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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정보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의료법위반·업무상과실치사

[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6도1790 판결]

【판시사항】

[1] 의료사고에 있어서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 및 그 판단 기준
[2] 산모의 태아가 역위로 조기분만 되면서 태아가 난산으로 인하여 분만 후 사망한 사안에서, 비록 조산 위험이 있기는 하였으나 산모에게 분만진통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그와 같은 상황에서 내진이나 초음파검사 없이 경과를 관찰하기로 한 산부인과 의사의 행위를 진료행위에 있어서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산부인과 의사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268조
[2]
형법 제268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9. 12. 10. 선고 99도3711 판결(공2000상, 260),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1도3292 판결(공2003상, 656)


【전문】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김인수

【원심판결】

대구지법 2006. 2. 9. 선고 2005노256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1.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업무상과실치사의 점의 요지는, ‘피고인은 대구 수성구 중동 소재 (병원명 생략)병원 산부인과 의사였던바, 2003. 1. 30.경 위 병원에 임신 8주의 외래환자로 내원하여 산부인과 의사인 공소외 1로부터 진료를 받아오던 산모 공소외 2가 같은 해 7. 17. 20:30경 피고인이 당직의사로 근무할 때 주기적인 자궁수축이 있다고 호소하여 오므로, 피고인은 당직 산부인과 의사로서 위 산모에 대하여 태동검사를 한 결과 5분마다 자궁수축이 관찰되고 내진결과 자궁경부가 열려 있으며 산모의 진료경력상 태아가 역위로 되었다가 정상위로 돌아온 사실이 있는 등 조산과 그에 따른 위험성이 있어 산모를 입원하게 하고 그 후 담당의사인 위 공소외 1이 산모를 진료하며 관찰하던 중, 같은 달 24. 19:00경 다시 피고인이 위 병원 당직의사로 근무할 때 간호사 공소외 3으로부터 산모가 아랫배 통증을 호소한다는 보고를 받게 되었는바, 이러한 경우 진료업무를 담당하는 의사인 피고인으로서는 환자가 조산의 위험성이 있어 피고인이 직접 입원케 한 산모로서 조산 및 그에 따른 위험성, 특히 역위 조산의 위험성에 대비하여 태동검사, 촉진검사, 내진, 초음파검사 등의 적절한 방법으로 산모의 통증원인과 태아의 역위 여부 등을 확인하여 그에 맞는 처치를 하고, 또한 조산이나 역위 조산의 응급상황을 대비하여 조산시 태어날 아이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인큐베이터 시설이 갖추어진 의료기관에 미리 예약을 하는 등으로 준비할 뿐만 아니라, 역위 조산의 경우 이송 즉시 제왕절개수술 등 적절한 처치가 가능하도록 사전 이송준비를 하는 등 위 공소외 2의 갑작스런 분만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산모와 아이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 한 채 위 산모의 복부통증 호소를 가벼이 여겨 피해자의 통증원인 확인과 태아의 역위상태의 조산 위험성 여부를 제대로 진찰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고, 이후 다시 당직 대기중 같은 날 20:30경 간호사로부터 산모가 진통이 온다는 연락을 받고서 내진한 결과 이미 산모의 자궁경부가 약 7cm 열려 조산이 매우 임박한 상태에 이르러서야 신생아 인공호흡기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전원을 거부하는 경북대학교병원에 태아의 역위상태에 관한 통지도 없이 산모를 이송하여 제왕절개수술 등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는 틈을 지체한 업무상 과실로, 같은 날 21:27경 경북대학교병원에서 제왕절개수술을 위한 검사 중 산모의 양막이 터지고 태아의 두발이 산모의 질외로 나오는 바람에 제왕절개수술을 포기하고 질식분만토록 하여 태아가 조산으로 인하여 좁은 자궁문을 통해 역위로 분만이 진행되어 출산됨으로써 같은 날 23:40경 산모 공소외 2의 조산아로 하여금 난산으로 인한 호흡부전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것이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채택 증거들을 종합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공소외 2는 피고인이 당직의사로서 직접 검사하고 그 결과 조산의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입원시킨 환자이고, 입원 당시 피고인 스스로도 간호사에게 공소외 2가 진통을 호소하면 즉시 3차 병원으로 후송을 해야 한다고 주의를 준 점, 진료경력상 공소외 2의 태아가 역위에서 정상위로 돌아온 적이 있다는 사실을 피고인은 잘 알고 있었으므로 태아의 위치가 다시 역위상태가 될 가능성에 대비하여야 하는 점, 조산의 위험이 있는 산모의 경우 언제든지 분만이 시작되는 응급상황이 올 수 있는 점, 전문적인 의학지식이 없는 산모로서는 조기진통과 복통을 스스로 구별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의사로서도 산모의 조기진통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주의가 요구되는 점, 조산 및 그에 따른 위험성, 특히 역위 조산의 경우에는 태아의 생명에 대한 고도의 위험성이 존재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으로서는 조산의 위험이 있는 공소외 2가 복부통증을 호소하는 경우 최대한의 주의를 기울여 초음파검사, 태동검사, 촉진검사, 내진 등의 적절한 방법으로 태아가 역위인지 여부, 자궁경부의 개대 또는 자궁수축 등 조산의 징후가 있는지를 충분히 관찰하여 조산의 징후가 있을 경우 조산시 미숙아를 치료할 시설이 완비된 3차 의료기관으로 신속히 후송하여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태아가 역위상태인지 여부를 확인한 바 없고, 공소외 2가 아랫배 통증을 호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진통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아무런 검사도 시행하지 않았으며, 공소외 2에게 통증이 규칙적으로 오는지 여부를 물어 확인하거나 공소외 2 또는 간호사로 하여금 아랫배 통증이 규칙적인지 여부를 관찰하라는 주의사항조차 전달한 바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이후 공소외 2가 다시 통증을 호소한 20:30경까지 산모의 진통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공소외 2의 자궁경부가 약 7cm나 열리고 양막이 돌출되어 출산이 임박한 상황에까지 이르러서야 비로소 조산아 치료시설이 있는 병원으로 산모를 전원하게 됨으로써 공소외 2로 하여금 제왕절개술을 받을 수 있는 시기를 놓치게 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되고, 조산아가 역위로 분만되는 경우에는 질식분만보다 제왕절개술이 태아의 생명이나 신체에 더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점, 분만 개시 직전 자궁 비수축검사상 태아의 심음이 정상적인 반응을 보인 점, 이 사건 공소외 2의 태아가 역위로 분만되면서 어깨가 산모의 자궁을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등 난산으로 인하여 분만 후 자발 호흡이 없는 상태로 청색증을 보여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였으나 결국 회복되지 못하고 사망한 점, 위와 같은 상황에 이르기 전에 피고인이 공소외 2의 진통 및 자궁수축 증상을 확인하였다면 제왕절개술로 태아를 출산할 수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의 위와 같은 과실로 인하여 이 사건 조산아가 분만이 완료된 후 호흡부전 등으로 사망에 이른 것이라고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이를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3.  이 법원의 판단
그러나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의료사고에 있어서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의사가 결과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발생을 예견하지 못하였고 그 결과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발생을 회피하지 못한 과실이 검토되어야 하고, 그 과실의 유무를 판단함에는 같은 업무와 직종에 종사하는 일반적 보통인의 주의정도를 표준으로 하여야 하며, 이에는 사고 당시의 일반적인 의학의 수준과 의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 대법원 1999. 12. 10. 선고 99도3711 판결 등 참조).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 및 기록에 의하면, 공소외 2는 2003. 1. 30. (병원명 생략)병원 의사 공소외 1로부터 임신 8주의 진단을 받고 외래진료를 받아왔으며, 7. 7. 태아의 위치가 역위(둔위)라는 진단을 받았으나 7. 16. 초음파검사 결과 정상위(두위)로 돌아왔음이 확인된 사실, 당시 의사 공소외 1은 공소외 2에게 임신 36주 이전에 진통이 오면 조기분만의 징후가 있는 것이므로 그 경우에는 입원을 해야 하고, 입원 후에도 진통조절이 안되면 조기분만을 대비하여 조산아 치료시설이 완비된 3차 의료기관(대학병원급 의료기관)으로 후송하겠다는 설명을 한 사실, 공소외 2는 2003. 7. 17. 주기적인 자궁수축이 있어 20:30경 위 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였고, 당직의사인 피고인이 태동검사 및 내진검사를 실시하여 5분 간격의 주기적인 자궁수축 및 손가락 하나 정도(약 2cm)로 자궁경부가 개대된 상태임을 확인하고, 공소외 2로 하여금 위 병원에 입원하게 한 다음 침상안정 및 수액요법을 처방하였으며, 담당의사인 공소외 1이 그때부터 7. 24.까지 공소외 2에 대하여 매일 2회(08:00경, 17:00경) 태동검사를 실시하였으나 더 이상의 자궁수축 현상이 발견되지 않은 사실, 공소외 2는 7. 19.과 7. 20.경에도 복통을 호소하여 당직의사가 문진 후 별다른 검사 없이 관찰하였는데 증상이 호전된 바가 있었으며, 7. 24. 17:00경 실시한 태동검사에서는 조산의 징후가 발견되지 않았는데, 공소외 2는 같은 날 19:00경 간호사에게 설사하듯 배가 아프다고 호소하였고, 당직의사인 피고인이 간호사로부터 위와 같은 보고를 받고 공소외 2에게 가보니, 공소외 2가 저녁 먹은 것이 체한 것처럼 아프다고 하면서 아랫배 통증을 호소하므로 진통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내진을 권유하였으나 공소외 2가 ‘담당의사 선생님이 내진을 자주 하면 자궁이 열려서 해로울 수 있다고 하더라’라고 하여, 피고인은 좀 더 경과를 관찰하기로 하였으며, 간호사 공소외 3은 같은 날 20:00경 공소외 2에 대한 활력징후(혈압, 맥박, 체온 등)를 검사하였는데, 그때는 공소외 2가 배가 아프다는 말을 전혀 하지 않은 사실, 피고인은 같은 날 20:30경 공소외 2가 10분 정도의 규칙적인 진통을 호소한다는 연락을 받았고, 즉시 내진한 결과 공소외 2의 자궁경부가 7cm 정도 개대되었고 양막이 돌출되어 있으므로 조산이 임박한 것으로 보여, 조산시 미숙아를 치료할 만한 시설(인큐베이터, 미숙아용 인공호흡기)을 갖춘 경북대학교병원으로 공소외 2를 전원한 사실, 경산부의 경우 출산진통은 산모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일반적으로 약 6시간 지속되고 조산의 경우에도 별다른 차이가 없는 사실, 임신 36주까지는 태아의 폐 발달이 미숙하여 합병증의 발현빈도가 높으므로 그 이전에 조산의 징후가 보일 경우 분만을 최대한 지연시킬 필요가 있는데, 내진을 할 경우 양막 파열 등으로 분만을 촉진시킬 위험이 있는 사실, 역위의 확진은 초음파검사가 가장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초음파검사는 임신 28주까지는 4주마다, 임신 32~36주까지는 2주마다, 그 이후에는 1주에 1회 하는 것이 일반적이고(환자의 상태나 의사의 판단에 따라 그 회수를 조절할 수 있다), 공소외 2는 사건 발생일 8일 전인 2003. 7. 16.(임신 32주)에 초음파검사를 시행하였고 당시 태아가 정상위로 돌아왔음이 확인된 사실을 알 수 있고, 세브란스병원의 진료차트 감정결과는, 2003. 7. 24. 19:00경 공소외 2가 계속적이고 주기적인 복부통증을 호소한 것이 아니었고, 같은 날 20:00경 활력징후검사 시에 다시 통증을 호소하지 않은 상황으로 보아 19:00경의 복부진통은 출산진통이 시작된 것으로 보기보다는 불규칙적인 자궁수축 현상인 Braxton Hicks(임신중기 이후에 정상적으로 나타나는 자궁의 불규칙적인 수축현상으로 그 특징은 불규칙하고 리듬감이 없으며 통증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며 출산을 위한 과정을 겪지 않는데 조기진통과 구분하는 데 어려움이 있음) 수축으로 보아야 하고, 같은 날 20:30경 공소외 2가 10분 간격으로 복부통증을 호소하고 자궁수축으로 자궁경부가 30분 안에 1~2cm에서 7~8cm까지 개대가 이루어진 것은 뚜렷한 규칙적인 출산의 진통과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로서 출산의 진통은 시작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야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바, 이러한 사실들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비록 공소외 2가 조산 위험이 있는 산모이기는 하였으나, 2004. 7. 24. 19:00경 공소외 2에게 분만진통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그와 같은 상황에서 내진이나 초음파검사 없이 경과를 관찰하기로 한 피고인의 행위를 진료행위에 있어서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가사 분만진통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태아가 역위일 경우에는 출산진통이 정상위보다 단축되어 분만이 급속도로 진행된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이상 그로부터 약 2시간 20분 가량이 경과한 때에 난산으로 인하여 신생아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점을 예견하기는 어렵다 할 것이며, 달리 그 무렵 공소외 2에 대하여 내진이나 초음파검사, 태동검사, 촉진검사 등을 시행하여 3차 병원으로 이송할 준비를 미리 하여야 할 정도로 급박한 상태에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엿보이지 아니하므로, 피고인이 공소외 2를 문진한 후 출산진통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별다른 검사를 하지 않은 상태로 경과를 관찰하기로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실만으로 피고인이 일반적으로 산부인과 의사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업무상과실치사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업무상과실치사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위법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한편, 피고인은 원심판결 중 의료법위반의 점에 대한 유죄 부분에 관하여는 상고이유를 주장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원심판결 중 업무상과실치사 부분은 파기되어야 할 것인바, 원심은 나머지 공소사실까지 모두 유죄로 인정한 다음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보아 피고인에게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될 수밖에 없다.
 
4.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지형(재판장) 고현철(주심) 양승태 전수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