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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정보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여권발급거부취소

[대법원 2008. 1. 24. 선고 2007두10846 판결]

【판시사항】

[1]
헌법 제14조에 정한 거주·이전의 자유의 의미와 그 구체적 내용

[2] 여권발급의 성격 및 해외여행의 자유의 제한 정도
[3] 여권발급 신청인이 북한 고위직 출신의 탈북 인사로서 신변에 대한 위해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신청인의 미국 방문을 위한 여권발급을 거부한 것은
여권법 제8조 제1항 제5호에 정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거주·이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거주·이전의 자유란 국민이 자기가 원하는 곳에 주소나 거소를 설정하고 그것을 이전할 자유를 말하며 그 자유에는 국내에서의 거주·이전의 자유 이외에 해외여행 및 해외이주의 자유가 포함되고, 해외여행 및 해외이주의 자유는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여행하거나 이주할 수 있는 자유로서 구체적으로 우리나라를 떠날 수 있는 출국의 자유와 외국 체류를 중단하고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올 수 있는 입국의 자유를 포함한다.
[2] 여권의 발급은 헌법이 보장하는 거주·이전의 자유의 내용인 해외여행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수단적 성격을 갖고 있으며, 해외여행의 자유는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권리이자 이동의 자유로운 보장의 확보를 통하여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측면에서 인신의 자유 또는 표현의 자유와 밀접한 관련을 가진 기본권이므로 최대한 그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고, 따라서 그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3] 여권발급 신청인이 북한 고위직 출신의 탈북 인사로서 신변에 대한 위해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신청인의 미국 방문을 위한 여권발급을 거부한 것은
여권법 제8조 제1항 제5호에 정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거주·이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헌법 제14조
[2]
여권법 제8조 제1항 제5호,
헌법 제37조 제2항
[3]
여권법 제8조 제1항 제5호,
헌법 제37조 제2항


【전문】

【원고, 피상고인】

【피고, 상고인】

외교통상부장관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하나 담당변호사 최종우)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7. 5. 3. 선고 2006누20268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헌법 제14조는 “모든 국민은 거주·이전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거주·이전의 자유란 국민이 자기가 원하는 곳에 주소나 거소를 설정하고, 또 그것을 이전할 자유를 말하며, 여기서 말하는 국민은 한국국적을 가진 한국인으로서 탈북한 원고도 당연히 국민에 포함되고, 그 자유에는 국내에서의 거주·이전의 자유 이외에 해외여행 및 해외이주의 자유가 포함되며, 해외여행 및 해외이주의 자유는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여행하거나 이주할 수 있는 자유로서 구체적으로 우리나라를 떠날 수 있는 출국의 자유와 외국 체류를 중단하고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올 수 있는 입국의 자유를 포함한다.
한편, 헌법에 의하여 보장되는 해외여행 및 해외이주의 자유도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하여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위 규정에 따라 여권법 제8조 제1항 제5호도 위 헌법 규정을 보다 구체화하여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현저히 해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자”에 대하여 여권의 발급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권의 발급은 헌법이 보장하는 거주·이전의 자유의 내용인 해외여행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수단적 성격을 갖고 있으며, 국민의 해외여행의 자유는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권리이자 이동의 자유로운 보장의 확보를 통하여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측면에서 인신의 자유 또는 표현의 자유와 밀접한 관련을 가진 기본권이므로 최대한 그 권리가 보장되어야 할 것이고, 따라서 그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최소한에 그쳐야 할 것이다.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원고는 북한의 여광무역연합총회사 총사장 겸 노동당중앙위원회 자료연구실 부실장을 지내다가 1997. 2.경 소외 1 노동당 국제담당비서와 함께 대한민국에 망명한 사실, 원고는 2003. 2. 5. 미국 방위포럼재단(DFF : Defense Forum Foundation)으로부터, 그 무렵 허드슨연구소로부터 각 미국 방문 초청을 받은 사실, 원고는 2004. 6. 4. 위 초청에 근거하여 피고에게 여권발급 신청을 한 사실, 피고의 원고에 대한 신원조회에 대하여 국가정보원은 2006. 1. 13. 피고에게 ‘원고는 전 북한 여광무역 총사장으로 신변위해 가능성을 고려하여 현재 정부(경찰청)의 24시간 특별신변보호를 받고 있는 사람으로, 미 초청자측이나 관계기관에서 신변대책이 강구되지 않은 상황에서 방미가 이루어질 경우 정부(경찰청)는 해외 현지에서 정상적인 신변보호 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방미 기간 중에 원고의 신변위해 가능성이 농후하다. 따라서 원고에 대한 여권발급을 한시적으로 보류하고 초청자나 관계기관의 신변안전대책이 강구된 후 여권을 발급하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로 회신한 사실, 또한 피고의 여권법 제8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협의요청에 대하여 법무부장관은 2004. 10. 8. ‘원고는 북한이탈주민으로서 북한에서의 지위, 탈북 동기나 경위 등에 비추어 해외여행시 북한의 테러를 받을 위험성이 있고, 북한도 최근 원고에 대한 신변위해 의도를 나타낸 바 있어 자칫 그 신변에 이상이 발생하는 경우에 남북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할 여지가 있다고 하면서, 외교통상부에서 원고에 대하여 여권법 제8조 제1항 제5호에 해당된다고 인정한다면 여권발급을 거부함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나, 위 제5호에 해당한다고 보지 아니하면 여권발급과 관련하여 초청자측의 책임 있는 신변안전대책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라는 취지의 의견을 회신한 사실, 한편 2004. 3. 8.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있는 ‘탈북자동지회’ 사무실 출입문 앞에서 식칼에 꽂힌 소외 1의 컬러 인물사진 판넬의 아래 부분에 “ 소외 1, 원고, 소외 2를 죽여 버리겠다”라는 글씨가 적혀 있는 것이 발견되었고, 2004. 8. 24. 서울 종로구 교북동에 있는 사단법인 북한인권시민연합 사무실 출입문 앞에서 ‘반통일 역적 원고에게 보내는 최후 통첩’이라는 제목 아래 원고의 신변에 대해 협박하는 유인물 4장과, 칼 1자루, 살충제 등이 든 병 2개가 발견된 사실, 원고는 북한에서 여광무역연합총회사 총사장 겸 노동당중앙위원회 자료연구실 부실장을 지내다가 탈북한 고위직 인사로서 위에서 본 것처럼 신변위해의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현재까지 이른바 안전가옥에서 신변보호를 받고 있는 사실, 피고는 2006. 1. 16. 신원조회 관계당국이 원고에 대하여 미국 초청자나 관계기관의 신변안전대책이 강구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여권발급을 보류하는 것이 좋겠다는 내용의 신원조사 결과를 피고에게 통보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의 2004. 6. 4.자 여권발급신청서를 반송하는 이 사건 거부처분을 한 사실 등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의 미국 방문에 있어서 미국 초청자나 관계기관의 신변안전대책이 강구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한 여권발급을 거부한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하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이 사건 거부처분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여권법 제8조 제1항 제5호 소정의 여권발급을 거부할 수 있는 사유에 대한 해석을 그르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즉, 원고는 비록 북한에서 고위직으로 지내오다가 탈북한 인사로서 현재 국가기관으로부터 안전가옥에서 24시간 경호를 받고 있으나, 원고가 미국의 권위 있는 기관으로부터 초청장을 받고 스스로 미국으로 출국하기를 원하고 있으므로 그와 같은 원고의 자발적인 해외여행의 자유는 원칙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며, 원고가 비록 탈북하기 전에 북한에서 노동당중앙위원회 등에서 근무를 한 경력이 있는 탈북자로서 대한민국 내에서 신변안전의 위해에 대한 우려가 있는 사정에 처해 있다고 하여, 그러한 신분이나 막연한 우려만으로 대한민국의 일반 국민보다 그의 기본권이 과도하게 제한되어서는 아니되는 점, 여권법 제8조 제1항 제5호 소정의 제한사유는 거주·이전의 자유의 헌법적 가치와 여권발급의 법적 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해석하여 할 것인바, 이러한 해석원칙과 발급기준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주장하는 미국 측의 신변안전보장 문제는 이 사건 여권발급을 제한하는 위 법 소정의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원고가 안전가옥에서 24시간 경호를 받는 등 그 행동에 여러 제약을 받고 있는 처지에 있음을 감안하면, 원고에게 초청자측의 신변안전의 보장까지를 요구하는 것은 원고에게 과중한 부담을 지우는 것으로서 위 법 규정을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되는 점, 또한 피고가 제시한 국내에서의 신변위해 가능성만으로는 원고의 방미 중 신변안전에 문제가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며, 설령 원고 개인에게 그러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정부의 대북정책에 차질을 초래하고 국가의 신뢰도가 하락하거나 미국 측과 외교적인 마찰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보이고, 따라서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원고에 대한 국내에서의 협박 위협은 이미 수년 전의 사건으로서 그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고 남북관계에 많은 변화가 초래된 지금에도 그와 같은 협박이 계속된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원고의 방미 중 그와 같은 신변위해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다른 탈북자 중의 상당수가 미국에 망명 또는 기타의 방법으로 체류하고 있으면서 북측 사정에 관한 발언을 한 바 있으며, 현재까지 미국에서 탈북 인사가 미국 체류 중 또는 북한 관련 발언을 이유로 테러를 당하였다는 자료가 없으며, 그 밖에 미국의 치안 상황, 남북한과 미국의 최근의 국제 관계 등에 비추어, 미국 방문 중 원고가 테러를 당할 개연성이 상당히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고, 달리 이를 추단할 자료도 없다는 점 등이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옳은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나 여권법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지형(재판장) 고현철(주심) 양승태 전수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