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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정보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손해배상(의)

[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7다80657 판결]

【판시사항】

수술 후 진정상태를 유지하고 있던 환자에게 뇌로 공급되는 산소의 전반적인 감소로 인한 저산소성 뇌손상이 발생하였으나 의무기록에는 이에 관한 아무런 기재가 없는 경우, 의사 측에서 다른 원인에 의하여 그러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음을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진료기록의 기재 여하에 불구하고 환자에게 뇌로 공급되는 산소의 전반적인 감소를 시사하는 임상상태가 현실적으로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고, 나아가 임상경과의 관찰을 소홀히 하여 그 임상상태를 제대로 발견하지 못하였다거나 그 임상상태를 발견하였음에도 그 내용을 의무기록에 제대로 기재하지 아니함으로 말미암아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민법 제750조,
민사소송법 제202조,
의료법 제22조


【전문】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경북대학교병원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영 담당변호사 이순동)

【원심판결】

대구고법 2007. 10. 17. 선고 2006나675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서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선의 조치를 다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의사의 이와 같은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00. 7. 7. 선고 99다66328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기록을 살펴보면, 혈중 칼륨농도(참고치 3.6-5.2mmol/L)가 6.5-7mmol/L 이상으로 올라가면 심근이 이완된 상태로 마비가 되어 심정지가 초래될 위험성이 커지고, 10mmol/L 이상이 되면 일반적으로 심장마비가 유발될 상황이라는 점, 피고 병원 의료진은 원고 1(당시 만 2세)이 심장수술을 받은 다음날인 1998. 12. 11. 01:46경 시행한 혈중 칼륨농도 검사 결과는 8.10mmol/L로 높게 나왔지만 심전도에는 특별한 이상이 새로 발생하지 않았기에 검사상 오류를 의심한 후 같은 날 01:51경 즉시 재검사를 시행하여 5.59mmol/L로 정상수치에 가깝게 나온 것을 확인하였으며 같은 날 03:28에도 다시 검사를 시행하여 4.28mmol/L로 정상수치로 측정된 점, 원고 1의 혈중 칼륨농도가 같은 날 07:16경 17.56mmol/L, 같은 날 08:55경 9.39mmol/L, 09:53경 15.55mmol/L로 계속 높게 측정되었지만 같은 날 13:21경 3.81mmol/L로 정상화되었고, 칼륨농도가 높게 측정될 당시 심정지 또는 심전도상 이상소견이 있었다거나 칼륨농도를 낮추기 위한 조치가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는 없는 점, 원고 1의 혈중 칼륨농도가 17.56mmol/L로 측정되었던 같은 날 07:16경 동맥혈산소분압이 74㎜Hg로, 산소포화도가 92%로 조금 낮게 측정되었으나 그 외에는 정상적인 수치로 측정되었고, 동맥혈산소분압이 74㎜Hg라는 수치는 임상적으로 저산소증에 해당하지 않는 점 등의 사정을 알 수 있는바, 이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1998. 12. 11. 01:46경 시행한 혈중 칼륨농도가 검사상 오류라고 판단한 피고 병원 의료진의 조치가 합리적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보기는 어렵고, 앞서 본 바와 같은 경미한 저산소증 등의 임상경과만으로 원고 1에게 저산소성 뇌손상이 발생한 사실을 설명하기도 어려우므로, 그렇다면 산소포화도와 심전도를 모니터하면서 원고 1의 경과를 관찰한 피고 병원 의료진의 조치가 비록 최선의 진료는 아니라 하더라도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를 벗어나 원고 1에게 저산소성 뇌손상을 유발한 과실이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 1에게 실제로 고칼륨혈증이 있었다는 전제하에 피고 병원 의료진이 1998. 12. 11. 01:51경부터 07:16경까지 원고 1에게 어떠한 검사도 시행하지 아니하는 등 고칼륨혈증에 대한 진단 및 치료를 지연한 과실로 인하여 저산소혈증이 발생 내지 확대되어 저산소성 뇌손상을 유발하였다고 판단한 원심의 조치에는 의사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정도 내지 의료행위의 재량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피고의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2.  원고들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 1에 대한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결과 뇌 전반이 손상된 소견을 보이고 있어 혈관의 폐색에 의한 뇌손상보다는 뇌로 공급되는 산소의 전반적인 감소로 인한 저산소성 뇌손상을 시사하는 소견을 보이고 있는 점, 피고 병원 의료진은 원고 1에 대하여 진정상태를 유지(full sedation)하기로 결정하고 진정제 및 근육이완제를 투여하는 한편 그 기간 중의 진료기록에 의하면 원고 1의 산소포화도, 심전도, 혈압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하여 원고 1의 신체에 산소가 공급되는 정도를 파악할 수 있었던 점, 그런데 이 사건 의무기록상으로는 위 기간 중 원고 1의 동맥혈산소분압이 74㎜Hg로, 산소포화도가 92%로 떨어지는 등 혈액 내 산소의 양이 조금 떨어진 사실은 있으나 그 밖에 뇌로 공급되는 산소의 전반적인 감소가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에 관하여는 아무런 기재가 없는 점, 이와 관련하여 대한의사협회장에 대한 각 진료기록보완감정촉탁 결과에 의하면 동맥혈산소분압이 74㎜Hg로 떨어진 것은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저산소증이라 보기 어렵고 1심법원의 진료기록 보완감정촉탁의도 이 사건 의무기록에 나타난 소견만으로는 원고 1에게 발생한 뇌손상을 도저히 설명할 수 없다고 하는 점 등을 알 수 있다.
의무기록은 진료를 담당하는 의료인으로 하여금 환자의 상태와 치료의 경과에 관한 정보를 빠뜨리지 않고 정확하게 기록하여 이를 그 이후의 계속되는 환자치료에 이용하도록 함과 아울러 다른 관련 의료종사자에게도 그 정보를 제공하여 환자로 하여금 적정한 의료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의료행위가 종료된 후에는 그 의료행위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작성하는 것으로서 의료인은 의료행위에 관한 사항과 소견을 의무기록에 상세히 기록하여야 하므로, 의료사고 발생 후 변개되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신빙성을 쉽게 배척할 수 없다고 할 것이지만, 이 사건과 같이 수술 후 진정제 투여 등을 통하여 진정상태를 계속 유지하고 있던 환자에게 뇌로 공급되는 산소의 전반적인 감소로 인한 저산소성 뇌손상이 발생하였는데, 의사 측이 환자에게 진정상태를 유지하는 기간 중 심전도, 혈압 및 산소포화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하여 환자에게 산소가 공급되는 정도를 파악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의무기록에는 뇌로 공급되는 산소의 전반적인 감소가 있었다고 볼 만한 아무런 기재가 없는 경우에 있어서는, 의사 측에서 심전도, 혈압 및 산소포화도의 이상 소견이 없이도 다른 원인에 의하여 환자에게 저산소성 뇌손상이 발생할 수 있음을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진료기록의 기재 여하에 불구하고 산소포화도의 감소 또는 심정지 등 환자에게 뇌로 공급되는 산소의 전반적인 감소를 시사하는 임상상태가 현실적으로 있었다고 추정하는 것이 타당하고, 나아가 임상경과의 관찰을 소홀히 하여 그 임상상태를 제대로 발견하지 못하였다거나 그 임상상태를 발견하였음에도 그 내용을 이 사건 의무기록에 제대로 기재하지 아니함으로 말미암아 그 임상상태에 대응한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피고 병원 의료진이 심전도, 혈압 및 산소포화도를 모니터하고 있으면서도 심정지, 산소포화도 감소 등의 임상상태를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뇌 전반에 걸친 손상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인지, 만약 그러한 가능성이 없다면 심전도, 혈압 및 산소포화도의 중대한 변화가 이 사건 의무기록에 기재되어 있지 아니한 사유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밝히고, 피고 측에서 그 사유에 관하여 합리적인 설명을 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일련의 치료과정에서 합리적인 치료를 다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볼 수가 있었을 것임에도, 이에 관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원고들이 주장하는 구체적 과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나머지 주장을 모두 배척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의 조치에는 의료상의 과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심리를 그르침에 따라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하겠다. 같은 취지의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고현철(재판장) 김지형 전수안(주심) 차한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