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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부과처분취소

[대법원 2024. 7. 18. 선고 2023두36800 전원합의체 판결]

【판시사항】

[1] 행정청이 내부준칙을 제정하여 그에 따라 장기간 일정한 방향으로 행정행위를 함으로써 행정관행이 확립된 경우, 그 내부준칙이나 확립된 행정관행을 통한 행정행위에 대해 헌법상 평등원칙이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2] 행정청의 행정행위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대우에 해당하여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했는지 판단하는 방법
[3] 특수공익법인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사적 단체 또는 사인과 달리 차별처우의 위법성이 더 폭넓게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적극)
[4] 甲이 동성인 乙과 교제하다가 서로를 동반자로 삼아 함께 생활하기로 합의하고 동거하던 중 결혼식을 올린 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인 乙의 사실혼 배우자로 피부양자 자격취득 신고를 하여 피부양자 자격을 취득한 것으로 등록되었는데,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甲을 피부양자로 등록한 것이 ‘착오 처리’였다며 甲의 피부양자 자격을 소급하여 상실시키고 지역가입자로 甲의 자격을 변경한 후 그동안의 지역가입자로서의 건강보험료 등을 납입할 것을 고지한 사안에서, 위 처분이 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과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하여 위법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헌법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상 평등원칙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자의적으로 다르게 취급함을 금지하는 것으로서, 일체의 차별적 대우를 부정하는 형식적·절대적 평등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을 하고 법을 적용할 때에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실질적·상대적 평등을 뜻한다. 행정기본법 제9조는 “행정청은 합리적 이유 없이 국민을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여, 행정청에 헌법상 평등원칙에 따라 합리적 이유가 없는 한 모든 국민을 동등하게 처우해야 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따라서 행정청이 내부준칙을 제정하여 그에 따라 장기간 일정한 방향으로 행정행위를 함으로써 행정관행이 확립된 경우, 그러한 내부준칙이나 확립된 행정관행을 통한 행정행위에 대해서도 헌법상 평등원칙이 적용된다.
[2] 행정청의 행정행위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대우에 해당하여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하였는지를 확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행위의 근거가 된 법규의 의미와 목적을 통해 행정청이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다르게 대우했는지, 즉 다른 대우를 받아 비교되는 두 집단 사이에 본질적인 동일성이 존재하는지를 확정해야 한다. 다음으로 그러한 차별대우가 확인되면 비례의 원칙에 따라 행위의 정당성 여부를 심사하여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하였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3]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가 발전수준에 부응하고 사회환경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지속가능한 사회보장제도를 확립하고 매년 이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여야 하고(사회보장기본법 제5조 제3항), 사회보장제도의 급여 수준과 비용 부담 등에서 형평성을 유지할 의무가 있다(제25조 제2항). 사회보장제도인 건강보험의 보험자로서 가입자와 피부양자의 자격 관리 등의 업무를 집행하는 특수공익법인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공권력을 행사하는 주체이자 기본권 보장의 수범자로서의 지위를 갖는다. 그 결과 사적 단체 또는 사인의 경우 차별처우가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법감정에 비추어 볼 때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경우에 한해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행위로서 위법한 행위로 평가되는 것과 달리,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평등원칙에 따라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 내지 실현할 책임과 의무를 부담하므로, 그 차별처우의 위법성이 보다 폭넓게 인정될 수 있다.
[4] [다수의견] 甲이 동성인 乙과 교제하다가 서로를 동반자로 삼아 함께 생활하기로 합의하고 동거하던 중 결혼식을 올린 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인 乙의 사실혼 배우자로 피부양자 자격취득 신고를 하여 피부양자 자격을 취득한 것으로 등록되었는데,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甲을 피부양자로 등록한 것이 ‘착오 처리’였다며 甲의 피부양자 자격을 소급하여 상실시키고 지역가입자로 甲의 자격을 변경한 후 그동안의 지역가입자로서의 건강보험료 등을 납입할 것을 고지한 사안에서, 위 처분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격변경 처리에 따라 甲의 피부양자 자격을 소급하여 박탈하는 내용을 포함하므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위 처분에 앞서 甲에게 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에 따라 사전통지를 하거나 의견 제출의 기회를 주어야 함에도 이를 하지 않은 절차적 하자가 있고, 실체적 하자와 관련하여 ① 국민건강보험법 제5조 제2항 제1호(이하 ‘쟁점 규정’이라 한다)의 ‘배우자’에서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을 배제한다면 평등원칙에 반하는 위헌적 결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배우자를 피보험자로 정한 쟁점 규정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격관리 업무지침’에 따라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도 인우보증서를 제출할 것을 조건으로 피부양자에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적용하는 것은 적법하고, ②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위 처분을 통하여 사실상 혼인관계 있는 사람 집단에 대하여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면서도, 동성 동반자 집단에 대해서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두 집단을 달리 취급하고 있는데, 동성 동반자는 직장가입자와 단순히 동거하는 관계를 뛰어넘어 동거·부양·협조·정조의무를 바탕으로 부부공동생활에 준할 정도의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는 점, 자격관리 업무지침에 따르면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의 경우 피부양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인우보증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동성 동반자도 이러한 내용의 인우보증서를 제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는 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을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이유는 그가 직장가입자의 동반자로서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하였기 때문이지 이성 동반자이기 때문이 아닌 점 등에 비추어, 이러한 취급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을 차별하는 행위에 해당하며, ③ 건강보험제도와 피부양자제도의 의의, 취지와 연혁 등을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직장가입자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 즉 이성 동반자와 달리 동성 동반자인 甲을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고 위 처분을 한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甲에게 불이익을 주어 그를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과 차별하는 것으로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하여 위법하다고 한 사례.
[대법관 이동원,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오석준, 대법관 권영준의 별개의견] 국민건강보험법상 ‘배우자’의 개념은 이성 간의 결합을 본질로 하는 ‘혼인’을 전제로 하고, ‘동성 동반자’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에 따라 동성 동반자인 甲을 피부양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위 처분을 하였다. ‘동성 동반자’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에 속한다고 볼 수 없고, 동성 동반자를 피부양자에서 제외하여 지역가입자로 분류한 것을 합리적 근거 없는 자의적 차별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그러므로 위 처분에 실체적 하자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다수의견 중 위 처분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본 부분은 동의하나, 위 처분의 실체적 하자까지도 인정한 다수의견의 입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참조조문】

[1] 헌법 제11조 제1항, 행정기본법 제9조
[2] 헌법 제11조 제1항, 행정기본법 제9조
[3] 헌법 제11조 제1항, 행정기본법 제9조, 사회보장기본법 제5조 제3항, 제25조 제2항
[4] 헌법 제11조 제1항, 행정기본법 제9조, 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 국민건강보험법 제5조 제2항 제1호

【참조판례】

[1] 대법원 2007. 10. 29. 선고 2005두14417 전원합의체 판결(공2007하, 1857) / [2] 대법원 2019. 9. 9. 선고 2018두48298 판결(공2019하, 1985), 헌법재판소 1996. 12. 26. 선고 96헌가18 전원재판부 결정(헌공19, 118), 헌법재판소 2001. 11. 29. 선고 99헌마494 전원재판부 결정(헌공63, 1179) / [3] 대법원 2024. 4. 4. 선고 2022두56661 판결(공2024상, 733)


【전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장서연 외 7인)

【피고, 상고인】

국민건강보험공단 (소송대리인 변호사 임현정 외 3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3. 2. 21. 선고 2022누32797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1991년생 남성이고 소외인은 1990년생 남성으로서, 두 사람은 2013년부터 교제를 시작하여 2017. 2.경부터 서로를 동반자로 삼아 함께 생활하기로 합의하고 동거하던 중 2019. 5. 25. 양가 가족 등을 초대하여 결혼식을 올렸다.
 
나.  원고는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건강보험’(이하 ‘건강보험’이라 한다)의 직장가입자였다가 직장을 그만두면서 2018. 12. 1. 건강보험 지역가입자가 되었다.
 
다.  소외인은 서울 마포구에 있는 ‘(사업장명 생략)’(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에 취업하여 2016. 3. 1. 자로 건강보험 직장가입자가 되었다. 소외인은 2020. 2. 10. 피고의 홈페이지를 통해 원고와 동성(同性) 부부임을 밝히고 원고의 피부양자 자격취득에 관하여 문의하였다.
 
라.  피고 소속 담당 직원은 2020. 2. 11. 소외인에게 ‘원고의 피부양자 자격취득이 가능하다.’고 답변하면서 관련 절차와 서류를 안내하였다.
 
마.  이에 소외인은 2020. 2. 26. ‘동성인 원고와 혼인의 의사로 부부공동생활을 유지하고 있다.’는 내용의 사실혼 관계 인우보증서를 첨부하여 이 사건 사업장을 통해 피고에게 원고의 피부양자 자격취득 신고(이하 ‘이 사건 신고’라 한다)를 하였다. 피고 소속 담당 직원은 위 신고를 수리하여 피고의 전산망에 원고가 2020. 2. 26. 소외인의 피부양자 자격을 취득한 것으로 등록하였다. 원고는 피고의 홈페이지를 통해 위 사실을 확인하고, 이후 지역가입자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고 소외인의 피부양자 자격으로 보험급여를 받았다.
 
바.  원고가 소외인의 피부양자로 등록된 사실이 2020. 10. 23. 언론에 보도되자, 피고 소속 담당 직원은 같은 날 소외인에게 전화를 걸어 원고를 피부양자로 등록한 것이 ‘착오 처리’였다고 설명한 다음, 직권으로 원고의 피부양자 자격을 소급하여 상실시키면서 원고가 2020. 3. 5. 지역가입자 자격을 취득한 것으로 변경하였다. 이후 피고는 2020. 10. 27. ‘피부양자 인정요건 미충족’을 이유로 이 사건 신고 시 접수된 서류를 이 사건 사업장으로 반송하였다.
 
사.  피고는 2020. 11. 23. 원고에게, 원고가 2020. 3. 5.부터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였음을 전제로 8개월(2020. 3.~2020. 10.)분의 건강보험료 등 합계 115,560원을 납입할 것을 고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2.  이 사건 처분에 사전통지절차 등을 거치지 않은 절차적 하자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은 피고의 자격변경 처리에 따라 원고의 피부양자 자격을 소급하여 박탈하는 내용을 포함하므로, 피고가 이 사건 처분에 앞서 원고에게 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에 따라 사전통지를 하거나 의견 제출의 기회를 주어야 함에도 이를 하지 않은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행정처분의 절차적 하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이 사건 처분에 헌법상 평등원칙 위반의 실체적 하자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가.  건강보험제도와 피부양자제도의 의의, 취지와 연혁
1) 건강보험제도의 목적과 기능
국민건강보험법은 국민의 질병·부상에 대한 예방·진단·치료·재활과 출산·사망 및 건강증진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보건 향상과 사회보장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 건강보험제도는 보험가입자가 납부하는 보험료와 국고 지원을 재원으로 하여, 국민에게 발생하는 질병·부상 등 사회적 위험을 보험의 방식으로 대처함으로써 국민의 건강과 소득을 보장하는 사회보험제도로서(사회보장기본법 제3조 제1호, 제2호), 국가가 헌법상 국민의 보건에 관한 보호의무를 실현하기 위하여 마련한 사회보장의 일환이다. 이는 국가공동체가 구성원인 국민에게 제공하는 가장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에 해당한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20두41429 판결 참조).
건강보험제도는 사회보험으로서 소득재분배 기능도 수행한다. 국민건강보험법은 보험 가입을 강제하고, 보험사고 발생률이나 보험급여의 다과 등에 따라 개인별로 보험료에 차등을 두지 않고 보험가입자의 경제적 능력에 비례하여 보험료를 정하며, 보험가입자가 납부한 보험료에 비례하여 보험급여를 지급하지 않는다(대법원 2021. 3. 18. 선고 2018다287935 전원합의체 판결, 헌법재판소 2000. 6. 29. 선고 99헌마289 전원재판부 결정, 헌법재판소 2003. 10. 30. 선고 2000헌마801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2) 피부양자제도의 의의, 취지와 피부양자의 범위에 관한 현행 규정
피부양자제도는 사회보험인 건강보험제도의 취지에 따른 것으로서 직장가입자에게 주로 생계를 의존하는 사람이 경제적 능력이 없어 스스로 보험료를 납부할 수 없더라도 직장가입자가 납부한 보험료에 기반하여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사회보장제도이다. 이러한 피부양자제도에 관한 현행 국민건강보험법 등 규정은 아래와 같다.
가) 국내에 거주하는 국민은 건강보험의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가 되고, 건강보험 가입자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구분된다(국민건강보험법 제5조 제1항 본문, 제6조 제1항). 건강보험의 피부양자는 직장가입자의 배우자(제5조 제2항 제1호, 이하 ‘이 사건 쟁점 규정’이라 한다), 직계존속(배우자의 직계존속을 포함한다)(제2호), 직계비속(배우자의 직계비속을 포함한다)과 그 배우자(제3호), 형제·자매(제4호) 중 직장가입자에게 주로 생계를 의존하는 사람으로서 소득 및 재산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기준 이하에 해당하는 사람을 말한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조 제3항의 위임을 받은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제2조 제1항 제1호 [별표 1]은 피부양자 자격의 인정기준 중 부양요건을, 제2호 [별표 1의2]는 소득 및 재산요건을 각각 정하고 있다. 위 [별표 1]은 생계를 같이 하지 않는 계부모, 생계를 같이 하지 않는 배우자의 부모, 법률상 부모·자녀가 아닌 친생부모·자녀, 배우자의 계부모에게도 부양요건을 인정하고 있다.
나) 건강보험사업은 보건복지부장관이 주관하되(국민건강보험법 제2조),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과 동시에 설립된 특수공익법인(제15조)인 피고가 건강보험의 보험자가 되어(제13조) 피부양자의 자격 관리 등의 업무를 관장한다(제14조 제1항 제1호).
3) 피부양자제도의 변천 과정
피부양자제도는 국가·지방자치단체의 재정 규모, 지출 항목과 범위의 변화, 국가 경제의 성장, 급격한 산업화·도시화 과정에서 이루어진 가족 구성의 변화, 가족 간 부양제도의 변천 등을 거치면서 여러 차례 바뀌어 왔다. 이러한 변화 과정에서 피부양자의 범위는 법률이 정한 ‘가족’과 ‘부양을 받을 사람’에 한정되지 않고 시대상황의 변화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되어 왔다. 피부양자제도의 구체적인 변천 과정은 아래와 같다.
가) 1963. 12. 16. 법률 제1623호로 제정된 최초의 의료보험법은 제1조에서 적용대상에 근로자 외에 그 부양가족을 포함하는 것으로 명시하였고, 제2조에서 ‘부양가족’이란 ‘남자 60세, 여자 55세 이상인 직계존속, 배우자(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자를 포함) 및 미성년 자녀로서 주로 그 피보험자에 의하여 생계를 유지하는 자’라고 규정하였다.
나) 이후 1976. 12. 22. 법률 제2942호로 전부 개정되어 1977. 1. 1.부터 시행된 의료보험법에 따라 500인 이상 고용 사업장을 대상으로 직장의료보험제도가 시행되었다. 1977년 시행된 의료보험법은 ‘부양가족’이라는 표현 대신 ‘피부양자’라고 규정하면서 그 범위를 ‘피보험자의 배우자, 직계존속 및 직계비속으로서 주로 그 피보험자에 의하여 생계를 유지하는 자’라고 규정하였다(제3조). 다만 피부양자의 구체적인 인정기준에 관하여 규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피부양자 범위에 관하여 분쟁이 발생하면 보험자의 판단 또는 정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인정 여부를 조정하도록 한다는 지침만 있었고, 실제 인정기준은 보험자인 의료보험조합별로 만들어서 적용하였다.
다) 1981. 4. 4. 법률 제3415호로 개정된 의료보험법은 여성 근로자의 시부모를 피부양자로 추가하고, 1984. 12. 31. 법률 제3768호로 개정된 의료보험법은 남성 근로자의 장인, 장모를 피부양자로 추가하였다(제3조 제5호).
라) 1987. 12. 4. 법률 제3986호로 개정된 의료보험법에 따라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의료보험 혜택이 확대되었다. 1987년 개정된 의료보험법은 형제·자매와 직계비속의 배우자를 피부양자로 추가하고(제3조 제5호), 그 위임을 받은 보건복지부 예규(1990. 1. 5. 개정 제89-568호)에 따라 동거하는 형제·자매는 소득요건만 확인되면 피부양자로 인정하고, 동거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부양요건 확인 기준을 완화하여 대상자가 독립적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고 피보험자에 의하여 부양받고 있음이 확인되면 피부양자로 인정함으로써 피부양자 범위를 확대하였다.
마) 1994. 1. 7. 법률 제4728호로 전부 개정된 의료보험법 제4조 제3항은 피부양자는 피보험자(지역조합의 피보험자를 제외한다)의 배우자·직계존속(배우자의 직계존속을 포함한다)·직계비속·직계비속의 배우자 또는 형제·자매 중 주로 그 피보험자에 의하여 생계를 유지하는 자로서 보건사회부장관이 정하는 기준에 해당되는 자를 말한다고 정하였다.
그런데 행정청은 ‘의료보험 피부양자 인정 범위 확대지침(보정 65710-1018)’을 마련하여 1995. 12.경부터 위 법률 규정에 열거되지 않는 계부모, 계자녀, 친생부모, 친생자녀, 3촌 이내 방계혈족도 피부양자의 범위에 포함시켰다. 이후 1998년 공무원 등 의료보험조합, 직장의료보험조합과 지역의료보험조합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보험재정의 압박으로 3촌 이내 방계혈족은 피부양자에서 제외하였다(보건복지부 고시 제2000-27호. 다만 앞서 본 바와 같이 현행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제2조 제1항 제1호 [별표 1]은 일정한 요건을 갖춘 계부모, 계자녀, 친생부모·자녀를 피부양자로 인정하고 있다).
바) 1999. 2. 8. 법률 제5854호로 제정된 국민건강보험법 제5조 제2항은 피부양자를 직장가입자의 배우자, 직계존속(배우자의 직계존속을 포함한다), 직계비속(배우자의 직계비속을 포함한다)과 그 배우자, 형제·자매 중 직장가입자에 의하여 주로 생계를 유지하는 자로서 보수 또는 소득이 없는 자라고 규정하였다. 2017. 4. 18. 법률 제14776호로 개정된 국민건강보험법 제5조 제2항은 ‘보수 또는 소득이 없는 자’를 ‘소득 및 재산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기준 이하에 해당하는 사람’으로 변경하였고, 현행 국민건강보험법도 그 내용을 유지하고 있다.
 
나.  피부양자인 배우자에 관한 행정해석과 그 인정 범위의 확대
1) 1963년 제정된 의료보험법 제2조는 부양가족인 ‘배우자’에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자’를 포함한다는 규정을 두었다. 그러나 1976년 개정된 의료보험법 제3조에서 위와 같은 규정이 삭제된 이래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의 이 사건 쟁점 규정에 이르기까지 국민연금법 등 다른 사회보장 관계 법령들과 달리 피부양자인 ‘배우자’에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자’를 포함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2) 건강보험의 보험자인 피고는 ‘자격관리 업무지침’(이하 ‘이 사건 지침’이라 한다)을 마련하여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도 이 사건 쟁점 규정의 배우자에 준하여 피부양자로 인정하되 국민건강보험법 제5조 제2항 제2호의 ‘배우자의 직계존속’, 제3호의 ‘배우자의 직계비속’ 내지 ‘직계비속의 배우자’에는 포함시키지 아니하고 있다. 또한 사실상 혼인관계를 소명하기 위해 ‘사실혼 존재 확인의 소 판결문’ 제출을 요구하는 다른 사회보장제도와 달리, 이 사건 지침에서는 직장가입자와 그 배우자가 혼인의 의사로 부부공동생활을 유지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내용의 인우보증서 제출만으로 사실상 혼인관계가 소명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같이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도 배우자에 준하여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이 사건 지침의 행정해석은 최선순위의 사람에게만 유족연금 등을 지급하는 다른 사회보장제도와 달리 피부양자 자격이 있으면 인원수에 관계없이 피부양자로 인정되는 건강보험의 제도적 특성을 고려하여 피부양자의 인정 범위와 요건을 완화한 것이다.
3) 피고는 건강보험 혜택이 실질적으로 필요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나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 등을 수용하여 피부양자 인정 범위를 확대하기도 하였다.
가) 형제·자매 축소 운영 관련 국가인권위원회의 시정 권고
(1) 국가인권위원회는 2006. 8. 29. 피고가 이혼한 형제·자매를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은 것과 관련하여 형제·자매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는 데 혼인 여부를 기준으로 하는 것은 불합리한 차별이라는 이유로 관련 규정의 개정을 권고하였다. 피고는 2008년 ‘공단 자격관리 업무편람’을 개정하여 이혼한 형제·자매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였다.
(2) 국가인권위원회는 2014. 7. 30. 피고가 배우자와 사별한 형제·자매를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불합리한 차별이라는 이유로 관련 규정의 개정을 권고하였다. 이에 따라 2018. 3. 6. 보건복지부령 제560호로 개정된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제2조 제1항 제1호 [별표 1]에서 피부양자 자격의 인정기준 중 부양요건을 개정하여 이혼 또는 사별한 형제·자매도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피부양자로 인정하였다.
나) 사실혼 관계에 있는 사람 축소 운영 관련 국가인권위원회 등의 시정 권고
(1) 피고가 이 사건 지침에서 ‘이혼 후’ 사실혼 관계에 있는 사람은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은 것과 관련하여 국가인권위원회는 2013. 4. 17.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시정 권고를 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는 이 사건 지침에서 그러한 내용을 삭제하였다.
(2) 피고는 2018. 1. 1.부터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은 ‘주민등록상 동거하는 경우’에 한해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내용으로 이 사건 지침을 개정하였다. 이러한 개정 내용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는 2018. 10. 8. 실질적인 제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주민등록상 같은 주소지에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피고에게 제도개선을 요구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는 이 사건 지침에서 그러한 내용을 삭제하였다.
 
다.  관련 법리
1) 행정청의 내부준칙 및 행정행위와 헌법상 평등원칙
가) 헌법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상 평등원칙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자의적으로 다르게 취급함을 금지하는 것으로서, 일체의 차별적 대우를 부정하는 형식적·절대적 평등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을 하고 법을 적용할 때에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실질적·상대적 평등을 뜻한다(대법원 2007. 10. 29. 선고 2005두1441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행정기본법 제9조는 “행정청은 합리적 이유 없이 국민을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여, 행정청에 헌법상 평등원칙에 따라 합리적 이유가 없는 한 모든 국민을 동등하게 처우해야 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따라서 행정청이 내부준칙을 제정하여 그에 따라 장기간 일정한 방향으로 행정행위를 함으로써 행정관행이 확립된 경우, 그러한 내부준칙이나 확립된 행정관행을 통한 행정행위에 대해서도 헌법상 평등원칙이 적용된다.
나) 행정청의 행정행위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대우에 해당하여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하였는지 여부를 확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행위의 근거가 된 법규의 의미와 목적을 통해 행정청이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다르게 대우했는지, 즉 다른 대우를 받아 비교되는 두 집단 사이에 본질적인 동일성이 존재하는지를 확정해야 한다. 다음으로 그러한 차별대우가 확인되면 비례의 원칙에 따라 행위의 정당성 여부를 심사하여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9. 9. 9. 선고 2018두48298 판결, 헌법재판소 1996. 12. 26. 선고 96헌가18 전원재판부 결정, 헌법재판소 2001. 11. 29. 선고 99헌마494 전원재판부 결정 등 취지 참조).
2) 피고의 평등원칙 준수의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가 발전수준에 부응하고 사회환경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지속가능한 사회보장제도를 확립하고 매년 이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여야 하고(사회보장기본법 제5조 제3항), 사회보장제도의 급여 수준과 비용 부담 등에서 형평성을 유지할 의무가 있다(제25조 제2항). 사회보장제도인 건강보험의 보험자로서 가입자와 피부양자의 자격 관리 등의 업무를 집행하는 특수공익법인인 피고는 공권력을 행사하는 주체이자 기본권 보장의 수범자로서의 지위를 갖는다. 그 결과 사적 단체 또는 사인의 경우 차별처우가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법감정에 비추어 볼 때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경우에 한해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행위로서 위법한 행위로 평가되는 것과 달리, 피고는 평등원칙에 따라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 내지 실현할 책임과 의무를 부담하므로, 그 차별처우의 위법성이 보다 폭넓게 인정될 수 있다(대법원 2024. 4. 4. 선고 2022두56661 판결 참조).
 
라.  이 사건에서의 판단
1)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을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피고의 이 사건 지침의 적법성
가) 피부양자제도는 애초 전통적인 부계가족 규범에 의해 적용대상자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시행되다가, 성차별적 내용을 시정하는 방향으로 가족법 개정이 이루어지는 등 정치·사회적 민주화가 확산되는 과정에서 피부양자 인정기준 역시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어 왔다. 전통적인 가족 규범에 근거한 피부양자 인정기준은 변화하는 가족의 생활실태 및 부양의 현실과 상당한 괴리가 있었고 당시 법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 것도 있었다. 제도가 현실을 따르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행 초기부터 혼란과 민원 제기가 끊임없이 있었다. 이후 피부양자제도는 시대적 흐름 및 요구에 부응하며 정책적 판단에 의해서 유연하게 확대되어 왔다. 이는 한편으로는 가족의 해체와 재구성에 의한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속출하는 과정에서 그 당시의 가족실태 변화에 부응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제도권 밖에 있는 사람을 피부양자제도의 본질적인 목적에 따라 수혜자로 최대한 포함하기 위한 것이었다.
나) 건강보험과 관련하여 피부양자제도를 둔 목적과 취지는 직장가입자에게 주로 생계를 의존하여 본인의 근로나 재산에 의해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없고 경제적인 능력이 없어 보험료를 부담할 수 없는 사람이라도 건강보험을 적용하여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건강보험의 사회보장 기능을 고려하면, 피부양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직장가입자에 대한 경제적인 의존도와 실질적 생활관계, 즉 대상자가 직장가입자와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이루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정해진다. 통상적으로 그러한 공동체를 구성할 수 있는 범위로 국민건강보험법 제5조 제2항 각호의 피부양자를 규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 피고는 건강보험제도의 취지와 목적, 재정상태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건강보험의 보험자로서 피부양자의 자격 관리 등 업무를 수행하면서 국민건강보험법 제5조 제2항 각호같은 법 시행규칙 제2조 제1항에서 정한 피부양자의 인정 범위, 부양요건, 소득 및 재산요건 등의 해석과 적용에 관하여 그 기준이 되는 내부준칙을 마련할 수 있다. 피고는 이러한 내부준칙을 개정하여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가족 구성, 부양제도 등의 현실에 맞게 직장가입자와의 관계를 고려하여 실질적으로 건강보험이 필요한 사람을 피부양자로 인정하여 왔다. 이는 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함에 있어 국가 발전수준에 부응하고 사회환경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건강보험제도의 급여 수준과 비용 부담 등에서 형평성을 유지할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라) 혼인신고 등 제도적인 결혼이 갖추어지지 않은 사회에서는 두 사람의 결합을 선언하고 알림으로써 그 관계를 공표하게 되고, 혼인신고 등의 제도가 마련되어 있는 경우에는 혼인신고로 관계가 공인된다. 후자의 경우 법률혼 배우자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 사이에는 혼인신고라는 형식을 갖추었는지 여부에 차이가 있을 뿐이고 피부양자로 인정할 필요성, 즉 실질적 생활공동체의 측면에서는 동일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피고가 배우자를 피보험자로 정한 이 사건 쟁점 규정을 이 사건 지침에 따라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도 인우보증서를 제출할 것을 조건으로 피부양자에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적용하는 것은 적법하다. 이 사건 쟁점 규정의 배우자에서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을 배제한다면 평등원칙에 반하는 위헌적 결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 대법원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경우 법률혼에 관한 민법 규정 중 혼인신고를 전제로 하는 규정은 유추적용할 수 없으나, 부부재산 청산의 의미를 갖는 재산분할에 관한 규정 등 부부의 생활공동체라는 실질에 비추어 인정되는 것은 사실혼관계에도 준용 또는 유추적용할 수 있다고 보았다(대법원 1995. 3. 28. 선고 94므1584 판결, 대법원 2016. 8. 30. 선고 2016두36864 판결, 대법원 2021. 5. 27. 선고 2020므15841 판결 등 참조). 특히 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9두42112 판결은, 구 공무원연금법(2018. 3. 20. 법률 제1552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41조의2 제2항이 사망한 공무원의 ‘배우자’에게 사망조위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사망조위금은 사회보장적 급여의 일종으로서 공무원의 사망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 등의 정도가 혼인관계가 법률혼인지 사실혼인지에 따라 다르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구 공무원연금법상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던 사람을 사망조위금 수급권자에서 배제하는 명시적 규정이 없음에도 그를 배제하는 것으로 해석할 경우 합리적 이유 없이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던 사람에게 불이익을 주어 그를 법률상 혼인관계에 있던 사람과 자의적으로 차별하는 것이 되어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는 이유로 사망조위금 수급권자에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던 사람이 포함된다고 보았다. 피고가 이 사건 지침에 따라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을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것은 위와 같은 판례 법리에 비추어 보더라도 타당하다.
2) 피부양자제도에서 직장가입자와 사실상 혼인관계 있는 사람 집단과 동성 동반자 집단이 본질적으로 동일한지 여부에 관한 판단
피고는 이 사건 처분을 통하여 사실상 혼인관계 있는 사람 집단에 대하여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면서도, 동성 동반자 집단에 대해서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두 집단을 달리 취급하고 있다. 이러한 취급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을 차별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동성 동반자는 직장가입자와 단순히 동거하는 관계를 뛰어넘어 동거·부양·협조·정조의무를 바탕으로 부부공동생활에 준할 정도의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사람이다. 피고가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도 직장가입자와 사이에 동거·부양·협조·정조의무를 바탕으로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
나) 피고가 직장가입자의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이 사건 쟁점 규정을 확대적용하여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근본적인 이유도 그가 직장가입자의 인생의 동반자로서 생계를 함께하면서 공동생활을 영위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사건 지침에 의하면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의 경우 피부양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인우보증서를 제출하여야 하는데, 이는 가족이나 직장 등 주변에 두 사람의 결합을 선언하고 알림으로써 그 관계를 공표하고 보증인 2명이 국가기관을 상대로 두 사람의 결합을 증명하는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동성 동반자도 이러한 내용의 인우보증서를 제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
다) 이처럼 피고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을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이유는 그가 직장가입자의 동반자로서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하였기 때문이지 이성 동반자이기 때문이 아니다. 동성 동반자도 ‘동반자’ 관계를 형성한 직장가입자에게 주로 생계를 의존하여 스스로 보험료를 납부할 자력이 없는 경우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피부양자로 인정받을 필요가 있고, 그 요건도 달리 보아서는 안 된다.
라) 결국 피부양자제도와 관련하여 직장가입자의 동반자로서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한 동성 동반자 집단과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이성 동반자 집단은 본질적으로 동일함에도 피고는 양자를 달리 취급하고 있다.
3) 피고가 직장가입자의 동성 동반자인 원고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한 것인지 여부에 관한 판단
앞서 본 건강보험제도와 피부양자제도의 의의, 취지와 연혁 등을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가 직장가입자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 즉 이성 동반자와 달리 동성 동반자인 원고를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고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원고에게 불이익을 주어 그를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과 차별하는 것으로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하여 위법하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건강보험의 보험자인 피고가 국민건강보험법령의 적용과 집행 그리고 피부양자 자격 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평등원칙과 비례원칙에 구속된다는 것은 당연한 원리이다. 헌법과 법률에 따른 평등원칙은 형식적·절대적 의미의 평등이 아니라 실질적·상대적 평등을 의미하므로, 피부양자 인정에 있어 차별적 처우는 피부양자제도의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에 속하는 사람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서로 다르게 취급한 경우에 성립할 수 있다.
나) 피부양자제도의 본질에 입각하면 ‘동성 동반자’를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과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 직장가입자가 자신의 동성 동반자를 피부양자로 등록하기 위해서도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과 동일하게 실질적인 건강보험의 필요성이 인정되고 소득 및 재산요건에 부합해야 할 뿐 아니라, 가족이나 직장 등 주변에 두 사람의 결합을 선언하고 보증인 2명이 두 사람의 결합을 증명하는 인우보증서를 제출해야 한다. 위와 같은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법령에 의하여 명시적으로 금지되지 않는 이상 피부양자로 인정되어야 한다.
다) 그럼에도 동성 동반자를 직장가입자와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피부양자에서 배제하는 것은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로, 그가 지역가입자로서 입게 되는 보험료 납부로 인한 경제적인 불이익을 차치하고서라도, 함께 생활하고 서로 부양하는 두 사람의 관계가 전통적인 가족법제가 아닌 기본적인 사회보장제도인 건강보험의 피부양자제도에서조차도 인정받지 못함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이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자유, 법 앞에 평등할 권리를 침해하는 차별행위이고, 그 침해의 정도도 중하다.
라) 동성 동반자를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에 준하여 피부양자로 인정한다고 하여 전통적인 의미의 혼인과 이에 기반한 가족제도를 해친다거나 법적 안정성 또는 제3자의 권리를 침해할 소지도 없다.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까지 보호 범위에 포함하는 사회보장 관계 법령들이 상당수 존재하나, 이 사건은 건강보험이라는 특수한 사회보장제도와 관련한 피부양자 인정에서의 형평성 유지에 관한 것으로 건강보험제도와 피부양자제도의 취지, 목적 등을 떠나 생각할 수 없고, 다른 사회보장제도의 경우 각 제도의 취지, 목적 등에 비추어 별도로 판단할 문제이다. 또한 동성 동반자에 대해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에 준하여 건강보험의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문제와 민법 내지 가족법상 ‘배우자’의 범위를 해석·확정하는 문제는 충분히 다른 국면에서 논의할 수 있다.
마) 나아가 동성 동반자를 피부양자로 인정한다고 해서 피부양자의 숫자가 불합리하게 증가한다거나 건강보험의 재정건전성을 유의미하게 해친다고도 볼 수 없고, 특별히 고려하여야 할 공익도 상정하기 어렵다.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에게 질병 등이 발생한 경우 근로소득에 영향을 받고 가족의 존속과 유지를 위태롭게 한다는 측면에서 소득 및 재산요건만 갖추었다면 직계존속과 직계비속의 연령과 인원수에 제한 없이 피부양자로 인정될 수 있기 때문에 부모와 자녀 등 다른 가족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충돌할 염려도 없다. 결국 피고가 원고를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로, 이를 정당화할 만한 사유도 찾을 수 없다.
바) 건강보험의 피부양자제도는 저출생, 인구고령화 등과 더불어 더욱 다양하게 변화하는 가족 결합과 생활실태에 부응해야 할 필요성과 함께 경제구조의 확대 및 다각화에 따른 가계구조의 다양성과 소득요건의 중요성 등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지난 40여 년간 건강보험의 피부양자제도가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시행되어 온 것과 마찬가지로, 소득요건과 부양요건이 동일한 상황에서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오늘날 가족 결합의 변화하는 모습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 요구되고, 이를 토대로 건강보험제도가 국민의 삶의 질과 건강수준을 향상시키고 나아가 사회보험으로서 사회통합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마.  원심판결 이유를 위와 같은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처분이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하여 위법하다는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고, 이를 다투는 피고의 이 부분 상고이유는 이유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이 사건 처분에 실체적 하자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관한 대법관 이동원,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오석준, 대법관 권영준의 별개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상환, 대법관 오경미의 보충의견이 있고, 별개의견에 대한 대법관 노태악의 보충의견, 대법관 권영준의 보충의견이 있다.
 
5.  대법관 이동원,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오석준, 대법관 권영준의 별개의견 
가.  별개의견의 요지
다수의견의 요지는 이 사건 쟁점 규정에 관하여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과 ‘동성 동반자’가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임에도 두 집단을 서로 다르게 보아 동성 동반자인 원고를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원고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 처분에는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한 실체적 하자가 있다는 것이다. 다수의견 중 이 사건 처분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본 부분은 동의하나, 위와 같이 실체적 하자가 있다고 본 부분은 동의할 수 없다.
 
나.  이 사건의 의미와 검토 순서
1) 이 사건의 의미
이 사건은 표면적으로는 직장가입자의 동성 동반자인 원고가 ‘지역가입자’로서 그에 따른 보험료를 납부하고 건강보험제도의 적용을 받아야 하는가, 아니면 ‘피부양자’로서 별도로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고도 건강보험제도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가를 다루고 있다. 어느 경우이든 원고는 동성 동반자라는 사정과 무관하게 국민건강보험법이 정한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다. 보험가입자가 보험료를 납부하고 보험급여를 받는 것은 보험제도의 원칙적인 모습이다. 또한 누구를 피부양자로 인정하여 보험료 납부의무를 면제할 것인가는 선험적 또는 법리적으로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입법자가 광범위한 입법재량에 따라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에서 피고가 법을 해석한 결과 원고를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아 원고가 지역가입자로서 보험료(이 사건 처분으로 고지된 8개월분 보험료 액수는 115,560원이다)를 납부하게 되었다고 하여 원고의 기본권이 중대하게 침해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이 사건이 중대한 의미를 지니는 이유는 이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결론이 ‘동성 동반자’도 ‘배우자’로 인정하거나 그와 동일시하는 방향으로 우리 법질서가 나아갈 것인가에 큰 영향을 미치리라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서 그러한 방향을 선택한다면, 배우자에 대하여 이 사건 적용 법령인 국민건강보험법보다 더 중대한 법적 효과가 부여되는 다른 수많은 법령들의 해석에서도 그렇게 할 가능성과 당위성이 높아질 것이다. 특히 국민건강보험법과 같거나 유사한 성격을 지니는 사회보장 관계 법령들에서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이는 개별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을 통해 혼인관계나 배우자 등 우리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제도나 개념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러한 이 사건의 실제 의미와 결론이 우리 법제와 사회에 미칠 파급효과까지도 염두에 두고 이 사건을 검토하여야 한다.
2) 검토 순서
이 사건에서는 피고가 ‘동성 동반자’는 이 사건 쟁점 규정의 ‘배우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이 위법한지가 문제 되고 있다. 그러므로 먼저 ‘배우자’의 의미를 밝혀 ‘동성 동반자’가 ‘배우자’에 해당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이는 이 사건 쟁점 규정의 해석에 관한 문제이다(아래 다.항 참조). 한편 ‘동성 동반자’가 ‘배우자’로 해석되지 않더라도 피부양자 인정이라는 측면에서 둘을 달리 취급하는 것이 자의적인 차별에 해당하여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동성 동반자’가 법률상 또는 사실상 ‘배우자’와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에 속하는지, 또 둘을 달리 취급하는 것에 합리적 근거가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아래 라.항 참조). 아울러 헌법상 평등원칙 위반이 인정되는 경우라도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판이나 국회의 입법을 통하지 않고 법원이 법률에 따른 행정청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선언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타당한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이는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에 비추어 법원의 법형성이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가와 결부된 문제이기도 하다(아래 마.항 참조). 위 사항들을 차례대로 살펴본다.
 
다.  이 사건 쟁점 규정의 해석
1) 국민건강보험법은 제5조 제2항에서 “제1항의 피부양자는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 중 직장가입자에게 주로 생계를 의존하는 사람으로서 소득 및 재산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기준 이하에 해당하는 사람을 말한다.”라고 하면서 각호에서 ‘직장가입자의 배우자’, ‘직장가입자의 직계존속(배우자의 직계존속 포함)’, ‘직장가입자의 직계비속(배우자의 직계비속 포함)과 그 배우자’, ‘직장가입자의 형제·자매’를 규정하고, 제5조 제3항에서 “제2항에 따른 피부양자 자격의 인정기준, 취득·상실시기 및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라고 규정한다.
이와 같이 국민건강보험법은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자격요건으로 직장가입자와의 일정한 신분관계(신분요건), 생계의존성(부양요건), 일정 기준 이하의 소득 및 재산(소득 및 재산요건)을 모두 갖출 것을 요구한다. 법률의 위임에 따라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은 부양요건과 소득 및 재산요건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규정한다. 이와 달리 신분요건은 하위 법령에 위임하지 않은 채 법률이 직접 구체적으로 규정한다.
2) 신분요건을 규율하는 국민건강보험법 제5조 제2항 각호 중 이 사건 쟁점 규정은 피부양자의 하나로 직장가입자의 ‘배우자’를 들고 있다. 배우자는 혼인을 전제로 한 개념이다. 그런데 아래에서 보듯이 우리 법제상 혼인은 이성(異性) 간의 결합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므로 동성 동반자는 ‘배우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가)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兩性)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라고 규정한다. 민법은 양성의 구별과 그 결합을 전제로 혼인한 당사자를 부부(夫婦), 혹은 부(夫) 또는 처(妻), 남편과 아내라는 용어로(민법 제826조, 제827조, 제847조, 제848조, 제850조, 제851조 등) 지칭하며, 자녀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부모(父母)라는 용어를 사용한다(민법 제772조, 제781조 등).
나) 대법원은 그동안 ‘혼인은 남녀의 애정을 바탕으로 하여 일생의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하는 도덕적·풍속적으로 정당시 되는 결합이다.’(대법원 1999. 2. 12. 선고 97므612 판결, 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4므4734, 4741 판결 등 참조) 또는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선언하고 있는바, 혼인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정신적 결합으로 성립하는 것으로서, 우리 민법은 이성 간의 혼인만을 허용하고 동성 간의 혼인은 허용하지 않고 있다.’(대법원 2011. 9. 2. 자 2009스117 전원합의체 결정 참조)는 등으로 판시하여, 혼인의 본질을 이성인 남녀의 결합으로 보고 있음이 분명하다. 헌법재판소 역시 ‘혼인이 1남 1녀의 정신적·육체적 결합이라는 점에서는 변화가 없다.’(헌법재판소 1997. 7. 16. 선고 95헌가6 내지 13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배우자는 혼인에 의하여 결합한 남녀를 말하며 배우자 관계는 민법 제812조의 혼인의 성립에 의해 발생한다.’(헌법재판소 2010. 9. 30. 선고 2009헌바355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또는 ‘혼인은 근본적으로 애정과 신뢰를 기초로 하여 남녀가 결합하는 것’(헌법재판소 2011. 11. 24. 선고 2009헌바146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이라고 하여 그와 같은 입장을 취한다.
다) 이처럼 우리 법제가 상정하는 ‘배우자’는 이성 간의 결합을 전제하는 개념이다. 장차 사회 변화에 따라 ‘배우자’의 법률상 또는 사회관념상 의미가 동성 동반자도 포함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이러한 입장이 법률상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관념상으로도 대체로 그러하다. 이 사건 쟁점 규정의 ‘배우자’가 일반적인 의미의 ‘배우자’와 다르게 해석될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배우자’는 신분관계에 관한 개념이고, 안정성은 신분관계의 핵심 요청이다. ‘배우자’는 사회보장 관계 법령을 비롯한 수많은 법령에서 다양한 법적 효과와 결부되어 사용되는 개념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배우자’의 개념이 법령마다 다르게 해석되는 것은 법의 정합성이나 법해석의 안정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배우자’를 일반적인 의미와 달리 해석하여야 할 실정법적 근거나 그 밖의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배우자’는 위와 같이 법률상 또는 사회관념상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의미대로 해석하여야 한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조 제2항 제1호의 ‘배우자’를 이와 달리 해석하여야 할 설득력 있는 이유를 찾기 어렵다.
3) 피고는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도 ‘배우자’에 포함되는 것으로 이 사건 쟁점 규정을 해석·적용하여 왔고, 다수의견은 이 점을 디딤돌로 삼아 ‘동성 동반자’도 ‘배우자’에 포함된다는 결론으로 나아가고 있다. 사실혼은 당사자 사이에 주관적으로 혼인의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도 사회관념상 가족질서적인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대법원 2001. 4. 13. 선고 2000다52943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이때 ‘혼인의 의사’와 ‘혼인생활’에서의 ‘혼인’은 앞서 본 것과 같이 이성 간의 결합을 의미하고 동성 간의 결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4) 사실혼은 혼인신고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제외하면 그 실질이 법률혼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수많은 법령이나 약관에서 법률혼과 마찬가지로 취급되거나 법률혼에 관한 규정이 준용 또는 유추 적용되는 등 많은 국면에서 법률혼과 동등하게 평가받거나 보호받는다. 즉 사실혼은 전체 법질서 차원에서 법률혼에 준하는 대우를 받고 있다. 또한 혼인신고를 함으로써 사실혼 상태에서 법률혼으로 나아가는 데에 어떠한 장애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동성 간의 결합에는 앞서 살펴본 의미의 혼인관계의 실질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고, 전체 법질서 차원에서 법률혼에 준하는 대우를 받고 있지도 않다. 동성 간의 혼인신고도 허용되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피고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이 이 사건 쟁점 규정의 ‘배우자’에 포함된다고 해석하여 왔더라도, 이러한 점 때문에 동성 동반자도 당연히 ‘배우자’에 포함된다고 해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지나친 논리적 비약이고, 그 논리적 공백을 메우는 것은 ‘동성 동반자도 배우자와 동등하게 취급하자.’는 정책적 구호일 뿐이다.
5) 결국 향후 입법을 통하여 동성혼이나 생활동반자관계 등을 제도화하는 것은 몰라도 현행 법제 아래에서 ‘동성 동반자’를 이 사건 쟁점 규정의 ‘배우자’로 해석할 수는 없다. 법률해석은 현존하는 법의 의미를 드러내는 작업이지 앞으로 나아갈 수 있거나 나아가야 하는 정책 방향을 현실에 앞당겨 구현하는 작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취지에서 원심과 제1심도 법률해석 차원에서는 동성 동반자를 배우자로 볼 수 없다는 점에 견해가 일치하였다. 이처럼 동성 동반자가 배우자로 해석되지 않는다면 피고는 법에 따라 처분을 한 것이므로 이를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라.  헌법상 평등원칙 위반 여부
다수의견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과 ‘동성 동반자’가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에 속한다는 전제에서, 피고가 전자와 달리 후자를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 자의적인 차별에 해당한다고 보았으나 이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1) 동성 동반자가 법률상 또는 사실상 배우자와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에 속하는지 여부
가) 헌법 제11조 제1항에서 말하는 평등원칙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자의적으로 다르게 취급함을 금지하는 것으로서, 입법을 하거나 법을 적용할 때에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상대적 평등을 뜻한다(대법원 2023. 5. 11. 선고 2018다24862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에 속하는 대상과의 비교를 통하여 같은 것을 같게, 다른 것을 다르게 취급하였는지를 가려야 한다.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이 무엇인지는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고, 차별이 문제 되는 영역에 적용되는 법 규정의 의미와 목적을 고려하여 비교 원칙으로 삼을 판단 기준을 설정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나) 다수의견은 동성 간 동반자 집단은 이성 간 사실혼 관계에 있는 사람 집단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이라고 보았다. 두 집단 사이에는 공통점도 있고 차이점도 있다. 두 가지 측면 중 무엇이 더 본질적이고 중대한가는 국민건강보험법 제5조 제2항의 피부양자 요건 중 신분요건의 의미와 목적에 비추어 정해야 한다. 이 조항이 설정한 신분요건은 배우자, 직계존비속, 형제·자매 등 현행 법제상 그 범위가 명확한 가족의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가족 간에 부양의무가 인정된다는 점이 국민건강보험법상 피부양자를 정함에 있어서도 고려되었음을 보여준다. 아울러 이 사건 쟁점 규정이 정한 ‘배우자’는 이성 간의 혼인관계를 전제한 개념임은 이미 살펴보았다.
다) 다수의견은 위 두 집단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이라는 논거로 두 집단이 모두 ‘부부공동생활에 준할 정도의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우선 ‘부부공동생활’에 관한 부분은 ‘혼인’ 또는 ‘부부’가 꼭 이성 간의 관계일 필요가 없다는 암묵적 전제에 기초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제의 타당성이야말로 이 사건에서 정면으로 드러내어 본격적으로 논증해야 할 대상이다. 아울러 이러한 전제가 적어도 현재의 법질서 아래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음은 이미 살펴보았다. 그런데도 다수의견은 위 전제를 정면으로 드러내거나 그 타당성에 대한 본격적인 논증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한편 ‘경제적 생활공동체’에 관한 부분은 신분요건보다는 부양요건이나 소득 및 재산요건과 더 큰 관련성을 가진다. 그러므로 ‘경제적 생활공동체’의 존재는 신분요건의 의미와 목적에 비추어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인지를 판단하는 국면에서는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 가령 큰아버지가 조카를 부양하며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더라도 신분요건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국민건강보험법상 피부양자로 인정되지 않는 것처럼 동성 동반자가 직장가입자와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한다는 이유만으로 피부양자로 인정될 수는 없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의 논거는 두 집단의 본질적 동일성을 인정하는 데에 충분하지 않다.
라) 다수의견은 위와 같은 공통점만을 강조하면서 ‘동성 간 결합’과 ‘이성 간 결합’이라는 차이점을 부수적인 것으로 취급하거나 그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왜 두 집단이 동일하게 평가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증을 회피한 채 두 집단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법이 직장가입자와의 혼인 및 가족관계를 신분요건의 중심에 두면서 혼인 및 가족관계의 핵심 개념인 ‘배우자’를 열거한 의미나 목적에 비추어 볼 때, 현행법상 혼인으로 인정되거나 이에 준하여 보호받는지, 서로에게 법적으로 부양의무를 부담하는지 등에 관한 두 집단의 차이점은 두 집단의 공통점을 압도할 만큼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차이점이다. 이러한 차이점을 부수적 사항으로 슬그머니 밀어둔 채 두 집단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이라고 쉽사리 평가해서는 안 된다.
2) 동성 동반자를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 자의적 차별인지 여부
설령 두 집단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이라고 하더라도, 피고가 동성 동반자를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은 것을 두고 합리적 근거 없는 자의적 차별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가) 건강보험제도는 보험가입자가 납부하는 보험료와 국고를 재원으로 하여 국민에게 발생하는 질병·부상 등 사회적 위험을 보험방식으로 대처하는 사회보험제도이다(사회보장기본법 제3조 제2호). 따라서 국민건강보험수급권의 구체적 내용인 수급요건, 수급권자의 범위, 급여금액 등은 법률에 따라 구체적으로 형성·확정된다(대법원 2018. 11. 15. 선고 2016다258209 판결 참조). 그리고 보험료의 부담은 지지 않으면서 보험급여의 혜택은 받게 되는 피부양자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는 사회적·경제적 여건에 따라 입법자에게 맡겨진 부분이다(헌법재판소 2003. 6. 26. 선고 2001헌마699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나) 이에 따라 입법자는 국내에 거주하는 국민이면 모두 보험급여의 대상이 되는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가 되는 것을 전제로, 이들을 직장가입자 및 그와 일정한 신분관계에 있으면서 부양요건과 소득 및 재산요건을 갖춘 피부양자로 구분하고, 그 나머지 국민은 지역가입자로 구분하였다. 따라서 직장가입자가 아니면서 국민건강보험법 제5조 제2항의 피부양자 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지역가입자가 된다. 피부양자가 되기 위해서는 신분요건, 부양요건, 소득 및 재산요건이 모두 요구되므로 그중 신분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국민건강보험법 제5조 제2항의 다른 요건을 갖추었더라도 원칙으로 돌아가 지역가입자로서 국민건강보험법이 정한 보험료를 납부하고 보험급여를 받게 된다. 따라서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가입자로서 건강보험의 적용대상이 되고, 소득 및 재산 수준을 토대로 각자의 경제적 능력에 상응하여 보험료를 지급함으로써 보험료 부담의 형평을 보장받고 있다.
이렇듯 입법자는 자신에게 부여된 입법재량에 따라 보험급여 대상자의 구분, 이들이 보험급여를 받는 자격과 방법에 대하여 완결된 형태의 입법적인 결정을 하였다. 또 피부양자의 범위에 관하여 부양요건, 소득 및 재산요건과 별도로 신분요건을 요구하면서 이를 직장가입자와의 혼인 및 가족관계를 바탕으로 규정하였다. ‘배우자’를 피부양자로 정한 이 사건 쟁점 규정도 그러하다. ‘배우자’는 비교적 명확한 법 개념이고 입법자가 이 사건 쟁점 규정에서 ‘배우자’의 의미를 달리 의도하였다는 사정도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신분요건의 설정을 통한 피부양자의 범위 결정은 현존하는 혼인 및 가족관계에 기초하여 중립적으로 이루어진 것이고, 동성 동반자에 대한 차별이나 혐오에 기초하여 그를 의도적으로 배제하기 위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누구든지 ‘배우자’ 등의 신분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피부양자가 아닌 지역가입자로서 보험급여를 받게 된다. 여기에 어떠한 공백이나 모호함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다) 피부양자의 범위는 광범위한 입법재량에 따라 정할 문제이다. 우리나라에서 피부양자의 범위는 그동안 변천을 겪어 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그동안 피부양자의 범위는 대체로 확장되어 왔지만, 최근에는 대부분의 외국에서 그러하듯 피부양자제도를 폐지하거나 피부양자의 인정 범위를 대폭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도 유력하다. 이는 어디까지나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문제이고, 그 결정에 따라 동성 동반자는 향후 피부양자의 인정 범위에 포함될 수도 있고 지금처럼 제외될 수도 있다. 어느 쪽 결정이 꼭 옳다고 단정할 수 없고, 또 동성 동반자가 피부양자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여 그의 기본권이 중대하게 침해된다고 말할 수도 없다. 피부양자제도가 존재하지 않아 동성 동반자가 피부양자 인정이라는 혜택을 애당초 받을 수 없는 많은 외국의 경우를 떠올려 보아도 그러하다.
설령 동성 동반자를 피부양자에 포함시키는 것이 기본권 보장 또는 제도 개선의 길이라고 하더라도, 헌법상 평등원칙은 국가가 언제 어디에서 어떤 계층을 대상으로 하여 기본권에 관한 사항이나 제도의 개선을 시작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을 방해하지는 않는다. 즉 국가는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능력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법적 가치의 상향적 구현을 위한 제도의 단계적 개선을 추진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모든 사항과 계층을 대상으로 하여 동시에 제도의 개선을 추진하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제도의 개선도 그 시행이 불가능하다는 결과에 이르게 되어 불합리할 뿐만 아니라 평등원칙이 실현하고자 하는 가치에도 어긋난다(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8추32 판결, 헌법재판소 2005. 9. 29. 2004헌바53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라) 피고는 이상과 같이 입법자가 광범위한 입법재량에 기하여 법률로써 정한 바에 따라, ‘배우자’에 해당하지 않는 ‘동성 동반자’를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처럼 법률에 따라 ‘동성 동반자’를 ‘배우자’와 달리 취급한 것을 두고 합리적 근거 없는 자의적인 차별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법률만큼 더욱 강력하고 합리적인 근거를 찾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법률에 따라 둘을 구별하여 취급한 것을 위법하다고 하는 것은 법치행정의 원칙에 비추어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 설령 ‘배우자’ 외에 ‘동성 동반자’까지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는 법률이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입법이나 위헌법률심판제도로 교정해야 할 대상일 뿐이다. 그런데도 법률에 따른 행정청의 처분을 두고 법원이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하여 위법하다고 선언함으로써 우회적으로 법형성을 하는 방식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다수의견의 논지는 결과적으로 행정청이 행정작용을 위한 보편적인 법의 해석을 넘어 적극적으로 법형성을 하지 않은 것을 사후적으로 탓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러한 입장을 밀고 나가면, 행정청은 법이 정하고 있는 바 외에도 법의 바깥에 있는 사안 유형들과의 평등한 취급을 염두에 두면서, 필요하면 해석의 범위를 명백히 넘어가면서까지 법형성을 통한 행정작용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과도한 책무를 부담하게 된다. 당장 이 사건 이후 행정청은 ‘배우자’나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이 등장하는 각종 사회보장 관련 행정처분에서 ‘동성 동반자’로의 확대적용 여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이는 입법부가 아닌 행정청이 혼인 및 가족제도의 근간과 본질에 관련된 문제를 바꾸었어야 하고 또 바꾸어 나가야 한다는 무리한 질책과 주문을 하는 셈이다.
 
마.  결론
국민건강보험법상 ‘배우자’의 개념은 이성 간의 결합을 본질로 하는 ‘혼인’을 전제로 하고, ‘동성 동반자’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피고는 이에 따라 동성 동반자인 원고를 피부양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동성 동반자’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에 속한다고 볼 수 없고, 동성 동반자를 피부양자에서 제외하여 지역가입자로 분류한 것을 합리적 근거 없는 자의적 차별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그러므로 이 사건 처분에 실체적 하자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의 실체적 하자까지도 인정한 다수의견의 입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아울러 이 사건에서 법원의 법형성이 가지는 한계도 지적해 두고자 한다. 다수의견은 헌법상 평등원칙을 매개로 사실상 법을 형성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법원이 적극적이고 전향적으로 법을 해석하는 것을 넘어서서 법형성을 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이는 사안에 적용할 법률이 없는 경우 유사한 사안에 관하여 규율하는 법률의 내용을 ‘유추’하여 적용하는 ‘법률보충적 법형성’일 수도 있고, 사안에 적용할 법률이 일견 존재하나 그 내용에 오류가 있어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경우(광의의 흠결) 목적론적으로 그 조항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수정하여 적용하는 ‘법률수정적 법형성’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법형성의 필요성과 당위성은 구체적 사건과의 관계에서 충분히 규명되어야 한다. 이 사건은 권력분립이나 법치행정의 원칙 등과의 관계에서 법형성을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사건이다.
이 사건 쟁점 규정을 포함하여 국민건강보험법 제5조 제2항은 가입자와 피부양자의 범위에 관하여 완결된 규율을 제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본래적 의미의 법의 흠결을 전제하는 ‘법률보충적 법형성’은 행할 수 없다. 그렇다면 ‘배우자’ 등 신분요건이 결여되어 피부양자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해석되는 동성 동반자에게 이 사건 쟁점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실정법이 규율하는 내용에 반하는 ‘법률수정적 법형성’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법률수정적 법형성은 이를 하지 않으면 정의의 관념상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거나 국민의 기본권이나 공익 및 법원리에 중대한 침해가 발생할 것이 명백하고 현저한 경우로서 국회의 입법이나 헌법재판소의 규범통제를 기다리기 어려울 정도로 긴급하고 불가피할 때 극히 예외적으로 용인될 수 있을 뿐이다. 동성 동반자에게 피부양자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이러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방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방식이다. ‘배우자’에 ‘동성 동반자’를 포함시키고자 한다면 입법이나 위헌법률심판제도를 활용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옳다. 실제 대부분의 국가들은 이 문제를 법원이 개별 규정을 해석하는 방식이 아니라 의회의 입법을 통하거나 위헌법률심판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이 규범통제를 하는 방식으로 해결하여 왔다. 그것이 우리 헌법이 상정하는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올바른 관계 설정이기도 하다. 이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도 이미 중요한 의제가 되었고, 국회에도 여러 관련 법안이 발의되었던 바 있으며, 현재도 이에 대한 치열한 공론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논의를 거쳐 합당한 방식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상과 같이 별개의견을 밝힌다.
 
6.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상환, 대법관 오경미의 보충의견
이 사건 쟁점은 건강보험제도의 운영자인 피고가 행정처분을 통해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범위를 설정하면서 성적 지향에 따라 보호 범위를 달리함으로써 발생한 차별적 상황에 헌법적 정당성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이에 답하기 위하여 동반자 관계의 본질이 무엇인지, 가정공동체에 대한 보호의무를 부담하는 국가가 동성 동반자 관계의 보호가치를 달리 볼 수 있는지, 국가가 동성 동반자를 피부양자 범주에서 배제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 평등원칙 등 헌법상 원리에 대한 관계에서 어떻게 평가하여야 하는지, 헌법 제107조 제2항이 법원에 부여한 행정처분에 대한 합헌적 통제 권한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관점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실현될 수 있는지 등을 살펴봄으로써 다수의견의 논거를 보충하고자 한다.
 
가.  문제의식: 차별적 상황의 발생, 그 중대함
1) 건강보험제도의 운영자인 피고는 ‘직장가입자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건강보험제도의 피부양자 지위를 인정하면서도, ‘직장가입자의 동성 동반자’인 원고의 경우 ‘직장가입자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피부양자 자격을 부정하고 그에 따른 건강보험제도의 수혜 제공을 거절하였다. 이로써 피고는 직장가입자의 이성 간 사실상 혼인관계 있는 사람 집단과 동성 간 동반자 집단을 성적 지향을 이유로 차별하였다. 이러한 차별이 우리 헌법에 의하여 정당하다고 평가될 수 있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쟁점이다.
쟁점에 대한 판단의 출발점은, 이러한 차별이 당사자에게 주는 영향을 세심하게 살펴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차별이 사람의 기본권에 미치는 불리한 영향이 크면 클수록 그 차별의 정당성을 뒷받침할 사유가 있는지 보다 엄격하게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2)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인정되지 않더라도 지역가입자로서 많지 않은 비용으로 건강보험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 그 차별의 정도가 크지 않다는 관점에 동의할 여지가 전혀 없지는 않다. 그러나 이는 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문제를 경제적 부담의 문제로 대체하는 것이어서 근본적으로 동의하기 어렵고, 이에 관한 원고 주장의 무게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옳다고 본다. 이 점이 다수의견이 담고 있는 기본적인 관점이다. 별개의견 또한 이와 관련해서는 달리 보고 있지 않다고 이해된다.
3) 국가가 건강보험제도를 통해 일정 범위의 가정공동체나 가족관계에 있는 사람에 대하여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인정하여 보험료를 면제하는 등의 보호와 혜택을 주는 것은 단지 경제적 수혜의 제공을 넘어 그 대상인 공동체나 가족관계에 대하여 사회 내에서의 존재가치를 공인하는 특별한 의미도 갖게 된다. 이 사건 쟁점의 중요성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다수의견에서 구체적으로 살핀 바와 같이 1963년부터 의료보험제도 또는 건강보험제도가 시행, 확대되어 오면서 피보험자 또는 피부양자로서 그 제도 내에 포섭되는 존재가 된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되었다. 가족 구성원에게 예고 없이 닥치는 질병과 사고 앞에서 과거 ‘의료보험이 없는 가정’은 ‘의료보험이 있는 가정’보다 의료기관의 문턱을 더 높게 인식하였다. 그들은 의료기관의 문턱 밖을 서성이는 외부자로서 제도로부터 ‘배제된 신분’임을 깨닫는다. 지금에 이르러 제도의 개선으로 피보험자 측면에서는 직장가입자 또는 지역가입자로서 보호받게 되어 ‘배제된 신분’이 사라졌지만,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측면에서는 ‘배제된 신분’이 여전히 남아 있다. 동성 동반자도 그들 중 하나이다. 배제에서 오는 소외감은 사회구성원으로 한 개인이 가지는 존재가치를 잠식한다. 지역가입자가 되어 많지 않은 보험료를 개별적으로 부담함으로써 보호받을 수 있는 또 다른 방책이 있지 않느냐는 답변은 그 제도 안에서 존재가치를 공인받은 ‘수혜자 신분’에서 할 수 있는 말일 뿐이다.
4) 아직까지 우리 사회의 대부분은 동성 간 결합에 대하여 편견과 차별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두 사람이 자신들의 성적 지향을 받아들이고 동성 동반자로서 인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하고 이를 외부에 공표하는 것은, 편견과 차별을 감내하더라도 자기 존재를 긍정하고 약속대로 동성 동반자에 대한 애정과 동거·부양·협조·정조의무를 다하겠다는 깊은 고민과 결단의 표명이다. 이는 인간의 존엄성에 바탕을 둔 그들의 실존적 결단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성정체성에 따른 인격을 형성하고 성적 지향을 바탕으로 가정공동체를 이루며 그 안에서 삶을 영위할 권리가 있다. 이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에서 유래하는 근본적인 권리로서 행복추구권의 본질을 이루므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을 상기하면(대법원 2022. 11. 24. 자 2020스616 전원합의체 결정 참조), 사회구성원으로서 한 개인이 이룬 동반자 관계가 오직 동성 간의 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국가가 운영하는 가장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인 건강보험제도의 보호에서조차 공식적으로 배제되는 것은, 당사자에게는 사회와 국가의 공인된 보호를 받을 존재가치를 부정당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인간 그 자신을 이루고 있는 성정체성과 성적 지향에 따라 스스로 인격을 형성하고 가정공동체를 이루며 그 안에서 삶을 영위할 권리에 대한 감내하기 어려운 중대한 침해가 될 수 있다.
이 상황이 당연하게 여겨진다면, 한 개인은 자신의 성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확인하고서도 이에 따라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펼칠 공간을 찾을 수 없다. 편견과 혐오의 시선 나아가 배제의 결과를 피하고자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없다. ‘숨겨진 나’와 ‘드러내는 나’가 따로 존재하는 분열의 상태에서 불안한 삶을 강요당할 수 있다.
이 지점이 이 사건 처분의 헌법적 정당성을 판단할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부분이다. 여기에서 우리 헌법의 근본적 방향성을 담은 헌법 제10조를 거듭 읽어 볼 필요가 있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특히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나.  동반자 관계의 가치와 가정공동체에 대한 국가의 보호의무
1) 우리 사회에서 동반자 관계의 의미는 무엇이고 그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 동반자 관계는 부모자녀 관계와 더불어 인간이 맺게 되는 가장 원초적이고 근원적인 관계로서 가정의 모태이자 사회의 안전망이다. 인간은 출생을 통해 부모가 제공하는 1차적 가정공동체의 구성원이 되어 생존과 성장의 기반을 제공받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성숙한 개인이 되어 자율적으로 선택한 한 사람과 동반자 관계를 맺고 부모로부터 독립한 1차적 가정공동체를 새롭게 이룬다.
2) 타인을 동반자로서 선택하고 받아들이는 행위는 자유로운 한 인간이 생명체로서 근원적 자기 존재를 확인하는 행위이자 자신의 성적 지향을 토대로 한 인격적 결단이다. 이를 통해 형성된 동반자 관계는 동거·부양·협조·정조의무를 바탕으로 인생을 함께 하기로 하는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결합관계이자 가장 내밀하고 원초적인 1차적 가정공동체의 핵심이 된다.
동반자 관계는 국가에 의한 혼인제도의 형성이나 규율 양식을 떠나 그에 앞서 이미 존재하는 실존적 양태이다. 이는 인간이 타인을 향하여 가질 수 있는 가장 깊고 고귀한 애정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서 혼인제도와의 관련성을 떠나 그 자체로서 존중받아 마땅한 가치를 가진다. 이러한 가치는 인간의 실존과 존엄성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서 동반자 관계를 이루는 두 사람의 성별 구성이나 성정체성, 성적 지향에 따라 다르지 않다.
3) 그 보호 범위에 다소간 차이는 있을지라도 국가는 혼인신고를 한 ‘배우자’뿐만 아니라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에게도 다양한 법제도를 통한 보호를 제공하여 왔다. 국가가 이와 같은 보호를 제공한 이유는 동반자 관계가 1차적 가정공동체로서 개인의 실존과 존엄과 안녕을 담지하는 최소단위의 사회관계이자 다양한 사회공동체 형성의 초석이 되기 때문이다.
나라마다 고유한 혼인제도 등을 마련하여 동반자 관계를 규율할 수도 있지만, 이 또한 성적 도덕관념을 둘러싼 전통적 가치와 새로운 생활양식의 맞물림 속에서 태어나는 상대적인 것이다. 그때그때 형성되는 공식적인 제도가 그 시대에 실존하는 여러 형태의 동반자 관계 모두를 포섭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그 결과 제도 바깥에 놓인 동반자 관계가 발생할 수밖에 없으므로, 국가는 이들을 보호 범위에 아우를 수 있는 적절하고 합리적인 방식을 적극적으로 찾아나갈 필요가 있다.
 
다.  이 사건 처분을 평등원칙 위배로 본 이유의 보충
1) 이 사건에서 문제 된 차별적 상황이 합리적인 것인지, ‘같은 것을 같게, 다른 것을 다르게’라는 기준을 충족하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평가하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다수의견은, 건강보험에서 피부양자제도를 둔 목적과 취지, 행정행위에 요구되는 헌법상 평등원칙의 준수의무 등에 주목하여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을 통하여 직장가입자의 ‘사실상 혼인관계 있는 사람’ 집단과 달리 동성 동반자 집단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대우한 것은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보았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평등을 바탕으로 한 헌법의 근본적 이념과 정신을 최우선으로 염두에 두고, 건강보험제도의 운영자인 피고가 국가의 가정공동체 보호의무 이행을 위하여 피부양자제도를 마련한 궁극적 취지와 더불어 동반자 관계의 본질과 의미가 어디에 있는지를 중심에 두어, 이성 동반자 관계를 구성하는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과 동성 동반자 관계를 구성하는 사람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고 평가한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에 이어서 그 이유를 보충한다.
2) 건강보험제도를 설정하고 운영하면서 직장가입자의 ‘배우자’ 내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을 피부양자로 인정하여 건강보험의 수혜자 범주에 포섭하는 것은 국가가 가정공동체에 대한 보호의무를 이행하여 동반자 관계를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모습 중 하나이다. 국가가 이러한 보호를 제공하는 것의 이념적 배경은, 그들이 ‘혼인제도’의 요건을 갖추어서라거나 이성 간 결합이어서가 아니라, 동거·부양·협조·정조의무와 애정과 신뢰를 기초로 결합된 동반자 관계이자 1차적 가정공동체로서 사회 전체의 유지를 위하여 보호의 필요성이 높다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피고가 그동안 피부양자의 인정 범위를 설정하면서 건강보험제도가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이라는 평가에 부응하여, 1차적 가정공동체를 이루는 사람들을 보호대상으로 삼는 것을 기본으로 하면서 사회에서 제기된 불평등 문제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개선하는 방향으로 운영하여 왔던 것도 위와 같은 정책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3) 그런데 동성 동반자는 단순히 동거하는 관계를 뛰어 넘어 부부공동생활에 준할 정도의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성 동반자와 마찬가지로 개인의 존엄과 성평등을 바탕으로 동거·부양·협조·정조의무와 애정과 신뢰를 기초로 결합된 동반자 관계이자 1차적 가정공동체 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본질상 차이가 없다.
혼인제도의 요건을 갖춘 ‘배우자’나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이성 동반자 관계가 피부양자로 인정되어 국가의 보호를 받는 것은 그것이 이성 간 결합이라거나 출산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서가 아니므로, 피부양자의 포섭 범위를 판단하는 데에 노년기의 혼인신고인지 청년기의 혼인신고인지에 따라, 또는 동성 동반자인지 이성 동반자인지에 따라 법적 보호 여부가 달라질 수 없다. 단지 결합의 상대방이 동성이라는 이유로 동성 동반자 관계를 국민건강보험법의 피부양자 범위에서 배제하는 것은 헌법 제10조 전문, 제11조, 제36조 제1항, “국민의 권리와 의무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라는 제37조 제1항과 조화를 이룰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의 피부양자제도의 취지를 몰각시킨다.
4) 별개의견이 적절히 지적한 바와 같이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신분요건’ 설정을 통하여 피부양자의 범위를 결정한 것은 동성 동반자에 대한 차별이나 혐오에 기초하여 그를 의도적으로 배제하기 위한 것은 아닐 것이다. 건강보험제도의 피부양자 관련 조항의 목적이 혼인제도를 보호하는 데 있는 것도 아니다.
이와 같이 피부양자제도가 혼인제도의 보호와 무관하고, 동성 동반자의 결합 또한 본질에서 동반자 관계이자 1차적 가정공동체 관계로서 피부양자제도 보호 대상의 실질을 동일하게 가질 뿐만 아니라, 과거 동성 간의 성행위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 평가된 적도 있으나, 그에 대한 규범적 평가가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바뀌어 오면서 위와 같은 부정적인 평가는 더 이상 이 시대 보편타당한 규범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게 되었음에도(대법원 2022. 4. 21. 선고 2019도304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피고가 국민건강보험법의 피부양자 범위를 정하면서 직장가입자의 ‘사실상 혼인관계 있는 사람’ 집단과 달리 동성 동반자 집단을 차별하여 취급하고 있는 실질적 이유는 원고의 성적 지향에 대한 부정의 관점 말고는 달리 설명하기 어렵다. 제도 취지와 무관한 사유를 부당하게 결부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라.  국제법규 등의 취지와 의미
1) 동성 동반자의 가정공동체에 대한 차별의 문제는 국경의 구분이 없다. 어느 나라 어느 사회에서도 벌어지고 있고 문제의 본질이 국경을 달리함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각 나라별 역사, 문화, 제도 등의 상이함을 감안하더라도 이 문제에 관한 외국의 법과 운영을 참고할 필요도 없지 않다.
2) 국제연합의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제2조, 제26조와 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nternational Covenant on Economic, Social and Cultural Rights) 제2조는 성별, 기타의 신분 등에 따른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금지하는 한편,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고 차별 없이 법의 평등한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음을 보장하고 있다.
위 각 규약의 이행을 위한 국제연합의 각 위원회나 유럽인권재판소 등 국제사회는 대체로 구체적인 제도에서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인정되는 권리를 동성 동반자에게 인정하지 않는 것은 성적 지향, 즉 성별 또는 기타 지위에 따른 차별에 해당하여 평등원칙에 반한다고 보고 있다.
3)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2009. 7. 7. 연방주정부연금기금이 이성 간의 혼인관계와 달리 생활동반자법에서 보호되는 동성 동반자에게 유족연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안에서, 동성 동반자 역시 존중받아야 하는 내밀한 영역으로서 성적(性的) 공동체에 해당함에도 이성 간의 혼인관계와 다르게 대우하는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독일 기본법 제6조 제1항에서 혼인과 가족이 국가질서의 특별한 보호하에 있다고 규정하였다는 이유로 이러한 차별이 정당화될 수 없으며 달리 이를 정당화할 사유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평등원칙에 반한다고 보았다.
4) 미국 연방대법원 또한 2015. 6. 26. 혼인을 이성 간의 관계로 제한하는 주법들이 헌법상의 평등보호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므로 동성 간에도 혼인할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이후 위 판결을 바탕으로 동성 간에도 혼인을 할 수 있음을 명시한 혼인존중법(The Respect for Marriage Act)이 제정되었다.
5) 이렇듯 동성 간의 동반자 관계에 대하여 차별 없이 법적 보호를 부여하는 것에 대한 세계 각국의 공감대가 빠른 속도로 형성되고 있다. 이는 법률의 제정, 개정이나 헌법재판을 담당하는 사법기관의 추상적 규범통제, 일반 법원의 구체적 규범통제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시도되고 있다. 다수의견은 이 사건에서 건강보험의 피부양자제도의 운용에 따른 동성 동반자 관계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시정하고 헌법상 평등원칙의 구현을 통해 그들에게 동등한 법적 보호를 부여하는 것으로서 위와 같은 국제규범의 취지 및 세계적 흐름에 부합하기도 한다.
 
마.  별개의견의 우려에 대하여
1) 다수의견은 성적 지향의 문제는 개인의 내밀한 영역으로서 국가가 간섭하거나 개입할 수 없는 인간의 존엄성과 관련된 것임을 분명히 하고, 그 성적 지향과 무관하게 동반자 관계 모두를 가치 있는 1차적 가정공동체로 여겨 국가공동체가 제공하는 가장 기본적인 보호로서 건강보험의 혜택을 차별 없이 받게 하자는 것이다. 건강보험제도야말로 가장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인 만큼 가급적 모든 국민을 그 속에 포함시켜 두텁게 보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동성 간 결합 등 다양한 형태의 가정공동체가 등장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사회질서와 공공복리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들을 건강보험의 피부양자제도를 비롯한 국가의 가정공동체 보호 체계 내에 적극 수용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다양성과 건전성을 강화하여 민주주의 제도를 발전시키고 사회 구성원들의 궁극적인 복리를 증진시킨다.
2)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가족제도도 변화하고 다양한 결합관계가 발생할 수 있으며, 사회보장제도의 목적과 취지에 따라 그 보호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별개의견은 다른 사회보장 관계 법령들에서 ‘배우자’ 또는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을 이성 동반자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면 국민건강보험법령을 넘어 더 중대한 법적 효과가 부여되는 다른 법령의 해석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한다. 별개의견의 이러한 염려는 귀 기울일 만한 가치가 있고, 다수의견 또한 이러한 측면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다루는 국민건강보험법령 외에 유사한 형태의 사회보장 관계 법령들에서 동반자 관계의 보호 범위를 설정하는 문제는 향후 개별 사건에서 해당 규정에 관한 제도 전체의 취지, 목적 등에 따라 헌법상 대원칙을 토대로 개별적으로 살펴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남아 있다. 이는 각 제도의 목적에 맞을 뿐만 아니라 제도 상호 간의 균형을 맞추어야 하는 중대하고 어려운 문제임에 틀림없다. 그렇지만 건강보험제도를 비롯한 여러 사회보장영역에서 성적 소수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이 온존하는지 살펴 이를 시정하는 것은 국가가 국민의 기본적 인권 보호를 위해 부담하는 당연한 의무이므로, 그것이 어렵다는 이유로 외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지금 당장 건강보험의 피부양자제도 운영상 발생한 동성 동반자의 중대한 권익 침해 문제를 그대로 둘 수도 없다.
 
바.  법원이 하는 헌법재판의 의의와 역할
1) 헌법 제107조 제2항은 “명령·규칙 또는 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대법원은 이를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행정청의 처분 즉 행정행위가 최고 규범인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할 권한을 헌법에 의하여 부여받았다.
따라서 행정행위에 의하여 자신의 헌법상 지위에 불리한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그 행정행위의 헌법적 정당성에 관하여 갖게 된 자신의 의문과 문제의식을 공개된 법정에서 밝히고 심판기관인 법원의 유권적 답변을 청구할 수 있다. 행정행위에 대한 법원의 헌법적 통제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통하여, 행정처분에 의하여 법적 지위에 영향을 받는 국민 스스로가 목소리를 내어 공개된 법정에서 행정처분의 헌법적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의견을 직접 개진하고 중립적 심판기관인 법원의 답변을 들을 수 있는 매우 의미 있는 제도적 공간이 열린다.
2) 헌법 제10조 후단은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헌법 제101조에 근거하여 사법권을 부여받은 법원(국가)은 헌법 제10조 후단에 따라 국민의 기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나아가 헌법은 보장의 대상인 국민의 기본권에 관하여 대표적으로 제2장에서 여러 예시를 통해 헌법의 핵심 구성요소로서 공동체 구성원의 자유와 권리를 제시하고 있다. 또한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라고 정함으로써 법관으로 하여금 최고의 규범력을 가진 헌법을 재판의 준거로 삼도록 하고 있다.
위 헌법규정들의 취지와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행정행위에 대한 사법 심사의 과정에서 법원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권 및 기본권적 가치에 주목하고 중시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하는 역할’을 다하는 데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국민들이 헌법 특히 기본권에 기대어 펼치는 주장이 그와 반대되는 측면에 존재하는 헌법적 가치 등에 대한 신중한 고려를 배제한 채 아무런 제한 없이 언제나 보장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다만 법원으로서는 헌법상 기본권에 근거한 당사자의 주장을 빠짐없이 진지하게 경청하면서 그 기본권 보장의 가능성을 면밀하게 살펴야 할 헌법적 소명이 법원에 있음을 의식하여야 한다. 이를 통해 국민의 기본권이 법원의 재판과정에서 보장될 가능성이 항시 확보되어 있다는 믿음을 준다면, 이로써 헌법이 법원에 부여한 기본권 수호의 과제는 실현되기 시작한다. 여기에 법원이 하는 헌법재판의 의의가 있다.
3) 이 사건 쟁점 규정은 피부양자의 인정기준 중 하나로 직장가입자의 ‘배우자’를 규정하고 있다. 다수의견이 상세하게 언급한 이 사건 쟁점 규정의 문언, 취지 및 입법연혁과 다른 사회보장 관계 법령들과의 차이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쟁점 규정에서 정한 ‘배우자’란 법률상 배우자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피고는 그동안 법률상 배우자가 아닌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에 대하여도 피부양자의 지위를 인정해 왔다. 이처럼 피고가 이 사건 쟁점 규정에 명시되지 않은 사람에 대하여 피부양자의 지위를 인정하는 근거가 무엇인지는 법원이 이 사건을 판단하는 데에 살펴보아야 할 중요한 문제이다.
가) 헌법상 법치주의는 법률유보원칙, 즉 행정작용에는 국회가 제정한 형식적 법률의 근거가 요청된다는 원칙을 핵심적 내용으로 한다. 오늘날의 법률유보원칙은 단순히 행정작용이 법률에 근거를 두기만 하면 충분한 것이 아니라, 특히 국민의 기본권 실현에 관련된 영역은 국민의 대표자인 입법자 스스로 그 본질적 사항에 대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는 요구, 즉 의회유보원칙까지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대법원 2020. 9. 3. 선고 2016두3299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사회보장행정에서 일부 행정작용은 국민의 기본권을 신장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기본권을 제한하는 행정작용에 비해 법률로 규정되어야 하는 본질적 사항에 대한 구체성의 요구가 낮을 수밖에 없다. 또한, 다양하게 변화하는 국민의 일상 전반에서 사회적 기본권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보장행정의 특성상 모든 사항을 법률로 미리 규정하는 것이 가능하지도 않다. 따라서 사회보장제도를 운영하는 행정청으로서는 법률이 규정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도 사회보장제도를 고안한 법률의 취지에 따라 국민의 사회적 기본권을 두텁게 보장할 수 있는 재량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물론, 이와 같은 행정청의 재량권 행사 또한 법률우위 또는 법치주의 원칙에 따라 그 재량 행사 과정에서 법령을 위반할 수 없고, 해당 사회보장제도가 예정한 범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한다. 재량권 행사의 한계에 관한 헌법과 행정법의 일반원칙 또한 준수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런 점에서 행정청이 행사한 재량이 적법한지에 관하여 심판할 권한은 헌법 제107조 제2항에 따라 법원에 있다.
나) 사회보장제도인 건강보험의 운영자인 피고에게는 국민건강보험법 제5조 제2항 각호의 기준에 해당하지는 않더라도 이에 준하는 지위에 있는 사람을 피부양자로 인정할 재량권이 있고, 이와 같은 피고의 재량권 행사를 금지하고 있다고 볼 근거도 없으므로, 이를 두고 법률유보의 원칙, 법률우위의 원칙에 위배된다거나 건강보험제도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볼 수 없다.
이처럼 피고가 이 사건 쟁점 규정을 적용·시행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을 피부양자로 인정한 이 사건 지침은, 국민건강보험법 제5조 제2항 각호에 해당하지는 않으나 이에 준하는 지위에 있는 사람을 피부양자로 인정한 피고의 재량 행사의 결과이고, 그와 같이 피부양자의 범위를 확대한 피고의 재량권 행사가 그 자체로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피고의 이러한 재량권의 행사는 헌법과 행정법의 일반원칙이 정한 한계를 준수해야 함은 앞서 본 것과 같다. 그런데 피고는 이 사건 처분을 통해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의 범위에 ‘동성 동반자’가 포함되지 않음을 명확히 하였다. 이 사건 처분에 반영된 위와 같은 피고의 차별적인 재량 행사가 헌법상의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를 심사할 권한은 헌법 제107조 제2항에 따라 최종적으로 법원에 부여되었다. 다시 말해, 사회보장제도를 운영하는 행정청이 법률이 규정하지 않은 영역에서 국민의 사회적 기본권을 실현하기 위해 재량권을 행사한 결과에 오류가 있었는지 여부를 최고 규범인 헌법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법원에 주어진 헌법재판의 권한이자 의무이다.
다) 별개의견은 원고가 문제 삼고 있는 위헌적 상황을 사법적으로 해결하는 타당한 방식은 이 사건 쟁점 규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판이라고 한다. 이에 따르면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가 이 사건 쟁점 규정의 해석에 따라 달라진다고 보기 때문에 이 사건 쟁점 규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판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는 다수의견의 관점과 전제를 다소 달리한 견해로 이해된다. 다수의견의 전제는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가 이 사건 쟁점 규정의 해석에 달려있다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 쟁점 규정을 적용·시행하는 피고가 이 사건 지침에 따라 이 사건 처분으로 재량권을 행사한 결과에 헌법상 평등원칙 위반이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피부양자의 범위에서 ‘동성 동반자’를 제외한 이 사건 처분이 위헌적인 재량 행사인지를 판단할 권한은 법원에 있으므로, 원고는 법원에 대하여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할 수 있고, 이는 원고의 재판받을 권리의 정당한 행사가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다수의견의 관점과 별개의견의 관점은 이 사건 처분의 위헌성이 어디에 존재하는지에 대한 전제를 달리할 뿐 충분히 병존할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4) 원심은 헌법 제107조 제2항 등의 의미와 그에 따른 법원의 권한과 임무를 올바르게 이해한 것에 터 잡아, 이 사건 처분이 내포하고 있는 위헌적 요소와 중대한 인권 침해적 상황에 대한 원고의 문제제기에 대응하여 이 사건의 헌법적 쟁점들을 세심하게 심리하고 판단하였다. 이는 헌법 제107조 제2항에서 부여한 법원의 헌법재판이 갖는 의미와 역할이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모습을 여실히 보여 준다.
먼저 원고는 이 사건에서, 직장가입자인 소외인의 동성 동반자로서 피고 측이 안내해 준 절차에 따라 피부양자 자격을 얻고 그 지위에서 지병 치료 등을 받던 중, 적법한 사전 통지조차 없이 피고의 직권 행사로 갑작스럽게 피부양자 자격을 박탈당하게 되자, 자신이 이 사건 지침에 따라 인우보증서를 내면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피부양자 자격을 얻을 수 있는 권리가 있음에도 이를 부정당한 것은 자신의 기본적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여겨 법원에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방식으로 문제제기를 하였다. 원고는 제1심에서부터 이 사건 처분이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며 가족법 전문가에 대한 증인신청과 원고 본인에 대한 당사자신문을 신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변론에 임하였고, 원심에 이르기까지 피부양자제도의 취지와 변천 과정, 성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 등에 관한 자료를 충실히 제출하였다.
원심은 이러한 변론 내용을 바탕으로 배우자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의 의미, 건강보험제도의 목적과 기능, 피부양자제도의 취지, 피부양자 인정 범위의 변천 과정, 특히 국민건강보험법령에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에 대한 피부양자 인정 규정이 없음에도 피고가 이 사건 지침을 통해 이들을 피부양자로 인정하게 된 경위,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에 대한 국제사회의 태도 등에 관하여 상세하게 심리하였다. 제1심은 가족법 전문가의 증언을 통해 민법 등 가족법 영역과 사회보장법 영역에서 사실혼 개념이 다르게 해석·적용되고 있는 양상과 그 이유, 민법 영역에서 ‘혼인의사’를 중심으로 사실혼 관계를 판단하는 것에 대한 학계의 비판 경향, 헌법 제36조 제1항의 의미, 현재 사회보장제도, 임대주택제도, 가족수당제도 등에서 동성 동반자가 갖는 법적 지위 등에 관한 전문적 의견을 청취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원고가 주장하고 제출한 증거 등을 토대로 처분청인 피고에게 석명준비명령을 통해 동성 동반자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이 본질적으로 동일한지 여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과 달리 동성 동반자를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는 데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 등 처분사유에 관하여 주장하고 증명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부여하였다.
이러한 구체적 심리과정에서 제1심과 원심은 또한 이 사건 처분의 위헌성을 주장하는 원고로 하여금 성적 소수자로서 살아오는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들, 동성 동반자를 만나 가정공동체를 꾸리기로 결심하게 된 경위, 그 가정공동체의 실상, 가족친지를 초대하여 결혼식을 가짐으로써 동반자 관계를 공표하기로 결심한 동기,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 이 사건 지침에 따라 소외인의 피부양자로 등록된 것이나 이 사건 처분으로 갑작스럽게 피부양자에서 배제된 것이 원고와 소외인의 가정공동체에 미친 구체적 영향 등의 사정을 상세히 드러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이를 통해 원고는 자신의 목소리로 직접 공개된 법정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는 이 사건 처분의 위헌성에 대하여 진지한 문제제기를 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하여 자신과 동성 동반자의 기본적 인권이 침해된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었다. 공개된 법정을 통하여 이러한 의미 있는 제도적 공간이 형성됨으로써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은 기본적 권리 침해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고 자신의 권익을 적극 옹호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또한, 중립적 심판기관인 법원으로서도 직접 대면하여 그들의 문제제기와 주장을 경청함으로써 직접 경험하지 못할 수도 있는 소수자들의 삶의 객관적 실상, 차별적 처우가 소수자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세심하게 살필 수 있는 변론 과정을 거쳐 합당한 유권적 답변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원고가 법원에 물은 이상 법원은 답변하여야 한다. ‘사회보장으로 기능하는 건강보험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법률적 의미의 가족과 부양의무는 피부양자제도의 출발점일지언정 그 한계점이라고 할 수는 없다. 누구나 어떠한 면에서는 소수자일 수 있고,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하는 사회일수록 소수자의 권리에 대한 인식과 이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이는 인권 최후의 보루인 법원의 가장 큰 책무이기도 하다.’는 원심의 답변이 가지고 있는 관점에 크게 공감하거니와, 위와 같은 충실한 심리과정을 거쳤다는 점에서 원심의 이유 제시와 결론을 적극 지지하는 바이다.
 
사.  맺음말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는 천사 미하일이 지상에서 인간으로 살면서 경험하는 여러 유형의 공동체관계가 제시된다. 그는 그 관계 속에서 신이 부여한 과제를 수행하며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한 깨달음을 얻는다. 먼저 맞닥뜨리는 것은 혈연으로 맺어진 부모자녀의 가정공동체 관계이다. 미하일은 쌍둥이 아기가 살아남지 못할 것이 두려워 그 어머니의 영혼을 거두어 오라는 신의 명령을 어겼다가 지상으로 추방된다. 그로 말미암아 제화공 세묜의 가정에 의탁된 미하일은 세묜과 그 아내를 통해 부부관계를 본다. 마지막으로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고아가 된 쌍둥이 자매가 이웃 여인의 자녀로 받아들여져 잘 자라나 구두를 맞추러 온 것을 보고 인간의 애정과 의지로 맺어진 또 다른 가정공동체로서 양모자 관계를 목격한다.
미하일이 경험한 공동체관계를 건강보험제도의 피부양자 범주에 대입해 보면 어떨까. 부모자녀 관계를 단절시켜야 하는 상황 앞에서 천사 미하일이 겪은 주저가 보여주듯 혈연으로 맺어진 부모자녀 관계는 생명의 근원으로서 가장 중요한 가정공동체 관계이지만, 이웃 여인과 쌍둥이 자매의 양모자 관계 또한 가정공동체로서의 역할이나 보호가치에 관한 규범적 평가에서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이들에게 건강보험제도를 적용한다면 피부양자 지위가 차별 없이 주어져야 한다는 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쌍둥이 자매가 성장하여 동반자를 선택한 경우를 생각해 보자. 각기 성적 지향에 따라 한 사람은 이성 동반자를 선택하고, 한 사람은 동성 동반자를 선택하였다면, 이들이 받는 사회적 처우가 달라야 할 것인가. 쌍둥이 자매가 각각 진지한 고민 끝에 자신의 행복을 이루고자 애정을 기반으로 형성한 동반자 관계는 그 성별 구성과 무관하게 소중한 가정공동체로서 동일하게 존중받고 건강보험제도의 피부양자 혜택을 받는 것이 공정하지 않을까.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깨달은 천사 미하일의 눈에 세묜 부부의 가정공동체나 쌍둥이 자매가 각기 이룬 동반자 관계 모두 애정을 바탕으로 한 1차적 가정공동체로서 그 본질과 목적에 따른 보호가치가 다르지 않게 보일 것이다.
같은 부모 아래 태어나 같은 이웃 여인의 손길로 자라난 쌍둥이 자매가 서로 달라진 지점은 성적 지향의 영역이다. 이는 인간 실존의 가장 내밀한 영역으로서 그 안에서 발현되는 개인의 타고난 성향이나 선택, 결단은 모두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서 유래하는 근본적인 권리이자 행복추구권의 본질을 이룬다. 국가가 이에 개입하여 개인의 성적 지향의 발현과 형성에 대하여 어떠한 가치평가적 행동을 한다는 것은 현대민주주의 사회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이는 개개인의 성적 지향을 기반으로 맺은 동반자 관계에 대하여도 마찬가지이다. 국가가 개개인의 동반자 관계에 개입하여 구성원의 성별 차이에 따라 건강보험제도의 보호를 부여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가치평가적 행동을 하는 것은, 국가가 개인의 내밀한 성적 지향의 발현과 형성에 개입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 행복추구권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그 누구의 가정공동체도 타인이나 국가에 의해 폄훼되어도 괜찮은 것은 없다. 동성 동반자 관계에서 꾸리는 가정공동체도 여느 사람과 똑같이 소중한 가정공동체이다. 성적 소수자들 또한 우리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전체 법질서 안에서 가정공동체에 관한 권리와 의무를 부여받아야 하고, 국가는 이를 차별 없이 보호하고 보장하여야 한다. 다수의견은 동성 동반자 관계를 건강보험제도상 피부양자의 보호 범주에 차별 없이 포함시킴으로써 국가의 가정공동체에 대한 보호의무가 구체적 현실에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 등에 관한 헌법 원리에 맞게 구현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간 대법원은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에 관한 대법원 2006. 6. 22. 자 2004스42 전원합의체 결정, 위 2020스616 전원합의체 결정이나, 동성인 군인 사이의 성행위 등을 처벌하는 군형법 사건에 관한 위 2019도3047 전원합의체 판결 등을 통하여 성적 소수자가 우리 사회에서 감내하여야 하는 부당한 차별로 빚어지고 있는 위헌적 상황을 합리적으로 시정하고자 노력하여 왔다. 하지만 아직도 여러 영역에는 그들에 대한 편견과 배제의 결과를 용인하거나 때로는 조장하는 제도와 관행이 남아 있어, 성적 소수자들이 자신의 성적 지향에 맞는 고유의 서사를 온전히 펼치지 못하고 분열된 자아로서 살아야 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비록 이 사건 쟁점에 관한 입장은 다르지만 다수의견이나 별개의견 모두 우리 사회 내에 남아 있는 성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시정하기 위한 입법 조치가 시급하다는 데에 의견이 다르지 않다. 이에 관한 우리 사회의 진전된 논의를 촉구하며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7.  별개의견에 대한 대법관 노태악의 보충의견
이 사건 처분에 실체적 하자가 있는지에 대한 법적인 논증은 별개의견을 통하여 이미 충분히 개진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다수의견과 그 보충의견에 대하여 다시 한번 법률해석의 의미와 법원의 권한에 대한 고민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
법률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권한은 사법권의 본질적 내용이다. 만일 법원이 그 본질적인 역할에 충실하지 아니하다면 이는 법원 스스로 우리 헌법에 규정된 국가권력 분립구조의 기본원리를 지키지 아니하는 것이고, 나아가 권력분립을 통한 상호 견제와 균형의 기초 위에 선 사법권의 독립이 오히려 위협받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다수의견은 ‘직장가입자의 배우자’라는 법률문언 해석의 기본원칙과 우리 법체계가 규율하는 혼인에 동성 간의 결합이 포함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증을 피한 채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의 부당성에 대해서만 논하고 있다. 성적 지향이나 성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은 허용될 수 없고 성적 소수자의 고통을 외면하여서도 아니 된다. 다수의견이 가진 문제의식과 인권감수성은 그 자체로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별개의견에서 지적한 것처럼 방향성과 그 방식은 다를 수 있다. 방향성의 당위만을 강조한 나머지 법률의 가능한 해석범위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추상적이고 우회적인 논리를 통하여 정해진 결론에 맞추어 나가는 것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형성된 우리의 전체 법체계를 존중하지 않는 것이다. 예측가능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위험하기까지 하다. 다수의견의 결론은 우리의 법질서와 가치체계가 예정하고 있는 혼인의 범위를 넘어서 입법 없이 동성혼을 인정하는 것과 같다.
사법만능의 유혹과 화려한 수사에도 불구하고 사법의 본질이 달라질 수는 없다. 법원의 법률해석은 우리 사회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가치체계와 법적 시스템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한다. 그 신뢰가 우직하게 보이고 사회적 합의의 과정에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 사회가 헌법적 가치와 질서에 바탕을 두고 견제와 균형을 통하여 발전하여왔음을 잊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법원의 법률해석은 문언해석에서 출발한다. 급격한 사회환경의 변화와 함께 구체적인 분쟁 안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문제에 대하여 그 현실적 상황을 치밀하게 분석하여 고민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법원의 본질적 기능이다. 이는 대법원이 여러 차례 강조한 것처럼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법감정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8.  별개의견에 대한 대법관 권영준의 보충의견 
가.  논의의 정리
이 사건의 쟁점은 ‘이 사건 처분에 실체적 하자가 있는가’이다. 여기에서 ‘하자’는 법에 반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의 실체적 하자 여부를 판단하려면 관련된 법의 내용이 무엇인지 확정한 뒤 그에 비추어 이 사건 처분의 실체적 내용이 그 법의 내용에 반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이에 관하여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은 여러 논거들을 들어 다양한 양상으로 논의를 전개하였다. 이러한 다양한 논의는 다음 세 가지 질문을 둘러싼 논의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이 사건 처분은 이 사건 쟁점 규정에 반하는 처분인가(아래 나.항 참조)? 이는 ‘동성 동반자’가 이 사건 쟁점 규정의 ‘배우자’로 해석될 수 있는가의 질문이기도 하다. 만약 그렇게 해석된다면 동성 동반자를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은 이 사건 처분에는 실체적 하자가 있는 것이다. 반면 그렇게 해석되지 않는다면 이 사건 처분은 법률에 반한 처분이 아니라 오히려 법률에 따른 처분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실체적 하자가 없다고 보아야 한다.
둘째, 이 사건 처분은 헌법상 평등원칙에 반하는 처분인가(아래 다.항 참조)? 이는 이 사건 쟁점 규정이 속한 국민건강보험법 차원이 아니라 그 상위 규범인 헌법 차원에서 제기되는 질문이다. 이는 일종의 위헌심사 문제로서 이에 관하여는 평등원칙 위반에 관한 실체적 판단 외에도 법원과 헌법재판소 간 권력분립 원칙에 비추어 본 위헌심사 주체에 관한 고려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법률에 따른 처분이 평등원칙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 경우 처분과 법률 중 무엇이 실질적인 위헌심사 대상인가의 문제와도 관련된다.
셋째, 동성 동반자의 법적 지위는 법원이 이 사건에서 결정하기에 적합한 문제인가(아래 라.항 참조)? 이는 앞선 두 가지 질문의 배후에 공통으로 작용하는 문제의식에 근거한 질문으로서 주로 민주주의의 원칙 또는 법원과 국회 간 권력분립 원칙과 관련된다. 특히 이 질문은 이 사건 쟁점 규정의 법률해석을 넘어서 사실상의 법형성 또는 사실상의 입법이 요구되는 경우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되는 질문이기도 하다.
이상의 문제들에 관하여 다수의견 및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하 합쳐서는 ‘다수의견’, 보충의견만 일컬을 때는 ‘다수 보충의견’이라 한다)을 검토하고 별개의견을 보충한다.
 
나.  이 사건 처분은 이 사건 쟁점 규정에 반하는 처분인가?
이 사건 처분은 이 사건 쟁점 규정에 반하는 처분인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동성 동반자’가 이 사건 쟁점 규정의 ‘배우자’로 해석되는가에 먼저 답해야 한다. 그렇게 해석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면 곧바로 이 사건 처분에 실체적 하자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법의 해석은 법원의 권한임이 명백하므로 헌법재판권이나 입법권과의 관계 정립도 정면으로 문제 되지는 않는다. 그 해석의 타당성은 제쳐 놓더라도 논의 구도가 간명해지는 장점이 있다. 또한 법원은 사회변화나 규범 목적 등을 고려하여 구 호적법(2007. 5. 17. 법률 제8435호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로 폐지)의 ‘정정’(위 2004스42 전원합의체 결정), 병역법의 ‘정당한 사유’(대법원 2018. 11. 1. 선고 2016도10912 전원합의체 판결), 군형법의 ‘추행’(위 2019도3047 전원합의체 판결), 형사소송법의 ‘구속’(대법원 2024. 5. 23. 선고 2021도635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여러 개념을 유연하고 적극적으로 해석한 바 있다. 이러한 해석은 우리 법의 진보와 이를 통한 사회 변화에 의미 있게 기여하였다. 그 연장선상에서 ‘배우자’에 동성 동반자가 포함된다고 해석할 여지도 없지 않다.
하지만 별개의견은 현행 법제나 판례의 태도, ‘배우자’의 법률상 또는 사회관념상 의미 등에 비추어 보면 그렇게 해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제1심법원과 원심법원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다수의견은 이에 대한 입장을 명시적으로 표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수의견은 이 사건 쟁점 규정에 대한 원심의 해석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지 않았다. 또한 다수의견은 이 사건 쟁점 규정에 반한다는 이유가 아니라 헌법상 평등원칙에 반한다는 이유를 들어 이 사건 처분의 실체적 하자를 인정하였다. 이를 고려하면 다수의견도 이 사건 쟁점 규정의 해석에 관하여는 별개의견과 같은 입장이라고 이해된다. 이처럼 일치된 해석에 따르면 이 사건 처분에는 법률에 반한다는 의미의 실체적 하자를 인정할 수 없다. 결국 이 사건 처분의 실체적 하자 문제는 법률해석의 영역을 넘어서 논의되어야 한다. 이 점에서 이 사건은 법률해석의 영역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였던 앞선 해석 선례들과는 구별된다. 그리고 이 점에서 이 사건은 보다 복잡하고 미묘한 양상을 띤다.
 
다.  이 사건 처분은 헌법상 평등원칙에 반하는 처분인가?
1) 제도적 관점
이 사건 처분은 헌법상 평등원칙에 반하는 처분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이 문제에 대한 법원의 권한 범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각 헌법기관은 헌법으로부터 위임받은 범위 내에서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 법원은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헌법기관이다. 그런데 헌법해석권은 헌법재판소와 법원에 나누어 부여되었다. 헌법 제107조 제1항은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법원은 헌법재판소에 제청하여 그 심판에 의하여 재판한다.”라고 규정하고, 제111조 제1항 제1호는 법원의 제청에 의한 법률의 위헌 여부 심판을 헌법재판소의 관장 사항으로 규정함으로써 법률에 관한 위헌심사권을 헌법재판소에 부여하고 있다. 헌법 제107조 제2항은 “명령·규칙 또는 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대법원은 이를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가진다.”라고 규정하여 처분에 관한 위헌심사권을 법원에 부여하면서 그 최종심이 대법원임을 밝히고 있다.
다수 보충의견은 이 사건 처분에 대한 위헌심사 근거로 헌법 제107조 제2항을 들었다. 헌법 제107조 제2항의 ‘처분’이나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의 의미가 완전히 명확하지는 않으나 다수 보충의견의 입장은 일단 수긍할 수 있다. 이 조항이 행정행위에 적용되는 전형적인 경우로는 평등원칙 등을 기준으로 행정행위의 재량권 일탈·남용을 판단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법률이 재량권 행사 기준에 대하여 아무런 지시를 하지 않고 있다면 재량권 행사에 잘못이 있더라도 이를 법률 위반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법원은 헌법상 평등원칙이나 비례원칙 등에 비추어 재량권의 일탈·남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에는 법률이 피부양자 자격을 ‘배우자’라는 비교적 명확한 범주로 정하여 지시하고 있다는 특수성이 있다. 이러한 법률의 지시에 따른 처분을 위헌심사 대상으로 삼는 것은 실질적으로는 그 처분의 근거가 된 법률을 위헌심사 대상으로 삼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한 모습으로 법원이 ‘법률에 따른 처분의 위헌심사’를 할 경우 위헌법률심판제도를 우회하여 사실상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를 하는 것과 유사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처분 자체가 아니라 그 처분의 근거가 된 법률의 내용이 위헌적 상태를 초래한다고 판단된다면 법원은 그 법률의 위헌심판제청을 하여 헌법재판소에 의한 규범통제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쪽이 바람직하다. 대부분 국가에서 동성혼 또는 동성 동반자에 관한 문제는 입법이나 헌법재판에 의한 규범통제의 형식으로 다루어져 왔다. 다수 보충의견이 제시한 독일과 미국의 사례도 헌법재판소 또는 헌법재판 기능을 담당하는 연방대법원에 의한 헌법재판 사례이다.
2) 실체적 관점
위 문제와 별도로 이 사건 처분이 평등원칙에 반하는가를 실체적 관점에서 살펴본다. 동성 동반자를 배우자와 달리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은 이 사건 처분은 합리적 근거 없는 자의적인 차별인가? 이 질문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답변이 각각 설득력 있게 제공될 수 있다.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은 각각 그 입장을 표명하였다. 우선 이 문제에 접근하는 시선 또는 프레임의 문제에 대해서 언급하고자 한다. 다수 보충의견에 따르면 피부양자 지위 인정 여부는 “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문제”이자 “공동체나 가족관계에 대하여 사회 내에서의 존재가치를 공인”하는 문제이다. 피부양자로 인정되지 않는 것은 “건강보험의 피부양자제도의 취지를 몰각시키는 것”으로서 “국가가 운영하는 가장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인 건강보험제도의 보호에서조차 공식적으로 배제”되는 것이자, “사회와 국가의 공인된 보호를 받을 존재가치를 부정당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원고가 피부양자로 인정받지 못한 것은 “원고의 성적 지향에 대한 부정의 관점 말고는 달리 설명하기” 어렵다. 또한 다수 보충의견에서는 동성 동반자의 피부양자 지위 부정이 ‘편견’, ‘차별’, ‘배제’, ‘혐오’, ‘폄훼’와 연결되고 있다.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이나 배제, 혐오가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은 관여 법관 전원의 일치된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용어는 그 외견상 단순함과는 달리 개별 사건의 맥락을 고려한 다양하고 세밀한 형량을 통하여 비로소 삶의 현장에 그 규범적 의미를 제대로 구현하게 된다. 또한 법은 필연적으로 개념화, 유형화, 범주화를 수반하므로 선 긋기는 법의 숙명이다. 이에 따른 적법한 구별과 위법한 차별을 구분하는 일은 그 법의 목적과 내용, 법 적용의 상황과 맥락을 떠나서는 이루어질 수 없다. 그러므로 다수 보충의견이 다양한 수사(修辭)를 사용하여 제시한 거대담론 또는 프레임이 얼마나 유효하게 적용될 수 있는지는 차별이 문제 되는 사태의 구체적 내용에 비추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예컨대 성적 지향을 이유로 채용이 거절되거나 해고된다면, 또는 이를 이유로 주거지에서 퇴거당하거나 공공시설의 이용에서 배제된다면 위와 같은 프레임은 보다 유효적절하다. 그러나 건강보험제도의 피부양자 인정 문제를 긍정과 부정, 보호와 배제, 포용과 혐오의 이분법적 프레임으로 바라보는 것은 제도의 목적이나 내용, 실질에 비추어 과도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원고를 포함한 모든 국민은 건강보험제도의 급여 혜택을 받는다. 그 점에서 모두가 보호되고, 모두가 포용된다. 보험료는 각자의 경제적 능력에 상응하여 형평에 맞게 부과된다. 어떤 국민도 이 제도에서 존재가치를 부정당하거나 배제되지 않는다. 어떤 국민도 이 제도에서 이등 국민이 아니다. 피부양자제도는 이러한 기본 안전망 위에 추가로 설치된 것이다. 법률이 정한 기준을 모두 충족한 피부양자는 보험료를 면제받는 추가적 혜택을 받는다. 건강보험료의 준조세적 실질을 고려하면 피부양자 인정기준은 세금 감면에 관한 특례와 유사하다. 누구나 받는 기본 혜택에 더하여 어떤 사람들에게 이러한 혜택을 추가로 줄 것인가는 수혜자 범위 획정에 관한 정책 결정 문제이다. 이는 차별의 문제라기보다는 선택의 문제에 가깝다. 이를 중대한 인권침해 문제로 규정하는 데에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시혜적 성격의 법률 또는 법률 조항에는 더욱 광범위한 입법형성의 자유가 인정된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대법원 2005. 1. 27. 선고 2004도7511 판결, 헌법재판소 2007. 7. 26. 선고 2004헌마914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입법형성의 자유가 넓어질수록 이에 반비례하여 평등원칙 위반 가능성은 낮아진다.
그러므로 입법자가 피부양자 인정기준을 명확하고 중립적인 방식으로 설정하였고, 그 기준이 합리성을 결여한 자의적인 기준이 아니라면, 그 기준을 적용한 결과 누군가가 피부양자로 인정되지 않았다고 하여 그가 혐오나 차별이나 배제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니다. 지역가입자와 그 배우자(그 역시 지역가입자이다), 배우자의 지위를 아직 획득하지 못한 미혼자, 이러한 지위를 취득할 의사가 없는 비혼주의자, 최근의 소득 증가로 피부양자 지위에서 아깝게 탈락한 직장가입자의 배우자 등 현행 제도 아래에서 피부양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으나, 그렇다고 그들이 부당하게 차별받는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들은 입법자가 입법재량 범위 내에서 일정한 근거에 따라 설정한 피부양자 자격 기준에 미달하였기 때문에 피부양자가 되지 못한 것이지, 각각의 개인이나 집단의 고유한 정체성이나 특성을 이유로 피부양자가 되지 못한 것이 아니다. 동성 동반자도 마찬가지다.
한편 다수 보충의견은 이 사건 쟁점 규정의 ‘배우자’에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은 포섭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피고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피부양자 자격을 확장하여 인정하는 재량권을 행사하면서도 동성 동반자에게 그러한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은 헌법상 평등원칙에 반한다고 한다. 그러나 우선 이 사건 쟁점 규정이 과연 피고에게 피부양자 지위 인정에 관한 재량권을 부여하는 규정인지 의문스럽다. 또한 이 사건 쟁점 규정의 ‘배우자’에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을 포섭하는 해석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과 법률상 배우자의 유사성이나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이 우리 법질서에서 가지는 의미에 비추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므로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의 피부양자 인정이 법의 포섭 범위를 벗어난 재량권 행사의 결과라는 다수의견의 출발점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일단 이를 재량권 행사의 결과라고 보더라도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과 동성 동반자의 차이점에 비추어 볼 때,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피부양자 지위를 인정하였으니 동성 동반자에게도 이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재량권을 행사할 법적 의무가 인정된다거나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 위헌 또는 위법이라는 결론이 곧바로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우리 법질서 아래에서 동성 동반자는 마땅히 배우자와 동등하게 피부양자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명제를 당연한 전제로 삼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결론이다. 이러한 전제가 과연 행정청이 법의 포섭 범위를 넘어서 자신에게 부여되어 있는지도 불명확한 재량권을 행사하여 관련 선례 취지에 반하면서까지 동성 동반자를 피부양자로 인정하여야 할 법적 의무를 정당화할 만큼 공고한 전제인지 의문스럽다.
또한 피부양자제도와 그 신분요건이 이 사건에 가지는 의미도 부연해 둔다. 이 사건 쟁점 규정의 신분요건을 구성하는 개념은 국민건강보험법에만 특유한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입법자는 배우자, 형제·자매, 직계존속 등 이미 우리 법제에서 명확하게 정립된 신분관계상 지위 개념을 원용함으로써 신분요건에 관한 명확성과 예측가능성을 도모하고 그 요건의 해석을 둘러싼 분쟁의 여지를 줄이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피부양자 자격요건 중 부양요건이나 소득 및 재산요건의 구체적 사항을 하위 법령에 위임하면서도 신분요건만큼은 이러한 위임 없이 법률에 직접 규정한 것도 이러한 맥락 때문이다. 아울러 이 사건 쟁점 규정의 신분요건은 그 신분상 지위에서 발생하는 부양의무와도 일정한 관련성이 있다. 부부간에는 서로 부양의무가 있다(민법 제826조 제1항). 이른바 사적 부양이다. 국민건강보험법상 피부양자제도는 이른바 공적 부양의 속성을 띤다. 공적 부양은 사적 부양을 보충하는 의미를 가진다(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제3조 제2항 취지 참조). 이러한 양자의 유기적 관계를 고려하면, 부부 관계와 동반자 관계는 공적 부양에 의한 보충 필요성과 당위성의 면에서 동일하지 않다.
다시 법원이 최종적으로 답해야 하는 질문, 즉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이 자의적인 차별에 해당하는가의 질문으로 돌아와 본다. 위에서 살펴본 바에다가 별개의견에서 이미 밝힌 배우자 개념의 명확성, 관련 법령 및 판례의 태도, 피부양자제도가 가지는 고도의 정책성 및 이에 상응하는 입법재량의 광범위성, 신분요건을 설정한 목적과 의미 등을 보태어 보면 피고가 국민건강보험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동성 동반자를 배우자와 같이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 자의적인 차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라.  동성 동반자의 법적 지위는 법원이 이 사건에서 결정하기에 적합한 문제인가?
다수의견은 결론적으로 ‘동성 동반자는 배우자와 동등하게 피부양자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명제를 선언하고 있다. 이는 정책 명제로서는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 명제가 왜 법 명제로 전환되는지는 철저하게 논증되어야 한다. 위 명제가 현행 법률이나 선례에서 도출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서는 별 이견이 없다. 또한 현행 법률에 어떤 흠결이나 공백이 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명제가 헌법상 평등원칙으로부터 곧바로 법 명제로서 도출될 수 있는지, 또한 완결적 형태의 법률 조항이 엄연히 존재하는데도 법원이 평등원칙을 내세워 이와 다른 내용을 법이라고 선언할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인지에 관하여는 실체적, 제도적으로 여러 의문이 제기된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다수의견은 국민건강보험법의 해석상 인정되지 않던 새로운 피부양자 범주를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동성 동반자와 배우자는 본질적으로 동일하다.’는 보다 포괄적이고 새로운 법 원칙을 제시하였다. 거듭 말하거니와 이는 장차 입법적 방식으로 택할 수 있는 방향이다. 그러나 법원은 미래의 일을 앞당겨 현재의 법으로 선언할 권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 사건에서 법원이 그렇게 선언하는 것은 사실상의 법형성이나 입법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다수의견이 이러한 경우에 더욱 강하게 요구되는 법적 정당화와 논증의 책임을 충실히 이행하였는가 하는 의문도 지울 수 없다.
배우자는 우리 법체계 전반에서 사용되는 지극히 보편적인 개념이다. 이로부터 수많은 법률관계가 결정된다. 이 사건에서 동성 동반자가 배우자로 인정되거나 그와 동등하다고 평가되면 그는 피부양자로 인정되어 보험료 납부의무를 면하는 법률효과가 발생한다. 그런데 다른 수많은 사회보장법령에서는 배우자의 지위 인정이 각종 연금이나 급여, 보상금 수급권 등 훨씬 중대한 법률효과로 이어진다. 이 사건에서 평등원칙에 따라 동성 동반자가 배우자와 동등하게 평가되어야 한다면, 이보다 더 중대한 권리나 자격이 달린 다른 사회보장법령에서는 더욱 그러해야 한다. 그렇게 보지 않는 것이야말로 평등과 형평의 이념에 반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사건의 파급 효과는 단지 국민건강보험법상 피부양자 인정 문제에만 그치지 않는 것이다. 배우자는 지극히 다양한 법령에서 수많은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원천적 지위이다. 배우자의 지위가 권리만 발생시키는 것도 아니다. 배우자라는 지위는 소송절차의 제척사유가 되거나 공·사법 분야에 걸쳐 이해충돌이나 부패방지 관련 의무를 발생시키기도 하고, 형사상 가중처벌이나 고소 제한의 근거가 되기도 하며, 민사상 연대책임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비유하자면 배우자라는 하나의 줄기로부터 수많은 가지들이 뻗어나가고, 국민건강보험법상 피부양자제도도 이러한 줄기에 종속된 가지 중 하나이다.
그러므로 배우자와 동성 동반자의 법적 지위가 문제 되는 수많은 사안 유형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 문제 자체에 대한 입법적 논의를 선행시키는 것이 더욱 근본적이고 진솔한 방식이다. 그래야 수많은 법령에 등장하는 배우자의 지위가 어떤 경우에 동성 동반자에게도 연장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보다 체계적이고 정합성 있는 논의와 결정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입법적 논의에는 동성 동반자의 법적 지위를 포괄적으로 규율하는 입법에 관한 논의와 특정 분야에서만 동성 동반자에게 배우자와 유사한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입법에 관한 논의가 모두 포함된다. 피부양자제도에 국한하여 동성 동반자를 배우자와 동등하게 취급한다는 결정에 이르더라도 이러한 논의를 거친 후 개별 입법의 방식으로 그 결정을 나타낼 때 법률관계가 명확해진다. 이 사건 판결을 통한 사실상의 입법은 법원이 사회 변화를 선도한 사례로 당장의 갈채를 받을지는 모르나, 이 판결의 의미와 사정거리를 둘러싼 불명확성은 한동안 사회의 부담으로 남을 수도 있다. 또한 사법권의 무리한 확장은 향후 어떤 방향으로 작동할지 예측할 수 없으므로 중장기적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무시할 수 없는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
별개의견에서 밝혔듯이 법원의 법형성, 특히 법률수정적 법형성은 법률을 적용하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부당한 결과가 발생하거나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지켜보기에는 현재의 기본권 침해가 너무나 중대하여 이른바 법적 긴급피난이 절실히 요구되는 예외적 상황에만 허용될 수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처럼 헌법재판소가 별도로 설치된 경우 이러한 상황은 대부분 헌법재판소의 규범통제로 해결하게 되고, 그것이 헌법질서에 합치되는 모습이다. 법해석과 법형성의 경계, 허용되는 법형성과 금지되는 법형성의 경계는 눈에 보이지 않고, 그 경계를 넘지 못하도록 강제로 가로막는 장벽이나 보초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 경계를 넘었다고 이를 이유로 당장 어떤 책임을 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법원은 더욱 자신을 돌아보아 스스로 나아가야 할 때와 국민에게 맡겨야 할 때를 현명하게 분별해야 한다. 법관 개인의 주관적 정의 관념이나 정책적 선호를 법의 이름으로 관철시키고 싶은 유혹에 저항해야 할 때도 있다.
동성 동반자에게 배우자와 같은 지위를 부여할 것인가는 원칙적으로 국민들이 스스로 논의하여 결정하여야 하고 실제로도 논의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의제이다. 이에 관한 우리 사회의 지배적 에토스가 형성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민주주의와 헌법재판제도의 실패로 인한 중대한 부정의의 사태에 즈음해서야 비로소 법원이 불가피하게 보충적으로 개입해야 할 성격의 의제이다. 그런데 이러한 의제를 13명의 법관이 사실상 법형성의 방식으로 섣불리 결정해 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설령 그 방향이 옳은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이러한 방식으로 인하여 국민들은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에 수반되는 공론의 기회, 숙고의 기회, 인내의 기회, 협의의 기회, 설득의 기회, 반대의 기회, 표결의 기회, 수용의 기회, 실패할 기회, 이로부터 배울 기회를 박탈당하였는지도 모른다. 이 사건에서 내려진 결론은 동성 동반자들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 구성원 전체에 의미 있는 진전일 수 있고, 그 방향에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 후속 판결과 입법을 통하여 동성 동반자들의 법적 지위에 대하여 더욱 포괄적이고 명확한 법리나 제도가 축적되어 나가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이와 별도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입법권과 사법권,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합당한 경계 설정에 대한 논의도 더욱 숙성되어 나가기를 바란다.
이상과 같이 별개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대법원장 조희대(재판장) 김선수(주심) 이동원 노정희 김상환 노태악 이흥구 오경미 오석준 서경환 권영준 엄상필 신숙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