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침해금지가처분
【판시사항】
월북작가가 북한에 거주하면서 저작한 저작물에 대하여 우리 저작권법에 의한 저작권의 취득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
【판결요지】
남북한이 서로 주권을 인정하고 국가로 승인하거나 또는 1개의 국가내에서 서로 다른 법률체계를 상호인정하기로 하는 헌법적 효력을 가지는 계약이 체결된 바 없는 이상, 우리 헌법에 의거하여 제정된 저작권법이나 민법 등 모든 법령의 효력은 당연히 북한지역에 미친다 할 것이므로 월북작가가 북한지역에 거주하면서 저작한 저작물이라 하더라도 우리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되는 저작권을 취득하였다 할 것이고 그가 사망한 경우에는 남한에 있는 그의 상속인이 이를 상속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참조조문】
【전문】
【신 청 인】
이상열 외 1인
【피신청인】
김마리아 외 1인
【주 문】
신청인들이 피신청인들을 위하여 담보로 금 7,500,000원을 공탁할 것을 조건으로,
1. 피신청인들은 별지(1)목록 기재 저작물에 관하여 인쇄, 제본, 발매, 반포 등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2. 별지(1)목록 중 순번 1,2,3기재 저작인쇄물 및 그 인쇄용 지형과 필름에 대한 피신청인들의 점유를 풀고 신청인들이 위임하는 당원 소속집달관에게 그 보관을 명한다.
3. 집달관은 그 취지를 적당한 방법으로 공시하여야 한다.
【신청취지】
피신청인들은 별지(1)목록 기재 저작물에 관하여 인쇄, 제본, 발매, 반포 등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집달관은 위 저작물의 인쇄, 제본, 발매, 반포 등의 금지를 위하여 적당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별지(1)목록 기재 저작물에 대한 피신청인들의 점유를 풀고 신청인들이 위임하는 집달관에게 그 보관을 명한다.
집달관은 위 취지를 적당한 방법으로 공시하여야 한다라는 재판을 구함.
【이 유】
1. 각 성립에 다툼이 없는 소갑 제5호증의 1 내지 6(각 사계절 발행의 두만강 표지), 소을 제1호증의 1, 2(리기영선집 15표지 및 내용)의 각 기재에 증인 김경택의 증언 및 심문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신청외 이기영은 1946년 월북하여 북조선 문학예술총동맹을 결성하고 문학활동을 하던 중 1954년부터 1957년까지 사이에 19세기 말엽부터 1930년대까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여 두만강 일대에서 살던 주민들의 계급투쟁을 묘사한 '두만강'을 저작한 사실, 피신청인들은 1988.1.15. 일본 국회도서관, 동경대학도서관에서 이 사건 저작물의 원본을 임의로 복사해 온 후 이를 전 7권으로 나누어 별지(1)목록 중 순번 1, 2, 3기재 저작물을 출판하였으며 이어 순번 4기재 저작물을 출판할 예정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반증이 없다.
2. (가) 각 성립에 다툼이 없는 소갑 제1호증(호적등본), 소갑 제7호증의 1, 2(북한을 움직이는 100인 표지 및 내용), 소을 제4호증의 1, 2(두만강 이기영 대하소설 제1부 표지 및 내용)의 각 기재와 심문의 전취지에 의하여 이기영의 묘에 대한 사진임이 인정되는 소갑 제14호증의 3(신동아 잡지내용)의 영상에 국가안전기획부장에 대한 이기영의 사망 여부에 관한 사실조회결과 및 심문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위 이기영은 호적상 생존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1984.8.9. 북한에서 병으로 사망한 사실, 그 재산상속인으로는 호주상속인인 장남 이종원과 그밖에 이을화, 이평, 이종화, 이종윤, 이을남 등의 자녀가 있고, 위 이종원도 1986.4.5. 사망하고 그 재산상속인으로는 처 이종연, 호주상속인인 장남 이상열, 차남 이성열과 그밖에 이흥열, 이동열, 이병열 등의 아들과 동일가적내에 없는 여자인 이순열, 이주열, 이수열, 이창열 등의 딸이 있는 사실을 각 인정할수 있고 달리 반증이 없는 바, 그렇다면 위 이기영이 북한에서 사망함으로써 남한에 있는 장남 이종원은 별지(2)목록 기재와 같이 그의 상속지분 13분의 3에 상응하는 저작권을 상속하였으며, 위 이종원이 다시 사망함으로써 그의 상속지분 13분의 3에 대하여 장남인 신청인 이상열이 그의 상속지분 32분의 6, 차남인 신청인 이성열이 그의 상속지분 32분의 4에 상응하는 저작권(저작권에 대한 지분은 결국 신청인 이상열은 416분의 18, 신청인 이성열은 416 분의 12가 된다)을 각 상속받았다고 할 것이므로 신청인들의 이 사건 피보전권리는 소명이 있다고 할 것이다.
(나) 피신청인들은 먼저, 오늘날 남북한 관계는 상호 교차승인, 유엔동시가입, 다각적인 경제교류 등이 추진되는 등 이제 북한을 교전단체 또는 반국가단체로만 볼 수는 없으며 사실상 하나의 정부 내지 국가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으니, 북한주민의 법률관계는 국제사법적 법률관계이거나 혹은 1국가내에서 각 지방의 법률이 서로 다른 경우 그 적용법률을 결정하기 위한 준국제사법적 법률관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인데, 우리 섭외사법 제2조 제3항에 의하면 지방에 따라 법이 상이한 국가의 국민에 대하여는 그 자가 속하는 지방의 법에 의한다고 하며, 동법 제26조에 의하면 상속은 피상속인의 본국법에 의한다고 하므로, 위 이기영의 저작권취득 여부와 그의 사망으로 인한 저작권의 상속여부에 관하여는 그가 속하는 지방인 북한지역의 법의 적용을 받는다고 할 것이 바, 북한은 사회주의 체제로서 저작권 등의 권리를 개인이 소유하거나 개인의 사망으로 인하여 그가 가진 권리가 유족들에게 상속되는 것을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저작물을 이기영이 저작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저작권은 국가 또는 당의 소유로 귀속되었다고 볼 수 있고, 또한 예외적으로 이기영이 저작권을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그가 사망함으로써 그 유족들에게 저작권이 상속되지는 아니한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우리 헌법 제3조에 의하면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북한 지역은 한반도의 일부이므로 이 지역은 대한민국의 영토에 해당되고, 따라서 이 지역은 여전히 대한민국의 주권범위내에 있으며 대한민국의 주권과 부딪치는 어떠한 주권의 정치도 법리상 인정될 수 없는 것이고( 대법원 1961.9.28. 선고 4292행상48 판결 참조), 따라서 우리 헌법에 의거하여 제정 시행된 저작권법이나 민법 등 모든 법령의 효력은 당연히 북한지역에 미친다고 보아야 하며, 설사 주권국가인 대한민국과 북한의 정치집단이 상호 대등한 자격으로 만나 자주적, 평화적 통일원칙, 무력충돌의 방지, 다방면적인 교류 등을 추진하기로 하는 7.4남북공동성명을 합의하였다거나 오늘날 남북한간에 상호교역, 이산가족찾기, 남북당국자회담등 남북통일을 위한 다각적인 교류가 추진됨에 있어 북한지역을 지배하는 정치집단의 실체를 인정하고 사실상의 지배세력과 상호 대등한 관계에서 대화를 추진하다고 하더라도, 이는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사실상 북한지역에 미치지 아니하며 이 지역을 지배하는 별개의 정치집단이 존재함으로 인한, 남북대화를 추진함에 있어서의 현실적인 필요에 의한 것일 뿐이며, 먼저 우리 헌법 제3조의 규정이 개정되거나 남북한이 서로 주권을 인정하고 국가로 승인하거나 또는 1개의 국가 내에서 서로 다른 법률체제를 상호 인정하기로 하는 헌법적 효력을 가지는 조약이 체결된 바가 없는 이상, 북한지역이 우리 주권의 범위밖에 있다거나 우리 법령의 적용밖에 있다고 볼 수 없으며, 더구나 북한주민의 상속인이 남한에 있어 그에 대한 우리 법령상의 보호를 부여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의 경우에 있어서도 비록 위 이기영이 북한지역에 거주하였으며 이 사건 저작물을 북한에서 저작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는 우리 저자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저작권을 취득하였으며 그가 사망함으로써 남한에 있는 장남 이종원이 그 상속지분에 따라 저작권을 상속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이와 다른 견해에 선 피신청인들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다) 피신청인들은 위 이기영이 이 사건 저작물을 조선작가동맹출판사, 조선문학예술총동맹출판사로 하여금 출간케 하면서 저작권을 모두 위 조선작가동맹, 조선문학예술총동맹에 양도하였으므로 위 이기영에게는 더 이상 저작권이 없다고 주장한, 소을 제1호증의 1, 2(리기영선집 15표지 및 내용), 소을 제2호증의 1, 2(두만강 1부 상표지 및 내용), 소을 제14호증(약정서)의 각 기재와 증인 김경택의 증언만으로는 이기영이 저작권을 양도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아무런 자료도 없어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라) 피신청인들은 설사 신청인들이 저작권을 상속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저작권은 신청인들을 포함한 공동상속인의 준공유에 속한다고 할 것인 바 준공유의 목적인 저작권의 행사는 준공유자들의 다수결에 의하여야 하는 데 신청인들의 의결권은 과반수에 달하지 못하며 또한 준공유자들의 의결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으므로 저작권을 행사 할 수 없다고 주장하나, 각 준공유자의 지분권은 그 목적인 권리 전부에 미치는 것이어서 지분권자는 그 목적인 권리 전부에 대한 방해배제청구권을 가지며, 이 방해배제는 방해없는 상태로의 복귀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보존행위에 해당하는 것이라 할 것이므로 준공유자 각자가 그 목적인 권리 전부에 대한 방해의 배제를 청구할 수 있다( 대법원 1968,9.17. 선고 68다1142, 1143 판결 참조)고 할 것이고 또한 저작권법 제97조, 제91조에서도 마찬가지로 공동저작물의 각 저작자 또는 저작재산권자는 다른 저작자 또는 저작재산권자의 동의없이 저작권을 침해하는 자에 대하여 침해의 정지를 청구할 수 있으며 이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자에 대하여 침해의 예방 또는 손해배상의 담보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피신청인들의 위 주장은 이유없다.
(마) 피신청인들은, 신청인들이 상속받은 저작권을 도서출판 풀빛을 경영하는 신청외 홍석에게 모두 양도하였으므로 이 사건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이 없다고 주장하므로 보건대, 소을 제4호증의 1, 2(두만강 이기영 대하소설 제1부 표지 및 내용)중 도사출판 풀빛에서 출간한 소설 두만강에 모두 유족의 말이 게재되어 있고 판권부분에 '유족과의 협의에 의해 검인생략'이라고 쓰여있다는 기재부분과 증인 김경택의 증언만으로는 신청인들이 이 사건 저작물에 대한 발행, 출판권 뿐만아니라 그 저작재산권 전부를 위 홍석에게 양도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자료가 없어 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3. 피신청인들이 신청인들의 저작권을 침해하여 별지(1)기재 저작물을 제작, 반포등 행위를 하거나 이를 하려고 한 이상 이의 배제를 구할 보전의 필요성에 관한 소명도 있다고 할 것인데, 피신청인들은 이 사건 저작물을 출판함으로써 침해될 신청인들의 저작권은 전체 저작권 중 극히 일부분에 불과한 반면, 피신청인들이 출판을 금지당함으로써 입게 될 손해는 이보다 훨씬 크며, 나아가 문화적 측면에서 남북통일에 기여하게 될 이익의 상실이라는 손해는 더욱 커서 이 사건 가처분에 의해 신청인들의 저작권을 보전할 필요성은 거의 없다고 주장하나, 피신청인들의 출판행위가 금지됨으로 인하여 입게될 손해가 더 크다고 인정할 만한 소명이 없을 뿐더러, 위 사유만으로 신청인들의 저작권을 보전할 필요성이 없다고는 볼 수 없다.
4. 그렇다면, 신청인들이 상속받은 저작권지분에 기해 보존행위로서 위 저작권을 보존하기 위하여 피신청인들의 출판 등 행위의 금지를 구하는 이 사건 가처분신청은 이유있으므로, 신청인들이 피신청인들을 위하여 담보로 금 7,500,000원을 공탁할 것을 조건으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고, 신청비용의 부담에 관하여는 민사소송법 제89조를 적용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