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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정보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구 외국환거래법위반(일부 공소취소)·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위반·(피고인 최규백에 대하여 공소취소)·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서울지법 2003. 9. 26. 선고 2003고합580 판결: 항소]

【판시사항】

[1]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하여 이루어진 대북송금이 통치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및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적극)
[2]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하여 이루어진 대북송금 및 이에 관여한 기업에 대한 은행의 위법한 대출행위가 통치행위인 남북정상회담과 일정 부분 관련성이 인정된다는 사정만으로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3]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하여 이루어진 대북송금이
외국환거래법 제18조 제1항 소정의 신고할 자본거래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4]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있어서 직권남용의 의미 및 직무권한의 정도
[5]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이 한국산업은행 총재 등에게 대출 지시를 한 것이 단순한 신분·지위의 남용이 아니며 형법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구성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남북정상회담의 개최와 남북정상간 합의는 우리 대한민국과 한민족의 운명과 관련하여 대통령이 취한 고도의 정치적 행위이므로 그 행위가 통치행위에 해당함은 이론의 여지가 없으나, 그 과정에서 이루어진 대북송금 및 그와 관련된 행위들은 통치행위의 개념에 비추어 볼 때 통치행위에 해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당연히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고, 다만 이 행위들이 직접·간접적으로, 주관적·객관적으로 통치행위와 관련된 경우 개별행위의 구체적인 형사상 책임을 판단함에 있어 형사소송법이나 형법의 원칙으로 돌아가, 관련 기소가 공소권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 당해 행위가 형법상의 정당행위, 정당방위, 긴급피난 등에 해당되는지 여부 등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다.
[2]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하여 이루어진 대북송금 및 이에 관여한 기업에 대한 은행의 위법한 대출행위가 통치행위인 남북정상회담과 일정 부분 관련성이 인정된다는 사정만으로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3]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 제26조 제4항,
동법시행령 제50조 제6항에 따라 외국환거래법 소정의 거주자 등이 북한에 투자를 목적으로 수행하는 행위 또는 거래에 관하여 외국환거래법을 준용함에 있어 그 특례를 정할 목적으로 '대북투자등에관한외국환관리지침(재정경제원 고시 1995-23호, 이하 '외국환관리지침'이라고 한다)'이 제정되어 있으므로 결국 외국환관리지침은 자본거래의 상대방이 북한 주민이나 법인격체일 경우에 그 외국환거래에 있어서 외국환거래규정에 우선하여 적용할 특례규정으로 해석할 수 있는바, 그렇다면 북한이 외국환거래법 소정의 '외국'에 해당하는지, 북한의 주민, 법인격체가 같은 법 소정의 '거주자'인지 '비거주자'인지에 대한 해석 여부와 상관없이 대북투자는 외국환거래법 소정의 자본거래로서 외국환관리지침에 따라 그 신고를 하여야 할 것이 요구된다.

[4] 일반적으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있어서의 직권남용이라 함은 공무원이 그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직권의 행사에 가탁(假託)하여 위법·부당한 행위를 하는 것으로서, 일반적 직무권한이 반드시 법규에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을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법률상의 근거에 기초한 것이라야 단순한 지위·신분의 남용과 구별될 수 있으며, 나아가 법률상의 강제력을 수반할 것도 요하지 않고, 다만 그것이 남용되었을 경우 직권행사의 상대방으로 하여금 사실상 의무 없는 행위를 하게 하거나 행하여야 할 권리를 방해하는 데 족한 정도의 권한만 있으면 된다.
[5] 대통령은 재정경제부장관을 임명하고 재정경제부장관을 지휘·감독할 권한이 있고, 재정경제부장관은 한국산업은행에 대하여 일반적인 감독권과 그에 필요한 명령을 발할 수 있는 권한이 있으며, 한편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은 대통령의 경제정책결정 등 경제전반에 관한 국정수행을 보필하는 임무를 수행하면서 대통령의 명을 받아 재정경제부 등 경제부처에 지시와 협조를 요청할 수 있는 일반적 직무권한을 가지고 있다 할 것이고, 따라서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은 한국산업은행의 총재와 이사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명을 받아 재정경제부장관을 통해 또는 직접 감독과 지시를 할 수 있는 일반적 직무권한이 있으므로,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이 그러한 직무권한에 터잡아 한국산업은행 총재 등에게 대출 지시를 한 것은 단순한 신분·지위의 남용이 아니며 형법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구성한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헌법 제4조
,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 제17조 제1항
,

제27조 제1항 제3호

[2]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 제17조 제1항
,

제27조 제1항 제3호
,

형법 제20조
,

제355조 제2항
,

제356조
,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3조 제1항

[3]

외국환거래법 제3조 제1항 제18호 (자)목
,

제15조 제3항
,

제18조 제1항
,

제27조 제1항 제8호
,

외국환거래법시행령 제9조 제2항 제7호

[4]

형법 제123조

[5]

형법 제123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85. 1. 29. 선고 74도3501 판결(공1985, 392)
,
대법원 1997. 4. 17. 선고 96도3376 전원합의체 판결(공1997상, 1303)


【전문】

【피고인】

김윤규 외 5인

【검사】

송두환

【변호인】

변호사 이종왕 외 10인

【주문】

피고인 김윤규에 대한 형을 징역 1년으로, 피고인 이근영, 이기호에 대한 형을 각 징역 3년으로, 피고인 박상배에 대한 형을 징역 2년 6월로, 피고인 임동원에 대한 형을 징역 1년 6월로 각각 정한다.
이 판결선고 전의 구금일수 84일을 피고인 이근영에 대하여, 121일을 피고인 이기호에 대하여 위 각 형에 산입한다.
다만, 이 판결확정일로부터 피고인 김윤규에 대하여는 2년간, 피고인 이근영, 이기호에 대하여는 각 4년간, 피고인 박상배, 임동원에 대하여는 각 3년간 위 각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 피고인 1에 대하여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

【이유】

범죄사실
피고인 김윤규는 1999. 10.경부터 2001. 5.경까지 현대건설 주식회사(이하 '현대건설'이라고 한다)의 대표이사로 근무하였고, 피고인 1은 1999. 6. 7.경부터 2001. 4. 10.경까지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라 한다)의 기획조정실장으로 근무하였으며, 피고인 이근영은 1998. 4.경부터 2000. 8. 8.까지 한국산업은행 총재로 근무하며 대출 등 한국산업은행 전반의 관리업무를 담당하였고, 피고인 박상배는 2000. 2. 1.부터 2000. 9. 24.까지 한국산업은행 영업1본부장(이사)으로 근무하면서 법인에 대한 대출실무를 총괄하였으며, 피고인 이기호는 1999. 5. 25.부터 2002. 1. 29.까지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으로서 대통령의 경제정책결정 등 경제전반에 관한 국정수행을 보필하는 임무를 수행하면서 대통령의 명을 받아 경제부처에 지시와 협조를 요청할 수 있는 일반적인 권한을 가지고 그 권한에 의하여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한국산업은행으로부터 수시로 업무관련 경제현황보고를 받고, 일반 시중은행에 대하여는 직접 또는 감독과 검사업무 권한이 있는 금융감독원을 통하여 수시로 경제현황보고를 받거나 지시를 하는 등 경제전반에 대하여 법률상 및 사실상의 권한행사를 한 일이 있고, 분리 전 피고인 박지원은(분리된 2003고합642호의 피고인) 1999. 5. 23.부터 2000. 9. 19.까지 문화관광부 장관으로서 2000. 6. 13.부터 개최된 남북정상회담 관련 대통령 특사로서 남북정상회담 성사시까지의 준비업무 등을 총괄한 일이 있으며, 판결외 망 정몽헌(공동피고인이었던 정몽헌은 이 재판이 진행중이던 2003. 8. 4. 사망하였고 이 법원은 2003. 9. 4. 그에 대해 사망에 따른 공소기각 결정을 한 바 있다)은 1999. 2. 5.부터 2003. 8. 4.까지 현대아산 주식회사(이하 '현대아산'이라고 한다) 이사회 회장으로 근무하였고, 피고인 임동원은 1999. 12. 24.부터 2001. 3. 25.까지 국정원 원장으로 근무한 일이 있는데,
 
1.  피고인 김윤규, 피고인 1, 피고인 임동원은 정몽헌, 박지원, 공소외 이익치, 김충식, 공소외 1, 2, 3, 4, 5, 6 등과 공모하여, 재정경제부장관에게 신고하지 아니하고(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권한 위탁에 따라 '지정거래외국환은행장'에게 신고하지 아니하고),
2000. 6. 8. 서울 서초구 양재동 소재 교육문화회관 2층 커피숍에서 정몽헌, 이익치(당시 현대증권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의 지시를 받은 피고인 김윤규, 김충식(당시 현대상선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은 공소외 1(당시 국정원 대북전략국장)의 소개로 공소외 2(당시 국정원 기획조정실 지출관), 공소외 3(당시 국정원 기획조정실 예산관)을 만나 현대상선 주식회사(이하 '현대상선'이라고 한다)의 자금을 달러로 환전하여 북한의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이하 '아태위원회'라고 하며, 아태위원회는 북한에 주된 사무소를 둔 법인격을 갖춘 사회단체로 보인다. 한편, 1998. 9. 5. 채택된 북한 헌법 제20조에 따라 사회단체도 생산수단소유의 주체가 될 수 있게 되었다)가 지정하는 계좌로 송금하여 달라는 부탁을 하고, 피고인 1, 임동원은 공소외 2, 공소외 3에게 같은 내용의 지시를 하여 그 부탁과 지시를 받은 공소외 2, 공소외 3은 2000. 6. 9. 14:00경 서울 중구 을지로 2가 소재 상호불상의 커피숍에서 김충식으로부터 현대상선이 박지원, 피고인 이기호의 도움으로 한국산업은행으로부터 대출 받은 2,240억 원과 수취인 계좌를 건네받고 공소외 4(당시 외환은행장), 공소외 6(당시 외환은행 외환사업부장), 공소외 5(당시 외환은행 영업부장)를 통하여 2,235억 원을 미화 2억 달러(이하 달러는 모두 미화다)로 환전하여 현대아산이 30년간 독점하여 북한 통천지역의 경공업지구 조성부지, 통천비행장 부지의 사용권(토지임차권), 철도, 통신, 전력, 관광사업 등의 개발, 운영권 등을 취득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여 2000. 5. 3. 아태위원회와 체결한 경제협력사업권에 관한 잠정합의(이하 '2000. 5. 3.자 잠정합의'라고 한다)의 대가 명목으로 아태위원회가 지정하는 대로 뱅크 오브 차이나(Bank Of China, 이하 '중국은행'이라고 한다) 마카오지점에 개설된 아태위원회 지정의 3개 명의의 계좌로 송금하는 방법으로 그 지급을 하고,
 
2.  피고인 김윤규는 정몽헌, 공소외 이익치, 공소외 7(당시 현대건설 관리본부장) 등과 공모하여, 재정경제부장관에게 신고하지 아니하고(권한 위탁에 따라 '지정거래외국환은행장'에게 신고하지 아니하고),
2000. 6. 초순경 서울 종로구 계동 소재 현대그룹 사옥 내 정몽헌의 사무실에서, 정몽헌, 이익치는 피고인 김윤규, 공소외 7에게 아태위원회가 지정하는 수취인 계좌를 건네주면서 1억 5,000만 달러를 그 계좌로 송금할 것을 지시하고, 피고인 김윤규, 공소외 7은 2000. 6. 9.경 2000. 5. 3.자 잠정합의의 대가 명목으로 5,000만 달러를 현대건설 런던지사를 통하여 Raiffcisen Zentral Bank의 Wien지점 등에 개설된 아태위원회 지정의 2개 명의의 계좌로 송금하고, 1억 달러를 현대건설 싱가포르 지점을 통하여 HSA USA RNNY지점 등에 개설된 아태위원회 지정의 8개 명의의 계좌로 송금하는 방법으로 그 지급을 하고,
 
3.  피고인 김윤규, 임동원은 정몽헌, 박지원, 공소외 이익치, 김충식, 공소외 7, 8(당시 현대전자 대표이사), 공소외 1, 2, 4, 5, 6 등과 공모하여, 남북한의 법인·단체가 공동으로 협력사업을 시행하고자 할 때에는 매 사업마다 통일부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통일부장관의 협력사업 승인을 얻지 아니하고,
2000. 5. 3. 09:00경 중국 베이징시 조양구 켐핀스키 호텔에서 현대아산이 북한의 아태위원회와 잠정합의안을 체결하고, 그 대가 명목으로 2000. 6. 9.경부터 2000. 6. 12.경까지 사이에 아태위원회가 지정하는 계좌로 제1·2항 기재와 같이 송금한 것을 포함하여 합계 4억 5,000만 달러를 송금하여 협력사업을 시행하고,
 
4.  피고인 이기호는 2000. 6. 2.경 서울 종로구 관철동 10-2 소재 한국산업은행 본점으로 피고인 박상배에게 전화를 하여 "현대상선에 대한 여신지원을 검토하라."고 지시하고, 2000. 6. 3. 서울 중구 소공동 소재 롯데호텔 내 벤케이 일식집에서 공소외 이용근(당시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 피고인 이근영과 조찬회동을 하면서 피고인 이근영에게 대북사업을 추진중인 현대그룹 계열사의 유동성 위기를 거론하고 현대그룹이 부도가 나면 당시 정부가 추진하던 햇볕정책에 막대한 지장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현대건에 대하여 국책은행으로서 지원해 달라, 이번 주 내로 신속히 처리해 달라."라는 취지로 지시하고, 다시 2000. 6. 5. 10:00경 한국산업은행 본점으로 피고인 이근영에게 전화하여 "현대상선 대표이사 김충식이 오늘 찾아갈 것이니 대출을 서둘러 달라."고 지시하고, 피고인 이근영, 박상배는 이에 응하여, 피고인 이기호, 이근영, 박상배 등은 공모하여,
은행업무전반을 총괄하는 피고인 이근영과 법인대출실무를 총괄하는 피고인 박상배로서는 일시당좌대월은 90일 이내의 기간동안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자금을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일시당좌대월은 자금회수가 확실시되는 기업에 대해 당좌결제자금 중 일시적 유동성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지원되는 것이다) 해당 기업체로부터 차입신청서를 받으면서 부채현황표와 자금수급계획서 등을 제출받아 일시적인 자금부족의 원인과 규모, 자금의 구체적 사용용도, 단기채무상환능력 등을 검토·조사하여 만기일에 차입자금을 상환할 능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일시당좌대월로 여신승인을 하여야 하고, 동일한 개인·법인 및 그와 동일한 기업집단에 속하는 자(이하 '동일차주'라고 한다)에 대하여 한국산업은행 자기자본의 20%를 초과하여 여신승인을 하기 위해서는 신용관리부(현 리스크관리본부)의 한도확인을 받아야 하며, 한국산업은행에서는 이미 자기자본의 25%를 초과하여 대출이 이루어진 현대그룹 계열기업에 대하여 '동일차주 신용공여한도 초과 신용공여 감축계획'을 수립하여 금융감독원에 승인을 신청한 상태이고 2004. 12. 31.까지 동일차주 신용공여한도비율을 초과하는 신용공여를 해소하여야 하기 때문에 동일차주 신용공여한도를 초과하여 여신승인을 하지 말아야 하고, 또한 당시 일시당좌대월을 받을 현대상선이 현대그룹의 경영권 분쟁(이른바 '왕자의 난') 등으로 대외신용도가 상당히 하락한 상태이고 금강산관광사업과 관련하여 매년 상당한 적자가 누적되어 왔으며 현대투자신탁사태의 여파로 제2금융권에서 채권을 집중적으로 회수하기 시작하는 등 자금상황이 상당히 악화되어 있어(더구나 2000. 5. 18.자 1,000억 원 일시당좌대월의 만기가 2000. 6. 29.이었다) 만기에 이를 상환할 가능성이 매우 적었고 나아가 그 이후에도 제대로 이를 상환할 가능성이 적었으므로 그럴 경우 피고인 등으로서는 그와 같이 거액의 일시당좌대월에 의한 여신승인을 하지 말거나 그 밖에 담보취득 등의 조치를 취하여 한국산업은행에 손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여야 할 임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임무에 위배하여,
2000. 6. 5. 한국산업은행 본점에서 피고인 박상배는 현대상선에 대한 4,000억 원의 여신지원을 반대하는 현대계열Ⅱ팀장인 이강우에게 긴급히 현대상선에 대한 여신지원을 하도록 지시하여, 이강우 등은 현대상선으로부터 부채현황표를 제출받지 못하여 현대상선이 실제로 일시적인 자금부족이 발생하였는지 여부를 확인하지도 못하였고 차입자금을 차입용도대로 사용할 것인지 여부 등도 검토·확인하지 못하였으며 더구나 현대상선이 제출한 자금수급계획서에 근거하여 단기지급능력분석의 현금흐름표를 작성하면서 실제로는 만기일인 2000. 6. 30.에 4,000억 원을 변제할 경우 3,406억 원의 현금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만기시에 여유자금이 594억 원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한 여신승인신청서를 작성하여 신용관리부의 한도확인조차 받지 않고 피고인 박상배에게 결재를 올리자, 피고인 박상배는 본인 전결로 2000. 6. 7. 추가담보제공이 어느 정도 가능한 상태인데도 담보제공요구조차 아니한 채 무담보로 동일차주 신용공여 한도(검사는 동일인 신용공여 한도를 초과한 것으로 공소를 제기했으나, 이는 오기로 보여진다, 이하 같다)를 초과한 4,000억 원에 관하여 현대상선과 일시당좌대월약정을 체결하고, 그 약정에 따라 한국산업은행 본점에서 1,000억 원, 구로지점에서 1,000억 원, 여의도지점에서 2,000억 원을 인출하여 주어 한국산업은행에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고, 현대상선에 같은 금액 상당의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공소장의 기재와는 다소 달리 범죄사실을 위와 같이 정리하였으며, 이 정도의 사실인정은 공소장변경 없이도 가능하다고 판단된다),
 
5.  피고인 이기호는 2000. 6. 20.경 한국산업은행 본점으로 피고인 박상배에게 전화하여 "현대건설에 대한 여신지원이 정말 불가능하냐 방법을 검토해 달라."는 취지로 지시하여, 사모사채 인수의 방법으로 사실상 대출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그 시경 피고인 이근영에게 전화하여 "현대건설에 대한 여신지원이 가능하다고 하니 여신지원이 꼭 이루어지도록 협조해 달라."라는 취지로 지시하고, 피고인 이근영, 박상배는 이에 응하여, 피고인 이기호, 이근영, 박상배는 공모하여,
2000. 6. 21.경 한국산업은행 본점에서 현대건설의 사모사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대출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당시 현대건설은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과 대외신용도 하락으로 주가가 폭락한 실정이고, 계속 제기되는 부도설 등으로 인하여 2000년 하반기에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7,053억 원에 대한 차환발행이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었으며, 금융기관들이 기존대출금을 회수하고 신규대출을 해주지 않아 자금경색이 계속되고 있었고, 무엇보다 금융기관에 지불해야 할 이자 액수만도 연간 6,000억 원 정도에 이르러 연간 영업이익의 2배 가량에 이르는 등 극히 악화된 재무구조 상태하에 있었고, 더 나아가 대북경제협력사업과 관련하여 긴급히 1억 5,000만 달러를 북한에 송금한 직후이어서 대출을 받더라도 이를 제대로 상환할 능력이 매우 부족하였을 뿐 아니라, 한국산업은행 규정상 시설자금이 융자되지 아니한 업체에는 운영자금 대출이 불가능하여 건설회사에 대한 대출은 한국산업은행에서 시행한 바가 없음에도, 이러한 경우 은행업무 전반을 총괄하는 피고인 이근영과 법인대출실무를 총괄하는 피고인 박상배로서는 현대건설의 자금상황, 부채현황, 회사채 인수대금의 용처, 회사채의 변제가능성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여 적정한 담보를 제공받은 후 사모사채를 인수하여 주어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음에도 그 임무에 위배하여,
피고인 이근영은 2000. 6. 26. 피고인 박상배에게 현대건설에 대해 여신지원을 하도록 지시하고, 피고인 박상배는 사모사채인수를 반대하는 이강우에게 사모사채인수를 지시하여 이강우 등이 현대건설의 회사채 변제능력 등에 대하여 별다른 검토를 한 바 없이 현대건설의 변제능력에 대하여 사실과 달리 희망적으로 기재한 여신승인신청서를 작성한 후 형식적으로 신용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무담보로(현대건설은 신용평가등급이 BB로서 담보제공 없이는 여신지원이 불가능한 회사였다) 동일차주 신용공여한도를 초과한 채 실질적으로 양도가능성이 거의 없거나 기간 내 변제가능성이 매우 적은 현대건설의 사모사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1,500억 원을 대출하여 주어 한국산업은행에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고, 현대건설에 같은 금액 상당의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제4항과 같이 공소장 기재와는 다소 달리 범죄사실을 위와 같이 정리하였으며, 이 정도의 사실인정은 공소장변경 없이도 가능하다고 판단된다),
 
6.  정몽헌은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주선하는 과정에서 2000. 4. 8. 대북경제협력사업을 추진하며 북한측에 수억 달러를 송금하기로 약속한 후 현대그룹계열사의 재정상황악화로 인하여 그 돈을 자체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어렵게 되자, 2000. 5. 중순경 서울 중구 소공동 소재 롯데호텔 호수불상 객실에서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하여 대통령특사 역할을 한 문화관광부장관인 박지원을 만나 현대그룹계열사에 대한 금융지원이 이루어지도록 정부차원에서 도와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하고, 박지원은 그 부탁에 따라 2000. 5. 말경 서울 중구 세종로 1가 소재 청와대 옆 국정원 별관에서 피고인 임동원, 공소외 1이 동석한 가운데 피고인 이기호에게 "현대계열사에 대한 여신지원이 반드시 이루어지도록 해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하자, 피고인 이기호는 이에 응하기로 마음먹고, 
가.  피고인 이기호는 박지원과 공모하여,
2000. 6. 2.경 청와대에서 제4항 기재와 같이 한국산업은행 본점으로 법인에 대한 대출실무를 총괄하던 피고인 박상배에게 전화를 하여 "현대상선에 대한 여신지원을 검토하라."고 지시하고, 피고인 박상배로부터 "동일차주 여신공여한도초과가 문제되니 금융감독위원장과 은행 총재의 승낙을 받아달라."라는 취지의 대답을 들은 후,
2000. 6. 3. 08:00경 서울 중구 소공동 소재 롯데호텔 내 벤케이 일식집에서 동일차주 신용공여한도초과 대출에 대한 승인업무를 담당하는 금융감독위원장 이용근, 한국산업은행 총재 피고인 이근영과 함께 조찬회동을 하면서 피고인 이근영에게 현대그룹계열사의 유동성 위기를 거론하고 피고인 박지원 및 국정원쪽으로부터 강력한 지원요청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현대건에 대하여 국책은행으로서 협조해 달라, 이번 주 내로 신속히 처리해 달라."라는 취지로 지시하고, 그 날 10:00경 청와대에서 대통령비서실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하여 당시 비서실장이던 공소외 한광옥에게 그 조찬회동 내용에 대한 보고를 하면서 "햇볕정책과 남북정상회담 성사에 커다란 역할을 한 현대가 부도나면 절대 안 된다."라는 취지로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여 보고하여, 한광옥으로 하여금 그 회의 후 청와대에서 한국산업은행 본점으로 피고인 이근영에게 전화를 하여 "조찬회동시 이야기된 것에 대하여 한국산업은행에서 협조해 달라."라는 취지로 말하도록 하고,
그 시경 한광옥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피고인 이근영이 한국산업은행 본점에서 청와대로 피고인 이기호에게 전화를 하자 피고인 이기호는 "현대상선에 대한 대출을 하라."고 피고인 이근영에게 다시 지시하고,
2000. 6. 5. 10:00경 청와대에서 한국산업은행 본점으로 피고인 이근영에게 재차 전화하여 "현대상선 대표이사 김충식이 오늘 찾아갈 것이니 대출을 서둘러 달라."고 지시하여, 2000. 6. 7. 한국산업은행 본점에서 피고인 이근영, 박상배가 현대상선에게 제4항 기재와 같이 그 자금상황, 부채현황, 대출금의 용처, 대출금 회수가능성 등에 대하여 거의 검토하지 아니한 채 무담보로 동일차주 신용공여한도를 초과한 4,000억 원을 대출하여 주도록 함으로써, 직권을 남용하여 피고인 이근영, 박상배 등으로 하여금 각각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고,
 
나.  피고인 이기호는,
2000. 6. 20.경 국정원 별관에서 피고인 임동원, 박지원, 공소외 1로부터 "현대건설이 부도 위기에 직면했는데 부도가 나면 안 된다. 현대건설에 대한 여신지원이 반드시 이루어지도록 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후, 당시 현대건설은 제5항 기재와 같은 상태에 처해져 있어 대출을 받더라도 이를 상환할 가능성이 매우 적은 상태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경 청와대에서 한국산업은행 본점으로 피고인 박상배에게 전화하여 "현대건설에 대한 여신지원이 정말 불가능하냐, 방법을 검토해 달라."라는 취지로 지시하여, 사모사채 인수의 방법으로 사실상의 대출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그 시경 청와대에서 피고인 이근영에게 전화하여 "현대건설에 대한 여신지원이 가능하다고 하니 여신지원이 꼭 이루어지도록 협조해 달라."고 지시하여,
2000. 6. 26. 한국산업은행 본점에서 피고인 이근영, 박상배가 현대건설에게 제5항 기재와 같이 그 자금상황, 부채현황, 회사채 인수대금의 용처, 회사채의 변제가능성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아니하고 실질적으로 양도가능성이 거의 없거나 기간 내 변제가능성이 매우 적은 현대건설의 사모사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1,500억 원을 사실상 대출하여 주도록 함으로써, 직권을 남용하여 피고인 이근영, 박상배 등으로 하여금 각각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 김윤규, 판결외 망 정몽헌이 이 법정에서 한 판시 제1 내지 3의 각 사실에 부합하고, 피고인 1, 임동원, 분리 전 피고인 박지원이 이 법정에서 한 판시 제1, 3의 각 사실에 일부 부합하며, 피고인 이근영, 박상배, 이기호와 박지원, 정몽헌이 이 법정에서 한 판시 제4 내지 6의 각 사실에 일부 부합하는 각 진술
 
1.  검사가 작성한 피고인 김윤규와 정몽헌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 또는 그 등본 중 판시 제1 내지 3의 각 사실에 부합하고, 피고인 1과 박지원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 또는 그 등본 중 판시 제1, 3의 각 사실에 일부 부합하며, 피고인 임동원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 또는 그 등본 중 판시 제1의 사실에 부합하고 판시 제3의 사실에 일부 부합하며, 피고인 이근영, 박상배, 이기호, 임동원과 정몽헌, 박지원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 또는 그 등본 중 판시 제4 내지 6의 각 사실에 일부 부합하는 각 진술기재
 
1.  검사가 작성한 공소외 3, 공소외 2, 김충식, 이영석, 황하수, 김남식, 공소외 7, 박재규, 하용진, 임홍석, 공소외 5, 윤근철, 공소외 6, 강구현, 공소외 4, 서동욱, 김시우, 김영관, 정창시, 정인선, 이맹수, 육재희, 이강우, 오규원, 정철조, 이승수, 엄낙용, 손기석, 임준석, 박재영, 김종헌, 이의성, 김순배, 강구현, 이상기, 추영화, 김충식, 임종익, 이승렬, 심인섭, 이용근, 박재규, 한광옥, 하용진에 대한 각 진술조서 또는 그 등본 중 판시 각 사실에 부합하는 각 진술기재
 
1.  정승택, 윤종용, 김동현, 최금환, 유호연, 김재호, 전광수, 이인상, 공소외 8이 작성한 각 진술서 또는 그 사본 중 판시 각 사실에 부합하는 각 기재
 
1.  수사기록에 편철된 수사보고(박상배 자택 압수수색영장 집행보고, 2325쪽 이하), 수사보고(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 회의록 첨부보고, 2848쪽 이하), 수사보고(이근영 사무실 압수수색영장 집행결과보고, 2913쪽 이하), 수사보고(현대건설 등 대북송금 흐름도 첨부보고, 3452쪽 이하), 수사보고{한국산업은행의 현대상선 (주) 앞 당좌대출 취급의 부당성, 4400쪽 이하}, 수사보고(매출전표 사본 첨부, 4537쪽 이하), 수사보고(현대건설 추가지원 등 특혜의혹 보고, 5544쪽 이하), 수사보고(현대건설 등 금융권 대출사실 확인보고, 5713쪽 이하, 이상 2003형제52259, 53688호의 쪽수), 수사보고(이기호 진술관련 모순사항 정리보고, 317쪽 이하), 수사보고(피의자 이기호 변호인 주장 채권단회의 및 보도내용 허위 확인보고, 327쪽 이하), 수사보고(피의자 이기호 변호인 주장 현대건설 단기유동성 지원 부당성 확인보고, 385쪽 이하), 수사보고(피의자 이기호 변호인 주장 관계장관회의시 '현대 유동성 지원 독려' 사실무근 확인 및 관련보도자료 첨부보고, 409쪽 이하, 이상 2003형제52260호의 쪽수), 수사보고(감사원 감사결과 처분요구 통보서 첨부보고, 3쪽 이하), 수사보고{(감사원의 한국산업은행에 대한 일반감사자료 첨부보고, 432쪽 이하), (한국산업은행 일반감사 증거서류 사본, 1068쪽 이하) 등, 첨부된 서류로는 현대상선 (주) 인감제출증 및 인감증명서(668쪽 이하), 차입신청서 가지번호 접수 현황표(674쪽 이하), 차입신청서(2000. 6. 5.등 7건) 및 문서접수대장, 여신승인신청서(2000. 5. 18./ 6. 7./ 6. 30.), 여신 심사 관련 현대상선 (주) 현금흐름, 대출한도 및 부채현황 미제출 현황(679쪽 이하), 2000. 6. 5. 현재 현대계열 신용공여 현황(760쪽), 신용공여한도 초과신용공여 감축계획 승인신청(2000. 4. 1.) 및 2000년 6월말 이행상황보고(2000. 7. 13.)(761쪽 이하), 현대상선 (주) 여신관련 차입신청서, 대출약정서 등 기재누락·상이 내역(793쪽 이하), 일시당좌대월의 성격, 기한연장 및 대환 등에 대한 의견(917쪽 이하), 일시당좌대월 기한연장불가 공문, 일시당좌대월 기한연장 전결권 관련 공문(919쪽 이하), 현대상선 주식회사 제25기 반기보고서(1330쪽 이하), 한국산업은행의 현대상선 (주) 일시당좌대월 4,000억 원 등 금융감독원 보고누락 경위(1438쪽 이하) 등이 있고, 위 서류는 모두 사본이다}, 수사보고(김종헌 임의제출자료 첨부보고, 3092쪽 이하), 수사보고{현대상선 (주) 5,000억 원 대출금 및 상환자금 내역, 3165쪽 이하}, 수사보고(현대건설 등 대북송금 흐름도 첨부, 3636쪽 이하), 수사보고( 공소외 3 임의제출 자료 첨부보고, 3814쪽 이하), 수사보고{현대상선 (주) 5,000억 원 대출금 및 상환자금 내역, 4363쪽 이하}, 수사보고(5,000억 원 대출금 사용 및 회수자금 사용내역, 4572쪽 이하), 수사보고{현대상선 (주) 2000. 1/4, 2/4분기 재무분석 현황보고, 5021쪽 이하}, 수사보고(마카오계좌 입금일자 확인요청 보고, 5256쪽 이하), 수사보고(현대전자, 현대건설 송금자료 첨부보고, 6098쪽 이하), 수사보고('2000 재무제표 및 사업보고서' 제출 확인보고, 7168쪽 이하, 이상 2003형제59061, 59137호의 쪽수) 중 판시 각 사실에 부합하는 각 기재
 
1.  공판기록에 편철된 현대상선 제24기(1999. 1. 1.부터 1999. 12. 31.까지)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 현대상선 제25기 1분기(2000. 1. 1.부터 2000. 3. 31.까지) 분기보고서, 현대건설 제50기(1999. 1. 1.부터 1999. 12. 31.까지)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 현대건설 제51기 1분기(2000. 1. 1.부터 2000. 3. 31.까지) 분기보고서 중 판시 각 사실에 부합하는 각 기재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가.  피고인 김윤규, 임동원 : 각 외국환거래법 제27조 제1항 제8호, 제15조 제3항, 제18조 제1항, 제3조 제1항 제18호 (자)목, 동법시행령 제9조 제2항 제7호, 형법 제30조(각 징역형 선택),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 제27조 제1항 제3호, 제17조 제1항, 형법 제30조(각 징역형 선택)
 
나.  피고인 1 : 외국환거래법 제27조 제1항 제8호, 제15조 제3항, 제18조 제1항, 제3조 제1항 제18호 (자)목, 동법시행령 제9조 제2항 제7호, 형법 제30조(벌금형 선택)
 
다.  피고인 이근영, 박상배: 각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3조 제1항 제1호, 형법 제356조, 제355조 제2항, 제1항, 제30조(각 유기징역형 선택)
 
라.  피고인 이기호 : 각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3조 제1항 제1호, 형법 제356조, 제355조 제2항, 제1항, 제30조, 각 형법 제123조, 제30조
 
1.  상상적 경합(피고인 이기호에 대하여)
판시 제4죄와 제6의 가죄, 판시 제5죄와 제6의 나죄 각 상호간(형이 무거운 판시 제4, 5죄의 각 형으로 처벌하되 각 유기징역형 선택)
 
1.  경합범 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피고인 김윤규, 임동원에 대하여는 형과 범정이 가장 무거운 판시 2억 달러에 대한 외국환거래법위반죄에 정한 형에, 피고인 이근영, 박상배, 이기호에 대하여는 각 범정이 무거운 판시 4,000억 원 대출에 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죄에 정한 형에 각각 가중}
 
1.  작량감경(피고인 이근영, 박상배, 이기호)
형법 제53조, 제55조 제1항 제3호(아래 양형이유에서 판시하는 제반 유리한 정상 참작)
 
1.  미결구금일수 산입(피고인 이근영, 이기호)
형법 제57조
 
1.  집행유예(피고인 김윤규, 이근영, 박상배, 이기호, 임동원에 대하여)
형법 제62조 제1항(아래 양형이유에서 판시하는 제반 유리한 정상 참작)
 
1.  선고유예(피고인 1에 대하여)
형법 제59조(벌금 1,000만 원에 처할 것이나 아래 양형이유에서 판시하는 제반 유리한 정상을 두루 참작하여 형의 선고를 유예하되,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유죄 인정의 이유
Ⅰ. 인정된 사실
앞서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다음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남북정상회담 추진 배경과 경과
(1) 현대그룹(이하 '현대'라고 한다)은 공소외 망 정주영 명예회장(2001. 3. 21. 사망)이 1989. 민간 기업인으로서는 최초로 북한을 방문하여 금강산 관광사업 등을 협의하고 향후 남북경제협력사업의 모태가 되는 의정서를 체결한 이후로 지속적으로 남북경제협력사업에 관심을 가져 왔고, 1998.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2차례의 소떼 방북을 시작으로 대북사업을 본격 추진하게 되었다
(2) 현대는 1998.부터 본격 추진하기 시작한 금강산 관광사업 등 일련의 대북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1999. 2.경 현대상선, 현대건설 등 8개의 현대 계열사들이 4,500억 원을 출자하여 현대아산을 설립하였고, 정주영의 아들인 정몽헌이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으로 취임하여 대북사업을 총괄하게 되었으며, 피고인 김윤규는 현대아산의 대표이사를 맡게 되었다.
(3) 정몽헌은 정주영과 함께 북쪽 인사를 접촉하는 과정에서 대북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남북한관계의 획기적인 진전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남북정상간의 직접 만남이 절실하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으며,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이끄는 '국민의 정부'도 정부 출범 초기부터 '햇볕 정책'이라는 이름 아래 대북 포용정책을 추진하자, 정몽헌은 2000. 초순경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기 위한 여건이 어느 정도 조성된 것으로 판단하고, 금강산 관광사업 등을 추진하는 데 도움을 준 바 있고 북한측 인사와 친분이 두터운 조총련계 일본인 사업가인 '요시다'를 통해 북한측에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을 타진했고, 북한측으로부터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게 되었다.
(4) 정몽헌은 요시다를 통해 남북정상회담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요시다가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예비접촉의 남한측 대표가 국정원 소속이 아니면 좋겠다는 북한측의 의사를 전달해 오자, 2000. 초경 당시 문화관광부장관이던 피고인 박지원을 만나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에 관심이 있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우리 정부에서는 북한의 의사를 여러 경로로 확인하여 남북정상회담의 실현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2002. 2. 하순경 피고인 박지원을 대통령 특사로, 실무를 담당하여 특사를 돕기 위하여 국정원 대북전략국장(제5국장)이던 공소외 1을 특사 보좌관으로 각각 임명하여 북한과 정상회담과 관련된 예비접촉을 하겠다는 취지로 정몽헌에게 알려 주었고, 이에 따라 정몽헌은 요시다를 통하여 우리 정부의 입장을 북한에 전달함으로써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예비접촉이 시작되었다.
 
2.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남북한 대표의 접촉과 대북송금에 관한 합의
(1) 위와 같은 준비과정을 거쳐 요시다의 주선으로 2000. 3. 9. 싱가폴에서 우리 정부를 대표하여 박지원, 공소외 1과 실무자인 서훈 등이, 북한을 대표하여 아태위원회 부위원장 송호경, 황철 참사와 실무자 1-2명이 참석하여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예비접촉을 가졌으나(이하 3번의 접촉에서도 참석자는 같았다), 그 자리에서는 양측 대표간에 구체적인 정상회담의 조건 등에 관해서는 언급이 없었고, 상견례를 하면서 앞으로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도록 양측이 서로 노력하자는 덕담 수준의 대화만 하고 2000. 3. 17. 중국 상하이시에서 접촉을 계속하기로 합의했다. 그 과정에서 현대에서는 정몽헌, 이익치 등이 회담장에 같이 참석하여 양측 대표를 소개해 준 후 퇴장하여 사실상 양측을 소개해 주는 역할을 했다(이하 3번의 접촉에서도 현대는 회담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더라도 항상 회담 장소 부근에서 머물면서 우리 정부측 인사와 북한측의 소개 및 의견 전달의 매개체 역할을 맡아 수행하였다). (2) 2000. 3. 17.부터 3. 18.까지 상하이시에서 개최된 1차 접촉에서 우리 정부는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에 응하면 쌀, 비료 등과 같은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고, 아울러 향후 20-30억 달러에 상당하는 사회간접자본시설(SOC) 지원도 가능할 것이라고 제안했으나, 북한측에서는 그들의 입장을 드러내기보다는 주로 우리 정부측의 제안을 듣는 정도였다.
(3) 2000. 3. 23. 베이징시에서 개최된 2차 접촉에서 우리 정부측은 종전과 같이 인도적 지원과 함께 20-30억 달러 상당의 SOC 지원을 다시 언급했고, 북한측에서는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서는 인도적 지원 외에 현금으로 5억 달러를 지원하여 줄 것을 요구했고, 우리 정부측은 현금 지원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자 북한은 현대를 상대로 그 무렵 북한과 협의 중에 있던 여러 가지 대북사업에 대한 대가로 현금 10억 달러를 지급하여 줄 것을 요구했고, 정몽헌은 대북사업권 대가로 현금 2억 달러 이상은 주기 어렵다고 말하며 북한의 제의를 거부하자 현대와 북한의 협상이 결렬되었고, 우리 정부와 북한측과의 협상도 결렬되어 3차 접촉의 날짜와 장소에 대하여도 합의하지 못하였다.
(4) 2차 접촉이 결렬된 이후에 현대와 요시다의 중재로 2000. 4. 8. 베이징시에서 다시 개최된 3차 접촉에서 우리 정부와 북한 양측 대표는 종전과 같은 입장만을 되풀이하다 또다시 협상이 결렬되려는 상황에까지 이르렀으나, 그런 상황에서 북한측은 현대에게 사업권 대가로 현금 7억 달러를 달라고 요구하면서, 그 같은 제안을 거부하면 정상회담을 하지 않겠다고 고집했고, 현대는 3억 달러를 주장하며 실랑이를 하다가 결국 4억 달러를 지급하기로 최종 합의하면서 3억 5,000만 달러는 현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5,000만 달러는 평양체육관 건립 및 북한측에 이미 제공한 트럭 등으로 갈음하기로 했으며, 다만 북한측의 긴급한 자금필요 등을 이유로 3억 5,000만 달러를 정상회담 전에 송금해주기로 하였고(이러한 사실은 국정원 정보보고 등을 통해 늦어도 2000. 5. 초순경 피고인 임동원에게 보고되었으며, 피고인 임동원 등은 이러한 사실을 김대중 대통령에게도 보고했다), 그렇게 되자 북한측은 현대와의 협상이 타결된 이후에 다시 우리 정부측과의 정상회담에 대한 협상을 재개하여, 결국 우리 정부측을 대표한 박지원이 아태위원회의 송호경과 사이에 남북정상회담 개최 전에 우리 정부가 북한측에 현금 1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합의하고 최종합의서를 교환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송호경은 정몽헌에게 우리 정부에서 1억 달러를 주지 않을 경우 현대가 그 지급을 보증할 것을 요구하여 정몽헌은 북한측이 현대에 제공하기로 한 사업권 전부에 대해 독점권을 주고 사업권의 내용에 통신사업을 포함시키는 조건으로 이를 수용하였고, 구체적 사업권 내용은 현대아산의 대표이사인 피고인 김윤규와 아태위원회 관계자들이 추후 협상을 통해 구체화하기로 하였다.
(5) 우리 정부와 북한 양측은 위와 같이 2000. 4. 8. 베이징시에서 최종 합의서를 교환한 후 귀국하여 2000. 4. 10. 서울과 평양에서 동시에 공동보도문을 통해 2000. 6. 12.부터 2000. 6. 14.까지 평양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이에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한 사실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3.  현대가 우리 정부 부담분 1억 달러를 포함하여 송금하게 된 경위 및 현대의 박지원 등에 대한 자금 지원요청 과정 등
(1) 현대아산은 2000. 4. 8. 남북정상회담 개최합의 후인 2000. 4. 20.경과 2000. 4. 26.경 베이징시에서 강종훈 아태위원회 서기장 등과 대북사업권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여 2000. 5. 3. 북한의 모든 SOC와 기간산업시설에 대한 개발, 건설 및 운영 등에 관한 사업권을 30년간 현대에게만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경제협력사업권에 관한 합의"를 체결함과 동시에 그에 포함하여 그 동안 양측이 협의해온 철도, 통신, 전력, 통천공업지구, 통천비행장, 금강산 저수지 물이용, 관광사업 등 이른바, 7대 사업에 관한 '잠정 합의서'를 작성하였다(현대는 이 사건 잠정합의 및 이에 근거한 구체적인 경협사업에 대한 합의를 하고 나서 통일부에 각 사업별로 협력사업자승인 신청이나 협력사업승인 신청을 한 바가 없고, 다만 2002. 12.경에 개성공단건설사업에 대하여 협력사업자승인신청을 하였을 뿐이다).
(2) 박지원, 피고인 임동원, 이기호는 2000. 4.과 5.에 국정원 별관에서 4-5 차례 만나서 남북정상회담 전에 북한에 전달하기로 한 우리 정부 부담분 1억 달러의 조달 방법 등에 대하여 논의하였으나 공개적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서 남북경제협력기금으로 북한측에 송금하는 등의 방법은 당시로서는 힘들다고 판단하고 그 1억 달러에 대하여도 현대에 송금을 부탁하기로 결론을 내고 이러한 내용을 김대중 대통령에게 보고하였다.
(3) 박지원은 2000. 5. 중순경 정몽헌을 만나서 우리 정부에서 부담하기로 약속한 1억 달러를 조달하는 데 어려움이 있으니 현대에서 이를 대신 지급해달라고 요청했고, 정몽헌은 이를 수락하는 대신 피고인 박지원에게 당시 현대의 자금사정이 어려운 것을 설명하면서 현대에 대한 자금지원을 요청하였다.
(4) 정몽헌은 2000. 5. 23.부터 2000. 5. 25.까지 금강산 고성항 부두 준공식 참석을 위해 금강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측 관계자로부터 대북송금에 필요한 북한측 계좌내역을 전달받았고, 2000. 5. 31.과 2000. 6. 1. 사이에 김충식 현대상선 대표이사, 피고인 김윤규(당시 현대건설 대표이사), 공소외 8 현대전자 대표이사 등을 개별적으로 불러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현대의 대북사업에 필요하니 현대상선은 2억 달러, 현대건설은 1억 5,000만 달러, 현대전자는 1억 달러를 마련하여 아태위원회가 지정한 북한측 계좌로 송금하도록 지시했고, 피고인 김윤규에게는 북한측 계좌내역을 전달하면서 각 계열사가 그 계좌로 나누어 돈을 송금하도록 하라고 지시하였다.
(5) 한편, 박지원은 정몽헌으로부터 현대에 대한 자금지원 요청을 받고 2000. 5. 중순경부터 2000. 5. 31.까지 사이에 국정원 별관에서 피고인 이기호, 임동원과 만난 자리에서 피고인 이기호에게 현대에 대한 지원을 강하게 요청하였고,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한국산업은행에서 현대상선에 4,000억 원을 대출해 준 후에도 2000. 6. 중순경 국정원 별관에서 박지원, 피고인 임동원은 피고인 이기호에게 현대건설에 대한 지원까지 요청했다.
 
4.  한국산업은행의 현대상선 및 현대건설에 대한 대출
(1) 피고인 이기호는 박지원 등의 요청을 받아들인 후 현대에 대한 지원방법을 모색하던 중에, 당시 현대가 정몽헌과 정몽구 사이의 경영권 싸움과 현대투자신탁 사태 등으로 시장의 신뢰를 상당 부분 상실하였고, 우리 정부도 현대에 대하여 지배구조 개선, 계열사 매각 등을 통한 자체 유동성 확보와 재무구조개선, 계열분리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중이어서 시중은행으로부터 현대에 대한 지원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판단하고(현대상선의 부채 규모는, 1999. 12. 31. 당시 4조 6,151억 원 상당, 2000. 3. 31. 당시 5조 2,856억 원 상당, 2000. 6. 30. 당시 5조 7,598억 원 상당으로 증가추세에 있었다), 국책은행인 한국산업은행을 통해 지원해 줄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여, 고등학교·대학교 동기로 당시 한국산업은행 영업1본부장인 피고인 박상배에게 2000. 6. 2.경 전화하여 현대에 대한 여신지원이 가능한지 여부를 문의한 결과 피고인 박상배가 동일차주 신용공여한도의 문제가 있으나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과 한국산업은행 총재의 승인이 있으면 대출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2) 피고인 이기호는 당시 한국산업은행 총재인 피고인 이근영과 당시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이던 이용근에게 연락하여 서울 중구 소공동 소재 롯데호텔 지하에 있는 벤케이 일식당에서 조찬모임을 하면서 피고인 이근영에게 현대에 대한 지원을 조속히 처리해 줄 것을 요청했고, 이용근에게는 한국산업은행에서 현대에 대출을 해줄 때 문제가 될 수 있는 '동일차주 신용공여한도' 등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라고 한다) 관련 업무를 잘 처리해 달라고 요청하려 했으나 이용근이 현대에 대한 지원을 선뜻 수용하지 않자 이용근에 대하여는 더 이상 부탁을 하지 않고 조찬모임을 마쳤다.
(3) 피고인 이근영은 그 날 오전에 한국산업은행 사무실로 출근한 후 피고인 박상배와 상의하여 현대계열사 중에서 비교적 자금 사정이 좋았던 현대상선에 대하여, 신용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치지 않고 본부장 전결로 처리하여 신속히 대출을 해 줄 수 있고 대출한도에 대하여 별도로 사정하지 않아서 대출한도의 설정이 비교적 용이한 일시당좌대월로 자금지원을 해주기로 결정하고, 그 사실을 피고인 이기호에게 알려 주었고, 피고인 이기호도 그 무렵 그 사실을 피고인 임동원과 현대측에 알려 주었다.
(4) 한국산업은행에서 취급하던 일시당좌대월이라 함은 차주가 자금수지상 일시적인 유동성(현금흐름) 부족이 발생하여 긴급하게 자금을 지원요청할 때 단기간 지원하는 것으로서, 이 때 차주가 요청한 긴급자금의 구체적인 사용용도와 일자만을 확인하고 대출한도를 별도로 사정하지 않으며 신용으로 10억 원 이상을 취급하거나 담보 부로 20억 원 이상을 취급하는 경우 본부장의 전결로 처리하도록 되어 있고, 구체적인 대출이 이루어지려면 여신담당자인 고객관리역이 차주와 대출상담을 한 후 차입신청서를 접수받고 차주로부터 부채현황표 및 자금수지계획서를 징구하여 검토한 후 현금흐름의 산출을 통한 차주의 단기채무상환능력을 분석하여 하자가 없다고 판단되면 여신승인신청서를 작성하여 최종 전결권자인 본부장의 승인 결재를 받아 차주와 대출약정을 체결하여야 하고, 한국산업은행의 당시 '단기운영자금 대출세칙', '직무전결세칙' 등에 의하면 일시당좌대월 약정기간은 90일 이내로 하도록 되어 있으며, 한국산업은행 종합기획부에서 1999. 7. 16.과 2000. 3. 22. 여신취급부·점에 시달한 '일시당좌대월 기한연장 불가'와 '일시당좌대월 기한연장 전결권 관련'에 따르면 일시당좌대월은 그 성격상 기한연장이 불가능하므로 1999. 7. 1.부터는 기한연장처리를 할 수 없도록 되어 있었다.
(5) 현대상선의 김충식은 2000. 6. 5. 오전경 이익치로부터 한국산업은행에 대출 부탁을 해 두었으니 한국산업은행에 찾아가 보라는 말을 듣고 그 즉시 피고인 이근영, 박상배를 찾아가서 북한측에 송금할 2억 달러를 포함하여 일부는 현대상선의 운영자금으로 쓸 생각에(실제로는 현대건설에 1,000억 원 이상을 기업어음 인수 방법으로 빌려 주었다) 4,000억 원의 대출이 필요하다고 요청하였고, 실무적인 절차는 현대상선의 김종헌 재정담당상무가 찾아가서 처리하기로 했다.
(6) 김종헌은 2000. 6. 5. 15:00경 한국산업은행을 찾아가서 현대계열Ⅱ팀장인 이강우와 4,000억 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자금에 대한 대출을 신청했으나, 이강우는 이미 2000. 5. 18. 현대상선에 1,000억 원의 자금이 일시당좌대월로 지원되어 현대상선에 추가적인 유동성 위기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동일차주 신용공여한도 초과 등의 문제(금감원에 신용공여한도 초과분의 대출에 대해 사전승인을 받아야 한다)로 사실상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피고인 박상배에게 보고했으나, 피고인 박상배는 실무자가 책임질 문제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고 일시당좌대월로 만기를 2000. 6. 30.(피고인 이근영, 박상배로서는 2000. 6. 30.에 4,000억 원이 상환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로 하여 2000. 6. 7.까지 기표할 수 있도록 지시했다{2000. 3. 4. 개정된 한국산업은행법시행령에 따르면, 동일차주에 대하여 은행자기자본의 25%를 초과하는 신용공여를 할 수 없도록 되어 있고, 이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2004. 12. 31.까지 이를 해소하기 위한 세부계획을 작성하게 되어 있었다. 2000. 3. 4. 당시에 현대상선이 소속된 현대계열에 대한 신용공여비율은 30.55%로 기준비율을 초과하고 있었고, 한국산업은행 구 신용관리부에서 2000. 4. 1. 금감원에 '신용공여한도 초과 신용공여 감축계획'을 승인신청하면서(당시 관련규정이 마련되지 않아서 금감원이 승인하지는 않았으나 한국산업은행에 반려하지도 않았다) 2000. 6.말까지 현대계열에 대한 신용공여비율을 30.25%로 감축하는 것으로 목표비율을 보고한 상황이었다}.
(7) 이강우는 피고인 박상배의 대출 지시가 있은 후 현대상선이 부채현황표를 제출하지 않아 현대상선의 채무상환능력, 긴급한 자금의 필요성에 관해 분석하지 못하였고, 차입신청서에 기재된 자금용도(선박용선료 1,500억 원, BBCHP 상환 590억 원, CP 상환 1,740억 원, 회사채 상환 170억 원 등)의 적정성 등 대출에 있어서 필수적인 기본적인 여신심사도 하지 아니한 채(대출지시는 2000. 6. 5. 15:00 이후에 받았고 2000. 6. 6.은 공휴일이며 2000. 6. 7. 오전까지 대출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심사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동일차주 신용공여한도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하여 금감원장의 승인이 없어서 예외신용공여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하는 수 없이 예외신용공여에 해당하는 것으로 기재하고 신용관리부에 여신지원 사실을 알리지도 않고서, 현대상선이 제출한 자금수급계획서에 근거하여 단기지급능력분석의 현금흐름표를 작성하면서 실제로는 만기일인 2000. 6. 30.에 4,000억 원을 상환할 경우 3,406억 원의 현금부족(2000. 6. 29. 1,000억 원 상환 포함)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만기시에 여유자금이 594억 원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하여 여신승인신청서를 잘못 작성하여 피고인 박상배의 결재를 받은 후(당좌대월약정서의 한도금액이 40억 원으로 잘못 기재되어 있었고, 당좌대월약정서와 융자금영수증에 날인된 명판이 인감제출증상의 명판과 달리 현대상선의 본사 주소가 빠져 있으며 현대상선 대표이사 김충식의 서명이 누락되어 있고, 당좌대월약정서의 여신거래기본약관 수령필란에도 현대상선의 명판과 인감이 날인되어 있지 않았을 뿐 아니라 대표이사의 서명이 빠져 있는 등 형식적인 서류의 검토·대조마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2000. 6. 7. 오전에 범죄사실 제4항 기재와 같이 현대상선에 대해 4,000억 원을 대출해 주었다(한국산업은행에서는 2000. 7. 13. 금감원에 위 4,000억 원 대출이 예외신용공여에 해당하는 것으로 표시하여 보고했으나, 금감원이 이를 정식으로 접수하지도 않고 반려하지도 않았다).
(8) 이강우는 피고인 박상배가 지시한 대로 2000. 6. 7. 현대상선에 대하여 4,000억 원을 2000. 6. 30.을 만기로 하여 아무런 담보나 보증없이 일시당좌대월로 대출해 주었고, 일시당좌대월의 경우 만기연장이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만기일인 2000. 6. 30.에 일시당좌대월로 신규승인(만기를 2000. 9. 28.)하여 대환조치 하였으며, 2000. 9. 27. 300억 원을 상환받고 나머지는 같은 방법으로 만기를 2000. 10. 26.까지 연장하고, 2000. 10. 26. 1,400억 원을 상환받았으며 나머지 대출금에 대해 그 날 외화자원운영자금 1,000억 원과 일시당좌대월 1,300억 원의 신규대출로 대환한 후에 만기연장을 거듭하다가 2003. 1. 16. 전액 상환받았다.
(9) 현대상선에 대해 4,000억 원 대출이 이루어 진 후에, 피고인 이기호는 박지원, 피고인 임동원의 지원 요청에 따라 피고인 이근영, 박상배에게 현대건설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고, 피고인 박상배는 현대건설에 대한 지원 방법을 모색하던 중에 한국산업은행에서 현대건설에 시설자금을 지원해 주지 않아 통상의 대출은 힘들다는 사실을 알고 대신 사모사채를 인수하는 방법으로 사실상 대출을 해 주기로 결정하고, 2000. 6. 21. 이강우를 불러서 현대건설에 1,5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으니 2000. 6. 26.에 대출과목은 사모사채 인수로 하고 담보나 보증없이 신용위원회에 부의할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고{그러나 범죄사실 기재에서 본 바와 같이 현대건설은 2000년 하반기에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의 액수가 7,053억 원 상당이었고, 약 1조 원 상당의 해외 미수금, 현대계열사에 대한 부도설, 그 해 지불해야 할 이자가 6,020억 원 상당이지만 1999년의 영업이익은 3,139억 원에 불과하여 사실상 대출을 받더라도 이를 상환하기 어려운 상태였고, 동일차주 신용공여한도(당시는 37.02%였다)를 초과하여 더 이상 대출을 해 주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강우에게 신용위원회 부의절차를 밟게하여 현대건설의 상환능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여신승인신청서를 작성하여 신용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친 후에 현대건설 발행의 사모사채 1,500억 원을 인수하기에 이르렀다.
(10) 통상 사모사채 인수가 이루어지려면, 차주의 재정담당자와 한국산업은행 고객전담역이 융자상담을 통하여 여신지원의 적격성과 필요성을 검토하여 여신지원의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 본부장 앞으로 약식보고를 한 후, 그 지시에 따라 신용위원회에의 부의 여부를 결정하여야 하나,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 이근영, 박상배의 일방적인 지시에 따라 여신지원의 필요성이나 적격성 여부에 전혀 검토하지 않고, 이강우, 심인섭으로 하여금 사모사채 인수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내용을 담은 여신승인신청서를 작성하게 하여 형식적으로 신용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2000. 6. 26. 현대건설 사모사채 1,500억 원을 만기 1년에 이자율 연 12.5%, 무담보·무보증으로 인수했다(또한 사모사채를 담보나 보증없이 인수하기 위하여는 차주의 신용평가등급이 'BBB' 등급 이상이어야 하나, 현대건설은 당시 'BB' 등급으로 'BBB' 등급보다 하위 등급이었다).
(11) 현대건설은 2000. 10. 30. 1차 부도처리되었고, 2001. 3. 29. 제3차 현대건설 채권단 협의회에서 사모사채 1,500억 원 중 1,345억 원은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155억 원은 산업운영자금 대출로 만기를 연장하기로 결정되었다.
(12) 한편, 피고인 이근영, 박상배는 2000. 5. 18. 현대상선에 1,000억 원을 일시당좌대월로 지원해 줄 때에도 이 사건 4,000억 원을 지원해 줄 때와 마찬가지로 이강우에게 현대상선에 대한 대출을 지시하여 이강우 등이 현대상선으로부터 부채현황표를 제출받지 않아서 현대상선의 채무상환능력, 긴급한 자금의 필요성, 자금의 사용용도 등을 분석하지 못하는 등 대출에 있어서 필수적인 기본적인 여신심사도 하지 못한 채 현대상선이 제출한 자금수급계획서에 근거하여 단기지급능력분석의 현금흐름표를 작성하면서 실제로는 만기일인 2000. 6. 29.에 906억 원의 현금부족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만기시에 여유자금이 94억 원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하여 여신승인신청서를 작성하였고, 동일차주 신용공여한도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하여 금감원장의 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대출을 실행하기도 하였다.
(13) 현대상선은 한국산업은행으로부터 4,000억 원을 대출받은 후에 1,000억 원은 차입금으로 처리했으나, 나머지 3,000억 원은 회계처리를 하지 않고 있다가 2000. 6. 10. 700억 원을 가수금 계정으로, 2000. 6. 15. 65억 원을 가수금 계정으로 각각 기표했으며, 2000. 10. 26. 2,170억 원을 자동차 선박 2척과 유조선 1척을 구입한 것으로 처리하였고, 나머지 130억 원은 운항비(가수금에 기표한 65억 원을 포함하여)로 기표하는 등 회계를 분식하였다. 현대건설은 현대전자로부터 송금받은 후에 북한측에 송금한 1억 달러에 대하여는 회계처리하지 않았고, 자체적으로 조달하여 송금한 1억 5,000만 달러에 대해여는 본지사 계정처리하여 본사와 지사 사이에 채권·채무관계가 발생한 것처럼 허위로 기표하였다.
 
5.  현대상선의 대북송금
(1) 김종헌 현대상선 상무는 2000. 6. 7. 한국산업은행측으로부터 1개 지점에서 4,000억 원을 전액 인출하면 외부에 쉽게 노출될 수 있으니 3개 지점에서 분할하여 당좌를 개설한 후 인출하라는 요청을 받고, 한국산업은행 구로지점에서 1,000억 원, 여의도지점에서 2,000억 원, 본점 영업부에서 1,000억 원 등 합계 4,000억 원을 인출한 후에, 그 날 오후 김충식의 지시로 현대건설의 기업어음(CP) 1,000억 원을 매입하고 나머지는 일단 금고에 보관하였다.
(2) 정몽헌, 피고인 김윤규, 공소외 이익치 등은 현대상선에서 북한측으로 2억 달러를 바로 송금할 경우 여러 가지 법적인 문제와 사회적인 파장이 있을 것을 예상하여 국정원의 협조를 얻어 송금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하여 알아보기로 하고, 피고인 김윤규가 공소외 1을 통해 국정원에서 2억 달러의 환전 편의를 제공해 줄 것을 제의했으며, 피고인 임동원은 공소외 1으로부터 그와 같은 내용의 보고를 받은 후에 당시 국정원의 자금관리 등 행정지원업무를 담당하던 피고인 1 기획조정실장을 통하여 기획조정실 예산관 공소외 2, 지출관 공소외 3에게 현대측에 협조하여 환전편의를 제공할 것을 지시하였다.
(3) 피고인 김윤규, 김충식이 2000. 6. 8. 서울 서초구 양재동 소재 교육문화회관에서 공소외 2, 공소외 3을 만난 자리에서 국정원에서 환전뿐만 아니라 송금 편의도 제공해 달라고 요청하였고, 피고인 1을 통해 보고를 받은 피고인 임동원은 송금 편의도 제공해 줄 것을 지시하였다. 한편 피고인 1은 그 날 오후 공소외 2와 공소외 3으로부터 송금 절차가 어려워서 외환은행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보고를 받고 자신의 사무실에서 당시 외환은행장인 공소외 4를 만나 협조를 구했으며, 공소외 4는 외환업무부장 공소외 6, 영업부장 공소외 5로부터 아태위원회가 지정하는 중국은행 마카오 지점에 개설된 북한측 계좌로 2000. 6. 9.까지 송금하기 위해서는 중국은행 서울지점을 통해서 송금하는 수밖에 없다는 보고를 받고서는 공소외 6으로 하여금 공소외 3을 2000. 6. 9. 14:00경에 외환은행 본점에서 만나 중국은행 서울지점을 통해 아태위원회가 지정하는 계좌로 송금하는 것을 도와주도록 지시하였다(당시 국정원에서는 실무자인 공소외 3이 보안유지 등 제반 문제로 인해 국정원의 명의로는 송금이 힘들다고 보고하자, 국정원 직원 5명의 실명으로 송금하기로 결정하였고, 그 점에 대해 공소외 3은 공소외 6을 만나서 미리 협조를 부탁해 두었다).
(4) 피고인 김윤규, 김충식은 2000. 6. 8. 서울 서초구 양재동 소재 교육문화회관에서 공소외 2, 공소외 3을 만나 북한측에 송금하는 문제에 대해 논의한 후, 김충식은 금고에 보관하고 있던 3,000억 원 중 2,240억 원(100억 원 수표 22장, 10억 원 수표 4장)을 준비하여 2000. 6. 9. 오후에 외환은행 본점 앞 상호불상 커피숍에서 공소외 3을 만나 그 돈과 아태위원회가 지정하는 계좌번호 5개가 적힌 서류를 전달했고, 공소외 3은 혼자 외환은행 본점으로 들어가서 공소외 6, 공소외 5, 윤근철(실무자로서 당시 외화송금계 과장)의 도움으로 김충식이 건네 준 돈을 2억 달러로 환전한 다음 국정원 직원 5명의 명의로 3,700만 달러, 3,800만 달러, 4,300만 달러, 3,700만 달러, 4,500만 달러로 분산하여 중국은행 서울지점을 통해 아태위원회가 지정한 중국은행 마카오 지점 계좌 중 3개 계좌로 송금하였다.
(5) 위와 같이 송금된 2억 달러 중 4,500만 달러 부분이 수취인의 계좌명과 계좌번호가 일치하지 않아 제대로 송금되지 않아서(이러한 사실은 국정원에서 먼저 알고 외환은행측에 알려 주었다.), 김충식과 공소외 3이 2000. 6. 12. 다시 만나 계좌명과 계좌번호를 정정하여 송금하였다(그러한 과정 중에 북한측에서는 2000. 6. 10. 국정원에 전화통지문 형식으로 정상회담을 하루 연기한다는 사실을 알려왔다).
(6) 한편 피고인 김윤규, 임동원, 정몽헌, 박지원 등은 위 송금이 남북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하여 현대가 남북정상회담 전에 북한측에 지급하는 것임을 알고 있었고, 피고인 1도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거나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6.  현대건설과 현대전자의 대북송금 등
(1) 현대건설은 북한측에 송금할 1억 5,000만 달러를 자체적으로 마련하기가 어려워서 현대상선이 한국산업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4,000억 원 중에서 1,000억 원을 기업어음(CP) 발행의 형식으로 빌리고 643억 원 상당은 자체자금으로 충당하여 1억 5,000만 달러를 마련한 후 2000. 6. 8. 현대건설 싱가폴지사 계좌로 1억 달러, 2000. 6. 9. 현대건설 런던지사 계좌로 5,000만 달러를 각각 송금하였고, 싱가폴지사는 2000. 6. 9. HSA USA의 RNNY지점 등에 개설된 아태위원회 지정의 8개 계좌로 1억 달러를, 런던지사는 2000. 6. 9. Raiffcisen Zentral Bank의 Wien지점 등에 개설된 아태위원회 지정의 2개 계좌로 5,000만 달러를 각각 송금하였다.
(2) 공소외 8 현대전자 대표이사는 당시 현대전자가 채권단에게 일일보고를 해야 하고 외국계 은행에서 실사를 하고 있어서 직접 북한측 계좌로 송금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공소외 7 현대건설 관리본부장과 협의하여 현대건설에서 현대전자 대신 1억 달러를 북한측에 송금해 주기로 하고, 2000. 6. 9. 현대전자 일본법인에서 2,000만 달러, 현대전자 미국법인에서 8,000만 달러를 각각 현대건설 런던지사로 송금하도록 하였다(현대전자 미국법인에서 송금한 8,000만 달러는 2000. 6. 12.에 이르러서야 입금처리 되었다). 현대건설 런던지사는 Raiffcisen Zentral Bank의 Wien지점 등에 개설된 아태위원회 지정의 3개 계좌로 2000. 6. 9. 2,000만 달러, 6. 12. 8,000만 달러를 각각 송금하였다.
(3) 한편 피고인 김윤규, 정몽헌, 임동원, 박지원 등은 위 각 송금이 남북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하여 현대가 남북정상회담 전에 북한측에 지급하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
 
7.  남북정상회담 개최와 그 이후의 경과
현대가 4억 5,000만 달러를 모두 북한측에 송금한 후 2000. 6. 13.부터 2000. 6. 15.까지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었고(그 과정에서 남북정상회담시나 정상회담을 위한 준비회담대표단·선발대가 방북할 때에도 모두 통일부 장관으로부터 증명서를 발급받고 북한 주민 등 접촉승인절차를 밟았다.), 그 후 현대는 대북사업권 협상을 본격적으로 진행시켜 2000. 8. 22. 공업지구 건설 및 북쪽 사회간접자본시설 사업 등에 관한 포괄적인 '합의서'를 체결함과 동시에 이를 구체화하는 '금강산, 통천, 원산지구 협력사업에 관한 합의서', '공업지구 건설운영에 관한 합의서', '경제협력사업권에 관한 합의서' 및 '철도, 통신, 전력 등 7대 사업에 관한 부속 합의서', '문화, 체육 교류에 관한 합의서', '일반 협력사업에 관한 합의서' 등을 체결하여 남북경제협력사업을 구체화시키는 과정에 있고, 우리 정부는 2000. 12. 16. 북한과 상호간의 투자자 및 투자자산에 대한 최혜국 대우를 보장하고 상대방의 과세권을 인정하며 중재판정에 대하여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인정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 '남북 사이의 투자보장에 관한 합의서', '남북 사이의 소득에 관한 이중과세방지 합의서', '남북 사이의 상사분쟁 해결절차에 관한 합의서', '남북 사이의 청산결제에 관한 합의서' 등을 체결하였으며, 우리 국회는 2003. 6. 30. 우리 정부와 북한의 위 각 합의서 체결동의안을 가결하였다.
Ⅱ. 피고인들과 그 변호인들의 주장 등에 대한 판단
피고인들과 그 변호인들의 주장 내용 중에서 여러 피고인 등이 함께 주장하는 통치행위에 관한 부분과 외국환거래법 관련 부분은 아래 1, 2항에서 공통적으로 판단하고, 그 외의 주장 등에 대하여는 피고인 별로 판단하기로 한다.
 
1.  통치행위와 관련된 주장에 대한 판단 
가.  통치행위 및 그와 관련된 형사법 위반 행위에 대한 사법적 심사 여부
입헌적 법치주의국가의 기본원칙은 모든 국가행위나 국가작용이 헌법과 법률에 합치할 것을 요구하며 이러한 합헌성 내지 적법성의 판단은 본질적으로 사법부의 권능에 속한다. 다만 통치행위와 같은 고도의 정치행위에 대하여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는 법원이 정치의 합목적성이나 정당성을 도외시한 적법성의 심사를 감행함으로써 정책결정이 좌우되는 일은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있으며 법원이 정치문제에 개입되어 그 중립성과 독립성을 침해당할 위험성도 부인할 수 없으므로 고도의 정치성을 띤 통치행위에 대하여 법원은 스스로 사법심사권의 행사를 억제함으로써 그 심사대상을 제외하고 있을 따름인바( 대법원 1985. 1. 29. 선고 74도3501 판결 중 보충의견 참조), 그러한 관점에서 볼 때 통치행위라 함은 고도의 정치적 성격을 갖는 국가기관의 행위 중에서 국가나 민족 전체의 운명 등과 관련된 중요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행위로서(행위의 고도의 정치성과 중요성) 법원이 그 합헌성, 적법성을 판단하는 것이 부적절한 것이라 정의할 수 있고(사법심사의 비대상성), 우리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도 위와 같은 관점 등에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기 어려운 통치행위의 개념을 인정하고 있기는 하다.
그런데 통치행위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이른바 통치행위론은 어떤 중요한 고도의 정치적 행위가 통치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때 법원이 그 행위 자체의 효력(즉 합헌성과 적법성)에 대한 사법적 심사를 자제하겠다는 이론으로서, 그 이론의 당부를 떠나 그 통치행위 자체 및 그와 관련된 여러 가지 사실적 행위의 적법성, 형사법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까지 할 수 없다거나 자제하겠다는 취지는 아니라고 판단된다. 즉 통치행위 자체 및 그와 직접·간접적으로, 또는 주관적·객관적으로 연관된 일련의 행위들의 형사법 위반 여부가 문제될 경우, 법원은 그 통치행위 자체의 효력에 대한 사법적 심사를 자제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에서 통치행위 자체 및 그와 관련된 사실적 행위의 형사법 위반 여부에 대한 심사를 할 수 있으며( 대법원 1997. 4. 17. 선고 96도3376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통치행위 자체도 그것이 국헌문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행하여진 경우에는 법원은 그 자체가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심사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다만 개별행위의 구체적인 형사상 책임을 판단함에 있어 형사소송법이나 형법의 원칙으로 돌아가, 관련 기소가 공소권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 당해 행위가 형법상의 정당행위, 정당방위, 긴급피난 등에 해당되는지 여부 등에 대한 판단을 통해 통치행위와의 관련성, 당해 행위의 불가피성, 정당성, 긴급성 등에 대한 형사법적 판단을 할 수 있을 터이다.
이 사건의 경우, 2000. 6. 13.부터 2000. 6. 15.사이에 이루어진 남북정상회담의 개최와 2000. 6. 15.자 남북정상간 합의는 우리 대한민국과 한민족의 운명과 관련하여 대통령이 취한 고도의 정치적 행위이므로 그 행위가 통치행위에 해당함은 이론의 여지가 없고, 이 사건 기소가 남북정상회담의 효력이나 합헌성, 적법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구하는 것도 아니거니와 남북정상회담 자체의 합헌성, 적법성 여부가 이 법원의 심판대상에 속하지 않음도 분명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피고인들이 행하여 기소된 이 사건 행위들은 앞서 본 통치행위의 개념에 비추어 볼 때 통치행위에 해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앞서 본 바와 같이 당연히 형사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 할 것이고, 따라서 이하에서는 일부 피고인들의 주장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통치행위와의 관련성 등에 따라 과연 이 사건 기소가 공소권을 남용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나아가 각 해당행위가 형법상 정당행위 등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나.  남북정상회담과 이 사건 각 행위와의 관련성 등
이 사건 대북송금(외국환거래법위반 및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위반) 및 현대에 대한 여신지원(배임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과 통치행위인 남북정상회담과의 주관적·객관적 관련성 정도에 관하여 살펴보면, 먼저 대북송금의 경우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우리 정부에서 부담하기로 했던 1억 달러와 현대가 사업권의 대가로 지급하기로 한 3억 5,000만 달러를 모두 남북정상회담 개최 전에 송금하기로 합의된 점,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남북한 접촉에서 우리 정부가 쌀, 비료 제공, SOC 지원 등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제안했으나 북한측에서 현금 지원을 요구하여 협상이 결렬되었다가 결국 현대에서 사업권 대가로 현금 3억 5,000만 달러, 현물 5,00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합의한 후에야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대하여 합의하게 된 점, 현대가 우리 정부가 부담하기로 한 1억 달러의 지급을 보증하기로 북한측과 합의한 점, 정부가 결국 1억 달러를 정상회담 전에 송금하기 어려워지자 현대가 박지원 등의 부탁에 따라 그 1억 달러를 대신 송금한 점, 대북송금액 중 일부가 계좌명의 착오기재 등으로 송금이 늦어지는 상황에서 북한이 일방적으로 정상회담일정을 하루 연기한 점(피고인 임동원 등은 그 전부터 북한측으로부터 정상회담의 하루 연기 가능성을 시사받았다고 진술하고 있으며 그 각 진술과 같이 북한측이 경호 등 회담준비를 위해 정상회담을 하루 연기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는 하다.), 피고인들이 이 사건 대북송금이 남북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하여 사전에 북한측에 송금되는 사실을 알았거나 적어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사정을 인지하고 있었던 점(만약 피고인 1과 같이 그런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한다면 스스로 통치행위와의 주관적 관련성을 부인하는 셈이 된다.)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대북송금은 남북정상회담의 주체인 우리 정부 및 대북사업권과 연계하여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던 현대의 각 일부 구성원에 의하여 실행되었고 그 당시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조건의 하나로서 선행하여 실행된 것으로서(필수적인 조건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남북정상회담과는 주관적·객관적으로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다음으로 피고인 이기호가 피고인 이근영, 박상배로 하여금 현대상선과 현대건설에 대하여 여신지원을 해 주도록 지시·요청하고, 나아가 피고인 이기호, 이근영, 박상배가 공모하여 현대상선과 현대건설에 대하여 합계 5,500억 원을 대출해 준 행위와 남북정상회담과의 주관적·객관적 관련성에 관하여 살펴보면,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정몽헌이 현대가 정부에서 부담하기로 한 1억 달러를 대신 송금해 주는 조건으로 박지원에게 현대에 대한 여신지원을 요청한 점, 그에 따라 박지원이 피고인 임동원과 함께 피고인 이기호에게 현대에 대한 여신지원을 강력하게 요청했고, 피고인 이기호가 피고인 박상배와 상의한 후에 피고인 이근영, 박상배에게 현대에 대한 대출을 지시하여 한국산업은행에서 현대상선에 4,000억 원을 대출해 준 점, 남북정상회담 후에 현대건설이 계속하여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피고인 이기호가 대북사업의 안정적인 지속 등을 위해서 피고인 이근영, 박상배에게 현대건설에 대한 여신 지원을 다시 요청하여 결국 한국산업은행이 1,500억 원 상당의 사모사채를 인수하게 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한국산업은행이 현대를 지원해 준 것은 이 사건 대북송금만큼 남북정상회담과 밀접하게 관련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일정부분 남북정상회담과 객관적으로 관련된 것으로 판단된다(피고인 이기호는 대출금 중에서 정부에서 부담하기로 했던 1억 달러 정도가 송금될 줄 알았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고, 피고인 이근영, 박상배는 단지 대북사업을 추진하는 현대 계열사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한 여신 지원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현대상선과 현대건설에 대한 여신지원행위와 남북정상회담의 주관적 관련성의 정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고 보인다. 다만 위 피고인들이 그와 같이 주장한다면 스스로 통치행위와의 주관적 관련성을 부인하는 셈이 된다).
다만 남북정상회담의 대가로서 4억 5,000만 달러를 송금했는지 여부에 대하여 굳이 살펴본다면, 일반적으로 '대가'의 사전적 의미는 '자신의 재산이나 노력 따위를 다른 사람에게 주어 이용하게 하고, 그 보수로서 얻는 재산상의 이익' 또는 '물건을 산 대신의 값' 등으로 새겨지지만, 사람마다 대가성을 판단함에 있어 각자 다른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어 주관적인 측면이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고, 더구나 남북정상회담의 역사적 의미, 남북정상회담이 남북관계에 미친 영향, 대북송금의 합의가 없었을 경우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가능했는지 여부,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접촉하던 남북한 대표가 대북송금에 합의하면서 가졌던 내심의 의사, 북한측이 4억 5,000만 달러를 현대에 대한 사업권 대가로 용인하고 있는 사정 등과 관련하여 논자에 따라 의견이 극심하게 대립되는 상황하에서 대가라는 용어 자체가 혼란스럽게 사용되고 있는 현실까지 고려하여 본다면 대가성 여부에 대한 판단은 그 자체가 법률적 판단,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법원으로서는 대북송금과 남북정상회담의 이른바 대가성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고, 또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다.  이 사건 기소가 공소권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
다음으로, 이 사건 각 행위와 통치행위인 남북정상회담과의 관련성에 비추어 검사의 이 사건 기소가 공소권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검사가 자의적으로 공소권을 행사하여 피고인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을 줌으로써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하였다고 보여지는 경우에 이를 공소권의 남용으로 보아 공소제기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는 것이고, 여기서 자의적인 공소권의 행사라 함은 단순히 직무상의 과실에 의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미필적이나마 어떤 의도가 있어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96. 2. 13. 선고 94도2658 판결, 1998. 7. 10. 선고 98도1273 판결, 1999. 12. 10. 선고 99도577 판결, 2001. 9. 7. 선고 2001도3026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하여 북한측에 돈을 송금하거나 그와 같은 돈을 마련하기 위하여 한국산업은행을 통하여 불법대출을 실행하는 것 등은 남북정상회담의 통치행위성, 그 역사적 의미와 성과 등을 고려하더라도 실정법 위반행위임이 분명하므로 그러한 사안에 대하여 검사가 공소를 제기한 것을 가리켜 자의적인 공소권 행사라고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므로, 검사의 이 사건 공소제기는 공소권 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
 
라.  이 사건 각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이 사건 각 행위와 통치행위인 남북정상회담과의 관련성에 비추어, 이 사건 각 행위가 형법상 정당행위 등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되는지 여부에 관해 살피건대, 어떠한 행위가 위법성조각사유로서의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구체적인 경우에 따라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가려져야 하고 또 행위의 적법 여부는 국가 법질서를 벗어나서 이를 가릴 수 없는 것이므로, 정당행위로 인정되려면 첫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법익과 침해법익의 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의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 대법원 1992. 9. 25. 선고 92도1520 판결 등 참조).
우선 이 사건 대북송금의 경우, 앞서 본 바와 같이 대북송금의 절차나 송금할 돈을 마련하는 방법에 있어 절차법적 정당성이나 상당성을 잃고 있는 점,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 위해 반드시 대북현금송금이 전제되어야 할 것은 아니고 오히려 국민적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비밀송금을 한 결과 국론이 분열되고 현재까지 계속하여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다소 진통이 있고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국민적 합의 과정을 거친 후에 실정법 범위 내에서 대북송금을 하고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도 정치적 선택의 한 방법일 수 있어 그 긴급성도 쉽게 인정하기 어려운 점, 나아가 협상의 과정을 통해서 현금 송금 외에 사회간접자본 투자 등 여러 협상의 여지가 있고, 현대가 사업권의 대가로 돈을 송금함에 있어서 투명한 방법으로 송금할 여지가 없지 않았고,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대북송금보다 더 밀접한 관련이 있고 사실상 필수적인 절차라고 할 수 있는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대통령 일행의 방북과 정상회담을 위한 준비회담대표단·선발대의 방북시도 모두 통일부장관으로부터 증명서를 발급받고 북한 주민 등 접촉승인절차를 거친 것과 비교해 볼 때 수단이나 방법의 보충성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통치행위인 남북정상회담과 이 사건 대북송금 사이에 주관적·객관적 관련성이 인정되고 행위의 동기나 목적이 정당하다는(그에 대해서 이론이 전혀 없을 수는 없다) 사정만으로 피고인들의 행위가 형법에서 정하는 정당행위에 해당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더구나 피고인 1은 2억 달러가 북한으로 송금되는 줄 몰랐다거나 환전의 편의만을 제공하려 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그 주장에 의하면 피고인에게는 통치행위와 관련된 행위를 한다는 주관적 인식, 즉 위법성조각사유에 해당할 여지가 있는 행위를 한다는 인식이 없었다는 것이므로, 그 점에서도 피고인 1의 정당행위 주장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다음으로 피고인 이기호가 피고인 이근영, 박상배로 하여금 현대상선과 현대건설에 대하여 여신지원을 해 주도록 지시하고, 나아가 피고인 이기호, 이근영, 박상배가 공모하여 현대상선과 현대건설에 대하여 합계 5,500억 원을 지원해 준 행위의 경우, 대북송금의 경우에 대하여 살핀 이유들에 더하여서 한국산업은행의 일시당좌대월 대출과 사모사채인수가 모두 절차를 무시하고 위법하게 실행된 점, 대북송금에 조달할 돈을 남북경제협력기금에서 마련하는 등 다른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위법한 방법으로 돈을 조달하여 그 수단이나 방법에 있어 보충성을 인정하기가 더욱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볼 때(그 외 다른 요건도 인정되기 어렵다), 위 각 행위 역시 형법상의 정당행위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 할 것이다(피고인 이근영, 박상배는 한국산업은행이 현대상선과 현대건설에 대출해 줄 당시 그 대출금이 대북송금 또는 그 사후수습을 위해 사용될 것이라는 것을 몰랐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는데, 그 주장에 의하면 위 피고인들에게는 통치행위와 관련된 행위를 한다는 주관적 인식, 즉 위법성조각사유에 해당할 여지가 있는 행위를 한다는 인식이 없었으므로, 그 점에서도 역시 정당행위 주장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2.  외국환거래법위반 부분에 대한 판단 
가.  주위적 공소사실의 요지와 기소 취지
이 부분 주위적 공소사실의 요지는, 외국환거래법 소정의 거주자인 현대아산이 북한의 사회단체인 아태위원회와 사이에 2000. 5. 3.자 잠정합의(그 합의서 제2조 제2항에서 현대측은 해당사업 시행에 필요한 토지의 사용, 사업계획의 수립, 설계자 및 시공자의 선정, 계약의 체결, 공사의 착공 등 모든 사업시행을 북측 관계기관의 별도 추가 허가나 승인 없이 자율적으로 맡아서 사업판단에 따라 하는 것으로 하며 아태는 이를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그 조항 내용에 비추어 보면 현대아산이 송금 주체인 현대상선과 현대건설 등을 대리하거나 그들 회사를 위하여 합의를 체결한 것으로 이해된다.)를 체결하고 그 합의에 따라 피고인 김윤규 등이 아태위원회의 지정에 따라 제3국에 개설되어 있는 북한측 예금계좌에 그 합의에 따른 투자금 명목으로 달러를 송금하였는바, 2000. 5. 3.자 잠정합의가 외국환거래법이 정한 신고할 자본거래에 해당하는데 그 신고를 하지 않고 당해 자본거래에 관한 지급을 하였으므로 외국환거래법 제27조 제1항 제8호, 제15조 제3항에 위배된다는 것이며, 더 구체적으로는 현대와 아태위원회 사이의 2000. 5. 3.자 잠정합의 속에 공업지구 등의 토지 이용권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그 합의는 자본거래에 관하여 정의하고 있는 외국환거래법 제3조 제1항 제18호 (사)목 소정의 '거주자에 의한 외국에 있는 부동산이나 이에 관한 권리의 취득' 또는 (자)목과 그에 기초한 시행령 제9조 제2항 제1호 소정의 '법 제3조 제1항 제18호 (가)목(나)목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거래로서 거주자와 비거주자간 또는 거주자간의 임대차 등 계약에 따른 채권의 발생·변경·소멸에 관한 거래', 시행령 제9조 제2항 제7호 소정의 '기타 거주자와 비거주자간의 채권의 발생·변경 또는 소멸에 관한 거래나 거주자간의 외국통화로 표시되거나 지급을 받을 수 있는 채권의 발생·변경 및 소멸에 관한 거래로서 재경부장관이 인정하는 거래' 등에 해당하고, 그러한 자본거래는 대통령령이나 그에 기초하여 제정된 재정경제부 고시인 외국환거래규정 등에 따라 자본거래 신고 대상에 해당된다는 취지의 기소로 보인다.
 
나.  2000. 5. 3.자 잠정합의가 신고할 자본거래에 해당하는지 여부
외국환거래법(검사는 2000. 10. 23. 법률 제627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을 적용한다는 취지에서 죄명을 구 외국환거래법위반으로 하고 있으나, 뒤에서 보는 관련 조항은 현재까지 개정되지 않고 있으므로 굳이 그런 죄명을 붙일 필요는 없다고 보인다.)은 제3조 제1항 제18호 각 목에서 외국환거래법에서 정의하는 자본거래의 종류와 내용에 대해 규정하고 있고, 제18조 제1항에서 "자본거래를 하고자 하는 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재정경제부장관에 신고하여야 하며 다만 경미하거나 정형화된 자본거래로서 재정경제부장관이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지정한 자본거래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는 한편, 제15조 제3항에서 "신고를 하여야 하는 거래 또는 행위를 하고자 하는 거주자 또는 비거주자는 신고를 하지 아니하고는 당해 거래 또는 행위에 관한 지급 등을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동법시행령은 제30조 제2항에서 법 제18조 제1항 단서의 규정에 의하여 신고를 하지 아니하여도 되는 자본거래를 지정한 때에는 이를 고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2000. 5. 3.자 잠정합의에 북한의 토지(공업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토지 등)의 이용권을 취득하는 내용(즉 토지임대차계약)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분명하므로, 그 합의가 과연 앞서 본 '거주자에 의한 외국에 있는 부동산이나 이에 관한 권리의 취득'이나 '거주자와 비거주자간 또는 거주자간의 임대차계약'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우선 쟁점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특히 이 사건 당시에 시행되던 외국환거래규정 제7-83, 84조에 의하면 거주자가 다른 거주자와 외국통화로 표시되거나 지급을 받을 수 있는 임대차계약에 해당하는 거래를 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자본거래신고를 요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북한의 사회단체 등이 거주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신고 요부가 달라질 수 있다.) 북한지역이 외국환거래법 소정의 '외국'에 해당하는지, 북한의 주민, 기관·기업소·단체라는 법인격체가 외국환거래법 소정의 '거주자(대한민국 안에 주소 또는 거소를 둔 개인과 대한민국 안에 주된 사무소를 둔 법인)'인지 '비거주자(거주자 외의 개인 및 법인)'인지 여부의 판단이 필요할 수 있기는 하다(다만, 외국환거래법은 거주자간의 거래인 경우에도 일정한 경우 신고를 요하는 자본거래로 보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판단은, 우선 우리 헌법상의 영토조항( 제3조)과 평화통일조항( 제4조, 제66조 제3항, 제69조 등)에 대한 해석을 통해 북한과 북한 주민 등의 지위를 어떻게 볼 것인지, 나아가 남북한 사이에 1992. 2. 19. 체결된 "남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이하 '남북기본합의서'라 한다)"에서 규정하고 있는 이른바 특수관계의 내용과 의미를 법적으로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등에 달려 있다 할 것이다. 살피건대, 우리 헌법이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영토조항을 두고 있는 이상 대한민국의 헌법은 북한 지역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에 그 효력이 미치므로 북한지역은 당연히 대한민국의 영토가 되고 다만 북한정권에 의해 점령되어 있는 미수복지역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고, 다만 지방적 사실상 정권인 북한정권이 점령하고 있는 북한지역과의 사실상의 분단 상태를 극복하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하여 평화적 통일을 달성하여야 할 것을 선언하고 있는 것이 평화통일조항이라 할 것인바, 우리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도 수 차례에 걸쳐 북한이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임과 동시에 대남적화노선을 고수하면서 자유민주주의체제의 전복을 노리는 이상 반국가단체라는 성격도 가지고 있다거나 남북기본합의서의 조약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함으로써 그러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보인다. 그래서 그러한 해석에 기초한다면 특별한 법률 규정 등이 없는 이상 북한을 외국환거래법 소정의 '외국'으로, 북한의 법인격체를 '비거주자'로 바로 인정하거나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며(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대북투자 등에 관한 외국환관리지침에 따라 대북투자시 신고를 할 것이 요구된다면 굳이 그렇게 해석할 현실적 필요도 없다.), 그러한 해석이 장기적 관점에서 오히려 남북한에 현실적인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그러한 취지 등에서 세계무역기구협정의이행에관한특별법 제5조에서는 남북한간의 거래는 민족내부거래로서 협정에 의한 국가간의 거래로 보지 아니한다는 간주규정을 두고 있기도 하다).
다만, 그러한 헌법 해석하에서도 이러한 남북한의 특수관계의 성격상 개별 법률의 적용 내지 준용에 있어서는 남북한의 특수관계적 성격을 고려하여 북한지역을 외국에 준하는 지역으로, 북한주민 등을 외국인에 준하는 지위에 있는 자로 규정할 수 있고(외국환거래법을 개정하여 그런 규정을 둘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규정 내용이 앞서 본 우리 헌법의 영토조항이나 평화통일조항 등에 위배되지는 않는다 할 것이며, 앞서 본 세계무역기구협정의이행에관한특별법 뿐만 아니라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 제26조에서 "남한과 북한간의 투자, 물품의 반출·반입 기타 경제에 관한 협력사업 및 이에 수반되는 거래에 대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외국환거래법 등을 준용"하고( 제3항), 동법시행령 제50조에서 "법 제26조 제1항 내지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대외무역법 등 관계법률의 목적을 달성하고 남북교류·협력을 촉진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 안에서 당해 법률을 준용한다"( 제1항), "이 법의 규정에 의한 물품의 반출은 수출용원재료에대한관세등환급에관한특례법 제2조 규정에 의한 '수출 등'으로 본다."( 제4항), "관세법을 준용함에 있어 남북한을 왕래하는 선박 또는 항공기는 관세법 제2조의 규정에 의한 '외국무역선' 또는 '외국무역기'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그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다시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로 돌아가, 제26조 제4항의 규정내용을 살펴보면 "제1항 내지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다른 법률을 준용함에 있어서는 대통령령으로 그에 대한 특례를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동법시행령 제50조 제6항에서는 "법 제26조 제4항의 규정에 의한 특례는 관계 행정기관의 장이 협의회의 의결을 거쳐 고시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그 각 규정에 따라 외국환거래법 소정의 거주자 등이 북한에 투자를 목적으로 수행하는 행위 또는 거래에 관하여 외국환거래법을 준용함에 있어 그 특례를 정할 목적으로 "대북투자등에관한외국환관리지침(재정경제원 고시 1995-23호, 이하 '외국환관리지침'이라고 한다)"이 제정되어 있으므로 결국 외국환관리지침은 자본거래의 상대방이 북한 주민이나 법인격체일 경우에 그 외국환거래에 있어서 외국환거래규정에 우선하여 적용할 특례규정으로 해석할 수 있는바, 그렇다면 북한이 외국환거래법 소정의 '외국'에 해당하는지, 북한의 주민, 법인격체가 같은 법 소정의 '거주자'인지 '비거주자'인지에 대한 해석 여부와 상관없이 대북투자{제4조 규정 내용에서 보는 바와 같이 투자의 방법이 상당히 포괄적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북한과의 외국환거래를 규제할 현실적 필요성(대북투자송금은 북한측이 개설한 중국 등 제3국 소재 은행의 예금계좌로 송금되어 우리 금융당국의 관리범위를 벗어나고 있다.) 등에 비추어 볼 때 그 취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외국환거래법 제27조 제1항 제8호, 제15조 제3항, 제18조 제1항, 제3조 제1항 제18호 (자)목, 동법시행령 제9조 제2항 제7호, 외국환관리지침의 각 규정에 따라 외국환거래법 소정의 자본거래로서 외국환관리지침에 따라 그 신고를 하여야 할 것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다.  외국환관리지침의 적용
그런데 외국환관리지침에서 거주자의 북한지역에의 투자(대북투자)는 북한지역에서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자금을 지급하기 위한 방법 등으로 할 수 있고(제4조), 그러한 대북투자를 하고자 하는 자는 법에 의한 협력사업자 승인, 협력사업 승인을 받은 후 지정거래외국환은행장에게 신고를 하여야 하고(그 투자신고, 즉 자본거래신고접수에 관한 재정경제부 장관의 권한은 외국환거래법 제23조, 동법시행령 제35조 제4항 제2호에 따라 외국환업무취급은행장에게 위탁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 투자신고를 마친 후 협력사업의 승인을 받은 바에 따라 투자를 실행하기 위하여 북한에 송금을 하는 경우에는 지정거래외국환은행장의 확인을 받도록 각각 규정하고 있는바, 이 사건의 경우 외국환관리지침에서 정한 그와 같은 자본거래의 신고·확인절차를 거치지 않고 아태위원회가 지정하는 제3국 소재 외국 은행 계좌로 달러를 송금한 이상, 이는 결국 외국환거래법에서 금하는 '신고를 하여야 하는 자본거래에 있어서 그 신고를 하지 않고 한 지급'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검사는 제출한 의견서에서 북한이 외국환거래법 소정의 외국에, 북한의 법인격체가 비거주자에 해당한다는 것을 전제로 2000. 5. 3.자 잠정합의가 외국환거래법 소정의 자본거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기는 하나, 그러한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2000. 5. 3.자 잠정합의가 외국환거래법, 동법시행령 외국환관리지침에 따라 신고할 자본거래에 해당하는 이상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는 데는 지장이 없으며 주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는 이상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따로 판단하지 않는다).
 
3.  피고인 김윤규와 그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위반의 점에 대하여 적용된 법조는 그 법 제27조 제1항 제3호, 제17조 제1항인데, 제17조 제1항은 그 주체를 그 법 제16조의 규정에 의하여 '협력사업의 승인을 얻은 자'로 한정하는 신분범 형식으로 규정하고 있는바, 이 사건에서 현대아산은 제16조 제1항의 협력사업자 승인조차 받은 적이 없었으므로 제17조 제1항의 위반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나, 그 법 전체 내용과 제16조, 제17조 문언내용을 종합적으로 해석할 때 협력사업 승인의 전단계인 협력사업자 승인조차 받지 않고 바로 협력사업을 시행한 자도 위 법조에 따라 처벌가능한 것으로 해석되므로 위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4.  피고인 1과 그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주장 내용
(1) 검사가 대북송금의 최종책임자인 대통령이나 당시 박지원 특사의 보좌관이었던 국정원 제5국장 공소외 1 등을 기소하지 않고 상관의 명령에 따라 실무를 행한 데 불과한 피고인을 기소한 것은 자의적인 공소권 행사이다.
(2) 피고인의 이 사건 행위는 상명하복의 특별권력관계가 엄격한 정보기관(국정원)의 공무원으로서 상관의 직무명령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거나, 상관의 직무상명령을 거부할 것을 기대할 수 없으므로 책임이 조각된다고 할 것이다.
 
나.  판단
(1) 피고인의 행위가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이상 동일한 구성요건에 해당한 행위를 한 공동피의자 중 일부만을 기소하고 다른 일부를 불기소처분을 하였다고 할지라도 평등권을 침해하거나 공소권을 남용하였다고 할 수 없고, 달리 공소권 남용을 인정할 만한 사실도 발견되지 않으므로 그 부분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 대법원 1990. 6. 8. 선고 90도646 판결 등 참조).
(2) 어떠한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앞서 본 바와 같은데, 공무원이 그 직무를 수행함에 즈음하여 상관은 하관에 대하여 범죄행위 등 위법한 행위를 하도록 명령할 권한이 없으며, 또한 하관은 소속상관의 적법한 명령에 복종할 의무는 있으나 이 사건에서와 같이 상관의 명령이 통상적인 국정원의 송금절차를 따르지 않고 국정원 직원의 실명으로 북한측 계좌로 송금을 하고, 송금하는 액수도 2억 달러에 이르는 거금으로서 당연히 국정원의 자금이 송금되는 것은 아니며 또한 외국환거래법 등 법률에 정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비밀리에 송금하라는 것과 같이 명백히 위법한 명령인 때에는 이는 벌써 직무상의 정당한 지시명령이라 할 수 없으므로 이에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가 없으므로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으며, 설령 국정원이 그 주장과 같이 엄격한 상명하복의 관계에 있는 조직이라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상관의 의도를 잘 알고 있었고 거기에 피고인의 경력이나 지위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범행이 강요된 행위로서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없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대법원 1999. 4. 23. 선고 99도636 판결 등 참조).
 
5.  피고인 이근영과 그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주장 내용
(1) 피고인은 상피고인 박상배로부터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보고를 받고 대출과 사모사채 인수를 실행하도록 지시하였을 뿐이므로, 업무상배임죄의 공범으로서의 죄책을 질 수 없다.
(2) 현대상선에 대한 이 사건 4,000억 원 대출은 긴급한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일시당좌대월로 영업1본부장인 상피고인 박상배의 전결을 거쳐 대출이 실행되었으며, 현대건설 발행의 1,500억 사모사채 인수는 신용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시행되었고, 현대상선과 현대건설은 대출 당시 모두 그 대출금을 상환할 자력이 있었으며 대출금이 실제로 대부분 회수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대출과 사모사채 인수는 모두 적법하였다.
(3) 또한, 동일차주 신용공여한도에 대한 규정이 2000. 3. 4. 신설되었고 금감원의 신용공여한도 초과에 대한 승인 규정은 2000. 8. 1. 신설되어 현대상선에 대한 4,000억 원 대출과 현대건설의 1,500억 원 상당의 사모사채 인수 당시에는 동일차주 신용공여한도 규정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으며, 당시에 현대의 계열분리가 추진 중이어서 다소 한도를 초과하더라도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  판단
(1)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인이 상피고인 이기호의 부탁·지시로 상피고인 박상배와 현대상선을 지원할 방안에 대하여 상의한 후에 김충식이 요구하는 4,000억 원 대출에 대하여 최소한 현대상선에 어느 정도의 유동성 부족이 있는지에 대한 파악을 하지도 않고서 일방적으로 김충식이 요구하는 액수 그대로 대출을 해 주도록 지시를 했고 그 이후에 비로소 현대상선에서 대출관련 서류를 준비하여 한국산업은행에 제출한 점, 4,000억 원이라는 거액을 대출하면서 실무자들이 대출서류를 검토하여 현대상선에 유동성 위기가 있는지 파악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것을 총재인 피고인도 당시 충분히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점, 당시 언론 보도나 상피고인 박상배의 보고로 현대건설에 대하여 여신지원이 사실상 어렵다는 것을 알고서도 상피고인 박상배에게 대출을 해 주도록 지시한 점, 피고인도 동일차주 신용공여한도가 문제된다는 인식을 하고 있었던 점, 피고인이 한국산업은행의 총재로서 영업1본부장인 상피고인 박상배를 지휘·감독하는 위치에 있었는데 합계 5,500억 원의 여신지원과 관련해서 상피고인 박상배 등에게 속아서 위법한 여신지원을 적법한 것으로 알고 승인했다고 볼 수는 없는 점, 앞서 인정한 제반 사실관계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에 대해서 이 사건 일시당좌대월 대출과 사모사채 인수와 관련된 업무상배임죄의 공범으로서의 죄책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2) 이 사건 대출과 사모사채 인수가 위법한 것은 아래 6.항에서 보는 바와 같다.
(3) 동일차주 신용공여한도에 관한 주장에 관하여 보건대, 아래 6.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당시 이미 한국산업은행에서는 그 감축계획을 마련한 상태였으므로 그 계획에 따라 현대 계열사에 대한 여신지원을 줄여야 하고, 그 감축계획에 따르지 않는다 하더라도 최소한 한국산업은행법시행령에서 은행자기자본의 25%를 초과하는 신용공여를 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는 이상, 이미 그 비율을 초과한 현대 계열사에 대하여는 당연히 추가적인 여신지원을 자제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장의 승인을 받지 않고서 동일차주 신용공여한도를 초과하여 대출을 시행한 것은 대출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위법한 대출이라고 할 것이고, 대출 당시에 아직 현대의 계열 분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후에 현대자동차 계열이 분리되었다고 해서 절차 위반의 점이 치유된다고 볼 수도 없다.
 
6.  피고인 박상배와 그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주장 내용
(1) 현대상선에 대한 4,000억 원 대출의 경우, 대출과목인 일시당좌대월의 성격에 비추어 볼 때 부채현황표와 자금수급계획서의 수령 및 이에 근거한 여신승인신청서의 작성과 같은 것이 대출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판단 자료가 되는 것이 아니라 당해 기업체에 실제로 유동성 위기가 있는지 여부, 당해 기업체에 신속한 자금 지원이 필요한지 여부 및 신속한 자금 지원이 이루어지면 유동성 위기가 극복될 수 있는지 여부가 대출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인데, 당시 언론에서 현대의 유동성 위기 문제를 제기하면서 제2의 대우사태 발생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상태였고 상피고인 이기호, 이근영이 현대상선에 대한 긴급한 자금지원을 요청·지시하였으므로 피고인으로서는 현대상선이 유동성 위기를 맞아 신속한 자금지원의 필요성이 있다고 확신할 수밖에 없었고, 일시당좌대월의 경우 '여신처리 소요일수 처리지침'에 따라 4일 이내에 여신지원 신청에 대하여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서 빨리 대출을 처리해 준 것이며, 당시 현대상선은 충분한 상환능력이 있었고, 그 대출 이전인 2000. 5. 18. 현대상선에 1,000억 원을 대출해 주면서 이미 2,200억 원 상당의 구 현대전자의 주식을 담보로 취득해 두고 그 외에 현대상선 선박에 대한 근저당권 설정으로 잔여 유효담보가액이 3,200억 원이나 남아 있는 상태여서 담보도 충분한 상태였으며, 그 후 한국산업은행은 4,000억 원 및 그에 대한 이자를 모두 상환받아서 아무런 손해를 본 바가 없으므로, 피고인에게 4,000억 원 대출과 관련해서 임무위배행위가 없었다.
(2) 현대건설 사모사채 1,500억 원 인수의 경우, 사모사채 인수는 피고인의 전결사항이 아니라 신용위원회의 심의와 결의를 통해 적법하게 이루어진 것이고, 당시 현대건설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해 볼 때 부도가 나서 상환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기 어려웠으며(당시 다른 금융기관에서도 현대건설의 사모사채, 공모사채 또는 기업어음을 인수하고 있었다.), 4,000억 원 대출과 마찬가지로 직접적인 담보를 취득하지는 못했으나 이는 건설회사의 경우 보유장비를 이용하여 사업을 하다 보니 통상 담보에 제공할 자산이 없어서 물적담보를 취득하지 못하는 실정이었고 정몽헌 등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있어서 보증인으로 입보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며, 한국산업은행은 현대건설로부터 대부분 출자전환으로 이미 상환받은 상태이고 나머지 155억 원 상당도 상환될 가능성이 커서 실제로 한국산업은행이 입은 손해는 없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에게 1,500억 원 상당의 사모사채 인수와 관련해서도 임무위배행위가 없었다.
(3) 상피고인 이근영이 피고인에게 동일차주 신용공여한도 초과문제는 금감원쪽에서 문제삼지 않기로 했으니 걱정말라고 했고, 당시 한국산업은행법시행령이 개정되어 동일차주 신용공여한도가 적용되기는 했으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감독규정이 마련되지 않아서 금감원에서도 한국산업은행이 2000. 4. 1. 제출한 '신용공여한도 초과 신용공여 감축계획'을 접수해 주지 않았고 금융감독위원회에서 2000. 7. 21. 은행업무감독규정을 개정하여 2000. 8. 1.부터 '동일차주 신용공여 한도제도'가 공식적으로 시행된 후인 2000. 8. 29.에야 한국산업은행에서 정식으로 현대계열에 대한 '신용공여한도 초과 감축계획'을 금감원에 제출하여 접수되었기 때문에, 피고인으로서는 당시 동일차주 신용공여한도 규정이 어떻게 적용될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는 상황이었으므로, 피고인에게 동일차주 신용공여한도규정을 위반했다는 위법성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피고인의 변호인은 4,000억 원 대출이 동일인 신용공여한도를 초과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하고 있으나, 이는 앞서 본 범죄사실 인정과 같이 동일차주 신용공여한도를 초과한 것으로 공소가 제기된 것으로 보아서 달리 판단하지 않는다).
(4) 가사 피고인이 4,000억 원 대출과 1,500억 원의 사모사채 인수한 것이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으로서는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인 상피고인 이기호와 한국산업은행의 총재인 상피고인 이근영의 지시를 거부하기를 기대하기 힘들었던 상황이므로, 피고인에 대한 책임이 조각된다고 할 것이다.
 
나.  판단
(1) 현대상선에 대한 4,000억 원 대출의 경우,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인이 4,000억 원이라는 큰 금액을 대출하면서 충분한 검토를 통해 안전한 상환방법을 마련한 후에 대출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그러한 방법을 포기하고 일시당좌대월로 지원하는 방법을 선택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일시당좌대월로 대출을 해 주었기 때문에 충분한 검토없이 빨리 대출해 줄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리고 가사 일시당좌대월로 대출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와 관련된 은행 내부 규정 등을 준수하여 일시당좌대월의 요건에 맞추어 대출이 이루어져야 할 것인데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당시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내용을 믿고 상피고인 이기호, 이근영의 대출지시에 의존하여 현대상선에 4,000억 원이라는 거액의 유동성 부족이 있었다고 판단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점(최소한 어느 정도의 유동성 부족이 있는지에 대한 파악은 선행되어야 하는데, 별다른 근거없이 김충식이 요구한 4,000억 원 그대로 대출해 주었다), 한국산업은행에서 이미 2000. 5. 18. 현대상선에 1,000억 원을 일시당좌대월로 지원해서 현대상선에 추가로 4,000억 원의 유동성 부족이 있다고 보기 어려웠던 점, 대출을 담당하던 이강우가 현대상선에 유동성 부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동일차주 신용공여한도 초과로 인해 추가적인 대출이 어렵다고 보고했음에도, 실무자가 책임질 문제가 아니라는 이유로 그 보고를 무시하고 이틀만에 급히 대출을 해 주도록 지시한 점, 일방적으로 직원들에게 지시하여 결국 이강우 등이 현대상선의 부채현황표를 제출받지 못하여 현대상선이 실제로 일시적인 자금부족이 발생하였는지 여부를 확인하지도 못하였고 차입자금을 차입용도대로 사용할 것인지 여부 등도 검토·확인하지 못하였으며 현대상선이 제출한 자금수급계획서에 근거하여 단기지급능력분석의 현금흐름표를 작성하면서 실제로는 만기일인 2000. 6. 30.에 3,406억 원의 현금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만기시에 여유자금이 594억 원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한 허위 여신승인신청서까지 작성하게 된 점, 동일차주 신용공여한도를 초과함에도 신용관리부의 의견도 전혀 묻지 않았던 점, 2000. 5. 18. 1,000억 원을 일시당좌대월로 대출해 줄 때처럼 최소한 사실상의 담보라도 제공받을 수 있음에도(구 현대전자의 주식에 대해 질권을 설정한 것은 아니고 점유만 취득한 상태이다) 전혀 그러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대출을 해 준 점, 기존의 다른 대출을 해줄 때 취득한 담보권이 이 사건 대출의 상환을 직접적으로 보장해 줄 수 없고, 그 담보 금액도 충분하지 않았던 점, 현대상선에서 작성한 차입신청서의 자금용도가 허위로 기재되어 있었는데도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던 점, 피고인의 지시를 받은 이강우가 형식적인 내용의 여신승인신청서를 작성하면서 이 사건 4,000억 원이 금감원장의 승인을 받은 예외신용공여에 해당하는 것으로 잘못 기재하기까지 한 점, 당초 만기시점에서 상환을 기대할 수 없었고 대출 만기시에 만기연장불가 원칙을 어기고 대환의 형식으로 만기를 계속하여 연장해 주었던 점, 위 대출이 동일차주 신용공여한도를 초과한 대출로서 금감원장의 승인을 받지 않은 점{이 부분에 대하여는 아래 (4)항에서 살핀다}, 이강우가 경영진의 정책적 판단으로 대출된 돈이어서 대출 이후 현대상선에 대한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현대상선이 이 사건 대출로 조달한 돈에 대해 정상적인 회계처리를 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4,000억 원 대출은 부당한 대출로서, 피고인은 상피고인 이기호, 이근영과 공모하여 업무상배임죄를 저질렀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2) 1,500억 원 상당의 사모사채 인수의 경우도,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비록 신용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쳤다고 하더라도 피고인과 상피고인 이근영이 주도가 되어 사모사채 인수를 추진하였고, 나아가 이강우, 심인섭이 피고인의 지시로 사모사채 인수시 거쳐야 할 통상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허위의 내용이 담긴 여신승인신청서를 작성하여 신용위원회에 제출한 상태로서 그러한 자료에 근거하여 신용위원회의 심의·의결이 있었으므로 다른 위원들이 반대의견을 제대로 내놓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던 점, 현대건설은 당시 상환능력이 매우 의심스러운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현대건설의 상환능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서 긍정적으로 상환능력을 평가한 여신승인신청서를 작성하도록 이강우 등에게 지시한 점, 현대건설의 신용평가등급에 따라 반드시 담보나 보증이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담보나 보증을 제공받지 않고 사모사채를 인수한 점, 위 대출이 동일차주 신용공여한도를 초과한 대출로서 금감원장의 승인을 받지 않은 점{이 부분에 대하여는 아래 (4)항에서 살핀다} 등에 비추어 볼 때, 결국 이 사건 사모사채 인수 역시 부당한 대출로서, 피고인은 상피고인 이기호, 이근영과 공모하여 업무상배임죄를 저질렀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
(3) 피고인은 현대상선이 이미 4,000억 원 대출원리금을 모두 상환하였고, 현대건설도 155억 원을 제외하고는 대출원리금을 모두 상환한 점 등에 비추어 한국산업은행에는 아무런 손해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배임죄에 있어서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되고 일단 손해의 위험성을 발생시킨 이상 사후에 담보를 취득하였거나 피해가 회복되었다 하여도 배임죄의 성립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인바( 대법원 2003. 2. 11. 선고 2002도5679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당시 현대 계열사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상태에서 피고인이 이 사건 일시당좌대월 대출과 사모사채 인수를 감행하면서 현대상선과 현대건설에 대한 상환능력 등에 대하여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앞서 본 바와 같이 기본적인 여신지원절차를 무시하고 여신지원을 하였으며, 실제로 만기에 위 여신지원된 돈이 상환된 것이 아니라 만기 연장을 거듭하다가 김충식의 일부 채무 변제거부와 피고인 이근영 등의 회유, 핵심사업인 자동차운반선 매각조치 등 여러 우여곡절을 거쳐 비로소 상환되거나 일부 채무가 출자전환되는 방식으로 겨우 채무가 변제된 것으로 정리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대출금을 실제 지급하거나 사모사채 인수대금을 지급함으로써 그 때 구체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할 것이므로(그 각 지급시 업무상배임죄의 기수에 이르렀다), 피고인의 위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4) 동일차주 신용공여한도 초과부분 주장에 대하여 살피건대, 이 사건 일시당좌대월 대출과 사모사채 인수 당시에 아직 금감원에서 감독규정을 마련하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나 이미 한국산업은행에서는 감축계획을 마련한 상태였으므로 그 계획에 따라 현대 계열사에 대한 여신지원을 줄여야 하고, 그 감축계획에 따르지 않는다 하더라도 최소한 한국산업은행법시행령에서 은행자기자본의 25%를 초과하는 신용공여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한 이상, 이미 그 비율을 초과하여서는 당연히 추가적인 여신지원을 자제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장의 승인도 받지 않고서 합계 5,500억 원이라는 거액을 지원해 준 점, 피고인은 상피고인 이근영이 이용근과 조찬모임을 하고 와서는 금감원 쪽에서도 동일차주 신용공여한도 초과 부분을 문제삼지 않기로 했다고 해서 그 말을 믿고 금감원장의 승인이 있다고 믿었다는 것이지만, 그와 같은 문제가 조찬모임에서 가볍게 다루어질 문제가 아니고, 금감원장의 승인이 있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서면 결재과정이 있어야 함에도 그러한 과정없이 말 한마디에 금감원장 승인이 있었다고 믿었다는 것은 피고인의 경력 등에 비추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점, 피고인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동일차주 신용공여한도 초과 문제는 금감원장의 승인을 받아야 되는데 그 점에 대해서 금감원장 승인을 해준 것으로 당시 생각했다는 것이므로 그러한 주장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인이 당시 최소한 금감원장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는 정도의 인식은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이 사건 일시당좌대월 대출과 사모사채 인수를 하면서 그러한 여신지원이 동일차주 신용공여한도를 초과한 여신지원으로서 위법한 여신지원이라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던 점을 인정할 수 있다.
(5) 피고인이 상피고인 이기호, 이근영의 지시를 거부하기 힘들었던 상황이므로, 피고인의 이 사건 각 범행에 대한 책임이 조각된다고 주장하나,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인은 상피고인 이기호의 고등학교·대학교 동기로 막역한 사이였고 상피고인 이기호가 피고인에게 현대상선과 현대건설에 대한 지원방안이 없겠는지 자문을 구해서 그에 대해서 피고인이 자신의 의견을 상피고인 이기호에게 말해주고, 상피고인 이기호는 피고인의 의견을 따라 상피고인 이근영과 이용근을 만나서 협조를 구하거나 이근영에게 대출 또는 사모사채 인수를 부탁한 점, 그 후에 상피고인 이근영이 피고인을 불러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함께 상의하였고, 피고인은 실무를 담당한 직원들에게 경영진에서 알아서 할테니 걱정하지 말고 신속한 대출을 해주라고 하면서 처음부터 대출과목, 대출금액, 만기까지 모두 특정하여 지시하는 등 피고인이 적극적으로 이 사건 대출과 사모사채 인수에 관여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상피고인 이기호, 이근영으로부터 일방적으로 지시를 받아서 이 사건 각 범행에 이르게 되었다고는 볼 수 없고 오히려 대출의 실무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피고인이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강구해서 상피고인 이기호를 적극적으로 도와 주었다고 보이며, 가사 피고인이 상피고인 이기호, 이근영의 지시를 사실상 거부하기 힘들어 이 사건 각 범행에 이르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지위나 역할 등에 비추어 볼 때 상피고인 이기호, 이근영의 대출지시가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위법한 지시인 이상, 그 지시에 따른 피고인의 행위에 위법성이 인정됨은 물론 책임이 조각될 사유도 보이지 않는다.
 
7.  피고인 이기호와 그 변호인의 주장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성립여부에 대한 판단 
가.  주장 내용
피고인이 북한과 관련된 업무를 주로 담당하던 박지원, 피고인 임동원의 요청으로 한국산업은행 측에 현대에 대한 지원을 요청한 것은 사실이나, 현대상선에 대한 대출을 요청함에 있어서 한국산업은행 총재인 상피고인 이근영과 영업1본부장인 상피고인 박상배로부터 대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을 듣고 그렇게 생각했고, 대출금의 규모에 대해서도 정부 대신 현대가 송금하기로 한 1억 달러를 조금 초과하는 범위의 대출이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하였을 뿐이며, 현대건설에 대한 지원을 요청함에 있어서도 대북경제협력사업을 안정적으로 지속하기 위해 현대건설에 대한 지원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한국산업은행으로부터 사모사채인수방식에 의한 지원은 가능하다는 보고를 받고 현대건설에 대한 지원 요청을 한 것이므로, 피고인에게는 업무상배임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저지른다는 인식이 없었다.
 
나.  판단
(1)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인은 이 사건 일시당좌대월 대출과 사모사채 인수를 전후하여 현대가 시장에서의 신뢰를 많이 상실하였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시행하는 중이어서 시중은행으로부터의 정상적인 대출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던 점, 피고인이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으로서 현대건설의 경우에는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처해 있었고 이 사건 사모사채 인수로 1,500억 원을 지원받더라도 이를 제때 제대로 상환할 수 없을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점, 피고인이 상피고인 박상배에게 최초로 현대에 대한 지원을 요청·지시할 때부터(적법하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은행의 융자가 이루어지도록 요청한다는 것이기보다는 안 되는 것을 되게끔 해달라는 의미가 강한 지시성 요청이었다) 그로부터 동일차주 신용공여한도가 문제된다는 것을 들어서 알고 있었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이용근 당시 금감원장과 조찬모임을 가졌으나 이용근이 선뜻 현대에 대한 지원을 찬성하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사실상 금감원으로부터 동일차주 신용공여한도 초과 부분에 대하여 예외신용공여로 승인받기는 힘들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의 대출요청을 받은 상피고인 이근영, 박상배가 실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에게 규정을 어겨가며 현대상선과 현대건설의 대출신청에 대하여 형식적인 심사만을 하고 사실상 불가능한 대출을 하도록 지시하였고, 피고인으로서도 세세한 실무적인 사정은 몰랐다 하더라도 대체적인 대출지시·수행 사정은 이해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으로서도 충분히 현대상선에 대한 대출과 현대건설의 사모사채 인수가 정상적으로는 시행되기 어렵다는 점을 알고서 상피고인 이근영, 박상배에게 현대에 대한 지원을 강력히 요청·지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겠다.
(2)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이 한국산업은행 총재 등에 대하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서의 직권을 행사할 권한이 있는지 여부
일반적으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있어서의 직권남용이라 함은 공무원이 그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직권의 행사에 가탁(假託)하여 위법·부당한 행위를 하는 것으로서, 일반적 직무권한이 반드시 법규에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을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법률상의 근거에 기초한 것이라야 단순한 지위·신분의 남용과 구별될 수 있으며, 나아가 법률상의 강제력을 수반할 것도 요하지 않고, 다만 그것이 남용되었을 경우 직권행사의 상대방으로 하여금 사실상 의무 없는 행위를 하게 하거나 행하여야 할 권리를 방해하는 데 족한 정도의 권한만 있으면 된다 할 것이다.
그런데 헌법, 정부조직법, 한국산업은행법, 대통령비서실직제(대통령령) 등 관련법규에 따르면, 대통령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재정경제부장관을 임명하고 재정경제부장관을 지휘·감독할 권한이 있으며 재정경제부장관의 제청으로 한국산업은행 총재를 임명하고, 재정경제부장관은 한국산업은행 총재의 제청에 의하여 부총재 및 이사를 임명하며 한국산업은행에 대하여 일반적인 감독권과 그에 필요한 명령을 발할 수 있는 권한이 있으며, 한편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은 대통령의 경제정책결정 등 경제전반에 관한 국정수행을 보필하는 임무를 수행하면서 대통령의 명을 받아 재정경제부 등 경제부처에 지시와 협조를 요청할 수 있는 일반적 직무권한을 가지고 있다 할 것이고, 결국 한국산업은행의 총재와 이사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명을 받아 재정경제부장관을 통해 또는 직접 감독과 지시를 할 수 있는 일반적 직무권한이 있는바, 따라서 피고인이 상피고인 이근영, 박상배에게 여신지원 지시·부탁을 한 것은 위와 같은 법률상의 근거에 기초한 권한을 위법·부당하게 행사한 것으로 이를 가리켜 단순한 지위·신분의 남용으로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그리고 비록 경제수석비서관이 그 직책의 성질상 한국산업은행 총재 등에 직접적으로 강제력을 수반하는 직무상 명령을 내릴 수는 없다고 하나, 앞서 인정되는 일반적 직무권한에 기초하여 상피고인 이근영, 박상배 등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여신지원을 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여 사실상의 부담을 지웠고 그 결과 무리하게 위법·부당한 여신지원이 감행되었으므로 결국 피고인으로서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죄책을 질 수밖에 없다 할 것이다(업무상배임죄 성립여부에 관해서 보더라도 피고인이 제3자이기는 하나 그와 같이 직권을 남용하여 대출 등이 이루어지도록 지시하였으므로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한 것으로 볼 수 있어 공범으로서의 죄책을 져야한다).
 
8.  피고인 임동원과 그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주장 내용
(1) 현대가 북한측에 달러를 송금함에 있어서 미리 정부당국자에게 통지하였고 그러한 송금이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이라는 큰 틀 속에서 볼 때 수용할 만한 것이라면 비록 재정경제부장관에 대한 신고절차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신고절차 없이 이루어진 송금행위는 형사정책적으로 가벌성이 없고, 현대가 북한의 사회단체와 교류·협력하는 경우에 그러한 사실이 사전에 정부에 의해 인지되었고, 그 행위가 정부의 대북정책이라는 큰 틀 속에서 볼 때 적절한 것으로서 평가된다면 비록 통일부장관의 승인이라는 형식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역시 형사정책적 가벌성은 없다.
(2) 피고인은 2억 달러 대북송금과 관련해서 공소장에 기재된 국정원 소속 직원들 이외의 다른 공범들과는 공모한 사실이 없으며, 현대가 2억 달러 이외에 추가로 2억 5,000만 달러를 송금한 행위에 대하여는 피고인이 관여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당시 알지도 못하였다.
 
나.  판단
(1) 북한측에 외환송금을 함에 있어, 그리고 우리 기업 등이 북한 주민 등과 교류와 협력을 함에 있어 불필요한 마찰과 오해를 유발하여 긴장이 조성되거나 무절제한 경쟁적 접촉으로 오히려 남북한간의 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 등을 막기 위하여 외국환거래법과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에서는 일정한 형식과 절차를 정하여 신고와 승인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신고와 승인제도는 정부 당국자가 개인적으로 인식하고 있느냐 여부로 운영되어질 수는 없는 것이고 법규에서 정해진 일정한 형식과 절차에 따라서 이루어져야 하며, 앞서 통치행위 주장에 대한 판단에서 본 바와 같이 비록 이 사건 대북송금이 대통령 등의 묵인하에 우리 정부 차원에서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주무부서인 통일부 등이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법치주의의 한계를 넘어서 행해진 이상 가벌성이 있다고 할 것이고, 그러한 점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대북송금보다 더 밀접한 관련이 있고 사실상 필수적인 절차라고 할 수 있는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대통령 일행의 방북과 정상회담을 위한 준비회담대표단·선발대의 방북시에도 모두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에서 정하는 절차를 거친 점을 고려하더라도 더욱 그러하다 할 것이다.
(2) 피고인과 박지원 등이 우리 정부 측에서 부담하기로 한 1억 달러도 현대에서 부담하는 대신 현대가 한국산업은행을 통해 여신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돕기로 한 사실, 상피고인 김윤규가 정몽헌, 이익치의 지시로 공소외 1을 통해 국정원에 2억 달러에 대한 환전 편의를 제공해 줄 것을 요청하였고, 그 후 김충식, 상피고인 김윤규가 2억 달러의 송금 편의도 제공해 줄 것을 제의하여 피고인이 그에 대한 보고를 받고 환전 및 송금 편의를 제공해 줄 것을 지시한 사실, 상피고인 1이 외환은행장인 공소외 4에게 협조를 구해서 공소외 5, 6이 실무적으로 대북송금을 도와 준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공모공동정범론의 해석에 있어서 공범자 전원이 일정한 시간과 장소에 집합하여 모의하지 아니하더라도 그 중의 1인 또는 2인 이상을 통하여 릴레이식으로 범의의 연락이 있고 그 범의내용에 대하여 포괄적 또는 개별적인 의사연락이나 인식이 있었다면 그들 전원이 공모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대법원 1980. 11. 25. 선고 80도2224 판결 참조), 그러한 사실관계와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국정원 직원 외에 다른 공범자들과도 공모공동정범의 관계에 있다 할 것이다. 나아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인이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서 우리 정부에서 1억 달러, 현대에서 대북사업권의 대가로 3억 5,000만 달러 및 현물 5,000만 달러를 북한측에 송금하거나 제공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점, 피고인이 정부측에서 부담하기로 한 1억 달러도 현대에서 부담하여 남북정상회담 전에 송금할 수 밖에 없게 되자 현대에서 대북송금할 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여신지원을 해 줄 것을 상피고인 이기호에게 요청한 점, 현대상선에 대하여 4,000억 원의 대출이 시행된 후에 추가로 현대건설에 대하여 여신지원을 해 줄 것을 상피고인 이기호에게 요청한 점, 피고인이 국정원장으로서 대통령 특사인 박지원 등과 협의하여 남북정상회담을 주도적으로 추진하여 왔고 그 과정에서 관련정보를 장악하여 왔던 점(현대로서는 남북정상회담 전에 4억 5,000만 달러를 송금한다는 사실을 그와 관련하여 각종 도움을 요청할 피고인이나 박지원에게 비밀로 할 필요가 없었다고 보인다)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당시 국정원장으로서 현대에서 현대상선의 2억 달러 외에도 추가로 2억 5,000만 달러의 현금을 남북정상회담 전에 북한에 송금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할 것이고, 그러한 상황에서 자금을 마련하는 것을 도와줄 목적에서 현대에 대한 여신지원을 요청하고 일부 금액의 환전 및 송금을 지시하고 관여한 이상, 피고인은 4억 5,000만 달러 송금 전부에 관하여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위반의 점에 대한 공범으로서의 죄책을 져야 할 것이다.
양형이유
 
1.  지난 2000. 6. 13.부터 2000. 6. 15. 사이에 평양에서 분단 후 처음 이루어졌던 남북정상회담은 그 역사적 의미와 상징성 자체는 물론이거니와 현실적으로도 민족화해, 남북경제교류협력의 확대, 우리 사회와 북한 사회가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인식의 틀의 전환, 통일의 가능성에 대한 인식의 고양, 남북한간의 군사적 긴장관계의 완화, 남북한 이산가족의 만남 등과 함께 간접적으로는 외국인의 투자 증대 등 이루 측량하기 어려운 변화 내지 희망적 전조를 우리 사회에 가져다 주었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물들이 우리 사회에 제대로 정착하기도 전에 그 추진과정에서 있었던 대북송금 등 일련의 실정법 위반행위에 대한 논란 등으로 현재 '남남갈등' 이라는 용어로 대변되듯이 국론은 둘로 나뉘어 심각한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는 바, 이러한 결과는 어쩌면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법치주의의 원칙을 지켜 국민의 동의과정을 거친 것이 아니라 국정을 운영하던 피고인 등 일부 인사와 대북경제협력사업을 추진하던 현대의 경영자들이 비밀리에 그 절차를 진행시키면서부터 이미 예견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 정부나 기업 등이 남북회담 내지 경제협력교류 등에 임해오면서, 때때로 너무 의욕이 지나친 나머지, 때로는 정치적 고려를 중요시한 나머지 법치주의 원칙, 호혜·경제의 원칙에서 벗어나 일회적·정치적·은혜적인 측면이 전혀 없었다고 할 수 없고, 민족의 염원으로 성취된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조차 앞에서 언급한 여러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냉소적 전망과 비판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며, 이러한 전망과 비판은 통일과 남북교류의 세목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아직 완전하게 형성되지 않았다는 반증일 수 있다. 그래서 현 시점에서 당시를 돌이켜 본다면 그러한 상황하에서 남북한의 교류·협력을 추진하던 피고인 등으로서는 그것이 정상회담을 통하든, 실무회담을 통하든, 경제교류·협력이든, 이산가족의 만남이든 심지어 일방적 은혜 조치이거나 대규모 현금지원이든 간에 법치주의 원칙에 터잡아 실정법의 테두리 내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했어야 했고, 더 나아가 북한 당국자, 전 세계인을 향해 우리 정부의 대북한 태도가 법치주의 원칙, 건강한 편익계산에 입각하여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시켜서, 북한을 '제도화의 틀'로 투명하게 이끌어내어 향후 남북교류·협력이 법치주의의 토대 위에서 제도화되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유의했어야 하지 않았느냐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결국 피고인 등이 이러한 법치주의 원칙 등을 쉽게 포기하고 비밀리에 현대라는 사기업을 통해서 남북정상회담 직전에 대북송금을 실행함으로써, 국민적 의혹이 불거지게 하고 북한을 '제도화의 틀'로 이끌어내지 못하여 향후 대북 경제협력 수행에 있어서 상당한 부담을 남긴 점, 현 시점에서 심각한 국론분열 현상으로 인해 결국 '특별검사'가 선임되어 남북정상회담 추진과정에서 위법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수사하기에까지 이른 점, 이제 이런 방법으로 남북한 교류가 계속 이루어질 수는 없다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본다면, 남북정상회담이 가지는 역사적 의미와 긍정적인 효과 등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피고인들의 실정법위반 행위에 대하여 엄정한 형사적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이 사건 각 범행이 모두 통치행위에 해당하는 남북정상회담과 주관적·객관적으로, 직접·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었던 행위로서 당연히 형사사법심사의 대상이기는 하나 그 비난가능성이 다른 일반적인 범법행위와 같은 차원에서 논의하기는 어려운 점, 피고인들 모두가 당시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각 행위로 나아간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그렇게 볼 필요도 없다), 나름대로 역사적인 소명의식을 가지고 행했던 많은 일들이 결과적으로 현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 것으로 볼 여지도 있으며, 남북정상회담의 많은 긍정적인 평가 요소가 여전히 유효하게 남아 있고, 일부 피고인들을 제외하고는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 대부분 잘못을 시인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이 사건 각 행위 당시 위법성에 대한 인식이 그리 강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들이 우리 사회의 정치·경제 분야에서 오랜 기간 열심히 봉사하여 우리 사회의 발전에 기여해 온 점 등은 양형에 유리한 요소로 고려한다.
 
2.  제1항에서 본 일반적인 양형 사유에 추가하여 피고인들 각자의 양형 사유를 보면 다음과 같다.
피고인 김윤규는 정몽헌, 이익치 등과 함께 대북경제협력사업의 획기적 진전을 위해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였으나, 그 과정에서 북한측에 대해 사업권의 대가로 당시 현대가 통상적인 절차를 거쳐 마련하기 힘든 합계 4억 5,000만 달러의 대북 송금(정부가 부담하기로 한 1억 달러 포함)을 약속하였고, 당시 현대가 이미 시장에서 신뢰를 상당히 상실한 상태로서 돈을 마련하지 못하자 결국 당시 권력의 실세이자 함께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던 박지원 등에게 부탁하여 한국산업은행으로 하여금 현대상선과 현대건설에 대하여 위법한 대출을 실행하도록 하는 원인을 제공한 점,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미 유동성 위기에 빠져 있던 현대건설은 결국 부도가 났고, 현대상선은 주요한 사업을 처분하여 겨우 한국산업은행에 대출금을 상환하게 되었으며, 현대전자도 심각한 경영위기를 통해 현재는 경영권이 제3자에게 넘어가 있는 상태로서, 엄연히 주주가 존재하는 사기업을 투명하게 경영하지 않아 결국 그 회사 자체나 주주들에게 상당한 손해를 끼쳤고 그 과정에서 알고서도 외국환거래법 등 실정법을 위반하였으므로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피하다.
피고인 이근영, 박상배는 당시 한국산업은행의 총재와 영업1본부장으로서, 피고인 이기호로부터 현대에 대한 대출지시를 받고 나서 앞서 본 바와 같이 대출이 적법하게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서도 실무를 담당한 직원들에게 거의 강제에 가까운 업무지시를 하여 한국산업은행에 큰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대규모의 여신지원을 감행한 점, 이 사건 특별검사의 수사범위에 포함되지 않아서 기소되지는 않았으나, 위 피고인들은 2000. 5. 18.에도 이미 절차를 무시하고 현대상선에 대하여 1,000억 원을 일시당좌대월로 대출해 준 점, 그리고 한국산업은행의 여러 직원들, 금감원의 직원들의 각 진술기재 내용, 여러 관련서류를 종합하여 보면, 위 피고인들의 그와 같은 업무상배임행위는 넉넉히 유죄로 인정되는데도 위 피고인들은 이 법정에 이르러 자신들의 범행을 제대로 시인하지 않고 이 사건 각 여신지원은 모두 적법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점, 법정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 등에 비추어, 위 피고인들 역시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피하다.
피고인 이기호는 당시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으로서 사실상 경제부처 등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던 지위에 있었고 시장의 신뢰를 상실한 현대에 대하여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을 진두 지휘하는 지위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박지원, 상피고인 임동원이 남북정상회담 전에 대북송금을 하기 위하여 현대에 대해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하자, 국책은행인 한국산업은행으로 하여금 현대에 대하여 대규모 여신지원을 하게 하여 결국 현대와 한국산업은행, 현대상선과 현대건설 회사 자체 및 주주, 국민경제 모두에 대하여 많은 피해가 발생하게 한 점, 또한 상피고인 이근영, 박상배에 대한 대출지시를 한 후에 상피고인들이 현대에 대한 지원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답변을 하여 적법한 대출이 이루어진 줄 알았다고 주장하면서 당시 피고인의 지위, 피고인이 상피고인들에 했던 대출요청의 의미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유죄로 인정되는 자신의 범행에 대하여 시인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 않다.
피고인 임동원은 당시 국정원장으로서 박지원과 함께 남북정상회담을 주도적으로 준비하는 과정에서 상피고인 이기호에게 부탁하여 결국 한국산업은행이 현대상선과 현대건설에 대해 여신지원을 하게 하는 등 상황전반을 장악하고 있었고, 비밀리에 대북송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현대가 송금해야 하는 돈 중에서 2억 달러를 국정원을 통해 환전하여 국정원 직원 실명으로 송금하게 함으로써 현대라는 사기업의 역할과 국정원의 역할을 혼동하여 결국 대북송금 성격에 대해서도 논란의 소지를 남겼다.
한편, 피고인 김윤규의 경우 정몽헌을 보좌하는 전문 경영인으로서, 정몽헌 부자가 필생의 사업으로 추진하던 대북사업을 돕는 과정에서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되었고, 그 당시 대북사업을 통한 이익창출을 통해 기업과 국가에 오히려 이익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등에서 다소 무리하게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이며, 피고인 박지원 등 정부측에서 이미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서 돈이 북한으로 송금된다는 것을 국민에게 비밀로 하겠다는 결정이 있었으므로 피고인 등 현대 관계자들도 이를 공개적으로 송금할 수 없었고, 또한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돈을 마련할 수도 없었던 점, 피고인 1의 경우 당시 국정원 기조실장으로서 정보업무와 안보문제를 주로 다루는 국정원의 특성상 상명하복의 위계질서를 사실상 어기기 힘들었다고 보이며, 이 사건에 관여한 국정원 관계자 중 상피고인 임동원을 제외하고는 피고인만 기소되었으나 다른 불기소 피의자들에 비해서 피고인의 역할이 특별히 중요했다고 보이지는 않는 점, 피고인 이근영, 박상배의 경우 오랜 기간 행정관료로 근무하다가 또는 한국산업은행에서만 근무하다가 총재 또는 영업1본부장의 지위에 오르기는 했으나, 당시 사실상 한국산업은행의 인사권 등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던 상피고인 이기호가 현대에 대하여 대출을 부탁한 상황에서 쉽게 이를 거부하기는 힘들었다고 보이고, 현대상선과 현대건설이 채무원리금을 만기에 제대로 상환하지는 못했으나 현대상선은 대출금과 그 이자를 모두 상환하였고, 현대건설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출자전환 등의 방법으로 대부분 대출금을 상환하여 실손해가 발생하지 않았거나 그 손해가 대출액수에 비해 비교적 적은 점, 피고인 이근영이 만 65세를 넘었고 좌측 무릎에 반월상연골판 파열상 및 연골연화증과 무릎 속에 물집이 생기는 베이커씨 낭종으로 현재 수술을 받아 요양중인 점, 피고인 이기호의 경우 자신이 직접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지는 않아서 그에 대한 경과를 잘 모르다가 박지원, 상피고인 임동원이 알려 주어서 남북정상회담이 추진되는 과정 및 정부에서 1억 달러를 북한에 송금하기로 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고, 피고인 자신은 현대에 대한 대출을 통해 북한에 송금하는 것을 반대하고 공개적인 방법으로 송금할 것을 주장했으나 박지원과 상피고인 임동원이 반대하여 어쩔 수 없이 현대에 대한 대출을 지시하게 되었다고 변소하고 있는 점, 피고인 임동원의 경우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를 성사하기 위해서는 대북송금(정부 몫이건 현대의 사업권 대가이건 간에)을 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국민적 동의를 얻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 국익에 터잡아 남북통일의 기반을 조성한다는 생각으로 현대에 대한 대출시행에 관여하고 환전과 송금에도 관여한 점, 당시 비공개로 대북송금을 추진할 경우 달리 돈을 마련할 방법이 없었던 점, 그 밖에 피고인들의 이 사건 각 범행에서의 구체적 가담정도와 역할, 피고인들의 연령, 학력, 경력, 직업, 가정환경, 범죄전력(피고인들은 모두 범죄전력이 전혀 없는 초범이다), 건강상태, 개전의 정의 정도, 피고인 이근영, 이기호가 이 사건으로 상당기간 동안 구금되어 있었던 사정 등 제반 양형의 요소를 두루 참작하여 피고인들에 대한 형을 정하기로 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상균(재판장) 김영수 허일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