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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정보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파산선고

[서울고법 2009. 8. 28., 자, 2008라1524, 결정 : 상고]

【판시사항】

[1] 외국도산절차의 승인결정만으로 면책의 효력을 포함한 외국도산절차의 효력이 국내에 미치는지 여부(소극)
[2] 채무자의 국내 재산을 가압류한 국내 채권자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기 전 당시의 국내 도산법체계에 따라 외국도산절차의 효력이 국내에 있는 재산에는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외국도산절차에서의 채권신고를 하지 않은 사안에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의 시행으로 구 파산법, 구 회사정리법, 구 화의법상의 속지주의에 관한 규정이 폐지되었다고 하여 위 외국도산절차에서의 면책의 효력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은 국내 사법질서에 반할 뿐 아니라 국내 채권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은 외국도산절차의 승인결정만으로는 아무런 법률효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고, 기타 제반 규정을 종합해 보더라도, 우리나라 법원의 승인결정에 의하여 외국도산절차의 효력이 일응 우리나라에 미칠 수 있도록 하되, 각국의 법체제와 파산 및 면책의 요건·절차·효과 등이 서로 상이함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외국의 도산법이 정한 외국도산절차의 효력이 우리나라에 그대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고, 우리나라 법원이 재량으로 개별적인 지원결정을 하도록 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지, 승인결정만으로 면책의 효력을 포함한 외국도산절차의 효력이 곧바로 국내에 미치게 된다고 볼 수는 없다.
[2] 채무자의 국내 재산을 가압류한 국내 채권자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기 전 당시의 국내 도산법체계에 따라 외국도산절차의 효력이 국내에 있는 재산에는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외국도산절차에서의 채권신고를 하지 않은 사안에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의 시행으로 구 파산법(2005. 3. 31. 법률 제7428호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로 폐지), 구 회사정리법(2005. 3. 31. 법률 제7428호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로 폐지), 구 화의법(2005. 3. 31. 법률 제7428호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로 폐지)상의 속지주의에 관한 규정이 폐지되었다고 하여 위 외국도산절차에서의 면책의 효력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은 국내 사법질서에 반할 뿐 아니라 국내 채권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본 사례.

【참조조문】

[1]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628조 제3호,
제632조,
제636조
[2]
구 파산법(2005. 3. 31. 법률 제7428호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로 폐지) 제3조(현행 삭제),
구 회사정리법(2005. 3. 31. 법률 제7428호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로 폐지) 제4조(현행 삭제),
구 화의법(2005. 3. 31. 법률 제7428호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로 폐지) 제11조 제1항(현행 삭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628조 제3호,
제632조,
제636조


【전문】

【신청인, 상대방】

주식회사 고합의 소송수계인 채무자 주식회사 고합의 파산관재인 장경찬

【채무자, 항고인】

【제1심결정】

서울중앙지법 2008. 7. 9.자 2008하합20 파산선고

【주 문】

 
1.  채무자의 항고를 기각한다.
 
2.  항고비용은 채무자가 부담한다.

【항고취지】

제1심결정을 취소하고, 다시 상당한 재판을 구한다.

【이 유】

1. 기초 사실
이 사건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소명된다
 
가.  그랜드벨과 고합 사이의 분쟁
(1) 주식회사 고합(이하 ‘고합’이라 한다)은 1996. 7. 22. 고합이 생산하는 ‘병(Botttle)용 페트 수지(Pet Resin)’(이하 ‘이 사건 제품’이라고 한다)의 미국 지역 내 판매촉진을 위하여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재 그랜드벨 사(Grand Bell Inc. 이하 ‘그랜드벨’이라 한다)와 사이에 판매대리점 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2) 이 사건 계약 체결 당시 그랜드벨의 대표이사이던 채무자는 1990. 9.경 자본금 미화 21만 달러(이하 달러는 미화를 말한다) 규모의 회사인 그랜드벨(당시 회사 명칭은 ‘Space Enterprise Inc.’이었으나 1996. 8.경 위와 같이 상호가 변경되었다)을 인수하여 그 무렵부터 1999년경까지 그랜드벨의 유일주주 겸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고합과 사이에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제품의 수입판매사업을 직접 추진하였다.
(3) 이후 고합은 이 사건 계약에 따라 1997. 7. 21.부터 1998. 5. 27.까지의 기간 동안 그랜드벨에 14,126,127.5달러 상당의 이 사건 제품을 수출, 납품하였으나, 그랜드벨은 독점판매권의 침해와 수수료 및 비용 정산 등을 이유로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수출대금 중 13,492,627.5달러를 지급하지 아니하였고, 현재 그랜드벨에는 책임재산이 될 만한 아무런 자산이 남아 있지 않은 상태이다.
(4) 한편, 채무자는 1999. 4. 26.경 고합 회장 등이 참석한 ‘페트 수지 사업의 조기 정상화를 위한 회의’에 그랜드벨의 대표로 참석하여 협상하였을 뿐 아니라 고합과 그랜드벨의 거래는 물론 그랜드벨 회사 운영의 최종적인 의사를 결정하는 지위에 있었다.
 
나.  이 사건 계약을 둘러싼 채무자와 고합 사이의 쟁송
(1) 외국법원에서의 쟁송
(가) 고합은 2000. 5. 12. 그랜드벨의 주소지 관할법원인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엔젤레스 카운티 주1심법원(Superior Court of the State of California for the County of Los Angeles)에 채무자와 그랜드벨을 상대로 이 사건 계약상의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손해배상금 1,650만 달러 등의 지급을 구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사건번호 BC 226742호)을 제기하였다.
(나) 당시 고합은 채무자가 그의 이익을 위하여 그랜드벨을 독점적으로 지배하고 통제하는 단독주주일 뿐만 아니라, 그랜드벨은 독립된 자산이나 자본이 실제로 없거나 투입되지 않은 회사로서 법인 설립에 관하여 통상 요구되는 형식을 준수하지 아니하였고 자산과 채무 및 재정적 업무 또한 채무자의 자산 등과 복잡하게 혼재되어 있는 등 채무자의 책임을 벗어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되어 존속하는 이른바 ‘채무자의 분신(Alter Ego)’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그랜드벨의 법인격은 부인되어야 하고, 따라서 채무자 개인이 직접 그 배상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다) 이에 대해 위 법원은 2003. 11. 5.자 배심원 평결을 통하여 그랜드벨이 고합에 대하여 13,656,128달러를 지급할 의무가 있음을 확인하였고, 곧이어 2003. 12. 23.자 판결에서는 위 배심원 평결을 기초로 한 쌍방 당사자의 법인격부인에 관한 주장에 대하여 ① 그랜드벨이 신뢰할 만한 재정 자료를 보유하지 아니하였고, 자본구조도 부적절하며, 법인관련 자료들에 의하더라도 법인관리국이 정한 절차를 준수하였음을 발견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랜드벨과 채무자 사이에는 ‘이해관계의 동일성’이 존재한다고 판단하고, ② 이와 아울러 그랜드벨이 주장한 회사 소유권의 이전(transfer of ownership)도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하였으며, ③ 나아가 그랜드벨의 행위를 단지 법인(회사)의 것으로만 취급하는 경우에는 묵과할 수 없는 불공정한 결과가 초래된다는 전제하에, 채무자가 이 사건 계약과 관련하여 그랜드벨의 또 다른 분신(Alter Ego)으로 행위하였다고 판단하여 그랜드벨의 법인격을 부인하고 그랜드벨과 함께 채무자 개인의 책임을 인정하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라) 채무자는 위 판결에 불복하여 미국 캘리포니아 주 항소법원(Court of Appeal of the State of California Second Appellate District)에 항소하였는데, 위 항소법원은 2007. 3. 7. 위 제1심법원의 법인격 부인에 관한 판단은 정당하다고 하면서도, 위 제1심법원이 손해배상액 산정을 위해 회계사를 특별참고인으로 선정한 특별참고인 명령(special reference order)은 그 권한을 넘은 것으로서 채무자의 배심재판에 있어서의 적법절차와 관련된 기본권을 침해하였다는 절차적인 잘못을 이유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제1심법원으로 환송하였다.
(마) 미국에서의 환송 후 제1심법원은 2007. 4. 12.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채무자가 미국 내에서 도산절차를 거쳤다는 등의 이유로 고합이 채무자 개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의 모든 추가적인 소송절차를 각하하였다.
(바) 한편, 고합은 대한민국 법원에 제기한 이 사건 파산신청 이후인 2008. 3. 28. 10:00 파산선고를 받았고, 같은 날 변호사 장경찬이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되어 이 사건 신청을 수계하였는데, 미국에서의 환송 후 제1심법원은 2008. 9. 고합이 파산선고 이후 소송진행을 결여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그랜드벨에 대한 소송도 종료(dismiss)하는 내용의 판결을 하였다.
(2) 국내 법원에서의 쟁송
(가) 서울지방법원은 2000. 7. 19. 고합의 부동산가압류신청을 받아들여 위 법원 2000카단3763호로 채무자의 소유이던 서울 중구 회현동 (상세지번 1 생략) 대지 및 지상 5층 건물(이하 ‘이 사건 상가’라고 한다)과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 (상세지번 2 생략) 공장용지 및 지상 4층 공장건물(이하 ‘이 사건 공장’이라고 한다)에 관하여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손해배상채권 20억 원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가압류결정을 하였고, 그 무렵 가압류기입등기가 마쳐졌다(이하 ‘제1차 가압류’라고 한다).
(나) 채무자는 2000. 8. 26. 제1차 가압류에 관하여 이의신청을 하였는데, 고합은 미국 법원에 제기한 위 소송과 별도로 2000. 12. 5. 채무자와 그랜드벨을 상대로 서울지방법원 2000가합90940호로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채무불이행 및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고, 위 가압류이의 사건은 위 본안사건의 재판부로 이부되어 위 법원 2001카합45호가 되었다. 채무자는 위 본안사건 및 가압류이의사건이 계속 중이던 2002. 9. 17. 신청외 1에게 이 사건 공장을 매도하고 2002. 11. 1. 신청외 1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다.
(다) 고합이 채무자를 상대로 제기한 본안사건의 제1심법원은 2002. 12. 13. 본안사건 중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 부분은 외국법원의 사건과 중복소송이라는 이유로 이를 각하하고,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 부분은 이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고, 가압류이의사건인 위 2001카합45호 사건에 관하여는 피보전권리의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가압류결정을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라) 이에 고합은 제1차 가압류를 취소한 판결에 관하여 서울고등법원 2003나5384호로 항소를 제기하는 한편(위 가압류취소판결에 대해서는 효력정지결정을 받았다), 2003. 3. 14. 서울지방법원 2003카단1402호로 이 사건 상가에 관하여 손해배상채권 20억 원을 피보전권리로 한 부동산가압류신청을 하였고, 그 가압류신청이 받아들여져 이 사건 상가에 관하여 가압류기입등기가 마쳐졌다(이하 ‘제2차 가압류’라고 한다).
(마) 그러자 채무자는 2003. 3. 17. 신청외 2 외 3인에게 이 사건 상가를 매도한 후, 2003. 4. 30. 위 법원 2003년 금제1044호로 가압류해방공탁금 20억 원을 공탁하고 제1차 가압류의 집행을 해제한 후, 위 신청외 2로부터 제2차 가압류의 집행해제와 동시에 매매잔대금 20억 원을 지급받는 조건으로 2003. 5. 1. 이 사건 상가에 관하여 신청외 2 외 3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고, 2003. 6. 13. 위 법원 2003카단3896호로 제2차 가압류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하였다.
(바) 그러나 제1차 가압류이의사건의 항소심법원( 서울고등법원 2003나5384호 사건)은 2004. 12. 24. 미국 법원의 환송 전 제1심판결과 같은 근거를 들어 고합의 채무자에 대한 피보전권리가 인정된다는 이유로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제1차 가압류결정을 인가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그 판결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아울러 제2차 가압류이의사건에 관하여도 2005. 4. 12. 위 항소심법원의 판결과 같은 이유로 제2차 가압류결정을 인가하는 판결이 선고되어 그 무렵 확정되었다.
 
다.  채무자의 외국도산절차 신청
(1) 채무자는 미국의 제1심법원에서 패소판결을 선고받은 직후인 2004. 2. 9. 그 판결금을 지급할 능력이 없음을 이유로 미국 캘리포니아 주 중앙파산법원 산타아나 지원(U.S. Bankruptcy Court Central District of California, Santa Ana Division)에 미국 연방파산법 제11장에 근거한 회생절차(사건번호 SA 04-10816 RA, 이하 ‘이 사건 외국도산절차’라고 한다)를 신청하였다.
(2) 이 사건 외국도산절차 신청 당시 채무자의 부동산 등을 포함한 자산은 약 766만 달러인 반면, 부채는 고합에 대한 손해배상채무 약 1,350만 달러를 포함하여 약 1,890만 달러에 이르고 있었고, 당시 월평균 수입액은 약 3만 달러, 월평균 지출액은 약 3만 5,000달러였다.
 
라.  이 사건 외국도산절차의 주요 내용 및 진행 경과
(1) 이 사건 외국도산절차의 주요 내용
(가) 이 사건 외국도산절차는 채무자가 신청한 경우 별도의 재판 없이 개시되며(미국 연방파산법 제301조), 이와 동시에 그 절차에서 채무자에 대한 모든 추심행위 등이 자동적으로 중지된다(미국 연방파산법 제362조).
(나) 도산절차가 개시된 개인 채무자는 이른바 DIP채무자(debtor in possession)이며, 원칙적으로 회생절차가 개시된 이후에도 여전히 관리처분권을 갖는다(미국 연방파산법 제1107조).
(다) 회생계획안이 인가되면 채무자는 그 인가명령에서 달리 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인가와 동시에 인가일 전에 발생한 모든 채권에 대하여 그 채권신고 여부와 관계없이 면책되고(미국 연방파산법 제1141조), 채권의 존부에 관하여 다툼이 있는 채권자가 이 사건 외국도산절차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파산법원이 정한 신고기간 내에 채권신고를 하여야 한다[미국 연방파산규칙 제3003조 (c)].
(2) 이 사건 외국도산절차의 진행 경과
(가) 채무자는 2004. 2. 24. 위 파산법원에 미국 연방파산법 제521조에 의해 채권자목록을 제출하면서, 고합이 주장하는 채권을 다툼 있는 채권으로 기재하였으나, 고합은 위 파산법원이 정한 채권신고기간인 2004. 8. 16.까지 채권을 신고하지 않았다.
(나) 채무자는 2005. 3. 1. 채권자집회를 거쳐 2005. 3. 16. 수정된 회생계획안을 제출하였고, 수정된 회생계획안은 2005. 4. 26. 채권자집회에서 가결되었다.
(다) 미국의 위 파산법원은 2005. 5. 18. 위 회생계획안을 인가하였는데, 그 주된 내용은 ① 채무자는 법원의 허가를 얻어 대리인 보수 등 절차비용을 변제하고, 연방소득세를 우선 변제하며, ② 그 후 나머지 무담보 채권 1,373,030.29달러에 대하여는 적어도 11.38%인 156,380.4달러를 회생계획 효력발생일로부터 1개월이 되는 날에 변제하되, ③ 고합에 대하여 채무자의 국내 재산에 관한 권리가 없다고 확정될 경우 이를 재원으로 하여 미변제 무담보 채권의 원금 100%와 이자까지 추가 지급하고, 회생계획상 무담보 채권을 변제하고 남은 재산은 채무자에게 귀속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다만, 미신고된 고합의 채권을 변제하거나 면책에서 제외한다는 등의 내용은 위 회생계획에 반영되어 있지 않다).
(라) 채무자는 인가된 회생계획에 따라 2005. 7.경 156,380.4달러를 변제하였고, 미국의 위 파산법원은 2005. 11. 30. 이 사건 외국도산절차에 대한 종결결정을 내린 다음 2006. 1. 19. 이 사건 외국도산절차를 종료하였다.
 
마.  채무자의 대한민국에서의 국제도산 승인 및 지원 신청
(1) 채무자는 고합이 주장하는 채권이 이 사건 외국도산절차를 통하여 실효되었음을 이유로 제1, 2차 가압류결정의 취소를 받기 위해 2006. 12. 14. 서울중앙지방법원 2006국승1호로 이 사건 외국도산절차에 관한 국제도산 승인신청을 하였다.
(2) 이에 대해 위 법원은 2007. 1. 22. 이 사건 외국도산절차가 이미 종결되었을 뿐 아니라 채무자는 그 절차의 대표자가 아니라 단지 채무자 개인의 지위에서 국제도산 승인신청을 하였다는 이유를 들어 위 승인신청을 각하하였다.
(3) 이에 채무자는 위 각하결정에 대해 불복하여 항고를 제기하는 한편, 2007. 3. 13.경 미국의 파산법원에 이 사건 외국도산절차의 재개신청을 하여 위 법원으로부터 절차재개결정을 받았고, 채무자 스스로 이 사건 외국도산절차의 대표자로 선임되었다.
(4) 이어 채무자는 2007. 3. 22. 부동산가압류채권자인 고합을 상대로 이 사건 외국도산절차에서의 면책 등 사정변경을 이유로 하여 제2차 가압류에 대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 2007카단2107호로, 2007. 4. 26. 제1차 가압류에 대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 2007카단3001호로 각각 가압류취소신청을 하였다. 그러나 위 각 가압류취소신청은 이 사건 외국도산절차에서의 면책 등으로 인하여 고합의 채무자에 대한 피보전권리가 소멸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모두 기각되었고, 채무자는 서울고등법원 2007라1610호, 2007라1613호로 항고하였으나 그 후 항고를 취하함으로써 그대로 확정되었다.
(5) 채무자는 또한, 2007. 5. 8. 서울중앙지방법원 2007년금제7097호로 제2차 가압류에 대한 해방공탁금 20억 원을 공탁하고 2007. 5. 23. 제2차 가압류에 대한 집행을 해제하였고, 반면 고합은 2007. 5. 28. 채무자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 2007가단184991호로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다시 제기하였다.
(6) 채무자는 2007. 9. 21. 위 국제도산 승인신청의 각하결정에 대하여 제기한 항고를 취하한 후 2007. 11. 12. 이 사건 외국도산절차의 대표자 지위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 2007국승2호로 다시 국제도산 승인신청을 하였고, 위 법원은 2008. 2. 12. 11:00 채무자에 대하여 이 사건 외국도산절차를 승인하는 결정을 하였는데, 위 승인결정에 대하여는 고합이 서울고등법원 2008라592호로 항고를 제기하였다.
(7) 한편, 채무자는 2008. 3. 11. 서울중앙지방법원 2008국지1호로 이 사건 외국도산절차의 국제도산관리인 선임과 제1, 2차 가압류 취소 등을 구하는 국제도산 지원신청을 하였다.
 
마.  채무자의 자산, 부채, 소득 현황 및 파산선고 경과
(1) 이 사건 외국도산절차를 거치면서 채무자의 일부 채무가 소멸되었으나, 채무자의 채무는 고합에 대한 손해배상채무 약 1,350만 달러 등 약 1,470만 달러이다(이를 제1심결정 당시에 가까운 2008. 7. 8.자 매매기준 환율 1,036원으로 환산하면 약 152억 원이다).
(2) 반면, 채무자가 보유한 자산은 제1, 2차 가압류해방공탁금 반환채권 합계 40억 원 외에는 없으며, 현재 채무자는 미국 소재 회사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하면서 연봉 약 10만 달러를 지급받고 있으나, 위와 같은 대규모 채무를 일시에 상환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3) 한편, 이 사건 제1심법원은 2008. 7. 9. 10:00 채무자에 대하여 파산을 선고하고, 파산관재인으로 변호사 이우승을 선임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이 사건 파산선고(제1심결정)를 하였다(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고합 역시 이 사건 파산선고 신청 후인 2008. 3. 28. 10:00 파산선고를 받았고, 같은 날 변호사 장경찬이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되어 이 사건 신청을 수계하였다).
 
2.  당사자의 주장 및 이에 대한 판단
채무자는 신청인의 이 사건 파산선고 신청은 위법 또는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채무자에 대하여 파산을 선고한 제1심결정을 취소하여 줄 것을 구하고 있는바, 무릇 채무자가 지급불능에 이른 경우에 있어서 법원은 신청에 의하여 결정으로 파산을 선고하여야 하나[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 제305조 제1항. 다만, 채무자회생법 제309조 소정의 기각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다만 채권자가 파산신청을 하는 때에는 그 채권의 존재 및 파산의 원인인 사유를 소명하여야 하므로( 채무자회생법 제294조 제2항), 아래에서는 신청인이 주장하는 채권의 존재 및 채무자의 파산원인에 대한 소명 여부에 관하여 차례로 살펴보기로 한다.
 
가.  신청인 채권의 존재에 관한 소명 여부
(1) 회사는 그 구성원인 사원과는 별개의 법인격을 가지는 것이고, 이는 이른바 1인 회사라 하여도 마찬가지라 할 것이나, 회사가 외형상으로는 법인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이는 법인의 형태를 빌리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그 실질에 있어서는 완전히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타인의 개인기업에 불과하거나 그것이 배후자에 대한 법률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함부로 쓰여 지는 경우에는, 비록 외견상으로는 회사의 행위라 할지라도 회사와 그 배후자가 별개의 인격체임을 내세워 회사에게만 그로 인한 법적 효과가 귀속됨을 주장하면서 배후자의 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는 법인격의 남용으로서 심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고, 따라서 회사는 물론 그 배후자인 타인에 대하여도 회사의 행위에 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01. 1. 19. 선고 97다21604 판결 참조).
(2)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채무자가 그랜드벨이라는 법인의 유일주주이면서 회사의 사업과 경영을 지배하고 있었고, 특히 고합과의 거래에 있어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한 점, 아울러 그랜드벨의 재무구조는 물론, 그랜드벨의 재산이 채무자의 개인 재산과 전혀 구분되지 아니한 채 혼재되어 있는 등 채무자 개인과 그랜드벨의 재산·업무·대외적인 기업거래활동조차도 명확히 구분되어 있지 않고 혼용되어 있는 점, 그랜드벨은 단순히 법인의 형태를 빌린 채무자의 개인기업에 불과하며 그랜드벨 자체의 독자적인 의사나 존재는 상실되고 채무자가 자신의 사업의 일부로 그랜드벨이라는 회사를 운영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완전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그랜드벨의 법인격은 채무자 개인에 대한 법률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함부로 악용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3) 채무자는 이에 대하여, 그랜드벨이 고합의 요구로 수출대금 약 1,270만 달러를 홍콩 등 해외에 설립된 고합의 자회사에 지급하였고, 나머지 약 80만 달러는 제품하자에 따른 손해배상조로 무상 공급받은 부분이므로 고합의 수출대금은 모두 변제되거나 지급이 완료되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채무자가 이 사건에 제출한 자료들만으로는 위 변제 등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할 자료가 없으므로, 채무자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4) 한편,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고합이 채무자 및 그랜드벨을 상대로 하여 미국 법원에 제기한 소송의 결과가 비록 채무자에 대하여 이 사건 외국도산절차가 진행되고 있다거나 고합의 그랜드벨에 대한 미국에서의 환송 후 제1심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의 소송진행결여 등을 이유로 각하 및 소송종료(dismiss)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채무자가 그랜드벨과 함께 13,492,627.5달러 상당의 대금 또는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채무를 부담하고 있다는 점에 어떠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신청인이 채무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은 여전히 그 소명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  외국도산절차에서의 면책으로 인한 채권의 실효 여부
(1) 채무자는, 신청인이 채무자에 대해 위와 같은 채권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고합은 이 사건 외국도산절차에 충분히 참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도산절차에서의 채권신고를 게을리 함으로써 채무자의 고합에 대한 채무는 면책되었고, 채무자회생법은 위 법률 시행 후에 개시된 외국도산절차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고 이미 우리나라 법원에 의해 이 사건 외국도산절차에 대하여 국제도산 승인결정이 이루어짐으로써 그 면책의 효과가 국내에서도 인정되어 고합의 채권은 실효되었으므로, 결국 신청인이 여전히 채무자에 대하여 채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파산선고 신청은 허용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2) 먼저, 위 국제도산 승인결정의 효력에 관하여 본다. 미국 법원에서 이 사건 외국도산절차가 재개되었고, 채무자가 이 사건 외국도산절차의 대표자 지위에서 우리나라에서 신청한 국제도산 승인신청사건에서 2008. 2. 12. 이 사건 외국도산절차를 승인하는 결정이 있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채무자회생법은 외국도산절차의 승인결정만으로는 아무런 법률효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고, 기타 제반 규정을 종합해 보더라도, 우리나라 법원의 승인결정에 의하여 외국도산절차의 효력이 일응 우리나라에 미칠 수 있도록 하되, 각국의 법체제와 파산 및 면책의 요건·절차·효과 등이 서로 상이함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외국의 도산법이 정한 외국도산절차의 효력이 우리나라에 그대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고, 우리나라 법원이 재량으로 개별적인 지원결정을 하도록 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지, 승인결정만으로 면책의 효력을 포함한 외국도산절차의 효력이 곧바로 국내에 미치게 된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채무자회생법 제632조, 제636조 등 참조).
즉, 우리 채무자회생법은 구 파산법상 속지주의를 폐지하고 보편주의로 전환하는 입법적 결단을 하면서도 외국도산절차가 자동적으로 승인되도록 하는 대신, 그 승인을 위하여 법원의 결정이 필요하도록 하는 이른바 결정승인제를 채택하고, 이와 더불어 승인결정 자체에는 단순히 지원처분을 할 수 있는 기초로서의 의미만을 부여하고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인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외국도산절차와 관련하여 채무자에 대하여 국내에서도 그 면책의 효력을 미치게 하는 어떠한 지원결정도 내려지지 아니한 이상, 이 사건 외국도산절차에서 채무자에 대하여 면책의 효력이 발생하였다고 하여 그 효력이 국내 채권자인 신청인에게도 그대로 미치는 것으로 볼 수는 없고, 따라서 위 국제도산 승인결정으로 인하여 이 사건 외국도산절차상 면책의 효력이 발생하여 신청인의 채권이 실효되었다는 채무자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그리고 채무자에 대한 이 사건 외국도산절차는 채무자회생법(2006. 4. 1. 시행)이 시행되기 이전인 2004. 2. 9.자 채무자의 신청에 의해 개시되어 2004. 8. 16.까지를 채권신고기간으로 정하였는데 고합은 이 사건 외국도산절차에서 채권신고를 하지 않았고 2005. 5. 18. 채무자의 회생계획안이 인가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미국 연방파산법 제1141조에 따라 위 회생계획안의 인가로써 채무자의 고합에 대한 채무는 면책되었다는 것이나, 당시 국내 도산절차를 규율하던 구 파산법, 회사정리법, 화의법은 모두 국내에서 개시된 도산절차의 대외적 효력은 물론 외국에서 개시된 도산절차의 대내적 효력을 부정하는 엄격한 속지주의를 취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구 파산법 제3조(속지주의) 제1항 “파산은 파산자의 재산으로서 한국 내에 있는 것에 대하여서만 그 효력이 있다.” ; 제2항 “외국에서 선고한 파산은 한국 내에 있는 재산에 대하여는 그 효력이 없다.” ; 구 회사정리법 제4조(속지주의) 제1항 “대한민국 내에서 개시한 정리절차는 대한민국 내에 있는 회사의 재산에 대하여서만 그 효력이 있다.” ; 제2항 “외국에서 개시한 정리절차는 대한민국 내에 있는 재산에 대하여는 그 효력이 없다.” ; 구 화의법 제11조 제1항파산법 제2조, 제3조, 제100조, 제101조, 제102조, 제104조 내지 제108조제115조의 규정은 화의절차에 관하여 이를 준용한다.” 등 참조], 이 사건 외국도산절차에서 정해진 채권신고기간 내에는 우리나라에서 2005. 3. 31. 제정되어 2006. 4. 1. 시행된 채무자회생법은 아직 입법조차 되지 않은 상태였으므로, 채무자의 국내 재산인 이 사건 상가 및 공장을 가압류한 국내 채권자로서 그 후 개시된 이 사건 외국도산절차에서 당시의 국내 도산법체계에 따라 이 사건 외국도산절차의 효력이 국내에 있는 재산에는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채권신고를 하지 않은 고합에 대하여(고합이 이 사건 외국도산절차에 참여하였다 한들 당시의 우리 도산법체계상 고합이 가압류한 채무자의 국내 재산에 대하여 이 사건 외국도산절차의 효력을 주장할 수도 없었을 터이다), 2006. 4. 1. 채무자회생법의 시행으로 구 파산법, 회사정리법, 화의법상의 속지주의에 관한 규정이 폐지되었다고 하여 이 사건 외국도산절차에서의 면책의 효력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은 국내 사법질서에 반할 뿐 아니라 국내 채권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신청인의 이 사건 파산신청에 대하여 채무자가 고합의 소송수계인인 신청인을 상대로 채무자의 고합에 대한 채무가 이 사건 외국도산절차에서 면책되었음을 이유로 그 면책의 효력을 주장할 수도 없다고 할 것이다.
(4) 결국, 이 사건 외국도산절차에서의 면책 및 국제도산 승인결정으로 인하여 신청인의 채권이 실효되었으므로 이 사건 파산신청은 허용될 수 없다는 채무자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다.  파산원인의 존재에 관한 소명 여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신청인은 채무자에 대한 채권자로서 위 인정과 같은 채무자의 현재 자산, 부채 및 소득 현황 등을 종합하면, 채무자는 채권자에 대한 채권을 변제할 능력이 부족하여 변제기가 도래한 채무를 일반적·계속적으로 변제할 수 없는 상태에 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신청인의 이 사건 파산신청은 그 채권의 존재는 물론 및 파산원인에 대한 충분한 소명이 있다고 할 것이다.
 
라.  파산선고의 필요성 유무
채무자는 이 사건 외국도산절차가 계속 중에 있으므로 그에 대한 국내의 승인결정과 지원처분을 받아 도산절차를 진행하면 족하고 국내에서 별도의 파산절차를 개시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채무자는 이 사건 외국도산절차에서의 변제계획에 따라 그 절차에 참가한 채권자들에 대한 변제는 이미 완료한 반면, 채무자의 주요 자산은 물론 이를 둘러싼 채권자 및 관련 소송 등이 국내에 계속되어 있는 점, 신청인을 비롯한 채권자들이 그 공평한 분배와 만족을 도모하기 위해서라도 국내에서 파산절차를 개시하여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점, 외국도산절차의 승인결정은 국내 도산절차의 개시 또는 진행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고( 채무자회생법 제633조) 외국도산절차가 승인되면 외국도산절차의 대표자는 진행중인 국내도산절차에 참가할 수 있는 점( 채무자회생법 제634조) 등에 비추어 보아도, 국내에서의 파산선고가 불필요하다는 취지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채무자는 현재 지급불능의 파산원인 사실이 존재하고, 신청인은 채무자에 대하여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은 채권을 가지고 있다고 인정되는 이상, 채무자회생법 제305조에 따라 이 사건 파산신청을 받아들여 채무자에 대하여 파산을 선고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결정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고,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채무자의 이 사건 항고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판사 이성보(재판장) 황진구 손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