 요구액 1억 5,000만 원’ 등이 기재된 유물매도신청서를 제출하여 유물구입신청을 하였다.
(다) 이에 피고는 2000. 3. 23. 소외 1로부터 유물가치평가를 위하여 이 사건 시루를 인도받은 후, 2000. 4. 21. 유물구입자체평가회의를 개최하여 위 시루에 대하여 청동으로 제작된 대형 시루로 표면에 제작연대, 제작장소, 중량, 시주자 명단 등이 새겨져 있어 학술적·연구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하였고, 2000. 6. 2. 문화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위 시루에 대한 매입금액을 1억 3,000만 원으로 결정하였다.
(라) 피고는 2000. 6. 10. 소외 1과 사이에 이 사건 시루에 관하여 대금을 1억 3,000만 원으로 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마) 그 후 피고는 이 사건 시루의 녹슨 부분을 보존처리한 다음 소형 시루 1점은 부산시립박물관 수장고에 보관하는 한편 대형 시루 1점은 위 박물관 상설전시실에 전시하여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2001. 5. 24. 이 사건 시루를 ‘부산광역시 유형문화재 제46호’로 지정하여 이를 점유·관리하고 있다.
(2) 피고는 이 사건 시루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위 시루에 관한 기록을 확인하고자 경성대학교 한국학연구소가 1999. 5. 30. 발행한 ‘범어사 소장 전적(典籍) 및 유물 학술조사보고서’와 문화재청의 ‘도난문화재 목록’ 및 원고 사찰이 1986. 5. 12. 소외 2(법명: 생략) 주지취임등록 때 작성한 인수인계재산목록 등을 조사하였으나 위 시루의 소유권 또는 반출경위 등에 관한 기록을 발견할 수 없었다.
(3) 한편 피고가 이 사건 시루의 매도인 소외 1로부터 확인한 이 사건 시루의 취득 경위는 아래와 같다.
(가) 원고 사찰은 1994년경 행당 보수공사를 시행하면서 부산 금정구 청룡동 (이하 주소 생략)에서 ‘ ○○고물상’이라는 상호로 고물상을 운영하는 소외 3에게 위 보수공사로 발생하는 폐기물처리를 의뢰하였고, 소외 3은 위 폐기물처리에 대한 대가로 원고 사찰로부터 이 사건 시루를 받았다.
(나) 그 후 소외 3은 1994. 2. 26. 부산 중구 보수동에서 ‘ △△미술회관’이라는 상호로 고미술품 및 골동품 수집업체를 운영하는 소외 4에게 이 사건 시루를 350만 원에 매도하였다.
당시 소외 4는 소외 3으로부터 “금정구 청룡동 (이하 주소 생략), ○○고물상, 소외 3 508- (이하 전화번호 생략)”라고 적힌 메모를 교부받는 한편 위 거래경위를 적은 메모(절에서 폐기한 물건인데, 큰 시루만을 사실 분이 나타나면 기다려서 팔고 그렇지 않으면 폐기처분하려던 차에 ▽▽▽서점 주인과 소외 4의 친구 소외 5를 통하여 연락이 되어 사들이게 되었다는 취지)를 작성해두었다.
그리고 소외 4는 문화재매입(매도)대장[을 6호증의 1 내지 5, 원고는 위 증거가 위조되거나 이 사건 시루의 매입경위와 관련하여 허위로 기재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문화재매입(매도)대장에 1994. 12. 26.자 검인 다음에 1994. 3. 5.자 검인이 찍혀 있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지지 않았으나, 제1심법원의 부산광역시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와 제1심 증인 소외 4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즉, 위 문화재매입(매도)대장에 찍혀있는 부산광역시 중구청장의 검인이 진정한 것으로 보이는 사실에 비추어 앞서 든 사정만으로 위 문화재매입(매도)대장이 위조되거나 허위로 기재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에 이 사건 시루의 매입사실을 기재하였고, 1994. 12. 26. 부산광역시 중구청장으로부터 위 문화재매입(매도)대장에 대한 검인을 받았다.
(다) 소외 4는 1994. 4. 12. 부산 동구 초량동에서 ‘ ◁◁당’이라는 골동품상을 운영하는 소외 6에게 이 사건 시루를 1,000만 원에 매도하였고, 소외 6은 처제인 소외 1에게 위 시루를 매도하였다.
다. 관련 형사사건의 진행경과
(1) 피고 산하 부산시립박물관의 학예연구실장으로 있던 소외 7은 과거 문화재 관련 범죄전력이 있는 소외 6으로부터 이 사건 시루를 부산시립박물관의 유물로 매입하여 줄 것을 청탁받은 후, 부산시립박물관의 유물구입절차에 평가위원으로 참석하여 위 시루에 대해서 ‘상’ 등급의 평가점수를 부여하고, 피고로 하여금 위 시루를 1억 3,000만 원에 매입하도록 하였으며, 그 대가로 소외 6으로부터 2,000만 원을 교부받았다.
그 후 소외 7은 2005. 1. 21. 위 뇌물수수에 대하여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2004고합227)에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죄 등으로 징역 2년 6월의 판결을, 2005. 3. 31. 위 판결에 대한 항소심( 부산고등법원 2005노88)에서 징역 2년 6월 및 집행유예 4년의 판결을 각각 선고받았는데, 위 각 판결은 2005. 4. 8. 확정되었다.
(2) 한편 언론을 통하여 이 사건 시루를 비롯하여 원고 사찰의 불교 유물 일부가 도난당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문화재수집가들에게 매도된 것으로 의심된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부산지방검찰청은 2004년경 이 사건 시루의 유출경위에 대한 수사를 하였고, 당시 소외 4는 위 시루의 취득과 관련하여 장물취득혐의로 조사를 받은 후 불기소처분(혐의 없음)을 받았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호증 내지 4호증, 6호증, 을 1호증 내지 7호증, 9호증, 10호증(이상 해당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와 영상, 제1심 증인 소외 4의 증언, 제1심법원의 부산광역시 중구청장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1) 이 사건 시루는 원고 사찰이 도난당한 것이므로 위 시루에 관한 처분행위는 무효
이 사건 시루는 원고 사찰이 도난당한 것이므로 소외 1 등의 위 시루에 관한 처분행위는 소유권이 없는 자에 의한 것이어서 무효이고, 그 결과 피고는 이 사건 시루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시루의 소유권자인 원고에게 위 시루를 인도할 의무가 있다.
(2) 이 사건 시루의 양도에 관할관청의 허가가 없어 위 시루에 관한 처분행위는 무효
전통사찰의 주지는 전통사찰의 동산(불상·화상·석물·고문서·고서화·종류·경전 그 밖에 사찰에 속하는 재산으로서 유서가 있거나 학예, 기예 또는 고고 자료로 인정되는 것을 말한다)을 양도하려면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바, 설령 이 사건 시루가 도난당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위 시루는 전통사찰의 동산이고, 위 시루의 양도 당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허가가 없었으므로 원고 사찰의 위 시루에 대한 처분행위는 무효이고, 그 결과 피고는 위 시루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시루의 소유권자인 원고에게 위 시루를 인도할 의무가 있다.
나. 판단
(1) 먼저 이 사건 시루가 도난품 즉, 원고 사찰이 도난당한 것인지에 관하여 본다. 갑 2호증, 4호증, 6호증(이상 해당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만으로는 원고 사찰이 이 사건 시루를 도난당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기초 사실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 사찰은 1994년경 당시 이 사건 시루를 사용하지 않은 채 오랫동안 방치해 오다가 그 가치가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고물상을 운영하는 소외 3에게 폐기물처리 등의 대가로 위 시루를 처분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가) 이 사건 시루는 큰 것의 무게가 180㎏, 작은 것의 무게가 100㎏에 이르러 장비를 동원하지 않고서는 성인남자 수명으로도 쉽사리 운반할 수 없고, 원고 사찰에는 백수십 여 명의 승려와 직원이 주야로 상주하는 데다가 신도와 관광객의 왕래가 잦아 이 사건 시루를 훔쳐간다는 것이 매우 어렵다(게다가 원고 주장에 의하면, 이 사건 시루는 5개가 1조를 이루고, 5개 모두 없어졌다는 것인데, 5개 모두 절취한다는 것은 그 규모, 주변 상황에 비추어 더더욱 어렵다).
(나) 원고 사찰이 이 사건 시루의 문화적 가치가 크다고 인식하고 있었다면 위 시루를 특별히 관리할 것이지 이를 창고에 방치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위 시루를 떡을 쪄 먹는 데 사용하지도 않았을 것이고(문화재를 떡을 쪄 먹는 데 사용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위 시루가 유출된 것을 재빨리 인식하여 도난신고 등을 하였을 것이다.
(다) 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시루를 매수하여 부산시립박물관에 전시하자 그때서야 위 시루의 반출사실을 확인하였다. 피고가 2001. 2.경 이 사건 시루를 문화재로 지정하기에 앞서 이해관계인 등이 있을 경우 고시일로부터 20일 이내에 의견을 제출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였음에도, 원고는 이에 대하여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이 사건 소송 역시 그로부터 7년이 넘게 지난 2008. 12. 11.에서야 제기되었다.
(라) 부산지방검찰청이 2004년경 이 사건 시루의 유출경위에 대한 수사를 할 때 참고인조사를 받은 소외 8(1962년 이래 원고 사찰의 재산관리 업무를 담당)의 진술의 요지는, 1973년 이래 소외 9(법명: 생략)가 원고 사찰의 주지가 된 2004. 4. 8.까지 원고 사찰의 주지였던 소외 2(법명: 생략)와 그 추종세력들이 이 사건 시루 등 5개의 시루를 타에 매각하였다는 것으로 위 진술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 사건 시루는 도난당한 것이 아니라 소외 2 주지 측이 타에 매각한 것이 된다.
(마) 이 사건 시루는 사찰에서 떡을 찌는 용도 등으로 사용하던 식기로 원고 사찰의 재산목록에도 기재되지 않았고, 불상·탱화 등과 달리 시루라는 것만으로는 불교미술적, 문화재적 가치가 확연하다고 할 수 없다.
(바) 피고가 이 사건 시루를 매수하는 과정에서 부산시립박물관의 학예실장 소외 7의 비리행위가 개입되었으나, 소외 7이 이 사건 시루를 높은 등급으로 심사하여 비싼 가격으로 매수하도록 청탁을 받고 뇌물을 받았다는 것과 이 사건 시루가 원고 사찰이 도난당한 것 사이에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2) 다음으로 이 사건 시루를 양도함에 있어 관할관청의 허가가 없어 위 시루에 대한 처분행위는 무효라는 주장에 관하여 본다.
(가) 전통사찰의 주지는 전통사찰의 동산(불상·화상·석물·고문서·고서화·종류·경전 그 밖에 사찰에 속하는 재산으로서 유서가 있거나 학예, 기예 또는 고고 자료로 인정되는 것을 말한다)을 양도하려면 관할관청인 문화체육관광부장관(1994년경에는 문화체육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이를 받지 않은 양도행위는 그 효력이 없다.
(나) 위 법리를 토대로 이 사건으로 돌아가 살펴본다. 을 4호증의 2, 6호증의 4, 9호증의 7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시루는 1664년에 제작되고, 그 표면에 제작장소, 제작연도, 시주자 명단 등이 새겨져 있어 학술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전통사찰의 동산에 해당하고, 원고 사찰이 이를 처분함에 있어 관할관청의 허가를 받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반증 없는바,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원고 사찰의 이 사건 시루 처분행위는 무효이고, 그 결과 이를 전전 양수한 피고 역시 위 시루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다.
따라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시루를 인도할 의무가 있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시루를 취득함에 있어 위 관할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를 받지 않은 잘못도 있다고 주장하나, 관할관청의 허가는 전통사찰이 그 동산을 양도할 때 받아야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지 누구든지 전통사찰 동산을 양수하려면 관할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항변에 대한 판단
가. 선의취득의 항변
먼저 피고의 선의취득 항변에 관하여 본다. 선의취득은 거래안전을 위하여 양도인의 무권리를 치유하는 것인바, 국유문화재( 문화재보호법 제66조)처럼 국가사회적 관점에서 양도가 금지되어 양수인의 소유가 될 수 없는 것이 아닌 이상 전통사찰이 양도함에 있어서 관할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한만 있는 전통사찰의 동산도 선의취득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선의취득이 성립되려면 무권리자로부터 점유를 승계함에 있어 평온, 공연, 선의, 무과실이어야 하고, 민법 제197조 제1항에 의하면 평온, 공연, 선의의 점은 추정되는 것이고, 무과실의 점은 선의취득을 주장하는 자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다.
이 사건으로 돌아가 살피건대, 기초 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가 2000. 1. 22. 유물구입 공고 등 적법한 유물취득절차를 통하여 2000. 6. 10. 소외 1로부터 이 사건 시루를 매수하여 현재까지 점유하고 있으므로 평온, 공연하게 위 시루를 양수하여 선의로 점유하였다고 추정되고, 한편 피고가 위 시루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경성대학교 한국학연구소 발행의 ‘범어사 소장 전적 및 유물 학술조사보고서’, 문화재청의 ‘도난문화재 목록’, 원고 사찰 작성의 ‘인수인계재산목록’ 등을 확인하는 등 위 시루가 도난품인지에 관하여 확인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위 시루를 매수함에 있어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는 위 시루를 선의취득하였다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의 위 항변은 이유 있다.
나. 시효취득의 항변
가사 피고가 이 사건 시루를 매수하여 점유함에 있어 과실이 있었다 하더라도,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의 시효취득 항변이 이유 있어 결국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는 것으로 돌아간다. 즉, 기초 사실에 의하면, 소외 4가 그 점유를 개시한 1994. 2. 26.경부터 10년의 기간이 경과한 2004. 2. 26.경 피고는 소외 4 및 소외 6, 1의 점유를 승계하여 이 사건 시루를 시효취득하였다(이에 대하여 원고는, 전통사찰의 동산은 시효취득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다투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전통사찰의 동산 또한 선의취득의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전통사찰의 동산에 대한 시효취득을 금지하는 법령상의 아무런 제한이 없는 이상 시효취득의 대상이 된다 할 것이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목록: 생략]

판사 정용달(재판장) 문흥만 박운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