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음반·비디오물및게임물에관한법률 제20조 제4항 위헌제청
【판시사항】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의한 비디오물 등급분류보류제도를 규정한 구 ‘음반ㆍ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 제20조 제4항 중 ‘비디오물’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행정기관에 의한 사전 검열에 해당하여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적극)
【결정요지】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ㆍ출판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제21조 제2항은 언론ㆍ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의사표현의 매개체는 어떠한 형태이건 제한 없이 헌법 제21조 제1항이 보장하고 있는 언론ㆍ출판의 자유의 보호대상이 되므로 비디오물도 언론ㆍ출판의 자유에 의해서 보호되는 의사표현의 매개체임은 명백하다. 또한, 헌법 제21조 제2항에서 말하는 검열은 실질적으로 행정권이 주체가 되어 사상이나 의견 등이 발표되기 이전에 예방적 조치로서 그 내용을 심사, 선별하여 발표를 사전에 억제하는, 즉 허가받지 아니한 것의 발표를 금지하는 제도를 뜻하고, 이러한 사전검열은 법률로써도 불가능한 것으로서 절대적으로 금지된다.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의한 등급분류보류는 비디오물 등급분류의 일환으로 유통 전에 비디오물을 제출받아 그 내용을 심사하여 이루어질 뿐 아니라, 영상물등급위원회는 그 위원을 대통령이 위촉하고, 위원회의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국고에서 보조할 수 있으며, 국고 예산 등이 수반되는 사업계획 등은 미리 문화관광부장관과 협의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등급을 분류받지 아니한 비디오물은 유통이 금지되어 등급분류가 보류된 비디오물이나 등급분류를 받지 아니한 비디오물에 대하여 문화관광부장관 등은 관계공무원으로 하여금 이를 수거하여 폐기하게 할 수도 있고 이를 유통 또는 시청에 제공한 자에게는 형벌까지 부과될 수 있으며, 등급분류보류의 횟수제한이 설정되어 있지 않아 무한정 등급분류가 보류될 수 있다. 따라서,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실질적으로 행정기관인 검열기관에 해당하고, 이에 의한 등급분류보류는 비디오물 유통 이전에 그 내용을 심사하여 허가받지 아니한 것의 발표를 금지하는 제도, 즉 검열에 해당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재판관 조대현의 한정위헌의견
비디오물에 수록된 영상의 내용이 헌법 제21조 제2항의 언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비디오물의 내용심사 및 등급분류를 목적으로 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은 헌법 제21조 제2항에 위반된다.
비디오물의 내용이 헌법 제21조 제2항의 언론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에는 헌법 제37조 제2항의 요건을 갖추는 한도에서 등급분류를 보류하는 것도 허용될 수 있을 것이나, 이 경우 등급분류 보류결정을 반복함으로써 비디오물의 유통을 사실상 금지하는 것은 비디오물의 제작ㆍ유통에 관련된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라 할 것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을 헌법 제21조 제2항의 언론에 해당하는 비디오물에 적용하거나 비디오물의 등급분류를 3개월을 초과하여 보류하기 위하여 적용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
【심판대상조문】
구 음반ㆍ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2001. 5. 24. 법률 제6473호로 전부 개정되고 2004. 1. 29. 법률 제713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0조 제4항 중 ‘비디오물’ 부분
【참조조문】
헌법 제22조 제1항, 제37조 제2항
구 음반ㆍ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2001. 5. 24. 법률 제6473호로 전부 개정되고 2004. 1. 29. 법률 제713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 내지 제7조, 제20조 제1항 내지 제3항, 제21조 제1항, 제35조, 제42조 제3항, 제50조 제7호
【참조판례】
헌재 1993. 5. 13. 91헌바17, 판례집 5-1, 275, 284
헌재 1996. 10. 4. 93헌가13등, 판례집 8-2, 212, 222-227
헌재 1996. 10. 31. 94헌가6, 판례집 8-2, 395, 402-403
헌재 1997. 3. 27. 97헌가1, 판례집 9-1, 267, 271
헌재 1998. 2. 27. 96헌바2, 판례집 10-1, 118, 125-126
헌재 1998. 12. 24. 96헌가23, 판례집 10-2, 807
헌재 1999. 9. 16. 99헌가1, 판례집 11-2, 245
헌재 2000. 2. 24. 99헌가17, 판례집 12-1, 107
헌재 2001. 8. 30. 2000헌가9, 판례집 13-2, 134
헌재 2008. 6. 26. 2005헌마506, 공보 141, 911, 920
헌재 2008. 7. 31. 2007헌가4, 공보 142, 1001
【전문】
【당 사 자】
제청법원 서울행정법원(2003아2234)
제청신청인 이○림
대리인 변호사 민한홍
당해사건서울행정법원 2003구합9954 비디오등급분류보류결정취소
【주 문】
구 ‘음반ㆍ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2001. 5. 24. 법률 제6473호로 전부 개정되고, 2004. 1. 29. 법률 제713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0조 제4항 중 ‘비디오물’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당해 사건의 원고인 제청신청인은 ○○프로의 대표로서 ‘○○컬렉션’이라는 제목의 비디오물(이하 ‘이 사건 비디오물’이라고 한다)을 직접 제작ㆍ감독하여 이 사건 비디오물을 유통시키기 위하여 영상물등급위원회에 등급분류 신청을 하였으나,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이 사건 비디오물의 음란성 등을 문제삼아 2002. 10. 9. 구 ‘음반ㆍ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 제20조 제4항에 근거하여 10일의 등급분류 보류결정을 하였고, 제청신청인이 2003. 3. 17. 다시 영상물등급위원회에 등급분류 신청을 하자, 위 위원회는 2003. 3. 20. 마찬가지의 이유로 같은 조항에 근거하여 3개월의 등급분류 보류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2) 이에 제청신청인은 2003. 3. 31. 서울행정법원에 영상물등급위원회를 상대로 하여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2003구합9954)을 제기하는 한편, 그 재판 계속중에 재판의 전제가 된 구 ‘음반ㆍ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 제20조 제4항 중 ‘비디오물’ 부분이 사전검열을 금지하는 헌법 제21조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며 위헌심판제청신청(2003아2234)을 하였고 서울행정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이 사건 위헌제청을 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구 ‘음반ㆍ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2001. 5. 24. 법률 제6473호로 전부 개정되고, 2004. 1. 29. 법률 제713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이하 ‘음비게법’이라 한다) 제20조 제4항 중 ‘비디오물’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이며 그 내용 및 관련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심판대상조항]
구 음반ㆍ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2001. 5. 24. 법률 제6473호로 전부 개정되고 2004. 1. 29. 법률 제713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0조(등급분류) ① 위원회는 등급분류를 함에 있어서 비디오물 또는 게임물의 내용이 제35조 제2항 각 호의 1에 해당된다고 인정하는 경우 또는 게임물의 사행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충분한 내용검토를 위하여 3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등급분류를 보류할 수 있다.
[관련규정]
제20조(등급분류) ① 비디오물 및 게임물을 유통하거나 시청 또는 이용제공의 목적으로 제작 또는 수입하고자 하는 자는 미리 당해 비디오물 또는 게임물의 내용에 관하여 위원회에 등급분류를 신청하여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비디오물 또는 게임물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대가를 받지 아니하고 특정한 장소에서 청소년이 포함되지 아니한 특정인들을 대상으로 하여 시청제공되는 비디오물
2.문화관광부장관 또는 관계부처 장관이 추천하는 영상물 대회, 전시회 등에서 상영되거나 이용제공되는 비디오물 및 게임물
3.공공의 목적으로 제작ㆍ수입되거나 등급분류가 필요하지 아니한 경우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에 해당되는 비디오물 및 게임물
② 비디오물 및 게임물의 등급은 다음 각 호와 같다. 다만, 게임물의 경우에는 제2호의 등급분류기준에 불구하고 신청인의 요청에 의하여 전체이용가ㆍ12세이용가ㆍ15세이용가 및 18세이용가 등급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등급분류의 기준은 제1호의 비디오물의 기준을 준용한다.
1. 비디오물의 등급
가. 전체관람가:누구나 관람할 수 있는 것
나. 12세관람가:12세 미만의 사람은 관람할 수 없는 것
다. 15세관람가:15세 미만의 사람은 관람할 수 없는 것
라. 18세관람가:청소년은 관람할 수 없는 것
2. 게임물의 등급
가. 전체이용가: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것
나. 18세이용가:청소년은 이용할 수 없는 것
③ 위원회는 사행성이 지나친 것으로서 제2항의 규정에 의한 등급을 부여할 수 없다고 인정하는 게임물에 대하여는 이용불가의 결정을 할 수 있다.
④ 생략
⑤ 위원회는 등급분류의 결정을 한 경우에는 해당 등급을 기재한 등급분류필증을 신청인에게 교부하여야 한다.
⑥ 제1항 내지 제5항의 규정에 의한 등급분류, 이용불가, 등급분류보류의 기준 및 절차와 등급분류필증의 교부절차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위원회규정으로 정한다.
제35조(음반수입 등의 추천) ① 외국에서 제작된 음반(음반의 원판을 포함한다. 이하 “외국음반”이라 한다)을 영리의 목적으로 수입하거나 외국음반을 국내에서 제작하고자 하는 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위원회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② 위원회는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외국음반에 대하여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추천을 하여서는 아니된다.
1.그 내용이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거나 국가의 권위를 손상할 우려가 있는 것
2.폭력ㆍ음란 등의 과도한 묘사로 미풍양속을 해치거나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것
3.민족의 문화적 주체성 등을 훼손하여 국익을 해할 우려가 있는 것
③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추천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제2조(정의) 1. 생략
2. “비디오물”이라 함은 연속적인 영상(음의 수반 여부를 가리지 아니한다)이 유형물에 고정되어 재생될 수 있도록 제작된 물체(산업용 실험테이프는 제외한다)로서 테이프형태의 것과 디스크 기타 신소재형태의 것(“새영상물”이라 한다)을 말한다. 다만, 컴퓨터프로그램에 의한 것(영화, 음악 등의 내용물이 수록되어 있지 않은 것에 한한다)과 게임물은 제외한다.
3.∼5. 생략
제21조(위법한 비디오물ㆍ게임물의 판매금지 등) ① 누구든지 제20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등급분류를 받지 아니한 비디오물 또는 게임물이나 등급분류를 받은 비디오물 또는 게임물과 다른 내용의 것을 제작ㆍ유통ㆍ시청 또는 이용에 제공하여서는 아니된다.
②∼⑤ 생략제42조(폐쇄 및 수거) ①∼② 생략
③ 문화관광부장관 또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음반ㆍ비디오물ㆍ게임물을 발견한 때에는 관계공무원으로 하여금 이를 수거하여 폐기하게 할 수 있다.
1. 생략
2.제20조 제4항의 규정에 의한 등급분류가 보류된 비디오물 및 게임물
3.제21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등급분류를 받지 아니하거나 등급분류를 받은 것과 다른 내용의 비디오물 또는 게임물
4.∼6. 생략
④∼⑥ 생략
제50조(벌칙)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6. 생략
7.제42조 제3항 제2호 내지 제6호의 규정에 해당하는 음반ㆍ비디오물ㆍ게임물을 제작ㆍ유통ㆍ시청 또는 이용에 제공하거나 그 목적으로 진열ㆍ보관한 자
제5조(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ㆍ음반ㆍ비디오물ㆍ게임물 및 공연물과 그 광고ㆍ선전물(이하 “영상물 등”이라 한다)의 윤리성 및 공공성을 확보하고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하여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한다)를 둔다.
제6조(직무) 위원회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심의ㆍ의결한다.
1. 영상물 등의 등급분류 및 청소년 유해성 확인에 관한 사항
2.∼5. 생략
제7조(구성) ① 위원회는 위원장 및 부위원장 각 1인을 포함한 15인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② 위원회의 위원은 문화예술ㆍ영상물ㆍ청소년ㆍ법률ㆍ교육 및 언론분야와 비영리민간단체 등에서 종사하고 전문성과 경험이 있는 자중에서 대한민국예술원법에 의한 대한민국예술원회장의 추천에 의하여 대통령이 위촉하는 자가 된다.
③ 위원회의 위원은 성과 연령을 균형있게 고려하여 구성하여야 하며, 위원의 선임기준 등 그 구성ㆍ운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위원회규정으로 정한다.
2. 위헌법률심판제청이유 및 이해관계인의 의견
가. 제청법원의 위헌법률심판제청이유요지
(1) 이 사건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위원은 대통령이 위촉한 자들로 임명하고(제7조 제2항), 운영에 필요한 경비는 국고에서 보조할 수 있으며(제19조 제1항), 국고 예산이 수반되는 사업계획 등은 미리 문화관광부장관과 협의하도록(법 제19조 제2항) 규정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비록 이 사건 위원회가 민간인으로 구성된 자율적인 기관이라고 할지라도 그 구성에 행정권이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등급분류제도와 관련한 일체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서 그와 같은 임무를 수행하는 한도 내에서는 실질상 검열기관인 행정기관의 지위에 있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비디오물은 유통 또는 시청의 제공 전에 반드시 이 사건 위원회로부터 등급분류를 받도록 하고(제20조 제1항), 등급분류를 받지 아니한 비디오물의 유통 등을 금지하며(제21조 제1항), 등급분류를 받지 아니한 비디오물에 대하여 문화관광부장관 등은 관계공무원으로 하여금 이를 폐기하게 할 수도 있고(제42조 제3항), 이를 유통 또는 시청에 제공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제50조 제7호)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비디오물에 대한 등급분류보류제도는 행정기관의 지위에 있는 영상물등급위원회가 비디오물의 유통 등에 앞서 그 내용을 심사하여 등급분류를 하지 않음으로써 유통 등을 금지할 수 있고 등급분류를 받지 아니하고 유통할 경우 등에는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것으로 헌법 제21조 제2항이 금지하고 있는 사전검열제도에 해당한다.
(2) 비디오물은 일단 유통되어 시청에 제공되고 나면 그 자극이나 충격이 매우 강하고, 직접적으로 광범위하게 전달되어 영향력이 매우 클 뿐 아니라 일단 소비자에게 보급되고 난 뒤에는 이를 효율적으로 규제할 방법마저 없기 때문에 유통 내지 시청에 제공하기 전에 심사ㆍ규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특히 음란, 폭력 등의 비디오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등급분류제도 자체를 도입한 것은 타당하다. 그러나 여기에서 더 나아가 등급분류자체를 무제한적으로 보류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쉽사리 수긍할 수 없다. 행정기관의 지위에 있는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사전에 비디오물의 음란성 여부를 판단하고 대중들이 경험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봉쇄한 채 등급분류 자체를 무제한 보류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비디오물의 제작자 등의 언론ㆍ출판의 자유를 심히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특히 법률이 추상적인 보류기준만을 열거한 채 이에 근거하여 영상물등급위원회로 하여금 등급분류의 보류를 무제한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구체적 타당성의 면에서 볼 때에도 현저히 그 합리성을 결여하고 있다.나. 문화관광부장관의 의견요지
(1) 영상물등급위원회는 각 전문분야별 순수 민간인으로 구성된 기관ㆍ단체에서 선정한 사람을 대한민국예술원회장이 추천하여 대통령이 위촉하도록 하고 있는데, 대통령의 위촉행위는 그야말로 요식적인 것일 뿐 위원회의 구성에 행정권이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여지가 없다. 또한 위원장 및 부위원장은 위원들이 호선하고(제8조 제1항) 위원의 임기가 정해져 있으며(제9조) 임기 중 직무상 어떠한 지시나 간섭을 받지 아니하고(제15조) 그의 의사에 반하여 면직되지 아니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영상물등급위원회는 행정권으로부터 형식적ㆍ실질적으로 독립된 민간 자율기관으로 행정기관이 아니다.
(2) 영화와 달리 비디오물은 그 시청에 시ㆍ공간적 제약성이 없기 때문에 누구든지, 언제, 어디서라도 손쉽게 접할 수 있고 영상의 기록과 편집, 재생이 자유롭기 때문에 등급분류보류제도는 필요하다. 또한 비디오물은 소위 ‘제한유통가’ 등급을 설정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등급의 비디오물과 분류하여 유통하거나 판매, 대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여 청소년들의 접근을 차단하기 어렵다. 이와 같이 비디오물은 다른 영상매체와 달리 개개인의 미디어 행위에 대한 선택 가능성이 크고 노출에 제한가능성이 적은 개인매체로서의 속성을 가지고 있어 시장원리에 맡겨둘 경우 살인, 폭력, 성폭행, 선정, 부도덕적인 편견 등 청소년을 쉽게 자극할 수 있는 부정적인 내용의 비디오물이 범람하게 되므로 이를 사전에 적절히 규제할 필요가 있다.
다. 영상물등급위원회위원장의 의견요지
(1) 언론ㆍ출판의 자유라 하더라도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되는 한계가 있다(헌법 제21조 제4항). 비디오물의 매체적 특성을 고려할 때 일반 영화보다 훨씬 더 유통이 신속하고 간단하여 소비자에게 보급이 용이하며 파급 효과가 막대하고 특히나 그 폭력성이나 음란성이 지나칠 경우 성장기 청소년에게 매우 유해하기 때문에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제재를 받을 수밖에 없다. 전세계적으로 비디오물의 유통은 규제를 강하게 받고 있다. 즉 비디오물이 무조건적으로 유통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에 대해 미리 등급을 부여하고, 경우에 따라 사회질서에 반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면 등급분류를 보류한다. 등급분류보류제도는 최소한의 사회적 통제를 위한 완충적인 제도이지 규제나 검열을 위한 장치가 아니다.
(2) 영화의 등급분류보류제도에 관한 영화법 제21조 제4항이 위헌결정된 사실이 있으나 영화는 비디오물과 다르기 때문에 영화와 동일하게 논할 수 없다. 한편, 음반의 경우 헌법재판소는 “음반은 음을 표현수단으로 하는 매체로서 국민의 문화생활과 정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그 파급효과가 광범위한데다가 일단 음반이 소비자에게 보급되고 난 이후에는 이를 효율적으로 규제할 방법이 없으므로 음반을 제작 또는 판매하기 이전에 이를 심사, 규제해야할 필요가 있고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이 퇴폐적인 음반에 접근하는 것을 미리 막아야 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인정하여 청소년에게 부적절한 내용의 음반에 대해서는 청소년에게 판매할 수 없도록 미리 등급을 심사하는 이른바 등급심사제도는 사전검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다(헌재 1996. 10. 31. 94헌가6, 판례집 8-2, 395, 404). 음반이 이러할진대 하물며 시각을 자극하고 청소년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비디오물에 관해서 청소년 보호를 위해 사전에 심사, 규제할 필요성이 강하게 요구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3. 판 단
가. 영상물심의제도의 연혁 및 이 사건 법률조항의 내용
(1) 영상물심의제도의 연혁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정하고 있는 등급분류보류제도가 사전검열에 해당하는 등 위헌적인 것인지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영상물심의제도의 연혁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므로, 먼저 이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영화에 대한 심의제도는 1962. 1. 20. 법률 제995호에 의해 영화법이 제정된 당시부터 도입되었다. 이 당시의 심의주체는 문화공보부장관이었고, 그 운영방식은 영화상영사전허가제를 채택하고 있었다.
그리고 1984. 12. 31. 법률 제3776호에 의해 영화법이 일부 개정되면서, 심의주체는 공연윤리위원회로 되었으며, 운영방식은 사전심의제의 형식이었다.
그런데 1995. 12. 30. 법률 제5129호에 의해 영화법이 폐지되고 새로이 영화진흥법이 제정되면서도, 이러한 사전심의제는 여전히 채택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 재판소는 1996. 10. 4. 영화법 제12조 등에 대한 위헌제청 등의 사건에서 이러한 공연윤리위원회에 의한 영화의 사전심의가 사전검열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하여 위헌선언하였고(헌재 1996. 10. 4. 93헌가13등, 판례집 8-2, 212), 공연윤리위원회에 의한 음반 및 비디오물의 사전심의에 관하여도 위헌선언을 하였다(음반에 관하여는 헌재 1996. 10. 31. 94헌가6, 판례집 8-2, 395;헌재 1997. 3. 27. 97헌가1, 판례집 9-1, 267, 비디오물에 관하여는 헌재 1998. 12. 24. 96헌가23, 판례집 10-2, 807;헌재 2000. 2. 24. 99헌가17, 판례집 12-1, 107 참조).위와 같은 우리 재판소의 위헌결정의 결과 1997. 4. 10. 법률 제5321호에 의한 영화진흥법의 일부 개정으로 상영등급부여제도(사전등급제)가 도입되었는데, 이러한 등급부여를 위한 심의주체는 종전의 공연윤리위원회에서 한국공연예술진흥협의회로 바뀌었으며, 등급구분은 전체관람가, 12세관람가, 15세관람가, 18세관람가로 구분되었다. 그리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등급부여보류제도가 신설되어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등급부여를 보류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1999. 2. 8. 법률 제5929호에 의한 영화진흥법의 전부 개정에서는 심의주체가 다시 영상물등급위원회로 바뀌었으며, 등급구분에 있어서도 ‘15세관람가’등급이 삭제되었고, 등급보류기간도 6개월에서 3개월로 축소변경되었다.
그런데 우리 재판소는 1999. 9. 16. ‘음반 및 비디오물에 관한 법률’ 제17조 제1항 등 위헌제청사건에서 한국공연예술진흥협의회에 의한 비디오물의 사전심의도 사전검열에 해당한다 하여 구 ‘음반 및 비디오물에 관한 법률’(1997. 4. 10. 법률 제5322호로 개정되고, 1999. 2. 8. 법률 제5925호 ‘음반ㆍ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로 폐지되기 이전의 것)상의 조항들에 대해서 위헌선언을 하였다(헌재 1999. 9. 16. 99헌가1, 판례집 11-2, 245).
2000. 1. 21. 법률 제6186호에 의한 영화진흥법의 일부 개정에서는 기존에 삭제되었던 ‘15세관람가’등급이 다시 신설되었다.
한편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영화에 대한 등급분류보류제도에 대하여 위헌심판제청된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영화에 대하여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의한 등급분류보류제도도 검열에 해당한다고 하여 영화진흥법(1999. 2. 8. 법률 제5929호로 전부 개정된 것) 제21조 제4항에 대하여 위헌선언을 하였고(헌재 2001. 8. 30. 2000헌가9, 판례집 13-2, 134), 그 결과 영화진흥법은 등급분류보류를 삭제하고 ‘제한상영가’ 등급을 신설하여 상영과 광고를 제한하는 ‘제한상영관’ 제도를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그 후 영화진흥법이 2006. 4. 폐지되고 ‘영화 및 비디오물 진흥에 관한 법률’(2006. 4. 28. 법률 제7943호로 개정된 것)이 제정되면서 위 영화진흥법상의 ‘제한상영관’ 제도를 흡수하였으나, ‘영화 및 비디오물 진흥에 관한 법률’(2006. 4. 28. 법률 제7943호로 개정된 것) 제29조 제2항 제5호에 대한 위헌심판제청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위 조항이 제한상영가 등급의 영화가 어떠한 법률적 제한을 받는지만 규정할 뿐 어떤 영화가 제한상영가 대상인지를 밝히고 있지 않아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다(헌재 2008. 7. 31. 2007헌가4, 공보 142, 1001).
(2) 이 사건 법률조항의 내용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른바 상영등급분류보류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바, 이는 영상물등급위원회가 비디오물의 유통 이전에 비디오물의 등급을 분류함에 있어 당해 비디오물이 일정한 기준에 해당된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당해 비디오물에 대한 등급분류를 일정 기간 보류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그리고 위와 같은 영상물심의제도의 연혁을 살펴 볼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취지는 비디오물의 유통 이전에 비디오물의 내용을 검토하여 당해 비디오물의 내용이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그 유통을 금지함으로써, 폭력ㆍ음란의 과도한 묘사로부터 청소년 및 공서양속을 보호하고, 기타 국가안전보장이나 질서유지를 위해 대중성ㆍ오락성ㆍ직접성이 그 특징인 비디오물을 규제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해 인정되는 위와 같은 내용의 등급분류보류제도가 헌법 제21조 제2항이 금지하고 있는 사전검열에 해당하는지가 문제이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
(1) 비디오물과 언론ㆍ출판의 자유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정하고 있는 등급분류보류제도가 비디오물에 대한 규제수단으로서 기능한다고 할 때, 비디오물의 법적 성격을 어떻게 파악해야 하는지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ㆍ출판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여 언론ㆍ출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바, 의사표현의 자유는 바로 언론ㆍ출판의 자유에 속한다. 따라서 의사표현의 매개체를 의사표현을 위한 수단이라고 전제할 때, 이러한 의사표현의 매개체는 헌법 제21조 제1항이 보장하고 있는 언론ㆍ출판의 자유의 보호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의사표현ㆍ전파의 자유에 있어서 의사표현 또는 전파의 매개체는 어떠한 형태이건 가능하며 그 제한이 없다고 하는 것이 우리 재판소의 확립된 견해이다. 즉, 담화, 연설, 토론, 연극, 방송, 음악, 영화, 가요 등과 문서, 소설, 시가, 도화, 사진, 조각, 서화 등 모든 형상의 의사표현 또는 의사전파의 매개체를 포함한다고 할 것이다(헌재 1993. 5. 13. 91헌바17, 판례집 5-1, 275, 284). 그러므로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비디오물도 의사형성적 작용을 하는 한 의사의 표현ㆍ전파의 형식의 하나로 인정되며, 결국 언론, 출판의 자유에 의해서 보호되는 의사표현의 매개체라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2) 검열금지원칙 위반 여부
(가) 헌법 제21조 제2항의 검열의 의미 및 요건
헌법 제21조 제2항은 언론ㆍ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검열은 그 명칭이나 형식과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행정권이 주체가 되어 사상이나 의견 등이 발표되기 이전에 예방적 조치로서 그 내용을 심사, 선별하여 발표를 사전에 억제하는, 즉 허가받지 아니한 것의 발표를 금지하는 제도를 뜻하고, 이러한 사전검열은 법률로써도 불가능한 것으로서 절대적으로 금지된다(헌재 1996. 10. 4. 93헌가13등, 판례집 8-2, 212, 222;헌재 1996. 10. 31. 94헌가6, 판례집 8-2, 395, 402;헌재 1997. 3. 27. 97헌가1, 판례집 9-1, 267, 271;헌재 1998. 2. 27. 96헌바2, 판례집 10-1, 118, 125-126). 언론ㆍ출판에 대하여 사전검열이 허용될 경우에는 국민의 예술활동의 독창성과 창의성을 침해하여 정신생활에 미치는 위험이 클 뿐만 아니라 행정기관이 집권자에게 불리한 내용의 표현을 사전에 억제함으로써 이른바 관제의견이나 지배자에게 무해한 여론만이 허용되는 결과를 초래할 염려가 있기 때문에 헌법이 절대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검열금지의 원칙은 모든 형태의 사전적인 규제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고, 의사표현의 발표 여부가 오로지 행정권의 허가에 달려있는 사전심사만을 금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검열은 일반적으로 허가를 받기 위한 표현물의 제출의무, 행정권이 주체가 된 사전심사절차, 허가를 받지 아니한 의사표현의 금지 및 심사절차를 관철할 수 있는 강제수단 등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이에 해당하는 것이다(헌재 1996. 10. 4. 93헌가13등, 판례집 8-2, 212, 223;헌재 1996. 10. 31. 94헌가6, 판례집 8-2, 395, 402-403).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성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정하고 있는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의한 등급분류보류제도가 과연 허가를 받기 위한 표현물의 제출의무, 행정권이 주체가 된 사전심사절차, 허가를 받지 아니한 의사표현의 금지 및 심사절차를 관철할 수 있는 강제수단 등의 요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검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살핀다.
1) 허가를 받기 위한 표현물의 제출의무
음비게법 제20조 제1항은 비디오물을 유통하거나 시청 또는 이용제공의 목적으로 제작 또는 수입(이하 ‘유통’이라고 약칭한다)하기 전에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재판소가 영화상영등급분류제에 대하여 영화의 상영으로 인한 실정법위반의 가능성을 사전에 막고, 청소년 등에 대한 상영이 부적절할 경우 이를 유통단계에서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미리 등급을 심사하는 것은 사전검열이 아니라고 하여 사전등급제 그 자체는 사전검열에 해당되지 아니한다고 한 바 있고 비디오물의 등급분류제에 대하여도 같은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지만, 비디오물에 대한 등급분류제가 관철되기 위해서는 비디오물이라는 표현물이 등급분류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에 유통 이전에 제출되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해 인정되는 등급분류보류결정은 등급분류의 일환으로서 행해지기 때문에, 등급분류보류제도는 ‘허가를 받기 위한 표현물의 제출의무’라는 요건을 충족시킨다.
2) 행정권이 주체가 된 사전심사절차
헌법상의 검열금지의 원칙은 검열이 행정권에 의하여 행하여지는 경우에 한하므로 비디오물의 심의 및 등급분류기관인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이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영상물등급위원회가 행정기관인가의 여부는 기관의 형식에 의하기보다는 그 실질에 따라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검열을 행정기관이 아닌 독립적인 위원회에서 행한다고 하더라도 행정권이 주체가 되어 검열절차를 형성하고 검열기관의 구성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라면 실질적으로 보아 검열기관은 행정기관이라고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그렇게 해석하지 아니한다면 검열기관의 구성은 입법기술의 문제이므로 정부에게 행정관청이 아닌 독립된 위원회의 구성을 통하여 사실상 검열을 하면서도 헌법상 검열금지원칙을 위반하였다는 비난을 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때문이다(헌재 1996. 10. 4. 93헌가13등, 판례집 8-2, 212, 226).
그런데 비디오물에 대한 심의 및 상영등급분류업무를 담당하고 등급분류보류결정권한을 갖고 있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경우에도, 비록 이전의 공연윤리위원회나 한국공연예술진흥협의회와는 달리 문화관광부장관에 대한 보고 내지 통보의무는 없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위원을 대통령이 위촉하고(제7조 제2항), 위원회의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국고에서 보조할 수 있으며(제19조 제1항), 국고 예산 등이 수반되는 사업계획 등은 미리 문화관광부장관과 협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제19조 제2항) 등에 비추어 볼 때, 행정권이 심의기관의 구성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행정권이 주체가 되어 검열절차를 형성하고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영상물등급위원회가 비록 그의 심의 및 등급분류활동에 있어서 독립성이 보장된 기관이라 할지라도(제15조), 그것이 검열기관인가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결정적인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심의기관의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은 단지 심의절차와 그 결과의 공정성 및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모든 형태의 심의절차에 요구되는 당연한 전제일 뿐이기 때문이다(헌재 1996. 10. 4. 93헌가13등, 판례집 8-2, 212, 227). 국가에 의하여 검열절차가 입법의 형태로 계획되고 의도된 이상, 비록 검열기관을 민간인들로 구성하고 그 지위의 독립성을 보장한다고 해서 음비게법이 정한 등급분류보류제도의 법적 성격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의한 등급분류보류제도는 ‘행정권이 주체가 된 사전심사절차’라는 요건도 충족시킨다.
3) 허가를 받지 아니한 의사표현의 금지 및 심사절차를 관철할 수 있는 강제수단
음비게법에 의하면, 비디오물은 유통 또는 시청의 제공 전에 반드시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등급분류를 받아야 하고(제20조 제1항), 등급분류를 받지 아니한 비디오물의 유통 등이 금지되며(제21조 제1항), 등급분류가 보류된 비디오물이나 등급분류를 받지 아니한 비디오물에 대하여 문화관광부장관 등은 관계공무원으로 하여금 이를 수거하여 폐기하게 할 수도 있고(제42조 제3항 제2호, 제3호), 이를 유통 또는 시청에 제공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제50조 제7호)하고 있다.
이상과 같은 음비게법상의 내용을 살펴볼 때, 등급분류보류는 비디오물에 대한 심의 및 등급분류를 그 논리적 전제로 하고 있는바, 그와 같은 심의 및 등급분류는 의사표현 전에 이루어진다. 즉 어떤 비디오물이 유통 이전 단계에서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의해 당해 비디오물의 심의 및 등급분류가 이루어지고, 이러한 과정에서 당해 비디오물의 내용이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등급분류가 보류된다.
그런데 등급분류보류의 횟수제한이 설정되어 있지 않아 등급분류보류기간의 상한선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가 발생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면 3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등급분류를 보류할 수 있게 되어 있지만, 3개월 이내의 일정한 등급분류보류기간이 만료된 뒤에도 등급분류보류의 원인이 치유되지 않는 한, 즉 비디오물제작자가 자진해서 문제되는 내용을 삭제 내지 수정하지 않는 한 무한정 등급분류가 보류될 수 있다. 이는 비록 형식적으로는 ‘등급분류보류’에 의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허가를 받지 않는 한 무한정 비디오물을 통한 의사표현이 금지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우리 재판소가 사전등급제 자체는 사전검열이 아니라고 판단하였고 또한 위와 같은 강제수단들이 이러한 사전등급제를 관철하기 위한 불가피한 것들이라고 할지라도, 등급분류보류결정은 등급분류의 일환으로 행해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등급분류보류가 결정된 비디오물에 대해서도 이러한 강제수단들이 적용된다.
따라서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의한 등급분류보류제도는 ‘허가를 받지 아니한 의사표현의 금지’ 및 ‘심사절차를 관철할 수 있는 강제수단’이라는 요건도 충족시킨다.
4. 결 론
위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정하고 있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분류보류제도는 우리 헌법이 절대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사전검열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 대하여는 관여 재판관 중 재판관 조대현을 제외한 재판관 8인의 의견이 일치되었고, 재판관 조대현은 아래 5.와 같이 한정위헌 의견을 표시하였다.
5. 재판관 조대현의 한정위헌의견
가. 비디오물의 내용이 언론에 해당하는 경우
비디오물은 연속적인 영상이 테이프나 디스크 등에 수록된 것으로서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한 것과 게임물이 아닌 것을 말한다. 비디오물은 그 내용에 따라 예술의 자유의 보호대상일 경우도 있고, 언론의 자유의 보호대상일 경우도 있다(헌재 2008. 6. 26. 2005헌마506 결정 중 재판관 조대현의 반대의견 참조).
비디오물에 수록된 영상의 내용이 민주사회의 다양한 의사를 말이나 글로 표현하여 토론 및 여론 형성에 기여하기 위하여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공표하거나 전파하는 것이어서 헌법 제21조 제2항의 언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비디오물의 등급을 전체 관람가, 12세 이상 관람가, 15세 이상 관람가, 18세 이상 관람가 등 4개 등급으로 분류하기 위하여 내용을 심사하는 것은 헌법 제21조 제2항에 의하여 절대적으로 금지되므로, 비디오물의 내용심사 및 등급분류를 목적으로 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도 적용할 수 없다. 이 사건 법률조항을 언론에 해당하는 비디오물에도 적용하는 것은 헌법 제21조 제2항에 위반된다.나. 비디오물의 내용이 언론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
비디오물의 내용이 헌법 제21조 제2항의 언론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에는, 헌법 제21조 제2항이 적용되지 아니하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의 요건을 갖추는 한도에서, 내용심사 및 등급분류가 허용될 수 있고, 내용심사를 위하여 필요한 기간 동안 등급분류를 보류하는 것도 허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인 음비게법 제20조 제4항은 “위원회는 비디오물의 등급분류를 함에 있어서 비디오물의 내용이 제35조 제2항 각 호의 1에 해당된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충분한 내용 검토를 위하여 3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등급분류를 보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비디오물의 내용을 심사하여 전체 관람가, 12세 이상 관람가, 15세 이상 관람가, 18세 이상 관람가 등 4개 등급으로 분류한다. 비디오물에 대한 등급분류는 그 제작자 등의 신청에 의하여 이루어지는데, 음비게법은 등급분류의 처리기간을 규정하지 않으면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특별한 심사가 필요한 경우에는 등급분류를 3개월 이내의 기간 동안 보류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음비게법은 비디오물에 대한 등급분류 신청이 있는 경우에 이 사건 법률조항에 해당하는 사유가 없으면 지체 없이 등급분류를 마쳐야 함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비디오물의 등급분류를 보류할 수 있는 경우는, 우선 비디오물의 내용이 음비게법 제35조 제2항 각 호(1. 그 내용이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거나 국가의 권위를 손상할 우려가 있는 것, 2. 폭력ㆍ음란 등의 과도한 묘사로 미풍양속을 해치거나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것, 3. 민족의 문화적 주체성 등을 훼손하여 국익을 해할 우려가 있는 것)의 1에 해당된다고 인정되는 경우라야 하고, 그에 대한 등급분류를 위하여 충분한 내용 검토가 필요한 경우라야 한다. 그러한 요건을 갖추어 등급분류를 보류할 수 있는 경우에도 보류기간은 3개월 이내로 제한된다.
비디오물에 대한 등급분류보류제도는 비디오물의 등급분류를 위하여 충분한 내용 검토가 필요한 경우에 3개월 이내의 심사기간 동안 등급분류를 보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이지, 비디오물에 대한 등급분류 자체를 무한정 보류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 아니고, 비디오물의 내용을 삭제ㆍ수정하는 유예기간을 주려는 제도도 아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등급분류 보류기간을 3개월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3개월이 넘도록 등급분류를 마치지 아니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하고, 보류결정을 반복하는 경우에도 보류기간의 합계가 3개월을 초과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3개월이 넘도록 등급분류를 보류하는 경우에는, 3개월 초과 부분에 대하여는 등급분류를 보류할 법률상 근거가 없다.
그리고 다수의견과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이 등급분류 보류결정을 할 때마다 보류기간을 3개월 이내로 정할 것을 요구할 뿐이고 등급분류 보류결정을 반복하는 것은 금지하지 아니한다고 해석하면, 비디오물에 대한 등급분류를 한없이 거부할 수 있게 되고, 등급분류 보류결정을 반복함으로써 비디오물의 유통을 사실상 금지하는 것을 허용하는 결과로 된다. 이는 비디오물의 제작ㆍ유통에 관련된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비디오물의 내용이 헌법 제21조 제2항의 언론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등급분류 보류결정을 반복하는 등의 방법으로 3개월을 초과하여 등급분류를 보류하는 것은 법률이 허용하는 보류기간을 초과하여 비디오물에 대한 등급분류를 거부하여 비디오물의 유통을 사실상 금지하는 것으로서 헌법 제37조 제2항이 요구하는 기본권제한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비디오물의 내용이 헌법 제21조 제2항의 언론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에 비디오물에 대한 등급분류가 3개월 이내의 한도에서 보류되는 경우에는 위헌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 전체가 위헌이 아니라 동일한 비디오물에 대한 등급분류를 보류하는 총기간이 3개월을 초과하도록 적용하는 경우에만 헌법에 위반된다는 점을 밝혀줄 필요가 있다.
다. 결 론
이 사건 법률조항을 헌법 제21조 제2항의 언론에 해당하는 비디오물에 적용하거나 비디오물의 등급분류를 3개월을 초과하여 보류하기 위하여 적용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