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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정보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의료법위반

[제주지법 2019. 5. 2. 선고 2018노334 판결 : 상고]

【판시사항】

피부과의원 의사인 피고인이 환자 甲(만 3세의 아동)을 진찰하여 전염성 연속종(일명 물사마귀)으로 진단한 후 의료인이 아닌 간호조무사 乙에게 지시하여 乙로 하여금 甲의 왼쪽 다리 부위에 있는 전염성 연속종을 제거하는 시술을 하도록 함으로써 의료법을 위반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위 시술은 피고인의 일반적 지도·감독하에 甲에 의하여 진료보조 행위의 일환으로 실시된 것으로서 의료법 위반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거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피부과의원 의사인 피고인이 환자 甲(만 3세의 아동)을 진찰하여 전염성 연속종(일명 물사마귀)으로 진단한 후 의료인이 아닌 간호조무사 乙에게 지시하여 乙로 하여금 甲의 왼쪽 다리 부위에 있는 전염성 연속종을 제거하는 시술을 하도록 함으로써 의료법을 위반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이다.
전염성 연속종을 제거하는 시술은 시술의 내용과 방법 등에 비추어 의학적 전문지식에 바탕한 질병의 치료행위 내지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로서 의료법 제27조 제1항에 규정된 의료행위에 해당하나, 구 의료법(2015. 12. 29. 법률 제1365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0조 제2항, 제3항구 간호조무사 및 의료유사업자에 관한 규칙(2016. 12. 30. 보건복지부령 제47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항의 내용에 따라 의사는 비의료인인 간호조무사에게도 제한된 범위 내에서 진료의 보조행위를 하도록 지시하거나 위임할 수 있고, 위 시술은 성격상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진료행위가 아니라 간호사 내지 간호조무사가 의사의 적절한 지도·감독하에 진료보조 행위로서 수행가능한 업무 영역에 포함된다고 볼 여지가 크며, 나아가 위 시술의 위험성, 시술 당시 甲의 상태 및 피고인의 진료행위, 乙의 자질과 숙련도 등을 종합하면 간호조무사가 진료보조 행위로서 행하는 위 시술 과정에 의사가 입회 없이 일반적인 지도·감독만을 하는 것 역시 허용되고, 위 시술의 경우 피고인에 의해 그와 같은 일반적인 지도·감독이 이루어졌으므로, 결국 위 시술은 피고인의 일반적 지도·감독하에 乙에 의하여 진료보조 행위의 일환으로 실시된 것으로서 의료법 위반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거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이다.

【참조조문】

의료법 제27조 제1항, 제80조의2, 구 의료법(2015. 12. 29. 법률 제1365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0조(현행 제80조, 제80조의2 참조), 구 간호조무사 및 의료유사업자에 관한 규칙(2016. 12. 30. 보건복지부령 제47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항(현행 삭제), 제3조, 제4조, 제5조 [별표], 간호조무사 및 의료유사업자에 관한 규칙 제2조, 형법 제20조,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문】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검사

【검 사】

이현정 외 1인

【변 호 인】

변호사 양희열

【원심판결】

제주지법 2018. 5. 28. 선고 2017고정116 판결

【주 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전염성 연속종(일명 물사마귀)을 제거하는 시술은 의료행위에 해당함에도, 의사인 피고인이 의료인이 아닌 간호조무사 공소외 1로 하여금 환자 공소외 2(이하 ‘이 사건 환자’라 한다)의 왼쪽 다리 부위에 있는 전염성 연속종을 제거하는 시술(이하 ‘이 사건 시술’이라 한다)을 하도록 한 것은 의료법의 규제 대상이 되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 나아가 간호사 수급의 현실적 어려움, 간호조무사 공소외 1이 동종 시술의 경험이 많다는 등의 이유만으로 이 사건 시술이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수도 없다.
이 사건 시술은 처벌대상인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함에도, 이와 달리 공소외 1에게 이 사건 시술을 지시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검사의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시술이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의료법 제27조 제1항에서 정하는 ‘의료행위’라 함은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 검안,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여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 및 그 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여기서 말하는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는 추상적 위험으로도 충분하므로 구체적으로 환자에게 위험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여 보건위생상의 위해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도5964 판결 참조).
이 사건 시술의 내용과 방법 등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시술은 의학적 전문지식에 바탕한 질병의 치료행위 내지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로서 의료법 제27조 제1항에 규정된 의료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된다.
 
나.  비의료인인 간호조무사가 이 사건 시술을 할 수 있는지 여부
1)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진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의사는 의료인인 간호사에게 진료의 보조행위를 하도록 지시하거나 위임할 수 있다. 한편 간호조무사는 의료법상 의료인에 해당하지 않으나, 구 의료법(2015. 12. 29. 법률 제1365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의료법’이라 하고, 위와 같이 개정된 법을 ‘개정 의료법’이라 한다) 제80조 제2항제3항에서는 의료법 제27조에도 불구하고 간호조무사로 하여금 간호보조 업무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하되, 그 업무 한계 등에 필요한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하였다. 이에 구 간호조무사 및 의료유사업자에 관한 규칙(2016. 12. 30. 보건복지부령 제47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이 사건 규칙’이라 하고, 위와 같이 개정된 규칙을 ‘개정 규칙’이라 한다) 제2조 제1항은 간호보조 업무와 진료보조 업무를 간호조무사가 수행하는 업무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간호조무사는 간호사가 할 수 있는 간호업무를 보조하거나 진료보조 업무를 담당할 수 있다(개정 의료법 제80조의2에서는 간호조무사로 하여금 간호사를 보조하여 진료의 보조행위를 수행하고, 의원급 의료기관에 한하여는 의사의 지도하에 진료의 보조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되, 이에 따른 구체적인 업무 범위와 한계에 대하여 필요한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하였으나, 개정 규칙 제2조에서는 이 사건 규칙 제2조 제1항과는 달리 간호조무사의 업무 범위에 관하여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나) 따라서 의사는 비의료인인 간호조무사에게도 제한된 범위 내에서 진료의 보조행위를 하도록 지시하거나 위임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간호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간호조무사에 대해서도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진료행위 자체를 하도록 지시하거나 위임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으므로,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의사의 지시나 위임을 받고 그러한 행위를 하였더라도 이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대법원 2010. 5. 13. 선고 2010도2755 판결 참조).
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시술은 그 성격상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진료행위가 아닌 간호사 내지 간호조무사가 의사의 적절한 지도·감독하에 진료보조 행위로서 수행가능한 업무 영역에 포함된다고 볼 여지가 크다.
① 전염성 연속종은 직접적인 환자와의 접촉 또는 간접적인 매개체를 통하여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특별한 치료행위 없이 자연적으로 소멸하기도 하나, 병변의 확산 및 이차적인 감염의 위험성으로 인해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적지 않다. 이에 전염성 연속종의 치료에 있어서는, 관련 질환이 전염성 연속종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의학적 진단과 함께(피고인은 관련 질환의 전부 또는 일부가 전염성 연속종이 아니라고 판단할 경우에는 직접 위 질환을 처치하거나 간호사 등과 협력하여 시술을 하여 온 것으로 보인다), 감염 위험성 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적절한 치료방법의 선택 및 치료시기의 결정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② 이에 반해 의료도구인 큐렛을 이용한 이 사건 시술과 같이 이 사건 전염성 연속종을 제거하는 구체적인 시술 자체는, 의학적 관점에서의 재량적 판단이나 전문적 기술을 요하지 않는 비교적 단순한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 즉, ㉠ 전염성 연속종을 제거하는 시술은 일반적으로 두 손가락으로 해당 부위를 벌려 팽창되었을 때 큐렛을 이용하여 제거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지며, 한 개의 전염성 연속종을 제거하는 데 5초 이내의 매우 짧은 시간만이 소요된다. ㉡ 전염성 연속종의 병변은 이차적인 박테리아 감염이 없는 이상 흉터 없이 저절로 치유되고, 의료인의 관여 없이 테이프 등을 이용하여 자체적으로 제거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관찰된다. ㉢ 큐렛을 사용한 전염성 연속종 제거 시술은 비교적 안전하여 피부표면의 양성병변 치료에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다른 방법에 비해 비교적 효과적이고 안전한 시술로 보고되고 있다.
③ 보건복지부에서 제작한 ‘의료법 민원질의·회신 사례집’에는 의사의 지시·감독하에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가 진료보조 행위로서 수행할 수 있는 업무의 예로 ‘피하·근육·혈관 등 주사행위’ 등을 들고 있는데[의사가 자신의 처방에 따른 간호사의 정맥주사(Side Injection 방식) 현장에 반드시 입회하여 주사행위를 직접 감독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대법원 2003. 8. 19. 선고 2001도3667 판결 참조], 환자의 신체에 대한 침습 정도나 감염 위험성의 측면에서 위 주사행위에 비해 이 사건 시술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더 크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2) 이 사건 시술이 진료보조 행위로서 의사의 적절한 지도·감독하에 행하여졌는지 여부
가)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진료의 보조를 함에 있어서는 모든 행위 하나하나마다 항상 의사가 현장에 입회하여 일일이 지도·감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경우에 따라서는 의사가 진료의 보조행위 현장에 입회할 필요 없이 일반적인 지도·감독만을 하는 것이 허용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나, 이는 보조행위의 유형에 따라 일률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고 구체적인 경우에 있어서 그 행위의 객관적인 특성상 위험이 따르거나 부작용 또는 후유증이 있을 수 있는지, 당시의 환자 상태가 어떠한지, 간호사의 자질과 숙련도는 어느 정도인지 등의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위 대법원 2010도2755 판결 참조).
나) 이 사건 시술은 의사인 피고인의 입회 없이 간호조무사인 공소외 1에 의하여 이루어졌다. 그런데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간호조무사가 진료보조 행위로서 행하는 이 사건 시술 과정에 있어 의사가 입회 없이 일반적인 지도·감독만을 하는 것 역시 허용되고, 이 사건 시술의 경우 피고인에 의해 그와 같은 일반적인 지도·감독이 이루어졌다고 판단된다(의료인인 간호사와 비교할 때 간호조무사에 대해서는 진료보조 행위에 대한 의사의 보다 엄격한 지도·감독이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아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시술 과정에 대해서는, 위 결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1) 이 사건 시술의 위험성
① 이 사건 시술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전문적인 의학적 판단이나 기술을 요하지 않는 간단한 행위일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한 후유증 내지 부작용의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환자가 이 사건 시술 이후 부작용이나 후유증을 호소한 바 없고, 피고인 등이 운영하는 병원에 내원한 다른 환자의 경우에도 전염성 연속종 제거 시술 후 부작용 등이 발생하였다는 정황은 확인되지 않는다.
② 전염성 연속종을 제거하는 시술에 있어 감염의 위험성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으나, 이와 같은 감염의 위험성은 시술 과정 못지 않게 시술 후 해당 부위를 관리하는 과정에서도 문제 될 소지가 크다(공소외 1도 ‘전염성 연속종 시술 후 집에서의 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결국 전염성 연속종의 원활한 치료를 위해서는, 의료진 외 환자 스스로에 의한 시술 후 자체적인 감염 관리가 현실적으로 수반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 시술 당시 이 사건 환자의 상태 및 피고인의 진료행위
이 사건 환자는 만 3세의 아동으로 2016. 6. 14. 알레르기성 접촉성 피부염 증상으로 피고인에게 처음 진료를 받았고, 2016. 9. 1. 같은 증상으로 다시 병원을 방문하였다. 피고인은 이 사건 환자에 대해 두 차례의 진료를 실시한 결과 해당 질환을 전염성 연속종으로 진단하였고, 환자 및 전염성 연속종의 상태 등을 고려할 때 큐렛을 사용한 제거 시술만으로도 해당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고 보아 공소외 1에게 이 사건 시술을 지시하였던바, 그 과정에서 이 사건 환자의 보호자 등에게 전염성 연속종의 제거 시술 후 정기적인 소독 등 감염 관리의 필요성과 그 방법, 향후 부작용 등이 발생할 경우 병원에 내원할 것 등을 적절한 방법으로 안내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3) 간호조무사의 자질과 숙련도
의료법 제80조 제1항은 ‘간호조무사가 되려는 사람은 간호조무사 자격시험에 합격하고 시·도지사의 자격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정하면서, 같은 조 제3항에서 간호조무사의 자격시험·자격인정에 필요한 사항을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하였다. 이 사건 규칙 제3조 내지 제5조에서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1조 제1항에 따른 특성화고등학교의 간호 관련 학과 등을 졸업한 사람으로서 해당 교육기관에서 740시간 이상의 학과교육과 의료기관 또는 보건소에서 780시간 이상의 실습과정을 이수한 사람’에 한하여 간조조무사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고(제4조), 보건복지부장관으로 하여금 매년 1회 이상 위 응시자격자를 대상으로 ‘기초간호학개요’, ‘보건간호학개요’, ‘공중보건학개론’ 및 병원간호 실기학 등 ‘실기’를 시험과목으로 한 자격시험을 실시하도록 하여(제3조, 제5조), 위 자격시험에 합격한 사람에게 간호조무사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② 공소외 1은 간호조무사 자격을 취득한 후 2015. 5. 1.부터 이 사건 시술을 실시할 무렵까지 약 1년 4개월간 피고인 등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근무하였다. 공소외 1은 위 병원에 근무한 후 일정 기간 동안 같은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 내지 간호사, 혹은 선배 간호조무사들이 실시하는 전염성 연속종 제거 시술을 참관하거나 시술 방법을 지도받는 등으로 교육을 받았고, 소정의 교육기간이 지난 후에는 피고인 등 소속 의사의 지시에 따라 다수의 환자들을 상대로 큐렛을 이용하여 직접 전염성 연속종 제거 시술을 하였다.
3) 결국 이 사건 시술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의사인 피고인의 일반적 지도·감독하에 간호조무사 공소외 1에 의하여 진료보조 행위의 일환으로 실시되었다고 보이는바,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시술이 의료법 위반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거나, 앞서 본 제2의 나. 1), 2)항에 비추어 보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된다.
 
3.  결론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노현미(재판장) 성준규 서영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