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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정보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살인

[서울고법 1996. 11. 5. 선고 96노1268 판결:상고]

【판시사항】

○○ 그룹 '△△' 전 멤버인 공소외 21 살해 사건에서,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 사례

【판결요지】


○○ 그룹 '△△' 전 멤버인 공소외 21 살해 사건에서, 사망시각을 단정할 수 없고 살해 동기가 뚜렷하지 않은 점, 살해의 방법으로 피해자에게 투여된 것으로 주장되는 황산마그네슘 3.5g과 졸레틸 1병이 신체 건강한 청년을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의 분량이라고 볼 수 없는 점, 사고사나 제3자의 범행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검찰 주장의 살해 장소나 살해 방법 등도 부자연스럽다는 점 등에 비추어,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 사례.

【참조조문】

형법 제250조, 형사소송법 제308조, 제325조


【전문】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및 검사

【변 호 인】

동서법무법인 담당변호사 서정우외 2인

【원심판결】

서울지법 서부지원 1996. 6. 5. 선고 96고합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검 사
이 사건 범행이 피고인의 빗나간 증오, 집착과 욕심 때문에 계획적으로 사람에게 쓰지 않고 동물에나 쓰는 약물로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범행 후 사리에 맞지 않는 거짓진술로 억지 주장을 일삼으며 범행을 부인하고 은폐하는 등 범행을 전혀 뉘우치는 마음이 없어 그 죄질과 범정의 불량함이 극에 달하고 있으므로 피고인을 무기징역형에 처한 원심의 형은 가볍고 따라서 검사의 구형과 같이 사형에 처하여야 한다.
 
나.  피고인
(1) 사실오인의 점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한 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이고 직접적인 증거 없이 추측과 예단에 의하여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하여 살인죄로 처단한 원판결에는 다음과 같이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가) 살인의 동기에 관하여
피고인의 성격이 소유욕과 집착력이 강하다고 할 수 없다.
원심은 이에 대한 간접사실로서 피고인이 평소에 피해자가 팬들과 만나는 것을 싫어하고 또 어디에 가는지 꼬치꼬치 캐물으며 피해자의 팔다리를 묶기도 하고 가스총을 쏜 사실을 인정하고 있으나, 우선 피고인이 통상인이 가지고 있는 질투의 범위를 벗어나서 피해자의 행위를 관여한 사실이 없고 이에 대한 원심 증인들의 진술은 모두 과장되었으며, 다음으로 피고인이 피해자의 팔다리를 묶은 사실이 없고 이에 대한 증인들의 진술은 공소외 3으로부터 들은 전문진술로서 증거능력이 없을 뿐 아니라, 설사 이러한 말을 피해자가 하였다고 할지라도 이는 피해자가 장난삼아 지어낸 이야기에 불과하고, 마지막으로 피고인이 실험탄이 들어 있는 가스총을 오발하여 피해자를 맞힌 일이 있으나 이것이 과장되거나 부풀려져 피해자에 의해 잘못 전달된 것으로 위와 같은 잘못 인정된 사실 아래서 이를 가지고 피고인의 성격을 단정지을 수 없다.
이 사건 당시 이미 피해자가 피고인을 미워하여 헤어지려고 결정한 상태라고 할 수 없다.
피해자의 어머니인 공소외 1이 피해자의 미국 출국 이후에도 계속적으로 피고인과 접촉하여 피고인을 변함없이 대하여 주었고 그 이외에 피해자가 미국에서 귀국한 이후 어머니보다도 피고인을 먼저 만나보았고 선물을 사왔으며 귀국 후 거의 매일밤을 피고인과 보냈고 피해자의 사망 후에 그 일행들이 피해자의 사망소식을 어머니보다는 피고인에게 알린 점 등에 비추어 보아 피해자의 사망 당시에 피해자가 피고인과 헤어지려고 이미 결정한 상태라고 볼 수는 없다.
(나) 약물의 구입에 관하여
피고인이 공소외 4의 동물병원에서 자신의 개를 안락사시킨다는 명분으로 "졸레틸 50" 1병과 그 희석액, 황산마그네슘 3.5g 및 일회용 주사기 2개를 사온 것은 사실이나 이는 피해자가 귀국하기로 결정될 당시가 아닌 1995. 9.경에 피고인이 자신의 자살을 생각하던 중 노망이 난 자신의 개 "바니"의 안락사 문제와 겹쳐 구입하였다가 버린 것으로 피고인이 구입한 약물로는 결코 피해자를 죽일 정도의 분량이 될 수가 없고 만일 피고인이 범인이라면 자신이 잘 아는 동물병원에서 살인용 약물을 구입할 리도 없다.
(다) 범행 방법에 관하여
원심이 인정한 이 사건 범행 방법은 아무런 증거 없는 추측에 불과하며 과연 이 사건 범행장소와 같이 여러 사람이 잠을 자고 있는 분위기 아래서 28번의 주사를 놓아 피해자를 살해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라) 사망 시각에 관하여
이 사건 사망 시각을 추정한 피해자의 양측성시반은 폴라로이드 사진에 나타난 영상을 가지고 법의학자들이 판단한 것으로 폴라로이드 사진 자체의 문제점으로 말미암아 위 시반이라고 판단한 것은 폴라로이드 사진의 음영에 불과하여 양측성시반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피해자가 생존해 있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본 때가 사건 당일 01:00경이라는 증인 공소외 5의 진술은 사건 전날의 피고인과 피해자 등의 행적, 다른 증인들의 진술 등에 비추어 적어도 02:00 이후인 것을 잘못 진술한 것으로 그 이후부터 양측성 시반이 생길 수 있는 피해자의 사망시각인 02:50경까지 사이에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피해자의 위에서 피해자가 늦게 먹거나 마신 음식이 발견되지 않은 점, 아침에 피해자의 자세를 바꾼 시점이 06:50 보다 몇십분 빠를 수 있는 점, 아침에 피해자가 죽었다고 주위 사람이나 119 구급대원이 단정하지 못하였고 피해자가 긴급후송된 세림병원의 간호원이 측정한 피해자의 체온이 36°정도였다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에 피해자의 사망시각은 03:00경 이후라고 보아야 한다.
(마) 사망 원인에 관하여
피해자의 몸에서 검출된 마그네슘염 67.8ppm, 틸레타민 0.85㎍/㎖, 졸라제팜 3.25㎍/㎖의 혈중농도로 보아 이것이 사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바) 피해자의 사망 후 피고인의 행적에 관하여
피고인이 위 공소외 4에게 부탁한 것은 약물의 판매를 감추어 달라는 것이 아니고 주사기를 사간 사실을 감추어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이는 당시 피고인이 의심받는 상황에서 겁이 나기도 하고 답답하여 찾아간 것으로 만일 피고인이 범인이라면 이와 같이 의심나는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
피해자의 어머니가 피해자의 부검을 반대한 데 대하여 피고인이 동조한 것은 피해자의 애인으로서의 의무로 자연스러운 일이다.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망 소식을 듣고 병원에 나타났을 때 화장한 모습으로 나타난 것은 피고인이 집에 들어가서 피곤하여 화장도 지우지 않은 상태에서 잠이 들었다가 바로 나왔기 때문이다.
(사) 기타 사항에 관하여
사건 당일 06:00경 위 공소외 5가 일어났을 때 타이머 135분짜리 건조기가 돌아가고 있었던 사실, 피해자의 입술에서 피가 발견된 사실, 매니저 공소외 22와 공소외 23의 사건 당일의 이상한 행적, 졸레틸이 마약대용으로 사용되는 점, 28개의 주사침 흔적이 동시에 놓아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점, 황산마그네슘이 피해자에게 투여되었다고 볼 자료가 없는 점 등이 있는 이상 피고인을 유죄로 단정할 수 없다.
(2) 양형부당의 점
설사 피고인이 유죄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원심의 무기징역형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
 
2.  판 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1993. 9.경 ◇◇대학교 치과대학 본과 3학년 재학시에 당시 공소외 3과 "△△"란 이름의 그룹을 조직하여 가수활동을 하고 있던 피해자 공소외 21(남, 23세)을 알게 되어 그 무렵부터 애인관계로 지내던 중, 소유욕과 집착력이 강한 피고인의 성격으로 말미암아 피고인 혼자서만 위 공소외 21을 차지하겠다고 마음먹은 나머지, 위 공소외 21이 대중들 앞에서 가수 활동하는 것을 싫어하여 위 공소외 21을 뒤쫓아 다니며 여자팬들의 접근을 막는 등 위 공소외 21의 활동에 많은 간섭을 하고,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위 공소외 21에게 가스총을 쏘거나, 잠이 든 위 공소외 21의 몸을 끈, 테이프로 묶어 놓는 등으로 위 공소외 21을 괴롭혀서 위 공소외 21과 갈등을 빚게 되었는바, 그에 따라 계속 가수로 활동하고 싶어하는 위 공소외 21은 피고인이 자신의 앞 길에 방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피고인과의 관계를 청산하려 하였고, 반면에 피고인은 위 공소외 21을 계속 자신의 옆에 묶어 두기 위해 피고인과의 관계를 회복시키려 하여, 1995. 7. 21. 위 공소외 21이 미국으로 떠난 후에도 계속 위 공소외 21에게 전화를 하여 만나자고 하는 등 위 공소외 21과의 관계회복을 시도하였으나, 위 공소외 21이 피고인과의 전화통화조차 기피하고 피고인에게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자, 위 공소외 21과의 관계를 회복할 기회를 갖기 위해 위 공소외 21이 귀국할 무렵 미국으로 위 공소외 21에게 전화를 하여 곧 일본에 유학갈 예정이니 그때까지만 만나서 잘 대해 달라고 애원하여 같은 해 11. 15. 귀국한 위 공소외 21과 만나는 기회를 갖게 되었는바, 그런데 이미 피고인과 헤어지기로 마음을 굳힌 위 공소외 21이 피고인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싶어하는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자, 그 동안 누적된 불만과 위 공소외 21을 영구히 소유하겠다는 욕심에서 위 공소외 21과 헤어지느니 차라리 그를 살해해 버리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고, 위 공소외 21을 살해할 기회를 노리던 중,
 
1995.  11. 19. 저녁에 서울 서대문구 홍은3동에 위치한 스위스그랜드 호텔 별관 57호 위 공소외 21의 숙소 내 거실에서, 그 전날 에스비에스(SBS) "생방송 티브이(TV) 가요 20"이란 프로그램을 통하여 성공적인 솔로 가수 데뷔무대를 가진 위 공소외 21과 그의 로드매니저인 공소외 5 및 백댄싱팀 일원인 공소외 6 등 8명과 함께 위 공소외 21의 공연장면을 녹화한 비디오 테이프를 반복하여 시청하다가, 다음날인 11. 20. 01:00경까지 피고인과 위 공소외 21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이 차례로 잠을 자러 방안으로 들어감에 따라 위 거실에는 피고인과 위 공소외 21 둘만 남아 피고인은 마주 보도록 붙여 놓은 1인용 소파 2개 위에 앉고 위 공소외 21은 그 옆에 놓여 있는 3인용 긴 소파에 누워 있는 상태에서 피고인이 위 공소외 21의 화장을 지워주고 몸을 주물러 주며 위 공연에 관한 이야기 등을 나누는 기회를 갖게 되자, 이를 기화로 그 때부터 같은 날 02:50경까지 사이에 그 전에 반포종합 동물병원을 경영하는 공소외 4로부터 구입하여 가지고 다니던 틸레타민과 졸라제팜이 혼합된 동물마취제인 "졸레틸 50"이란 약품 250㎎을 5cc 용액에 희석하여 그 중 일부를 주사기에 담아 이를 위 공소외 21에게 피로회복제 등으로 오인시킨 다음 위 공소외 21의 오른쪽 팔 부위에 주사하여 위 공소외 21을 마취시킨 뒤, 이어 남은 위 졸레틸 희석액과 물에 희석한 동물안락사용 극약인 황산마그네슘 약 3.5g을 주사기로 위 공소외 21의 오른쪽 팔 부위에 수회 주사, 투약하여, 그 무렵 그 곳에서 위 공소외 21로 하여금 위 틸레타민과 졸라제팜 및 마그네슘 중독으로 사망하게 하여 위 공소외 21을 살해한 것이다 라고 함에 있다. 
나.  증명되는 사실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 채택한 증거들과 당심에서 조사, 채택한 증거들 중 당심 증인 공소외 7, 공소외 8, 공소외 5, 공소외 9의 각 진술,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장 작성의 사실조회에 대한 답변서, 변호인이 당심에서 제출한 증 제2, 12호증의 각 기재, 검사가 당심에서 제출한 사진 6매의 영상 등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증명된다.
(1) 1995. 11. 19. 피해자 공소외 21이 에스비에스(SBS) "생방송 티브이(TV) 가요 20"이란 프로그램에 출연한 뒤 저녁에 숙소인 스위스그랜드 호텔 별관 57호로 돌아와 피고인과 위 공소외 21 및 일행 7명이 거실에 모여 피고인이 위 프로그램을 녹화하여 가지고 온 비디오 테이프를 재생하여 보다가, 피고인 및 위 공소외 21과 로드매니저인 공소외 5를 제외한 나머지 일행 6명이 차례로 잠을 자러 방안으로 들어갔고, 이어 위 공소외 5는 다음날인 11. 20. 01:00경 거실에 피고인과 위 공소외 21 둘만 남겨 놓은 채 잠을 자러 방안으로 들어갔는데, 같은 날 06:00경 위 공소외 5가 위 공소외 21 일행 중 제일 먼저 잠에서 깨어나 보니 피고인은 보이지 않고 위 공소외 21이 거실 소파에 엎드려 머리를 오른쪽으로 돌려 누워 있는 것을 보고 흔들어 깨웠으나 일어나지 않기에 처음에는 위 공소외 21이 잠을 자는 것으로 생각하였고, 계속 일어나지 않아서 공소외 6과 흑인인 공소외 10에게 위 공소외 21을 깨우도록 시켰으나 역시 일어나지 않아 위 공소외 5가 위 공소외 21을 뒤집어 똑바로 눕히고 흔들어 깨우려고 하였으며 그렇게 깨워도 위 공소외 21이 일어나지 않아 공소외 6이 호텔 프런트에 전화하여 119 구급대를 불러 왔고 피해자는 세림간호병원에 곧 후송되었으나 이미 사망하였다는 판정을 받았다.
(2) 위 공소외 21의 사체를 부검한 결과 공소외 21 사체의 오른쪽 팔에서만 28군데의 주사바늘 자국이 발견되었는데, 위 주사바늘 자국에서 나타난 피하출혈은 신선혈로서 사망 이전에 발생한 것이고 그 양상이 모두 동일한 점에 비추어 근접한 시간대(하루 이내)에 같은 주사기에 의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고, 오른팔 위쪽 3곳의 근육주사 외의 나머지 오금 5곳, 아래쪽 20곳의 주사바늘 자국은 그 자국이 불규칙적이지만 정맥 혈관을 따라 분포되어 있으며 누구나 가까운 거리에서 보기만 하면 피하 출혈 부분이 확인될 정도이고, 공소외 21 사체의 혈액, 소변, 위내용물 전부에서 사람 몸에는 있지 않은 틸레타민과 졸라제팜이라는 약물이 검출되었는데 그 틸레타민의 혈중농도는 0.85㎍/㎖, 졸라제팜의 혈중농도는 3.25㎍/㎖이었고 위에서 소량의 액상내용물과 위점막출혈이 있는 외에는 다른 특이한 사항은 발견되지 아니하였다.
(3) 그런데, 위 공소외 21은 오른손잡이로 아침에 발견될 당시 긴팔의 윗옷이 입혀져 주사바늘자국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발견되었고 공소외 21이 위 생방송 준비를 위하여 연습하는 도중 윗옷을 벗고 상체가 맨몸인 채 연습하였으며 위 호텔에 도착하여서도 바로 윗옷을 벗고 상체가 맨몸인 채 녹화한 비디오를 보았는데 그 일행 중 누구도 공소외 21의 오른팔에서 주사바늘 자국이나 피하출혈 흔적을 보지 못하였다.
(4) 공소외 21 사체에서 검출된 위 틸레타민과 졸라제팜의 사람에 대한 치사량이나 이를 투약하고 사망한 사람의 혈중농도에 대한 관련 자료는 밝혀져 있지 않지만 졸라제팜은 그 유도체인 다이아제팜보다 그 독성이 2배이고, 틸레타민은 그 유도체인 펜사이클리딘에 비해 그 독성이 2분의 1가량이며 틸레타민의 유도체인 펜싸이클리딘과 졸라제팜의 유도체인 다이아제팜을 기준으로 할 때 위 펜싸이클리딘을 고의 또는 사고로 복용하고 사망한 17사례에서 나타난 펜싸이클리딘의 혈중 농도가 0.3 내지 25㎍/㎖이었고 다이아제팜을 다른 약물과 병용 투여하여 사망한 67사례에서 나타난 다이아제팜의 평균 중간혈중농도가 18㎍/㎖, 단지 다이아제팜만이 관여되어 사망한 3사례의 평균 중간혈중농도가 4.8㎍/㎖였고, 또 1,200개의 다이아제팜 관련 사망사례 중 다이아제팜 한 종류의 섭취로 인한 2개의 사망사례의 사후혈중농도는 각 5㎍/㎖, 19/㎖로 나타났다.
(5) 위 틸레타민과 졸라제팜은 각각 미국에서 등록약품통제법에 따라 가장 엄격하게 제한 금지되는 분류에 속하는 스케쥴I에 포함되어 있고 같은 비율로 혼합되어 동물마취제로 사용되는 "졸레틸"과 "탈레졸"이라는 상품은 덜 제한을 받는 스케쥴Ⅲ에 포함되어 있으며 그 중 "졸레틸"은 우리 나라에서는 조양축산상사에 의해 1992. 1. 8.부터 수입되기 시작하여 매년 1,000병 정도(1995년도에는 2,106병)의 판매량을 보이고 있고 "탈레졸"은 개별적으로 들여오는 것 이외에 따로 수입되는 것은 없다.
(6) 한편, 피고인은 1995. 9.경부터 11.경 사이(다만 공소외 4는 처음에는 11월초라고 진술하다가 원심법정에서 9월부터 11월 사이라고 진술을 바꾸었다)에 위 공소외 4가 경영하는 반포종합 동물병원에서 애완견을 안락사시키는 데 필요한 약품을 달라고 요구하여, 이에 위 공소외 4가 피고인에게 동물마취제인 "졸레틸 50"(틸레타민 125㎎과 졸라제팜 125㎎이 혼합된 약품)이란 약품 1병과 황산마그네슘 약 3.5g 및 3㏄용 주사기 2개를 판매하면서 먼저 졸레틸을 주사하고 이어 황산마그네슘을 물에 녹여 정맥주사하라고 안락사 방법을 알려 준 일이 있고, 그 후 피해자의 부검결과가 나오기 전인 1995. 12. 1.경 피고인이 위 공소외 4에게 전화를 하여 만나자고 하여 위 공소외 4가 피고인을 만난 일이 있는데, 그때 피고인이 자기가 사망한 위 공소외 21의 여자 친구라고 하면서 피고인이 위 공소외 4로부터 위 약품과 주사기를 구입한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였다.
 
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위 증명된 사실 이외에 피고인이 위 별관 57호실을 나간 시각이 03:40경인데 피해자의 사체를 촬영한 사진에 의하면 양측성시반이 나타나고 이를 근거로 피고인이 나가기 이전인 02:50 이전에 피해자가 사망된 것으로 추정되고, 피해자의 몸에서 정상인보다 많은 마그네슘이 검출되었고, 피고인의 성격과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와의 관계에 비추어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할 동기가 충분하며, 그 이외에 피해자의 사망 후 피고인의 의심스러운 행적 등을 종합하여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단정하고 피고인을 살인죄로 처단하였는바, 차례로 살펴보기로 한다.
 
라.  사망시각에 관하여
(1) 양측성시반에 관하여
원심 증인 공소외 11(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겸 위 대학 법의학 연구소장)의 원심법정 및 검찰에서의, 원심 및 당심 증인 공소외 7(부검의)의 원심, 당심 및 검찰에서의, 당심 증인 공소외 8(검안의)의 당심에서의 각 진술과 위 공소외 11이 작성한 감정의뢰에 대한 회신서의 기재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사망 후 시체에서 발견되는 시반은 이동성 시반, 양측성 시반, 침윤성 시반의 3종류가 있으며 이 중 이동성 시반이란 시체의 체위를 변경할 경우 처음에 생긴 시반은 변경된 체위의 아래쪽으로 완전히 이동되어 소실되고 새로운 체위의 시체 하방부에 시반이 다시 형성되는 것을 말하며, 양측성 시반은 처음에 생긴 시반은 약하게 남아 있으면서 변경된 체위의 하방부에 시반이 비교적 강하게 재형성되어 시체의 양면에서 시반이 모두 관찰되는 경우이고, 침윤성 시반은 발견될 당시 시신의 하방부에 형성된 시반이 시체의 체위를 변경하여도 이동하지 않고 그대로 남아서 새로운 체위의 시체 하방부에서 시반 형성을 볼 수 없는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이 양측성 시반은 영국의 법의학서적에 의하면 사후 4 내지 12시간 내에, 일본의 법 의학서적에 의하면 짧게는 사후 6 내지 8시간 내에, 길게는 8 내지 10시간 내에 형성된다고 한다.
(나) 그런데 위 공소외 11은 위 공소외 21의 사체를 영안실에서 촬영한 폴라로이드 사진 7매(수사기록 28쪽부터 31쪽까지), 카메라로 찍은 칼라부검사진 16매(수사기록 106쪽부터)를 보고, 위 공소외 7과 공소외 8은 위 폴라로이드 사진을 보고 위 공소외 21의 사체의 후면에 강한 시반이 형성되어 있고 왼쪽 하지의 대퇴부 전면 및 내측, 얼굴과 목의 전면, 전흉부의 일부에서 약한 시반이 관찰되므로 위 사체에서 발견된 시반은 양측성 시반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2) 사망시각의 추정
위 공소외 21의 사체에서 발견된 시반이 양측성 시반이라고 한다면 앞서 증명된 사실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위 공소외 21이 1995. 11. 20. 01:00경까지는 살아 있었고, 같은 날 06:00경 처음 발견되었을 당시에는 소파에 엎어져 있다가, 같은 날 06:50경에 뒤집혀 똑바로 눕혀졌다는 사실과 맞추어 보면, 위 공소외 21은 1995. 11. 20. 01:00경부터 02:50경 사이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3) 양측성 시반의 존재 여부
(가) 부검사진에 양측성 시반이 나타나는가
위 공소외 11이 양측성 시반을 확인하였다는 부검사진 16매를 육안으로 확인하면 이중 양측성 시반을 확인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사진은 부검 전 모습을 왼쪽에서 촬영한 전신사진 1매(수사기록 106쪽 위), 안검울혈소견을 보이는 얼굴사진 1매(수사기록 107쪽 위), 흉복부 절개 사진 1매(수사기록 108쪽 위) 뿐으로 이 중 전신사진을 제외한 얼굴과 목 부위의 사진 2매는 시반으로 관찰될 만한 어떠한 피부색의 변화를 발견할 수 없고, 전신사진 1매를 자세히 관찰하여 보면 왼쪽 허벅지 안쪽에 미약하나마 시반같은 흔적을 발견할 수 있으나 당심 증인 공소외 7의 당심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위와 같은 흔적은 사진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 시반으로 볼 수 없다고 하고 있어 결국 부검사진으로는 피해자의 사체에서 양측성 시반을 발견할 수 없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발견하였다는 원심 증인 공소외 11의 원심 및 검찰에서의 각 진술은 믿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나) 폴라로이드 사진의 문제점
위 폴라로이드 사진을 육안으로 확인하여 보면 위 증인들의 증언과 같이 양측성 시반으로 보이는 흔적들이 눈에 띄는데 과연 이 것을 시반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변호인이 당심에서 제출한 증 제7, 8호증의 각 1 내지 4의 각 영상과 증 제19호증의 기재, 이 법원의 성모병원 영안실 현장검증조서의 기재 및 영상을 각 종합하면, 폴라로이드 사진은 일반 사진에 비하여 거뭇거뭇한 음영이 나타나고 이와 같은 음영은 시반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다.
양측성 시반이라고 지적하는 부분이 일치하지 아니한다. 즉 위 공소외 11은 왼쪽 허벅지 안쪽, 얼굴과 목의 일부(원심에서는 구체적으로 오른쪽 얼굴)에서, 위 공소외 7은 전흉부와 목 전면부에서(검찰진술시), 법의학자 이정빈은 질의회보서(증거로 채택되어 있지는 않다)에서 왼쪽 다리의 내측과 전면에서 각 양측성 시반이 발견된다고 한다(위 공소외 8은 양측성 시반이 사진상 보인다고 할 뿐 구체적인 위치에 대한 진술이 없다). 결국 양측성 시반의 위치를 지적한 3사람 중 모두 양측성 시반이라고 지적한 부분은 한 군데도 없다.
위 공소외 11이 구체적으로 양측성 시반이라고 지적한 오른쪽 얼굴부분은 위 증명된 사실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해자가 아침에 발견된 형상에서는 시반이 형성될 수 없는 부분이고 왼쪽 허벅지 안쪽에서 발견되었다는 시반은 피해자가 모로 누워있지 않은 이상 형성되기 어려운 부분이다.
같은 폴라로이드 사진 내에서도 시반으로 보이는 곳이 다른 사진에서는 시반으로 안 보이는 경우가 있다(가장 확연한 예로는 수사기록 30쪽 아래 사진의 오른쪽 허벅지 바깥 쪽에 보이는 시반이 31쪽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사건 당일 피해자를 본 피해자의 일행들인 공소외 5 등과 119 구급대원인 당심 증인 공소외 12, 후송된 세림간호병원의 의사인 당심 증인 공소외 13, 간호사 공소외 14, 영안실 직원인 공소외 15, 검안의 공소외 8, 부검의 공소외 7 등 사체를 목격한 많은 사람들이 피해자의 사체를 볼 당시 피해자의 몸 전면부에 이상한 변색이나 시반으로 보이는 흔적을 본 기억이 없다고 일치하여 진술하고 있다(위 공소외 7은 원심증언시에 부검당시 피해자의 사체 전흉부 등에서 미약한 시반이 있었으나 미약해서 부검감정서에는 기재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변호인의 반대신문시 그 부위를 표시하여 달라고 하자 정확하게 기억하여 표시할 정도가 아니라고 답변하였을 뿐 아니라 검찰 및 당심에서의 진술은 주의하여 보지 않았기 때문에 양측성 시반이 있었는지 기억이 안난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어서 원심의 이 부분 진술은 믿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4) 사망시각과 관련하여
(가) 위 공소외 16외 당심, 원심, 검찰에서의 각 진술에 의하면, 위 공소외 5는 범행당일 01:00경 잠을 자러 들어가면서 건조기에 세탁물을 넣고 타이머의 최대가동시간인 135분에 맞추어 놓고 잠을 자러 들어갔고 그 후 아침 06:00경 기상하여 건조기에서 세탁물을 끄집어 내려고 건조기가 있는 쪽으로 가는데 건조기가 여전히 돌아가고 있어 건조기의 타이머를 중단시키고 세탁물을 끄집어 냈다고 진술하고 있고, 이 법원 및 원심의 현장검증조서의 각 기재에 의하면, 위 건조기는 최대 타이머 작동시간이 135분으로 위 시간이 경과되면 자동으로 작동이 멈추어지고 다시 타이머를 재작동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렇다면 피해자의 당시 일행 중 중간에 건조기의 타이머를 재작동시켰다고 진술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특별히 위 공소외 5의 진술을 배척할 만한 사정이 엿보이지 아니하는 이 사건에 있어서 위 건조기의 타이머는 범인에 의하여 작동된 것으로 보여지고 그 목적은 범행의 실행시에 일어날 수 있는 소음이나 범행현장의 이탈시 문에서 나는 소음 등을 중화시킬 목적이라고 추단되고 이러한 추단 아래서라면 이 사건 당일 03:45경(06:00경부터 역산하여 135분 이전)에는 피해자가 살아 있었거나 막 사망한 때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양측성 시반은 발견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나) 피고인이 범인이 아니라면 피고인이 별관 57호실을 나갔다는 03:45경에는 피해자가 살아 있었을 것이고 피고인이 범인이라면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는 마당에 피해자가 생존해 있을 때에 위 범행현장을 떠났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므로 03:45경에는 피해자는 생존해 있었을 가능성이 휠씬 높다고 할 것이다.
(5) 사망시각 추정에 대한 결론
앞서 살펴 본 바에 의하면 피해자의 사체에서 양측성 시반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 결국 양측성 시반이 있음을 전제로 하는 사망시각의 추정은 더 이상 증명되었다고 할 수 없다.
 
마.  황산마그네슘의 투입 여부
(1) 위 공소외 7의 원심, 검찰에서의, 원심증인 공소외 26의 원심 및 검찰에서의 각 진술과 위 공소외 26 작성의 감정서의 기재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황산마그네슘은 인체에 투약되면 황산염과 마그네슘이온의 형태로 변하게 되는데, 황산염과 마그네슘이온은 원래 사람 몸에 어느정도 있는 물질로 황산염은 통상인도 소변에서 검출이 많이 되고 비교할 데이터가 없는 반면에 마그네슘이온에 대하여는 이러한 자료가 있기 때문에 국립과학연구소 약독물과장 공소외 26은 위 공소외 21의 몸에 황산마그네슘이 투약되었는지를 알기 위하여 위 공소외 21과 대조사체 3구, 생존자 20명 이상에 대하여 마그네슘염의 양을 측정하였다.
(나) 그 결과 마그네슘염의 함량이 공소외 21의 사체에서 혈액 67.8ppm, 뇨 281.5ppm이, 다른 사체에서 혈액 48.4ppm-59.7ppm, 뇨 18.2ppm-51.8ppm이, 살아있는 사람들에게서 혈액 15ppm-20.1ppm, 뇨 28.5ppm-128.5ppm이 각 검출되었고, 동인이 참고하였다는 문헌에 의하면 사람의 마그네슘의 함량은 혈액 12ppm-31.2ppm, 뇨 24ppm-144ppm이 정상범위로 나와 있다고 한다.
(2) 이에 이러한 사실을 근거로 위 공소외 26과 부검의 공소외 7을 혈액 중 마그네슘염의 농도가 생존시에 정상농도이라도 만일 사람이 죽으면 혈액의 용혈 등에 의하여 이온평형이 깨지고 따라서 그 마그네슘염의 농도는 변화되므로 위 혈액 중에 나타난 공소외 21의 마그네슘농도를 가지고 마그네슘염의 투여 또는 복용 여부를 판정할 수 없으나, 위 공소외 21의 뇨 중 마그네슘염 함량이 대조사체라든가 문헌에서 보고된 자료들과 비교하여 볼 때에 그 수치가 높은 것으로 보아 외부에서 마그네슘염을 포함한 물질이 투여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고, 원심은 이에 더 나아가 정상인보다 많은 양의 마과네슘염이 검출된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3) 그러나, 첫째 변호인이 당심에서 제출한 증 제14, 16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미란타와 같은 제산제에서 수산화마그네슘이 사용되고 그 양은 미란타의 경우 100㎖당 13.34g이, 이 사건 전날 피고인 일행이 저녁식사를 한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집에서 판매하는 통상의 1인분 음식에서 많지는 않지만 127.43㎎의 마그네슘이 포함되어 있고 이러한 마그네슘이 포함된 음식을 먹고 마심으로 마그네슘의 뇨 중 함량이 상승할 것임은 위 공소외 26 작성의 감정서 기재에 의하여도 명백하고, 둘째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장 작성의 사실조회에 대한 답변서의 기재에 의하면 소변 중의 마그네슘염의 함량은 변동이 심하여 이를 가지고 어떠한 판단을 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정상인의 소변에서 검출되는 마그네슘염의 농도는 2-18㎜이고 위 공소외 21의 사체의 오줌에서 검출된 양인 281.5ppm은 11.58㎜에 해당되어 정상 범위에 속한다는 것으로 결국 위 공소외 21의 오줌에서 검출된 마그네슘의 함량이 정상인보다도 높다고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나아가 이를 근거로 황산마그네슘이 투약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바.  살해 동기에 관하여
(1) 원심이 피고인의 이 사건 살해 동기에 관하여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채택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한 사실은 다음과 같고 이에 대하여 차례로 살펴본다.
(가) 피고인은 평소 소유욕과 집착력이 강하다.
(나) 피고인은 피해자와 싸우면서 피해자에게 가스총을 쏜 일이 있다.
(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외출하지 못하도록 밤사이에 피해자의 몸을 끈과 테이프로 묶은 일이 있다.
(라) 피해자는 1995. 7. 이전에 피고인과의 관계를 청산하려 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전화를 하여 미국으로 떠난 피해자와의 관계 회복을 시도하였으나 냉담한 반응만을 받았을 뿐이다.
(마) 피해자가 귀국하여 피고인을 계속 만난 것은 피고인이 곧 일본에 유학갈 예정이니 그 동안만이라도 잘해 달라고 하여 만난 것이다.
(2) 성격에 관하여
당심 증인 공소외 24의 이 법정에서의, 원심 증인 전혜진의 원심법정에서의 각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이 특별히 소유욕과 집착력이 강한 성격이라고 볼 수 없고, 치료감호소 감정의사 이현정 작성의 정신감정서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인에게는 편집적 성격을 포함한 특이한 성격장애가 없으며 성격적으로 약간 의존적이고 복종적이긴 하지만 본래 매우 긍정적인 성격특성을 가지고 있어 피고인이 타인에 비하여 소유욕과 집착력이 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3) 가스총 사건에 관하여
위 가스총 사건에 대한 증거로는 1995. 7. 초순경 피해자가 피고인 집에서 나올 때 가스총을 맞아서 얼굴이 붉어지고 옷이 찢어진 상태로 나오면서 피고인이 눈에 살기를 띠고 너는 죽어야 된다고 하면서 가스총을 쏘았다고 하는 것을 피해자로부터 들었다는 원심 및 당심 증인 공소외 5의 원심 및 당심, 검찰과 경찰에서의 각 진술, 미국에 출국하려고 한 날 피해자로부터 피고인이 가스총을 쏘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당심 증인 공소외 3의 진술, 미국에서 피고인으로부터 가스총 사건을 들었다는 원심 증인 공소외 6, 공소외 17의 각 진술, 피해자 사망 후 피고인에게 가스총을 쏜 일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피고인이 피해자의 애를 뱃는데 책임을 회피할려고 하여, 화가 나서 쏘았다는 말을 들었다는 위 공소외 17의 진술 등이 있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실수로 가스총을 쏜 일은 있으나 고의로 쏜 일은 없다고 변소하고 있다.
그런데,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위 사건 이후에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가 급속하게 벌어지거나 미워하는 상태가 아니고 계속적으로 유지되는 상태로 보여지는바, 그렇다면 이 가스총 사건은 피해자 또는 위 공소외 5에게 있어서 위 공소외 5가 진술한 것과 같은 정도의 사건이 아니고 가볍게 웃어 넘길 수 있는 정도의 사건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데 이는 위 공소외 5가 경찰 제3회 진술시에 피고인과 피해자가 다툰 적이 없어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해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진술한 점이나 1995. 6. 1. 신한독총포사를 경영하는 이상돌이 피고인에게 샘플용으로 빌려준 가스총에는 본래의 가스탄이 아니고 시험탄인 물탄이 장전되어 있어서 인체에 아무런 해가 없고 눈에만 약간 매운 정도의 성능이라고 위 이상돌이 경찰에서 진술하고 있는 점 등에 의하여 뒷받침되고 있어서 피고인이 실수로 가스총을 쏘았다는 변소를 단정적으로 배척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4) 결박사건에 관하여
이에 대한 증거로는 위 공소외 3의 공항에서 피해자로부터 들었다는 진술, 미국에서 피해자로부터 들었다는 위 공소외 6과 공소외 17의 진술 등이 있는바, 과연 실제로 이러한 일이 있었는지에 대하여는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은 피고인과 피해자와의 관계와 당일의 행적 등에 비추어 믿기 어렵다.
우선 출국예정일로 공증계약일인 1995. 7. 20. 피해자가 공증장소에도 나오지 아니하고 공항에도 늦게 도착하여 위 공소외 3의 책망을 듣자 피해자가 이를 모면하기 위하여 앞서 장난스럽게 생각되는 가스총사건과 관련하여 이 결박사건을 만들어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은 위 결박 사건은 마치 영화 또는 소설로 유명한 "미져리"의 한 장면을 연상시킬 뿐 아니라 앞서 든 증거들과 공판기록 1437쪽의 진료내역서의 기재에 의하면 위 결박당하였다는 날 피해자 등은 결국 출국하지 못하여 다음날 출국하였는데 출국하지 못한 피해자는 서울 용산구 (주소 생략) 소재 공소외 25 치과의원에서 이치료를 받고 피고인과 다음날 출국 전까지 같이 지냈고 당심 증인 공소외 3의 이 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당시 공항에서 피해자가 위 공소외 3에게 이야기할 때의 분위기는 심각하기보다는 황당하여 웃음을 자아내는 분위기였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아도 그러하다.
만일 이러한 사건을 피해자가 만들어 낸 것이라면 피해자가 위 공소외 3에게 말한 바가 있으므로 미국에서 일행들에게 가스총 사건과 함께 장난삼아 말을 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5)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와의 관계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채택한 증거들과 당심 증인 공소외 3의 이 법정에서의 진술을 종합하면, 피고인과 피해자가 처음 만나서 사귀던 때보다는 1995. 4.경 이후부터 피고인과 피해자가 서로 다투고 싸우기도 한 사실이 인정되나 이 정도의 다툼이나 싸움을 가지고 피고인이 피해자와 헤어지려고 하고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매달릴 정도로 사이가 악화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것은, 첫째 1995. 4. 28. 피해자의 어머니 공소외 1이 피해자의 동생인 공소외 2에게 보낸 편지에 피고인과 피해자의 싸움을 묘사하고 있지만 둘 사이의 관계가 헤어질 정도로 악화된 것으로 표현되어 있지 아니하고 그 밑바닥에 둘이 사랑으로 잘 포용하고 감싸주기를 바라는 심정이 기재되어 있으며 위 공소외 1은 피해자에게 필요한 돈을 송금하는 데 피고인의 통장을 이용할 정도로 피고인을 믿었고 피해자가 미국에 간 이후에도 피고인을 불러 밖에서 밥까지 사준 일이 있으며 피해자의 사망 당일 피고인의 집에서 묵고 올 정도로 여전히 피고인을 피해자의 애인 또는 여자친구로 인정하여 왔고(위 공소외 1의 원심에서의 진술 등), 둘째 피해자가 귀국하기 얼마 전 미국에서 있을 때 전화로 울면서 힘들고 어려운 심정을 피고인에게 하소연할 정도로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마음의 문을 닫은 상태가 아닐 뿐 아니라 피해자가 피고인의 전화를 받기 싫어 하였다면 피해자가 미국에 있을 때 한 달에 수십회의 통화(8월에 가장 많이 63회의 통화를 하였고 한 번의 통화시간 중 가장 긴 것이 1시간 14분 29초도 있다)가 이루어질 수 없고(위 공소외 6의 원심에서의 진술과 수사기록 736쪽과 공판기록 159쪽의 전화통화내역 수사보고서), 셋째 피해자가 귀국하여서 어머니인 위 공소외 1보다도 피고인을 먼저 만났을 뿐 아니라 피고인에 대한 선물을 준비하였고 귀국 후 피해자 사망시까지 착오로 피고인과 피해자가 엇갈려서 못만난 1995. 11. 16. 외에는 매일 피고인과 피해자가 같이 있었고(원심 채택 증거들), 넷째 피해자 사망 전일에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생방송 녹화를 부탁하였을 뿐 아니라 사건 당일 피곤하여 누워있는 피해자의 몸을 피고인이 안마하였고 평소에 같이 거실에서 자던 위 공소외 5가 위 공소외 6의 권유에 따라 둘만의 시간을 갖도록 자리를 비워 준 점(원심 채택 증거들) 등에 비추어 보아 명백하고, 따라서 위 증인들의 진술들은 통상의 연인들에게서 볼 수 있는 다툼이나 싸움을 피고인이 범인으로 지목되자 적개심에서 과장하여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6) 피해자가 피고인이 유학가기까지 일주일만 잘해주기로 하였다는 말을 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피해자 일행인 위 공소외 5 등이 피해자로부터 들었다는 것인데, 첫째 당시 피해자는 1996. 1. 또는 2.경 일본으로 진출할 예정이어서(당심 증인 공소외 3의 진술과 공소외 18의 검찰에서의 진술) 피고인이 일본으로 유학을 간다면 피고인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둘째 피고인과 피해자 및 그 일행들이 같이 있을 때에 피고인의 유학준비에 대하여 아무런 이야기가 없었고, 셋째 피해자가 귀국 후에 피고인을 만날 때 보통의 경우에 비해 특별히 잘해주었다고 볼 수 없는 점(녹화 심부름,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욕한 것 등) 등에 비추어 보아 위 진술들을 믿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7) 살해 동기에 대한 결론
앞서 살펴본 바에 따르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할 만한 원심판시와 같은 성격이나 동기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사.  기타 의심스러운 정황에 관하여
(1) 피고인이 위 공소외 4에게 약물 구입사실을 숨겨달라고 부탁한 것이 "도둑이 제발 저리다." 또는 "도둑이 포도청 간다."은 우리 나라 속담처럼 가장 피고인을 범인으로 의심하게 되는 근거가 됨은 사실이나 한편, 위 공소외 4의 원심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당시 위 공소외 4가 피고인을 만났을 때 공소외 4는 피고인에게 안락사용 약물 등을 판매한 사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피고인이 이를 상기시켜서 비로소 위 공소외 4가 피고인에게 안락사용 약물(당시만 해도 위 공소외 4는 황산마그네슘만 판매한 것으로 기억)을 판매한 사실이 생각났고 그 당시의 분위기가 피고인이 무슨 범죄를 저지르고 이를 숨기려고 부탁하는 것으로는 전혀 보이지 않고 무슨 난처한 처지에 놓여져서 하는 부탁 정도로 느껴졌다는 것으로 이와 같은 당시의 분위기를 언론보도를 통한 피해자의 마약상습투약으로 인한 사망설과 피고인의 연루설 등 피고인이 당시 처해있던 상황과 연관시켜보면 피고인이 환각작용과 신경안정작용 등이 있는 마취약물과 주사기를 사간 사실이 혹시라도 알려지게 되면 더욱 곤경에 처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걱정한 나머지 위 공소외 4를 찾아간 것으로 이해 못할 바 아니고, 부검 결과 "졸레틸" 성분이 검출될 것을 미리 알고서 그런 행동을 한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추론할 것은 아니다.
(2) 위 공소외 1의 원심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피해자 사망 후 사체를 부검하려는데 피고인이 부검을 반대하면서 유족대기실에서 돈을 주면 심장마비로 나올 수 있다는 말을 위 공소외 1에게 한 사실은 인정되나, 한편 위 증인의 원심, 검찰, 경찰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위 공소외 21의 부검을 반대한 것은 위 공소외 1이 먼저이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동조하였으며 위 공소외 1은 심지어는 주사바늘 자국이 확인되어 부검영장이 발부되었을 때 내목에 칼이 들어와도 부검을 할 수 없다고 반대하다가 영장이 발부되면 부검을 반대하여도 어쩔 수 없고 위 공소외 21이 오른손잡이이므로 사인을 밝혀야 된다는 주위의 설득에 어쩔 수 없이 부검에 동의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피고인이 피해자와 애인 사이이고 우리 나라 사람의 의식상 부검은 사람을 2번 죽이는 일이라고 하여 싫어하는 점, 그리고 당시 위 공소외 21이 마약복용으로 사망한 것이라는 말이 떠돌고 있어 만일 부검하여서 마약이 검출될 경우 위 공소외 21이 받을 불명예 등을 고려하여 보면 피고인이 위 공소외 1의 부검반대에 동조하여 심장마비사로 처리하자는 말을 하였다고 할지라도 이러한 사정이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할 정황사실이라고는 볼 수 없다.
(3) 위 공소외 6은 원심에서 피고인이 피해자가 사망하였다는 소식을 받고 30분 이내에 나타나면서 화장을 하고 머리를 빗고 나타났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피고인의 변소처럼 피곤하여 화장을 지우지 않은 채 잠깐 잠이 들었다가 소식을 듣고 바로 나왔다면 피고인이 위와 같은 모습을 보였다 하여 피고인을 범인으로 의심할 정황사실이 될 수 없다.
(4) 그 이외에 피고인이 피해자 사망 후 그리 슬픈 기색이 아니었다는 등의 피고인을 범인으로 의심케 할 만한 위 공소외 6, 공소외 17, 공소외 1 등의 진술들은 모두 객관적인 사실이라기보다는 피고인이 범인으로 지목된 이후에 주관적인 생각을 피력한 것들로 과장되었거나 곡해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쉽게 믿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아.  의문점들
(1) 피고인이 구입한 약물만으로 사람을 죽이기에 충분한가
(가) 황산마그네슘 3.5g
피해자의 몸에 황산마그네슘이 투약되었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피고인이 구입한 황산마그네슘 3.5g이 치료약의 범위 내로서 일시에 정맥투여되지 않은 이상 인체에 아무런 해를 주지 않음은 원심증인 공소외 26, 공소외 27의 원심법정에서의 각 진술과 서울대 공소외 28교수 작성의 사실조회회신서의 기재에 의하여 충분히 인정되고 피고인이 구입한 3㏄ 주사기로는 위 황산마그네슘 희석액을 일시에 정맥 투여하기 어렵다.
(나) "졸레틸 50" 1병
졸레틸 50(5㎖)의 사용설명서(수사기록 623쪽)의 기재에 의하면, 졸레틸 50을 가지고 근육주사로 마취를 하는 경우 그 양은 ㎏당 개 0.3㎖, 고양이 0.3㎖, 10㎏당 고릴라 0.2㎖-0.44㎖, 침팬지 0.8㎖-l㎖, 염소, 사슴 1.8㎖, 낙타 0.3㎖-0.44㎖, 사자 0.6㎖-1㎖, 곰, 호랑이, 팬더 0.8㎖-1.2㎖, 여우 0.2㎖-1.6㎖, 토끼 1.4㎖-2㎖를 필요로 하는데 가장 ㎏당 사용량이 적은 고릴라의 낮은 치수를 적용할 때에 위 "졸레틸 50" 1병을 가지고는 몸무게 250㎏의 고릴라를 마취할 수 있는 정도의 분량인데, 원심 및 당심 증인 공소외 27의 각 진술, 연세대학교 병원장 작성의 사실조회에 대한 답변서, 증 제1호증, 텔라졸 사용설명서(수사기록 1407쪽)의 각 기재에 의하면 졸레틸 2배의 함량을 가진 탈레졸의 경우 개에게 ㎏당 50㎎을 투여하였을 때 생존하였다가 100㎎ 투여시 사망하였고, 고양이의 경우 ㎏당 220.47㎎ 투여시 치명적이며 개와 고양이에 대하여 치사량(50% 사망)은 틸레타민은 마취량의 10배, 졸라제팜은 투여량의 20배라는 보고가 있고 이와 같은 보고들을 근거로 할 때에 위 "졸레틸 50" 1병은 사람에게 충분한 마취효과를 낼 수는 있으나 사망에 이르게 할 충분한 양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사실이 인정되고, 이와는 달리 위 "졸레틸 50" 1병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할 충분한 양이 된다는 취지로 진술한 위 공소외 7의 당심 및 원심, 검찰에서의 진술은 위 동물실험 결과 등에 의하여 나타난 자료에 비추어 믿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다) 첫째, 피해자 몸에서 검출된 정도의 틸레타민과 졸라제팜의 혈중농도에 비추어 어느 정도의 "졸레틸" 또는 "탈레졸"이 투약된 것인지 또 그 치사량이 얼마인지에 관하여는 이와 관련된 사람의 사망 또는 오용사고 등이 보고되지 아니하였고 또한 실제로 실험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어서 알 수 없고 따라서 위 "졸레틸 50" 1병을 사람에게 투여할 때 그 혈중농도가 얼마나 될는지는 알 수 없으나, 피고인 이 구입한 위 1병을 사람에게 투여해서는 사망의 결과가 일어나기 어려운 사정에 비추어 실제로 피해자가 사망한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인이 구입한 위 졸레틸 1병만이 피해자에게 투여되었다고 보기는 어렵고(피고인이 더 이상의 졸레틸을 구입하였는지에 대하여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 둘째로 작은개 1마리를 안락사시킬 만한 분량의 약물을 가지고 치과대학까지 나온 피고인이 건강한 청년을 죽일 수 있다고 믿을 수 있었을지도 의문이고, 마지막으로 설사 피고인이 위 졸레틸 1병을 피해자에게 투여하였다고 가정하더라도 그 분량에 비추어 살해의 범의를 가지고 투약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위에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졸레틸을 구성하는 틸레타민과 졸라제팜은 모두 마약대용품으로 사용될 수가 있는 것들이고 뒤에서 보는 사고사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 피해자의 사체에서 검출된 소변량에 의하여 추정되는 생전 마지막 배뇨시각과 사망시각 사이에 28군데의 주사바늘 자국을 남길 수 있는가
원심 및 당심 증인 공소외 7의 원심 및 당심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피해자의 사체에서는 모두 10㏄의 소변이 검출되었다고 진술하고 있고, 위 진술과 증 제4호증의 1, 2와 증 제10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사람의 뇨의 생성은 뇨의 생성을 방해하는 특별한 질병이 없는 한 1분에 1㏄, 적어도 2분에 1㏄의 뇨가 생성된다고 하고 기록상 피해자가 사망시나 직후에 소변을 방출한 흔적은 보이지 아니한다.
그렇다면 피해자는 최대한 잡아서 사망 20분 전에 소변을 보았다는 것인데, 피해자가 정상적으로 소변을 본 후 20분 내에 피해자의 아무런 반항 없이 28군데의 주사바늘 자국을 남길 수 있을지 의문이고 만일 위 주사바늘 자국의 일부가 피해자가 생전에 마지막으로 소변을 보기 이전에 형성된 것이라면 피해자의 죽음은 사고사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3) 외부인의 소행 또는 내부 일행의 범행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되었다고 할 수 있는가
(가) 우선 증명된 사실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위 별관 57호실을 01:00경부터 06:00경까지 사이에 떠났다는 것 이외에 피고인이 나간 시각에 대한 객관적인 아무런 입증이 없다.
그런데 피고인이 범인이라면 피고인이 자신의 혐의를 벗기 위하여서는 좀 더 빠른 시각에 위 별관을 떠났다고 진술하는 것이 보통일 터인데 범행이 이루어질 충분한 시간이 지난 후에 떠났다고 진술하는 것으로 보아서 피고인이 떠났다는 위 시각은 일응 진실한 것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고, 그렇다면 피해자의 정확한 사망시각을 알 수 없게 된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인이 떠났다는 03:40 이후에 피해자의 나머지 일행 7명 중 누군가가 피해자에게 주사를 놓았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2) 당심 증인 공소외 5, 원심 증인 공소외 6의 각 진술과 원심 및 당심의 현장검증조서의 각 기재 및 사법경찰리 작성의 공소외 19, 공소외 20에 대한 각 진술조서의 진술 기재에 의하면, 위 별관 57호실이 속하여 있는 스위트 호텔의 정문 출입구는 4군데로 24시간 개방되어 있고 후문 출입구 5군데는 야간인 21:00경부터 다음날 06:00경까지 완전히 폐쇄하고 각 출입구마다 설치된 감시카메라로 데스크에서 위 폐쇄회로화면을 통하여 출입자를 감시하도록 되어 있으며, 위 별관 57호실은 현관문과 비상문을 통하여 출입할 수 있는데 안에서는 그냥 문을 열 수 있고 밖에서는 문이 자동으로 닫히면서 잠기어 현관문열쇠나 비상문열쇠로만 열고 들어 갈 수 있고 위 출입문열쇠는 투숙시에 투숙객에게 1개(복제되었거나 복제를 부탁하였으면 2개)를 주고 데스크에서 예비열쇠를 보관하고 있는 외에 마스터 열쇠가 있어 외부침입이 어려운 것만은 사실이나, 한편 위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당일 새벽에 위 데스크 당번인 위 공소외 19는 누가 밖으로 나갔는지 기억 못하고 있고 데스크에서는 투숙객의 일행이 예비열쇠를 요구하면 이를 내어주며 위 열쇠를 분실하는 경우 보증금에서 열쇠값을 공제하도록 되어 있는 외에 다른 조치가 없고 위 열쇠의 일반 복제가 가능하며 1995. 11. 18. 위 별관 57호실에서 피해자가 그의 지갑을 분실한 사실이 있고 그 뒤 위 지갑은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는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에 의하면 첫째 이 사건 당일 데스크 근무자가 폐쇄회로 화면을 통하여 모든 출입자를 일일이 확인 감시하였던 것은 아니라고 보여지는 점, 둘째 누구나 과거 투숙객 또는 현재의 투숙객을 통하여 열쇠의 보관이나 복제가 가능한 점, 셋째 위 지갑을 피고인이나 피해자의 일행 중 누군가가 가져간 것이 아닐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당일의 외부침입 가능성 역시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3.  결 론
무릇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증명된 사실로는 객관적인 사실로,
피해자는 1995. 11. 20. 01:00경부터 06:00경까지 사이에 사망하였다고, 그 사망원인은 틸레타민과 졸라제팜에 의한 약물중독사로 추정되고,
위 시간대 사이에 사망하기 전에 피해자는 누군가에 의해 오른쪽 팔에 28번의 주사가 놓아졌으며
그 놓아진 주사액은 "졸레틸"이나 "탈레졸"과 같이 틸레타민과 졸라제팜이 혼합된 약물이다.
피고인과 관련된 사실로서,
피고인은 전에 위 공소외 4로부터 개안락사 명목으로 "졸레틸"과 주사기를 구입하였고
피해자 사망 후 위 공소외 4에게 약품구입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 일이 있고,
위 시간대의 상당부분을 피고인과 피해자가 같이 있었다.
라는 것으로 위 증명된 사실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한 것이라는 일응의 믿음을 갖게 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위 별관 57호실을 나간 시각 이전에 피해자가 사망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고,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할 만한 원심판시와 같은 특별한 성격이나 동기는 이를 인정할 충분한 증거가 없고, 달리 피고인이 연인인 피해자를 살해하기에 족한 뚜렷한 동기를 찾아 볼 수 없으며,
피고인이 구입한 황산마그네슘 3.5g은 치료약의 범위 내로서 이를 희석하여 3㏄ 주사기로 수회 나누어 투여하더라도 인체에 거의 해를 주지 않는 데다가 그것이 피해자에게 투여되었다고 인정할 충분한 증거도 없고, 또 피고인이 구입한 "졸레틸 50" 1병 역시 피해자와 같은 건강한 청년으로 하여금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의 분량이라고는 볼 수 없으며,
피해자의 사망시각과 생전의 마지막 소변시각 사이의 시간과 위 "졸레틸"의 마약대용 가능성에 비추어 사고사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피고인 이외의 피해자 일행 7명과 외부침입자의 범행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점, 기타 변호인이 내세우는 사건이 일어난 곳의 살해 장소로서의 부적합성, 공소사실에 적시된 피로회복제로 속여 주사하였다는 범행 방법의 부자연스러움 등에 비추어 보아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한 살인범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어 앞서 증명된 사실만으로는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확신이 들 정도의 증명이 있다고 할 수 없고 이를 증명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할 것이며 달리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거시 증거에 의하여 유죄의 판결을 한 것은 증거 없이 범죄사실을 인정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그렇다면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검사 및 피고인의 각 양형부당에 대한 항소이유의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앞서 본 바와 같은바, 이는 위 항소이유에서 판단한 바와 같이 그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안성회(재판장) 하광룡 최강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