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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결정례정보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형법 제270조 제1항 위헌소원

[전원재판부 2010헌바402, 2012. 8. 23.]

【판시사항】

가.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269조 제1항(이하 ‘자기낙태죄 조항’이라 한다)이 위헌이라고 판단되면, 조산사 등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270조 제1항 중 ‘조산사’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도 위헌이 되는 관계에 있는지 여부(적극)
나. 자기낙태죄 조항이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라. 이 사건 법률조항이 형벌체계상의 균형에 반하여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가. 이 사건 법률조항과 자기낙태죄는 대향범이고, 이 사건은 낙태하는 임부를 도와주는 조산사의 낙태를 처벌하는 것이 위헌인지 여부가 문제되는 사안이므로, 자기낙태를 처벌하는 것이 위헌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동일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임부의 동의를 받아 낙태시술을 한 조산사를 형사처벌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도 당연히 위헌이 되는 관계에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나. 인간의 생명은 고귀하고, 이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엄한 인간 존재의 근원이며, 이러한 생명에 대한 권리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다. 태아가 비록 그 생명의 유지를 위하여 모(母)에게 의존해야 하지만, 그 자체로 모(母)와 별개의 생명체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므로 태아에게도 생명권이 인정되어야 하며, 태아가 독자적 생존능력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그에 대한 낙태 허용의 판단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 한편, 낙태를 처벌하지 않거나 형벌보다 가벼운 제재를 가하게 된다면 현재보다도 훨씬 더 낙태가 만연하게 되어 자기낙태죄 조항의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될 것이고, 성교육과 피임법의 보편적 상용, 임부에 대한 지원 등은 불법적인 낙태를 방지할 효과적인 수단이 되기에는 부족하다. 나아가 입법자는 일정한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에는 임신 24주 이내의 낙태를 허용하여(모자보건법 제14조, 동법 시행령 제15조),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태아의 생명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나아가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제한되는 사익인 임부의 자기결정권이 위 조항을 통하여 달성하려는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공익에 비하여 결코 중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자기낙태죄 조항이 임신 초기의 낙태나 사회적ㆍ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를 허용하고 있지 아니한 것이 임부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자기낙태죄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법정형의 상한이 2년 이하의 징역으로 되어 있어 법정형의 상한 자체가 높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비교적 죄질이 가벼운 낙태에 대하여는 작량감경이나 법률상 감경을 하지 않아도 선고유예 또는 집행유예 선고의 길이 열려 있으므로, 지나치게 과중한 형벌을 규정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라. 낙태는 행위태양에 관계없이 태아의 생명을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높고, 일반인에 의해서 행해지기는 어려워 대부분 낙태에 관한 지식이 있는 의료업무종사자를 통해 이루어지며, 태아의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태아의 생명을 박탈하는 시술을 한다는 점에서 비난가능성 또한 크다. 나아가 경미한 벌금형은 영리행위를 추구하는 조산사에 대하여는 위하력을 가지기 어렵다는 점들을 고려하여 입법자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형법상 동의낙태죄(제269조 제2항)와 달리 벌금형을 규정하지 아니한 것이 형벌체계상의 균형에 반하여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도 할 수 없다.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이동흡,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송두환의 반대의견
태아에 대한 국가의 보호의무에는 여성이 임신 중 또는 출산 후 겪게 되는 어려움을 도와주는 것까지 포함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국가는 생명을 보호하는 입법적 조치를 취함에 있어 인간생명의 발달단계에 따라 그 보호정도나 보호수단을 달리할 수 있다. 현대 의학의 수준에서는 태아의 독자적 생존능력이 인정되는 임신 24주 이후에는 임부의 낙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임부의 생명이나 건강에 현저한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등 특단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낙태를 허용함이 바람직하다. 임신 중기(임신 13주-24주)의 낙태는 임신 초기(임신 1주-12주)의 낙태에 비하여 임부의 생명이나 건강에 위해가 생길 우려가 증가한다는 점에서 국가는 모성의 건강을 증진하기 위하여 낙태의 절차를 규제하는 등으로 임신중기의 낙태에 관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임신 초기의 태아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반면, 임신 초기의 낙태는 시술방법이 간단하여 낙태로 인한 합병증 및 모성사망률이 현저히 낮아지므로 임신 초기에는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여 낙태를 허용해 줄 여지가 크다. 따라서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전면적,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처벌하고 있는 자기낙태죄 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된다. 한편, 형법상 낙태죄 규정이 현재는 거의 사문화되어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달성하려는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공익은 더 이상 자기낙태죄 조항을 통하여 달성될 것으로 보기 어려운 반면,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제한되는 사익인 임부의 자기결정권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어 법익의 균형성 요건도 갖추지 못하였다. 그러므로 자기낙태죄 조항은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전면적,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처벌하고 있다는 점에서,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자기낙태죄 조항이 임부의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전면적, 일률적으로 처벌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헌이므로, 동일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하여 임신 초기의 임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시술을 한 조산사를 형사처벌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도 위 범위 내에서 위헌이다.
재판관 이동흡의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여 임신 초기의 낙태를 허용하더라도 임부가 낙태에 대하여 충분히 숙고한 뒤에 결정할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의학적으로 안전한 낙태시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입법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심판대상조문】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270조 제1항

【참조조문】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269조, 제270조
모자보건법(2009. 1. 7. 법률 제9333호로 개정된 것) 제2조 제1호, 제7호, 제14조 제1항
모자보건법 시행령(2009. 7. 7. 대통령령 제21618호로 개정된 것) 제15조

【참조판례】

나. 헌재 1996. 11. 28. 95헌바1, 판례집 8-2, 537, 545 참조헌재 2008. 7. 31. 2004헌바81, 판례집 20-2상, 91, 101 참조
다. 헌재 2011. 2. 24. 2009헌바29, 판례집 23-1상, 75, 85
라. 헌재 2008. 10. 30. 2006헌마447, 판례집 20-2상, 1049, 1056

【전문】

[당사자]


청구인 송○주대리인 법무법인 좋은

담당변호사 황종국

당해사건 부산지방법원 2010고단2425 업무상촉탁낙태,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위반(부정의료업자)


[주문]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270조 제1항 중 ‘조산사’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조산사로서 2009. 2.경부터 부산에서 ‘○○조산원’이라는 상호로 조산원을 운영하는 자인바, ‘2010. 1. 28. 위 조산원에서 임부로부터 임신 6주된 태아를 낙태시켜 달라는 촉탁을 받고, 진공기를 임부의 자궁 안에 넣어 위 태아를 모체 밖으로 인위적으로 배출하는 방법으로 낙태하게 하였다.’는 등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던 중(부산지방법원 2010고단2425), 처벌의 근거가 되는 형법 제270조 제1항에 대하여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부산지방법원2010초기2480)을 하였으나, 2010. 9. 14. 기각되었다. 이에 청구인은 2010. 10. 17. 형법 제270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270조 제1항 중 ‘조산사’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며, 심판대상 조항 및 관련 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 조항]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270조(의사 등의 낙태, 부동의낙태) ① 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또는 약종상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어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관련 조항]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269조(낙태) ①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어 낙태하게 한 자도 제1항의 형과 같다.

③제2항의 죄를 범하여 부녀를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사망에 이르게 한 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제270조(의사 등의 낙태, 부동의낙태) ① (생략)

②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없이 낙태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③제1항 또는 제2항의 죄를 범하여 부녀를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사망에 이르게 한 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④전3항의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한다.

모자보건법(2009. 1. 7. 법률 제9333호로 개정된 것)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임산부"란 임신 중이거나 분만 후 6개월 미만인 여성을 말한다.

2.~6. (생략)

7."인공임신중절수술"이란 태아가 모체 밖에서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시기에 태아와 그 부속물을 인공적으로 모체 밖으로 배출시키는 수술을 말한다.

8.~11. (생략)

제14조(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 ① 의사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경우에만 본인과 배우자(사실상의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동의를 받아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다.

1.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2.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3.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

4.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된 경우

5.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②~③ (생략)

모자보건법 시행령(2009. 7. 7. 대통령령 제21618호로 개정된 것)

제15조(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 ① 법 제14조에 따른 인공임신중절수술은 임신 24주일 이내인 사람만 할 수 있다.

②법 제14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은 연골무형성증, 낭성섬유증 및 그 밖의 유전성 질환으로서 그 질환이 태아에 미치는 위험성이 높은 질환으로 한다.

③법 제14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는 전염성 질환은 풍진, 톡소플라즈마증 및 그 밖에 의학적으로 태아에 미치는 위험성이 높은 전염성 질환으로 한다.


2. 청구인의 주장 요지

가. 임부의 자기낙태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형법 제269조 제1항(이하 ‘자기낙태죄 조항’이라 한다)은 출산을 원하지 않는 여성에게 출산을 강요하는 것이어서(특히 임신 초기의 낙태일 경우 가치형량의 불균형이 너무 심각하다), 임부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다. 이와 같이 자기낙태죄 조항이 위헌이므로, 조산사의 낙태행위를 무조건 금지하고 처벌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 또한 같은 이유로 위헌이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정형으로 2년 이하의 징역형만 규정하고 있어 과잉처벌에 해당한다.


3. 판단

가. 현행법상 낙태죄의 체계

낙태와 관련하여, 우리 법체계는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과 위법성 조각사유를 규정한 모자보건법으로 이원화되어 있다. 즉, 형법은 제27장 낙태의 죄에서 자기낙태죄(제269조 제1항), 동의낙태죄(제269조 제2항), 업무상동의낙태죄(제270조 제1항), 부동의낙태죄(제270조 제2항), 낙태치사상죄(제269조 제3항, 제270조 제3항)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어 낙태를 전면금지하고 있으며, 다만 모자보건법상 의학적ㆍ우생학적ㆍ윤리적 적응사유 등 5가지 정당화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서 임신한 날로부터 24주 이내에만 형법상 낙태죄의 적용을 배제함으로써 낙태를 일부 허용하고 있다(모자보건법 제14조, 동법 시행령 제15조).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내용

(1) 의의 및 입법취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조산사가 임부의 촉탁이나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조산사가 임부의 촉탁이나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다.

낙태라 함은 태아를 자연분만기에 앞서서 인위적으로 모체 밖으로 배출하거나 모체 안에서 살해하는 행위를 말하며, 낙태 결과 태아가 사망하였는지 여부는 본죄의 성립에 영향이 없고(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3도2780 판결 참조), 조산사라 함은 조산과 임부ㆍ해산부ㆍ산욕부 및 신생아에 대한 보건과 양호지도를 임무로 하는 자로서(의료법 제2조 제2항 제4호) 조산사 면허를 가지고 있는 자를 말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생명의 유지와 보호, 건강의 회복과 증진을 본분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자인 조산사가 그에 반하는 부당한 낙태행위를 하였다는 점에서 일반인보다 더 무거운 책임이 있고, 실제로 낙태시술의 기능이나 낙태에 사용하는 약품 등을 알고 있는 조산사가 이를 남용하여 영리행위에 이르게 될 우려가 있음을 고려하여, 동의낙태죄(형법 제269조 제2항)에 대한 가중적 구성요건으로 규정함으로써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고자 함에 그 입법취지가 있다(헌재 2008. 7. 31. 2004헌마1010등, 판례집 20-2상, 236, 253-254 참조).


(2) 타 범죄와의 관계

업무상동의낙태죄와 자기낙태죄는 전체적인 구성요건의 내용상 2인 이상의 관여자가 낙태라는 동일한 목표를 향하여 서로 다른 방향에서 구성요건의 실현에 관여한다는 점에서 강학상 대향범에 해당한다. 한편, 현행법상 조산사가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낙태시술을 한 경우에는 업무상동의낙태죄와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부정의료업자)죄의 경합범으로 처벌받게 되며(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5조), 7년 이하의 자격정지가 병과된다.(형법 제270조 제4항).


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관한 판단

(1) 쟁점의 정리

청구인은 자기낙태죄 조항이 임부의 임신 초기의 낙태행위까지 금지하고 이를 형사처벌하는 것이 임부의 기본권을 침해하므로, 조산사의 낙태행위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도 당연히 위헌이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업무상동의낙태죄와 자기낙태죄는 대향범이고, 이 사건은 낙태하는 임부를 도와주는 조산사의 낙태를 처벌하는 것이 위헌인지 여부가 문제되는 사안이므로, 임부의 낙태를 처벌하는 것이 위헌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동일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임부의 동의를 받아 낙태시술을 한 조산사를 형사처벌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도 당연히 위헌이 되는 관계에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러므로 자기낙태죄 조항이 위헌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이 사건 법률조항도 같은 사유로 바로 위헌이 되는 반면, 자기낙태죄 조항이 합헌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더 나아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조산사의 업무상동의낙태를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 및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따로 살펴볼 필요가 있게 된다.


(2) 자기낙태죄 조항의 위헌 여부에 관한 판단

(가) 제한되는 기본권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여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있다. 개인의 인격권ㆍ행복추구권에는 개인의 자기운명결정권이 전제되는 것이고, 이 자기운명결정권에는 임신과 출산에 관한 결정, 즉 임신과 출산의 과정에 내재하는 특별한 희생을 강요당하지 않을 자유가 포함되어 있다.

자기낙태죄 조항은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함으로써,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하여 태아의 발달단계나 독자적 생존능력과 무관하게 임부의 낙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형사처벌하고 있으므로, 헌법 제10조에서 도출되는 임부의 자기결정권, 즉 낙태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나) 판단

1)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절성

자기낙태죄 조항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낙태를 방지하기 위하여 임부의 낙태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이고도 적절한 방법이다.


2) 피해의 최소성

인간의 생명은 고귀하고, 이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엄한 인간 존재의 근원이다. 이러한 생명에 대한 권리, 즉 생명권은 비록 헌법에 명문의 규정이 없다 하더라도 인간의 생존본능과 존재목적에 바탕을 둔 선험적이고 자연법적인 권리로서 헌법에 규정된 모든 기본권의 전제로서 기능하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다(헌재 1996. 11. 28. 95헌바1, 판례집 8-2, 537, 545 참조). 모든 인간은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가 되고, 인간으로서 형성되어 가는 단계의 생명인 태아에게도 생명에 대한 권리가 인정되어야 한다. 태아가 비록 그 생명의 유지를 위하여 모(母)에게 의존해야 하지만, 그 자체로 모(母)와 별개의 생명체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헌재 2008. 7. 31. 2004헌바81, 판례집 20-2상, 91, 101 참조). 태아도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이고, 따라서 그 성장 상태가 보호 여부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헌법이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은 그것이 인간으로 될 예정인 생명체라는 이유 때문이지, 그것이 독립하여 생존할 능력이 있다거나 사고능력, 자아인식 등 정신적 능력이 있는 생명체라는 이유 때문이 아니다. 그러므로 태아가 독자적 생존능력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그에 대한 낙태 허용의 판단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 인간이면 누구나 신체적 조건이나 발달 상태 등과 관계없이 동등하게 생명 보호의 주체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태아도 성장 상태와 관계없이 생명권의 주체로서 마땅히 보호를 받아야 한다. 특히 의학의 비약적 발전으로 태아가 모태를 떠난 상태에서의 생존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현실과 그 성장 속도 역시 태아에 따라 다른 현실을 감안하면, 임신 후 몇 주가 경과하였는지 또는 생물학적 분화 단계를 기준으로 보호의 정도를 달리할 것은 아니다.

다만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하는 것은 수정 후 14일 경에 이루어지고, 그 이후부터 태아는 낙태죄의 객체로 되는데, 수정이 되었다고 하여 수정란이 정상적으로 자궁에 착상할 가능성이 아주 높은 것은 아니며, 그 단계에서는 임신 여부를 확인하기도 어려우므로, 자궁에 착상하기 이전 단계의 수정란을 그 이후의 태아와 동일하게 취급하지 아니하는 것은그나름의합리성이인정될수 있다. 또한 진통시부터는 태아가 산모로부터 독립하여 생존이 가능하므로 그 때를 기준으로 사람으로 취급하는 것도 합리적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태아도 그 성장 상태를 막론하고 생명권의 주체로서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점에서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한 이후부터 출산하기 이전까지의 태아를 성장 단계에 따라 구분하여 보호의 정도를 달리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한편,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해 낙태를 방지하는 방법으로 비형벌적 제재가 아닌 형벌적 제재를 택한 것이 지나치게 과도한 방법인지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자기낙태죄 조항이 형벌로써 낙태를 규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법적인 낙태가 성행하고 있고 그에 대한 처벌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만일 낙태를 처벌하지 않거나 형벌보다 가벼운 제재를 가하게 된다면 현재보다도 훨씬 더 낙태가 만연하게 되어 자기낙태죄 조항의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리고 성교육과 피임법의 보편적 상용, 임부에 대한 지원 등은 원하지 않는 임신을 미연에 방지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나 불법적인 낙태를 방지할 효과적인 수단이 되기에는 부족하다.

물론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사유 등으로 낙태를 허용해야 할 필요가 절실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에 입법자는 일정한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에는 임신 24주 이내의 낙태를 허용하여(모자보건법 제14조, 동법 시행령 제15조), 임부의 생명ㆍ건강의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경우나 범죄행위로 인한 임신의 지속이 오히려 법질서에 반하는 경우와 같이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태아의 생명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에서 더 나아가 사회적ㆍ경제적 사유로 인한 낙태로까지 그 허용의 사유를 넓힌다면, 자칫 자기낙태죄 조항은 거의 사문화되고 낙태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져 인간생명에 대한 경시풍조가 확산될 우려마저 없지 않다.

따라서 자기낙태죄 조항은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3) 법익의 균형성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말미암아 임부의 자기결정권이 제한되는 것은 사실이나, 그 제한의 정도가 자기낙태죄 조항을 통하여 달성하려는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공익에 비하여 결코 중하다고 볼 수 없다. 비록 자기

낙태죄 조항이 낙태 근절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이 조항이 존재함으로 인한 위축효과 및 이 조항이 없어질 경우 발생할지도 모를 인명경시풍조 등을 고려하여 보면,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달성하려는 공익이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달성하려는 공익과 제한되는 사익 사이에 법익균형성도 충족된다.


4) 소결

그렇다면 자기낙태죄 조항이 임신 초기의 낙태나 사회적ㆍ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를 허용하고 있지 아니한 것이 임부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자기낙태죄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3)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관한 판단

청구인은, 자기낙태죄 조항의 위헌 여부와 별개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조산사의 업무상동의낙태를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과도한 처벌이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조산사가 임부의 촉탁이나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때에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와 형법 제269조 제2항의 동의낙태죄와 달리 벌금형을 법정형으로 규정하지 아니한 것이 형벌체계상의 균형에 반하여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차례로 살펴보기로 한다.

(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 위배 여부

1) 법정형의 내용에 대한 입법형성권의 범위와 한계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이에 대하여 어떠한 형벌을 과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원칙적으로 입법자가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범죄의 실태와 죄질, 보호법익 및 범죄예방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할 국가의 입법정책에 관한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부분이다. 또한, 어느 범죄에 대한 법정형이 그 범죄의 죄질 및 이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현저히 형벌 체계상의 균형을 잃고 있다거나 그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하였다는 등 헌법상의 평등 및 비례의 원칙 등에 명백히 위배되는 경우가 아닌 한 쉽사리 헌법에 위반된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헌재 2011. 2. 24. 2009헌바29, 판례집 23-1상, 75, 85).


2) 판단

입법자는 생명의 유지와 보호, 건강의 회복과 증진을 본분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조산사가 그에 반하는 낙태를 하게 한 경우에는 일반인보다 책임이 무거우며, 실제로 낙태시술의 기능이나 낙태에 사용하는 약품 등을 알고 있는 조산사가 이를 남용하여 영리행위에 이르게 될 우려가 있다는 판단 하에 조산사의 낙태를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도록 함으로써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고자 한 것임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조산사의 낙태를 징역형으로 처벌하는 것은 이러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이고 적절한 방법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조산사가 임부의 촉탁이나 승낙을 받아 낙태를 하게 한 경우를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그 법정형의 상한이 2년 이하의 징역으로 되어 있어 법정형의 상한 자체가 높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비교적 죄질이 가벼운 낙태에 대하여는 작량감경이나 법률상 감경을 하지 않아도 선고유예 또는 집행유예 선고의 길이 열려 있으므로, 행위의 개별성에 맞추어 책임에 알맞은 형벌을 선고할 수 없도록 하는 지나치게 과중한 형벌을 규정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나) 형벌의 체계정당성 및 평등원칙 위배 여부에 관한 판단

형벌체계의 균형성 및 평등원칙의 내용은, 죄질과 보호법익 등이 유사한 범죄는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비슷한법정형으로처벌되어야한다는것이다(헌재 2008.10.30.2006헌마447,판례집20-2상,1049, 1056).

낙태는 행위태양에 관계없이 태아의 생명을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높고, 일반인에 의해서 행해지기는 어려워 대부분 낙태에 관한 지식이 있는 의료업무종사자를 통해 이루어지며, 태아의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태아의 생명을 박탈하는 시술을 한다는 점에서 비난가능성 또한 크다. 나아가 경미한 벌금형은 낙태시술의 기능이나 낙태에 사용하는 약품 등을 알고 있는 것을 남용하여 영리행위를 추구하는 조산사에 대하여는 위하력을 가지기 어렵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입법자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형법상 동의낙태죄(제269조 제2항)와 달리 벌금형을 규정하지 아니한 것이 형벌체계상의 균형에 반하여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도 할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5.와 같은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이동흡,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송두환의 반대의견이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관여 재판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었고, 반대의견에 관하여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이동흡의 보충의견이 있다.


5.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이동흡,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송두환의 반대의견

우리는 자기낙태죄 조항이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일률적으로 처벌하고 있다는 점에서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생각하며,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도 같은 사유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한다.

가. 자기낙태죄 조항의 위헌 여부

우리 형법은 태아의 발달단계 혹은 독자적 생존능력과 무관하게 모든 낙태를 금지하고 처벌하면서, 다만 모자보건법상 일정한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임신 24주 이내에 한하여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이러한 형법모자보건법에 의하면, 일정한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없는 한 임신 초기의 낙태도 허용되지 않는바,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처벌하고 있는 자기낙태죄 조항이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1)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절성

자기낙태죄 조항이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낙태를 방지하기 위하여 임부의 낙태를 형사처벌하는 것이 이러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 관하여는 법정의견과 견해를 같이 한다.


(2) 침해의 최소성

(가) 국가는 헌법 제10조에 따라 태아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바, 태아에 대한 국가의 보호의무에는 출산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하는 것뿐만 아니라, 여성이 임신 중 또는 출산 후 겪게 되는 어려움을 도와주는 것까지 포함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태아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언명은 임부의 신체적ㆍ사회적 보호를 포함할 때에야 비로소 실질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태아는 생성중인 인간으로서 생물학적으로 모체 내에서 모체에 종속되어 있어 생명의 유지와 성장을 전적으로 모체에 의존하고 있는 불완전한 생명이며, 임신과 출산은 기본적으로 모(母)의 책임 하에 대부분이 이루어지므로, 원하지 않은 임신 내지 출산이 모(母)와 태아 그리고 우리 사회 전체에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현실(미혼모 문제, 해외입양문제, 영아유기ㆍ치사 문제, 고아문제 등)을 감안하면, 임신기간 중 일정 시점까지는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줄 필요가 있다.

다만 임부에게 낙태를 허용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태아의 생명권에 대한 제한을 수반하게 되므로, 태아의 생명권과의 사이에 법익의 균형을 도모할 필요성, 즉 태아의 생명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지 않도록 조화로운 범위 내에서 일정한 한계를 설정하는 것이 요청된다.


(나) 생명의 연속적 발전과정에 대하여 생명이라는 공통요소만을 이유로 하여 언제나 동일한 법적 효과를 부여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동일한 생명이라 할지라도 법질서가 생명의 발전과정을 일정한 단계들로 구분하고 그 각 단계에 상이한 법적 효과를 부여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 예컨대 형법은 태아를 통상 낙태죄의 객체로 취급하지만, 진통시로부터 태아는 사람으로 취급되어 살인죄의 객체로 됨으로써 생명의 단계에 따라 생명침해행위에 대한 처벌의 정도가 달라진다. 나아가 태아는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한 때로부터 낙태죄의 객체로 되는데 착상은 통상 수정 후 14일 경에 이루어지므로, 그 이전의 생명에 대해서는 형법상 어떠한 보호도 행하고 있지 않다.

이와 같이 생명의 전체적 과정에 대해 법질서가 언제나 동일한 법적 보호 내지 효과를 부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국가가 생명을 보호하는 입법적 조치를 취함에 있어 인간생명의 발달단계에 따라 그 보호정도나 보호수단을 달리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헌재 2008. 7. 31. 2004헌바81, 판례집 20-2상, 91, 104-106 참조).

살피건대, 생물학의 발전과 의학적 치료술의 발전에 따라 태아가 독자적으로 생존능력을 갖게 되는 시기는 가변적일 수 있으나, 현대 의학의 수준에서는 태아가 임신 24주에 이르기까지는 폐포가 될 종말낭(terminal sacs)이 아직 형성되지 않아 자궁배출 이후에 호흡에 이를 가능성이 전무하며 자존적 생존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보고 있으므로, 태아의 독자적 생존능력은 임신 24주 이후에 인정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현행 모자보건법도 태아가 모체 밖에서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시기에 시행됨을 전제로 하는 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 기간을 임신 24주일 이내라고 규정하고 있어(모자보건법 제2조 제7호, 동법 시행령 제15조 제1항), 임신 24주 이후의 태아에게 독자적 생존능력이 있음을 전제하고 있다. 그렇다면, 태아가 독자적 생존능력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는 임신 24주 이후에는 태아의 생명도 인간의 생명과 어느 정도 동일시할 수 있으므로 임부의 낙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임부의 생명이나 건강에 현저한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등 특단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낙태를 허용함이 바람직하다.

다음으로, 태아가 독자적 생존능력을 갖추기 전이라도 임신 중기(임신 13주~24주)의 낙태는 임신 초기(임신 1주~12주)의 낙태에 비하여 자궁천공, 출혈패혈증, 양수전색증 등의 합병증 우려가 크고, 모성사망률의 위험도 급격히 커져 임부의 생명이나 건강에 위해가 생길 우려가 증가하므로, 국가는 모성의 건강을 증진하기 위하여 낙태의 절차를 규제하는 등으로 임신중기의 낙태에 관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임신 초기, 즉 임신 1주에서 12주까지의 시기는 태아가 이제 막 인간과 유사한 신체적 특징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시기로서, 의학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이 시기의 태아는 사고나 자아인식, 정신적 능력과 같은 의식적 경험에 필요한 신경생리학적 구조나 기능들은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즉 임신 초기의 태아는 감각을 분류하거나 감각의 발생부위 또는 그 강도 등을 식별할 수 없고, 더 나아가 여러 가지 감각을 통합하여 지각을 형성할 수도 없어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편, 임신 초기의 낙태는 시술방법이 간단하여 비교적 임부에게 안전하다고 할 수 있고, 실제로 낙태로 인한 합병증 및 모성사망률이 현저히 낮다. 따라서 임신 초기에는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여 낙태를 허용해 줄 여지가 크다. 나아가, 낙태를 형사처벌하도록 하고 있는 형법 규정이 현재는 거의 사문화되어 낙태의 근절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불법낙태로 임부의 건강이나 생명에 위험이 초래되는 사태가 빈발하고 있어 그 대책이 시급한 현실에 비추어 보면, 적어도 임신 초기에는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여 낙태를 허용해 줄 필요성이 있다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임신기간 여하에 따라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고려할 수 있는 가능성 및 필요성이 있다 할 것인데도, 이 사건 자기낙태죄 조항은 임부의 기본권을 덜 제한하는 다른 수단을 모색하지 아니한 채 임신기간 여하에 상관없이 임부의 낙태를 전면적,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자기낙태죄 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된다.


(3) 법익의 균형성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추구하려는 공익은 태아의 생명보호이다. 그런데 각종 통계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낙태가 가장 많은 국가군에 속하지만 형사상 낙태죄로 처벌되거나 기소되는 예는 매우 드물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해마다 3~10건 정도 기소되어 재판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임부의 자기낙태 사건에서의 결론은 대부분 선고유예였다고 한다. 이는 결국 낙태를 형사처벌하도록 하고 있는 형법 규정이 현재는 거의 사문화되어 낙태의 근절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하는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와 같이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달성하려는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공익은 더 이상 자기낙태죄 조항을 통하여 달성될 것으로 보기 어렵다. 오히려 형사처벌보다는 성교육 내지 피임 관련 교육, 낙태상담 등의 실시, 임부에 대한 사회복지 차원에서의 부조와 국가적 지원 등이 더욱 실효성 있는 수단이 될 것이다.

반면,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은 임부의 임신 유지 여부에 대한 자기결정의 영역을 전혀 존중하지 아니하는 것으로서,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제한되는 사익인 임부의 자기결정권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금지하고 처벌하는 자기낙태죄 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볼 것이다.


(4) 소결

자기낙태죄 조항은 임신 초기(임신 1주~12주)의 낙태까지 전면적,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처벌하고 있다는 점에서 침해의 최소성 원칙 및 법익균형성의 원칙에 위배하여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자기낙태죄 조항이 임부의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일률적으로 처벌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헌이므로, 동일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하여 임신 초기의 임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시술을 한 조산사를 형사처벌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도 위 범위 내에서 위헌이라고 볼 것이다.


다. 결어

이 사건 법률조항 및 이와 동일한 위헌 사유가 있는 형법 제269조, 제270조 제3항 중 제1항에 관한 부분의 각 "낙태"에 ‘임신 12주 이내의 낙태’가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언하여야 할 것이다.


6. 재판관 이동흡의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나는 자기낙태죄 조항이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은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되는바, 이와 동일한 위헌 사유가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 및 형법 제269조, 제270조 제3항 중 제1항에 관한 부분의 각 "낙태"에 ‘임신 12주 이내의 낙태’가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반대의견에 동의한다. 다만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여 임신 초기의 낙태를 허용하더라도 임부가 낙태에 대하여 충분히 숙고한 뒤에 결정할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의학적으로 안전한 낙태시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입법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생각하므로, 다음과 같이 보충의견을 밝히고자 한다.

자기낙태죄 조항은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생명체인 태아만을 보호하고 있을 뿐, 이미 완전한 인격체로서 스스로의 삶을 영위하고 있는 임부의 자기결정권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양자 간에 법익의 균형성을 도모하고 있지 아니하다. 한편, 낙태를 하는 임부는 대부분 출산과 낙태 사이에서 심각한 갈등을 겪지만, 낙태를 하지 않으면 태아와 임부 모두 더 불행해질 것이 예견되기 때문에 낙태를 감행한다고 한다. 즉 정신적ㆍ육체적으로 낙태를 쉽게 여기는 임부는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하지 않은 임신과 출산을 강요하는 것은 임부와 태아 더 나아가 우리 사회 전체에 여러 가지 부작용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낙태를 형사처벌하여 출산을 강요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조화로운 범위 내에서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할 수 있도록 임신 초기의 낙태는 허용해 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임신 초기의 낙태를 허용하게 되면 독자적 생존능력이 없는 임신 초기의 태아는 필연적으로 생명을 박탈당하게 되므로, 입법자는 임부가 낙태에 대하여 충분히 숙고한 뒤에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전문가와의 상담 등 사전 조치들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상담은 태아의 생명보호에 기여할 수 있도록 임부를 격려하고 자녀와 함께하는 삶의 비전을 일깨워 주기 위한 것이어야 하며, 임부가 책임 있고 양심에 따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어야 한다. 나아가 입법자는 의학적으로 안전한 낙태시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병원이나 의사 등에 대한 일정한 요건을 마련하여, 임부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외국 입법례를 보더라도, 독일 형법은 착상 후 12주 미만의 낙태는 임부의 요청에 의해 의사가 시술하며, 임신갈등상담소에서의상담사실증명서가 시술의사에게 제시되면 구성요건해당성을 배제하고 있고, 윤리적 사유(착상 후 12주 미만) 및 의학적ㆍ사회적사유(임신기간불문)에 의한 낙태는 임부의 동의와 의사의 시술이라는 요건을 갖추면 위법성이 조각되며, 착상 후 22주 미만의 낙태는 임신갈등상담소의 상담을 거쳐 의사가 시술하면 형을 면제하고 있다. 영국의 낙태법은 두 명의 등록된 의사가 의학적 근거가 충족되었다는 점을 증명한 이후에는 임신 24주까지 낙태가 가능하며, 원칙적으로 국립의료원 등 승인된 장소에서 시술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일본 모체보호법은 태아가 모체 외에서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시기에 같은 법 제14조 제1항에 해당하는 사유로 낙태를 하는 경우 각 지방자치단체의 의사회가 지정하는 의사만이 낙태시술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므로 입법자는 임신 초기의 낙태를 허용함에 있어 임부가 낙태에 대하여 충분히 숙고한 뒤에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상담 등의 사전조치를 강구함과 동시에 의학적으로 안전한 낙태시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병원이나 의사에 대한 일정한 요건을 두는 등의 입법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임을 지적해 두고자 한다.


재판관 이강국(재판장)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송두환 박한철 이정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