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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정보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방해배제등

[대법원 1998. 2. 24. 선고 97다48418 판결]

【판시사항】

[1] 당해 종중과의 약정 없이 단순히 그 종중의 족보에 기재된 사항의 변경이나 삭제를 구하는 청구의 허용 여부(소극)
[2] 당사자들이 단순히 도의상이 아닌 법적 의무를 부담할 의사로 재산상 또는 신분상의 권리관계에 아무 영향도 없는 급부를 하기로 약정한 경우, 그 약정에 기한 청구의 권리보호이익 유무(적극)
[3] 상위 종중이 족보를 편찬하면서 직근 하위 종중에게 그 중시조를 장자로 기재하고 타 종중의 중시조를 장자로 기재하지 않겠다고 약정하였다면, 그에 기한 금지청구는 권리보호이익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당해 종중과의 약정 없이 단순히 그 종중의 대동보나 세보에 기재된 사항의 변경이나 삭제를 구하는 청구는 재산상이나 신분상의 어떤 권리관계의 주장에 관한 것이 되지 못하므로 제소할 법률상의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허용될 수 없다.
[2] 채권관계를 지배하는 사적 자치의 원칙상 당사자는 계약에 의하여 채권의 목적인 급부의 종류나 내용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고, 당사자는 재산상이나 신분상의 권리관계에 아무런 영향도 없는 급부를 하기로 정할 수도 있으므로, 당사자들이 단순히 도의상으로 어떤 의무를 부담할 의사가 아니라 법적으로 어떤 의무를 부담할 의사로 그와 같은 급부를 하기로 정한 것이라면 그것이 그대로 이행되더라도 당사자의 재산이나 신분상 권리관계에 어떠한 영향도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와 같은 약정에 기한 청구가 법률상 보호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할 이유는 없다.
[3] 상위 종중이 족보를 편찬하면서 직근 하위 종중 중시조의 서차(序次) 문제와 관련하여 어느 일방의 직근 하위 종중에게 새로운 증거가 제출되지 않는 한 그 직근 하위 종중의 중시조를 장자로 기재하고 다른 직근 하위 종중의 중시조를 장자로 기재하지 않겠다고 약정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상위 종중이 법적으로 의무를 부담할 의사로 약정을 체결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그에 기한 금지청구에 권리보호의 이익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사소송법 제226조[소의 제기]
[2] 민사소송법 제226조[소의 제기]
[3] 민사소송법 제226조[소의 제기]

【참조판례】

[1][2][3] 대법원 1998. 2. 24. 선고 97다48401 판결(같은 취지) /[1] 대법원 1975. 7. 8. 선고 75다296 판결(공1975, 8586), 대법원 1992. 10. 27. 선고 92다756 판결(공1992, 3252), 대법원 1997. 7. 9.자 97마634 결정(공1997하, 2599)


【전문】

【원고,상고인】

평산신씨 군수공종중 (소송대리인 변호사 신오철)

【피고,피상고인】

평산신씨 문희공파종중 (소송대리인 변호사 신정철)

【원심판결】

대전고법 1997. 9. 9. 선고 96나6781 판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이 사건 소가 권리보호의 이익이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가.  원심이 인정한 기초사실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한 기초사실은 다음과 같다.
피고 종중은 평산신씨(平山申氏) 15세손 문희공(文僖公) 소외 1을 중시조로 하는 종중이고, 원고 종중은 그 차자(次子)인 대사성공(大司成公) 소외 2의 아들인 군수공(郡守公) 소외 3을 중시조로 하는 종중이고, 소외 평산신씨장령공종중(平山申氏掌令公宗中, 이하 장령공종중이라고 한다)은 위 소외 2의 아들인 장령공 소외 4를 중시조로 하는 종중이다. 원고 종중, 피고 종중 및 장령공종중 사이에 군수공 소외 3과 장령공 소외 4 중 누가 소외 2의 장자(長子)인지에 대하여 누대에 걸쳐 이론이 있었고, 평산신씨 문중에서 발행한 평산신씨 성보(병자보, 1636년 발간), 평산신씨 세보(임오보, 1702년 발간), 문희공파 정사보(1797년 발간), 평산신씨 합보(계유보, 1873년 발간), 평산신씨 대동보(무술보, 1958년 발간), 평산신씨 대동약보(1964년 발간) 등에 군수공 소외 3과 장령공 소외 4의 서차가 엇갈려 왔다.
원고 종중과 장령공종중이 평산신씨 대종중에 소외 2의 장자가 누구인지를 결정하여 줄 것을 구함에 따라 평산신씨대종중 수보(修譜)특별심의위원회에서 문헌의 고증을 거쳐 1973. 11. 13. "문희공 제2자 대사성공 소외 2의 장자는 군수공 소외 3이며 차자는 장령공 소외 4이다."라고 결정하고, 그 결의에 따라 1976년 발간된 평산신씨계보(병진보)에는 군수공 소외 3이 장자로 기재되었다.
피고 종중은 1992년에 이르러 새로운 족보를 발간하게 되어 이를 위하여 문희공파보편찬위원회를 설치하고 그 아래 고증위원회를 두어 소외 3과 소외 4의 서차문제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소외 3과 소외 4의 자손을 제외하고 각 지파별로 6명으로 구성된 위 고증위원회는 최종적으로 1995. 4. 30. 참석 고증위원 5명 중 4명의 찬성으로 소외 4를 장자로 하기로 결의하였다. 피고 종중은 그에 따라 소외 4가 소외 2의 장자로 기재된 평산신씨문희공파족보를 제작하여 현재 85% 내지 90% 정도 완성되었다.
 
나.  원심의 판단
이 사건에서 원고는 피고 종중의 1993. 10. 21.자 약정을 청구원인으로 하여 위와 같이 소외 4를 장자로 기재한 이 사건 족보의 제작·반포 금지를 구하고 있는바, 이에 대하여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여 권리보호의 이익을 부정하고, 이 사건 소를 각하하였다.
 
1993.  10. 21.자 약정에 기한 원고의 권리는, 피고 종중에 대하여 소외 2의 장자가 소외 3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아니하는 주장과 행동의 금지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조상의 서차(序次)에 관한 것으로서 법률상 보호할 이익이 있는 어떠한 권리관계가 전제되지 아니하고, 그에 기하여 족보의 기재 사항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여 그에 반한 행위의 금지를 구하는 청구는 본질적으로 족보의 기재 사항의 변경이나 삭제를 구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 청구는 법률상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 원고의 주장 중에 1993. 10. 21.자 약정이 원고 종중과 피고 종중 사이에 소외 3을 소외 2의 장자로 하는 내용의 족보를 편찬하기로 묵시적인 계약이 체결되었고, 그에 기한 완전이행을 구하는 취지가 포함된 것으로 본다 하더라도 일반적인 족보의 편찬·제작 계약에 있어서는 용역과 재화의 제공을 채무의 내용으로 함으로써 법률상 보호할 어떤 이익을 추구하는 것인데 반하여 원고가 주장하는 그와 같은 내용의 편찬계약상의 권리는 일정한 편찬행위라는 용역의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그 편찬 내용을 제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그 제한된 내용 역시 법률상 보호할 이익이 없으므로 위 편찬계약상의 완전이행청구권 역시 일반적인 편찬계약에 기한 이행청구권과는 달리 법률상 보호할 이익이 없다. 
다.  당원의 판단
원고가 이 사건에서 주장하는 것과 같은 약정에 터잡음이 없이 단순히 종중의 대동보나 세보에 기재된 사항의 변경이나 삭제를 구하는 청구는 재산상이나 신분상의 어떤 권리관계의 주장에 관한 것이 되지 못하므로 제소할 법률상의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허용될 수 없다 할 것이다(당원 1997. 7. 9.자 97마634 결정, 1992. 10. 27. 선고 92다756 판결, 1975. 7. 8. 선고 75다296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채권관계를 지배하는 사적 자치의 원칙상 당사자는 계약에 의하여 채권의 목적인 급부의 종류나 내용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당사자는 재산상이나 신분상의 권리관계에 아무런 영향도 없는 급부를 하기로 정할 수도 있다. 당사자들이 단순히 도의상으로 어떤 의무를 부담할 의사가 아니라 법적으로 어떤 의무를 부담할 의사로 그와 같은 급부를 하기로 정한 것이라면 그것이 그대로 이행되더라도 당사자의 재산이나 신분상 권리관계에 어떠한 영향도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와 같은 약정에 기한 청구가 법률상 보호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원고가 이 사건 청구원인으로 주장하는 바는 피고가 1993. 10. 21.자 약정을 통하여 새로운 증거가 제출되지 않는 한 피고 종중은 현재 편찬중인 대동보에 신숙권을 신자승의 장자로 기재하기로 하거나, 혹은 같은 조건하에 같은 대동보에 신숙정를 신자승의 장자로 기재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의무를 부담하기로 하였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이는 당연히 피고가 법적으로 의무를 부담할 의사로 그와 같은 약정을 하였다는 주장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원심이 단지 위와 같은 이유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가 법률상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고 단정한 것은 권리보호의 이익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 하겠다.
 
2.  원고가 주장하는 약정의 존부에 대하여(원심의 부가적 판단)
그런데 원심은 더 나아가 부가적으로 그 판시 증거들에 의하면, 장령공종중과 원고 종중 사이에 위와 같은 장차자 문제로 계속 갈등이 있자, 직근 상위 종중인 피고 종중이 1993. 10. 21. "앞으로 양가 서차문제는 과거를 번복할 수 있는 정확하고 확고부동한 신증자료가 제출되지 않는 한 기존 결정에 따른다."고 결정한 후, 그러한 취지를 원고 종중과 장령공종중 등 모든 파를 총망라하여 구성된 피고 산하 평산신씨문희공파보편찬위원회 명의로 각 파에 통고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위 결정 및 통고만으로는 원고 종중과 피고 종중 사이에 원고의 주장과 같은 약정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하였는바, 기록과 대조하여 검토하여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할 수 있고, 여기에 논하는 바와 같은 심리미진이나 이유불비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에 대한 논지는 이유가 없다.
 
3.  결국 원심이 이 사건 소를 각하한 것은 잘못이라 하겠지만, 원고만이 상고한 이 사건에서 당원은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에 따라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최종영(재판장) 이돈희 이임수(주심) 서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