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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정보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시위금지통고처분취소

[서울고법 1998. 12. 29. 선고 98누11290 판결:확정]

【판시사항】

[1] 경찰서장이 집회의 실질적 내용에 관하여 시위 신고서의 보완을 요구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제12조 제2항 소정의 금지할 수 없는 도로의 행진의 의미
[3]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제12조 제1항에 기한 경찰서장의 시위 금지 또는 조건부제한처분이 재량행위인지 여부(적극) 및 그 한계
[4]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제12조 제1항에 기한 경찰서장의 시위 금지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여 위법하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에게 집회·결사의 자유가 있음을 선언하고 있고, 제2항에서는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함을 명백히 하고 있고, 한편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제6조 제1항에서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주최하고자 하는 자로 하여금 관할 경찰서장에게 그에 관한 소정의 신고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는데 그 취지는 신고를 받은 관할 경찰서장이 그 신고에 의하여 옥외집회 또는 시위의 성격과 규모 등을 미리 파악함으로써 적법한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보호하는 한편 그로 인한 공공의 안녕질서를 함께 유지하기 위한 사전조치를 마련하고자 함에 있는 것이고, 또한 같은 법 제8조 제1항은 신고서의 기재사항에 미비한 점이 보완되지 않는 경우 관할 경찰서장이 집회 또는 시위의 금지를 통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금지통고가 헌법에서 금하고 있는 사전허가가 되지 않기 위하여는 경찰서장이 집회의 실질적 내용에까지 들어가 그 위법 여부를 판단하여 허부를 결정하여서는 안 된다.
[2]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제2조 제2호에 규정된 '시위'라 함은 다수인이 공동목적을 가지고 ① 도로·광장·공원 등 공중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를 진행함으로써 불특정다수인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와 ②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불특정다수인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집회 및 시위의 권리의 보장과 공공의 안녕질서의 적절한 조화를 목적으로 한다는 같은 법 제1조의 규정에 비추어 볼 때, 같은 법 제12조 제2항에 의하여 금지 또는 제한할 수 없는 도로의 행진이라 함은 도로·광장·공원 등 공중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를 진행하면서 하는 시위로서 다른 사람의 이전의 자유와 공공의 안녕질서를 크게 침해하지 않는 시위를 의미한다.
[3] 경찰서장은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제12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주요도시의 주요도로에서의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하여 교통소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이를 금지하거나 교통질서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제한할 수 있는바, 이 때 그 시위를 원천적으로 금지할 것인지 아니면 일정한 조건을 붙여 제한하는데 그칠 것인지 여부는 경찰서장의 재량에 속한다 할 것이지만,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의 집단적인 형태로서 집단적인 의사표현을 통하여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고 자유민주국가에 있어서 국민의 정치적·사회적 의사형성과정에 효과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므로 민주정치의 실현에 매우 중요한 기본권이므로, 그 제한은 공공의 안녕질서와 조화를 이루는 범위 안에서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
[4]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제12조 제1항에 기하여 교통소통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시위 자체를 원천적으로 금지한 경찰서장의 처분이 원활한 교통소통을 위해서는 시위 참가인원 및 행진노선과 행진방법의 제한 등 조건을 부과하는 것만으로도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이유로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여 위법하다고 본 사례.

【참조조문】

[1]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제6조 제1항
,
제8조 제1항
,
헌법 제21조 제1항
,
제2항
, /[2]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제1조
,
제2조 제2호
,
제12조 제1항
,
제2항
, /[3]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제12조 제1항
,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시행령 제8조 제1항
,
헌법 제37조 제2항
, /[4]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제12조 제1항
,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시행령 제8조 제1항
,
헌법 제37조 제2항

【참조판례】

[1]

대법원 1990. 8. 14. 선고 90도870 판결(공1990, 1988)

/[2]
,

헌법재판소 1994. 4. 28.자 91헌바14 결정(헌공 제6호)
/[3]
,

헌법재판소 1994. 4. 28.자 91헌바14 결정(헌공 제6호)


【전문】

【원 고】

고용·실업대책과 재벌개혁 및 IMF 대응을 위한 범국민본부(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시민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윤종현 외 2인)

【피 고】

서울특별시 종로경찰서장

【주 문】

 
1.  피고가 1997. 9. 11. 원고에 대하여 한 시위금지통고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이 사건 처분의 경위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의 1 내지 3, 갑 제2 내지 4호증의 각 1·2, 갑 제5호증의 1 내지 3, 갑 제6호증의 1·2,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반증이 없다.
(1) 원고는 가톨릭노동사목전국협의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57개 시민·사회·종교·노동단체로 구성된 법인격 없는 사단이다. 원고는 1998. 9. 12. 12:00경부터 18:30경까지 사이에 서울 종로구 소재 광화문빌딩 앞 광장으로부터 정부종합청사에 이르는 인도에서 재벌재산환수, IMF 재협상, 고용안정확보, 실업대책촉구를 목적으로 하는 노동자 약 2천명, 사회단체회원 약 7백명, 학생 약 3백명 등 3천여 명이 참가하는 "98 실업자대행진"이라는 시위를 개최하기로 계획하고, 1998. 9. 9. 14:47경 피고에게 시위 신고서를 제출하였다.
(2) 위 신고서를 접수한 피고는 1998. 9. 9. 19:52경 원고가 제출한 신고서의 기재사항에 아래와 같은 미비사항이 있다는 이유로 그 기재사항을 보완할 것을 통고하였다.
① 신고서에 따르면, 시위 참가 예정인원은 3천명으로 하되, 광화문빌딩 앞 광장에 1,200명 정도가 모이는 시점까지 집회를 하고, 위 광장 수용인원 1,500명이 넘는 순간 행진을 시작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i) 신고인원이 몇 명인지 명확히 하고, (ii) 적정 인원 초과시 행진 차단 및 배제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iii) 학생 300명 초과시 제지 방안과 이적단체인 한총련 소속 학생의 참가 배제방법을 제시할 것.
② 질서유지인 선임에 있어 (i) 질서유지인이 모두 몇 명인지 명확히 밝히고 각 질서유지인은 참가단체별로 참가인원의 10% 비율로 그 소속을 표기하여 작성하고, (ii) 질서유지인임을 나타내는 표지방법을 기재하고, 주최측 총괄질서 유지 책임자를 명시할 것.
③ 집회 순서에 있어 (i) 사전문화행사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재하고, (ii) 연사의 주소·성명·직업 등을 작성하여 첨부하고, 퍼포먼스의 구체적 내용과 관련 시위용품을 기재하며, (iii) 광화문 빌딩 앞에서 세종문화회관 뒷길 인도를 이용 4열 종대로 정부종합청사를 돌아 왕복 행진을 할 때, 인도 폭이 좁아 4열 종대 행진이 어려울 경우의 행진방법·행진중 휴대하는 시위용품의 종류와 수량·행진중 구호 제창 여부·연좌 등 중간행사 여부와 방법·교차로 통행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할 것.
④ 준비물 중 (i) 플래카드·피켓·유인물의 규격 및 구체적인 문안을 예시하고, (ii) 앰프·방송차의 종류·용량·수량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하며, (iii) 탈·수기·풍선·넥타이·장갑·상징물 등에 있어 종류·수량·상징내용·사용방법을 구체적으로 명시할 것.
⑤ 신고인 이동신은 삼미특수강 노조원 신분인데, 원고와 어떤 관계가 있으며, 원고의 집회신고권한을 위임받았다면 그 위임장을 제출할 것.
(3) 이에 대해 원고는 1998. 9. 9. 23:45경 아래와 같은 보완신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다.
① 시위 참가 예정인원
(i) 예정된 참가인원은 3천명이나 광화문 빌당 앞 수용인원이 1,500명이므로 수용인원의 80% 정도의 인원이 집결하는 시점부터 행진을 시작하여 집회장의 수용인원이 초과하지 않도록 할 것임.
(ii) 인원 초과시에는 질서유지인으로 하여금 행진참가를 통제할 예정이며, 집회장 유입 인원이 행진으로 빠져나가는 인원보다 현저하게 많을 경우 일시 질서유지인으로 하여금 유입을 통제하게 하면서 빠른 속도로 행진을 진행하게 하여 집회장 수용인원을 초과하지 않도록 조치할 예정임.
(iii) 학생 참가인원이 예정인원을 초과할 경우에는 질서유지인이 학생들의 협조를 얻어 더 이상의 학생 참가를 통제할 예정이고, 학생들은 한총련 단위로 집회에 참가하는 것이 아니고 개별적으로 참가할 예정이며 개별적으로 집회에 참가하는 학생들을 배제할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음.
② 질서유지인
(i) 질서유지인은 총 199명이고 원고 중앙차원에서 운영하면서 집회를 전체적으로 통제할 예정이므로 참가단체별로 소속을 표기하여 작성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며, 필요할 경우 질서유지인을 추가 배치할 생각도 있음.
(ii) 질서유지인은 '질서유지인'이라고 표시된 완장을 차고 질서유지활동을 수행할 예정이고, 총괄 질서유지책임자는 원고 정책기획위원장으로 지식인 연대 사무처장인 이종회임.
③ 집회 순서
(i) 사전문화행사는 생략할 예정임.
(ii) 대회사는 문정현 신부가 "실업문제의 올바른 극복 방안에 대하여"라는 연제로 하고, 연대사는 이갑용 민주노총 위원장이 "고용안정과 실업대책을 위하여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연제로 하며, 축사는 생략할 예정임. 또한 퍼포먼스는 경제파탄과 실업을 초래한 상징물을 세워 놓고 소금을 뿌리고 계란을 던질 예정이며, 관련 시위용품은 상징물·소금·계란임.
(iii) 행진중 인도 폭이 좁아 4열 종대 행진이 어려울 경우에는 인도폭에 적절하게 행진 대오를 신축적으로 조절할 예정이며, 행진중 휴대할 시위용품은 탈·수기·풍선·넥타이·장갑 개인별 각 1점, 그 밖에 플래카드 5개·피켓 50개·유인물 3천장이고, 행진중 구호를 제창할 예정이며, 또한 행진대열이 정체되거나 행렬을 정비할 필요가 있을 때 등에는 인도상에서 짧은 시간 연좌할 수 있고, 교통신호에 따라 교차로를 통행할 예정임.
④ 준비물
(i) 플래카드:규격-1m×10m,
내용-실업대책촉구, 고용안정확보, 재벌해체, IMF 재협상
피켓:규격-30cm × 50cm
내용-실업대책촉구, 고용안정확보, 재벌해체, IMF 재협상
유인물:규격-8절지
내용-실업대책촉구, 고용안정확보, 재벌해체, IMF 재협상
(ii) 앰프:앰프와 스피커 1조, 용량은 10kw
방송차:봉고 3대 각 800w
(iii) 탈·수기·풍선·넥타이·장갑·상징물 : 실업의 고통을 상징, 개인별 각 1점
사용방법:각 개인이 착용 또는 휴대
⑤ 신고인 이동신은 삼미특수강의 노조원 신분이며, 또한 원고 사무처 임시 간사임.
(4) 그러나 피고는 1998. 9. 11. ① 원고가 제출한 보완신고서는 형식적 요식절차는 충족하였지만 실질적인 보완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보완이 되었다고 볼 수 없는데, 그 구체적 사유는 "(i) 집회신고인원은 3,000명을 유지하면서 집회장소의 수용가능인원인 1,500명의 80% 수준이 집결하는 시점에서 행진을 시작하겠다고 하였는데, 이는 신고서상의 행진 예정 시각을 부정하고 있으며, 상당한 인원이 집결하면 집회 신고서상의 집회 시각 이전이라도 행진하겠다는 불법행위까지 가상하고 있으며, (ii) 질서유지인을 참가 단체별로 분류 기재하라는 보완사항을 거부하였고, (iii) 집회신고는 집회 주최자가 하도록 되어 있는데 삼미특수강 노조원 이동신이 신고하여 주최자인 원고의 대리인임을 입증하라는 위임장을 제시하도록 요구하였으나 주최 단체의 대표자가 아닌 집행위원장 박석운의 위임장을 제출한 것"이며, ② 원고가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하려는 행위는 행진이 아닌 시위로서 그와 같은 시위는 교통장애가 예상되어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이하 '법'이라 한다) 제12조 제1항에 의거 금지대상이며, 같은 조 제2항 단서 조항에 해당되지 아니하므로, 법 제8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위 집회를 금지한다고 통고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1) 원고는 피고의 요청에 따라 시위신고서상 미비점에 대하여 보완신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보완요구 불이행을 이유로 법 제8조 제2항을 근거로 위 시위의 금지를 통고한 것은 위법하다.
(2) 또한 법 제12조 제2항에 의하면,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가 질서유지인을 두고 도로를 행진하는 경우에는 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할 수 없도록 되어 있으며, 원고는 위 시위를 개최함에 있어 199명의 질서유지인을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위 시위가 법 제12조 제1항에 의거한 금지대상이라는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은 위법하다.
 
나.  관계 법령
법 제6조 제1항 본문은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주최하고자 하는 자는 그 목적, 일시(소요시간을 포함한다), 장소, 주최자(단체인 경우에는 그 대표자를 포함한다)·연락책임자·질서유지인의 주소·성명·직업과 연사의 주소·성명·직업·연제, 참가예정단체 및 참가예정인원과 시위방법(진로 및 약도를 포함한다)을 기재한 신고서를 옥외집회 또는 시위의 48시간 전에 관할 경찰서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법 제7조 제1항은 "제6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신고서의 기재사항에 미비한 점이 있는 경우에는 관할 경찰관서장은 접수증을 교부한 때로부터 8시간 이내에 주최자에게 12시간을 기한으로 그 기재사항을 보완할 것을 통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법 제8조 제1항에 의하면, 제6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신고서를 접수한 관할 경찰관서장은 제7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기재사항을 보완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신고서를 접수한 때부터 48시간 이내에 집회 또는 시위의 금지를 통고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한편 법 제12조 제1항은 "관할 경찰관서장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주요도시의 주요도로에서의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하여 교통소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이를 금지하거나 교통질서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2항은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가 질서유지인을 두고 도로를 행진하는 경우에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금지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법시행령 제8조 제1항과 [별표]의 규정에 따르면, 원고가 시위를 계획하고 있는 위 정부종합청사 인근 도로는 주요도시의 주요도로로 지정되어 있다.
 
다.  판 단
(1)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에게 집회·결사의 자유가 있음을 선언하고 있고, 제2항에서는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함을 명백히 하고 있다. 한편 법 제6조 제1항에서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주최하고자 하는 자로 하여금 관할 경찰서장에게 그에 관한 소정의 신고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는데, 그 취지는 신고를 받은 관할 경찰서장이 그 신고에 의하여 옥외집회 또는 시위의 성격과 규모 등을 미리 파악함으로써 적법한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보호하는 한편 그로 인한 공공의 안녕질서를 함께 유지하기 위한 사전조치를 마련하고자 함에 있는 것이다( 대법원 1990. 8. 14. 선고 90도870 판결 참조). 또한 법 제8조 제1항은 신고서의 기재사항에 미비한 점이 보완되지 않는 경우 관할 경찰서장이 집회 또는 시위의 금지를 통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금지통고가 헌법에서 금하고 있는 사전허가가 되지 않기 위하여는 경찰서장이 집회의 실질적 내용에까지 들어가 그 위법 여부를 판단하여 허부를 결정하여서는 안 된다 할 것이다.
이 사건에 있어 원고가 피고의 신고서 보완 통고에 따라 신고서의 기재내용을 보완하여 제출하였는데, 이에 대해 피고가 위 인정 사실에서 본 바와 같은 사유를 들어 형식적으로만 보완되고 실질적으로는 보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을 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피고가 지적하고 있는 사항 중 집회장소의 수용인원이 제한되어 예정된 행진이 신고시간보다 먼저 시작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책을 기재하여야 한다거나 질서유지인을 참가 단체별로 분류 기재하여야 한다는 점은 법 제6조 제1항에서 요구하는 신고사항에 포함되지 아니하며 집회의 내용에 관계되는 부분이므로 이를 들어 신고서의 보완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집회의 신고의무자는 집회 주최자이지만 법 제2조 제3호에 따르면 주최자는 주관자를 따로 두어 집회 또는 시위의 실행을 맡아 관리하도록 위임할 수 있으므로, 위임받은 범위 안에서는 주관자가 신고서를 제출할 수 있는데, 갑 제5호증의 2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의 공동대표 중 한 사람인 권영길은 위 시위 신고서 제출 권한을 이동신에게 위임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위 신고서를 이동신이 제출하였고 신고서 기재사항을 보완하면서 그 위임장을 원고 집행위원장 박석운이 작성하였다 하여 위 신고서 제출이나 그 보완이 부적법하다 볼 수도 없다.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을 함에 있어 원고가 신고서 기재사항을 보완하지 아니하였음을 이유로 한 점은 부당하다.
(2) 한편 원고가 계획하고 있는 시위와 같이 일반인들의 통행이 잦은 곳에서 다수의 사람이 모여서 하는 시위는 그 자체가 도로교통에 장애를 주게 되어 다른 사람들의 이전의 자유와 공공질서를 침해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적절한 제한이 필요하며, 이에 따라 법 제12조 제1항은 교통소통을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 주요도시 주요도로에서의 시위를 금지하거나 교통질서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사건에 있어 원고는 서울특별시의 교통요충지로서 평소 일반인의 통행이 매우 빈번한 정부종합청사 인근 도로를 중심으로 시위를 벌일 것을 계획하고 있는데, 시위 참가예정인원이 3,000명에 달하고(을 제3 내지 5호증의 기재에 따르면, 원고는 위 시위 참가 예정인원을 5,000명까지 예상하고 있는 사실이 인정된다), 위 광화문 빌딩 앞 광장에는 약 1,500명만이 수용될 수 있어, 시위 참가인원이 1,200명이 넘을 때부터 행진시위를 시작하면 시위 참가자들이 정부종합청사를 4열로 포위하고 그 일대 보도를 점거하게 되므로, 위 시위가 실제로 진행될 경우 정부종합청사를 출입하거나 인근 도로를 통행하는 보행자나 차량의 교통소통에 심각한 지장이 있을 것임은 명백하다. 따라서 피고로서는 교통소통의 필요를 위해 위 시위를 금지하거나 교통질서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제한할 수 있다 할 것이다.
이에 대해 원고는 법 제12조 제2항에 따라 질서유지인을 두고 도로를 행진할 예정이므로 법 제12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시위의 금지 또는 제한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법 제2조 제2호에 규정된 '시위'라 함은 다수인이 공동목적을 가지고 ① 도로·광장·공원 등 공중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를 진행함으로써 불특정다수인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와 ②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불특정다수인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헌법재판소 1994. 4. 28.자 91헌바14 결정 참조), 집회 및 시위의 권리의 보장과 공공의 안녕질서의 적절한 조화를 목적으로 한다는 법 제1조의 규정에 비추어 볼 때, 법 제12조 제2항에 의하여 금지 또는 제한할 수 없는 도로의 행진이라 함은 도로·광장·공원 등 공중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를 진행하면서 하는 시위로서 다른 사람의 이전의 자유와 공공의 안녕질서를 크게 침해하지 않는 시위를 의미한다 할 것인데, 이 사건에서 원고가 예정하고 있는 시위는 단순히 도로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3,000명이 4열 종대로 정부종합청사를 에워싸고 연좌시위도 벌이는 것을 계획하고 있으므로, 비록 질서유지인을 둔다 할지라도 이는 위 법규정에 의하여 아무런 제한 없이 허용되는 행진이라고는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결국 피고는 법 제12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원고가 계획하고 있는 시위를 금지하거나 일정한 조건을 붙여 제한할 수 있다 할 것인데, 이 때 그 시위를 원천적으로 금지할 것인지 아니면 일정한 조건을 붙여 제한하는데 그칠 것인지 여부는 피고의 재량에 속한다 할 것이다. 그런데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의 집단적인 형태로서 집단적인 의사표현을 통하여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고 자유민주국가에 있어서 국민의 정치적·사회적 의사형성과정에 효과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므로 민주정치의 실현에 매우 중요한 기본권이다(위 헌법재판소 1994. 4. 28.자 91헌바14 결정 참조). 따라서 그 제한은 공공의 안녕질서와 조화를 이루는 범위 안에서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는데, 이 사건에 있어 원고가 계획하고 있는 시위가 교통소통에 상당한 지장을 줄 우려가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지만, 원활한 교통소통을 위해서는 시위 참가인원 및 행진노선과 행진방법의 제한 등 적절한 조건을 부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할 것이며, 나아가 원천적으로 위 시위를 금지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 그렇다면 단순히 교통소통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시위 자체를 원천적으로 금지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집회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으로서 재량권의 한계를 넘은 위법한 처분이라 할 것이다.
 
3.  결 론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소송비용은 패소자인 피고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종욱(재판장) 강일원 유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