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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정보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손해배상(의)

[대법원 2003. 11. 27. 선고 2001다20127 판결]

【판시사항】

[1] 의료행위상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서 의료상의 과실의 존재 및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한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경우 의료과정에서 어떠한 주의의무 위반의 잘못이 없어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소극)
[2] 청신경초종 제거술을 받은 환자가 수술중의 감염으로 인한 뇌막염 치료를 받아 증세가 호전되다가 원인을 알 수 없는 뇌실내출혈 및 이에 병발한 수두증으로 사망한 사실만으로는 의사의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의료행위상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서 피해자측에서 일련의 의료행위 과정에 있어서 저질러진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의 과실 있는 행위를 입증하고 그 결과와 사이에 일련의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 이를테면 환자에게 의료행위 이전에 그러한 결과의 원인이 될 만한 건강상의 결함이 없었다는 사정을 증명한 경우에는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입증책임을 완화할 것이나, 이 경우에도 일련의 의료행위 과정에 있어서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 과실의 존재는 환자측에서 입증하여야 하는 결과 의료과정에서 어떠한 주의의무 위반의 잘못을 인정할 수 없다면 그 청구는 배척될 수밖에 없다.
[2] 청신경초종 제거술을 받은 환자에게 수술중의 감염으로 인한 뇌막염이 발생하였지만 집도의사가 사고 당시 일반적인 의학수준에 비추어 볼 때 수술로 인한 감염을 막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다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는 반면 환자는 위 감염으로 인한 뇌막염과는 무관하게 원인을 알 수 없는 뇌실내출혈 및 이와 병발한 수두증 등의 합병증으로 사망하였다면, 막연하게 망인에게 수술중의 감염으로 뇌막염이 발생하였다는 사실만 가지고 사망이라는 중한 결과에 대하여 집도의사에게 감염방지의무를 게을리 한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본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750조
,

민사소송법 제202조
,

제288조

[2]

민법 제750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5. 2. 10. 선고 93다52402 판결(공1995상, 1281)
,


대법원 1999. 9. 3. 선고 99다10479 판결(공1999하, 2032)
,


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0다37265 판결(공2002하, 2176)


【전문】

【원고,상고인겸피상고인】

김영이 외 2인

【피고,피상고인겸상고인】

학교법인 한양학원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조석현)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1. 2. 8. 선고 2000나30563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원고들의 상고를 각 기각한다.

【이유】

1. 피고들의 상고에 관한 판단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채용 증거를 종합하여, 망 김태형(이하 '망인'이라 한다)이 오른쪽 귀의 이명, 난청 등을 겪던 중 귀에 발생한 양성종양의 일종인 청신경초종의 진단을 받고 제거수술을 받기 위하여 1997. 9. 28. 피고 학교법인 한양학원에서 설립·운영하는 한양대학교 부속병원(이하 '피고 병원'이라 한다)에 입원한 사실, 피고 병원 소속 신경외과 의사인 피고 김광명은 1997. 10. 1. 망인의 두개골을 절개하여 경막과 지주막 사이에 있는 초종을 제거하고 다시 두부를 봉합하는 수술을 실시한 사실, 망인은 위 수술 후 별다른 이상을 보이지 않다가 같은 달 8. 세균성뇌막염 증세를 보여 피고 김광명이 3세대 항생제를 처방한 결과 뇌막염은 호전된 사실, 그런데 망인은 계속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며 심한 두통을 호소하다가 같은 달 26. 의식을 상실하였는데 CT촬영결과 수술 부위의 출혈은 없었지만 측뇌실, 제3, 4뇌실 등 뇌실 전반에 걸친 뇌실내출혈, 뇌실의 심한 팽창, 뇌의 압박 소견과 함께 수두증이 발견된 사실, 망인은 그 무렵부터 자가호흡능력을 상실하였고 피고 김광명은 뇌실배액술 및 기관지절개술 등의 조치를 취하는 한편 망인에게 새로 나타난 뇌실염을 치료하기 위하여 항생제를 투여하였으나, 위 증세들의 합병증으로 혈소판감소증 및 위출혈과 나아가 전신내 출혈이 발생하였고 망인은 1998. 1. 23. 전신출혈로 인한 심폐기능상실로 사망한 사실을 인정하였다.
그리고 원심은 위 인정한 사실에 기초하여, 1997. 10. 8. 진단된 뇌막염은 수술중 세균감염으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바, 뇌막염의 치료 도중 뇌실내출혈과 수두증이 발생하였고 망인이 수술 이전에는 청신경초종 외에 뇌실내출혈을 일으킬만한 소인을 가지지 않았음에도 뇌막염치료를 위하여 장기간 항생제를 사용하고 두통에 시달리며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전반적으로 건강상태가 나빠진 상태에서 뇌실내출혈이 발생하였으므로 뇌막염은 뇌실내출혈의 간접적인 원인이 되었다고 할 것인데, 그렇다면 피고 김광명에게는 수술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뇌막염의 감염을 예방하지 못한 과실이 있으므로 피고들은 각자 망인 및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나.  이 법원의 판단
그러나 피고 김광명의 과실을 긍정한 원심의 판단은 수긍할 수 없다.
의료행위상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서 피해자측에서 일련의 의료행위 과정에 있어서 저질러진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의 과실 있는 행위를 입증하고 그 결과와 사이에 일련의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 이를테면 환자에게 의료행위 이전에 그러한 결과의 원인이 될 만한 건강상의 결함이 없었다는 사정을 증명한 경우에는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당원의 확립된 판례이나( 대법원 1995. 2. 10. 선고 93다52402 판결 참조), 이 경우에도 일련의 의료행위 과정에 있어서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 과실의 존재는 환자측에서 입증하여야 하는 결과 의료과정에서 어떠한 주의의무 위반의 잘못을 인정할 수 없다면 그 청구는 배척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법원 1999. 9. 3. 선고 99다10479 판결, 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0다37265 판결 등 참조).
그러므로 원심이 판단한 바와 같이, 1997. 10. 8. 망인에 대하여 진단된 뇌막염은 수술중 세균감염으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뇌막염의 치료 도중 뇌실내출혈과 수두증이 발생하였으며 망인은 이러한 뇌실내출혈과 수두증으로 인하여 사망에 이르게 되었고, 한편 망인이 수술 이전에는 뇌막염이나 뇌실내출혈 등 건강상 결함을 일으킬만한 소인을 가지지 않았던 점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나아가 원고들로서는 이러한 일련의 의료행위 과정에 있어서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 과실의 존재를 입증할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에서 피고 김광명이 망인에게 나타난 위 뇌막염의 감염방지나 뇌실내출혈 등 망인의 신체·생명에 지장을 초래한 중대한 결과 발생의 방지를 위하여 시술의사로서 취하여야 할 구체적인 조치가 무엇이었는데 이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그러한 주의의무를 위반한 의료상 과실이 있었는지가 특정되어야 할 것이고 이 점은 원고들에게 주장·입증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피고 김광명은 뇌막염을 비롯한 질병의 감염을 방지하기 위하여 입원 당일부터 수술 전까지 망인에게 항생제를 투여하였고 수술중 항생제를 식염수에 섞어 수시로 수술부위를 세척하였으며 수술 후에도 계속 항생제를 투여한 점, 수술 도중 노출되는 수술 부위에 공기 중에 있는 세균의 침입에 의하여 감염이 발생할 수 있으나 그 확률은 피고 병원의 경우 1% 정도에 불과한 점, 한편 피고 김광명이 뇌막염을 진단한 후 3세대 항생제로 바꾸어 처방함으로써 뇌막염의 증세가 호전되고 있었는데 1997. 10. 26. 원인을 알 수 없는 뇌실내출혈이 발생하면서 수두증이 병발하였고 망인은 그 후 혼수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마침내 사망에 이른 점, 망인에게 발생한 뇌실내출혈의 원인은 현재로서는 밝혀지지 않았으며 뇌막염으로 뇌실내출혈이 발생한 사례는 아직까지 보고된 바 없는 점 등과 같은 제반 사정을 기록을 통하여 알 수 있는 이 사건에 있어서, 현대의학에서 수술 도중 노출되는 수술 부위에 공기 중에 있는 세균의 침입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감염을 100%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이 점에 관하여 피고 김광명이 취한 조치 이외에 의사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과연 무엇인지 등에 관하여 원고들의 구체적인 주장·입증도 충분치 못한 바라면, 원심으로서는 피고 김광명이 수술 전후를 통하여 취한 조치가 적정하였는지 여부, 한편 뇌막염 등의 감염방지를 위하여 시술 의사가 취할 추가적인 조치는 어떠한 것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러한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위 피고가 이러한 조치를 다하지 아니한 것이 피고 김광명의 의료상 과실에 해당하는 것인지 등을 더 나아가 심리하여 이를 분명히 한 다음 피고측의 과실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인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망인에게 수술중의 감염으로 뇌막염이 발생하였다는 막연한 판단만에 의하여 피고 김광명에게 감염방지의무를 게을리한 과실이 있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니, 이 점을 지적하는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2.  원고들의 상고에 관한 판단
원고들의 상고이유는, 피고들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음을 전제로 하여 망인이 수술 전 사실상 청력에 제한이 있는 상태에서도 정상인과 똑같이 벌크트레일러 운전기사로 일하면서 수입을 얻고 있었으므로 이 사건 수술 후 청력을 상실하였더라도 종전과 동일한 수입을 얻었을 것으로 보아서 그 액수를 기준으로 일실수입을 산정하여야 하는데 원심은 오른쪽 청력을 상실한 자의 잔존노동능력에 상응한 수입을 기준으로 망인의 일실수입을 산정하였으므로 손해배상액 산정에 있어서 심리미진 등의 위법이 있다는 것이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피고들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이상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위 원고들의 상고이유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
 
3.  결 론
그러므로 피고들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할 필요 없이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여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고, 원고들의 상고는 이유 없어 각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무제(재판장) 이용우 이규홍(주심) 박재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