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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정보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손해배상(기)

[전주지법 2012. 8. 29. 선고 2012나2821 판결 : 상고]

【판시사항】

[1] 산모가 의료진이 아닌 제3자에게 자신의 분만과정을 공개할 것인지에 관한 선택권을 갖는지 여부(적극) 및 산모의 분만과정에 의료진이 아닌 제3자가 참관하기 위한 요건(=산모나 가족의 동의)과 그 전제로서 의료진이 부담하는 설명의무의 내용
[2] 대학병원이 아닌 일반병원의 경우, 학생들이 산모의 분만과정에 참관하려면 산모의 명시적 동의가 있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및 그 동의를 얻는 방법
[3] 대학병원이 아닌 일반 산부인과 병원에서 아이를 출산한 산모 甲과 그녀의 남편 乙이 분만 담당 의사 丙을 상대로 자신들의 동의 없이 병원에서 실습하던 학생들을 분만과정에 참관시킴으로써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어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는 이유로 위자료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丙은 甲에 대하여 자기결정권 침해에 따른 위자료 지급의무가 있고, 乙에 대하여는 지급의무가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여성에게 있어서 출산은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고귀한 행위인 반면에 극심한 진통과 분만을 위하여 분비되는 호르몬의 영향으로 인하여 정신적, 육체적으로 쉽게 통제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이게 되고, 신체의 중요 부위를 타인에게 노출하게 될 뿐만 아니라 분만과정에서 수반되는 배변 등의 생리적 현상을 조절할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분만과정에 보호자나 제3자가 입회하는 경우 산모의 수치심을 자극하여 정신적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산모는 자기결정권에 따라 실습 중인 학생들을 비롯한 제3자에게 자신의 분만과정을 공개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권을 가지고, 분만과정에 의료진이 아닌 제3자를 참관하게 하려는 의료진은 산모나 가족들에게서 타인의 참관에 대한 동의를 얻어야 하며, 그 전제로서 사전에 산모 등에게 참관하는 사람의 지위, 참관의 목적 및 내용 등에 대하여 설명하여 참관을 허용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다.
[2] 대학병원은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기관이자 의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으로서 학생들의 임상실습 및 참관이 교육과정의 일부로 정해져 있고 환자의 입장에서도 이를 당연히 예상할 수 있으므로, 대학병원의 경우에는 참관에 대한 산모의 명시적인 동의가 없더라도 묵시적인 동의가 있는 것으로 보아 산모의 반대의사가 명시적으로 표명되지 않는 한 학생들의 참관이 허용되지만, 대학병원이 아닌 일반병원의 경우에는 일반원칙에 따라 산모의 명시적인 동의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학생들의 참관이 허용된다. 또한 이 경우 산모의 동의는 일반적인 치료행위와는 다른 출산과정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극심한 진통이 시작되기 이전에 산모의 의사가 분명한 상태에서 참관의 내용 등에 대하여 충분히 설명하고 명시적으로 그 의사를 확인하는 방법에 의하여 얻어진 것이어야 한다.
[3] 대학병원이 아닌 일반 산부인과 병원에서 아이를 출산한 산모 甲과 그녀의 남편 乙이 분만을 담당하였던 의사 丙을 상대로 자신들의 동의 없이 병원에서 실습하던 학생들을 분만과정에 참관시킴으로써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어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는 이유로 위자료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丙이나 병원 의료진들이 甲의 분만과정에 학생들을 참관시키는 것에 대하여 甲이나 乙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았거나, 동의를 구하였다 하더라도 본격적인 출산과정이 시작되기 전에 충분한 설명을 통하여 명시적으로 동의 여부를 확인하는 유효한 방식에 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므로, 丙은 甲에 대하여 자기결정권 침해에 따른 위자료 지급의무가 있고, 다만 乙은 자기결정권의 행사주체가 아닌 가족에 불과하므로 그에 대하여는 위자료 지급의무가 없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750조,
제751조
[2]
민법 제750조,
제751조
[3]
민법 제750조,
제751조


【전문】

【원고, 항소인 겸 피항소인】

【피고, 항소인 겸 피항소인】

【제1심판결】

전주지법 2012. 2. 23. 선고 2011가단30330 판결

【변론종결】

2012. 7. 18.

【주 문】

 
1.  제1심판결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가.  피고는 원고 1에게 3,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1. 9. 22.부터 2012. 8. 29.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로 셈한 돈을 지급하라.
 
나.  원고 1의 나머지 청구와 원고 2의 청구를 각 기각한다.
 
2.  소송총비용 중 원고 1과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의 1/5은 원고 1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하고, 원고 2와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 2가 부담한다.
 
3.  제1의 가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 1에게 22,003,331원, 원고 2에게 5,0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셈한 돈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원고: 제1심판결 중 원고들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는 원고 1에게 16,816,631원, 원고 2에게 4,0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셈한 돈을 지급하라.
피고: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위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청구를 각 기각한다.

【이 유】

1. 기초 사실
 
가.  원고들은 부부사이이고, 피고는 원고 1의 분만을 담당하였던 의사이다.
 
나.  원고 1은 2010. 4. 5. 14:34경 ○○산부인과(이하 ‘피고 병원’이라 한다)에서 피고의 담당하에 둘째 아이를 출산하였는데, 당시 피고 병원에서 임상실습 중이던 전북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분만실에 들어와 원고 1의 분만과정을 참관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5호증, 을 제1, 2호증, 을 제8호증의 1 내지 3에 각 적힌 내용,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은, 피고가 원고들의 동의를 얻지 않고 임상실습을 하던 학생들에게 원고 1의 분만과정을 참관하게 함으로써 원고들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원고 1이 정신적 충격으로 인하여 우울성 장애 등을 앓게 되었으며, 원고 2에게도 정신적 손해를 입혔으므로, 그에 대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3.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분만과정 참관에 산모의 동의가 필요한지 여부
모든 국민은 헌법 제10조에서 규정한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에 의하여 사적 사항을 스스로 결정하여 자신의 생활영역을 자유로이 형성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을 가진다. 자기결정권에는 자기의 생명·신체의 처분에 대한 결정권, 생활스타일에 대한 결정권, 가족의 형성·유지에 관한 결정권과 성행위 여부 및 그 상대방을 결정할 수 있는 성적 자기결정권 등이 포함되는데, 분만과정에서의 산모 역시 출산방법, 출산환경, 출산시 의료진을 제외한 보호자나 제3자를 입회하도록 할 것인지 여부 등을 내용으로 하는 자기결정권을 가진다고 할 것이다.
여성에게 있어서 출산은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고귀한 행위인 반면에 극심한 진통과 분만을 위하여 분비되는 호르몬의 영향으로 인하여 정신적, 육체적으로 쉽게 통제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이게 되고, 신체의 중요 부위를 타인에게 노출하게 될 뿐만 아니라, 분만과정에서 수반되는 배변 등의 생리적 현상을 조절할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분만과정에 보호자나 제3자가 입회하는 경우 산모의 수치심을 자극하여 정신적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산모는 위 자기결정권에 따라서 실습 중인 학생들을 비롯한 제3자에게 자신의 분만과정을 공개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권을 가지고, 분만과정에 의료진이 아닌 제3자를 참관하게 하려는 의료진으로서는 산모나 가족들로부터 타인의 참관에 대한 동의를 얻어야 하며, 그 전제로서 사전에 산모 등에게 참관하는 사람의 지위, 참관의 목적 및 내용 등에 대하여 설명하여 그 참관을 허용할 것인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다.
한편 대학병원은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기관이자 의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으로서 학생들의 임상실습 및 참관이 교육과정의 일부로 정해져 있고 환자의 입장에서도 이를 당연히 예상할 수 있으므로, 대학병원의 경우에는 참관에 대한 산모의 명시적인 동의가 없더라도 묵시적인 동의가 있는 것으로 보아 산모의 반대의사가 명시적으로 표명되지 않는 한 학생들의 참관이 허용된다고 하여야 할 것이지만, 대학병원이 아닌 일반병원의 경우에는 일반원칙에 따라 산모의 명시적인 동의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학생들의 참관이 허용된다고 할 것이다. 또한 이 경우 산모의 동의는 일반적인 치료행위와는 다른 출산과정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극심한 진통이 시작되기 이전에 산모의 의사가 분명한 상태에서 참관의 내용 등에 대하여 충분히 설명하고 명시적으로 그 의사를 확인하는 방법에 의하여 얻어진 것이어야 한다.
 
나.  이 사건에서 원고들의 동의가 있었는지 여부
원고들이 피고에게 학생들의 참관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대하여 민법 제750조에서 정한 불법행위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불법행위 일반원칙에 따라 불법행위의 존재 즉, 이 사건에서 참관에 대한 설명 및 동의 과정이 없었다는 사실은 이를 주장하는 원고들이 입증하여야 함이 원칙이다. 그러나 분만과정에 대한 참관행위 자체가 산모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적인 성격을 가지는 점, 분만과정에 대한 모든 의료기록과 정보를 의료진이 보유하고 있어 산모 측에서 설명의무가 이행되지 않았음을 입증하기는 성질상 극히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원고들에게 그 설명 및 동의 과정이 존재하지 않았음에 대한 입증을 엄격하게 요구할 수는 없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든 증거들에다가 제1심 증인 소외인의 일부 증언, 제1심의 원고 1의 본인신문 결과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동의의 당사자인 원고들이 참관 과정에서의 피고 및 피고 병원 의료진의 설명 및 동의가 없었음을 일관하여 주장하고 있는 점, 피고나 당시 분만과정에 피고와 함께 했던 간호사 소외인은 원고 1에게 동의를 구하였던 구체적인 과정에 대하여 분명하게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특히 소외인은 ‘당시 원고 1은 진행이 빨랐기 때문에 미리 동의를 못 구했을 것이고 분만실에 들어왔을 때 동의를 구했을 것으로 생각한다’는 취지로 증언하고 있는 점, 원고 1은 당시 분만과정에 남편인 원고 2가 참여하는 것도 원하지 않아 원고 2가 분만실 안에 들어오지 않았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나 피고 병원의 의료진들은 원고 1의 분만과정에 학생들이 참관하는 것에 대하여 원고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거나 동의를 구하였다고 하더라도 본격적인 출산과정이 시작되기 이전에 충분한 설명을 통하여 명시적으로 동의 여부를 확인하는 유효한 방식에 의하지 않은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 1이 위와 같은 자기결정권 침해로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4.  손해배상의 범위 
가.  적극적 손해
1) 원고들은, 피고 병원의 위와 같은 동의 없는 참관 행위로 인하여 원고 1이 우울성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입었으므로, 피고는 원고 1에게 이에 대한 치료비 상당액의 재산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2) 살피건대, 갑 제2 내지 4호증에 각 적힌 내용에 의하면, 원고 1이 2011. 7. 18. 우울감 등을 호소하면서 병원에 방문하여 2011. 8. 10. 우울성 장애 등의 진단을 받은 사실, 그 과정에서 치료비로 186,700원을 지출한 사실, 원고 1을 진찰한 의사가 향후 치료비로 1,816,631원이 필요한 것으로 예상한 사실은 인정되나, 원고 1이 우울감 등을 호소하면서 병원에 처음 방문한 것은 2011. 7. 18., 위 진단을 받은 것은 2011. 8. 10.로 원고 1의 분만이 있었던 2010. 4. 5.로부터 1년 이상이 지난 시점이어서 위 참관 행위와 원고 1의 우울성 장애 등의 발생 사이에 다른 원인이 개입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동의 없이 이루어진 참관 행위와 원고의 위 증상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치료비 상당액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 1의 이 부분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위자료
그러나 이와 같은 경우에도 피고는 원고 1이 참관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잃음에 따른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고, 그 액수는 원고 1의 나이, 가족관계, 위 참관의 내용, 자기결정권 침해의 정도 등 제반 사정을 감안하여 3,000,000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한편 원고 2는 참관 대상이나 자기결정권의 행사 주체가 아닌 원고 1의 가족에 불과하여 자기결정권 침해로 인한 위자료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원고 2의 위자료 청구 부분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 1에게 3,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불법행위일인 2010. 4. 5. 이후로서 원고 1이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소장부본이 피고에게 송달된 날임이 기록상 분명한 2011. 9. 22.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범위에 관하여 다툴만하다고 여겨지는 당심판결 선고일인 2011. 8. 29.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셈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 1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일부 인용하고, 원고 1의 나머지 청구와 원고 2의 청구는 각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데,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위와 같이 변경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양영희(재판장) 박수현 윤양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