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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정보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제3자이의·대여금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3다7173 판결]

【판시사항】

甲이 乙의 종전 어음할인시에도 丙에 대하여 乙을 위한 보증취지의 의사확인을 해 준데다가 다시 乙의 사업자금 조달을 위하여 자신의 인감 등을 넘겨주어 乙이 그 권한을 넘어 丙으로부터 금원을 차용한 경우 민법 제126조 소정의 표현대리의 성립을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甲 스스로 乙에게 친분관계 등에 터잡아 그의 사업수행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보증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자신의 인감 등을 넘겨줌으로써 乙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발생할 거래안전에 미칠 위험성은 상당 정도 甲에게도 책임 있는 사유로 유발되었고, 더구나 甲이 종전에도 약속어음의 할인에 즈음하여 丙의 직접 확인 전화를 받고 乙의 사업자금 조달을 위하여 보증을 한다는 취지에서 배서를 한 사실을 인정까지 해 준 것이라면 丙으로서는 乙이 甲으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어 甲을 대리할 수 있는 적법한 권한을 보유하고 있던 것으로 능히 생각할 수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丙이 乙에게 그와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甲을 대리할 권한이 있었다고 믿었고 또 그와 같이 믿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아
민법 제126조 소정의 표현대리의 성립을 인정한 사례.

【참조조문】

민법 제126조


【전문】

【원고(반소피고),피상고인】

황완규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호남종합 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심병연)

【피고(반소원고),상고인】

강요석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성희)

【원심판결】

전주지법 2002. 12. 26. 선고 2001나5954, 6520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본소에 관한 피고(반소원고) 패소 부분과 반소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전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로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이 인정한 기초사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를 종합하여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만 한다)는 1999. 10. 중순경 평소 친분이 있던 소외 1로부터 그가 사업자금조로 금융기관에서 300만 원을 대출받음에 있어 이를 보증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소외 1에게 원고의 인감도장 및 인감증명서를 교부하여 준 사실, 그런데 소외 1은 당초 의도하였던 대출이 그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성사되지 못하자 1999. 10. 19.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만 한다)로부터 금원을 차용하기로 하고 임의로 원고가 같은 날 피고로부터 3,000만 원을 변제기 2000. 2. 28.로 정하여 차용한다는 내용의 차용증(을 제2호증)을 작성하여 그 채무자란에 원고의 성명 및 주소를 기재하고 그 옆에 소지하고 있던 원고의 인감도장을 날인하는 방법으로 위 차용증을 위조한 후 이를 최강복을 통하여 원고의 인감도장 및 인감증명서와 함께 당시 이러한 사정을 알지 못하는 피고에게 교부해 주면서 아울러 원고 명의의 집행력 있는 공정증서의 작성을 위임한 사실, 이에 따라 피고는 1999. 10. 19. 채권자 겸 채무자인 원고의 대리인으로서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위 차용금의 반환을 지체한 때에는 즉시 강제집행을 받을 것을 인낙하는 취지의 금전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이하 '이 사건 공정증서'라고만 한다)를 작성한 후 위 차용금 3,000만 원 중 약정 선이자 300만 원을 공제한 2,700만 원을 소외 1에게 교부해 주었고, 소외 1과 최강복은 이를 각자의 사업자금으로 나누어 쓴 사실, 그 후 피고는 2000. 3. 8. 이 사건 공정증서에 터잡아 원고의 전라북도에 대한 2000. 3.분부터의 봉급채권 및 명예퇴직수당채권 중 각 제세공과금을 공제한 잔액의 1/2에 대하여 30,275,890원에 이르기까지의 채권(이하 '이 사건 채권'이라고만 한다)에 관하여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받았고 위 명령이 그 무렵 제3채무자인 전라북도에 송달된 사실 등을 인정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이상과 같은 기초사실을 토대로 원심은, 이 사건 공정증서는 무권대리인의 촉탁에 기한 것으로서 무효라 할 것이고 무효인 이 사건 공정증서에 기한 위 전부명령이 확정됨에 따라 피고는 법률상 원인 없이 원고의 전라북도에 대한 이 사건 채권을 취득하였고, 한편 공정증서가 채무명의로서 집행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집행인낙의 의사표시는 공증인에 대한 소송행위로서 이러한 소송행위에는 민법상의 표현대리 규정이 적용 또는 준용될 여지도 없다는 이유로, 피고는 부당이득의 반환으로서 원고에게 이 사건 채권을 양도하고 전라북도에게 그 채권양도의 통지를 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이 사건 본소청구 중 채권의 부당이득을 반환청구 부분을 인용하였다.
이어 원심은, 이 사건 공정증서가 무효라 하더라도 원고는 위 차용증 상의 채무자란에 자필로 서명날인하였거나 소외 1을 통하여 그 차용의사를 표시하였으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위 차용금 3,000만 원 중 잔액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의 피고의 반소청구에서의 주장에 대하여, 소외 1에 의하여 위조된 을 제2호증(차용금증서) 이외에는 원고의 주장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고, 나아가 원고는 소외 1과 절친한 사이로서 소외 1에게 그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음에 있어 원고를 대리하여 원고 명의의 보증계약을 체결할 대리권을 수여한 바 있고 피고로서는 소외 1이 원고를 대리하여 피고와의 사이에서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할 적법한 권한이 있다고 믿었으며 또 그와 같이 믿은 데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으므로 원고는 민법 제126조가 정한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의 법리에 따라 피고에 대하여 위 대여금 3,000만 원 중 잔액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는 피고의 반소청구의 주장에 대하여, 앞서 본 사실관계에 의하면, 원고는 소외 1에게 위 차용증작성 이전에도 소외 1이 금융기관으로부터 300만 원을 대출받음에 있어 원고 명의의 보증계약을 체결할 대리권을 수여한 바 있으므로 소외 1은 원고를 대리할 기본대리권이 있었다 할 것이나, 당시 차용금액이 3,000만 원이라는 다액에 달함에도 소외 1이 당시 소지하고 있던 것은 원고의 인감도장 및 인감증명서뿐이었던 점, 원고와 소외 1은 초등학교 교장과 그 학부모 사이에 불과하여 그 관계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와 같은 다액의 금전거래관계는 이례적으로 보여지는 점, 이와 같이 피고는 소외 1에게 원고를 대리할 권한이 있는지에 관하여 의심스러운 사정이 있었음에도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가 주채무자로서 책임질 것인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점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소외 1이 원고를 대리하여 피고와의 사이에서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있다고 믿은 데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피고의 위 주장도 배척하여, 결국 피고의 이 사건 반소청구를 기각하였다.
 
3.  이 법원의 판단
그러나 피고의 표현대리에 관한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소외 1이 원고의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소지하고 있다가 원고 명의의 차용증을 위조한 후 최강복을 통하여 피고에게 인감도장 등을 일괄하여 전달하였다는 점, 당초 원고가 소외 1에게 위임을 한 기본적인 의도도 소외 1이 타인으로부터 금전을 차용하는 데 대한 보증을 서 주겠다는 취지였으므로 그 금액이 예상치 못한 다액이고 채권자가 다르다는 점 이외에는 소외 1이 원고의 명의로 피고로부터 이 사건 금원을 차용한 것은 당초 위임의 목적과는 크게 다른 별개의 법률행위를 한 것도 아니라는 점은 원심도 인정하고 있는 바이고, 한편 기록에 의하면 원심의 판단과는 달리 원고와 소외 1은 단순히 초등학교 교장과 학부모 사이 정도의 관계를 넘어서서 약 10년 전부터 서로 알게 된 후 의형제를 맺고 평소 호형호제하는 매우 친밀한 사이로서 원고는 이 사건 금전소비대차계약이 체결되기 직전인 1999. 10. 6. 소외 1의 부탁에 따라 그에게 사업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보증의 취지로 액면 2,000만 원의 약속어음에 배서를 하여 주어 그가 피고로부터 그 약속어음을 할인하는 데 도움을 준 일도 있었던 사실, 소외 1은 최강복을 통하여 피고에게 원고가 배서한 위 약속어음의 할인을 부탁하였는데, 피고는 그 배서명의인인 원고의 신용을 확인하기 위하여 원고의 인감증명서와 재직증명서를 제출받은 바 있었고 그 후 피고가 직접 원고에게 전화로 그 배서사실을 문의하자 원고가 이에 응하여 확인을 해 주기까지 하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여기에 기록에 나타난 제반 정황을 종합해 볼 때, 원고 스스로 소외 1과의 친분관계와 그에 대한 신뢰에 터잡아 그의 사업수행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보증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자신의 인감 등을 넘겨 준 이상 소외 1이 타인으로부터의 금전차용과정에서 그 권한을 남용함으로써 발생할 거래안전에 미칠 위험성은 상당정도 원고에게도 책임있는 사유로 유발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더구나 원고가 이 사건 금전소비대차계약 체결 직전에도 약속어음 2,000만 원의 할인에 즈음하여 피고의 직접 확인 전화를 받고 소외 1의 사업자금 조달을 위하여 보증을 한다는 취지에서 배서를 한 사실을 인정까지 해 준 것이라면 피고로서는 소외 1이 원고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어 소외 1이 원고를 대리할 수 있는 적법한 권한을 보유하고 있던 것으로 능히 생각할 수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가 다시 원고의 위임을 받았다고 하는 소외 1과 이 사건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소외 1에게 그 대리권이 있었다고 믿었고 또 그와 같이 믿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따라서 비록 소외 1이 원고로부터 당초 위임받은 대리권의 범위를 넘어 원고 명의로 피고와 이 사건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더라도 본인인 원고로서는 소외 1의 행위에 대하여 책임이 있다 할 것이니,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금전소비대차계약상의 채권을 유효하게 주장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피고의 원고에 대한 대여금채권에 기한 피고의 이 사건 반소청구는 이유 있다 할 것이고, 비록 무효인 공정증서 정본에 기한 전부명령에 따라 피고가 원고의 제3채무자에 대한 이 사건 채권을 전부받고 또한 그 전부금을 추심하거나 배당받았다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피고의 원고에 대한 유효한 대여금채권의 변제에 충당한 것에 다름이 아니라 할 것이므로 피고가 취득한 이익이 법률적 원인을 결한 부당이득은 아니라고 할 것이니 그 부당이득의 반환을 구하는 원고의 본소청구 부분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할 것이다(또한, 원고가 위 배당절차에서 피고의 배당금출급청구권의 행사를 저지하는 아무런 조치도 취한 바가 없었을 뿐더러 실제로도 피고가 자신 앞으로 배당된 금원 전액을 모두 교부받음으로써 전라북도에 대한 전부채권의 일부가 이미 소멸되었다고 보이는 이 사건에 있어서, 아직도 잔존하는 전부채권이 얼마인지를 밝혀 봄도 없이 그 전부채권의 전체에 관하여 채권양도의 방법으로 부당이득의 반환을 명할 수도 없는 것이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와 다른 전제에서 원고의 본소청구 중 채권양도의 방법에 의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인용하고 피고의 반소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 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원심판결 중 본소에 관한 피고 패소 부분과 반소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무제(재판장) 유지담 이규홍(주심) 손지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