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소송법 제92조 제3항 위헌확인
【판시사항】
기피신청으로 인하여 공판절차가 정지된 기간을 구속기간에 산입하지 아니하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제92조 제3항 중 제22조 본문에 관한 부분이 청구인들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기피신청으로 인하여 공판절차가 정지된 기간을 구속기간에 산입하지 아니하는 것은 구속 상태에서 본안재판을 심리할 수 있는 기간을 충분하게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기피신청을 위하여 공판절차가 정지된 기간을 구속기간에 산입함으로써 구속재판 기간이 짧아지게 되면, 제한된 구속기간 내에 피고인의 유무죄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마치기 어려울 우려가 있다. 형사소송법은 기피신청에 따른 심리기간이 의미 없이 장기화되지 않도록 하지 않는 규정들을 두고 있고, 구속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된 때를 대비하여 구속의 취소 또는 보석 등 제도를 규정하고 있음은 물론, 기피신청으로 인하여 공판절차가 정지된 상태의 구금기간도 판결 선고 전의 구금일수에 산입되므로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피고인에 대한 미결구금이 부당하게 장기화되기는 어렵다. 심판대상조항은 구속기간의 압박 없이 기피신청에 대하여 충실한 심리를 하게 함과 동시에 구속 상태에서 본안 심리를 진행할 수 있는 기간을 충분히 확보하도록 하여 구속재판제도와 기피제도 모두가 실효성 있고 조화롭게 운용될 수 있도록 한다.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
【심판대상조문】
형사소송법(2007. 6. 1. 법률 제8496호로 개정된 것) 제92조 제3항 중 제22조 본문
【참조조문】
헌법 제12조 제1항
형사소송법(1995. 12. 29. 법률 제5054호로 개정된 것) 제20조 제1항, 제22조
형사소송법(2007. 6. 1. 법률 제8496호로 개정된 것) 제92조 제1항, 제2항
【참조판례】
헌재 2009. 6. 25. 2007헌바25, 판례집 21-1하, 784, 801-802
헌재 2012. 5. 31. 2010헌마672, 판례집 24-1하, 652, 656
대법원 2005. 10. 14. 선고 2005도4758 판결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 1. 황○○
2. 정○○
3. 성○○
4. 김○○
청구인들의 대리인 동화 법무법인
담당변호사 신윤경
변호사 장경욱
【주 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들은 2023. 3. 15. 국가보안법위반(특수잠입ㆍ탈출)등으로 구속기소되었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23고합196), 두 차례 구속기간갱신결정에 따라 구속만기가 2023. 9. 14.까지로 갱신되었다.
나. 청구인들은 2023. 9. 10. 위 사건을 담당한 법관 전원에 대하여 기피신청을 하였으나 2023. 10. 24. 기각되었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23초기4485), 2023. 11. 23. 즉시항고, 2024. 3. 5. 재항고가 각 기각되어 그 결정이 확정되었다(서울고등법원 2023로133, 대법원 2023모3372). 청구인들의 기피신청으로 공판절차가 정지된 기간이 구속기간에 산입되지 않음에 따라 2023. 9. 14.에도 청구인들에 대한 구속기간이 만료되지 않았다.
다. 청구인들은 2023. 11. 6. 기피신청으로 공판절차가 정지된 기간을 구속기간에 산입하지 아니하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제92조 제3항 중 제22조에 관한 부분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들은 형사소송법 제92조 제3항 중 제22조에 관한 부분에 대하여 심판청구를 하였으나, 기피신청으로 인하여 공판절차가 정지된 기간을 구속기간에 산입하지 아니하는 부분에 관하여 그 위헌성을 다투고 있으므로 기피신청 시 소송진행 정지의 예외를 규정한 제22조 단서에 관한 부분은 심판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형사소송법(2007. 6. 1. 법률 제8496호로 개정된 것) 제92조 제3항 중 제22조 본문에 관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형사소송법(2007. 6. 1. 법률 제8496호로 개정된 것)
제92조(구속기간과 갱신) ③ 제22조, 제298조 제4항, 제306조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공판절차가 정지된 기간 및 공소제기전의 체포ㆍ구인ㆍ구금 기간은 제1항 및 제2항의 기간에 산입하지 아니한다.
[관련조항]
형사소송법(1995. 12. 29. 법률 제5054호로 개정된 것)
제20조(기피신청기각과 처리) ① 기피신청이 소송의 지연을 목적으로 함이 명백하거나 제19조의 규정에 위배된 때에는 신청을 받은 법원 또는 법관은 결정으로 이를 기각한다.
제22조(기피신청과 소송의 정지) 기피신청이 있는 때에는 제20조 제1항의 경우를 제한 외에는 소송진행을 정지하여야 한다. 단, 급속을 요하는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형사소송법(2007. 6. 1. 법률 제8496호로 개정된 것)
제92조(구속기간과 갱신) ① 구속기간은 2개월로 한다.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특히 구속을 계속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심급마다 2개월 단위로 2차에 한하여 결정으로 갱신할 수 있다. 다만, 상소심은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신청한 증거의 조사, 상소이유를 보충하는 서면의 제출 등으로 추가 심리가 필요한 부득이한 경우에는 3차에 한하여 갱신할 수 있다.
3. 청구인들의 주장
형사소송법은 기피신청이 소송의 지연을 목적으로 함이 명백한 경우 등에 간이기각결정을 허용하고 있으므로, 간이기각결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기피신청은 제척사유의 존부나 불공정한 재판을 할 염려의 유무 등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심판대상조항은 기피신청으로 인하여 공판절차가 정지된 기간을 구속기간에 산입하지 않도록 규정하면서, 기피신청의 심리기간이나 기피신청으로 소송진행이 정지되는 기간에 대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구속피고인으로 하여금 구속의 장기화를 우려하여 기피신청을 어렵게 하므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기피신청을 한 구속피고인들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적시하거나 갱신 결정한 구속기간을 무의미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영장주의에 반한다.
4. 판단
가. 제한되는 기본권
(1) 심판대상조항이 기피신청으로 인하여 공판절차가 정지된 기간을 구속기간에 산입하지 않음으로써 기피신청을 한 구속피고인들은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구속기간보다 더 장기간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청구인들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2) 청구인들은 심판대상조항이 기피신청을 할 경우 구속재판을 받는 기간이 연장될 수 있다는 부담을 줌으로써 청구인들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은 기피신청 자체를 금지하는 조항이 아닐 뿐만 아니라, 청구인들이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구속기간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하여 기피신청에 부담을 가지게 된다 하더라도, 이는 간접적, 사실적, 반사적 불이익에 불과하여 그로써 청구인들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제한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부분 주장에 대해서는 더 나아가 살펴보지 않기로 한다.
(3) 청구인들은 심판대상조항이 영장주의에 반한다고도 주장하나, 영장주의의 본질은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강제처분을 함에 있어서는 중립적인 법관이 구체적 판단을 거쳐 발부한 영장에 의하여야만 한다는 데에 있는 것으로(헌재 2012. 5. 31. 2010헌마672 참조), 청구인들은 당초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하여 구속되었으므로 영장주의원칙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또한 이 부분 주장의 실질적인 취지는 법관의 영장 발부나 구속기간 갱신결정을 통해 정해진 구속기간보다 더 장기간 구속되는 것이 지나치다는 것으로, 이에 대해서는 신체의 자유 침해 여부에서 판단하므로 더 나아가 살펴보지 않기로 한다.
나. 신체의 자유 침해 여부
(1)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에 대한 구속기간 및 심급별 갱신가능횟수를 한정함으로써 피고인에 대한 전체 구속기간 및 심급별 구속기간을 엄격히 제한하므로(제92조 제1항, 제2항), 기피신청으로 인하여 공판절차가 정지된 기간을 구속기간에 그대로 산입한다면 피고인을 구속한 상태에서 본안을 심리할 수 있는 실제 기간이 그만큼 짧아지게 된다. 이에 심판대상조항은 기피신청으로 공판절차가 정지된 기간을 구속기간에 산입하지 않도록 하고 있는바, 이는 구속 상태에서 본안재판을 심리할 수 있는 기간을 충분하게 확보하기 위한 것이므로(대법원 2005. 10. 14. 선고 2005도4758 판결 참조),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구속피고인의 일방적인 기피신청만으로 구속의 필요성이 인정된 사안의 구속 상태에서 본안 심리를 진행할 수 있는 기간이 단축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위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므로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
(2) 침해의 최소성
(가) 구속의 목적은 형사소송절차의 실효성, 즉 적정한 사실조사 및 소송절차에의 출석 확보와 판결 후의 형벌의 집행을 담보하기 위함에 있다(헌재 2009. 6. 25. 2007헌바25 참조). 그런데 기피신청을 위하여 공판절차가 정지된 기간을 구속기간에 산입함으로써 구속재판 기간이 짧아지게 되면, 제한된 구속기간 내에 피고인의 유무죄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마치기 어려울 우려가 있다. 나아가 구속의 필요성이 인정되어 법관에 의하여 영장이 발부된 사안에서 심리도중 구속기간 만료로 피고인을 석방하면 피고인이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높고 증인 등 사건관계인에게 위해를 가할 위험성마저 있을 수 있다.
또한 형사소송법은 심급별 기피횟수 등을 제한하고 있지 않고 소송의 지연을 목적으로 함이 명백한 기피신청에 한정하여 소송절차의 속행과 간이기각을 허용하고 있으므로, 구속피고인으로서는 기피신청을 반복함으로써 무의미하게 구속기간을 도과시킬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기피신청으로 인하여 공판절차가 정지된 기간을 구속기간에 산입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구속 상태에서 본안재판을 심리할 기간을 확보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나) 청구인들이 지적하는 것과 같이 형사소송법은 기피신청의 심리기간이나 그로 인하여 공판절차가 정지되는 기간에 제한을 두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형사소송법에 의하면 급속을 요하는 경우에는 기피신청에도 불구하고 소송진행을 정지하지 아니한 채 본안 심리를 계속할 수 있고(제22조 단서), 기피당한 법관이 의견서에서 신청이 이유 있음을 자인한 때에는 기피결정이 있는 것으로 간주되므로 기피사건은 그것으로 종결된다(제20조 제3항). 이처럼 형사소송법은 기피신청에 따른 심리기간이 의미 없이 장기화되지 않도록 하는 규정들을 두고 있다.
형사소송법은 구속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된 때를 대비하여 구속의 취소(제93조) 또는 보석(제94조 내지 제96조) 등 제도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법원이 위와 같은 제도를 활용하여 피고인에 대한 미결구금의 부당한 장기화를 방지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또한 법원은 기피신청으로 인하여 공판절차가 정지된 상태의 구금기간도 판결 선고 전의 구금일수에는 산입되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대법원 2005. 10. 14. 선고 2005도4758 판결 참조), 기피신청으로 공판절차가 정지된 상태의 구금일수 역시 유죄의 본형에 산입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피고인에 대한 미결구금이 부당하게 장기화되기는 어렵다.
오히려 기피신청의 심리기간이나 그로 인하여 공판절차가 정지되는 기간에 제한을 두는 경우, 구속 상태에서 본안 심리를 진행할 수 있는 기간의 확보를 위하여 기피사유에 대한 충분한 심리 없이 급하게 결정을 할 위험이 있다. 심판대상조항은 구속기간의 압박 없이 기피신청에 대하여 충실한 심리를 하게 함과 동시에 구속 상태에서 본안 심리를 진행할 수 있는 기간을 충분히 확보하도록 하는바, 구속재판제도와 기피제도 모두가 실효성 있고 조화롭게 운용될 수 있도록 한다.
(다)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구속기간이 늘어나는 것은 청구인들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스스로 기피신청을 한 데 따른 결과이다. 달리 덜 제약적이고 대체적인 입법수단이 명백히 존재한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청구인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권리 행사로 소송절차가 지연된 데 따른 구속기간의 연장을 감내하도록 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라)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을 충족한다.
(3) 법익의 균형성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기간이 장기화됨으로써 청구인들의 신체의 자유가 제한되는 정도는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은 기피신청으로 인하여 아무런 소송절차의 진행 없이 구속기간이 경과하는 것을 방지하여 충실한 본안 심리를 가능하게 하므로, 형사소송절차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형사사법의 정의구현에 기여한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피고인에 대한 미결구금일수를 연장시키는 효과를 가져오나, 이와 같이 연장된 구속기간은 추후 유죄의 본형에 산입된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을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이 미결 상태의 구속기간이 연장됨으로써 당사자가 입는 불이익보다 중대하고 절실하다고 볼 수밖에 없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이 인정된다.
(4) 소결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김상환 김형두 정정미 정형식 김복형 조한창 정계선 마은혁 오영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