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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정보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

[울산지법 2008. 6. 10. 선고 2008고정204 판결 : 항소]

【판시사항】

[1] 근로자 1인이 고용보장을 위해 회사 앞에서 벌인 소위 ‘1인 시위’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의 ‘시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2] 집회 또는 시위에 공모공동정범이론을 적용하여 미신고 옥외집회나 시위의 참가자 모두를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로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회사 소속 근로자들 중 1인이 고용보장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하여 회사 앞에서 한 소위 ‘1인 시위’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서 신고 대상으로 규정하는 ‘시위’에 해당하지 않으며, 위 신고 대상인 시위는 ‘불특정 다수인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이어야 하는데 위 근로자 1인이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고자 하는 상대방은 불특정 다수인이 아닌 회사의 경영진에 제한되므로 위 ‘1인 시위’가 위 법률상 ‘시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2] 집회 또는 시위는 그 개념상 당연히 2인 이상 다수인의 결합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소위 공모공동정범이론을 그대로 적용하여 미신고 옥외집회나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 모두를 정범 즉, 집회나 시위의 주최자로 보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 무리한 해석이다.

【참조조문】

[1]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제6조
[2]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제2호,
형법 제30조


【전문】

【피 고 인】

【검 사】

최미화

【변 호 인】

변호사 장석대

【주 문】

피고인들은 각 무죄.
피고인들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 유】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 1, 2, 3, 4는 삼성에스디아이(SDI)주식회사(이하 ‘삼성SDI'라고 함)의 협력업체인 영성전자 주식회사 소속 근로자였고, 피고인 5는 또 다른 협력업체인 명운전자 주식회사 소속 근로자였다.
삼성SDI는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의 디지털화, 환율 하락 등의 영향으로 수년간 적자가 발생한 브라운관 등 사업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로 하고, 해당공정 협력업체인 위 각 회사와 2007. 2. 15.자로 도급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내용의 통지를 2007. 1. 15. 발송하였다.
그러자 위 각 회사 소속 근로자 12명은 2007. 1. 23.부터 4일간 삼성SDI 사내에서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침묵시위를 벌였고, 삼성SDI측은 위 각 회사의 대표이사들의 요청에 의해 2007. 1. 29.자로 위 12명의 근로자들에 대해 사내출입을 통제하였다.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주최하고자 하는 자는 그 목적, 일시, 장소, 주최자·연락책임자·질서유지인의 주소·성명·직업·연락처, 참가예정단체 및 참가예정인원과 시위방법을 기재한 신고서를 옥외집회 또는 시위의 720시간 전부터 48시간 전에 관할경찰서장에 제출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은 아직 계약기간이 남아 있음을 이유로 소위 ‘출근투쟁’을 한다는 명목으로 1인 시위를 가장하여 삼성SDI 정문 및 남문 앞에서 미신고 옥외시위를 개최하기로 결의하였다.
피고인들은 관할경찰서장에게 신고하지 아니하고, 2007. 1. 31. 16:50경부터 18:23경까지 울산 울주군 삼남면 가천리 818에 있는 삼성SDI 남문 앞에서 피고인 1은 미리 준비한 “명분 없는 출입통제 즉각 철회하라! 고용보장을 원하는 파트너사 사원들...”이라는 내용의 피켓 1개를 들고 서고, 피고인 4, 공소외 1, 2, 3과 그 옆에서 대오를 이루며 위력을 과시한 것을 비롯하여 그 일시경부터 같은 해 2. 7.경까지 총 17회에 걸쳐 같은 방법으로 시위를 개최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관할경찰서장에게 신고하지 아니하고 옥외시위를 공동주최하였다라고 함에 있다.
 
2.  피고인들의 주장
피고인들은 이 사건의 경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의 신고 대상인 시위에 해당하지 않는 소위 ‘1인 시위’에 불과하고, 가사 시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공동하여 주최한 것이 아니며, 피고인들 간의 공모관계를 인정할 수 없고, 피고인들의 행위가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되거나, 기대가능성이 없는 행위로 책임이 조각된다고 주장한다.
 
3.  검 토 
가.  집회 및 시위의 자유의 보장
(1)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지고( 헌법 제21조 제1항),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같은 조 제2항),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가 있고( 헌법 제10조),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헌법 제37조 제2항)고 규정하고 있다.
(2) 이에 따라 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2007. 5. 11. 법률 제84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집시법’이라고 한다)은 적법한 집회 및 시위를 최대한 보장하고 위법한 시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함으로써 집회 및 시위의 권리보장과 공공의 안녕질서가 적절히 조화되게 함을 목적으로 하여( 집시법 제1조), 폭력적인 집회나 시위를 금지하거나( 집시법 제5조 제1항 제2호) 옥외집회나 시위의 경우 일정한 시간 전에 관할경찰서장에게 신고하도록 하는 등( 집시법 제6조) 일정한 제한을 가하고 있으면서도, 누구든지 폭행, 협박, 그 밖의 방법으로 평화적인 집회 또는 시위를 방해하거나 질서를 문란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집시법 제3조)라고 규정함으로써 헌법상의 기본권인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여야 한다는 입법 취지를 명확히 하고 있다.
 
나.  집회(또는 시위)의 자유의 헌법적 가치
(1) 집회의 자유는 개인의 인격발현의 요소이자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요소라는 이중적인 헌법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로운 인격발현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우리 헌법질서 내에서 집회의 자유도 다른 기본권과 마찬가지로 일차적으로는 개인의 자기결정과 인격발현에 기여하는 기본권이다. 뿐만 아니라 집회를 통하여 국민들이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집단적으로 표명함으로써 여론의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집회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와 더불어 민주적 공동체가 기능하기 위하여 불가결한 근본요소에 속한다( 헌법재판소 2000. 10. 30. 선고 2000헌바67, 83 결정 참조).
(2) 집회의 자유는 일차적으로 국가공권력의 부당한 침해에 대한 방어를 가능하게 하는 자유권으로서, 개인이 집회에 참가하는 것을 방해하거나 집회에 참가할 것을 강요하는 국가의 행위를 금지하는 기본권이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집회의 자유는 민주주의가 기능하기 위하여 불가결한 근본요소에 속하는 것이므로, 헌법의 객관적 가치로서의 집회의 자유는 ‘집회의 자유행사를 가능하게 해야 할 국가의 의무’를 내포하고, 이로부터 집회를 제3자의 방해(국가공권력에 의한 방해를 포함)로부터 보호해야 할 국가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3) 따라서 국가기관은 집시법을 해석, 적용함에 있어 집회 및 시위의 자유의 헌법적 의미, 기능 및 그 가치를 충분히 고려하여야 하고, 무분별한 법률의 적용 등으로 인하여 국가가 도리어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억압하여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4.  판 단 
가.  이 사건 피고인들의 행위가 시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1) 집시법 제2조 제2호는 “시위”라 함은 다수인이 공동목적을 가지고 도로·광장·공원 등 공중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를 진행하거나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불특정 다수인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2) 위 규정에 의하면 ‘시위’라고 하는 것은 ‘다수인’이 ‘공동목적을 가지고’ ‘공공장소를 행진하거나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불특정 다수인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라는 개념요소들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3) 살피건대, 이 사건 피고인들의 경우 삼성SDI의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로서 고용보장 등을 주장하면서 피고인들 중 1인이 삼성SDI의 정문 또는 남문 앞에서 위 주장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서 있었는바, 실질에 있어 피고인들은 공소사실 기재 일시, 장소에서 고용보장이라고 하는 일정한 목적 달성을 위하여 집시법상 시위에 해당하지 않는 소위 ‘1인 시위’를 하였던 것이고, 이는 집시법에서 신고 대상으로 규정하는 ‘시위’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다.
나아가 피고인들 중 1인이 피켓을 들고 있을 때 다른 피고인들이 피켓을 들고 있는 피고인의 주변으로 모여든 사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다른 피고인들이 자신들의 의사를 대외적으로 전달하기 위하여 별도로 구호를 외친다거나 전단을 배포하는 등 일체의 의사표시를 하였음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1인 시위로서의 본질이 훼손되는 것도 아니라고 할 것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03. 5. 21. 선고 2002나60701 판결 참조).
(4) 또한 집시법상 신고 대상인 시위는 ‘불특정 다수인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이어야 하는바,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들의 1인 시위의 장소가 삼성SDI의 정문과 남문 앞에 국한된 점, 피고인들이 순차적으로 들고 있던 피켓의 내용이 삼성SDI를 상대로 하여 고용보장을 촉구하는 내용인 점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인들이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고자 하는 상대방은 불특정 다수인이 아니라 피고인들의 고용보장을 결정하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삼성SDI의 경영진에 제한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 점에 있어서도 집시법상의 시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나.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또는 공동하여 시위를 주최한 것인지의 여부
(1) 집시법은 제14조에서 주최자의 준수사항을 규정하고, 제16조에서 참가자의 준수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집회 또는 시위의 경우 개념적으로 주최자와 참가자가 구분됨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미신고 집회, 시위 등의 경우 주최자에 한하여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집시법 제19조 제2항).
(2)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들의 행위가 집시법상의 시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과연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또는 공동하여 이 사건 미신고 시위를 주최한 것인가에 관하여 본다.
(3) 소위 공모공동정범에 있어서의 공모는 두 사람 이상이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가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각자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여야 하는 것이나, 그 공모의 판시는 모의의 구체적인 일시, 장소, 내용 등을 상세하게 판시하여야만 할 필요는 없고 의사합치가 성립된 것이 밝혀지면 된다( 대법원 2006. 8. 25. 선고 2006도3631 판결 등).
그러나 집회 또는 시위의 경우 그 개념상 당연히 2인 이상 다수인의 결합을 전제로 하는 것인바, 소위 위와 같은 공모공동정범이론을 그대로 적용하여 미신고 옥외집회나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 모두를 정범 즉, 집회나 시위의 주최자로 보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 무리한 해석이라고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촛불집회의 경우처럼 다수인이 공동의 목적을 추구한다는 내적인 유대관계를 전제로 모여 있다고 하더라도, 주최자가 없이 자발적으로 모이거나 주최자의 주도가 아니라 참가자들 간의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집회의 방법(구호제창, 행진 여부)이나 시기 및 종기, 태양 등을 결정하고 집회의 질서를 유지하는 형태의 집회를 충분히 상정할 수 있고 이러한 경우 모든 참가자를 주최자로 볼 수는 없는 것이다.
(4) 이 사건 경우, 검사는 피고인들이 총 17회의 미신고 시위를 주최하였다고 기소하였으나, 피고인들의 위 각 행위가 시위에 해당한다고 본다면, 이는 각 일시, 장소, 현장참가자 등을 달리하는 경우로서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보아야 할 것인바, 피고인들의 경우 단순히 공동의 목적을 같이한다는 이유만으로 현장에 있지도 아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의사연락의 여부, 가담 및 인식의 정도, 구체적인 행위의 태양 등을 불문하고 주최자로서 다른 피고인들의 시위에 대해 공동의 책임을 질 수는 없다.
(5) 따라서 이 사건 피고인들의 각 행위가 집시법상의 시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검사가 제출한 각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에게 공소사실 기재 총 17회의 시위에 대해 공동으로 주최하였다는 죄책을 물을 수는 없다.
 
다.  소 결
민주국가에서 집회와 시위는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실현하는 하나의 방법일 뿐만 아니라 국가에 대해 특정한 의사표시를 공개적으로 함으로써 참여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유효적절한 수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헌법상 보장된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엄격한 요건하에 그 본질적인 부분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제한이 가능할 뿐이고, 집시법의 확장해석을 통하여 무리하게 이를 제한해서는 아니 된다.
그렇다면 이 사건 피고인들의 각 행위는 집시법상의 시위에 해당하지 않고, 가사 시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이 위 각 시위를 공동하여 주최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5.  결 론
따라서 피고인들의 이 사건 각 행위는 범죄로 되지 않거나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에 의하여 피고인들에 대하여 각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의하여 피고인들에 대한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송승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