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 제809조 제1항 등 위헌소원
【판시사항】
1. 8촌 이내의 혈족 사이에서는 혼인할 수 없도록 하는 민법 제809조 제1항(이하 ‘이 사건 금혼조항’이라 한다)이 혼인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2. 이 사건 금혼조항을 위반한 혼인을 무효로 하는 민법 제815조 제2호(이하 ‘이 사건 무효조항’이라 한다)가 혼인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적극)3. 이 사건 무효조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면서 계속 적용을 명한 사례
【결정요지】
1. 이 사건 금혼조항은 근친혼으로 인하여 가까운 혈족 사이의 상호관계 및 역할, 지위와 관련하여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방지하고 가족제도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서 정당한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에 해당한다. 이 사건 금혼조항은, 촌수를 불문하고 부계혈족 간의 혼인을 금지한 구 민법상 동성동본금혼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의 취지를 존중하는 한편,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는 친족의 범위 및 양성평등에 기초한 가족관계 형성에 관한 인식과 합의에 기초하여 혼인이 금지되는 근친의 범위를 한정한 것이므로 그 합리성이 인정되며, 입법목적 달성에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제한을 가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으므로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나아가 이 사건 금혼조항으로 인하여 법률상의 배우자 선택이 제한되는 범위는 친족관계 내에서도 8촌 이내의 혈족으로, 넓다고 보기 어렵다. 그에 비하여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혼인을 금지함으로써 가족질서를 보호하고 유지한다는 공익은 매우 중요하므로 이 사건 금혼조항은 법익균형성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 금혼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혼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2. 가.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이영진, 재판관 이미선의 헌법불합치의견이 사건 무효조항은 이 사건 금혼조항의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서 정당한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에 해당한다. 다만, 이미 근친혼이 이루어져 당사자 사이에 부부간의 권리와 의무의 이행이 이루어지고 있고, 자녀를 출산하거나 가족 내 신뢰와 협력에 대한 기대가 발생하였다고 볼 사정이 있는 때에 일률적으로 그 효력을 소급하여 상실시킨다면, 이는 가족제도의 기능 유지라는 본래의 입법목적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이 사건 무효조항의 입법목적은 근친혼이 가까운 혈족 사이의 신분관계 등에 현저한 혼란을 초래하고 가족제도의 기능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경우에 한정하여 무효로 하더라도 충분히 달성 가능하고, 위와 같은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명백하지 않다면 혼인의 취소를 통해 장래를 향하여 혼인을 해소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가족의 기능을 보호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이 사건 무효조항은 입법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는 과도한 제한으로서 침해의 최소성을 충족하지 못한다. 나아가 이 사건 무효조항을 통하여 달성되는 공익은 결코 적지 아니하나, 이 사건 무효조항으로 인하여 제한되는 사익 역시 중대함을 고려하면, 이 사건 무효조항은 법익균형성을 충족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 무효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혼인의 자유를 침해한다. 나.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의 헌법불합치의견이 사건 금혼조항에 대한 반대의견에서 밝히는 바와 같이 이 사건 금혼조항은 그 금지의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여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무효조항도 무효로 하는 근친혼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여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이 사건 금혼조항의 개선입법으로 금지되는 근친혼의 범위가 합헌적으로 축소되는 경우에 그와 같이 축소된 금혼 범위 내에서 이 사건 무효조항은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이 사건 무효조항의 입법목적은 가령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사이의 혼인과 같이 근친혼이 가족제도의 기능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경우에 한정하여 그 혼인을 무효로 하고 그 밖의 근친혼에 대하여는 혼인의 취소를 통해 장래를 향하여 혼인이 해소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기왕에 형성된 당사자나 그 자녀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더라도 충분히 달성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사건 무효조항은 이 사건 금혼조항을 위반한 경우를 전부 무효로 하고 있어서 침해최소성과 법익균형성에 반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 무효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혼인의 자유를 침해한다. 3. 이 사건 무효조항에 대하여 2024.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한다. 다만 당해 사건에서는 이 사건 무효조항이 개정될 때를 기다려 개정된 신법을 적용하여야 할 것이다.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의 이 사건 금혼조항에 대한 반대의견이 사건 금혼조항이 정한 근친혼 금지는 인류 보편적으로 형성된 근친상간 금기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가족질서를 유지하고 가족제도의 기능을 보호하는 데에 그 입법목적이 있다. 그런데 이 사건 금혼조항은 근친상간 금기의 범위를 훨씬 넘어 8촌 이내 혈족을 모두 금혼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8촌 이내의 혈족을 ‘근친’으로 여기는 관념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지역이나 세대를 불문하고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통념이라고 보기 어렵고, 친족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별도의 신분공시제도가 마련되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상대적으로 촌수가 먼 친족의 경우에는 혈족관계의 존재나 그 촌수를 알기 어렵게 되었다.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프랑스, 영국, 일본, 중국 등 다수의 국가들이 이 사건 금혼조항에 비해 상대적으로 금혼의 범위를 좁게 규정하고 있고, 혼인의 자유는 보편적 인권으로서 존중되고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이 오늘날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관념이라 할 것이므로, 입법자는 국제규범과의 정합성을 고려하여 혼인제도를 형성하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 사건 금혼조항은 만연히 민법상의 친족 범위에 맞추어 금혼의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유전학적 연구결과에 의하더라도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혼인이 일률적으로 그 자녀나 후손에게 유전적으로 유해한지에 대한 과학적인 증명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유전학적 관점은 혼인의 상대방을 선택할 자유를 제한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금혼조항은 입법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는 과도한 제한으로서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혼인의 자유를 침해한다. 다만 이 사건 금혼조항의 위헌성은 근친혼 금지의 광범성에 있으므로, 입법자가 금지되는 혼인의 범위를 합헌적으로 개선할 방법을 충분히 검토하여 새로이 혼인제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헌법불합치결정을 함이 상당하다.
【심판대상조문】
민법(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된 것) 제809조 제1항, 제815조 제2호
【참조조문】
헌법 제36조 제1항, 제37조 제2항
민법(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된 것) 제777조 제1호
민법(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된 것) 제809조 제2항, 제815조 제3호, 제4호, 제816조 제1호, 제820조, 제824조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2007. 5. 17. 법률 제8435호로 제정된 것) 제71조 제4호
민법(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된 것) 제809조 제1항, 제815조 제2호
【참조판례】
95헌가6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 오○○
대리인 변호사 장샛별 외 1인
당해사건 대구가정법원 2017르5150 혼인의 무효
【주 문】
1. 민법(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된 것) 제809조 제1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2. 민법(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된 것) 제815조 제2호는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위 법률조항은 2024. 12. 31.을 시한으로 개정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과 함○○은 2016. 5. 4. ○○시장에게 혼인신고를 하였다.
나. 함○○은 2016. 8. 1. 청구인과 6촌 사이임을 이유로 혼인무효의 소를 제기하였고, 대구가정법원 상주지원은 위 혼인신고가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혼인신고이므로 민법 제809조 제1항, 제815조 제2호에 따라 무효임을 확인하였다(2016드단646).
다. 이에 청구인은 대구가정법원에 항소하였고(2017르5150), 위 항소심 계속 중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혼인을 금지하고 이를 혼인의 무효사유로 규정한 민법 제809조 제1항 및 제815조 제2호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하였으나(대구가정법원 2017즈기1432), 2018. 1. 25. 청구인의 위 항소 및 신청이 모두 기각되자, 2018. 2. 19.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민법(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된 것) 제809조 제1항(이하 ‘이 사건 금혼조항’이라 한다)과 제815조 제2호(이하 ‘이 사건 무효조항’이라 하고, 이 사건 금혼조항과 합쳐 이를 때는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민법(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된 것)
제809조(근친혼 등의 금지) ① 8촌 이내의 혈족(친양자의 입양 전의 혈족을 포함한다)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
제815조(혼인의 무효) 혼인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경우에는 무효로 한다.
2. 혼인이 제809조 제1항의 규정을 위반한 때
[관련조항]
구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되고, 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77조(친족의 범위) 친족관계로 인한 법률상 효력은 본법 또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자에 미친다.
1. 8촌 이내의 부계혈족
2. 4촌 이내의 모계혈족
민법(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된 것)
제777조(친족의 범위) 친족관계로 인한 법률상 효력은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자에 미친다.
1. 8촌 이내의 혈족
구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되고, 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09조(동성혼 등의 금지) ① 동성동본인 혈족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
② 남계혈족의 배우자, 부의 혈족 및 기타 8촌 이내의 인척이거나 이러한 인척이었던 자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
제815조(혼인의 무효) 혼인은 다음 각 호의 경우에는 무효로 한다.
2. 당사자 간에 직계혈족, 8촌 이내의 방계혈족 및 그 배우자인 친족관계가 있거나 또는 있었던 때
3. 당사자 간에 직계인척, 부의 8촌 이내의 혈족인 인척관계가 있거나 또는 있었던 때
민법(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된 것)
제809조(근친혼 등의 금지) ② 6촌 이내의 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6촌 이내의 혈족, 배우자의 4촌 이내의 혈족의 배우자인 인척이거나 이러한 인척이었던 자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
제815조(혼인의 무효) 혼인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경우에는 무효로 한다.
3. 당사자 간에 직계인척관계(直系姻戚關係)가 있거나 있었던 때
4. 당사자 간에 양부모계의 직계혈족관계가 있었던 때
제816조(혼인취소의 사유) 혼인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경우에는 법원에 그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
1. 혼인이 제807조 내지 제809조(제815조의 규정에 의하여 혼인의 무효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한다. 이하 제817조 및 제820조에
서 같다) 또는 제810조의 규정에 위반한 때
제820조(근친혼 등의 취소청구권의 소멸) 제809조의 규정에 위반한 혼인은 그 당사자 간에 혼인 중 포태(胞胎)한 때에는 그 취소를 청구하지 못한다.
제824조(혼인취소의 효력) 혼인의 취소의 효력은 기왕에 소급하지 아니한다.
제824조의2(혼인의 취소와 자의 양육 등) 제837조 및 제837조의2의 규정은 혼인의 취소의 경우에 자의 양육책임과 면접교섭권에 관하여 이를 준용한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2007. 5. 17. 법률 제8435호로 제정된 것)
제71조(혼인신고의 기재사항 등) 혼인의 신고서에는 다음 사항을 기재하여야 한다. 다만, 제3호의 경우에는 혼인당사자의 협의서를 첨부하여야 한다.
4."민법"제809조 제1항에 따른 근친혼에 해당되지 아니한다는 사실
3. 청구인의 주장 요지
가. 이 사건 금혼조항은 가족질서 및 사회질서의 유지, 유전질환의 예방을 입법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오늘날 산업화, 도시화, 핵가족화로 인하여 우리나라의 유교적 가족문화는 약화되거나 해체되었으므로, 8촌 이내 혈족을 근친으로 여기는 관념은 그 보편타당성을 상실하였다. 또한 유전학적인 이유는 인과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증명이나 소명 없이 막연한 우려에 근거한 것이어서, 이 사건 금혼조항의 정당한 입법목적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이 사건 금혼조항은 동성동본금혼조항의 폐지로 인한 입법공백을 보완하기 위하여, 근친혼 금지의 범위에 대한 진지한 논의 없이 민법 제777조 제1호가 정한 친족의 범위에 해당하는 모든 혈족 사이의 혼인을 일률적으로 금지한 것으로, 외국의 입법례에 비하여 근친혼 금지의 범위를 이례적으로 넓게 설정하고 있어서, 국제결혼이 증가한 오늘날 가족질서 및 혼인질서에 충돌과 혼란을 가중시킨다.
결국 이 사건 금혼조항은 가족질서나 사회질서에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없거나 유전질환의 위험이 없는 범위에 대해서까지 합리적인 이유 없이 혼인을 금지하고 있으므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
나. 이 사건 무효조항은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혼인을 일률적으로 무효로 정함으로써, 당사자가 진정한 의사로 혼인신고를 한 경우에도 일방당사자 또는
제3자의 주장에 의하여 언제든지 혼인신고를 정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서 이른바 축출이혼의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또한 8촌 이내의 혈족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공시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아니함에도 이 사건 무효조항이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혼인을 당연무효사유로 정한 것은, 혼인당사자에게 불측의 손해를 야기함은 물론 그 자녀의 복리를 현저히 저해하므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
4. 판단
가. 심판대상조항의 내용 및 입법연혁
(1) 혼인의 성립과 무효
민법상 혼인은 법률행위로서 일종의 계약이며, 법이 정한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때에 성립한다. 혼인연령(민법 제807조)에 달한 혼인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친족관계 등 금혼사유가 없고(민법 제809조), 중혼(重婚)에 해당하지 않으며(민법 제810조), 혼인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합의가 있는 때(민법 제815조 제1호)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혼인신고를 함으로써 혼인은 그 효력이 생긴다(민법 제812조).
혼인이 일단 성립하면 그를 기초로 여러 법률관계가 파생되므로, 법적 안정성의 보장을 위해 민법은 혼인의 성립에 하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법이 규정하는 경우에만 그 효력을 다툴 수 있도록 하고, 혼인의 당연무효는 예외적으로 인정한다.
민법 제815조는 혼인의 무효사유로, 당사자 사이의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 8촌 이내의 혈족 사이의 혼인인 때, 당사자 간에 직계인척관계가 있거나 있었던 때, 당사자 간에 양부모계의 직계혈족관계가 있었던 때를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혼인의 무효사유가 있으면, 그 혼인은 처음부터 무효이고, 법원의 혼인무효 판결이 있을 때 비로소 무효가 되는 것이 아니다. 혼인무효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 혼인당사자는 물론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혼인으로서의 효력이 발생하지 아니하므로, 무효혼에 의한 상속 등 권리변동은 무효이고 무효혼에서 출생한 자녀는 혼인 외의 자녀가 된다. 다만 이러한 자녀에 대하여 친생자출생의 신고를 한 때에 그 신고는 인지의 효력이 있다(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57조).
혼인무효의 소는 확인의 소이고, 당사자, 법정대리인 또는 4촌 이내의 친족은 언제든지 혼인무효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가사소송법 제23조).
심판대상조항은 8촌 이내의 혈족 사이에서 혼인의 성립을 제한하고(이 사건
금혼조항), 이에 위반한 혼인은 처음부터 무효로 하는 규정(이 사건 무효조항)이다.
(2) 심판대상조항의 연혁
(가) 양성평등에 기초한 친족 범위의 조정
구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되고, 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68조는 자기의 직계존속과 직계비속을 직계혈족이라 하고 자기의 형제자매와 형제의 직계비속, 직계존속의 형제자매 및 그 형제의 직계비속을 방계혈족이라고 규정하고, 제777조는 8촌 이내의 부계(父系)혈족, 4촌 이내의 모계(母系)혈족, 부(夫)의 8촌 이내의 부계혈족, 부(夫)의 4촌 이내의 모계혈족, 처(妻)의 부모, 배우자를 친족으로 규정하여, 형제ㆍ자매의 직계비속 사이, 부계(父系)와 모계(母系) 사이 및 부(夫)와 처(妻) 사이에 혈족, 친족 범위에 관한 현저한 차별을 두었다.
이러한 차별은 인간의 존엄과 양성평등의 원칙에 배치된다는 이유로, 위 구 민법 조항은 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되었다. 개정된 민법 제768조는 ‘자기의 직계존속과 직계비속을 직계혈족’으로, ‘자기의 형제자매와 형제자매의 직계비속, 직계존속의 형제자매 및 그 형제자매의 직계비속을 방계혈족’으로 규정하고, 제777조는 부계와 모계, 부(夫)와 처를 구분하지 아니하고 8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 배우자를 친족으로 보고 있으며, 이는 종전보다 친족인 혈족의 범위를 넓히는 결과를 가져왔다.
(나) 동성동본 혼인금지를 규정한 구 민법 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과 금혼 범위의 조정
구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되고, 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09조 제1항은 "동성동본인 혈족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라고 하여, 촌수를 불문하고 부계혈족 간의 혼인을 금지하였다. 위 조항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1997. 7. 16. 95헌가6등 사건에서, ‘자유와 평등을 근본이념으로 하고 남녀평등의 관념이 정착된 현대의 자유민주주의사회에서 동성동본금혼을 규정한 민법 제809조 제1항은 이제 사회적 타당성 내지 합리성을 상실하고 있음과 아울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규정한 헌법이념 및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의 성립ㆍ유지라는 헌법규정에 정면으로 배치될 뿐 아니라, 남계혈족에만 한정하여 성별에 의한 차별을 함으로써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에도 위반되며,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지 않다는 점에서 헌법 제37조 제2항에도 위반된다.’는 이유로 헌
법불합치 결정을 하였고, 위 결정의 주문에 따라 구 민법 제809조 제1항은 1999. 1. 1.부터 효력이 상실되었다.
이 사건 금혼조항을 포함한 민법 제809조는 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된 것으로, 뒤늦게나마 헌법재판소의 위 헌법불합치 결정의 취지를 반영하여 ‘남녀평등과 혼인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동성동본금혼제도를 폐지하고 근친혼금지제도로 전환하되, 근친혼 제한의 범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데에 그 입법취지가 있었다.
이에 따라 민법 제809조 제1항(이 사건 금혼조항)은 8촌 이내의 혈족(친양자의 입양 전의 혈족을 포함한다) 사이의 혼인을 금지하고 있다. 8촌 이내의 혈족에는 직계혈족과 방계혈족이 모두 포함되고, 출생에 의해 맺어지는 자연혈족 외에 입양에 의해 맺어지는 법정혈족도 포함된다. 이는 부계혈족이건 모계혈족이건 마찬가지이다.
민법 제809조 제2항과 제3항에서는 일정한 인척 사이의 금혼과 양부모계의 혈족 또는 인척이었던 사람 사이의 금혼을 규정하고 있다.
(다) 무효인 혼인의 범위의 조정
구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되고, 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15조 제2호는 "당사자 간에 직계혈족, 8촌 이내의 방계혈족인 친족관계가 있거나 또는 있었던 때"에 혼인이 무효로 된다고 규정하였다.
구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되고, 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77조 제1호 및 제2호는 8촌 이내의 부계혈족과 4촌 이내의 모계혈족만 친족으로 규정하였으므로, 모계혈족의 경우에는 4촌 이내의 혈족만 혼인무효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그러나 앞서 살핀 것과 같이 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된 민법은 부계혈족과 모계혈족을 구분하지 아니하고 ‘8촌 이내의 혈족’을 모두 친족으로 규정하였으므로, 같은 법 제815조 제2호에서 정한 무효혼의 범위도 부계혈족과 모계혈족을 구분하지 아니하고 직계혈족과 8촌 이내의 방계혈족을 의미하는 것으로 확장하여 해석되었다.
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민법이 개정되면서 이 사건 금혼조항이 신설됨에 따라 이 사건 무효조항이 개정되어, ‘이 사건 금혼조항을 위반한 때’를 혼인무효사유로 규정함으로써 민법 제777조 제1호에 따른 친족의 범위와 이 사건 금혼조항이 정한 금혼의 범위 및 이 사건 무효조항에 따른 무효혼의 범위까지
모두 ‘8촌 이내의 혈족’으로 통일되었다.
한편, 민법 제815조 제3호, 제4호에 따라 당사자 간에 직계인척관계가 있거나 있었던 때 및 당사자 간에 양부모계의 직계혈족관계가 있었던 때에 한하여 혼인은 무효이고, 민법 제809조 제2항, 제3항을 위반한 경우 등 나머지 금혼조항의 위반은 혼인의 취소사유에 해당한다(민법 제816조 제1호).
나. 혼인과 가족생활을 스스로 결정하고 형성할 자유의 제한과 한계
(1)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라고 규정하여, 혼인과 가족생활을 스스로 결정하고 형성할 수 있는 자유를 기본권으로서 보장하고, 혼인과 가족에 대한 제도를 보장한다(헌재 2002. 8. 29. 2001헌바82 참조). 즉, 소극적으로는 국가권력의 부당한 침해에 대한 개인의 주관적 방어권으로서 국가권력이 혼인과 가정이란 사적인 영역을 침해하는 것을 금지하면서, 적극적으로는 혼인과 가정을 제3자 등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뿐만 아니라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바탕으로 성립되고 유지되는 혼인ㆍ가족제도를 실현해야 할 국가의 과제를 부과하고 있다(헌재 2000. 4. 27. 98헌가16등 참조).
따라서 입법자는 혼인 및 가족관계가 가지는 고유한 특성, 예컨대 계속적ㆍ포괄적 생활공동체, 당사자의 의사와 관계없는 친족 등 신분관계의 형성과 확장가능성, 구성원 상호간의 이타(利他)적 유대관계의 성격이나 상호 신뢰ㆍ협력의 중요성,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른 공동체의 다양성 증진 및 인식ㆍ기능의 변화 등을 두루 고려하여, 사회의 기초단위이자 구성원을 보호하고 부양하는 자율적 공동체로서의 가족의 순기능이 더욱 고양될 수 있도록 혼인과 가정을 보호하고,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ㆍ가족제도를 실현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개인이 혼인과 가족생활을 스스로 결정하고 형성할 수 있는 자유를 제한하는 경우에는 기본권 제한의 헌법적 한계를 준수하여야 함은 물론이다.
(2) 심판대상조항은 8촌 이내의 혈족 사이의 혼인을 금지하고, 이에 위반한 혼인은 무효로 하여 ‘혼인과 가족생활을 스스로 결정하고 형성할 수 있는 자유’(이하 ‘혼인의 자유’라 한다)를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제한이 헌법 제37조 제2항이 정한 기본권 제한의 한계 원리 내의 것인지 살펴본다.
다. 이 사건 금혼조항의 혼인의 자유 침해 여부
(1) 가까운 혈족[다만, 이는 민법상 혈족(제768조) 가운데 친족에 속하는 혈족(제777조)이나 가족에 속하는 혈족(제779조)과 동일한 범위의 법률상 혈족
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며, 사회 일반의 관념상 가까운 혈연관계에 있는 사람을 칭한다.] 사이의 혼인(이하 ‘근친혼’이라 한다)의 경우 미성년 시기를 포함하는 오랜 시간 동안 공동생활 내지 교류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연령, 항렬 그 밖의 가까운 혈족 내 서열이나 영향력의 작용을 통해 개인의 자유롭고 진실한 혼인 의사의 형성ㆍ합치에 어려움을 초래하는 경우가 있고, 근친혼의 가능성은 가까운 혈족 사이에 성(性)적 긴장이나 갈등ㆍ착취 관계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근친혼이 이루어질 경우, 종래 형성되어 계속된 가까운 혈족 사이의 신분관계를 변경시키게 되므로 가까운 혈족 구성원의 역할과 지위에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이에 더하여, 인류 문화에서 보편적으로 금기시되는 근친상간(incest)은 근친혼 당사자나 그로부터 출생한 자녀들이 가까운 혈족 사이에서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신뢰와 애정에 기초한 사적 유대 및 협력관계를 갖기 어렵게 하여 가까운 혈족의 해체를 초래할 수 있다. 그 결과 우리 사회에서 1차적으로 가까운 혈족이 담당하는 구성원에 대한 보호와 부양에서 배제되는 구성원이 발생할 수 있다. 예컨대, 보호교양을 필요로 하는 미성년 근친혼 당사자에 대한 보호교양이 중지된다거나, 근친혼 당사자의 유고 상황에서 미성년 자녀에 대한 가까운 혈족의 양육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거나, 근친혼 당사자가 부모의 부양을 거부하거나 반대로 부모가 거부하는 경우와 같이 가족제도에 대한 일반적 기대가 충족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사건 금혼조항은 위와 같이 근친혼으로 인하여 가까운 혈족 사이의 상호 관계 및 역할, 지위와 관련하여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방지하고 가족제도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다. 또한 8촌 이내의 혈족 사이의 법률상의 혼인을 금지한 것은 근친혼의 발생을 억제하는 데 기여하므로 입법목적 달성에 적합한 수단에 해당한다.
(2)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이, 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민법은 제809조 제1항에서 "동성동본인 혈족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라고 하여 촌수를 불문하고 부계혈족 간의 혼인을 금지하였으나, 위 조항은 헌법재판소의 1997. 7. 16. 95헌가6 등 결정의 취지에 따라 1999. 1. 1.부터 그 효력이 상실되었고, 이 사건 금혼조항은 이후 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민법이 개정될 때 새롭게 규정된 것이다. 이 사건 금혼조항이 정한 법률혼이 금지되는 혈족의 범위는 이 사건 금혼조항의 입법 당시 시행되고 있던 민법(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된 것) 제777조 제1호에서 정한 혈족의 범위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이는 헌법재판소가 한 위 헌법불합치 결정의 취지를 존중하는 한편,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는 친족의 범위 및 양성평등에 기초한 가족관계 형성에 관한 인식과 합의에 기초하여 근친의 범위를 한정한 것이므로 그 합리성이 인정된다.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른 산업화ㆍ도시화와 교통ㆍ통신의 발달, 전국적인 인구이동 및 도시집중 현상 등과 같이 친족 관념이나 가족의 기능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사회ㆍ문화적 변동이 계속되고 있는 오늘날의 상황에서도 친족 관념이나 가족의 기능에 관해 세대 간 견해의 변화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만큼, 민법이 정하고 있는 친족의 범위를 고려하여 정한 이 사건 금혼조항이 입법목적 달성에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제한을 가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한편, 이 사건 금혼조항이 정한, 법률혼이 금지되는 혈족의 범위는 외국의 입법례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넓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근친혼이 가까운 혈족 사이에서 혼란을 초래하거나 가족제도의 기능을 저해하는 범위는 가족의 범주에 관한 인식과 합의에 주로 달려 있으므로 역사ㆍ종교ㆍ문화적 배경이나 생활양식의 차이로 인하여 상이한 가족 관념을 가지고 있는 국가 사이의 단순 비교가 의미를 가지기 어렵다.
이를 종합하면, 이 사건 금혼조항은 입법목적 달성에 불필요한 제한을 가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 근친 사이의 법률상 혼인을 금지하는 외에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다른 수단이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이 사건 금혼조항이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3) 이 사건 금혼조항으로 인하여 법률상의 배우자 선택이 제한되는 범위는 친족관계 내에서도 8촌 이내의 혈족으로, 넓다고 보기 어렵다. 그에 비하여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혼인을 금지함으로써 가족질서를 보호하고 유지한다는 공익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이 사건 금혼조항은 법익균형성의 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4) 그렇다면 이 사건 금혼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혼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
라. 이 사건 무효조항의 혼인의 자유 침해 여부
(1)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이영진, 재판관 이미선의 헌법불합치의견
(가) 이 사건 무효조항은 이 사건 금혼조항의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이 사건 금혼조항과 마찬가지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다. 또한 이 사건 무효조항에 의하여 근친혼은 처음부터 무효가 되고, 이는 근친혼의 발생을 억제
하는 데 기여하므로 입법목적 달성에 적합한 수단에 해당한다.
(나) 앞서 살핀 것과 같이 근친혼을 사전에 금지하는 이 사건 금혼조항이 혼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형식적 혼인신고를 통하여 법률혼의 외관을 갖추고 당사자 사이의 혼인의 의사의 합치 및 부부 공동생활 영위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도 혼인관계를 형성ㆍ유지한 경우 이를 처음부터 무효인 혼인으로 보아야 하는지는 별도의 검토를 요한다.
근친혼을 금지하는 이유는 근친혼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가까운 혈족 사이의 상호 관계 및 역할, 지위와 관련한 혼란을 방지하고 가족제도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미 근친혼이 이루어져 당사자 사이에 부부간의 권리와 의무의 이행이 이루어지고 있고, 자녀를 출산하거나 가족 내 신뢰와 협력에 대한 기대가 발생하였다고 볼 사정이 있는 때에 일률적으로 그 효력을 소급하여 상실시킨다면, 이는 가족제도의 기능 유지라는 본래의 입법목적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이 사건 무효조항으로 인하여 근친혼 당사자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는 혼인 외의 자녀가 됨으로써 법적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고, 근친혼 당사자는 배우자로서 누리고 있거나 기대할 수 있었던 사회보장수급권, 상속권을 상실함으로써 예측하기 어려운 궁박한 상황에 처해질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무효인 혼인의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그 밖의 가까운 혈족 관계에도 영향을 미쳐 이들 사이의 신분관계 등을 둘러싼 질서가 붕괴되고 그 제도적 기능이 와해될 여지마저 존재한다.
혼인신고서에는 이 사건 금혼조항에 의하여 금지되는 근친혼에 해당되지 아니한다는 사실을 기재하여야 하지만(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71조 제4호), 현재 우리나라에는 서로 8촌 이내의 혈족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신분공시제도가 없다. 이에 혼인 당사자가 서로 8촌 이내의 혈족임을 우연한 사정에 의하여 사후적으로 확인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현행 가사소송법에 의하면 아무런 예외 없이 일방당사자나 법정대리인 또는 4촌 이내의 친족이 언제든지 혼인무효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데(가사소송법 제23조), 이는 당사자나 그 자녀들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 사건 무효조항의 입법목적은 근친혼이 가까운 혈족 사이의 신분관계 등에 현저한 혼란을 초래하고 가족제도의 기능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경우에 한정하여 무효로 하더라도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
한편, 민법은 혼인의 요건에 하자가 있는 경우, 혼인이 일단 유효하게 성립
하도록 하면서도 법원의 재판에 의하여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혼인취소제도를 두고 있다. 혼인취소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혼인취소청구권자가 혼인의 취소를 주장하여서 혼인의 취소가 확정되더라도 그 취소의 효력은 기왕에 소급하지 아니하고, 혼인취소의 상대방이나 자녀의 법적 지위는 이혼에 준하여 보장된다(민법 제824조 및 제824조의2). 나아가 민법 제820조는 당사자 간에 혼인 중 포태한 때에는 아예 혼인을 취소할 수 없도록 하고 있어서 자녀의 복리를 강하게 보장하고 있다. 근친혼이 가까운 혈족 사이의 신분관계 등에 현저한 혼란을 초래하고 가족제도의 기능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경우로서 현재 우리 사회 구성원이 가까운 혈족 사이 관계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방식에 현저히 어긋나는지 여부가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 입법자로서는 위와 같은 혼인취소제도를 활용하여 이 사건 금혼조항의 실효성을 담보하면서도 가족의 기능을 보호할 수 있다. 즉, 일정한 범위의 근친혼을 혼인취소사유로 규정하고, 혼인취소청구권자의 청구가 있는 때에 법원의 판결을 통해 장래를 향하여 혼인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하되, 제척기간을 두는 등 혼인취소청구권에 일정한 제한을 규정하여 혼인 당사자나 그 자녀의 복리를 보호할 수 있다.
결국 이 사건 무효조항은 근친혼의 구체적 양상을 살피지 아니한 채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혼인을 일률적ㆍ획일적으로 혼인무효사유로 규정하고, 혼인관계의 형성과 유지를 신뢰한 당사자나 그 자녀의 법적 지위를 보호하기 위한 예외조항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입법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는 과도한 제한으로서 침해의 최소성을 충족하지 못한다.
(다) 이 사건 무효조항은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혼인을 일률적으로 혼인무효사유로 규정함으로써 상당기간 유지하여 온 부부생활의 실체를 부인하고, 혼인관계의 형성과 유지를 신뢰한 당사자나 자녀의 법적 지위를 보호하지 아니하여 개인의 생존권이나 자녀의 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또한 당사자가 서로 합의 하에 혼인의 외형을 유지하고 있다가도 일방의 혼인무효 주장만으로 혼인관계가 손쉽게 해소될 수 있다고 한다면, 한 당사자가 다른 당사자로부터 일방적으로 유기를 당하는 등의 이른바 축출이혼으로 악용될 소지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사건 무효조항을 통하여 이 사건 금혼조항의 실효성을 확보함으로써 가까운 혈족 사이 상호 관계 및 역할, 지위와 관련하여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방지하고 가족제도의 기능을 보호하여 달성되는 공익은 결코 적지 아니하나, 이 사건 무효조항으로 인하여 제한되는 사익의 중대함을 고려하면, 이 사건 무
효조항은 법익균형성을 충족하지 못한다.
(라) 그렇다면, 이 사건 무효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혼인의 자유를 침해한다.
(마) 이 사건 무효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혼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되므로 원칙적으로 위헌결정을 하여야 할 것이지만, 이 사건 무효조항에 대하여 단순위헌결정을 하는 경우 이 사건 금혼조항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단이 사라지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한다. 또한 이 사건 무효조항의 위헌성은 이 사건 금혼조항에 의하여 금지되는 근친혼을 어떠한 예외도 없이 처음부터 무효로 하는 데에 있다. 근친혼이 가까운 혈족 사이의 신분관계 등에 현저한 혼란을 초래하고 가족제도의 기능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경우로서 현재 우리 사회 구성원이 가까운 혈족 사이의 관계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방식에 현저히 어긋나는 때에도 무효로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것은 아니다. 근친혼조항에 의하여 금지되는 근친혼을 어떠한 예외도 없이 처음부터 무효로 하는 데에 당사자와 그 자녀의 법적 지위에 대한 예외적 보호가 필요한 범위에 관하여는, 혼인과 가정을 보호하고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ㆍ가족제도를 실현하여야 할 일차적 책임이 있는 입법자가 근친혼의 양상에 따른 당사자 및 그 자녀의 보호필요성이나 친족의 범위와 가족의 기능에 관한 사회적 인식 등 제반사항을 고려하여 합헌적 개선방법을 강구하고 구체적 입법조치를 할 수 있도록 입법자에게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2)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의 헌법불합치의견
(가) 아래 6.과 같은 이 사건 금혼조항에 대한 반대의견에서 밝히는 바와 같이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혼인을 금지한 이 사건 금혼조항이 그 금지 범위의 광범성으로 인해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금혼조항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이에 위반한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혼인을 전부 무효로 한 이 사건 무효조항도 무효로 하는 근친혼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여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나) 이 사건 금혼조항의 개선입법으로 금지되는 근친혼의 범위가 합헌적으로 축소되는 경우에 그와 같이 축소된 금혼 범위 내에서 이 사건 무효조항은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 무효조항 중 위와 같이 한정된 범위의 근친혼에 관한 부분도 다음과 같은 점에
서 침해최소성과 법익균형성에 반한다.
이 사건 무효조항이 규정한 혼인의 무효는 이미 당사자 사이에 부부 간의 권리와 의무의 이행이 이루어지고 있고 자녀를 출산하거나 가족 내 신뢰와 협력에 대한 기대가 발생한 경우에도 처음부터 혼인이 없었던 것처럼 취급하는 것이어서 가족제도의 기능 유지라는 근친혼 금지의 본래 입법목적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즉 이 사건 무효조항으로 인하여 근친혼 당사자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는 혼인 외의 자녀가 됨으로써 법적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고, 근친혼 당사자는 배우자로서 누리거나 기대할 수 있었던 부양청구권, 재산분할청구권, 사회보장수급권, 상속권 등을 상실함으로써 예측하기 어려운 궁박한 상황에 처해지는 등 근친혼 당사자나 그 자녀들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결과를 초래한다.
한편 민법은 혼인의 요건에 하자가 있는 경우, 혼인이 일단 유효하게 성립하도록 하면서도 법원의 재판에 의해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혼인취소제도를 두고 있다. 이 제도에 의하면 혼인의 취소가 확정되더라도 그 취소의 효력은 기왕에 소급하지 아니하고, 혼인 취소의 상대방이나 자녀의 법적 지위는 이혼에 준하여 보장된다.
그렇다면 이 사건 무효조항의 입법목적은 가령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사이의 혼인과 같이 근친혼이 가족제도의 기능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경우에 한정하여 무효로 하고 그 밖의 근친혼에 대하여는 혼인이 소급하여 무효가 되지 않고 혼인의 취소를 통해 장래를 향하여 해소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기왕에 형성된 당사자나 자녀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더라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또한 이 사건 무효조항은 이를 통해 이 사건 금혼조항의 실효성을 확보함으로써 가족제도의 기능을 보호하여 달성되는 공익이 적지 아니하나, 혼인의 당사자나 그 자녀의 법적 지위를 전혀 보호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 금혼조항의 위반을 혼인무효사유로 규정함으로써 개인의 생존권이나 자녀의 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이 사건 무효조항은 이 사건 금혼조항을 위반한 경우를 전부 무효로 하고 있으므로 침해최소성과 법익균형성에 반한다. 따라서 이 사건 무효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혼인의 자유를 침해한다.
(다) 이 사건 무효조항에 대하여 단순위헌결정을 할 경우, 이 사건 금혼조항 중 합헌인 부분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단이 없게 되어 용인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이 생기게 된다. 더욱이 혼인이 금지되는 혈족의 범위, 금지된 근친혼 중
에서 무효로 할 부분과 취소할 수 있도록 할 부분을 정하는 것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 및 가족제도를 형성하여야 할 일차적 책임이 있는 국회가 근친혼의 당사자 및 그 자녀의 보호필요성 등을 고려하여 합헌적 개선방법을 강구하고 구체적 입법조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 소결
따라서 이 사건 무효조항에 대하여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되,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 적용을 명하기로 한다. 입법자는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늦어도 2024. 12. 31.까지는 개선입법을 이행하여야 하며, 당해 사건에서는 이 사건 무효조항이 개정될 때를 기다려 개정된 신법을 적용하여야 할 것이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금혼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고 이 사건 무효조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무효조항에 대하여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함과 동시에 2024.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이를 계속 적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이 사건 금혼조항에 대하여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6. 이 사건 금혼조항에 대한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의 반대의견
우리는 이 사건 금혼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혼인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오늘날의 시대변화와 국제적인 규범상황에 맞추어 금혼의 범위를 점차 축소해 나감으로써 혼인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법질서와 법정신에 부합한다는 관점에서 다음과 같은 반대의견을 제시한다.
가.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근친혼 금지는 인류 보편적으로 형성된 근친상간 금기에서 유래한다. 근친상간 금기는 인간의 자연적, 심리적 본성을 반영한 것으로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간의 성적 교섭이나 출산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다. 성적 교섭과 출산을 통해 가족을 확장하는 것은 오롯이 부모의 역할이며 자녀에게는 부모의 역할을 대체할 후속세대로서의 성장이라는 역할이 기대된다. 자녀는 가족 내에서 부모나 형제자매에 대해 성적 대상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 않으며, 수행해서
도 안 된다. 성적 긴장 및 갈등 관계로 인한 가족의 붕괴를 방지하고, 인류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안정적으로 양육된 다음 세대를 확보하려면 가족구성원 간 성적 역할의 혼란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금혼조항은 가족질서를 유지하고 가족제도의 기능을 보호하기 위하여 가족 내에서의 혼인을 금지한 것으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며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
나. 침해의 최소성
(1) 그런데 이 사건 금혼조항은 위에서 말한 근친상간 금기의 범위를 훨씬 넘어 8촌 이내 혈족을 모두 금혼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법정의견이 설시한 바와 같이 이 사건 금혼조항이 근친혼으로 인하여 가까운 혈족 사이의 상호 관계 및 역할, 지위와 관련하여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방지하고 가족제도의 기능을 유지하는 데에 그 입법목적이 있다 하더라도 8촌 이내의 방계혈족에까지 광범위하게 혼인을 금지할 합리적인 이유가 제시되었는지는 의문이다.
(2) 법정의견은 "친족 관념이나 가족의 기능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사회ㆍ문화적 변동이 계속되고 있는 오늘날의 상황에서도 친족 관념이나 가족의 기능에 관해 세대 간 견해의 변화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만큼, 민법이 정하고 있는 친족의 범위를 고려하여 정한 이 사건 금혼조항이 입법목적 달성에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제한을 가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8촌 이내의 혈족을 이른바 ‘근친’으로 여기는 관념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지역이나 세대를 불문하고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통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른 산업화ㆍ도시화와 교통ㆍ통신의 발달, 전국적인 인구이동 및 도시집중 현상 등은 핵가족화와 전통부락의 해체, 가족관계와 전통적인 윤리의식 및 가족관의 변화를 가져왔다. 각 세대가 필요에 따라 유동하는 삶을 살게 되면서 친족 사이의 왕래는 현저히 줄어들었고, 친족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별도의 신분공시제도가 마련되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상대적으로 촌수가 먼 친족의 경우에는 혈족관계의 존재나 그 촌수를 알기 어렵게 되었다.
헌법재판소는 호주제를 규정한 구 민법(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78조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헌재 2005. 2. 3. 2001헌가9등)을 하였고, 그 취지에 맞추어 2008. 1. 1. 구 호적법은 폐지되었다. 이에 따라 8촌 이내 방계혈족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부계는 물론 모계 친족의 본적지를 일일이 확인하여 해당 관청에서 친족의 제적등본을 열
람ㆍ대조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증명방법이 존재하지 아니한다.
그럼에도 8촌 이내의 방계혈족인지 여부를 확인하여 혼인의 상대방을 결정하여야 한다면 이는 시대변화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호주제 및 호적제도를 폐지한 취지와도 모순된다.
(3) 외국 입법례를 살펴보면,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는 직계혈족 및 형제ㆍ자매 간의 혼인을 금지하고 있고(독일 민법 제1307조, 오스트리아 혼인법 제6조, 스위스 민법 제95조 제1항), 프랑스, 영국, 미국, 일본은 3촌 이내 방계혈족 간의 혼인을 금지하고 있으며(프랑스 민법 제161조 내지 제163조, 영국 1949년 혼인법 제1조, 미국 ‘통일 혼인 및 이혼법’ 제207조, 일본 민법 제734조 제1항), 우리나라의 동성동본불혼제도의 모태가 된 중국도 동성불혼제도를 폐지하고 근친혼 금지의 범위를 대폭 축소하면서 직계혈족과 3대 이내 방계혈족 간의 혼인만을 금지하고 있어서(중국 혼인법 제7조 제1호) 이 사건 금혼조항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금혼의 범위를 좁게 규정하고 있다.
세계인권선언 제16조 제1항 전문은 "성인 남녀는 인종, 국적 또는 종교에 따른 어떠한 제한도 없이 혼인하고 가정을 이룰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2항은 "혼인은 장래 배우자들의 자유롭고 완전한 합의에 의해서만 성립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 시민적ㆍ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1990. 6. 13. 다자조약 제1007호, 발효일 1990. 7. 10.) 제23조 제2항은 "혼인적령의 남녀에게는 혼인을 하고, 가정을 구성할 권리가 인정된다."라고, 제3항은 "혼인은 양당사자의 자유롭고 완전한 합의 없이는 성립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각 나라의 고유한 역사ㆍ종교ㆍ문화적 배경이나 생활양식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혼인의 자유 특히 ‘혼인의 상대방을 자유롭게 결정할 권리’는 보편적 인권으로서 존중되고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이 오늘날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관념이라고 할 것이다. 더욱이 국제결혼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해외 유입 인구도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에서 혼인 당사자 사이 상이한 혼인제도는 혼인의 성립과 혼인의 안정적인 유지를 위협함은 물론 해당 혼인으로부터 출생한 자녀의 복리를 심각하게 해칠 수 있으므로, 입법자는 국제적 규범상황과의 정합성을 고려하여 혼인제도를 형성하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 사건 금혼조항은 사회적ㆍ시대적 변화나 국제적 규범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채 만연히 민법상의 친족 범위에 맞추어 혼인 금지의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앞서 입법연혁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구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되고, 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09
조 제1항은 ‘동성동본인 혈족’ 사이의 혼인을 금지하고 있어서 모계혈족 사이의 혼인은 명시적으로 금지되어 있지 아니하였다. 다만 같은 법 제815조 제2호는 "당사자 간에 직계혈족, 8촌 이내의 방계혈족인 친족관계가 있거나 또는 있었던 때"에 혼인이 무효로 된다고 규정하였으므로, 구 민법 제777조가 친족의 범위를 어떻게 규정하는지에 따라 모계혈족 사이 혼인의 효력이 결정되었다. 구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되고, 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77조 제1호 및 제2호는 혈족 가운데 ‘8촌 이내의 부계혈족과 4촌 이내의 모계혈족’에 해당하는 자에게만 친족관계로 인한 법률상 효력이 미치도록 규정하였으므로, 모계혈족의 경우 4촌 이내 혈족만 혼인무효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되었고, 4촌을 초과하는 모계혈족 사이의 혼인은 혼인취소사유에도 해당되지 아니하였으므로 혼인의 자유가 전혀 제한되지 아니하였다. 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된 민법은 제777조 제1호에서 부계혈족과 모계혈족을 구분하지 아니하고 ‘8촌 이내의 혈족’에 해당하는 자에게 친족관계로 인한 법률상 효력이 미치도록 규정하였다. 이에 따라 모계혈족의 경우에도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혼인은 모두 무효가 되는 것으로 혼인무효사유의 범위가 확대되었다. 이후 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된 민법에서 양성평등과 혼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동성동본금혼조항이 삭제되고 이 사건 금혼조항이 신설되면서, 부계와 모계를 구분하지 아니하고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혼인은 명시적으로 금지되었다.
친족의 범위를 규정함에 있어서는 부계혈족과 모계혈족을 구분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고, 부계인지 모계인지를 따지지 아니하고 특정 촌수 범위 내에 있는 인적 집단에게 친족관계로 인한 법률상 효력이 미치도록 규정함이 인간의 존엄성과 양성평등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할 것이나, 이 사건 금혼조항은 친족의 범위를 정하는 조항이 아니라 혼인의 자유, 특히 혼인의 상대방을 자유롭게 결정할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므로, 입법자는 민법 제777조가 정한 친족의 범위와 상관없이 혼인의 자유를 제한할 필요가 있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만 금혼의 범위를 정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기록에 첨부된 개정 당시의 입법 자료를 살펴보아도, 민법 제777조의 친족 범위와 유전학적 관점 등을 고려하여 적정한 금혼의 범위를 정한 것이라는 취지의 설명 외에는, 구 민법 제809조 제1항에서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지 아니하였던 모계혈족에 대하여서까지 광범위하게 혼인을 금지하여야 할 필요성이나 합리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한 해명을 제시하고 있지
아니하다.
(4) 유전학적 연구결과에 의하더라도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혼인이 일률적으로 그 자녀나 후손에게 유전적으로 유해한지에 대한 과학적인 증명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더구나 열성 유전자의 발현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만으로 혼인 그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불명확한 가설에 근거한 것이어서 혼인의 상대방을 선택할 자유를 제한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될 수 없다. 혼인은 자녀의 출산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건강한 자녀의 출산을 조건으로 할 때에만 혼인이 성립되거나 유지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유전학적 관점은 우성 유전인자를 가진 자들만이 자녀를 출산하고 가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관념과 결부된 것으로 인간을 차별화ㆍ도구화하는 것이어서, 혼인제도와 가족제도가 인간의 존엄성 존중이라는 근본이념에 따라 규율되어야 한다는 헌법적 요구에 반한다.
(5) 이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 사건 금혼조항이 8촌 이내의 혈족 사이의 혼인을 일률적으로 금지한 것은, 혼인관념이나 친족관념의 변화나 국제적 규범상황을 고려하여 금혼의 범위를 최소화하려는 노력 없이 만연히 민법상의 친족 범위에 맞추어 금혼의 범위를 규정한 것으로 침해최소성에 반한다.
다. 법익의 균형성
근친 간의 혼인은 가족 내 지위나 역할의 혼란을 가져올 뿐 사회질서를 해치거나 제3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전통적 관념이나 윤리적 금기를 이유로 혼인 그 자체를 광범위하게 금지하는 것은 당연히 보호받아야 할 남녀 간의 결합에 대하여 사회적 비난을 조장하고 시대변화에 역행하는 윤리적 금기를 사회적으로 고착화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신고혼주의를 택하고 있어서 근친혼 당사자들은 혼인신고를 하지 아니한 채 가족을 형성하고 가정생활을 영위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 동성동본금혼 시대에 많은 동성동본인 사람들이 혼인신고를 못해 커다란 고통을 받았고, 그들이 겪는 고통을 국가도 외면하지 못하여 결국 몇 차례 특별법을 제정하여 혼인신고를 받아준 사례가 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혼인신고 없이 살아가기 힘든 사회라는 것을 말해 준다. 결국 이 사건 금혼조항을 통하여 가족질서를 유지하고 가족의 기능을 보호하려는 공익에 비하여 이 사건 금혼조항으로 인하여 침해되는 사익이 훨씬 더 중대하므로, 이 사건 금혼조항은 법익균형성에 반한다.
라. 소결
따라서 이 사건 금혼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혼인의 자유를 침해
한다.
마. 이 사건 금혼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의 필요성
이 사건 금혼조항의 위헌성은 근친혼 금지의 광범성에 있다. 다만 이 사건 금혼조항에 위헌성이 있다고 하여도 헌법재판소가 곧바로 위헌결정을 할 것이 아니라 입법형성권을 가지고 있는 국회가 혈족 사이 혼인이 금지되는 범위를 합헌적으로 개선할 방법을 충분히 검토하여 새로이 혼인제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헌법불합치 결정을 함이 상당하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