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헌재결정례정보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병역법 제88조 제1항 위헌소원

[전원재판부 2004헌바61, 2004. 10. 28.]

【전문】

사건 2004헌바61, 2004헌바62, 2004헌바75(병합) 병역법 제88조 제1항 위헌소원

청구인 1. 최○진(2004헌바61)

    2. 윤○범(2004헌바62)

    3. 오○양(2004헌바75)

     대리인 법무법인 덕수

     담당변호사 이석태, 김형태, 이정희, 윤영환, 탁경국

당해사건 대법원 2004도2965 병역법위반(2004헌바61), 대법원 2004도2964 병역법위반(2004헌바62), 서울동부지방법원 2002고단934 병역법위반(2004헌바75)


[주 문]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1999. 2. 5. 법률 제5757호로 개정된 것)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2004헌바61 사건

청구인 최○진은 병무청장으로부터 현역입영통지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병역법 제88조 제1항 위반죄로 기소되어, 2004. 4. 28. 항소심인 서울동부지방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았다(2004노79).

위 청구인은 위 항소심판결에 대하여 대법원에 상고한 후(2004도2965) 위 공소사실에 적용된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 양심에 따른 입영거부자들의 양심의 자유 등을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대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2004초기240)을 하였으나, 대법원이 2004. 7. 15. 상고를 기각함과 동시에 위헌제청신청도 기각하자 2004. 8. 23.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2004헌바62 사건

청구인 윤○범은 병무청장으로부터 현역입영통지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병역법 제88조 제1항 위반죄로 기소되어, 2004. 2. 13.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고(2002고단493) 항소하였으나 항소심은 2004. 4. 28. 위 항소를 기각하였다.

위 청구인은 대법원에 상고한 후(2004도2964) 위 공소사실에 적용된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 양심에 따른 입영거부자들의 양심의 자유 등을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대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2004초기241)을 하였으나, 대법원이 2004. 7. 22. 위 신청을 기각하자 2004. 8. 23.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3) 2004헌바75 사건

청구인 오○양은 병무청장으로부터 현역입영통지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병역법 제88조 제1항 위반죄로 기소되어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던 중(2002고단934), 2004. 8. 24. 위 공소사실에 적용된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 양심에 따른 입영거부자들의 양심의 자유 등을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위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2004초기871)을 하였으나, 위 법원이 2004. 8. 30. 위 신청을 기각하자 2004. 10. 1.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따라서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1999. 2. 5. 법률 제5757호로 개정된 것, 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병역법 제88조(입영의 기피) ① 현역입영 또는 소집통지서(모집에 의한 입영통지서를 포함한다)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없이 입영 또는 소집기일부터 다음 각 호의 기간이 경과하여도 입영하지 아니하거나 소집에 불응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다만, 제53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전시근로소집에 대비한 점검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없이 지정된 일시의 점검에 불참한 때에는 6월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에 처한다.

1. 현역입영은 5일


2. 청구인의 주장과 관계기관 의견의 요지

가. 청구인의 주장요지

(1)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처벌하는 것은 양심에 반하는 병역종사행위를 강제하는 것으로서, 병역을 이행하지 않는 부작위를 통한 양심실현의 자유를 국가가 정면으로 침해하는 것이다. 이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과 존재론적이고 본질적인 충돌을 일으키고, 그의 양심형성 및 유지의 자유와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을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한다.

(2) 종교적 신념에 기한 병역거부에 대하여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그 종교를 믿는 자에게 병역의무의 이행과 종교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것이어서 종교를 선택하고 신앙을 유지할 자유를 제한하므로 종교의 자유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한다.

(3) 양심의 유지와 형성 및 이를 실현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확보하기 위하여 필수적인 것임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은 양심에 반하는 집총을 강제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처벌함으로써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하여금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유지할 수 없도록 한다.

(4) 병역법이 일정한 신체적 결함이 있거나 일정 수준 이상의 학식이나 기능이 있는 자에게는 병역의무를 면제하거나 보충역으로 분류하여 공공의 이익을 위한 업무를 담당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종교적 신념과 양심으로 인하여 병역을 이행할 수 없는 자에게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종교에 의한 차별에 해당한다.

또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이기적 동기에 의한 병역거부자들과 동일하게 처벌하는 것은 "같은 것을 같게, 다른 것을 다르게" 대우하여야 한다는 평등원칙에 어긋난다.

(5)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더라도 그 침해가 최소한도에 그치기 위해서는 국가가 소수의 국민일지라도 이들이 양심의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 행동할 수 있도록 대안적 행동방식을 마련해야 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비집총부분의 군복무를 이행하도록 하거나 순수한 민간봉사업무를 담당하도록 하는 등의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최소침해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다.

나. 위헌제청신청 기각결정 이유의 요지

(1) 헌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양심의 자유에는 양심형성의 자유와 양심상 결정의 자유를 포함하는 내심적 자유뿐만 아니라 소극적인 부작위에 의하여 양심상 결정을 외부로 표현하고 실현할 수 있는 자유, 즉 양심상 결정에 반하는 행위를 강요당하지 아니할 자유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양심의 자유는 기본적으로 국가에 대하여, 개인의 양심형성 및 실현과정에 대하여 부당한 법적 강제를 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소극적인 방어권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 그런데, 여호와의 증인의 신자로서 자신이 믿는 종교적 교리에 근거한 양심의 명령에 따라 현역병 입영을 거부한 피고인의 행위에 대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을 적용한다면, 간접적으로 피고인의 양심상의 결정에 반하여 현역병 입영을 강제하는 것으로서 헌법 제19조가 보호하는 ‘자신의 양심상 결정에 반하는 행위를 강제 받지 아니할 자유’를 제한하고, 동시에 피고인의 양심상 결정의 동기가 그가 믿는 종교에 기초한 이상 헌법 제20조 제1항의 종교의 자유도 제한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러나 양심형성의 자유와 양심상 결정의 자유는 내심에 머무르는 한 이를 제한할 수도 그리고 제한할 필요성도 없다는 점에서 절대적 자유라고 할 것이지만 이와 달리 소극적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는 그 양심의 실현과정에서 다른 법익과 충돌할 수 있게 되고 이 때에는 필연적으로 제한이 수반될 수도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라면 소극적 부작위에 의한 양심 실현의 자유가 제한받는다고 하여 곧바로 양심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에 대한 침해가 있다고 말할 것은 아니다. 양심 실현의 자유도 결국 그 제한을 정당화할 헌법적 법익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법률에 의하여 제한될 수 있는 상대적 자유라고 하여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헌법은 제5조 제2항에서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 그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된다"고 규정하고, 제39조 제1항에서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방의 의무는 외적으로부터 국가를 방위하여 국가의 정치적 독립성과 영토의 완전성을 수호할 의무로서 납세의 의무와 더불어 국가의 존립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의무라 할 것이고, 특히 남북이 분단되어 여전히 서로 군사적으로 대치되고 있어 불안정성과 불가예측성이 상존하는 우리나라의 특수한 현실적 안보상황을 고려하면 국방의 의무는 보다 강조되어도 지나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바로 이와 같이 가장 기본적인 국민의 국방의 의무를 구체화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병역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국가의 안전보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국민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도 보장될 수 없음은 불을 보듯 명확한 일이다.

따라서 병역의무는, 궁극적으로는 국민 전체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 할 것이고, 피고인의 양심의 자유가 위와 같은 헌법적 법익보다 우월한 가치라고는 할 수 없다. 그 결과, 위와 같은 헌법적 법익을 위하여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피고인의 양심의 자유를 제한한다 하더라도 이는 헌법상 허용된 정당한 제한이라 할 것이다.

(2)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 헌법상의 기본권은 다른 개별적 기본권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에 한하여 보충적으로 적용되는 기본권이고, 헌법 제10조의 보장 내용인 일반적 행동의 자유 등이 양심 및 종교의 영역에서 구체화된 것이 바로 양심 및 종교의 자유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으로 인하여 피고인의 양심 및 종교의 자유가 부당하게 침해되었다거나 피고인의 현역입영 거부에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이상, 이 사건 법률 조항의 적용으로 인하여 피고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또는 행복추구권이 침해된다고도 할 수 없다.

(3) 병역의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현역입영을 거부하는 자에 대하여 형벌을 부과할 것인지, 대체복무를 인정할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는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입법재량이 유보되어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병역법이 질병 또는 심신장애로 병역을 감당할 수 없는 자에 대하여 병역을 면제하는 규정을 두고 있고, 일정한 자에 대하여는 공익근무요원, 전문연구요원, 산업기능요원 등으로 근무할 수 있는 병역특례제도를 두고 있음에도 양심 및 종교의 자유를 이유로 현역입영을 거부하는 자에 대하여는 현역입영을 대체할 수 있는 특례를 두지 아니하고 형벌을 부과하는 규정만을 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과잉금지 또는 비례의 원칙에 위반된다거나 종교에 의한 차별금지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다.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장과 병무청장의 의견

헌법재판소가 2004. 8. 26. 선고한 2002헌가1 사건에서 밝힌 결정이유를 원용하고 있다.


3. 판단

헌법재판소는 2004. 8. 26. 선고한 2002헌가1 사건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결정한 바 있는데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양심의 자유의 헌법적 의미 및 보장내용

(1) 헌법은 제19조에서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하여 양심의 자유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이로써 국가의 법질서와 개인의 내적ㆍ윤리적 결정인 양심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 헌법은 국가로 하여금 개인의 양심을 보호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소수의 국민이 양심의 자유를 주장하여 다수에 의하여 결정된 법질서에 대하여 복종을 거부한다면, 국가의 법질서와 개인의 양심 사이의 충돌은 항상 발생할 수 있다.

(2) 일반적으로 민주적 다수는 법질서와 사회질서를 그의 정치적 의사와 도덕적 기준에 따라 형성하기 때문에, 그들이 국가의 법질서나 사회의 도덕률과 양심상의 갈등을 일으키는 것은 예외에 속한다. 양심의 자유에서 현실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사회적 다수의 양심이 아니라, 국가의 법질서나 사회의 도덕률에서 벗어나려는 소수의 양심이다. 따라서 양심상의 결정이 어떠한 종교관ㆍ세계관 또는 그 외의 가치체계에 기초하고 있는가와 관계없이, 모든 내용의 양심상의 결정이 양심의 자유에 의하여 보장된다.

(3) 헌법 제19조의 양심의 자유는 크게 양심형성의 내부영역과 형성된 양심을 실현하는 외부영역으로 나누어 볼 수 있으므로, 그 구체적인 보장내용에 있어서도 내심의 자유인 ‘양심형성의 자유’와 양심적 결정을 외부로 표현하고 실현하는 ‘양심실현의 자유’로 구분된다. 양심형성의 자유란 외부로부터의 부당한 간섭이나 강제를 받지 않고 개인의 내심영역에서 양심을 형성하고 양심상의 결정을 내리는 자유를 말하고, 양심실현의 자유란 형성된 양심을 외부로 표명하고 양심에 따라 삶을 형성할 자유, 구체적으로는 양심을 표명하거나 또는 양심을 표명하도록 강요받지 아니할 자유(양심표명의 자유),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요받지 아니할 자유(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 양심에 따른 행동을 할 자유(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를 모두 포함한다.

양심의 자유 중 양심형성의 자유는 내심에 머무르는 한, 절대적으로 보호되는 기본권이라 할 수 있는 반면, 양심적 결정을 외부로 표현하고 실현할 수 있는 권리인 양심실현의 자유는 법질서에 위배되거나 타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법률에 의하여 제한될 수 있는 상대적 자유라 할 것이다(헌재 1998. 7. 16. 96헌바35, 판례집 10-2 159, 166 참조).

나.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제한되는 기본권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형사처벌이라는 제재를 통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요하고 있으므로, ‘국가에 의하여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요당하지 아니 할 자유’, ‘양심에 반하는 법적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 할 자유’ 즉,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정이다.

한편, 헌법 제20조 제1항은 종교의 자유를 따로 보장하고 있으므로 양심적 병역거부가 종교의 교리나 종교적 신념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면,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종교의 자유도 함께 제한된다. 그러나 양심의 자유는 종교적 신념에 기초한 양심뿐만 아니라 비종교적인 양심도 포함하는 포괄적인 기본권이므로, 이하에서는 양심의 자유를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

헌법은 제5조 제2항에서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를 국군의 신성한 의무라고 규정하면서 제39조 제1항에서 국가안전보장을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서 국방의 의무를 명문으로 인정하고 있다. 또한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는 국가안전보장을 위하여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을 밝히면서 제76조 제1항에서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하여 대통령에게 국가긴급권을 부여하고 있고, 제91조에서 대통령의 자문기관으로서 국가안전보장회의를 두도록 규정하는 등 ‘국가의 안전보장’을 중대한 헌법적 법익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가의 안전보장’은 국가의 존립과 영토의 보존, 국민의 생명ㆍ안전의 수호를 위한 불가결한 전제조건이자 모든 국민이 자유를 행사하기 위한 기본적 전제조건으로서 헌법이 이를 명문으로 규정하는가와 관계없이 헌법상 인정되는 중대한 법익이며, 국방의 의무는 국가의 안전보장을 실현하기 위하여 헌법이 채택한 하나의 중요한 수단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국민의 의무인 ‘국방의 의무’의 이행을 관철하고 강제함으로써 징병제를 근간으로 하는 병역제도 하에서 병역자원의 확보와 병역부담의 형평을 기하고 궁극적으로 국가의 안전보장이라는 헌법적 법익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라. 양심실현의 자유의 보장문제

(1) 헌법적 질서의 일부분으로서 양심실현의 자유

(가) 국가의 존립과 법질서는 국가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이 자유를 행사하기 위한 기본적 전제조건이다. 기본권의 행사가 국가공동체 내에서의 타인과의 공동생활을 가능하게 하고 국가의 법질서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모든 기본권의 원칙적인 한계이며, 양심의 자유도 헌법적 질서 내에 자리잡음으로써 모든 헌법적 법익을 구속하는 이러한 한계가 이미 설정되었다.

따라서 양심의 자유가 보장된다는 것은, 곧 개인이 양심상의 이유로 법질서에 대한 복종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모든 개인이 양심의 자유를 주장하여 합헌적인 법률에 대한 복종을 거부할 가능성이 있으며, 개인의 양심이란 지극히 주관적인 현상으로서 비이성적ㆍ비윤리적ㆍ반사회적인 양심을 포함하여 모든 내용의 양심이 양심의 자유에 의하여 보호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국가의 법질서는 개인의 양심에 반하지 않는 한 유효하다’는 사고는 법질서의 해체, 나아가 국가공동체의 해체를 의미한다. 그러나 어떠한 기본권적 자유도 국가와 법질서를 해체하는 근거가 될 수 없고, 그러한 의미로 해석될 수 없다.

(나)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 헌법 제19조의 양심의 자유는 개인에게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할 권리를 부여하지 않는다. 양심의 자유는 단지 국가에 대하여 가능하면 개인의 양심을 고려하고 보호할 것을 요구하는 권리일 뿐, 양심상의 이유로 법적 의무의 이행을 거부하거나 법적 의무를 대신하는 대체의무의 제공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 따라서 양심의 자유로부터 대체복무를 요구할 권리도 도출되지 않는다. 우리 헌법은 병역의무와 관련하여 양심의 자유의 일방적인 우위를 인정하는 어떠한 규범적 표현도 하고 있지 않다. 양심상의 이유로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할 권리는 단지 헌법 스스로 이에 관하여 명문으로 규정하는 경우에 한하여 인정될 수 있다.

(2) 국방의 의무와 양심실현의 자유의 경우 법익교량의 특수성

양심실현의 자유의 보장 문제는 ‘양심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통하여 실현하고자 하는 ‘헌법적 법익’ 및 ‘국가의 법질서’ 사이의 조화의 문제이며, 양 법익간의 법익형량의 문제이다.

그러나 양심실현의 자유의 경우 법익교량과정은 특수한 형태를 띠게 된다. 수단의 적합성, 최소침해성의 여부 등의 심사를 통하여 어느 정도까지 기본권이 공익상의 이유로 양보해야 하는가를 밝히는 비례원칙의 일반적 심사과정은 양심의 자유에 있어서는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양심의 자유의 경우 비례의 원칙을 통하여 양심의 자유를 공익과 교량하고 공익을 실현하기 위하여 양심을 상대화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의 본질과 부합될 수 없다. 양심상의 결정이 법익교량과정에서 공익에 부합하는 상태로 축소되거나 그 내용에 있어서 왜곡ㆍ굴절된다면, 이는 이미 ‘양심’이 아니다.

따라서 양심의 자유의 경우에는 법익교량을 통하여 양심의 자유와 공익을 조화와 균형의 상태로 이루어 양 법익을 함께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양심의 자유’와 ‘공익’ 중 양자택일 즉, 양심에 반하는 작위나 부작위를 법질서에 의하여 ‘강요받는가 아니면 강요받지 않는가’의 문제가 있을 뿐이다.

마. 이 사건 법률조항이 양심실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의 여부

(1) 양심실현의 자유의 보장문제는 ‘국가가 민주적 공동체의 다수결정과 달리 생각하고 달리 행동하고자 하는 소수의 국민을 어떻게 배려하는가’의 문제, 소수에 대한 국가적ㆍ사회적 관용의 문제이며, ‘국가가 자신의 존립과 법질서를 유지하면서도 또한 개인의 양심도 보호하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양심의 자유는 일차적으로 입법자에 대한 요청으로서 가능하면 양심의 자유가 보장될 수 있도록 법질서를 형성해야 할 의무를 부과하는 기본권이다. 법적 의무와 개인의 양심이 충돌하는 경우 법적 의무의 부과를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의 실현과 법질서를 위태롭게 함이 없이 법적 의무를 대체하는 다른 가능성이나 법적 의무의 개별적 면제와 같은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양심상의 갈등이 제거될 수 있다면, 입법자는 이와 같은 방법을 통하여 개인의 양심과 국가 법질서의 충돌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할 의무가 있다.

(2)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지의 문제는 ‘입법자가 양심의 자유를 고려하는 예외규정을 두더라도 병역의무의 부과를 통하여 실현하려는 공익을 달성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문제이다.

그런데 양심의 자유를 주장하는 자에 대하여 아무런 대체의무의 부과 없이 국민 모두에게 적용되는 의무로부터 면제하는 것은 헌법상 허용되지 않는 특권을 부여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양심의 자유가 국민의 의무로부터의 예외를 요청한다면, 국가적 관용과 예외의 허용이 소수의 특권이 되지 않도록 국가는 가능하면 다른 대체의무의 부과를 통하여 이러한 불평등적 요소를 상쇄해야 한다.

병역의무와 관련하여 의무부과의 불평등적 요소를 가능하면 제거하면서도 개인의 양심을 고려하는 수단 즉, 양심과 병역의무라는 상충하는 법익을 이상적으로 조화시키는 방안으로서 대체적 민간복무제(이하 ‘대체복무제’라 한다)가 고려된다.

(3) 입법자는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것인지를 판단함에 있어서 국가의 전반적인 안보상황, 국가의 전투력, 병력수요, 징집대상인 인적 자원의 양과 질, 대체복무제의 도입시 예상되는 전투력의 변화, 한국의 안보상황에서 병역의무가 지니는 의미와 중요성, 병역의무이행의 평등한 분담에 관한 국민적ㆍ사회적 요구, 군복무의 현실적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데, 현재 우리의 안보상황에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더라도 국가안보란 중대한 공익의 달성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지에 관하여는 다음과 같은 상이한 평가와 판단이 가능하다.

(가) 한편으로는 다음과 같은 낙관적인 예상이 가능하다.

우선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전체 징병인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할 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국방력은 전투력에 의존하는 것만도 아니고, 현대전은 정보전ㆍ과학전의 양상을 띠므로 인적 병력자원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병역의무에 대하여 예외를 인정할 경우 병역의무의 형평문제가 제기된다고 하나, 양심의 보호와 형평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대체복무제의 도입은 현실적으로 가능하며, 다수의 국가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시행되고 있다.

복무기간, 고역의 정도 등을 종합하여 대체복무의 부담이 현역복무와 등가관계가 성립되도록 대체복무제도를 운영한다면, 국방의무의 평등한 이행을 확보할 수 있고, 이 제도를 악용하려는 병역기피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또한 대체복무제를 도입한 많은 다른 나라들의 경험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병역거부가 양심상의 결정에 근거한 것인지에 대한 엄격한 사전심사절차와 사후관리를 통하여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가려내는 것이 가능하므로, 대체복무제도라는 대안을 채택하더라도 국방력의 유지에는 아무런 손상이 없다.

(나)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다음과 같은 부정적인 예상도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휴전상태에 있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서 그간의 군비경쟁을 통하여 축적한 막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남북이 아직도 적대적 대치상태에 있다. 이와 같이 고유한 안보상황에서 병역의무 및 병역부담의 평등원칙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는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 국방의 개념, 현대전의 양상에 변화가 생긴 것은 사실이나, 국방력에 있어서 인적 병력자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작금의 출산율 감소로 인한 병력자원의 자연감소도 감안하여야 한다.

우리나라 현역복무의 힘든 여건을 감안하면, 대체복무를 통하여 부담의 등가성을 확보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으며, 부담의 등가성을 실현하려는 나머지 대체복무가 양심실현에 대한 징벌적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도 있다.

또한 비록 현 단계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전체 징병인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하더라도 형벌을 통하여 일반적으로 병역기피를 억제하였던 예방효과는 대체복무제의 도입으로 인하여 급격히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병역비리와 병역기피풍조가 줄기차게 이어져 왔었다는 우리 사회의 지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제도적 대비책만으로 대체복무제를 악용하려는 의도적 병역기피를 완전히 차단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을 하는 것은 너무 낙관적이다. 병역부담평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강력하고 절대적인 우리 사회에서 병역의무에 대한 예외를 허용함으로써 의무이행의 형평성문제가 사회적으로 야기된다면, 대체복무제의 도입은 사회적 통합을 결정적으로 저해함으로써 국가전체의 역량에 심각한 손상을 가할 수 있으며, 나아가 국민개병제에 바탕을 둔 전체 병역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다.

(4) 이 사건과 같이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의 위헌성여부가 미래에 나타날 법률 효과에 달려 있다면, 헌법재판소가 어느 정도로 이에 관한 입법자의 예측판단을 심사할 수 있으며, 입법자의 불확실한 예측판단을 자신의 예측판단으로 대체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가) 입법자에게 인정되는 예측판단권은 법률을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의 비중 및 침해되는 법익의 의미, 규율영역의 특성, 확실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현실적 가능성의 정도에 따라 다르다.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의 비중이 클수록, 개인이 기본권의 행사를 통하여 타인과 국가공동체에 영향을 미칠수록 즉, 기본권행사의 사회적 연관성이 클수록, 입법자에게는 보다 광범위한 형성권이 인정되므로, 이 경우 입법자의 예측판단이나 평가가 명백히 반박될 수 있는가 아니면 현저하게 잘못되었는가 하는 것만을 심사하게 된다. 이러한 한계까지는 공익을 어떠한 방법으로 실현하고자 하는가의 판단은 입법자의 형성권에 맡겨져야 한다(헌재 2002. 10. 31. 99헌바76 등, 판례집 14-2, 410, 432-433 참조).

(나)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건대, 비록 양심의 자유가 개인의 인격발현과 인간의 존엄성실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기본권이기는 하나, 양심의 자유의 본질이 법질서에 대한 복종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국가공동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개인의 양심상 갈등상황을 고려하여 양심을 보호해 줄 것을 국가로부터 요구하는 권리이자 그에 대응하는 국가의 의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입법자가 양심의 자유로부터 파생하는 양심보호의무를 이행할 것인지의 여부 및 그 방법에 있어서 광범위한 형성권을 가진다고 할 것이다.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을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은 국가의 존립과 모든 자유의 전제조건인 ‘국가안보’라는 대단히 중요한 공익으로서, 이러한 중대한 법익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국가안보를 저해할 수 있는 무리한 입법적 실험을 할 것을 요구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함으로써 양심을 실현하고자 하는 경우는 누구에게나 부과되는 병역의무에 대한 예외를 요구하는 경우이므로 병역의무의 공평한 부담의 관점에서 볼 때, 타인과 사회공동체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고 할 수 있고, 이로써 기본권행사의 강한 사회적 연관성이 인정된다.

따라서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국가가 대체복무제를 채택하더라도 국가안보란 공익을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채택하지 않은 것은 양심의 자유에 반하는가’에 대한 판단은 ‘입법자의 판단이 현저하게 잘못되었는가.’하는 명백성의 통제에 그칠 수밖에 없다.

(5) 국가안보상의 중요정책에 관하여 결정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과제이다. 국가의 안보상황에 대한 입법자의 판단은 존중되어야 하며, 입법자는 이러한 현실판단을 근거로 헌법상 부과된 국방의 의무를 법률로써 구체화함에 있어서 광범위한 형성의 자유를 가진다.

한국의 안보상황, 징병의 형평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 대체복무제를 채택하는 데 수반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제약적 요소 등을 감안할 때,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더라도 국가안보라는 중대한 헌법적 법익에 손상이 없으리라고 단정할 수 없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라 할 것인바,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남북한 사이에 평화공존관계가 정착되어야 하고, 군복무여건의 개선 등을 통하여 병역기피의 요인이 제거되어야 하며, 나아가 우리 사회에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이해와 관용이 자리잡음으로써 그들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하더라도 병역의무의 이행에 있어서 부담의 평등이 실현되며 사회통합이 저해되지 않는다는 사회공동체 구성원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선행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은 현 단계에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기는 어렵다고 본 입법자의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거나 명백히 잘못되었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 할 수 없다.

바. 평등원칙의 위반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일반 병역기피자들과 본질적으로 다른 이유에서 병역거부에 이른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일반 병역기피자들과 같이 취급하여 처벌하는 것이어서 평등원칙에 위배되는 것이 아닌지 문제될 수 있으나, 이는 결국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병역의무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 위헌인지’의 판단으로 귀착되므로, 이미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에 대한 예외를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부여하지 않았다 하여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4. 결론

위와 같은 결정이유는 이를 새로이 달리 판단하여야 할 사정변경이 있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이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5. 재판관 김경일, 재판관 전효숙의 반대의견과 아래 6. 재판관 권성의 별개의견 및 아래 7. 재판관 이상경의 별개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5. 재판관 김경일, 재판관 전효숙의 반대의견의 요지

우리는 국방의 헌법적 의의와 중요성, 우리나라가 처한 정치적, 사회적 현실에 대하여는 다수의견과 인식을 같이 함에도 불구하고, 입법자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라는 헌법적 가치간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여야 할 단계에 이르렀음에도 필요하고도 가능한 최소한의 노력을 하지 아니하였다고 생각하여 다수의견과는 다른 결론에 이르렀으므로 다음과 같이 위헌의견을 밝힌다.

가. 양심의 자유의 합헌성 심사기준

양심의 자유의 제한을 의도하지 않는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법률에 있어 그 법률이 명령하는 것과 일치될 수 없는 양심의 문제는 법질서에 대해 예외를 인정할지 여부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러나 다수가 공유하는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소수가 선택한 가치가 이상하거나 열등한 것이라고 전제할 수는 없으므로 이 경우 ‘혜택부여’의 관점에서 심사기준을 완화할 것이 아니며, 그 합헌성 여부 심사는 다른 기본권침해의 판단과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한 기본권제한 원리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나. 헌법가치의 갈등과 입법자의 의무

(1) 일반적으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헌법가치들이 갈등관계에 있을 때 입법자는 각 헌법가치들이 공존하면서 최적의 상태로 실현되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기본권과 여타의 헌법가치 사이에 충돌이나 갈등이 있는 경우에도 입법자는 일방적으로 다른 헌법가치만을 실현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충돌이나 갈등상황을 피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여야 하며 대안마련이 불가능하여 기본권을 제한할 수밖에 없는 경우에도 그 목적에 비례하는 범위 내의 제한에 그치지 않으면 안된다. (2) 한편, 헌법 제39조는 모든 국민에게 국방의 의무를 부과함과 동시에 국가안보의 현실적 여건과 국가존립에 필요한 국방력의 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국방의무를 구체화할 권한과 책임을 원칙적으로 입법자에게 부여하고 있다. 특히 국방관련제도 중에서도 징집대상자의 범위는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 등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면서 ‘최적의 전투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합목적적으로 정해야 하는 사항으로서 본질적으로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이 부여되어 있다(헌재 2002. 11. 28. 2002헌바45, 판례집 14-2, 704, 710 참조).

그러나 병역에 대한 예외인정으로 인한 형평문제와 부정적 파급효과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양심보호를 실현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는 것은 징집대상자 범위나 구성의 합리성과 같이 본질적으로 매우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이 인정되는 국방의 전형적 영역에 속하는 것은 아니므로 그에 대한 입법자의 재량이 위와 같이 광범위하다고는 볼 수 없다.

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올바른 이해

양심적 병역거부가 인류의 평화적 공존에 대한 간절한 희망과 결단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으며, 평화에 대한 이상은 인류가 오랫동안 추구하고 존중해온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병역거부를 군복무의 고역을 피하기 위한 것이거나 국가공동체에 대한 기본의무는 이행하지 않으면서 무임승차 식으로 보호만 바라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그들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납세 등 각종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함을 부정하지 않고, 집총병역의무는 도저히 이행할 수 없으나 그 대신 다른 봉사방법을 마련해달라고 간청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역기피의 형사처벌로 인하여 이들이 감수하여야 하는 불이익은 심대하다. 특히 병역거부에 대한 종교와 신념을 가족들이 공유하고 있는 많은 경우 부자가 대를 이어 또는 형제들이 차례로 처벌받게 되고 이에 따라 다른 가족 구성원에게 더 큰 불행을 안겨준다. .

라. 대체복무제의 필요성과 가능성

우리는 양심실현의 자유도 경시되어서는 안된다는 점, 양심적 병역거부를 둘러싼 현행법과 양심과의 갈등의 심각성, 이를 둘러싼 국내외의 축적된 논의와 경험, 이 문제에 관한 입법자의 재량정도에 비추어 볼 때, 입법자에게 대안의 마련 등으로 양심의 자유와 병역의무의 평등한 이행 등의 갈등관계를 해소하여 조화를 도모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의무가 생겼으며 현실적으로 그 이행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1) 우리 군의 전체 병력수에 비추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병력이나 전투력의 감소를 논할 정도라고 볼 수 없고, 이들이 반세기 동안 형사처벌 및 유ㆍ무형의 막대한 불이익을 겪으면서도 꾸준히 입영이나 집총을 거부하여 왔다는 사실은 형사처벌이 이들 또는 장래의 잠재적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의무이행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2) 그러므로 입법자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예외인정과 관련하여 우려할 것이 있다면 병역의무의 형평문제일 것이다. 이들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면, 국방의무의 평등한 이행확보가 어려울 수 있고, 그 파급효과로 전체적인 병역제도가 신뢰를 잃고 양심적 병역거부를 빙자한 병역기피자들이 증가하여 국민개병제를 바탕으로 한 전체 병역제도의 실효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무엇보다도 병역의무의 평등한 이행, 병역기피증가 등의 문제에 직면하여 입법자가 이론적, 현실적으로 해결해나갈 방법을 찾아내기가 대단히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이러한 예측은 대안에 대한 진지하고도 충분한 검토를 거쳐 나온 것이 아니다. 양심보호와 형평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은 이론적으로 가능하며, 이미 상당한 기간 동안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하여 징병제를 유지해오고 있다는 사실은 그것이 실제로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강력히 시사한다.

(가) 우선 국방의무의 평등한 이행을 확보하는 문제에 관하여 살펴본다.

모든 국민이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평등하게 국토방위에 참여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우리 국방제도의 핵심이며 국가공동체를 유지하고 국민을 하나로 결집시켜온 중요한 요소이다. 이러한 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하여 병역의무를 면제할 경우 필연적으로 수반될 국방의무이행의 불평등은 심각한 의미를 지니며, 이는 또 다른 헌법위반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그러나 국방의 의무는 단지 병역법에 의하여 군복무에 임하는 등의 직접적인 집총병력형성의무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므로(헌재 1995. 12. 28. 91헌마80, 판례집 7-2, 851, 860-861 참조) 국방의무이행의 형평성은 반드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의무이행의 강제와 처벌에 의하여만 달성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그들에게 현역복무이행의 기간과 부담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하여 이와 유사하거나 그보다 높은 정도의 의무를 부과한다면, 국방의무이행의 형평성회복이 가능하며, 부당한 특혜를 준다는 논란도 불식할 수 있다.

(나) 다음으로 병역기피자들의 증가로 국민개병제를 바탕으로 한 전체 병역제도에 미칠 부정적인 파급효과에 대해 살펴본다.

병무행정의 공정성확보를 위한 끊임없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병역비리와 병역기피풍조가 근절되지 않는 현재의 상황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것이 곧 또 다른 형태의 병역비리 또는 기피의 요인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에 강력한 근거를 제공하고 있고, 이에 국민의 상당수가 공감을 표시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체복무제를 운영하고 있는 많은 다른 나라들의 경험에서 보듯이 엄격한 사전심사절차와 사후관리를 통하여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그렇지 않은 자를 가려내는 것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현역복무와 이를 대체하는 복무의 등가성을 확보하여 현역복무를 회피할 요인을 제거한다면, 이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병역제도와 이 사건 법률조항을 살펴보면, 입법자가 이러한 사정을 감안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하여 어떠한 최소한의 고려라도 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마. 결론

우리는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입법자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해 구체화된 병역의무의 이행을 강제하면서 사회적 소수자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양심의 자유와의 심각하고도 오랜 갈등관계를 해소하여 조화를 도모할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하므로 이들에게도 일률적으로 입영을 강제하고 형사처벌을 하는 범위에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헌임을 면치 못한다고 생각한다.


6. 재판관 권 성의 별개의견

나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다수의견의 결론에는 찬성하지만 그 이유의 구성에 있어서는 일부 달리 생각하는 바가 있어 따로 이유를 밝힌다. 그 이유의 내용은 2004. 8. 26. 선고 2002헌가1. 사건의 결정에서 별개의견으로 개진한 바와 같으므로 이를 원용하고 중복된 설명을 생략한다.


7. 재판관 이상경의 별개의견

가. 나는 다수의견의 결론에는 찬성하지만, 이에 이르게 된 이유에 관하여는 견해를 달리하는 부분이 있으므로, 다음과 같은 별개의견을 밝힌다.

나. 국방의무를 규정한 헌법 제39조 제1항의 법적 성격

헌법 제39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제2항은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헌법 스스로 기본권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관련 기본권에 대한 헌법적 한계를 설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 헌법적 가치의 상충을 규율하는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기준

(1) 국방의무의 구체적 내용을 법률로써 정하도록 하고 있는 헌법 제39조 제1항은 헌법이 그 자신의 존립기반인 국가를 외부에서 가해지는 침해로부터 보위함으로써 헌법이 그 자신을 방어하기 위하여 그가 보호하여야 할 국민의 기본권을 그 방어목적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스스로 제한할 수 있음을 유보한 것이며(중요사항 헌법유보설) 그 유보된 내용(내재적 내용)을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형성토록 한 것이고(의회유보설)다. 그러므로 이러한 성질을 가지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이 규정한 국민의 국방의무를 구체적으로 형성하는 한편, 그 국방의무와 관련된 신체의 자유는 물론 이 사건에서 특히 문제되고 있는 양심의 자유와 같은 기본권에 대한 제한의 내용을 구체화하는 법률규정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기본권 제한은, 국방의무를 통하여 실현하려는 국가보위를 위한 국방력의 유지라는 헌법적 가치와 개인의 기본권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상충되는 곳에서 두 헌법적 가치의 실정법적인 경계를 설정하는 것으로서, 헌법 제37조 제2항이 예정하고 있는, 법률 스스로 설정한 입법목적의 실현을 위하여 법률에 의하여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와는 구별하여야 한다.

(2) 우리 헌법은 위와 같은 헌법적 가치 사이의 상충 문제에 대한 해결기준을 명시적으로 제시하고 있지는 아니하다. 반대의견은 이와 관련하여 헌법 제37조 제2항이 정한 기본권 제한의 요건을 심사기준으로 삼아 이 사건 법률조항이 비례의 원칙 또는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과잉금지원칙은 헌법적 가치인 기본권과 법률적 가치인 입법목적 및 이를 위한 수단이 서로 저촉되는 경우 헌법적 가치인 기본권을 우위에 놓는 판단형식이다. 반면, 헌법적 가치 상충에 대한 해결방안의 한 예라고 할 수 있는 실제적 조화의 원칙은, 상충하는 두 기본권(헌법적 가치)이 모두 존중되어 최대의 효력을 발생할 수 있는 상보적인 최적화를 적극적으로 추구한다는 점에 두 심사기준의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따라서 서로 비교할 수 없는 등위의 헌법적 가치들의 상충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헌법 제37조 제2항 및 과잉금지원칙이라는 심사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헌법제정자의 의지와 헌법이 지향하는 가치에 반하여 어느 일방의 헌법적 가치를 훼손시킬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어 이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3) 헌법적 가치 사이의 상충을 해결하는 기준을 모색함에 있어서는 먼저 그와 같은 가치 상충의 해결이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라기보다는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입법적 형성의 과제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입법자의 입법재량도 일정한 한계를 갖게 마련이다. 입법자가 구체적으로 입법적 형성을 한 경우에 사법적 심사의 범위는 입법자의 입법재량 행사가 그 한계를 일탈하였는지 여부에 국한되고, 그 심사에 있어서의 기준은 입법권한의 행사가 정의의 외형적 한계를 넘어서 정의와의 모순을 감내할 수 없는 정도의 것인지, 즉, 정의의 수인 한계를 넘어섰는지 여부 내지는 입법권이 자의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자의금지의 원칙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라.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

(1) 이 사건 법률조항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하여 형벌적 제재로써 병역의무를 강요하는 국면에서, 헌법 제39조 제1항을 비롯한 헌법 제5조 제2항 등이 정하고 있는 국방의 의무가 실현하고자 하는 헌법적 가치, 즉, 국가의 존립과 영토의 보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의 수호 또는 좀더 구체적으로 보아 국방력의 유지라는 헌법적 가치와 국민의 기본권인 양심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가 서로 충돌하고 있다.

여기서 헌법 제39조 제1항은 기본권 제한을 명시함으로써 기본권보다 국방력의 유지라는 헌법적 가치를 우위에 놓았다고 볼 수 있으므로, 입법자는 국방력의 유지라는 헌법적 가치의 실현을 위하여 매우 광범위한 입법재량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 먼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정의의 수인 한계를 넘어서는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우선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과하는 것이 정의의 수인한계를 넘어서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양심의 자유는 본질상 지극히 주관적이기 때문에 양심상의 결정과 국가법질서의 충돌로 말미암아 발생할 수 있는 양심의 자유에 대한 침해는 필연적으로 개인적이며 이로써 법규정이 한 개인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였다고 하여 다른 개인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반적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입법자에게 법률의 제정시 이와 같이 개인적이고도 일반화할 수 없는 양심상의 갈등의 여지가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사안에 대하여 사전에 예방적으로 양심의 자유를 고려하는 일반조항을 둘 것을 요구할 수는 없는 것이고, 이와 같은, 조감할 수 없는 무수한 개별적 양심갈등 발생의 가능성에 비추어 법적 의무를 대체하는 다른 대안을 제공해야 할 입법자의 의무는 원칙적으로 부과할 수가 없고 위와 같은 규정의 미입법으로 양심의 자유에 대한 침해가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그 법률이 위헌적 법률이 되는 것이 아니다.

다음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정의의 이념을 내용으로 하는 양심을 가진 자를 형사처벌함으로써 정의와 모순되는 것인지에 관하여 본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은, 단순한 병역기피를 목적으로 하고 있지 않는 한 전쟁을 비롯한 모든 폭력행위를 금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양심이 과연 그 가치 판단의 일관성 내지 보편성을 충족시키는 양심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이와 같은 비폭력을 존중하는 양심을 가진 자에 대하여 타인으로부터 자신의 생명ㆍ신체ㆍ재산에 대한 위해가 가해질 경우 그가 과연 무력의 행사가 필연적으로 동반될 수밖에 없는 공권력에 의한 보호를 전적으로 포기할 것인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만일 위와 같은 병역거부자가 공권력의 무력행사에 의한 자기방어적인 보호까지도 전적으로 포기하였다면, 그의 양심과 사상의 일관성과 보편성이 인정될 수 있고 또 존중받을 가치를 충분히 지녔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 국가의 영역 내에서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결국 국가 공권력의 무력에 의한 보호, 즉 제도화된 폭력에 의한 보호를 받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국가 공권력의 주요부분을 구성하는 무력의 형성ㆍ유지에 기여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에는 반대하면서도 그 공권력에 의한 자신의 생명ㆍ신체ㆍ재산에 대한 보호는 향유하겠다고 한다면,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갖고 있다는 양심이라는 것은 서로 모순되는 가치를 동시에 요구하는 이율배반적인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고, 비폭력을 지향한다는 병역거부자의 양심이라는 것은 과연 그 실체가 무엇인지, 일관성 및 보편성을 지닌 진지한 가치체계로 수용될 수 있을 것인지에 관하여 심각한 회의가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양심을 이유로 한 병역거부자의 양심이라는 것 자체가 일관성 및 보편성을 결한 이율배반적인 희망사항에 불과한 것이어서 헌법의 보호대상인 양심에 포함될 수 있는지 자체가 문제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적어도 이를 우리 공동체를 규율하는 정의의 한 규준으로 수용하기 어렵다 할 것이므로, 양심을 이유로 한 병역거부자에 대한 형벌의 부과가, 진지한 양심범에 대한 박해로서 입법권한의 행사가 정의의 외형적 한계를 넘어서 정의와의 모순을 감내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

(3) 다음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명백히 자의적인 입법조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비록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형벌적 제재가 양심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어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고 형사처벌을 선택하는 자로 하여금 집총복무에 응하도록 하는 효과가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그 형벌적 제재의 일반예방적 효과로 인하여 진지성을 결한 양심을 구실로 한, 다른 사람에 의한 병역기피의 확산을 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형벌적 제재의 목적적합성은 쉽게 수긍될 수 있다.

그렇다면 핵심쟁점은 그와 같은 형벌적 제재는 타인에 대하여 물질적 해악을 가한 바 없는 양심범에 대한 제재로는 과도한 것이어서 다른 수단으로 대체되어야 하는가의 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제청신청인은 대체적 민간복무제(이하 ‘대체복무제’라 한다)에 의한 양심과 병역의무간의 충돌문제 해결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제청의 대상인 이 사건 법률조항은 병역의무 자체를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고, 병역법 제3조, 제5조 등의 조항이 규정한 병역의무를 전제로 하여 그 의무를 위반한 경우의 제재를 규정하고 있을 따름이다. 따라서 병역의무 자체의 변경을 초래하는 대체복무제는 병역의무를 명하는 위 조항들이 심판대상이 되어 있지 않은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절차에 있어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성 판단과 별다른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이므로, 이에 관한 판단은 이 사건 심판범위에 속할 수 없다.

나아가 제재수단이 과도한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형벌은 공법상 의무불이행에 대한 제재 중 가장 강력하고 가혹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사건 법률조항은 3년 이하의 유기징역형을 규정하고 있어 그로 인한 기본권 침해의 정도가 상당하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대상인 현역의 복무는 2년 내지 2년 4월의 범위 내에서 과하여 질 수 있고(병역법 제18조), 그 복무기간은 일정한 국방상 필요한 경우 1년의 기간 이내에서 연장될 수 있으며(같은 법 제19조), 이와 같은 현역 복무는 강제징집의 형태로 이루어져 개인의 자유가 상당 정도 제한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정한 유기징역형과 의무위반은 일응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보인다.

아울러 병역의무의 불이행에 대한 제재가 완화되어도 필요한 국방력이 유지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미래의 상황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입법자가 상정 가능한 어느 상황을 입법의 기초로 삼아 이에 상응하는 입법적 형성을 하였다면, 이를 들어 입법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자의적인 입법이라고 비난할 수 없다.

따라서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하여도 3년 이하의 징역이라는 형벌의 제재를 가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과도한 형벌을 규정한 명백히 자의적인 입법이라고 할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어느 모로 보나 입법재량의 한계를 넘어선 위헌인 규정이라고 할 수 없다.


2004. 10.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