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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정보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업무상과실치사(예비적죄명 : 업무상과실치상)

[대법원 1998. 2. 27. 선고 97도2225 판결]

【판시사항】

피해자의 사인을 태반편잔류로 인한 다량 출혈로 인정하여 의사인 피고인을 유죄로 본 원심판결을 피해자가 양수전색증으로 인하여 사망하였을 가능성이 더욱 크다는 이유로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피해자의 사인을 태반편잔류로 인한 다량 출혈로 인정하여 의사인 피고인을 유죄로 본 원심판결을 피해자가 양수전색증으로 인하여 사망하였을 가능성이 더욱 크다는 이유로 파기한 사례.

【참조조문】

형사소송법 제308조


【전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법무법인 화백 담당변호사 노경래 외 5인

【원심판결】

서울지법 1997. 7. 23. 선고 96노3986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해자 이윤실(30세)은 1994. 2. 16. 출산을 위하여 서울 동대문구 전농2동 소재 성바오로병원에 입원한 후 수차례에 걸쳐 유도분만을 시도하다가 같은 달 18. 13:50경 위 병원에 근무하는 3년차 수련의인 피고인이 돌보는 가운데 3.0㎏의 여아를 자연분만한 사실, 그런데 피해자의 태반이 자궁에 단단히 유착되어 자연배출되지 않으므로 피고인은 14:10경 손으로 태반을 제거하는 용수박리술을 시행한 사실, 이후 피해자에게 약 600㏄의 질출혈이 있어 피고인은 자궁수축제인 옥시토신을 투여하고 14:50경 질경으로 확인하니 출혈이 없어 피해자를 분만대기실로 이동한 사실, 15:10경 수련의 1년차인 노성희가 회진을 하다가 피해자의 자궁수축이 풀리고 500㏄ 가량의 질출혈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태반편잔류를 의심하면서 피해자를 분만실로 옮기고 자궁수축제를 섞은 수액을 주입하면서 자궁을 손으로 맛사지하고 얼음찜질을 한 사실, 15:15경 피고인이 피해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태반편잔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큐렛으로 소파술을 시행하였으나 잔류한 태반편을 발견하지 못하였고 자궁 수축이 계속 풀려 있어 피해자의 보호자에게 강력한 자궁수축제인 날라돌(naladol)을 약국에서 사오도록 요청한 사실, 15:25경 피해자의 혈압이 80㎜Hg/50㎜Hg로 떨어지고 질출혈이 다량 있으면서 활력증상이 거의 잡히지 않는 등 상태가 나빠져 내과, 외과, 마취과, 신경외과 의사를 응급으로 부르고, 혈액이 도착하여 농축혈 수혈을 시작한 사실, 15:30경 외과의사가 혈관확보를 위한 정맥절개를, 마취과 의사가 기관삽관 및 인공호흡을 각 시행하는 등 치료를 계속하고 이후 3시간 30분 동안 농축혈과 자궁수축제가 섞인 수액 등을 다량 주사하였으나 상태가 호전되지 아니하고 주사바늘 부위와 채혈 부위마다 멍이 들고 출혈이 계속되는 등 범발성혈액응고장애증상이 나타나 19:00경 인공호흡 상태에서 중환자실로 후송한 사실, 피해자는 그 이후의 계속된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하지 못하고 질부위와 정맥주사하기 위하여 절개한 부위에서 계속 다량의 출혈이 되다가 같은 달 20. 02:30경 사망한 사실, 피해자의 사체를 부검한 결과 자궁 내벽에 태반조직 일부가 유착되어 있고 자궁이 수축되지 않은 사실, 일반적으로 태반의 일부가 자궁 내에 잔존하면 다량의 자궁출혈의 원인이 되는 사실을 그 채용 증거에 의하여 인정한 다음,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해자의 사인은 태반편잔류로 인하여 자궁이 수축되지 않은 결과 발생한 다량의 자궁출혈이고, 이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태반을 용수박리하고 이후 태반편잔류를 의심하여 소파술을 시행하면서도 자궁 내에 태반편을 잔류시키고 또한 피해자에게서 다량의 자궁출혈을 발견하고도 적기에 자궁적출술을 시행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의료상의 과실에 기인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나아가 피해자가 사망한 것은 위와 같은 원인이 아니라 오히려 범발성혈액응고장애가 합병된 양수전색증으로 인한 것이므로 피고인에게 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변호인의 주장에 대하여, 부검감정 결과 피해자의 좌우측 폐에서 양수가 발견되고, 피해자의 좌우측 쇄골부·제부·서혜부 및 주사침흔 부위와 복막후강 등에 광범위하게 자반(紫班)이 형성되고, 흉강 및 복강 내에 다량의 혈성 삼출액이 들어 있었던 사실은 인정되지만, 앞에서 살펴본 의무 경과와 특히 자궁출혈 이전에 양수전색증의 특징적 증상인 호흡곤란이 선행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양수전색증과 범발성혈액응고장애는 태반편잔류로 인하여 다량의 자궁출혈이 발생한 이후 이에 대한 응급조치를 하고 대량 수혈 및 수액요법 등의 치료를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므로, 이는 피해자의 사인을 위와 같이 인정하는 데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여 배척하고, 따라서 피고인에 대하여 업무상과실치사의 주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의 조치는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피해자가 태반편잔류로 인한 다량의 자궁출혈로 말미암아 사망한 것이라고 본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이 수긍할 수 없다.
(1) 먼저 피해자의 자궁출혈이 태반편잔류로 인한 것인지의 점을 살펴본다.
기록에 첨부된 국내외 문헌의 기재와 제1심 감정인 박용원의 감정 결과를 비롯한 증거들에 의하면, 분만 후 태반이 자궁에 유착되어 자연배출이 되지 않으면 용수박리술을 시행하게 되는데, 태반의 일부가 자궁에 유착되어 잔류하는 경우 이로 인하여 자궁이 이완되어 출혈이 되거나 그 태반편이 섬유소가 침착된 후 괴사하여 태반폴립을 형성하고 그 태반폴립이 자궁에서 떨어질 때 출혈이 발생하기도 하며, 출혈이 되는 경우에는 분만 후 24시간 이내에 발생하는 즉시자궁출혈은 거의 없고 심각한 출혈은 대개 분만 48시간 이후 1 내지 2주일 사이에 만기자궁출혈로 나타나게 되며, 그 출혈은 처치로 멎을 정도에 불과하여 자궁수축제 투여와 자궁 맛사지로 대부분의 경우 치유되고 그 출혈량도 생명에 위험이 될 정도로 많지 않으나, 잔류량이 많고 출혈량이 다량이면 그에 따른 쇼크 및 혈액응고장애, 신부전 등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고 되어 있다.
우선 피고인이 용수박리술을 시행한 후 피해자에게 발생한 약 600㏄의 출혈(이를 제1차 출혈이라 한다)에 대하여는, 원심도 그것이 태반편잔류로 인하여 발생하였다고 본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제1심 증인 노성희의 진술과 위 감정 결과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분만 후 태반이 자연박리되는 경우에도 자궁에서 150㏄ 내지 200㏄ 정도의 출혈이 있고 출혈량이 500㏄를 넘을 수도 있으며, 태반을 강제로 박리하는 용수박리술의 경우에는 그보다 약 2배의 출혈이 있다고 되어 있고, 기록에 의하면 피해자는 1994. 2. 18. 13:50경 자연분만 후 14:10경 용수박리술을 받고 제1차 출혈이 있었으나, 14:20경 자궁수축제를 투여하고 자궁 맛사지를 받은 다음에는 자궁이 수축되고 출혈이 멈추어 피고인이 질벽교정술까지 시행하였고, 14:50경에는 피고인이 질경으로 출혈이 없음을 재차 확인함으로써 태반편이 잔류한 상태에서도 출혈이 바로 멈추었음을 알 수 있는바, 제1차 출혈이 태반편잔류로 인한 것이라고 볼 뚜렷한 증거도 없을 뿐더러 출혈의 시기와 위 경과에 비추어 볼 때 제1차 출혈은 출혈량이 보통의 경우에 비하여 다소 많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용수박리술로 인한 정상적인 출혈의 정도를 넘어 태반편잔류로 인하여 과다한 출혈이 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원심은 피해자가 제1차 출혈 이후 15:10경 자궁 수축이 풀리고 약 500㏄의 자궁출혈을 하였음이 발견되고 자궁이 완전히 수축되지 아니한 채 15:25경 이후 다량의 출혈(이를 제2차 출혈이라 한다)이 지속된 것은 태반편잔류로 인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는바, 원심이 유죄의 증거로 채택한 증거들을 살펴보면, 먼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의사 최영식 작성의 부검감정서와 진술서에는 피해자의 자궁 내벽에 유착되어 잔류한 태반편이 약 50g 되고, 이로 인하여 자궁이 수축되지 않은 결과 다량의 출혈이 발생하여 사망 원인이 된 것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위 부검감정서 자체를 보아도 태반편잔류는 분만 후 산모가 정상상태로 회복되기까지의 산욕기 말기에 다량의 출혈을 유발하거나 만기자궁출혈의 원인이 된다고 기재되어 있어, 분만시로부터 불과 1시간 20분 이후 발생한 즉시자궁출혈로서 제1차 출혈이 멈춘 이후 새로 발생한 제2차 출혈에 대하여 태반편잔류가 그 원인이 될 수 있는지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고, 또한 위 최영식은 스스로 제1심 법정에서, 잔류한 태반편이 50g 정도라고 한 것은 양을 과다하게 말한 것임을 인정하고, 다음에서 보는 양수전색증이 피해자의 다량 출혈과 사망의 원인이 되었을 가능성도 있음을 인정하는 내용으로 진술을 변경하고 있고, 다음으로 의사 김창이 작성의 사망진단서에는 피해자의 선행사인이 태반유착, 이완성자궁출혈, 과소혈증쇼크로 기재되어 있으나, 이는 피해자에 대한 부검 결과 양수전색증이 밝혀지기 이전에 작성된 것으로서, 위 김창이는 제1심 법정에서 오히려 피해자에게 양수전색증이 발생한 사실이 밝혀진 이상 피해자가 양수전색증으로 인한 범발성혈액응고장애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판단되고 태반편잔류로 인한 과다출혈로 사망하였을 가능성은 극히 적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으므로, 위의 증거들에 의하여 피해자의 제2차 자궁출혈이 태반편잔류로 인한 것이며 이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망한 것이라고 인정할 수는 없다 할 것이고, 그 밖에 원심이 채용한 증거들을 살펴보아도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를 찾아볼 수 없다.
(2) 피고인과 변호인이 일관하여 주장하는 바로서 피해자가 양수전색증으로 인하여 사망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기록에 나타난 산과학 관련 문헌의 기재와 위 감정 결과를 비롯한 자료에 의하면, 양수전색증이란 분만 중 또는 분만 직후에 산모의 과강한 진통 또는 자궁수축제의 과잉투여 등에서 생기는 압력으로 인하여 양수가 산모의 태반부착부 또는 경관손상부 등의 손상된 혈관을 통하여 모체 내로 침입하여 양수 내에 들어 있는 태아의 피부세포, 솜털, 건락성 가칠, 태변 등의 고형성분이 모체의 혈관 내에서 전색을 일으키는 증상으로, 혈관 내의 양수물질의 양과 질환의 심한 정도는 밀접한 관계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임상적 증상으로는 갑작스런 심장 부위의 격통, 호흡곤란, 현저한 심폐기능의 저하로 인한 쇼크 등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지만, 그러한 증상이 언제나 나타나는 것은 아니어서 치명적인 경우에도 폐호흡곤란이 없을 수도 있고, 양수전색증이 발생하면 산모가 수시간 내에 사망하는 경우가 많으나 증상이 비교적 경미하면 양수의 점액물질이 혈관 내에 광범위한 혈액응고를 유발하여 혈류 중의 혈액응고인자가 대량 소비됨으로써 범발성혈액응고장애가 일어나고 또한 양수가 자궁 근육에 영향을 미쳐 자궁 이완을 가져오게 되어 지속적인 대량 출혈을 야기하여 분만 후 즉시자궁출혈의 중요한 원인이 되는 것으로, 그로 인한 산모의 사망률은 약 90%에 이르러 분만으로 인한 산모 사망의 중대한 원인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에 대한 부검 결과 좌우측 폐의 조직학적 검사에서 양수가 발견되었을 뿐 아니라 원심 증인 서은주의 진술과 관계 문헌의 기재에 의하면 피해자의 부검 결과 나타난 폐의 부종상, 쇄골부·제부·서혜부 및 주사침흔 부위의 광범위한 자반 형성, 복막후강의 자반 형성, 흉강 및 복강 내의 혈성 삼출액의 발견, 자궁의 이완 등의 증상은 모두가 양수전색증의 경우에 나타날 수 있는 특징적인 소견이라는 것이므로 피해자에게 양수전색증이 발생한 사실은 분명하고, 위와 같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양수전색증이 피해자에게 발생하였음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태반편잔류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사의 형사상 책임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피해자의 사망이 양수전색증으로 인한 증상과는 관계없이 태반편잔류에서 비롯한 다량 출혈로 인한 것임이 증거에 의하여 입증되어야 할 것이다.
원심은 피해자의 증상의 경과와 호흡곤란이 선행하지 않은 점을 들어 양수전색증과 범발성혈액응고장애는 태반편잔류로 인한 다량의 출혈 이후 수혈과 수액요법 등의 치료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인정하였으나, 양수전색증에서 반드시 호흡곤란이 선행하는 것이 아님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을 뿐더러 피해자가 그 날 15:30경 기관삽관 및 보조호흡을 시행한 점으로 볼 때 이미 호흡곤란이 있었다고 보이고, 또한 위에서 본 양수전색증의 발생과정에 비추어 볼 때 파수와 분만이 끝나고 상당한 시간이 지나서야 양수전색증이 일어날 가능성은 적다고 보이며, 제1심 증인 노성희, 김창이는 15:25경 이후 다량의 출혈이 지속된 것은 이미 범발성혈액응고장애가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진술하고 있고, 위 감정인의 감정 결과도 제2차 출혈은 양수전색증으로 인한 범발성혈액응고장애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높으며, 14:00경부터 17:00경까지 피해자에게 투여된 수액과 수혈량을 모두 합하더라도 피해자의 전신상태에 영향을 미쳐 범발성혈액응고장애를 유발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인바,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양수전색증과 범발성혈액응고장애가 대량 수혈 및 수액요법의 치료과정에서 발생하였다는 원심의 판단은 도저히 수긍하기 어렵다.
(3) 오히려 기록에 의하면, 산과학 관련 분야를 전공한 제1심 증인 노성희, 김창이, 정미영, 장중환, 원심 증인 서은주, 제1심 감정인 박용원 및 산부인과 교수 유한기(공판기록 331쪽) 등은 피해자에게 발생한 다량의 자궁출혈이 태반편잔류로 인한 것일 가능성보다는 분만시 또는 분만 직후에 피해자에게 양수전색증이 발생하여 범발성혈액응고장애와 자궁 이완을 야기하고 이로 인하여 지속적인 다량의 자궁출혈을 초래함으로써 그 증상이 급격히 악화되어 사망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더욱 크다는 취지의 견해를 제시하고 있고, 위에서 본 사실관계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양수전색증으로 인한 피해자의 사망 가능성을 배제하고 공소사실과 같이 피해자가 태반편잔류로 인한 다량 출혈로 사망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사인을 위와 같이 속단한 나머지 피고인에 대하여 태반편잔류와 관련한 의료상의 과실이 있다고 하여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조치는 채증법칙을 위반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한 것이라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경송(재판장) 지창권 신성택(주심) 송진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