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 법무관 교육소집 입영처분등 취소
【판시사항】
지방병무청장이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후 공익법무관으로 편입된 甲에게 공익법무관 교육소집 입영통지를 하였으나, 甲이 종교적 신념과 양심상 군사훈련을 받을 수 없다며 교육소집 입영을 거부한 사안에서, 공익법무관 교육소집 입영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면서 취소를 구하는 甲의 청구를 기각한 사례
【판결요지】
지방병무청장이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후 공익법무관으로 편입된 甲에게 4주간의 교육훈련을 위하여 육군훈련소로 입영하라는 내용의 공익법무관 교육소집 입영통지를 하였으나, 甲이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종교적 신념과 양심상 군사훈련을 받을 수 없다며 교육소집 입영을 거부한 사안에서, 위 처분의 근거 법률인
병역법 제55조 제1항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양심의 자유에 대하여 헌법상 허용된 정당한 제한을 가하는 규정이므로 위 처분이
헌법 제19조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고, 우리나라의 현재 여건상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병역의무 면제나 대체복무의 기회를 부여하지 아니한 채 병역의무를 부과한다고 하여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제18조 제1항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으며, 종교적 신념은
병역법 제55조 제3항에서 정한 교육소집 미실시 여부의 기준을 정할 때 고려해야 할 ‘자질’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국무총리와 국방부의 사회복무제 도입 발표 등은 정책 예고일 뿐 그로써 확정되는 것이 아니므로 이를 甲에게 대체복무제도의 도입이나 교육소집 미실시에 관한 신뢰를 부여하는 선행조치로 볼 수 없어 위 처분이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으며, 또한 위 처분이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도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공익법무관 교육소집 입영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면서 그 취소를 구하는 甲의 청구를 기각한 사례.
【참조조문】
헌법 제19조,
제37조 제2항,
제39조 제1항,
병역법 제55조 제1항,
제3항,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제18조 제1항, 제3항
【전문】
【원 고】
【피 고】
부산지방병무청장
【변론종결】
2011. 8. 26.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1. 2. 1. 원고에 대하여 한 공익법무관 교육소집 입영처분을 취소한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2003. 8. 5. 징병검사에서 신체등위 1급 현역병 입영대상자로 병역처분을 받은 후 대학재학을 이유로 입영을 연기하다가, 2008년 제50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에 입소하여 2009. 4. 21. 법무사관 후보생의 병적에 편입된 후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2011. 1. 25. 공익법무관으로 편입되었다.
나. 피고는 2011. 2. 1. 원고에 대하여 4주간의 교육훈련을 위하여 2011. 2. 10.까지 육군훈련소로 입영하라는 내용의 공익법무관 교육소집 입영통지(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를 하였다. 그러나 원고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종교적 신념과 양심상 군사훈련을 받을 수 없다며 교육소집 입영을 거부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2, 3호증, 을 1 내지 4호증(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1) 이 사건 처분은 양심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제19조에 위배되고, 1990. 7. 10. 대한민국에 대하여 발효되어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보호하고 있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이하 ‘국제규약’이라고만 한다) 제18조 제1항에도 위배된다.
(2) 병역법 제55조 제3항은 신체등위·학력·연령 등 자질을 고려하여 교육소집 여부를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원고는 종교적 신념상 군사훈련을 받을 수 없어 그 자질이 교육소집에 적합하지 아니함에도, 피고는 원고의 이러한 자질을 고려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 처분을 하였으므로 위 조항에 위배된다.
(3) 국무총리가 2007. 2. 5. 사회복무제 도입을 발표하였고, 국방부도 2007. 9. 18. 종교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 허용 방안을 발표함으로써 원고에게 대체복무제 도입에 관한 신뢰를 부여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는 사법연수원 입소를 결정하고 법무사관 후보생 등록신청을 하였던 것인데, 이 사건 처분은 원고의 위와 같은 신뢰에 반하는 것으로서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되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
(4) 이 사건 처분으로 달하고자 하는 목적은 전쟁 발발 시 군인으로 동원할 수 있도록 군사훈련을 하기 위함인데 4주간에 불과한 교육소집은 그 목적 달성에 적합한 수단이 아니고, 대체복무와 같은 다른 가능한 수단에 비하여 원고의 권리를 가장 침해하는 수단이며, 이 사건 처분으로써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하여 원고가 입게 될 개인적 불이익과 원고가 향후 공익법무관으로서 대국민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되는 것과 같은 다른 공익상의 손실이 크므로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
나. 판단
(1) 헌법 제19조와 국제규약 제18조 제1항 위반 여부
(가) 헌법 제19조가 보호하고자 하는 양심의 자유에는 양심 형성의 자유, 양심상 결정의 자유뿐만 아니라 양심상 결정에 반하는 행위를 강제받지 아니할 자유도 함께 포함되어 있으나, 양심상 결정에 반하는 행위를 강제받지 아니할 자유는 절대적 자유가 아니라 그 제한을 정당화할 헌법적 법익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법률에 의하여 제한될 수 있는 상대적 자유로서, 헌법 제39조 제1항이 규정한 국방의 의무와 이를 통하여 궁극적으로 보장되는 국민 전체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라는 헌법적 법익보다 우월한 가치는 아니므로, 이러한 헌법적 법익을 위하여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양심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헌법상 허용된 정당한 제한이라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4. 7. 15. 선고 2004도2965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 사건 처분의 근거 법률인 병역법 제55조 제1항은 위와 같은 헌법적 법익을 위하여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양심의 자유에 대하여 헌법상 허용된 정당한 제한을 가하는 규정이라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처분이 양심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제19조에 위배된다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 국제규약 제18조 제1항은 “사람은 사상, 양심 및 종교의 자유를 향유할 권리를 가진다. 이러한 권리는 스스로 선택하는 종교나 신념을 가지거나 받아들일 자유와 또는 다른 사람과 공동으로 공적 또는 사적으로 예배의식, 행사 및 선교에 의하여 그의 종교나 신념을 표명하는 자유를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의 양심의 자유에는 자신이 믿는 종교적 교리에 좇아 형성된 인격적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양심의 명령에 따라 교육소집을 거부하는 것도 소극적 부작위에 의한 양심의 표명행위의 자유로서 포함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국제규약 제18조 제3항은 “자신의 종교나 신념을 표명하는 자유는, 법률에 규정되고 공공의 안전, 질서, 공중보건, 도덕 또는 타인의 기본적 권리 및 자유를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위와 같은 소극적 부작위에 의한 양심의 표명행위도 공공의 안전 등을 위하여 법률의 규정으로써 제한될 수 있는 한편, 강제노역금지에 관한 규약 제8조 제3항 (C) 제(ⅱ)호에서 ‘군사적 성격의 역무 및 양심적 병역거부가 인정되고 있는 국가에 있어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법률에 의하여 요구되는 국민적 역무’를 국제규약상 금지되는 강제노역의 범주에서 제외되는 것 중 하나로 규정함으로써 가입국으로 하여금 양심적 병역거부를 반드시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국제규약 제18조 제1항의 양심 표명의 자유의 일환으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대체복무제도를 두지 아니한 것 그 자체가 국제규약 위반으로 평가될 수는 없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병역의무의 면제를 부여할 것인지 여부 혹은 순수한 민간 성격의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할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는 가입국의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재량이 부여되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현재 여건상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병역의무 면제나 대체복무의 기회를 부여하지 아니한 채 병역의무를 부과한다고 하여 국제규약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7도7941 판결 참조).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이 국제규약 제18조 제1항에 위배된다는 원고의 주장도 이유 없다.
(2) 병역법 제55조 제3항 위반 여부
병역법 제55조 제1항은 “교육소집은 군사교육을 위하여 보충역과 승선근무예비역에 대하여 60일 이내로 실시할 수 있으며, 그 시기·소집기간·소집해제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동조 제3항은 “ 제1항에도 불구하고 보충역에 대하여는 신체등위·학력·연령 등 자질을 고려하여 교육소집을 실시하지 아니할 수 있으며, 그 기준은 병무청장이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익근무요원 소집업무 규정(2010. 12. 29. 병무청 훈령 제950호) 제21조 제1항은 ‘1991년 이후 출생자로서 정신과 질환사유로 신체등위 4급 보충역에 편입된 사람’과 ‘1991년 이후 출생자로서 문신 또는 자해로 인한 반흔 등의 사유로 4급 판정을 받은 사람 중 정신과 3급이 포함된 사람’을 교육소집을 실시하지 아니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살피건대 ① 병역법 제55조 제3항이 규정하고 있는 ‘신체등위·학력·연령 등 자질’은 병무청장이 교육소집 미실시 여부 결정에 관한 일반적인 기준을 정함에 있어 고려하여야 할 사항으로서, 병무청장이 위 사항을 고려하여 일반적인 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에 따라 교육소집 미실시 여부를 결정하라는 것이지, 개별적인 교육소집 대상자 결정에 있어서 위 사항을 고려하여 교육소집 여부를 결정하라는 것은 아니라고 봄이 상당한 점, ② 병역법 제55조 제3항의 문언으로 보아 ‘신체등위·학력·연령 등 자질’에 있어 신체등위·학력·연령은 제한적 열거가 아니라 자질의 예시로 볼 수 있으나 원고가 주장하는 종교적 신념과 신체등위·학력·연령 사이에 유사성이나 등가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이것이 교육소집 미실시 여부의 기준을 정할 때 고려하여야 할 자질에 해당된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을 참작할 때, 원고 주장의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을 교육소집면제사유로 고려하지 않은 이 사건 처분이 병역법 제55조 제3항에 위배된다는 원고의 주장도 이유 없다.
(3) 신뢰보호의 원칙 위반 여부
신뢰보호의 원칙에 의하여 보호받기 위해서는 ① 행정기관의 선행조치가 있어야 하고, ② 상대방이 행정기관의 선행조치를 신뢰하였어야 하며, ③ 그 신뢰가 보호받을 가치가 있어야 하고, ④ 상대방이 행정기관의 선행조치를 신뢰하여 일정한 조치를 취하여야 하며, ⑤ 선행조치에 반하는 행정기관의 후행조치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원고가 행정기관의 선행조치라고 주장하는 국무총리의 사회복무제 도입 발표와 국방부의 종교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 허용 방안 발표는 향후 제도의 변경이나 새로운 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정책 예고일 뿐 그로써 대체복무제도의 도입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며 대체복무제도의 도입은 향후 국민적·입법적 합의 및 결단과 입법화 절차 등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확정될 수 있는 것임은 원고로서도 충분히 알 수 있는 것이므로, 국무총리와 국방부의 위와 같은 발표가 원고에게 대체복무제의 도입이나 교육소집 미실시에 관한 신뢰를 부여하는 선행조치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신뢰보호의 원칙 위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비례의 원칙 위반 여부
교육소집 기간이 4주라는 사정만으로 교육소집의 목적 달성에 부적합하다고 단정할 수 없고, 대체복무제도가 도입되어 있지 아니한 상태에서는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이 가장 침익적인 수단을 선택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으며(더구나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지 아니하고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병역법 제55조 제3항이 헌법이나 국제규약에 위배되지 아니함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앞에서 보았듯이 이 사건 처분은 헌법 제39조 제1항이 규정한 국방의 의무와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보장되는 국민 전체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라는 헌법적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이와 같은 헌법적 법익에 비하여 원고의 개인적 불이익과 원고 주장의 다른 공익상의 손실이 더 크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원고의 주장도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