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판례정보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서적제작판매반포금지가처분

[서울지법 1995. 9. 27. 자 95카합3438 결정 : 확정]

【판시사항】

공적 인물에 대한 초상권, 성명권, 프라이버시권 침해 여부의 판단 기준

【판결요지】

우리 나라 국민들에게 많은 귀감이 될 수 있는 뛰어난 기업인으로서 이미 우리 사회의 공적 인물이 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경우 그 사람은 자신의 사진, 성명, 가족들의 생활상이 공표되는 것을 어느 정도 수인하여야 하고, 그 사람을 모델로 하여 쓰여진 평전의 표지 및 그 신문광고에 사진을 사용하거나 성명을 표기하는 것, 그 내용에 가족관계를 기재하는 것은 위 평전이 그 사람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내용이 아닌 한 허용되어야 한다.

【참조조문】

민법 제751조, 헌법 제17조, 제21조


【전문】

【신 청 인】

김우중 (대리인 변호사 심훈종 외 6인)

【피신청인】

김진국 외 1인 (대리인 변호사 박성호)

【주 문】

 
1.  신청인의 신청을 모두 기각한다.
 
2.  신청비용은 신청인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1. 신청인은 대우그룹을 경영하는 기업인으로서 1989. 8. 10. 신청외 김영사에서 발행된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에세이집의 저자이고, 피신청인 이원수는 신청인을 모델로 한 평전인 "김우중, 신화는 있다"의 저자이며, 피신청인 김진국은 위 "김우중, 신화는 있다"의 발행인인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2.  초상권, 성명권, 프라이버시권 침해주장에 관한 판단
신청인은, 피신청인들은 신청인의 아무런 승낙이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무단으로 "김우중, 신화는 있다"의 표지 및 광고에 신청인의 사진을 게재하고, 그 표지에 책명표시를 함에 있어 신청인의 성명을 다른 부분과는 달리 검은 색으로 가로쓰기로 인쇄하여 위 서적의 저작, 인쇄, 반포 등에 마치 신청인이 관련되어 있는 것처럼 오해하도록 하고, 신청인의 가족관계 등을 무단기재함으로써 신청인의 초상권과 성명권,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하여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기록에 의하면, "김우중, 신화는 있다"의 표지 및 신문광고에 신청인의 사진 1매가 게재되어 있고, 위 책의 표지에 책명표시를 함에 있어 신청인의 성명을 다른 부분과는 달리 검은 색으로 가로쓰기로 인쇄하고 있는 사실, 위 평전의 내용 중에 신청인의 가족관계가 기재되어 있는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김우중, 신화는 있다"는 신청인을, 불우한 소년시절을 보내면서도 경기고, 연세대를 졸업한 후 한성실업에 입사하여 쓰러져 가는 회사를 살려내고, 1967년 5,000,000원으로 대우실업을 창업하여, 8년만에 수출 1억$를 돌파하고, 1979년 우리 나라 단일기업 사상 최초로 수출 10억$를 돌파한 70년대 한국재계가 낳은 신데렐라이자 지금도 '세계경영'을 꿈꾸는 신화적 인물이라고 매우 긍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평전인바, 위 평전을 읽은 독자들은 대부분 신청인에 대하여 존경과 흠모의 정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보여져서, 위 평전으로 인하여 신청인의 명예는 오히려 더욱 높아졌다고도 볼 수 있으므로, 비록 신청인의 동의를 얻지 않고 쓰여졌으나 그것만으로 신청인의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신청인은 뛰어난 기업인으로서 우리 나라 국민들에게 많은 귀감이 될 수 있는 사람으로서 이미 우리 사회의 공적 인물이 되었다고 할 것인데, 공적 인물이 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경우 그 사람은 자신의 사진, 성명, 가족들의 생활상이 공표되는 것을 어느 정도 수인하여야 한다고 할 것인바, 이 사건과 같이 신청인을 모델로 하여 쓰여진 평전의 표지 및 그 신문광고에 신청인의 사진을 사용하고 성명을 표기하거나 그 내용에 신청인의 가족관계를 기재하는 것은 위 평전이 신청인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내용이 아닌 한 허용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 평전으로 인하여 신청인의 초상권, 성명권, 프라이버시권이 침해되고 명예가 훼손되었다는 점을 전제로 한 신청인의 위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3.  저작권 침해주장에 관한 판단 
가.  신청인은, 위 평전에는 신청인에게 저작권이 있는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의 내용 중 115개 문단이 166면에서부터 192면까지에 걸쳐 전재되어 있고, 신청인이 1976년 제1회 연세경영인상을 받으면서 한 수상연설인 "한국기업이 사는 길"과 1986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톱 매니지먼트 포럼(The 1986 Top Management Forum)에서 연설한 "성장과 경쟁력의 공유 - 한국과 유럽의 비지니스를 위한 제언"의 내용을 무단 인용하고 있어 신청인의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 비평, 교육, 연구 등을 위하여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는바(저작권법 제25조), 여기의 '정당한 범위 안에서의 인용'이란 그 표현형식상 피인용저작물이 보족, 부연, 예증, 참고자료 등으로 이용되어 인용저작물이 주이고, 피인용저작물이 종인 관계에 있는 것을 말하고,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는 인용'이란 피인용저작물이 인용저작물과 명확히 구별될 수 있도록 신의성실의 원칙에 입각하여 합리적인 방식으로 인용되는 것을 말한다.
기록에 의하면, 피신청인 이원수는 위 평전 중 "꿈을 가져라"라는 제목의 장(章)에서 신청인은 특히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사람이라고 하면서 인용근거를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라고 명시한 다음, 거기에서 신청인이 젊은이들에게 주는 메시지라고 할 수 있는 내용을 조금씩 발췌하여 소제목을 새로 붙여서 인용하고 있으며, 또한 신청인이 기업과 나라의 경제에 대단한 꿈을 안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자료로서 위 "한국기업이 사는 길"과 "성장과 경쟁력의 공유 - 한국과 유럽의 비지니스를 위한 제언"의 두 연설문을 출처를 밝히고 인용하고 있다는 사실, 위 평전은 총 302면인데 위 인용부분의 분량은 33면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평전은 그 저작물의 성질상 모델로 되는 사람의 생애에서의 주요 사건이 다루어져야만 하는 것이고, 특히 그가 기업경영인인 경우에는 경영철학 등이 소개될 수밖에 없는 것이며, 그가 저술한 책자나 연설문이 있다면 그것을 참고자료로서 평전의 내용 중에 소개할 수도 있다고 할 것이므로, 피신청인 이원수가 위 평전을 쓰면서 위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와 신청인의 연설문을 인용한 것은 피인용저작물이 부종적인 관계에 있는 한 정당하다고 할 것인바, 위 인용내용, 분량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인용은 정당한 범위 내의 인용이라고 보여지고, 그 인용방법도 비교적 명확하여 공정한 관행에 합치된다고 보여지므로, 이러한 의미에서 신청인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는 볼 수 없다.
 
나.  신청인은, 위 평전 중에는 신청인이 회장으로 있는 대우그룹의 광고카피인 "대우가 있습니다"라는 내용이 무단기재되어 있어 피신청인들이 대우그룹의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가사 위 "대우가 있습니다"라는 내용에 관한 저작권이 대우그룹에게 있다고 하더라도 저작권자가 아닌 개인에 불과한 신청인이 그 침해의 금지를 구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다.  따라서, 위 평전으로 인하여 신청인 또는 대우그룹의 저작권이 침해되었다는 점을 전제로 한 신청인의 위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신청인의 이 사건 신청은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판사 권광중(재판장) 김형두 신광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