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
【판시사항】
[1] 무고죄의 성립요건 / 신고사실의 진실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소극적 증명만으로 그 신고사실을 허위의 사실이라 단정하여 무고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 신고내용 중 일부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나 단지 신고사실의 정황을 과장하는 데 불과한 경우, 무고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 객관적 사실관계를 그대로 신고하였으나 그러한 사실관계를 토대로 한 나름대로의 주관적 법률평가를 잘못하고 이를 신고한 경우, 그 사실만 가지고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것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2]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하는 진술의 증명력을 판단할 때 고려할 사항 /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사람이 성폭행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한 사실에 대하여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불기소처분되거나 무죄판결이 선고된 경우, 반대로 이러한 신고내용이 객관적 사실에 반하여 무고죄가 성립하는지를 판단할 때 고려할 사항
【판결요지】
[1]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인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인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이므로,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는 요건은 적극적 증명이 있어야 하고 신고사실의 진실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소극적 증명만으로 곧 그 신고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의 사실이라 단정하여 무고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으며, 신고내용 중 일부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범죄의 성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부분이 아니고 단지 신고사실의 정황을 과장하는 데 불과하다면 무고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또한 객관적 사실관계를 그대로 신고한 이상 그러한 사실관계를 토대로 한 나름대로의 주관적 법률평가를 잘못하고 이를 신고하였다고 하여 그 사실만 가지고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것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다.
[2]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자가 부정적인 여론이나 불이익한 처우 및 신분 노출의 피해 등을 입기도 하여 온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
위와 같은 법리는,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사람이 성폭행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한 사실에 대하여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불기소처분되거나 무죄판결이 선고된 경우 반대로 이러한 신고내용이 객관적 사실에 반하여 무고죄가 성립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고려되어야 한다. 따라서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사람이 처하였던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아니한 채 진정한 피해자라면 마땅히 이렇게 하였을 것이라는 기준을 내세워 성폭행 등의 피해를 입었다는 점 및 신고에 이르게 된 경위 등에 관한 변소를 쉽게 배척하여서는 아니 된다.
【참조조문】
[1] 형법 제156조, 형사소송법 제308조
[2] 형법 제156조, 제297조, 형사소송법 제308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84. 1. 24. 선고 83도1401 판결(공1984, 402), 대법원 1996. 5. 31. 선고 96도771 판결(공1996하, 2093), 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4도13516 판결, 대법원 2020. 8. 27. 선고 2020도1842 판결 / [2]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공2018상, 909),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공2018하, 2294), 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8도2614 판결(공2019하, 1603)
【전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이창직
【원심판결】
서울남부지법 2021. 2. 8. 선고 2020노438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관련 법리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인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인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이므로,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는 요건은 적극적 증명이 있어야 하고 신고사실의 진실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소극적 증명만으로 곧 그 신고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의 사실이라 단정하여 무고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으며(대법원 1984. 1. 24. 선고 83도1401 판결 등 참조), 신고내용 중 일부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범죄의 성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부분이 아니고 단지 신고사실의 정황을 과장하는 데 불과하다면 무고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1996. 5. 31. 선고 96도771 판결 등 참조). 또한 객관적 사실관계를 그대로 신고한 이상 그러한 사실관계를 토대로 한 나름대로의 주관적 법률평가를 잘못하고 이를 신고하였다고 하여 그 사실만 가지고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것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4도13516 판결, 대법원 2020. 8. 27. 선고 2020도1842 판결 등 참조).
한편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자가 부정적인 여론이나 불이익한 처우 및 신분 노출의 피해 등을 입기도 하여 온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는,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사람이 성폭행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한 사실에 대하여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불기소처분되거나 무죄판결이 선고된 경우 반대로 이러한 신고내용이 객관적 사실에 반하여 무고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고려되어야 한다. 따라서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사람이 처하였던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아니한 채 진정한 피해자라면 마땅히 이렇게 하였을 것이라는 기준을 내세워 성폭행 등의 피해를 입었다는 점 및 신고에 이르게 된 경위 등에 관한 변소를 쉽게 배척하여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8도2614 판결 등 참조).
2. 쟁점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7. 10. 20. 공소외 1로 하여금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소외 1이 ① 2004. 5. 15. 무렵부터 2017. 7. 29. 무렵까지 총 726회에 걸쳐 피해자를 상습으로 강간하고, ② 2002. 2. 초순 무렵부터 2017. 7. 29. 무렵까지 총 838회에 걸쳐 카메라 등으로 피고인의 나체, 성관계 장면을 몰래 촬영하였으며, ③ 2003. 1. 10. 무렵부터 2017. 8. 14. 무렵까지 ‘너와 성관계 사진, 동영상을 유포하겠다.’는 등 협박하여 총 1,572회에 걸쳐 356,058,068원을 갈취하였다(이하 ‘이 사건 고소사실’이라 한다)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작성하여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제출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은 공소외 1과 내연관계로 지내면서 합의하에 성관계를 하고 그 장면 등을 촬영하였으며 공소외 1과 데이트, 여행비용 등을 함께 사용하였을 뿐 공소외 1로부터 금품을 갈취당한 사실이 없었다. 이로써 피고인은 공소외 1로 하여금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에 대하여 허위 사실을 신고하여 공소외 1을 무고하였다.
3. 원심의 판단
원심은 쟁점 공소사실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이유로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가. 피고인과 공소외 1의 관계나 피고인의 공소외 1에 대한 감정을 표현한 이메일, 문자메시지 또는 함께 촬영한 사진·동영상 등을 살펴보면, 피고인은 공소외 1과 일반적인 연인 사이로 보이고 피고인이 공소외 1의 평소 폭력적인 태도나 동영상 유포 등 관련 협박으로 극심한 공포와 두려움에 빠져 있었다고는 보이지 아니한다.
나. 피고인은, 공소외 1이 2001. 12. 무렵 논술지도를 빙자하여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인 피고인을 자신의 산타모 승용차에 태워 파주시의 인적이 드문 곳으로 데리고 가 위 승용차 안에서 강제로 간음하여 피고인에게 치료일수를 알 수 없는 처녀막이 파열되는 상해를 입히고, 2002. 1. 한밤중에 집에 있는 피고인을 불러내어 자신의 산타모 승용차에 태운 다음 강원도 화진포에 있는 모텔로 데리고 가 피고인을 강간(이하 ‘전제 고소사실’이라 한다)한 후 성관계 사진이나 영상을 유포할 듯한 태도를 취하거나 자신이 조폭임을 내세우면서 위협하여 이 사건 고소사실 등과 같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피고인이 공소외 1과 전제 고소사실과 같은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는 보이기는 하나 전제 고소사실 무렵 작성된 피고인의 일기장에는 강제로 가진 성관계에 대한 심리적인 충격이 아니라 공소외 1에 대한 감사나 애정이 표현되어 있고 피고인이 대학생이던 시절 공소외 1에게 보낸 이메일에도 애정표현 등이 적극적으로 드러나 있는 사정에 비추어 공소외 1이 피고인을 위력으로 또는 협박하여 강제로 성관계를 갖게 되었다는 피고인의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
다. 피고인이 전제 고소사실 및 이 사건 고소사실 당시 성폭행으로 인하여 소아성학대 적응증후군 등을 앓고 학습화된 무기력 상태에 있었다는 취지의 의사 소견서, 의사 공소외 2의 진술 등만으로는 피고인이 전제 고소사실 당시부터 이 사건 고소에 이르기까지 위와 같은 심리상태가 계속되었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이 주장하는 성범죄의 존부를 단정할 수 없다.
라. 피고인이 고등학생 시절부터 한문교사인 공소외 1과 만남 등을 가져오다가 2003. 2.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교에 입학하여 사법시험을 준비한 경험이 있고, 대학졸업 이후에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여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였으며, 2012년 무렵부터 회계법인에 취직하는 등 변호사로서 근무하였고,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쳐 성년이 된 이후에도 33세가 되는 2017. 8. 무렵에 이르기까지 약 15년 동안 공소외 1과의 만남 및 성적인 관계를 유지하여 왔던 사정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이른바 ‘그루밍’ 상태에 빠져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마. 피고인은 2003. 2.부터 2012. 4.까지 현금을 인출해 공소외 1 명의의 제일은행 또는 기업은행 계좌에 무통장입금방식 등으로 돈을 보내 공갈 피해를 입었고, 취업 후인 2012. 4. 무렵부터는 계좌이체 방식으로 돈을 송금하는 방법으로 공갈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이 주장하는 공소외 1의 위 각 계좌는 피고인이 주장하는 피해 일시보다 훨씬 뒤인 2006년 및 2012년 무렵에야 개설되었고, 제일은행, 기업은행에 개설된 공소외 1의 다른 계좌에서도 피고인이 2003. 2.부터 무통장입금방식 등으로 피해를 입었음을 의심할 만한 거래내역이 확인되지 아니한다.
4. 대법원의 판단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은 부친의 근무지를 따라 해외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중학교 3학년 때에 귀국하여 외할머니 집에서 지내면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다. 피고인의 부모는 피고인 부친의 해외파견근무로 인하여 피고인이 고등학생, 대학생이던 시절에도 1년 중 상당 부분의 기간 동안 해외에서 지냈다.
2) 피고인은 고등학교 1, 2학년 때인 2000년, 2001년 무렵 당시에 다니던 고등학교의 한문교사인 공소외 1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는데, 그 내용은 피고인의 진학이나 미래에 대한 고민에 대하여 시적인 표현을 인용하면서 피고인을 격려하거나 응원을 하는 취지이다. 또한 피고인이 고등학교 2, 3학년 때 작성한 일기장에는 피고인의 일상생활, 공소외 1로부터 공부와 관련하여 받은 조언과 격려, 공소외 1의 건강에 대한 걱정, 공소외 1에 대한 존경, 호감 등을 표현하는 내용만 기재되어 있다.
3) 그런데 피고인이 전제 고소사실과 같은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일시인 2001. 12. 및 2002. 1.에 작성된 일기장에는 갑자기 ‘가슴이 조여오고 아프다.’거나 ‘진정되지 않는다. 터져버릴 것 같다. 가슴에 불길이 가라앉지 않는다.’는 등 주위에 털어놓기 힘든 걱정과 고민, 정신적으로 무척 괴롭거나 힘든 상태임을 암시하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4) 이후 피고인은 공소외 1과 다수의 이메일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고, 공소외 1은 여행지나 일상생활에서의 피고인의 모습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나체나 피고인과의 성관계 모습을 촬영하여 보관하였다. 피고인은 취업한 이후인 2012. 9. 초순 무렵 자신이 사용하던 계좌의 잔고가 이미 마이너스인 상황에서도 합계 1,370만 원을 인출하여 공소외 1의 계좌로 입금하거나 공소외 1에게 교부하였고, 2013. 6. 25. 무렵부터 같은 해 6. 26. 무렵까지 합계 3,500만 원을 공소외 1의 계좌로 이체한 것을 비롯하여 2017. 7.까지 상당한 액수의 돈을 공소외 1에게 교부하였다.
5) 피고인은 공소외 1에게 2017. 8. 6.에도 ‘사랑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가 그로부터 얼마 뒤인 2017. 8. 22. 결별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공소외 1은 같은 날 피고인에게 "무슨 일(짓?)이지.", "협박으로 받아들이지 마요.", "그동안 차 가방에, 그리고 차곡차곡 모아두었던 것", "오늘 같은 날을 위해 준비했던 것인데.", "비극이 없도록 내가 이성을 찾았으면 좋겠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공소외 1은 그 외에도 "15년 전 기존 모든 것을 버리는 신념으로 갔던 그 겨울밤 강원도 그 황토색방 시작점으로 가서 종착지로 삼는 것도 좋을 듯하다.", "공소시효를 알아봤고 형법상 문제 될 것이 없다."라는 내용을 비롯하여 그 무렵부터 2018. 12. 무렵까지 약 1년 4개월간 피고인에게 피고인의 나체나 성관계 영상을 다수 보유하고 있으면서 이를 유포할 듯한 태도를 보이고, 조폭을 동원하여 피고인의 생명이나 신체, 신분, 지위 등에 관한 위협을 가하겠다거나 피고인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게 하겠다는 내용 및 욕설들을 문자메시지와 이메일 등을 이용하여 반복하여 보내고 자신의 네이버 블로그와 트위터 등에 게시하기도 하였다.
6) 피고인은 2017. 10. 20. 이 사건 고소를 하였고, 수사기관에서 ‘자신이 변호사가 된 이후 정상적인 사람들과 교류를 하게 되면서 공소외 1과의 관계가 서서히 비정상적임을 깨닫고 부친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이 사건 고소에 이르게 되었다.’고 고소 경위를 밝혔다. 공소외 1에게 그동안 계속 애정표현을 한 이유에 관하여서는 ‘공소외 1이 계속하여 피고인의 나체사진과 성관계 영상을 갖고 있다면서 피고인을 죽여 버리겠다는 등 협박하여 죽지 않으면 끝날 수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7) 피고인은 이 사건 고소 이후로 2017. 10. 23.부터 같은 해 11. 4.까지 및 2018. 5. 29.부터 같은 해 6. 14.까지는 ○○대학교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고, 2018. 3. 29.부터 같은 해 5. 25.까지는 △△△ 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는 방법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피고인의 입원치료를 담당한 의사 공소외 2가 의학 및 심리학적 검사 결과 피고인에 대하여 진단한 병명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극심한 불안, 악몽, 회피 등), 우울증, 무기력, 공황장애’ 등이고, 통원치료를 담당한 담당 의사 공소외 3의 피고인에 대한 소견서 내용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해리기억상실’ 등으로 피고인의 행동양상은 ‘소아성학대 적응증후군’이다.
나. 위와 같은 사실관계와 기록에 비추어 알 수 있는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고소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는 점에 관한 적극적 증명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이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고소사실에 나름의 진실성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고소사실의 진실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소극적 증명만으로 곧 고소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의 사실이라고 단정하여 무고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피고인의 고소는 어느 정도 객관적 사실관계를 토대로 이루어졌다고 볼 여지도 있어 피고인이 나름대로의 법률평가를 정확히 하지 못하고 고소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만 가지고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것에 해당한다고 섣불리 단정할 수는 없다.
1) 원심이 이 사건 고소사실을 허위의 사실로 판단하는 근거로 삼은 피고인의 일기, 이메일이나 피고인과 공소외 1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공소외 1이 촬영한 사진, 동영상 등에 나타난 피고인과 공소외 1의 모습과 행동, 피고인의 공소외 1에 대한 계속된 애정표현 등은 아래 판단과 양립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가)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인은 공소외 1과 약 15년 동안 계속하여 이메일과 문자메시지 등으로 일상생활에서 안부를 주고받았고, 위 이메일 등에는 피고인의 공소외 1에 대한 애정표현, 피고인의 부모에게 피고인과 공소외 1의 관계를 숨길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 여행에 대한 기대 등이 나타나 있다. 그런데 위 내용들은 피고인의 공소외 1에 대한 일방적인 보고나 끊임없는 사랑의 표시가 주된 것들이고, 피고인과 공소외 1의 서로 간에 감정의 교류나 변화 혹은 피고인과 공소외 1 외에 다른 사람들과의 사회적 교류나 관계를 알 수 있는 내용이 거의 없다. 이런 점들에 비추어보면, 피고인과 공소외 1의 관계가 통상적인 연인관계와는 달리 그들 사이에서 수직적이고 내밀하게 형성되어 유지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나) 성폭력범죄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사적이고 내밀한 영역에서 이루어져 당사자들 외에 그 내막을 정확히 알 수 없는 것이 일반적이고,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피고인은 공소외 1로부터 전제 고소사실과 같이 2차례 성폭력을 당한 이후 이른바 ‘그루밍’ 상태에서 계속적으로 성폭력범죄, 카메라 촬영, 금전 갈취 등을 당하였다면서 전제 고소사실 당시 피고인과 공소외 1의 관계, 성관계에 이른 동기나 경위를 개별적, 구체적으로 진술하였다. 또한 피고인이 성년에 달하여서도 공소외 1이 조폭처럼 행세하거나 전제 고소사실 무렵부터 촬영해 둔 피고인의 나체 사진이나 성관계 영상을 유포할 듯한 태도를 보여 이를 두려워한 나머지 외부에 이를 알릴 수 없었던 상태에서 이 사건 고소사실과 같은 피해를 당했다면서 그 내용을 상세히 진술하였고, 그 과정에서 공소외 1이 촬영한 성관계 영상이 있음을 스스로 밝히기도 하였다.
다) 피고인이 전제 고소사실 시점 전에 작성한 일기장에는 공소외 1에 대한 감사, 존경, 호감 등을 표현하는 내용이 있기는 하지만 공소외 1과 연인관계에 이르렀거나 성관계까지 받아들일 만한 내용이 표현되어 있지는 않다. 오히려 전제 고소사실 무렵 작성된 일기장에는 앞서 본 것처럼 그 전의 내용과는 다르게 ‘가슴이 조여오고 아프다.’거나 ‘터져버릴 것 같다.’는 등의 표현으로 당시 피고인이 갑작스럽게 정신적으로 무척 괴롭거나 힘든 상태임이 나타나 있다. 공소외 1 역시 피고인이 결별을 통보하자 피고인에게 협박성 발언을 하면서 "15년 전 기존 모든 것을 버리는 신념으로 갔던 그 겨울밤 강원도 그 황토색방 시작점으로 가서 종착지로 삼는 것도 좋을 듯하다.", "공소시효를 알아보았고 형법상 문제 될 것이 없다." 등의 표현을 사용하였는데, 공소외 1도 전제 고소사실의 성관계가 형사상 문제가 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라) 공소외 1은 피고인의 일기장과 같은 개인적인 기록물을 이 사건 수사 당시까지 계속하여 보관하였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과의 여행이나 일상생활에서의 모습, 피고인의 나체나 피고인과의 성관계 영상을 촬영한 사진 또는 동영상까지 모두 보관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기록물들은 제3자나 외부에 유출될 경우 피고인에게 회복 불가능한 치명적 피해를 야기할 수도 있는 자료들이다. 실제로 공소외 1은 피고인이 결별을 통보하자마자 "위와 같은 자료들을 이때를 위해 차곡차곡 모아두었다.", "내 성격 알면 나를 빨리 죽여."라는 식으로 반응하거나 자신의 네이버 블로그에 자신이 마치 조폭과 여전히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큰 형님이 조만간에 애들 보낸다."라는 등의 위협이나 공포감을 조장하는 글을 올렸다. 이러한 정황을 모두 종합하면, 피고인이 전제 고소사실의 시기에 겪은 성관계 이후 약 15년간 공소외 1로부터 위와 같은 협박을 실제로 당하여왔고 공소외 1로부터 자신이 조폭이라는 말을 들어왔거나 내밀한 자료들의 유포 가능성 등 때문에 공소외 1의 뜻을 함부로 거스르기 힘들다고 생각하고 계속해서 공소외 1의 비위를 맞추어야만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피고인이 공소외 1에게 결별 의사를 밝힌 시점(2017. 8. 22.)과 매우 근접한 때인 2017. 8. 6.까지도 공소외 1에게 여전히 ‘사랑한다.’는 표현을 반복해 온 것도 이러한 점에서 납득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마) 그렇다면 피고인의 위 나)항과 같은 진술이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된다고 쉽게 단정할 수는 없을 뿐만 아니라 다른 객관적 사실관계와 상당 부분 부합하는 측면도 있다. 결국 피고인이 내적으로는 전제 고소사실 당시부터 누적되어 온 두려움이나 심리적 억압상태에서 피해사실을 함부로 외부에 공개하지 못하고 체념하면서, 외적으로는 그 두려움이나 상당한 심리적 억압상태로 인해 공소외 1이 요구하거나 원하는 대로 공소외 1과 통상의 연인관계와 같은 모습을 유지하는 상황이 반드시 서로 양립 불가능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또한 피고인으로서는 ‘자신과 공소외 1의 스승과 제자 사이, 현격한 나이 차이, 믿고 의지하였던 사람인 공소외 1로부터 고등학생인 피고인이 당했을 가능성이 있는 충격적이거나 위압적인 성관계 경험, 나체나 성관계 촬영물’ 등으로 인하여 애초에 형성된 종속적, 예속적 관계에서 비롯된 공소외 1의 계속된 성관계 요구 등을 쉽게 거부하지 못하고 사실상 복종하거나 그와 맺은 잘못된 신뢰관계에 장기간 의존, 체념할 수밖에 없었을 가능성이 있고, 피고인이 이메일과 문자메시지 등으로 연락을 하면서 공소외 1에게 ‘죽도록 사랑한다.’는 등의 표현을 비정상적으로 보일 정도로 수시로 반복한 것도 그러한 관계에 영향을 받은 표현일 여지가 크다.
2) 비록 피고인이 성폭행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고소한 사실이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불기소처분이 되었다 하더라도 피고인이 처하였던 특별한 사정을 고려할 때 피해사실과 신고에 이르게 된 경위 등에 관한 피고인의 변소를 쉽게 배척할 수 없다.
가) 이 사건 고소사실에 대한 피고인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될 뿐만 아니라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된다고 볼 수 없으며, 다른 객관적 사실관계와 상당 부분 부합하는 측면도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나) 피고인은 전제 고소사실 발생 무렵 일기장에 부모 등에게 털어놓기 힘든 걱정과 고민, 정신적으로 무척 괴롭거나 힘든 상태임을 암시하는 내용을 남겨두었는데, 위 걱정과 고민 등은 그 무렵 피고인이 신뢰하였던 교사인 공소외 1로부터 전제 고소사실과 같은 성관계를 겪고 느낀 충격적 경험에 기인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 피고인을 진단한 의사들이 밝힌 소견 내용은, 고등학생 시절부터 강제적 성관계를 당하였다고 호소하면서 겪고 있는 증상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나 ‘해리기억상실’, 또는 ‘소아성학대 적응증후군’ 등이다. 정신의학 전문가로서 전문지식을 동원하여 관찰, 판단한 피고인의 상태에 대한 의견을 밝힌 부분을 특별한 사정 없이 가볍게 배척할 수는 없다. 비록 그 소견 내용이 이 사건 고소 시점 이후에 진료하거나 치료한 부분에 기초한 것이더라도, 피고인이 공소외 1과 장기간 종속적, 예속적 관계에 있었다면 결별 의사를 밝히고 그 관계를 끝내기 전까지는 적극적으로 정신과 진료나 치료를 받기 어려웠을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리고 피고인이 결별을 선언한 다음 공소외 1이 성관계 동영상 유포 등 공포감을 조장하는 언동을 함으로 인해 피고인의 정신적 상태가 더욱 심하게 악화되었고 이 사건 고소를 하며 적극적인 진료나 치료를 받아 정신적, 심리적 고통에서 벗어나려 했다고 볼 여지도 있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이 사건 고소의 증거자료를 만들어 제출할 목적으로 이 사건 고소 시점 이후에야 비로소 진료 등을 받기 시작하였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
라) 공소외 1은 피고인이 작성한 일기장과 피고인의 사진 영상을 계속 보관하다가, 피고인으로부터 헤어지자는 요구를 받자마자 이를 공개 또는 유포하거나 피고인의 생명, 신체, 신분, 지위 등에 위해를 가할 것처럼 행동하였고, 이러한 공소외 1의 행동은 피고인의 결별 통보 이후 약 1년 4개월 동안 지속되었다. 공소외 1이 피고인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보면 피고인에 대한 강한 집착이나 지배하려는 의사를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전제 고소사실의 성관계 이후 약 15년의 장기간 동안 공소외 1에 의하여 심리적으로 억압된 상태에서 종속적, 예속적 관계를 유지하며 공소외 1의 계속적인 성관계 요구, 나체 등 카메라 촬영 요구 등에 따르면서 공소외 1과의 비정상적 관계를 단절하지 못하였을 가능성도 커 보인다.
마) 피고인은 변호사로 취업할 무렵부터 공소외 1과 결별하기 전까지 이른바 마이너스 통장에서 대출을 받는 방식까지 감수하며 상당한 액수의 돈을 공소외 1에게 지급해 왔는데, 이러한 비합리적인 행위 또한 공소외 1과의 특수한 관계에 기인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
3) 또한 피고인이 무통장 입금한 계좌로 특정한 공소외 1의 제일은행 또는 기업은행 계좌의 개설일시가 피고인이 공소외 1에게 돈을 지급하였다고 주장한 일시보다 뒤의 시점이라는 것은 피고인이 주장한 지급 방식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일 뿐이고, 피고인이 공소외 1에게 실제로 그 무렵 전혀 돈을 주지 않았다는 점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증명이 이루어졌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기록을 살펴보면 피고인이 2012년 무렵부터 장기간 공소외 1에게 상당한 액수의 돈을 지급하여 온 것으로 보인다. 설령 총지급액으로 주장하며 고소한 내용이 다소 과장되었거나 실제와 다르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무고죄가 성립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4) 피고인은 자신이 변호사가 된 이후 정상적인 사람들과 교류를 하면서 공소외 1과의 관계가 비정상적임을 깨닫고, 자신이 이른바 ‘그루밍’을 당하였다고 인식하게 되면서 종속적, 예속적 관계가 장기간 유지되며 심리적 억압상태에서 당한 성관계나 나체 등 카메라 촬영, 금전 지급 등의 행위에 대하여 상습강간, 카메라촬영범죄, 상습공갈 등으로 고소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다. 앞서 본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고소는 피고인이 어느 정도 객관적 사실관계에 바탕을 두고 신고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비록 고소내용에 대하여 불기소처분이 내려졌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이 그루밍 피해를 당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에 그치고, 나아가 곧 그 고소사실이 허위라는 점, 즉 ‘피고인이 그루밍 피해를 당한 사실이 없다.’는 것을 단정할 수도 없다. 나아가 피고인이 객관적 사실관계를 토대로 ‘자신이 그루밍 피해를 당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나름대로의 법률평가를 위와 같이 하여 고소한 것을 가지고 만연히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것에 해당한다고 할 수도 없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이 공소외 1과 사이에 당초에 형성된 동기와 경위 그리고 그 관계가 장기간 지속되게 된 특별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여러 기록물에서 드러나는 표면적 기재와 외부적 사정 등을 토대로 하여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쟁점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무고죄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5. 결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