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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정보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살인

[대법원 1990. 8. 14. 선고 90도1328 판결]

【판시사항】

피고인이 정신분열증으로 인하여 피해자를 "사탄"이라고 생각하고 그를 죽여야만 천당에 갈 수 있다고 믿어 살해한 경우 범행당시 심신상실상태에 있었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범행당시 정신분열증으로 심신장애의 상태에 있었던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한다는 명확한 의식이 있었고 범행의 경위를 소상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하여 범행당시 사물의 변별능력이나 의사결정능력이 결여된 정도가 아니라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인바,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할 만한 다른 동기가 전혀 없고, 오직 피해자를 "사탄"이라고 생각하고 피해자를 죽여야만 피고인. 자신이 천당에 갈 수 있다고 믿어 살해하기에 이른 것이라면, 피고인은 범행당시 정신분열증에 의한 망상에 지배되어 사물의 선악과 시비를 구별할 만한 판단능력이 결여된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볼 여지가 없지 않다.

【참조조문】

형법 제10조 제1항,
제250조


【전문】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이세중

【원심판결】

부산고등법원 1990.5.30. 선고 90노314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피고인 및 변호인의 상고이유를 함께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1988.2.경부터 부산 서구 동대신동 소재 서부교회에 가끔 다니면서 피해자인 동 교회 목사 백영희(남,83세)의 설교를 듣고서 결혼도 못하고 어렵게 살고 있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여 오던 중, 1989.8.27. 01:30경 부산 사하구 괴정 2동 소재 피고인이 집 뒷편 속칭 쇠리골 뒷산에서 산상기도를 하면서 갑자기 "백목사는 사탄이고 큰자이므로 작은자(피고인을 지칭함)가 살아 남는 길은 큰자인 백목사를 죽여야 한다. 공자, 맹자도 천당에 못갔다는데 피고인. 자신도 천당에 못갈 것이 분명하므로 백목사를 죽여야만. 자신이 큰자로 되어 천당에 갈 수 있다"고 잘못 생각하고 당시 정신분열증으로 인하여 사물변별능력 및 의사결정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위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피고인 집으로 돌아와 부엌에서 사용하던 식도를 허리춤에 넣은 후 같은 날 05:10경 위 서부교회 예배당에 도착하여 신도 1,000여명을 모아놓고 단상에서 설교하고 있는 피해자에게 접근한 후 허리춤에서 위 식도를 꺼내어 오른손에 들고서 동인의 우측가슴 등을 힘껏 3회 찔러 동인으로 하여금 부산대학병원으로 후송도중 우흉부자상으로 인한 실혈성쇼크로 사망에 이르게 하여 살해한 사실을 인정한 1심판결을 정당하다고 판단하고, 피고인은 위 범행당시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었다는 피고인의 주장에 대하여, 감정인 이덕기, 정영진 작성의 감정서의 기재와 1, 2심 법정에서의 피고인의 진술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보통수준의 지적 잠재력이 있음에도. 자폐적인 세계속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채 하향적인 적응을 하여 왔고, 비논리적이고 비현실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으며 현실판단력과 현실검증능력의 제한을 보이고 있는 등 정신분열증의 상태에 놓여 있어 이 사건 범행 당시 다소 심신장애의 상태에 있었다고 보여지지만, 피고인의 경찰이래 당심법정에 이르기까지의 진술을 살펴보면 피고인이 그 당시 피해자를 살해한다는 명확한 인식이 있었고 범행의 발단과 전개과정을 소상히 기억, 진술하고 있는 점을 알 수 있는바, 위와 같은 사정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당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었다고 할 수는 없고 다만 그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음에 지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의 위 주장을 배척한 후 피고인에게 무기징역의 형을 선고한 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2.  그러나 형법 제10조 제1항 소정의 심신상실자는 사물변별능력, 즉 사물의 선악과 시비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 결여되거나 의사결정능력, 즉 사물을 변별한 바에 따라 의지를 정하여. 자기의 행위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결여된 상태에 있는. 자를 말하며, 같은 조 제2항의 심신미약자는 위와 같은 사물변별능력이나 의사결정능력이 결여된 정도는 아니고 미약한 상태에 있는. 자를 말하는 것인바, 위 사물변별능력이나 의사결정능력은 판단능력 또는 의지능력과 관련된 것으로서 사실의 인식능력이나 기억능력과는 반드시 일치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이 이 사건 범행 당시 정신분열증으로 심신장애의 상태에 있었던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한다는 명확한 의식이 있었고 범행의 경위를 소상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실의 인식능력이나 기억능력이 있다는 것만 가지고 범행당시 사물의 변별능력이나 의사결정능력이 결여된 정도가 아니라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원심이 거시한 감정인 이덕기, 정영인의 감정내용을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피고인은 정신분열증환자로서 불안, 긴장감, 망상적이고. 자폐적인 사고, 사고과정의 이완, 비논리적이고 비현실적인 사고내용과 현실적 판단력 및 현실검증능력의 상당한 제한을 보이고 있고, 범행당시 정신분열증의 증상들이 나타나 현실판단력이나 현실검증능력이 상당한 제한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취지로 되어 있는바, 피고인이 피해자 백영희를 살해할 만한 다른 동기가 전혀 없고 오직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피해자를 "사탄"이라고 생각하고 피해자를 죽여야만 피고인. 자신이 천당에 갈 수 있다고 믿어 살해하기에 이른 것이라면, 피고인은 범행당시 정신분열증에 의한 망상에 지배되어 사물의 선악과 시비를 구별할 만한 판단능력이 결여된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볼 여지가 없지 않다.
만일 이와 같은 심신장애자로 인정된다면 이러한. 자에 대한 사회격리와 교회는 오직 사회보호법에 의한 치료감호처분에 의하여야 할 것이다.
원심이 위와 같은 점을 좀더 면밀히 검토하여 심신상실여부를 가려보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이름이 없이 만연히 피고인이 범행당시 피해자를 살해한다는 인식이 있었고 범행의 과정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이 사건 범행이 심신미약의 상태에서. 자질러진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말았음은 심신장애에 관한 법리오해와 심리미진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자지른 것으로서 이 점에 관한 논지는 이유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상원(재판장) 이회창 배석 김주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