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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정보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감금치사[선택적죄명:살인,인정된죄명: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유기치사]

[서울고법 2014. 4. 22. 선고 2013노2492 판결 : 상고]

【판시사항】

피고인이 승용차 조수석에 甲을 태우고 고속도로를 주행하다가 甲이 내려달라고 요구하자 감속하여 운행하던 중 甲이 문을 열고 도로로 뛰어내렸음에도 그대로 진행함으로써 도로 상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던 甲이 그 직후 후행 차량에 역과되어 사망한 사안에서, 피고인의 행위가 사고 후 미조치로 인한 도로교통법 위반죄 및 유기치사죄를 구성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피고인이 승용차 조수석에 甲을 태우고 고속도로를 주행하다가 甲이 내려달라고 요구하자 감속하여 운행하던 중 甲이 문을 열고 도로로 뛰어내렸음에도 그대로 진행함으로써 도로 상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던 甲이 그 직후 후행 차량에 역과되어 사망한 사안에서, 운전자인 피고인은 시속 약 40km로 진행하는 승용차에서 甲이 문을 열고 도로로 뛰어내리게 될 경우 甲의 머리 등 신체가 도로에 충격하여 상해를 입거나 일시 정신을 잃을 수 있으므로 신속히 정차하여 甲의 상해 여부 등을 확인하여 의료기관으로 후송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피고인이 고속도로 상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던 甲을 그대로 방치한 채 사고현장을 이탈한 행위는 사고 후 미조치로 인한 도로교통법 위반죄를 구성하고, 당시는 야간이고 사고지점이 자동차전용도로 구간이어서 도로 바닥에 누워 있던 甲을 미처 발견하지 못한 후행 차량에 의한 2차 충격으로 甲이 사망할 수 있다는 점도 예견가능하므로 유기치사죄를 구성한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형법 제40조, 제271조 제1항, 제275조 제1항, 도로교통법 제49조 제1항 제7호, 제54조 제1항, 제64조, 제148조


【전문】

【피 고 인】

【항 소 인】

검사

【검 사】

김민구 외 1인

【변 호 인】

법무법인 지향 담당변호사 이은우 외 2인

【제1심판결】

인천지법 2013. 7. 17. 선고 2013고합132 판결

【주 문】

제1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2년에 처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검사가 제출한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이 피해자로 하여금 차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작출하였던 것으로 인정할 수 있음에도 제1심이 선택적 공소사실 모두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것은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
 
2.  직권판단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살피건대, 검사가 당심에 이르러 종전의 선택적 공소사실 모두를 주위적 공소사실로 유지하면서, 예비적으로 아래 4.의 가.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하고, 죄명에 ‘도로교통법 위반(사고후미조치), 유기치사’를, 적용법조에 ‘도로교통법 제148조, 제54조 제1항, 형법 제275조 제1항, 제271조 제1항, 제40조’를 추가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 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그 심판대상이 변경되었으므로, 제1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제1심판결에 위와 같은 사유가 있더라도,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대상이므로, 아래에서는 주위적 공소사실 및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한 판단과 아울러 검사의 주장에 관하여 살펴본다.
 
3.  주위적 공소사실에 관한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공소외 1 등의 투자자를 모집하여 피해자 공소외 2(54세) 소유인 서울 종로구 (주소 1 생략)에 있는 약 1,570평 상당의 토지를 매수하여 빌라를 신축·분양하는 사업을 진행하던 중, 2012. 10. 22.경 피해자와 토지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토지 대금 61억 원 중 계약금 명목으로 3억 원을 교부하였고, 나머지 대금은 외환은행으로부터 위 토지에 대한 건축허가를 조건으로 65억 원을 대출을 받아 충당하되 2013. 1. 30.까지 잔금 58억 원을 지급하기로 하였으나, 2012. 11. 19.경 관할관청인 서울 종로구청에서 위 토지에 대한 개발행위허가 신청이 반려되어 약정 기일에 잔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되었고, 피고인은 추가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위 토지 중 일부에 대하여라도 계속하여 개발을 진행하고자 하였으나, 피해자가 이를 반대하면서 매매계약을 해제하고자 하여 사업 진행 방향에 관하여 의견 충돌이 있었다.
피고인은 2013. 2. 8. 18:10경 서울 서대문구 (주소 2 생략)에 있는 피해자의 집에 찾아가 방금 귀가한 피해자를 불러낸 다음 위 토지개발사업에 관하여 상의를 하기 위하여 피해자를 피고인이 운전하는 (차량번호 1 생략) SM5 승용차의 조수석에 태우고 차량을 출발하였다. 피고인은 차량을 출발할 무렵 피해자에게 행주산성에 가서 저녁을 먹자고 하였으나, 강변북로를 진행하던 중 임의로 목적지를 영종도로 변경하면서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로 진입하였다.
1) 감금치사
피고인은 2013. 2. 8. 18:49경 위 고속도로 톨게이트에 진입할 무렵부터 피해자로부터 ‘영종도는 너무 멀어서 가기 싫다, 내려달라, 택시를 타고 집에 가겠다’는 취지의 요구를 수회 받았음에도 이에 응하지 않은 채 같은 날 18:56경 위 고속도로 공항방향 15.4㎞ 지점에 이를 때까지 위 차량을 계속 진행하여 피해자를 감금하였다.
피고인은 피해자와 위 사업 등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차량을 운전하다가 차량 안에 있던 소주병을 들어 술을 마시는 등 위험한 행동을 하였고, 피해자를 차에서 내려주지 않은 채 운전을 하면서 술을 마신다는 등의 이유로 피해자와 몸싸움을 하게 되었으며, 이에 위험을 느낀 피해자가 차에서 빠져나오기 위하여 조수석 쪽 문을 열었음에도 차량을 정차하지 않고 계속 시속 약 40㎞ 정도로 진행하여 차에서 빠져나오려던 위 피해자를 도로에 떨어지게 하였고, 피해자를 구호하지 않은 채 계속 차량을 진행하여 같은 날 18:56경 위 고속도로 공항방향 15.4km 지점 3차로에서 위 피해자를 공소외 3이 운전하던 (차량번호 2 생략) 엔터프라이즈 승용차에 역과되어 두부압착 등으로 인한 다발성 실질장기손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2) 살인
피고인은 2013. 2. 8. 18:49경 신공항톨게이트에 진입할 무렵부터 피해자로부터 ‘영종도는 너무 멀어서 가기 싫다, 내려달라, 택시를 타고 집에 가겠다’는 취지의 요구를 수회 받았음에도 이에 응하지 않은 채 위 사업 등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피해자가 피고인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해자와 말다툼을 하게 되었다. 피고인은 같은 날 18:56경 위 고속도로 공항방향 15.4km 지점 3차로에서, 당시는 주변이 어둡고 많은 후행 차량이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었고, 위 SM5 차량은 시속 약 40km 이상의 속도로 진행하고 있었으므로 피해자가 진행 중인 위 SM5 차량에서 몸싸움을 하여 추락하는 경우 떨어질 때의 충격 내지는 후행 차량에 의한 역과로 인하여 사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위와 같이 말다툼을 하다가 격분하여 차량 안에 있던 소주병을 든 다음 이를 마시려는 듯한 행동을 하고, 이에 피해자가 차량을 세우고 하차시켜 달라고 요구하며 그 소주병을 빼앗으려고 하자 피해자를 밀치는 등 몸싸움을 하다가 시속 약 40km 정도로 진행하던 위 차량에서 피해자를 떨어뜨렸고, 추락한 피해자를 구호하기 위해 차량을 즉시 정차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피해자를 공소외 3이 운전하던 (차량번호 2 생략) 엔터프라이즈 승용차에 역과되어 두부압착 등으로 인한 다발성 실질장기손상으로 사망하게 하여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나.  제1심판단의 요지
1) 감금치사
제1심은 기록에 의하여 드러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하차 요구를 하였음에도 피고인이 이를 거절하고 계속 주행함으로써 피해자를 차량에서 내리지 못하게 한 사실을 인정할 만한 직접적인 증거는 없는 점, ②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피해자로부터 ‘영종도는 너무 멀지 않냐, 여기서 택시를 타고 갈 테니 내려줘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진술하나, 이러한 진술만으로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하차 요구’를 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점, ③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하차 요구를 받은 후 실제로 피해자를 고속도로 갓길에 내려주기 위하여 승용차의 속도를 줄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④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의견 차이만으로는 피해자를 감금할 동기로 보기에 부족한 점 등을 종합하면, 감금치사의 점에 관한 공소사실은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이 입증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2) 살인
제1심은 기록에 의하여 드러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인이 차량 내에서 피고인이 소주를 마시는 것을 가지고 피해자와 실랑이를 하면서 차량이 약간 흔들렸다는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의 행위로 피해자가 승용차 밖으로 떨어지게 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② 피해자가 추락사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점, ③ 피고인이 피해자를 가격하였다거나 약물을 사용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④ 피고인이 추진한 사업이 무산될 경우 투자자들로부터 계약금에 대한 상환 압박을 받게 될 상황에 처하게 된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할 동기가 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⑤ 피고인이 운전 중인 상황에서 한 손으로 승용차의 문을 연 후 피해자를 승용차 밖으로 밀어 떨어뜨린다는 것은 경험칙상 상상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살인의 점에 관한 공소사실 또한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이 입증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  이 법원의 판단
1) 감금치사
이 사건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면밀히 검토해 보면, 먼저 당시 톨게이트에서 근무했던 직원들은 모두 사건 당일 통과한 차량들에서 운전자와 동승자 사이의 싸움 등 이 사건과 관련된 특별한 징후 등에 대해 전혀 인식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증거기록 제515면)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볼 때, 피해자가 신공항톨게이트에 진입할 당시 충분히 하차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음에도 하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므로 신공항톨게이트를 통과할 당시 감금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신공항톨게이트를 통과한 이후부터 피고인이 피해자를 감금하였다 볼 여지도 있다 할 것이나, 영종대교 기념관 진입로부터 이 사건 사고지점까지의 평균 진행속도는 시속 39.4km ~ 시속 43km였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감정인 공소외 4의 감정결과(증거기록 제1116면) 등을 고려하여 볼 때,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하차 요구를 받은 후 실제로 피해자를 고속도로 갓길에 내려주기 위하여 승용차의 속도를 줄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할 것이므로, 신공항톨게이트를 통과한 이후에도 피고인이 피해자를 감금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
제1심이 위와 같은 증거판단을 토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라고 판단한 조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당심에서 추가로 조사한 증인 공소외 5, 6, 7의 진술은 증명력이 부족한 증거들이어서 위와 같은 판단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므로, 제1심판결에 검사가 지적한 바와 같이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2) 살인
검사는 이 부분 공소사실을 ‘피고인은 피해자와 몸싸움을 하다가 시속 약 40km 정도로 진행하던 위 차량에서 피해자를 떨어뜨려 피해자를 살해하였다’고 작위에 의한 살인으로 구성하여 이 사건 공소를 제기하고 있다.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차량에 역과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두부손상 소견 외에 가격에 의한 소견은 뚜렷하지 않고(공소외 8 작성의 부검감정서 기재), 피해자의 사체와 피고인의 승용차에서 별다른 약물이 검출되지 않았으므로(감정인 공소외 9, 10, 11 작성의 감정서 기재), 피고인이 운전하는 차량에서 정상적인 상태로 조수석에 앉아 있는 피해자의 저항을 물리치고 한 손으로 피해자를 밀어 승용차 밖으로 떨어뜨린다는 것은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여 볼 때, 제1심이 한 증거의 취사선택과 이에 기초한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4.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한 판단 
가.  예비적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0. 1. 7.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사기죄로 징역 8월을 선고받고, 같은 해 10. 28. 그 판결이 확정되어 영월교도소에서 그 형의 집행 중 2011. 3. 30. 가석방되고, 같은 해 4. 25. 가석방기간을 경과하였다.
피고인은 2013. 2. 8. 피해자 등 소유인 서울 종로구 (주소 1 생략) 외 7필지 약 1,570평 부동산 지상의 빌라 신축·분양 사업과 관련하여 피해자의 사무실로 연락을 하였으나 피해자가 연락을 받지 않자, 피해자가 퇴근하였을 무렵인 같은 날 18:10경 서울 서대문구 모래내로에 있는 피해자의 집 앞으로 찾아가 방금 귀가한 피해자를 불러낸 다음 위 부동산 개발사업에 관하여 상의를 하기 위하여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있던 피해자를 피고인이 운전하는 (차량번호 1 생략) SM5 승용차의 조수석에 태우고 출발하였다.
피고인은 승용차를 출발할 무렵 피해자에게 행주산성에 가서 저녁을 먹자고 하였으나, 강변도로를 진행하던 중 임의로 목적지를 영종도로 변경하면서 신공항고속도로로 진입하였고, 승용차 안에서 계속적으로 피해자에게 “매매계약을 해지하지 마라, 일부 토지에 대한 개발을 먼저 시작하자”는 취지로 설득하였으나 피해자로부터 계속 거절을 당하였다.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집으로 데려다 줄 것을 계속적으로 요구받았으나 ‘조금만 더 이야기하자’, ‘곧 차를 돌리겠다’는 취지로 말하였고, 같은 날 18:49경 위 고속도로 톨게이트에 진입할 무렵부터 피해자로부터 ‘영종도는 너무 멀어서 가기 싫다, 내려달라, 택시를 타고 집에 가겠다’는 취지의 요구를 수회 받았음에도 이에 응하지 않은 채 같은 날 18:56경 위 고속도로 공항방향 15.4km 지점 3차선 도로의 3차로 중 2차선 쪽으로 치우쳐 위 승용차를 진행하였다. 피고인은 위 지점에 이를 때까지 피해자에게 계속하여 위 매매계약을 해지하지 말고 일부 토지에 대한 개발을 먼저 진행해 줄 것을 종용하였으나 피해자로부터 거절을 당하자 승용차 안에 있던 소주병의 술을 마시려고 하는 등 위협적인 행동을 하였고 이에 위기 의식을 느낀 피해자가 소주병을 빼앗으면서 피고인과 몸싸움을 하게 되었고, 피고인은 정차할 생각 없이 위 지점에서 시속 약 40km로 감속하여 계속 진행하자 신변의 위험을 느낀 피해자는 승용차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조수석 문을 열게 되었다.
이러한 경우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피고인으로서는 약 40km로 진행하는 승용차에서 피해자가 조수석 문을 열고 좁은 공간을 통해 도로로 뛰어내리게 될 경우 피해자의 머리 등 신체가 도로에 충격하여 상해를 입거나 일시 정신을 잃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과속으로 뒤따르는 후행 차량에 의한 2차 충격으로 인해 사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즉시 정차하여 피해자를 안전하게 내려주거나 피해자가 정차하기 전에 뛰어내릴 경우에는 즉시 정차하여 피해자의 상해 여부 등을 확인하여 의료기관으로 후송 조치를 취하거나 피해자가 일시 정신을 잃었을 경우에는 후행 차량으로 인한 2차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피해자를 갓길 쪽으로 안전하게 이동 조치시키고 경찰이나 119 등에 신고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조수석 문을 열고 시속 약 40km 정도로 진행하는 위 승용차로부터 위 지점 3차로 도로 상으로 뛰어내렸음에도 즉시 정차하여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하기는커녕 도로에 떨어지면서 받은 충격으로 3차로 상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던 피해자를 그대로 방치한 채 오히려 가속하여 사고현장을 이탈함으로써 그로부터 약 1분 30초 후 공소외 3이 (차량번호 2 생략) 엔터프라이즈 승용차를 3차로를 따라 진행하다가 3차로 상에 쓰러져 있던 피해자를 발견하지 못하고 역과하여 즉석에서 피해자로 하여금 두부압착 등으로 인한 다발성 실질장기손상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노유, 질병 기타 사정으로 인하여 부조를 요하는 피해자를 보호할 법률상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유기하여 사망에 이르게 함과 동시에 차의 운전 등 교통으로 인하여 피해자를 사상하게 하였음에도 즉시 정차하여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
 
나.  판단
1) 인정되는 사실관계
① 피고인은 서울 종로구 (주소 1 생략) 외 7필지 약 1,570평 부동산을 매수한 다음 빌라를 신축·분양할 목적으로, 2012. 10. 22.경 피해자와 사이에 위 부동산을 61억 원에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② 한편 피고인은 공소외 1 등으로부터 금원을 차용하여 사업 초기자금을 마련하였는데 그 중 3억 원을 계약금으로 지급하였다.
③ 피고인은 위 부동산에 대한 건축허가를 받은 후 외환은행으로부터 위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받아 잔금 58억 원을 2013. 1. 30.까지 지급할 계획에 있었다.
④ 서울 종로구청장은 2012. 11. 19.경 위 토지에 대한 개발행위허가 신청을 반려하였고, 이로써 피고인은 잔금 지급계획에 차질을 빚게 되었다.
⑤ 피고인은 2013. 2. 8. 오전부터 계속하여 피해자의 사무실로 연락을 하였으나 피해자가 연락을 받지 않자, 피해자가 퇴근하였을 무렵인 같은 날 18:10경 서울 서대문구 모래내로에 있는 피해자의 집 앞으로 찾아가 방금 귀가한 피해자를 불러낸 후,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있던 피해자를 피고인이 운전하는 (차량번호 1 생략) SM5 승용차의 조수석에 태우고 출발하였다.
⑥ 피고인은 승용차를 출발할 무렵 피해자에게 행주산성에 가서 저녁을 먹자고 하였으나, 강변도로를 진행하던 중 목적지를 영종도로 변경하면서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로 진입하였다.
⑦ 피고인은 같은 날 18:56경 신공항톨게이트를 통과하여 약 5km 정도를 시속 80km 내지 90km 정도의 속도로 진행하던 중 피고인이 승용차 뒷좌석에 놓인 소주병의 뚜껑을 열어 한두 모금 마시자, 피해자가 소주병을 뺏으면서 ‘나 내릴란다. 택시 타고 가겠다’는 취지로 말을 하였다. 피고인은 위 지점에서 피해자를 내려주기 위하여 시속 약 40km로 감속하여 계속 진행하자 피해자는 승용차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조수석 문을 열고 3차로 도로 상으로 뛰어내렸고, 도로에 떨어지면서 받은 충격으로 3차로 상에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⑧ 피고인은 도로에 쓰러져 있던 피해자를 그대로 방치한 채 오히려 가속하여 사고현장을 이탈하였다.
⑨ 그로부터 약 1분 30초 후 공소외 3은 (차량번호 2 생략) 엔터프라이즈 승용차를 3차로를 따라 진행하다가 3차로 상에 쓰러져 있던 피해자를 발견하지 못하고 역과하였고, 피해자는 즉석에서 두부압착 등으로 인한 다발성 실질장기손상 등으로 사망하였다.
2) 유기치사죄의 법리
가) 형법 제271조 소정 유기죄의 주체는 부조를 요하는 자를 보호할 법률상 또는 계약상 의무 있는 자에 한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에서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피고인에게 피해자를 유기한 죄책을 묻기 위해서는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피고인에게 피해자를 보호할 의무의 근거가 법령에 마련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이 사건은 도로의 교통과 관련하여 발생한 사고로서, 특히 그중에서도 고속도로 운행 중인 피고인 운전의 승용차에 동승한 피해자를 내려주기 위하여 속도를 줄이던 중 미처 승용차가 완전히 정차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피해자가 미리 하차하였고 그것에서 더 나아가 그 하차 과정에서 도로 상에 그대로 추락하여 그 자리 노상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음에도 피고인이 피해자를 방치한 채 그대로 주행을 계속하여 그 현장을 떠난 것에서 기인한 사고인데, 그렇다면 이처럼 고속도로 주행 중 승용차에서 동승자가 무단 하차한 데에서 이어진 사고의 경우 관련하여 도로교통법 등 관계 법령에서 피고인에게 운전자로서 어떤 법령상의 주의의무가 있는 것인지, 그리고 그에 기초하여 피해자에 대한 추가적인 보호의무의 근거를 찾을 수 있을 것인지가 피고인에 대한 유기죄 죄책 인정 여부를 가림에 있어서 핵심적 관건이 된다고 할 것이다.
나) 그런데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제2항의 각 규정에 의하면, 차의 운전 등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한 경우에는 그 차의 운전자나 그 밖의 승무원은 즉시 정차하여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고, 이 경우 경찰공무원이나 국가경찰관서에 사고가 일어난 곳, 사상자 수 및 부상 정도 등을 지체 없이 신고하여야 하며, 위 각 규정을 위반하는 경우 같은 법 제148조, 제154조 제4호의 각 규정에 의하여 벌칙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 제2항이 규정한 교통사고 발생 시의 구호조치의무 및 신고의무는 차의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한 때에 운전자 등으로 하여금 교통사고로 인한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취하게 하고, 또 속히 경찰관에게 교통사고의 발생을 알려서 피해자의 구호, 교통질서의 회복 등에 관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하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부과된 것이므로, 교통사고의 결과가 피해자의 구호 및 교통질서의 회복을 위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인 이상 그 의무는 교통사고를 발생시킨 당해 차량의 운전자에게 그 사고발생에 있어서 고의·과실 혹은 유책·위법의 유무에 관계없이 부과된 의무에 해당한다(대법원 1990. 9. 25. 선고 90도978 판결, 대법원 1991. 5. 28. 선고 91도711 판결, 대법원 2002. 5. 24. 선고 2000도1731 판결 등 참조).
그러므로 운전자로서는 자신의 차의 교통으로 인한 사고로 사상자가 발생한 경우라면 그 사고에 관한 자신의 고의·과실 혹은 유책·위법이 없더라도 일단 구호의무를 부담함에는 변함이 없고, 이러한 보호의무는 교통사고를 야기한 운전자에게 주어진 공법상 특수한 보호의무로서 당해 교통사고 사상자에 대한 관계에서 운전자는 형법 제271조 제1항 소정의 유기죄의 주체로 평가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고 할 것이다.
다) 다만 도로교통과 교통사고의 영역에서 통상적으로는 이러한 보호의무 위반은 형법상 유기죄의 특별법관계에 있는 사고 후 미조치에 관한 도로교통법 위반죄로만 의율하면 족하다. 그리고 특히 업무상 과실로 대인 교통사고를 야기한 운전자가 이러한 구호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경우라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가법’이라 한다) 제5조의3의 규정에 따라 당해 운전자를 가중처벌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교통사고 발생에 과실이 있는 운전자에 대하여는 특가법상 도주차량죄로 처벌하는 이외에 별도의 유기치사상죄를 논할 여지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 도로교통법 위반죄나 특가법 위반(도주차량)죄가 적용될 수 없는 여타의 영역에서는 여전히 유기죄에 관한 검토의 실익이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일으켰더라도 자신에게 과실이 없어 사고에 관한 책임을 부담하지는 아니하지만, 그러하더라도 사상자에 대한 구호의무만은 이를 부담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를 상정해 볼 수 있다. 이때 운전자가 그 구호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채 사상자를 유기함으로써 당해 교통사고로 인한 사상 이후 추가적으로 초래된 사상의 결과에 대한 책임이 문제 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경우라면 형법 제275조 제1항 소정의 유기치사상죄의 성부를 놓고 유기죄의 주체에 관하여 법령상 보호의무의 귀속에 관한 검토를 독자적으로 할 여지는 남아 있고, 이 한도에서 이 사건에서도 이 부분 검토의 실익이 있다고 판단된다.
3) 이 사건에 대한 판단
가)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건대,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가 주행 중 차량에서 갑자기 하차하는 과정에서 부상을 입었다는 교통사고 부분에 관하여 운전자인 피고인에게 과실이 있었는가 여부와 무관하게, 그와 같은 교통사고에 대하여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하여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 소정의 구호의무가 있는지 먼저 살펴보기로 한다.
도로교통법에서 사고 후 조치의무를 운전자 등에게 부과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고자 하는 입법 취지나 보호법익에 비추어 볼 때, 운전자가 취하여야 할 조치는 사고의 내용과 피해의 정도 등 구체적 상황에 따라 적절히 강구되어야 하고 그 정도는 건전한 양식에 비추어 통상 요구되는 정도의 조치를 말하는 것이고(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2도2001 판결, 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2도6903 판결 등 참조), 이 죄는 사람의 사상 등 피해발생에 대한 인식을 요하는 고의범이기는 하지만(대법원 2005. 2. 17. 선고 2004도6955 판결), 한편 의무위반행위에 따른 구체적 위험이나 침해결과의 발생이 없더라도 조치의무 불이행만으로 해당 범죄를 성립시키는 추상적 위험범이라고 볼 것이므로, 당해 차의 운전 등 교통으로 인한 사고가 일단 발생하기는 하였지만 사상의 결과가 발생하지 아니하였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여 더 이상의 구호조치의 필요성이 없는 것으로 명확히 인식될 수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교통사고 발생 직후 사상의 결과가 아직 불명확한 경우에는 여전히 운전자 등에게 구호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기록에 의하면, ① 이 사건 사고지점은 편도 3차선 고속도로의 3차로로서, 평지의 거의 직선 구간으로 제한속도는 시속 100km 이하이고, 사고발생 시간은 18:56경으로 당시 조명은 가로등이 격자로 켜져 있어 밝은 편이 아니었고, 추운 날씨에 진행 방향의 교통량은 한산한 편이었던 사실, ② 사고지점 근처에 이르러 피고인의 차량이 공항 방면으로 3차로 중앙에서 2차로 경계선 쪽으로 이동하여 경계선에 붙어 운행하다가, 사고지점 가까이에 이르러 속도를 줄였던 사실, ③ 피고인은 당시 승용차 뒷좌석에 놓인 소주병의 뚜껑을 열어 한두 모금 마시자, 피해자가 소주병을 뺏으면서 ‘나 내릴란다. 택시 타고 가겠다’는 취지로 말을 하자, 피고인은 위 지점에서 피해자를 내려주기 위하여 시속 약 40km로 감속하였던 사실, ④ 피해자는 피고인이 사고지점 가까이에서 시속 약 40km로 감속하여 계속 진행하자 조수석 문을 통하여 하차하면서 고속도로 3차로 상에 그대로 추락하여 그 자리에서 곧바로 정신을 잃고 쓰러진 사실이 인정되는바, 위 인정 사실에서 드러나는 사고의 내용과 피해의 정도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으로서는 시속 약 40km로 진행하는 승용차에서 피해자가 조수석 문을 열고 도로로 뛰어내리게 될 경우 피해자의 머리 등 신체가 도로에 충격하여 상해를 입거나 일시 정신을 잃을 수 있으므로 신속히 정차하여 피해자의 상해 여부 등을 확인하여 의료기관으로 후송할 수 있도록 하고, 피해자가 고속도로 3차로 상에서 정신을 잃어 그대로 쓰러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더라면 당시 어두운 고속도로 상으로 주행하는 차량이 있을 수 있음을 감안하여 2차 사고를 방지하기 위하여 피해자를 갓길 쪽으로 안전하게 이동시키고 경찰이나 119 등에 신고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동승하였다가 예기치 못한 하차로 의식을 잃고 노상에 쓰러진 피해자를 위하여 응당 기대되는 바이고, 이는 건전한 양식에 비추어 이런 상황에 처한 운전자에게 통상 요구되는 정도의 조치라 할 것이다. 그런데 피고인은 이와 같은 정도의 조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속도로 3차로 상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던 피해자를 그대로 방치한 채 오히려 가속하여 사고현장을 이탈하였는바, 피고인의 이러한 소위는 사고 후 미조치로 인한 도로교통법 위반죄를 구성한다. 더 나아가 피해자는 그로부터 약 1분 30초 후 후행 차량에 의하여 역과되어 즉석에서 사망에 이르게 되었는바, 당시 야간으로 이 사건 사고지점이 제한속도 시속 100km의 자동차전용도로 구간으로 사고로 도로 바닥에 누워 있던 피해자를 미처 발견하지 못한 후행 차량에 의한 2차 충격으로 인해 사망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예견가능하다 할 것이므로 피고인의 위와 같은 소위는 유기치사죄를 구성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① 고속도로를 고속으로 주행하다가 갑자기 속도를 떨어뜨리면 체감속도가 실제속도보다 훨씬 더 느린 것으로 착각을 일으키게 되는데, 이러한 착시효과로 인하여 피고인 또한 피해자가 차량에서 내리더라도 별다른 부상 없이 내렸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던 것이고, ② 피해자가 차량에서 내린 후 후사경을 통해서 피해자를 찾아보았지만 후사경의 시야가 좁고, 후방에서 진행하는 버스의 전조등 불빛으로 인하여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하지 못하고(앞서 착시효과로 인하여 피해자가 안전하게 내렸을 것으로 생각하였으므로) 그대로 가속하였던 것이라고 주장한다. 피고인의 주장대로 고속주행 중 갑자기 차량 속도를 낮추는 경우 착시효과를 일으킨다 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피고인의 차량의 운행 속도, 도로 전방 노면 상의 흰색 차선 표시, 도로 주변의 펜스 기둥 등 도로 주변 조형물에 따라 착시효과가 감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 또한 “피해자가 내리는 순간 차가 멈추지 않았는데, 다칠 수도 있는데, ‘어쩌나’ 생각을 하였다. 피해자가 다치지 않을까 생각은 하였지만 피해자가 다쳤다는 확인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차는 하지 않았고 회차하여 빨리 돌아가야겠다는 생각만 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증거기록 제1832면)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가 차량에서 뛰어내렸을 때 이로 인하여 상해를 입었으리라는 점을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능히 인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므로 피고인의 변소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나) 다음으로 피해자가 주행 중 차량에서 갑자기 하차하는 과정에서 부상을 입었다는 교통사고 부분에 관하여 피고인의 과실의 점에 관하여도 아울러 판단해 보기로 한다. 여기서는 동승자의 하차와 운전자의 주의의무의 관계가 문제 된다.
도로교통법 제49조 제1항 제7호에서는 운전자는 안전을 확인하지 아니하고 차의 문을 열거나 내려서는 아니 되며, 동승자가 교통의 위험을 일으키지 아니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위 제7호의 규정의 전단 부분이 운전자 본인 스스로 안전을 확인하지 아니하고 차의 문을 열거나 내려서는 아니 될 의무가 있음을 명시한 것과의 전후 문맥상 위 규정의 후단 부분에서는 동승자가 안전을 확인하지 아니하고 차의 문을 열거나 내리는 행위를 포함하여 교통의 위험을 일으키는 것을 방지할 일반적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운전자의 의사와는 전적으로 무관하게 주행 중인 차량에서 뛰어내리는 행위까지 운전자에게 방지할 책임을 지우거나 승차자가 차의 진행 중에 개문 하차할 것을 예상하여 승차자의 동정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고 할 것이고(대법원 1977. 6. 28. 선고 77도523 판결 등 참조), 나아가 승객의 요청으로 정차하려고 하는 순간 정차도 하기 전에 갑자기 뛰어내린 경우에 있어서도 운전자에게 업무상 주의의무를 지울 수는 없을 것임은 물론이다(대법원 1983. 6. 14. 선고 82도1925 판결).
그런데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추가 자금을 조달하지 못한 상태에서 매매계약 해지 및 공소외 1 등으로부터의 차용금 변제 독촉을 피하고자 피해자를 설득하여 위 부동산의 일부라도 개발하여 매매계약을 유지해야 할 상황이었던 반면, 피해자는 위 부동산의 일부 개발을 반대하면서 피고인의 계속적인 채무불이행 등을 사유로 매매계약을 해지할 생각이었으므로 피해자는 피고인과의 대화나 만남을 피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은 설 연휴 직전인 사고 발생일 피해자와의 만남을 통하여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반면 피해자는 피고인과 잠깐동안 만날 것을 예상하고 맨발에 슬리퍼 차림으로 피고인을 만났던 점, 피고인은 승용차 안에서 피해자에게 “매매계약을 해지하지 마라, 일부 토지에 대한 개발을 먼저 시작하자”는 취지로 설득하였으나 피해자로부터 계속 거절을 당하였을 것으로 보이므로 차량 내의 분위기는 적어도 그다지 원만한 것이 되지 못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신공항톨게이트를 통과한 이후 소주를 마시자, 피해자는 소주병을 빼앗으려 하였고, 피고인은 안 뺏기려고 하다가 소주병을 피해자에게 빼앗겼다는 것인바, 피해자는 위와 같은 피고인의 위험한 행동에 대하여 강하게 항의하면서 피고인의 행동을 만류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이와 같은 복합적인 이유로 피해자는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에 진입하여서는 속히 집에 돌아가거나 더 이상 피고인 차량 내에 머물기를 원하지 아니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에 진입한 이후 피해자가 하차를 요구하자 피고인은 이 사건 하차지점 직전에 위치한 영종대교 기념관에서 피고인을 하차시켜 줄 것을 약속하였다가, 영종대교 기념관으로 진입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직진하자 피해자는 차량에서 내려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였을 것으로 보이고 그제서야 피고인도 이에 동의하여 피해자를 차량에서 내려주려고 하였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 점 등의 사정이 인정된다.
도로교통법 제49조 제1항 제7호의 해석상 운전자는 동승자가 안전을 확인하지 아니하고 차의 문을 열거나 내리는 행위를 포함하여 교통의 위험을 일으키는 것을 방지할 일반적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바, 앞서 본 바와 같이 사고 직전 차량 내의 특수한 제반 여건과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분위기, 각자의 의사 등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의 당시 태세는 피고인과 차량 내에서 더 이상 머물기를 원하지 아니하고 하시라도 기회가 되면 즉시 차에서 내리려고 하는 것으로 추정되므로 이를 감지한 운전자인 피고인으로서는 아예 그런 험악한 상황을 처음부터 만들지 말든가, 아니면 피해자를 설득하여 하차와 귀가를 위하여 안심을 시키든가, 실제로 고속도로 휴게소와 같은 안전한 장소에 피해자를 내려주든가 하는 조치를 함으로써 동승자가 교통의 위험을 일으키지 않도록 방지할 주의의무를 부담한다 할 것임에도, 피고인은 이러한 주의의무에 위반하여 고속도로 휴게소와 같은 안전한 곳에 내려주지 아니하고 그대로 영종도 방향으로 진행한 과실이 있다. 더 나아가 자동차의 운전자는 고장이나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로 갓길에 정차 또는 주차시키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고속도로 등에서 차를 정차하거나 주차시켜서는 아니 되는데(도로교통법 제64조 참조), 피고인이 위와 같이 정차가 금지된 갓길에 피해자를 하차시킬 것을 전제로 고속도로 상에서 속도를 낮춘 행위는 그 자체로서 피해자로 하여금 위험한 고속도로 상에서 차량으로부터 뛰어내릴 빌미를 제공하였다는 점에서 그 허물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된다.
즉 이 사건의 특수성상 피고인으로서는 도로교통법 제49조 제1항 제7호에 정하는 바에 따라 동승자를 안전한 장소에 하차시키는 등 동승자가 교통의 위험을 일으키지 않도록 방지하면서도 도로교통법 제64조에 따라 고속도로 갓길에 정차하여서는 아니 될 의무를 부담함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와 같은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되는바, 비록 주행 중 차량에서 서둘러 하차한 피해자의 과실도 분명히 인정되기는 하지만 이러한 피고인의 주의의무 위반도 피해자의 과실에 경합하는 원인이 되어 동승한 피해자가 하차하는 과정에서 부상을 입었다고 볼 수 있고, 이처럼 하차로 인한 피해자 상해 교통사고에 관하여 피고인의 업무상 주의의무가 인정되는 바라면 더 나아가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를 구호할 법률상 의무가 당연히 인정될 여지가 있고 피고인이 그와 같은 구호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사고현장을 이탈한 이후 후행 차량에 의하여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게 된 점에 대하여도 유기치사죄의 죄책을 면할 수는 없다.
 
5.  결론
따라서 제1심판결에는 위에서 본 직권파기사유가 있어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제1심판결을 직권으로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범죄사실】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제4의 가.항 중 ‘정차할 생각 없이’, ‘신변의 위험을 느낀’을 각 삭제하는 외에는 제4의 가.항 기재와 같다.

【증거의 요지】

1. 당심 제4회 공판조서 중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제1심 제2회 공판조서 중 증인 공소외 12, 13, 14, 15의 각 법정진술
 
1.  제1심 제3회 공판조서 중 증인 공소외 16의 법정진술
 
1.  제1심법정에서의 고속도로 CCTV 영상, 공항버스 블랙박스 영상, 피해자 집 주변 CCTV 영상에 대한 검증결과
 
1.  피고인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중 일부 진술기재
 
1.  공소외 3, 17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1.  감정인 공소외 4 작성의 감정서
 
1.  교통사고보고(실황조사서) 사본, 톨게이트 영수증 사본,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변사사건 감식결과, 현장사진, 차량감식사진, 부검감정서
 
1.  판시 전과: 수사보고(누범 전력 판결문 등 첨부), 범죄경력조회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유기치사의 점: 형법 제275조 제1항, 제271조 제1항
사고 후 미조치의 점: 도로교통법 제148조, 제54조 제1항
 
1.  상상적 경합
형법 제40조, 제50조(형이 더 무거운 유기치사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
 
1.  누범가중
형법 제35조, 제42조 단서
 
1.  작량감경
형법 제53조, 제55조 제1항 제3호(아래 양형이유 중 유리한 정상 참작)

【무죄부분】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의 요지는 앞서 본 바와 같고, 역시 앞서 본 바와 같이 주위적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하나, 예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이상 따로 주문에서 무죄의 선고를 하지 아니한다.

【양형의 이유】

피고인은 홍지동 개발사업과 관련한 대화를 하기 위하여 피해자를 차량에 태워 진행하던 중, 피해자로부터 집으로 데려다 줄 것을 요구받았음에도 이에 응하지 않은 채 계속하여 주행함으로써 피해자가 차량에서 뛰어내리게 된 원인을 제공하였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정신을 잃고 쓰러졌음에도 불구하고 즉시 정차하여 피해자를 구조하기는커녕 오히려 가속하여 사고현장을 이탈함으로써 후속 차량에 의하여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 피고인은 즉시 정차하여 피해자를 구조하지 아니한 이유에 대하여 추돌사고의 위협을 느껴 차량을 가속할 수밖에 없었다고 변소하나, 피고인의 변소대로 피해자를 내려주기 위하여 차량의 속도를 상당히 낮춘 상태였다면 고속도로 갓길에 즉시 정차하여 피해자를 구조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도 아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완전히 정차하지 아니한 차량에서 동승자가 하차하였다면 이로써 피해자가 부상을 당하였을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다 할 것임에도 후행 차량이 추돌하는 것을 피하기 위하여 즉시 정차하지 아니하였다는 피고인의 변명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반면, 피고인이 사고 직후 평정심을 가지고 피해자를 구조하는 데 미처 생각이 미치지 못하고 분별력을 잃게 된 것은 당시 홍지동 빌라 신축·분양 사업과 관련하여 피해자와의 협의가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아 피해자에 대하여 가지게 된 복잡한 감정도 한몫을 하였을 것으로 추측해 본다. 아울러 피고인은 2010. 1. 7.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사기죄로 징역 8월을 선고받고 그 형의 집행을 마치고 누범기간 중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숙하지 아니한 채 이와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반면 피고인의 잘못으로 인하여 피해자의 유족들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 설 연휴에 즈음하여 이제 갓 태어난 첫 손자가 집에 온다며 집 소파와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기로 청소하던 피해자의 사망 소식은 피해자의 유족들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을 것이다.
다만,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이 애초부터 의도된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하는 점, 피고인이 피해자의 유족을 위하여 3,000만 원을 공탁한 점, 그 밖에 이 사건 범행의 동기, 경위, 피해 정도, 피고인의 연령, 성행, 가족관계 등 이 사건 변론에 드러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가지 사정들을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판사 김상준(재판장) 구광현 한성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