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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 제558조 위헌소원

[전원재판부 2023헌바274, 2026. 7. 23.]

【전문】

【당 사 자】


사 건 2023헌바274, 351(병합) 민법 제558조 위헌소원

청 구 인 반○○

대리인 변호사 김주원

당 해 사 건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 2023가단21729 소유권말소등기

선 고 일 2026. 7. 23.

【주 문】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558조 중 제555조에 관한 부분, 같은 조 중 제556조 제1항 제2호에 관한 부분, 같은 조 중 제557조에 관한 부분은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1984년경부터 청구인의 아들인 남○○ 및 며느리 이○○와 함께 거주하였다. 청구인은 2008. 10. 23. 청구인의 아들인 남○○과 사이에 충북 ○○군 ○○읍 ○○리 (주소 생략) 전 2,028㎡, 같은 리 (주소 생략) 전 1,936㎡(이하 ‘이 사건 토지’라고 한다)에 대한 증여계약을 체결하였고(이하 ‘이 사건 증여’라고 한다),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2008. 11. 4. 남○○ 명의로 이 사건 증여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다.

나. 청구인은 이 사건 증여 이후에도 약 15년간 남○○과 함께 거주하였다. 그러던 중 청구인과 남○○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자, 청구인은 2023. 1. 18.경부터 남○○과 따로 거주하였다. 청구인은 2023. 3. 14.경 이 사건 증여가 부양의무의 이행을 부담으로 한 부담부증여인데, 남○○이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증여를 해제한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 2023가단21729, 이하 ‘당해 사건’이라 한다).

다. 청구인은 당해 사건 계속 중 예비적으로, ① 부양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증여계약의 해제를 정한 민법 제556조 제1항 제2호 또는 ② 재산상태의 변경으로 인한 증여계약의 해제를 정한 민법 제557조를 이유로 이 사건 증여를 해제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 청구인은 "전3조의 규정에 의한 계약의 해제는 이미 이행한 부분에 대하여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한 민법 제558조 중 제556조 제1항 제2호 및 제557조에 관한 부분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자(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 2023카기1070), 2023. 9. 6.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2023헌바274).

라. 한편, 청구인은 당해 사건 계속 중 예비적으로, 서면에 의하지 아니한 증여계약의 해제를 정한 민법 제555조를 이유로 이 사건 증여를 해제한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민법 제558조 중 제555조에 관한 부분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자(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 2023카기1092), 2023. 11. 10.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2023헌바351).

마.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은 2026. 4. 29. ① 이 사건 증여가 생전동거부양을 부담으로 하는 부담부증여라고 보기 어렵고, ② 남○○이 청구인에 대하여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거나 범죄행위를 저질렀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려우며, ③ 설령 민법 제555조, 제556조, 제557조에서 정한 해제 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증여는 이미 그 이행이 완료되었으므로 민법 제558조에 의하여 청구인은 이 사건 증여를 해제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청구인의 청구를 기각하였고(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 2023가단21729), 위 판결은 2026. 5. 19. 확정되었다.

2. 심판대상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558조 중 제555조에 관한 부분(이하 ‘서면관련 해제제한조항’이라고 한다), 같은 조 중 제556조 제1항 제2호에 관한 부분(이하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이라고 한다), 같은 조 중 제557조에 관한 부분(이하 ‘재산상태관련 해제제한조항’이라고 하고, 위 조항들을 아울러 ‘심판대상조항’이라고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558조(해제와 이행완료부분) 전3조의 규정에 의한 계약의 해제는 이미 이행한 부분에 대하여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관련조항]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554조(증여의 의의) 증여는 당사자 일방이 무상으로 재산을 상대방에 수여하는 의사를 표시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

제555조(서면에 의하지 아니한 증여와 해제) 증여의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각 당사자는 이를 해제할 수 있다.

제556조(수증자의 행위와 증여의 해제) ① 수증자가 증여자에 대하여 다음 각호의 사유가 있는 때에는 증여자는 그 증여를 해제할 수 있다.

1. 증여자 또는 그 배우자나 직계혈족에 대한 범죄행위가 있는 때

2. 증여자에 대하여 부양의무있는 경우에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때

② 전항의 해제권은 해제원인있음을 안 날로부터 6월을 경과하거나 증여자가 수증자에 대하여 용서의 의사를 표시한 때에는 소멸한다.

제557조(증여자의 재산상태변경과 증여의 해제) 증여계약후에 증여자의 재산상태가 현저히 변경되고 그 이행으로 인하여 생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경우에는 증여자는 증여를 해제할 수 있다.

3. 청구인의 주장

가.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

독일 민법은 수증자의 망은행위가 있는 경우 증여재산에 대한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스위스 채무법도 수증자의 망은행위가 있는 경우 수증자에게 이득이 있는 범위 내에서 증여한 것의 반환을 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내 다수의 학설 역시 망은행위가 있는 경우, 이익이 반환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고 있다.

헌재 2009. 10. 29. 2007헌바135 결정에서 위 조항이 합헌이라고 판단하기는 하였으나, 입법자가 수증자의 망은행위에 대한 우리 사회의 평가를 기초로 증여자와 수증자의 이익을 비교형량하였다는 아무런 근거가 없는 점, 증여는 본래 유상성에서 유래한 점, 민법 제974조 내지 제979조에서 부양의무의 이행을 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증여재산의 가치가 이보다 훨씬 큰 경우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위 결정에서 이유로 들고 있는 사정들은 모두 타당하지 않다. 따라서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은 청구인의 자기결정권 및 재산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나. 재산상태관련 해제제한조항

재산상태관련 해제제한조항은 증여계약 후에 증여자의 재산상태가 현저히 변경되고 그 이행으로 인하여 생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경우에는 증여자는 증여를 해제할 수 있다고 한 민법 제557조의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없도록 하는바, 청구인의 자기결정권 및 재산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다. 서면관련 해제제한조항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 및 재산상태관련 해제제한조항의 위헌성은 그대로 서면관련 해제제한조항의 위헌성에 미친다.

4. 판단

가. 쟁점

(1) 민법 제555조는 "증여의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각 당사자는 이를 해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556조 제1항은 "수증자가 증여자에 대하여 다음 각호의 사유가 있는 때에는 증여자는 그 증여를 해제할 수 있다."라고 하면서 제2호에서 ‘증여자에 대하여 부양의무 있는 경우에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때’를 규정하고 있으며, 제557조는 "증여계약 후에 증여자의 재산상태가 현저히 변경되고 그 이행으로 인하여 생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경우에는 증여자는 증여를 해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증여자가 증여계약을 해제하면, 그 계약관계가 소멸되어 증여계약상의 미이행 채무는 이를 이행할 필요가 없게 되고, 이미 이행한 부분에 대해서는 원상회복을 구할 수 있으므로, 민법 제555조 내지 제557조에 따른 증여자의 해제권은 그 자체로 경제적 가치가 있는 사법상의 권리인 재산권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심판대상조항은 "전3조의 규정에 의한 계약의 해제는 이미 이행한 부분에 대하여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민법 제555조 내지 제557조에 따른 증여자의 해제권 행사의 효과를 제한하고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증여자의 해제권이라는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를 규정한 조항이라고 보아야 한다(헌재 2009. 10. 29. 2007헌바135 참조).

(2) 헌법 제23조 제1항에 의하면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는 국회에서 제정되는 형식적 의미의 법률에 의하여 정해지므로 헌법상의 재산권은 이를 통하여 실현되고 구체화하게 된다(헌재 1993. 7. 29. 92헌바20 참조). 그렇다 하더라도 입법자가 재산권의 내용을 형성함에 있어서 무제한적인 형성의 자유를 가지는 것은 아니며 어떠한 재산을 사용·수익할 수 있는 사적 유용성과 처분권을 본질로 하는 재산권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인간의 자주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이루어나가기 위한 범위에서 헌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를 법률로 정한다는 것은 헌법적으로 보장된 재산권의 내용을 구체화하면서 이를 제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헌재 2009. 10. 29. 2007헌바135).

이러한 재산권 형성적 법률유보의 헌법적 한계 내에서 증여자의 법정해제제도를 채택할지 여부나 그 법정해제권의 내용을 어떻게 정할지는 원칙적으로 입법자가 입법 정책적으로 결정하여야 하는 사항이다. 구체적으로 이 사건에서 ‘증여자의 해제권’이라는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를 형성하는 심판대상조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무상·편무계약인 증여계약의 특질 및 증여자의 이익과 법률관계의 조속한 안정, 제3자의 보호를 통한 거래의 안전과 같은 서로 충돌하는 이익 등을 고려하여 그 입법이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를 일탈한 것인지 여부를 기준으로 심사하여야 할 것이다(헌재 2009. 10. 29. 2007헌바135 참조).

따라서 이 사건의 쟁점은 심판대상조항이 합리적인 입법재량의 한계를 일탈하여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3)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자기결정권이 침해된다고도 주장한다. 청구인이 주장하는 자기결정권은 법률행위의 영역에서는 계약자유의 원칙으로 나타나는데 계약자유의 원칙은 계약의 체결에서부터 종결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자신의 자유의사에 따라 계약관계를 형성하는 것으로서 계약의 내용, 이행의 상대방 및 방법의 변경뿐만 아니라 계약 자체의 이전이나 폐기도 당사자 자신의 의사로 결정하는 자유를 말한다(헌재 2003. 5. 15. 2001헌바98 참조). 심판대상조항은 증여자의 해제권 행사의 효과를 제한하고 있으나, 이는 계약종결에 있어서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사합치에 따라 증여계약을 해제할 계약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그 효과를 제한하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계약자유의 원칙과는 직접 관련되는 것이 아닐뿐더러 이에 대하여는 아무런 제한을 가하는 것도 아니므로, 이 부분에 대하여는 더 나아가 살펴보지 않는다(헌재 2009. 10. 29. 2007헌바135 참조).

나. 서면관련 해제제한조항에 관한 판단

(1) 민법 제554조는 "증여는 당사자 일방이 무상으로 재산을 상대방에 수여하는 의사를 표시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라고 하여 증여에 있어서 서면의 작성 등 특정한 방식을 요구하지 아니하나, 민법 제555조는 "증여의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각 당사자는 이를 해제할 수 있다."라고 하여 증여의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않은 경우에는 계약의 구속력에 일정 부분 제한을 가하고 있다. 이는 증여자가 경솔하게 증여하는 것을 방지함과 동시에 증여자의 의사를 명확하게 하여 후일에 분쟁이 생기는 것을 피하려는 데에 있다(대법원 1988. 9. 27. 선고 86다카2634 판결 참조).

(2) 서면관련 해제제한조항은 이미 이행된 부분에 대하여는 위와 같은 민법 제555조에 따른 해제권 행사의 효과를 제한하고 있다. 이는 이미 이행된 부분은 증여자의 증여 의사가 분명히 드러남과 동시에 증여가 경솔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명백하므로, 더 이상 이를 이유로 하여 계약의 구속력에 예외를 인정하여 해제를 허용할 필요성이 없고, 이러한 부분에 대하여는 증여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증여자와 수증자 사이의 법률관계가 불안정해지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3) 위와 같은 점을 고려하면, 서면관련 해제제한조항이 합리적인 입법재량의 한계를 일탈하여 증여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

다.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에 관한 판단

(1)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에 관한 입법 논의

(가) 민법 제정 전에 시행되던 의용민법 제550조는 "서면에 의하지 아니한 증여는 각 당사자가 철회할 수 있다. 그러나 이행을 완료한 부분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할 뿐, 다른 사유에 의한 증여의 해제에 관하여는 별도의 규정을 두지 않았다.

우리 입법자는 1958. 2. 22. 민법을 제정하면서 제556조 제1항에 "수증자가 증여자에 대하여 다음 각호의 사유가 있는 때에는 증여자는 그 증여를 해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제1호에 ‘증여자 또는 그 배우자나 직계혈족에 대한 범죄행위가 있는 때’를, 제2호에 ‘증여자에 대하여 부양의무있는 경우에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때’를 새로이 규정하였다(이하 제1호의 행위와 제2호의 행위를 통틀어 ‘망은행위’라 한다). 이는 중대한 망은행위를 한 수증자에 대하여까지 증여자로 하여금 증여계약상의 의무를 그대로 이행하게 할 필요가 없다는 윤리적 요청을 법률적으로 고려한 것이다(헌재 2009. 10. 29. 2007헌바135 참조).

한편, 입법자는 민법 제558조에 "전3조의 규정에 의한 계약의 해제는 이미 이행한 부분에 대하여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였다. 민법 제정 당시, 위 조항에 대하여 ‘법률문제의 간소화를 위하여는 위 조항을 두는 것이 타당하지만, 제556조 제1항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는 해제권 행사의 효과를 제한하지 않아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이 제시되기도 하였으나, 그와 같은 의견은 입법 과정에서 반영되지 않았다.

(나) 이후 2004년 법무부의 민법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에 대한 검토가 재차 이루어졌다. 그러나 부양의무의 불이행과 같은 망은행위가 있어도 그 행위의 동기가 다양하고, 이미 행해진 증여를 다시 찾아온다는 것은 복잡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로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은 개정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다)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은 2014년경 이루어진 법무부의 민법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다시 검토의 대상이 되었다. 당시 민법개정위원회 분과회의에서는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을 개정하는 것은 법률관계를 너무 복잡하게 할 우려가 있다고 보았으나, 민법개정위원회 실무위원회 및 위원장단 회의에서는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을 개정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었다. 위와 같은 논의는 해제를 할 경우의 반환 범위 및 제척기간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나, 실제 민법 개정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라)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과 관련하여서는 국회에서도 반환범위, 해제권의 제척기간 등을 서로 달리 하는 개정안들이 여러 차례 발의되었다. 그러나 위 개정안들 역시 실제 민법 개정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2) 구체적 판단

(가) 민법 제554조는 "증여는 당사자 일방이 무상으로 재산을 상대방에 수여하는 의사를 표시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자신의 책임 하에 체결된 계약은 일단 성립되면 구속력을 가지는 것이 계약의 원칙적인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법 제556조 제1항 제2호는 부양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한 증여자의 해제권을 인정하고 있다. 위 조항은 민법이 제정되기 전에 의용되고 있던 일본 민법전에는 없었던 조항으로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과 같이 중대한 망은행위를 한 수증자에 대해서까지 증여자로 하여금 증여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게 할 의무가 없다고 하는 윤리적인 요청을 법률에 반영한 것이다(헌재 2009. 10. 29. 2007헌바135 참조).

한편, 우리 민법은 제556조 제1항 제2호에도 불구하고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을 두어 이미 이행된 부분에 대하여는 해제권 행사의 효과를 제한하고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1958년 민법 제정 당시,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에 대하여 법률문제의 간소화를 위하여는 위 조항을 두는 것이 타당하지만, 제556조 제1항 제2호의 취지를 실현하기 위하여는 해제권 행사의 효과를 제한하지 않아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이 제시되기도 하였으나, 위와 같은 의견은 입법과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러한 입법 경위에 비추어 보면,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은 증여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증여자와 수증자 사이의 법률관계가 복잡하고 불안정하게 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헌재 2009. 10. 29. 2007헌바135 참조).

(나) 이와 관련하여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이 법적 안정성 등을 위하여 증여자에 대한 보호를 현저히 경시하는 것은 아닌지가 문제될 수 있으나, 우리 민법은 증여자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들을 마련하고 있다.

민법 제974조 내지 제978조는 부양의무와 부양의 정도, 방법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증여자가 위와 같은 규정들에 근거하여 수증자를 상대로 부양료 청구를 할 수 있는 이상,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이 이미 이행한 부분에 대하여는 증여 해제의 효과가 미치지 않도록 규정했다고 하여 증여자에 대한 보호가 부족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청구인은 증여재산의 가치가 부양료 청구권의 가치보다 큰 경우가 있을 수 있으므로 증여자가 수증자에게 별도로 부양료를 청구할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증여자에 대한 보호가 충분하게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법률이 정한 바에 따른 부양의무 이행의 정도가 증여재산의 가치나 증여자의 주관적인 기대에 다소 미치지 못한다고 하여 증여자의 권리를 현저히 희생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청구인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수증자가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부양의무를 이행한 경우에는 증여재산의 가치가 부양료 청구권의 가치보다 크더라도 증여자가 증여재산의 반환을 구할 수 없다. 그러한 경우와 비교해보더라도 수증자가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 그 부양의무를 이행하도록 하는 것을 넘어 증여재산을 반환하도록 하여야만 증여자에 대한 보호가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아울러, 우리 사회의 고령화에 따라 부양의무의 이행 기간이 점차 길어지는 추세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증여재산의 가치보다 부양료 청구권의 가치가 더 큰 경우도 있을 수 있으므로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이 증여자에 대한 보호를 도외시하고 있는 것이라고는 단정하기 어렵다.

(다)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이 없을 경우, 수증자가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증여자는 언제든 증여를 해제할 수 있으므로 증여의 이행과 부양의무의 이행이 실질적으로 결부되는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이로 인하여 부양의무 있는 친족 간에 이루어지는 증여가 마치 부양의무의 이행을 상대부담으로 하는 일종의 부담부증여인(민법 제561조) 것처럼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민법 제554조가 예정한 무상성·편무성을 특징으로 하는 일반적인 증여계약의 모습이라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당사자의 의사에 반드시 부합하는 것인지 여부도 불분명하다.

한편, 당사자들은 증여의 이행과 부양의무의 이행을 결부시키고자 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561조의 부담부증여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상대부담 있는 증여의 증여자는 부담채무 자체의 불이행을 내세워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이때의 해제는 민법 제561조에 의하여 쌍무계약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어 민법 제556조 제2항과 제558조가 적용되지 않으며, 이러한 법리는 민법 제974조가 규정하는 부양의무 있는 친족 사이에 부양의무를 부담으로 한 증여계약이 체결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07. 7. 26. 선고 2007다24602 판결 등 참조). 증여자는 부양의무의 이행을 부담으로 하여 증여를 할 수 있고, 이와 같은 부담부증여의 경우에는 수증자가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증여자가 이를 해제할 수 있으며,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의 적용도 받지 않는다.

부담부증여는 묵시적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고(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다5878 판결 참조), 실무상으로는 증여자의 나이, 건강상태, 경제적 형편, 부양의 필요성, 다른 자녀들과의 관계에 비추어 증여자가 부담부증여가 아닌 단순 증여를 할 만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 증여의 목적물이 생존의 기초가 되는 재산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묵시적 부담부증여 및 이를 기초로 한 증여계약의 해제가 인정되고 있다.

이처럼 민법은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을 규정하면서도, 부담부증여를 통하여 부양의무 불이행 시 증여자가 증여재산을 반환받을 수 있도록 당사자들이 약정하는 것 역시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개별 사건에서 증여자는 묵시적 부담부증여를 주장·입증하여 증여재산의 반환을 구할 수도 있다.

아울러, 계약 성립 당시 당사자가 예견할 수 없었던 현저한 사정변경이 발생하였고, 그러한 사정의 변경이 해제권을 취득하는 당사자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생긴 것으로서, 계약 내용대로의 구속력을 인정한다면 신의칙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가 생기는 경우에는 계약준수 원칙의 예외로서 사정변경으로 인한 계약해제도 인정되고(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4다31302 판결 등 참조), 이러한 해제권은 민법 제556조 제1항이나 제557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해제권과는 별개의 것인바, 위 조항들로 인하여 민법의 일반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의 적용이 배제되는 것도 아니다.

(라) 수증자가 증여계약에 따른 급부를 이행받고도 증여자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그러한 행위가 도덕적·윤리적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하여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수증자의 도덕적·윤리적 책임을 어떤 방식으로 법적 책임의 영역에 반영할 것인지에 대하여는 다양한 입법론적 논의가 가능하다. 부양의무의 불이행을 이유로 한 증여계약의 해제권을 법률로 정할지 여부, 그리고 이를 입법한다면 그 내용과 효력을 어떻게 형성할지는 각 사회의 증여관 및 윤리관, 부양의무 불이행에 대한 별도의 제재 수단이 존재하는지 여부, 정책적 효과 등을 종합하여 이루어진다.

독일, 스위스, 프랑스 등과 같은 국가들에서는 부양의무 불이행과 같은 망은행위를 이유로 한 증여의 해제를 명문으로 허용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망은행위를 이유로 한 증여의 해제와 관련된 규정을 두게 되면 사실상 증여가 타인에게 은혜를 매도하는 것과 다르지 않게 되므로 도리상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로 이를 입법하지 않았으나, 법원은 부담부증여나 신의칙 등의 이론 구성을 통하여 증여의 해제와 반환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영미와 같은 보통법 국가에서는 증여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한 철회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프랑스, 독일 등의 법 제도는 증여의 상호 호혜성을 강조한 입장이라고 볼 수 있는 한편, 영미법은 증여의 무상성·편무성을 보다 강조한 입장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민법은 절충적인 입장에서 제556조 제1항 각 호에서 수증자의 망은행위에 의한 증여자의 법정해제권을 인정하되,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에서 이미 이행된 부분에 대하여는 해제의 효과가 미치지 못하도록 규정함으로써 법정해제권 행사의 효과를 제한하는 한편, 부양의무의 문제는 민법 제561조의 부담부증여나 민법 제974조 내지 제978조 등에 따른 부양의무의 이행 청구를 통하여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종합해 보면, 부양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규정을 두면서도, 이미 이행된 부분에 대하여는 그 해제의 효과를 제한하고 있는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이 다른 국가들에 비하여 특별히 증여자의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고 있는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마) 한편,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이 없을 경우, 수증자가 반환을 하여야 할 범위를 법률로 규정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다는 점 역시 고려될 필요가 있다. 구체적인 현실에서는 수증자가 부양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은 경우, 부양의무를 이행하였으나 그 이행의 정도가 증여재산의 가치에는 미치지 못하는 경우, 부양의무의 이행 여부를 둘러싼 분쟁이 발생하기 전까지 장기간 부양의무를 이행하여 그 이행의 정도가 증여재산의 가치를 초과하는 경우 등 다양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현실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사례에 맞추어 적정한 반환의 범위를 일일이, 구체적으로 정하는 입법을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법원이 재판에서 증여를 전후하여 부양한 기간, 부양하지 못하게 된 사유, 증여재산의 가액 등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반환범위를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그 기준 산정의 어려움으로 인하여 법원의 심리 부담이 가중되고, 이로 인한 심리의 지연 및 재판 비용의 상당한 증가가 초래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피하기 위하여 입법자는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을 통하여 간명하게 증여와 관련된 이해관계를 조정하되, 부양의무의 이행은 별개의 법률 규정을 통하여 해결할 수 있도록 하였고, 이러한 입법자의 판단은 존중될 필요성이 있다.

(바)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는 그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에 있어 서로 정책적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이 없는 경우에는,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수증자를 제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증여자 보호에 충실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부양의무의 이행이 단지 증여자의 주관적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경우에도 증여자가 증여재산의 반환을 청구하는 등 가족 내에서 증여재산의 반환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발생하고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게 되는 등 부정적인 측면도 있을 수 있다.

반대로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이 있는 경우에는, 증여자가 이미 이행한 부분에 대하여는 증여재산을 반환받을 수 없으므로 처음부터 신중하게 증여를 하게 되고, 이미 이행된 증여에 관하여는 법률문제가 종결된 것으로 보아 증여재산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이 경우에는 수증자가 부양의무를 불이행하여도 증여자가 증여재산을 반환받을 수 없게 되어 증여자 보호에 미흡한 측면이 있을 수 있으나, 입법자는 민법 제974조 내지 제978조를 통하여 증여자가 부양의무의 이행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입법자는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측면들을 고려하면서,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을 택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한 수단들 역시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이 매우 불합리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사) 이상과 같은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이 합리적인 입법재량의 한계를 일탈하여 증여자의 재산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라. 재산상태관련 해제제한조항에 관한 판단

(1) 민법 제557조는 "증여계약 후에 증여자의 재산상태가 현저히 변경되고 그 이행으로 인하여 생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경우에는 증여자는 증여를 해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증여가 무상·편무계약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증여자의 재산상태가 현저하게 변경되고 그 이행으로 인하여 생계에 중대한 영향이 있는 경우에도 증여계약의 구속력을 계속 인정하는 것이 증여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하고,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2) 그러나 일단 증여계약이 이행된 이후에는 수증자와 증여자 모두 증여계약이 이행된 상태를 기초로 하여 자신의 경제생활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수증자에게 책임을 돌릴 수 없는 사유, 즉 증여자의 재산상태가 현저히 변경되고, 생계에 중대한 영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증여자의 해제권을 인정하게 되면, 증여계약이 이행된 상태를 기초로 하여 경제생활을 하고 있던 수증자가 불측의 손해를 입게 될 우려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증여자의 해제로 인하여 오히려 수증자의 재산상태가 현저하게 악화되고 생계를 유지하는 데에 중대한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 결국 수증자는 언제든지 증여자의 재산상태가 변경되어 생계에 중대한 영향이 있으면 증여자에게 증여재산을 반환하여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되는데, 수증자로서는 자신의 지배 범위 밖에 있는 증여자의 재산 상태를 알 수도 없으므로, 수증자의 법적 지위가 장기간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한편, 증여는 친족 간에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당사자들 사이에 광범위한 형태로 이루어질 수 있고, 최근에는 학교법인이나 공익법인 등에 기부를 하는 형태의 증여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증여가 이루어진 이후 증여자의 재산상태의 변경으로 인하여 증여된 급부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였을 때에, 수증자의 이익을 넘어 그와 관련된 공익이 해하여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3) 위와 같은 증여자와 수증자 사이의 상충하는 이익에 대한 조정과 비교형량은 증여에 대한 각 사회의 서로 다른 관념과 법체계 등을 기초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증여자의 재산상태변경에 대하여는 반환청구를 인정하는 나라도 있고(독일), 철회를 인정하되 미이행 의무의 소멸만을 인정하는 나라도 있으며(스위스), 재산상태변경을 해제 사유로 인정하지 않는 나라도 있는(프랑스) 등 다양한 입법례가 존재한다.

(4) 결국 입법자는 무상·편무계약인 증여계약의 성질, 계약의 구속력, 해제 시 발생하는 증여자의 이익과 수증자의 손해, 거래의 안전과 법적 안정성 등을 비교 형량한 후, 증여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법률관계가 불안정하게 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재산상태관련 해제제한조항을 입법한 것이므로, 위 조항이 합리적인 입법재량의 한계를 일탈하여 증여자의 재산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김상환, 재판관 김형두, 재판관 마은혁, 재판관 오영준의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에 관한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6. 재판관 김상환, 재판관 김형두, 재판관 마은혁, 재판관 오영준의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에 관한 반대의견

우리는 서면관련 해제제한조항 및 재산상태관련 해제제한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서는 법정의견과 의견을 같이 하나,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은 재산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생각하므로 아래와 같이 반대의견을 남긴다.

가. 부양의무의 불이행과 증여계약의 해제 개관

(1) 민법 제556조 제1항의 의의

민법 제556조 제1항은 "수증자가 증여자에 대하여 다음 각호의 사유가 있는 때에는 증여자는 그 증여를 해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1호는 ‘증여자 또는 그 배우자나 직계혈족에 대한 범죄행위가 있는 때’를, 제2호는 ‘증여자에 대하여 부양의무있는 경우에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때’를 규정하고 있다. 이는 로마법 이래 서구 여러 국가들의 입법례를 수용하여 중대한 망은행위를 한 수증자에 대해서까지 증여자로 하여금 증여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게 할 의무는 없다고 하는 윤리적인 요청을 법률적으로 고려한 것이다(헌재 2009. 10. 29. 선고 2007헌바135). 위 조항은 법률적으로 사정변경의 원칙에 의한 해제권 발생의 한 유형이라고 평가되고, 헌법재판소 역시 위 규정을 ‘수증자의 망은행위라는 후발적인 사정변경으로 인한 계약 해제’라고 한 바 있다(헌재 2009. 10. 29. 선고 2007헌바135).

(2) 부양의무의 불이행

민법 제556조 제1항 제2호에 규정되어 있는 ‘부양의무’라 함은 민법 제974조에 규정되어 있는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 또는 생계를 같이 하는 친족 간의 부양의무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친족 간이 아닌 당사자 사이의 약정에 의한 부양의무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1996. 1. 26. 선고 95다43358 판결 참조). 부모와 성년의 자녀·그 배우자 사이에 민법 제974조 제1호, 제975조에 따라 부담하는 부양의무는 부양의무자가 자기의 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생활을 하면서 생활에 여유가 있음을 전제로 하여 부양을 받을 자가 자력 또는 근로에 의하여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그의 생활을 지원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대법원 2013. 8. 30. 자 2013스96 결정 참조).

이와 같이 수증자의 부양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한 증여자의 법정해제권 행사에서 문제되는 부양의무 불이행은 수증자가 증여자로부터 증여를 받은 이후 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생활을 하면서 생활에 여유가 있음에도, 독자적으로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인 증여자의 부양을 방기하는 망은행위를 한 경우에 한하여 인정되고, 실무상으로는 거의 대부분 증여자가 고령의 부모이고, 수증자가 성년의 자녀인 경우에 분쟁이 발생한다.

(3) 부양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한 법정해제권 제도의 취지

근친 사이에서 이루어진 증여는 증여자와 수증자 사이의 특별한 유대와 신뢰관계를 기초로 하여 이루어지고, 이러한 신뢰관계 속에는 증여자가 독자적인 생계유지가 곤란해진 경우 수증자가 부양의무를 이행할 것이라는 기대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므로, 수증자는 증여 이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며 이러한 특별한 유대와 신뢰관계를 파탄시키지 않도록 망은행위를 삼가야 한다. 수증자가 증여를 받고 경제적인 여유가 있음에도 독자적인 생계유지가 곤란해진 증여자에 대한 부양을 방기하는 것은 증여의 기초가 된 특별한 유대와 신뢰관계를 파탄시키는 망은행위에 해당한다.

위와 같이 증여 이후 후발적으로 생긴 수증자의 망은행위를 이유로 증여계약의 해제를 인정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서 파생된 사정변경의 원칙에 근거한 것으로, 증여자의 신뢰를 중대하게 배반하는 망은행위를 한 수증자에게 책임을 묻고 독자적인 생활유지가 어려워진 증여자의 법익을 보호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한편, 어떠한 정도의 망은행위가 있어야 증여계약의 해제 사유로 인정될 수 있는지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민법 제556조 제1항 제1호에서 법정해제권 발생사유로 정한 ‘수증자의 범죄행위’에 대하여, "여기에서 ‘범죄행위’는, 수증자가 증여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가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증여자가 배은망덕하다고 느낄 정도로 둘 사이의 신뢰관계를 중대하게 침해하여 수증자에게 증여의 효과를 그대로 유지시키는 것이 사회통념상 허용되지 아니할 정도의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말한다."라고 판시한다(대법원 2022. 3. 11. 선고 2017다207475, 207482 판결 참조). 이러한 취지는 수증자의 부양의무 불이행에 대하여도 동일하게 고려될 수 있다. 따라서 증여계약의 해제 사유가 되는 부양의무 불이행의 정도는 일시적이거나 일부에 그치는 불이행이 수회 있었다거나 증여자의 주관적인 기대에 다소 미치지 못한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부양의무 불이행의 동기 및 경위, 횟수 및 기간, 증여 목적물의 가액과 이행한 부양의무 급부 총액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증여자가 배은망덕하다고 느낄 정도로 증여자와 수증자 사이의 신뢰관계를 파탄시켜 수증자에게 증여의 효과를 그대로 유지시키는 것이 사회통념상 허용되지 아니할 정도로 중대하여야 한다.

나. 심사기준

증여계약의 해제권 행사 및 그에 따른 원상회복의 여부와 범위에 관한 내용은 입법자가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하여야 할 사항으로서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입법형성의 자유에 속한다고 할 것이지만, 입법자가 그 내용을 정함에 있어서 입법형성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하여 헌법 제37조 제2항이 규정하는 기본권제한의 입법한계를 일탈하는 경우에는 그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헌재 2024. 4. 25. 2020헌가4등 참조).

다. 구체적 판단

(1)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가) 민법이 제정되기 전에 적용되고 있던 의용민법 제550조는 "서면에 의하지 아니한 증여는 각 당사자가 철회할 수 있다. 그러나 이행을 완료한 부분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었고, 현행 민법 제556조, 제557조와 같은 규정은 두지 않고 있었다. 입법자는 우리 민법전을 제정하면서 의용민법 제550조 본문에 해당하는 내용을 현행 민법 제555조에 규정하고, 현행 민법 제556조, 제557조를 신설하였으며, 의용민법 제550조 단서에 해당하는 내용을 제558조에 규정하여 제555조 내지 제557조에 의한 해제는 이미 이행한 부분에 대하여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일률적으로 규정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민의원법제사법위원회 민법안심의소위원회의 민법안심의록에서는 현행 민법 제558조의 제안이유에 대하여 ‘의용민법 제550조 단서와 동일하다’고 밝히고 있다.

민법안심의록의 취지와 궤를 같이 하여 헌법재판소는 헌재 2009. 10. 29. 2007헌바135 결정에서,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이 망은행위로 인한 법정해제권 행사의 효과를 제한하는 것은, 이미 이행된 증여 부분은 증여자의 의사가 분명히 드러남과 아울러 증여가 경솔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명백하기 때문에 증여자와 수증자 사이의 법률관계를 조속히 안정시켜 증여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법률관계가 불안정하게 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헌재 2009. 10. 29. 2007헌바135).

(나) 그러나 증여자가 경솔하게 재산을 무상으로 처분하는 것을 예방함과 아울러 당사자의 의사를 명확하게 한다는 목적은 서면에 의하지 않은 증여의 해제를 인정하는 제555조에 대하여는 타당할 수 있으나, 망은행위를 이유로 증여의 해제를 인정하는 민법 제556조 제1항에 대하여는 타당하지 않다.

서면에 의하지 아니한 증여의 경우에는 수증자가 증여 이후 어떠한 귀책사유 있는 행위를 한 바 없음에도 ‘서면에 의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든지 ‘증여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증여계약이 해제될 수 있으므로, 수증자의 지위는 매우 불안정하다. 하지만 증여계약에 따른 이행이 완료된 부분만큼은 당사자의 증여 의사가 명확히 드러나고 증여 역시 경솔하게 이루어진 것이 아님이 밝혀진 것이므로, 당초 서면에 의하지 아니한 증여의 해제를 인정한 취지가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 따라서 이미 이행이 완료된 부분에 관하여는 서면에 의하지 아니하였음을 이유로 증여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전체 증여계약이 해제되더라도 해제의 효력이 미치지 않도록 함으로써 법률관계의 불안정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민법 제558조가 서면에 의하지 아니한 증여의 해제에 관하여 그 해제의 효과를 제한하는 것은 법률관계의 안정에 크게 기여하므로 입법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증여자가 수증자의 부양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민법 제556조 제1항 제2호에 규정된 법정해제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이와 동일하게 볼 수 없다. 수증자가 증여를 받고도 자신의 귀책사유로 부양의무를 불이행한 경우 증여자가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해제의 일반원칙에 따를 경우 그 해제에 의하여 증여계약이 소급적으로 소멸하여 원상회복의무가 발생한다는 것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결과이다. 반면, 수증자가 성실하게 부양의무를 이행한다면 증여자가 법정해제권을 취득할 여지가 없으므로, 증여자와 수증자 사이의 법률관계가 불안정해질 아무런 이유가 없다. 이러한 점에서 수증자가 부양의무를 불이행하여 증여자가 법정해제권을 취득하였음에도 해제의 일반적 속성인 ‘증여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증여계약이 해제된다는 점을 이유로 ‘증여자와 수증자 사이의 법률관계가 불안정해진다’는 논리는 성립하기 어렵고, 이를 근거로 그 해제의 효과를 제한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없다.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이 수증자의 부양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한 증여계약 해제에 대하여 해제의 일반원칙에서 벗어나 그 해제의 효과가 이미 이행이 완료된 부분에 미치지 않도록 규율하기 위해서는 이를 정당화할만한 다른 목적이 있어야 하나, 이를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이 수증자 자신의 귀책사유에 의하여 유발된 부양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증여계약의 해제에 대하여 ‘증여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법률관계가 불안정해지는 것을 최소화한다’는 목적을 들어 그 해제의 효과를 제한하는 것은 입법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망은행위를 이유로 한 증여계약의 해제를 인정하는 것은 증여자의 신뢰를 중대하게 배반하는 행위를 한 수증자에게 책임을 묻고 증여자를 보호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망은행위를 한 수증자로 하여금 이미 받은 증여재산이나 현존이익을 반환하도록 하는 것이 긴요하다. 실제 수증자가 부양의무를 위반하는 행위를 하는 시점은 증여계약이 이행되어 증여를 받은 후가 거의 대부분인데, 증여자가 이를 이유로 법정해제권을 행사하더라도 수증자가 이미 이행 받은 부분은 반환하지 않아도 된다면 당초 법정해제권을 인정한 취지가 몰각되고, 수증자에게 부양의무 불이행에 대한 책임을 묻고 증여자를 보호하려는 목적은 달성할 수 없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은 서면에 의하지 아니한 증여계약의 해제의 경우에나 적용될 수 있는 ‘증여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법률관계가 불안정하게 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라는 목적을 들어 그 해제의 효과가 이미 이행된 부분에는 미치지 않도록 제한하고 있으므로, 입법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다) 한편, 이에 대하여 증여계약의 내용으로 되어 있지 아니한 부양의무의 불이행을 이유로 증여자가 증여계약을 해제한 경우 수증자로 하여금 이미 이행 받은 증여재산이나 현존이익을 반환하게 하면 수증자의 신뢰이익을 해치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제의 효과를 제한하는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은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있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민법 제556조 제1항 제2호가 증여자에게 법정해제권을 부여한 것은 비록 부양의무가 증여계약의 내용으로 되어 있지 않더라도 근친 사이에서 특별한 유대와 신뢰관계를 기초로 이루어지는 증여의 특성상 그 이행은 증여의 기초를 이루는 것이고, 수증자가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불이행하여 증여자와 수증자 사이의 신뢰관계를 파탄시킴으로써 증여의 효과를 그대로 유지시키는 것이 사회통념상 허용되지 아니할 정도에 이른 경우에는 수증자에게 그 책임을 묻고 증여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며, 이 점에서 다른 의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 해제권이 행사되는 일반적인 계약의 해제와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 이와 같이 수증자가 그의 귀책사유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불이행하여 증여자가 법정해제권을 행사하는 경우, 해제의 일반원칙에서 벗어나 수증자가 이미 이행 받은 증여재산이나 현존이익의 반환을 면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의 보호가치 있는 신뢰가 수증자에게 존재한다고 할 수 없다. 수증자의 신뢰보호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수증자의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서면에 의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증여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증여가 해제되는 경우 등에나 고려될 수 있는 것이다.

민법 제556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법정해제권 행사에서 주로 문제되는 수증자인 자녀의 증여자인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 불이행은, 자녀가 부모로부터 증여를 받은 이후 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생활을 하면서 생활에 여유가 있음에도 독자적으로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인 부모의 부양을 방기한 경우에 한하여 인정된다. 이러한 경우 우선적으로 보호하여야 할 대상이 망은행위로 인하여 신뢰관계가 파탄되고 생계유지가 곤란한 상태에 놓인 부모의 법익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생활을 하면서 부양의무를 방기한 자녀의 신뢰이익이라고 전제하고 그 신뢰이익의 침해 방지를 정당한 목적이라고 보는 것은, 증여자에게 법정해제권을 부여할 정도로 부양의무를 불이행한 수증자에게 의무 위반에 상응하는 실질적인 불이익 취급을 상정하지 않은 채 기존 상태를 그대로 용인하는 것이어서, 부양의무에 관한 우리 공동체의 정의관과 윤리관이 허용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에 ‘증여계약의 내용으로 되어 있지 아니한 부양의무의 불이행을 이유로 증여계약이 해제될 경우 수증자의 신뢰이익을 해치는 것을 방지한다’는 목적이 포함된 것으로 보더라도, 그러한 입법목적 역시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라) 소결론

이상과 같은 점을 고려하면,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은 입법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그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이상 수단의 적합성 역시 인정하기 어렵다.

(2) 합리성

(가) 비교법적 이례성

1) 헌재 2009. 10. 29. 2007헌바135 결정은 "일본 민법은 유교에 바탕을 둔 동양인들의 사고 기저에는 증여를 단순한 호의로 보는 서구 제국의 증여관과 달리 증여를 의리 내지 은혜에 의하여 생기는 의무로 보고 무상이지만 증여를 중시하는 독자적인 증여관을 기초로 하여 망은행위로 인한 증여의 해제를 인정하지 아니하고 있다. 이에 비하여 우리 민법은 일본 민법과 달리 서구제국의 입법례를 수용하여 제556조 제1항에서 수증자의 망은행위에 의한 증여자의 법정해제권을 인정하기는 하되, 민법 제558조 부분에서 증여자에 의하여 증여의 이행이 완료되어 증여의 법률관계가 명백하게 된 경우에는 수증자의 망은행위라는 후발적인 사정변경으로 인한 계약 해제의 효과가 이미 이행이 완료된 부분에 대하여는 미치지 못하도록 규정함으로써 법정해제권 행사의 효과를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판단한 바 있다.

2) 그러나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은 비교법적으로 매우 이례적인 조항이다. 독일 민법 제530조 제1항, 제531조 제2항, 제532조, 스위스 채무법 제249조 제2호, 제251조 제1호, 오스트리아 민법 제948조, 제949조, 프랑스 민법 제955조 제3호, 제957조 제1항, 제958조 제2항, 중국 민법 제663조 등 여러 국가들은 수증자가 망은행위를 한 경우 증여자가 그 증여를 해제 내지 취소하고 증여재산이나 현존이익을 반환받을 수 있도록 규정한다. 독일의 판례는 부양의무 위반을 망은행위의 전형적인 행위로 보고 있고, 프랑스의 판례도 동일하다. 특히 프랑스 판례는 망은행위를 이유로 한 증여계약의 취소권이 ‘공서양속’에 관한 것으로 보아 그 취소권의 사전 포기를 무효로 보고 있다.

일본 민법의 경우 수증자의 부양의무 불이행 등 망은행위를 이유로 한 증여자의 증여계약 해제에 관하여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일본 판례는 ‘증여자가 노후의 부양을 기대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부담부증여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증여가 친족 간의 정의관계에 기초하여 무상의 은혜적 행위로 행해졌음에도 그 정의관계가 수증자의 배신에 의하여 파탄되고 그 증여의 효력을 그대로 존속시키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상 부당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하는 등, 수증자의 부양의무 불이행이 있는 경우 증여계약의 해제와 이에 따른 증여재산의 반환을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헌재 2009. 10. 29. 2007헌바135 결정이 일본 민법상 수증자의 망은행위로 인한 증여의 해제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본 것은 다소 적절하지 아니하다.

신의성실의 원칙을 일반조항으로 두고 근친 간의 부양의무를 인정하는 우리 민법의 규범 체계 하에서, 수증자의 부양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증여계약이 해제되더라도 수증자가 증여재산이나 현존이익의 반환을 면할 수 있도록 한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은 동일한 규범 체계를 지닌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때 매우 이례적인 입법이다.

3) 이에 대하여 영미와 같은 보통법 국가에서는 이미 이행된 증여에 대하여 증여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한 철회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점을 근거로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이 절충적인 입장을 취한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영미법은 법질서 전체를 관통하는 민법의 대원칙으로 신의성실의 원칙과 같은 일반조항을 두지 않고 있고, 자녀의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 등도 일반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이와 같이 그 기본적 전제나 구조가 다른 영미법을 근거로 우리 민법이 절충적인 입장을 취한 것으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우리 민법 제정 당시 영미법을 참고하여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의 입법이 이루어진 것도 아니다.

(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기한 해제권 행사 및 효과의 제한

1) 헌재 2009. 10. 29. 2007헌바135 결정은 "망은행위를 이유로 한 증여계약의 법정해제권을 법률로 정할지 여부, 그리고 이를 입법한다면 그 내용과 효력을 어떻게 형성할지는 수증자의 망은행위에 대한 그 사회의 윤리적 평가를 바탕으로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입법재량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

2) 민법 제정 당시 입법자가 후발적 사정변경인 망은행위를 이유로 한 법정해제권 행사를 인정하되, 그 행사의 효과를 제한하는 절충적인 내용으로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을 구성한 것은 당시 대법원이 계약준수의 원칙을 강조하면서 신의성실의 원칙에서 파생되는 사정변경 원칙을 인정하지 않았던 점과 무관하지 않다(대법원 1955. 4. 14. 선고 4286민상231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오늘날 대법원 판례는 사정변경의 원칙을 인정하고, 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 또는 해제하고 이미 이행된 급부의 반환을 구할 수 있다고 판시한다(대법원 2020. 12. 10. 선고 2020다254846 판결, 대법원 2021. 6. 30. 선고 2019다276338 판결 등 참조).

민법 제정 당시 입법자가 후발적 사정변경인 수증자의 부양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한 증여계약의 해제를 규정한 것은 당시 민법 이론에 의하여는 인정될 수 없는 새로운 법정해제권을 창설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을 두어 그 법정해제권의 행사 효과를 제한한 것은 재산권 형성 과정에서 행사할 수 있는 합리적인 입법재량의 범위에 속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신의성실의 원칙에서 파생된 사정변경의 원칙이 인정되는 오늘날에 이르러,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은 그 조항이 없었다면 사정변경의 원칙에 기하여 인정될 수 있는 증여자의 해제권 행사 및 그 효과를 배제하는 효과를 낳는다. 민법이 제556조 제1항 제2호 및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과 같은 특별한 규정을 두어 사정변경의 법리를 구체적으로 규범화한 이상 법관으로서는 그 규정을 적용하여야 하고 그와 다른 내용이나 효과를 지닌 사정변경의 법리를 새로이 형성하여 적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오늘날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은 그러한 조항이 없었더라면 신의성실의 원칙에서 파생되는 사정변경의 원칙에 기하여 인정될 수 있는 해제권의 행사와 그 효과를 제한하는 재산권 제한적 입법으로서의 성격을 가지므로, 단순히 재산권 형성 과정에서 입법형성권의 재량범위가 광범위하다는 이유를 들어 그 합리성을 대폭 완화하여 인정하기는 곤란하다.

3) 신의성실의 원칙에 관한 민법 제2조는 일반조항으로서 사회생활상의 필요와 사상의 변천에 언제나 일치할 수 있는 포용성을 갖고 있다. 위 규정은 시대의 정의관과 윤리관에 부합하는 탄력성과 영속성을 지니고 끊임없는 발전을 통하여 그 시대에 살아 있는 법을 발견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기능한다. 그러나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은 이러한 신의성실의 원칙의 기능을 차단하면서 수증자의 부양의무 불이행으로 인하여 생계유지가 곤란한 증여자를 보호하는 대신,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생활을 하면서 증여자에 대한 부양을 방기하는 수증자를 보호함으로써 우리 시대의 정의관과 윤리관에 어긋나는 부당한 결과를 고착화하고 있으므로, 현저히 비합리적이다.

(다) 일반 국민의 법감정과 부양의무 불이행을 제재하는 규범 체계

1) 민법 제556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법정해제권 행사가 주로 문제되는 상황은 부양의무 있는 자녀가 증여를 받은 후 자기의 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생활을 하면서 증여를 한 부모의 생활을 지원할 경제적 여력이 있음에도 자력 또는 근로에 의하여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부모의 생활을 지원하지 아니하는 경우이다. 여기서 부양의무 불이행의 정도는 증여자가 배은망덕하다고 느낄 정도로 증여자와 수증자 사이의 신뢰관계를 파탄시켜 수증자에게 증여의 효과를 그대로 유지시키는 것이 사회통념상 허용되지 아니할 정도로 중대하여야 한다. 이러한 경우 증여계약의 해제에도 불구하고 수증자가 이행 받은 증여재산이나 현존이익을 반환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감정과 윤리관에 맞지 않는다.

2) 민법 제정 당시인 1950년대 말 우리 사회는 1차 산업인 농업이 주력 산업이었고, 대가족 사회로서 자녀가 한 집에서 부모를 봉양하며 살아가는 것이 일반적인 생활상이었으며, 당시 우리 국민의 평균 수명은 50세 초·중반에 그쳤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는 고도의 산업화와 정보화가 이루어지면서 핵가족 내지 초핵가족 사회로 변모하였고, 자녀가 한 집에 함께 거주하면서 부모를 봉양하는 모습은 일반적이지 않은 일이 되었으며, 우리 국민의 평균 수명이 80세를 훌쩍 넘어가면서 고령화를 넘어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였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로 인하여 민법 제정 당시는 상정하기 어려웠던 자녀의 부양의무 불이행이나 고령 부모의 생계 유지는 큰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자녀의 부양의무의 중요성이 새롭게 강조되기에 이르렀고, 부양의무를 불이행한 자녀에 대하여 그 불이행의 정도에 상응하는 불이익 취급을 법률로 규정할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논의의 배경에는, 각종 사회급부제도의 마련과 정비의 중요성과 더불어 여전히 가족간의 유대와 상호 부조를 근간으로 하는 가족질서를 유지·확립할 필요가 있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3)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시대 상황을 반영하여,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의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감정과 상식에 반하므로, 구 민법(1977. 12. 31. 법률 제3051호로 개정되고, 2024. 9. 20. 법률 제204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12조 제1호부터 제3호가 유류분상실사유를 별도로 규정하지 아니한 것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기여분에 관한 민법 제1008조의2를 유류분에 준용하는 규정을 두지 아니한 민법 제1118조는 피상속인을 오랜 기간 부양하거나 상속재산형성에 기여한 기여상속인이 기여의 대가로 받은 증여재산을 비기여상속인에게 반환하여야 하는 부당한 상황을 발생시키고, 기여상속인에게 보상을 하려고 한 피상속인의 의사를 부정하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하므로 기본권 제한의 입법한계를 일탈하여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헌재 2024. 4. 25. 2020헌가4등 참조).

이에 따라 입법자는 ‘국민 정서에 부합하게 상속 제도를 개선’하는 것을 개정 이유로 밝히면서 2026. 3. 17. 법률 제21454호로 민법을 개정하였다. 그 주요 내용은 피상속인의 직계존속뿐만 아니라 직계비속·배우자 등 모든 상속인이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경우 등에는 가정법원이 상속권 상실을 선고하여 피상속인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없도록 하고(제1004조의2),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는 등으로 기여한 데에 대한 보상으로 이루어진 증여·유증은 특별수익으로 보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제1008조 단서).

4) 이와 같이 부양의무 있는 자녀의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 이행을 중시하고, 이를 불이행한 자녀가 부모의 상속재산에 대하여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일반 국민의 법감정과 윤리관에 부합한다면, 자녀가 부모로부터 증여를 받은 이후 경제적 여력이 있음에도 곤궁 상태에 놓인 부모를 부양하지 아니하여 부모가 증여계약을 해제할 경우, 이행 받은 증여재산이나 현존이익을 반환하도록 하는 것이 일반 국민의 법감정과 윤리관에 부합할 것이다. 우리에 앞서 산업화와 핵가족화 등의 시대적 변화를 먼저 거친 서구권의 여러 국가들이 일찍이 이러한 입법을 하고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이는 자녀가 부모로부터 받은 증여가 부모의 사망 후 상속재산분할 및 유류분반환에 있어서 ‘상속분의 선급’에 해당하는 점을 고려할 때 더욱 그러하다.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를 위반한 자녀가 부모의 재산으로부터 일체의 상속권이나 유류분을 주장할 수 없는 것이 우리 사회의 규범적 가치라면, 부모의 생존 시 부양의무를 위반한 자녀가 상속분의 선급에 해당하는 증여재산이나 현존이익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여야 그 규범적 가치를 일관성 있게 실현할 수 있다.

예컨대, 부(父)가 생전에 공동상속인인 갑과 을 중 갑에게 전 재산을 증여하면서 갑의 부양을 기대하였지만 갑이 병든 부의 부양의무를 방기하였고, 이에 을이 부를 간병하며 부양하다가 부가 사망하였는데, 부가 사망 전에 갑을 상대로 부양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증여계약을 해제하며 증여재산의 반환을 청구한 경우를 상정한다. 이 경우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그 증여재산은 생전에 부의 재산으로 귀속되어 상속재산을 구성하게 되고,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방기한 갑은 상속권 상실선고를 받을 경우 그 상속재산으로부터 아무런 분배를 받지 못하게 되며, 병든 부를 간병하며 부양한 을은 상속재산을 단독 상속할 수 있게 된다. 이와 달리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이 적용되는 상황에서는, 갑은 이미 이행 받은 증여재산을 부에게 반환할 의무가 없으므로 이는 상속재산을 구성하지 않게 되어 그로 인한 이익을 향유할 수 있게 되고, 부를 간병하며 부양한 을은 갑을 상대로 유류분을 주장할 수 있을 뿐이며, 그 과정에서 을이 부를 특별히 부양한 기여는 아무런 평가를 받지 못한다. 이와 같이 증여와 상속이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규범 체계 하에서 개정 민법 제1004조의2와 제1008조 단서는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이 적용되는 한 그 입법목적이 온전히 실현되기 어렵고,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의 적용이 배제되어야만 비로소 그 규범적 가치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다.

민법 제556조 제1항 제2호가 이러한 경우 증여자에게 증여계약의 법정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인정한 이상, 그 해제권 행사 시 해제의 일반원칙에 따라 자녀에게 증여재산이나 현존이익을 반환하게 하는 것이 규범 체계의 일관성을 유지함과 아울러 가족 간의 유대와 상호 부조를 근간으로 하는 가족질서를 유지·확립하는 올바른 길이다.

5) 그러나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은 이와 다른 규율을 하고 있으므로, 앞서 본 바와 같이 부양의무에 관한 일반 국민의 법감정과 윤리관이 허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었다고 보일 뿐만 아니라, 부양의무의 불이행에 대하여 일정한 불이익 취급을 상정한 규범 체계 및 가치와도 배치되므로, 현저히 비합리적이다.

(라) 부양의무 이행청구권 및 부담부증여 제도의 존재 등과 합리성 판단

1) 증여자가 증여계약 해제 이후에도 수증자에게 부양료를 청구할 수 있는 이상,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이 이미 이행한 부분에 대하여 증여 해제의 효과가 미치지 않도록 규정하였다고 하여 증여자에 대한 보호가 부족하다고 단정할 수 없고, 그 경우 수증자에게 부양의무를 이행하도록 하는 것을 넘어 증여재산이나 현존이익을 반환하여야만 증여자에 대한 보호가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견해가 있다.

2) 그러나 이는 의무불이행에 대하여 다층적인 권리구제수단을 인정하는 규범 체계와 그 각 권리구제수단의 독자적 기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 민법을 비롯하여 계약법 체계를 갖춘 각국의 법률은 의무자의 의무불이행이 있는 경우 다층적인 권리구제수단을 마련하고 있다. 의무불이행 시 소송을 통하여 이행청구권을 행사하고 확정판결의 강제집행을 통하여 그 만족을 얻는 수단을 마련하는 한편, 계약의 해제를 통하여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나 이미 이행된 급부를 반환받도록 하는 수단을 마련하는 것이 보편적인 규범 체계이다. 이 경우 계약의 해제는 의무불이행으로 인하여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거나 혹은 상호 간의 신뢰관계 파탄으로 인하여 계약관계를 청산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에 특히 효율적인 구제수단으로 기능한다.

수증자의 부양의무 불이행이 있는 경우 권리구제수단의 규범 체계도 이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증여자는 수증자를 상대로 여전히 부양의무의 이행을 청구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지만, 상호 간의 신뢰관계가 파탄되어 더 이상 수증자를 용서할 수 없고 종전의 관계로 복귀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민법 제556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법정해제권을 행사하여 계약관계를 소급적으로 청산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민법 제556조 제2항은 증여자가 수증자에 대하여 용서의 의사를 표시한 때에는 법정해제권이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와 같이 용서를 통하여 신뢰관계를 회복한 경우에는 법정해제권은 행사할 여지가 없게 되지만, 증여자가 법정해제권의 행사를 통하여 수증자에게 신뢰관계의 파탄과 함께 그를 용서할 뜻이 없음을 명확히 표명한 경우에는 해제의 일반원칙에 따라 수증자로부터 증여재산이나 현존이익을 반환받도록 하는 것이 당초 법정해제권을 인정한 취지에 부합한다. 이러한 상황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증여자가 이미 이행한 증여재산이나 현존이익을 반환받지 못한 채 당초 부양의무를 방기하였던 수증자에게 계속 부양료를 청구하는 방법으로만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증여자의 재산적 법익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정도를 넘어, 경우에 따라서는 증여자의 인격적 존엄까지 침해할 여지가 생긴다.

게다가 부양의무를 불이행한 수증자가 공동상속인 중의 1인이고, 다른 공동상속인이 증여자를 부양하다가 증여자가 사망하는 사례는 현실에서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이 적용되는 한, 이러한 경우 수증자는 증여자에 대한 부양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망은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을 면하고 부양의무를 이행하였더라면 부담하였을 재산상의 손실도 면하며 아울러 개정 민법 제1004조의2에서 정한 상속권 상실이라는 제재도 면하는 등의 매우 부당한 결과가 발생한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따라서 증여자가 증여계약 해제 후에도 여전히 수증자에 대한 부양의무 이행청구권을 갖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의 합리성을 논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3) 다른 한편, 우리 민법상 부담부증여 제도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으므로 증여계약 시 부양의무를 부담으로 정하는 약정을 할 수 있고, 명시적 약정이 없다 하더라도 묵시적 부담부증여로 인정받아 수증자의 부양의무 불이행 시 증여계약을 해제하여 증여재산이나 현존이익을 반환받을 수 있으므로, 수증자의 부양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한 증여계약 해제의 효과를 제한하더라도 비합리적인 점은 없다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부담부증여 제도와 수증자의 부양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증여계약의 해제 제도는 각각 고유한 기능과 역할을 지닌 별개의 제도이다. 계약자유의 원칙상 증여자와 수증자는 부양의무의 이행을 증여의 부관으로 하는 부담부증여 약정을 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민법 제556조 제1항 제2호에서 문제되는 증여는 부양의무가 인정되는 근친 간의 증여로서 서로 대립하는 당사자 사이의 충돌하는 이해관계나 대가관계를 조정·반영하는 교섭 과정을 거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증여자는 근친인 수증자에 대한 깊은 유대와 신뢰를 바탕으로 증여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수증자가 법률에서 정한 부양의무를 전적으로 외면할 것을 예상하여 부양의무의 이행을 증여의 부관으로 명시하여 내세우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우리 민법 제556조 제1항 제2호를 비롯하여 서구 각국의 민법이 부담부증여 외에 별도로 수증자의 부양의무의 불이행을 이유로 한 증여계약의 해제 제도를 마련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부담부증여 제도의 존재 등을 이유로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의 합리성 유무를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아니하다.

나아가 부담부증여는 민법 제561조에 의하여 쌍무계약에 관한 규정이 준용된다. 대법원은 "증여에 상대부담(민법 제561조)등의 부관이 붙어 있는지 또는 증여와 관련하여 상대방이 별도의 의무를 부담하는 약정을 하였는지 여부는 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법률효과의 발생을 원하는 대립하는 의사가 있고 그것이 말 또는 행동 등에 의하여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외부에 표시되어 합치가 이루어졌는가를 확정하는 것으로서 사실인정의 문제에 해당하므로, 이는 그 존재를 주장하는 자가 증명하여야 하는 것이다."라고 판시한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다5878 판결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증여자가 증여 시 수증자의 부양의무 이행을 기대하더라도, 증여자와 수증자 사이에 그 법률효과의 발생에 관한 대립하는 교섭 과정을 거쳐 이를 증여계약의 내용으로 편입시키려는 의사의 합치가 묵시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졌다고 인정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이 존재하는 민법 하에서, 증여자가 명시적 약정이 없음에도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의 적용을 면할 수 있는 묵시적 부담부증여라고 인정받기 위해서는 증여자에게 증명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고 그 결과는 불확실하다. 수증자의 부양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한 증여계약의 해제 시 이행된 부분을 반환받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부당하여 부담부증여의 이론 구성까지 취하여야 한다면,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 대신 해제의 일반원칙이 적용되도록 입법 개선을 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다.

따라서 부담부증여 제도의 존재나 묵시적 부담부증여의 인정 가능성 등은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의 합리성 유무를 판단하는 데 고려할만한 사정이 되지 못한다.

(마) 이해관계의 간명한 조정 등을 위한 해제의 효과 제한과 합리성 판단

부양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한 증여계약의 해제 시 수증자가 반환하여야 할 범위를 입법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고 법원이 구체적인 반환범위를 정하도록 하더라도 법원의 심리 부담이 가중되고 심리의 지연 및 재판비용의 상당한 증가가 초래될 수 있으므로,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이 이러한 문제를 피하고 이해관계를 간명하게 조정하기 위하여 해제의 효과를 제한한 것은 합리적이라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해제권의 행사로 인하여 원상회복의무가 발생하거나 법률상 원인 없이 취득한 이득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발생한 경우, 그 반환범위를 정하는 문제는 부양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한 증여계약의 해제의 경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법률관계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이다. 다양한 계약관계에서는 예컨대 건축공사 도급계약의 해제 등과 같이 복잡한 감정평가 등을 거쳐 계약관계를 청산하여야 하는 경우가 있고, 상호 간에 장기간에 이루어진 거래계약의 해지·해제와 같이 복잡한 정산이 뒤따르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사안에 대하여 해지·해제에 따른 반환을 인정하면 반환범위를 정하는 것이 복잡하고 분쟁이 발생할 수 있으며 법원의 심리 부담이 가중되고 재판비용이 증가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해지·해제에 따른 반환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세계 여러 나라들은 부양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한 증여계약의 해제를 인정하면서 그 반환범위를 증여재산의 반환이나 현존이익의 반환 등으로 규정한 법률 조항을 두고 있고, 각국의 법원이 그러한 법률 조항을 재판에 적용하면서 심리의 부담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정은 찾아볼 수 없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재판을 통하여 당사자 사이의 분쟁을 해결하고 국민의 권리를 구제하는 것이 본연의 역할인 법원이 계약 해제에 따른 반환범위를 정하는 데 심리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해제의 효과를 제한함으로써 아예 반환청구권의 발생 자체를 봉쇄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도 의문이다.

유독 부양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증여계약의 해제의 경우에만 반환범위에 관한 입법이 어렵고 법원의 심리 부담이 가중된다는 등의 이유로 이러한 문제를 피하고 이해관계를 간명하게 조정한다는 명목을 내세워 해제의 효과를 제한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해제의 일반원칙에 대한 예외를 설정한 것으로서 납득하기 어렵고 현저히 비합리적인 것이다.

(3) 법익의 균형성

수증자가 부양의무의 불이행으로 증여계약이 해제되어 손실을 입을 우려가 있다 하더라도 이는 수증자의 귀책사유 있는 망은행위로 인한 것이므로, 수증자에게 해제의 일반원칙에 벗어나 예외를 인정할 정도의 보호가치 있는 신뢰나 법익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계약이 해제됨에 따라 원상회복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일반적인 법원칙의 적용에 따른 당연한 효과이므로 수증자로 하여금 해제의 효과에 따라 이행 받은 증여재산이나 현존이익을 반환하게 한다고 하여 불측의 손해가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 반면, 증여자가 수증자의 망은행위로 인하여 증여의 기초가 된 신뢰가 무너지고 독자적으로 생활을 유지할 수 없어 증여계약을 해제하더라도 증여재산이나 현존이익을 반환받을 수 없게 됨에 따라 입는 불이익은 매우 크다. 수증자가 망은행위를 저지르는 시점은 증여계약이 이행된 후가 거의 대부분인데, 증여계약이 해제되더라도 수증자가 이행 받은 부분은 반환하지 않아도 된다면, 법정해제권을 인정한 당초의 입법취지가 현실에서는 제대로 구현될 수 없게 될 뿐만 아니라, 자녀의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 이행을 중시하면서 그 의무 위반에 상응하는 일정한 불이익 취급이 필요하다고 보는 우리 공동체의 보편적인 법감정과 정의관 및 윤리관에도 배치될 수 있다.

위와 같이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은 부양의무를 불이행한 수증자의 법익만을 우선시하고, 증여의 기초가 된 신뢰가 무너지고 생계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증여자의 법익을 도외시하므로, 법익의 균형성에 어긋난다.

라. 소결론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은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없고 그 내용이 자의적이고 현저히 비합리적이며 법익의 균형성에도 어긋난다. 따라서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은 헌법 제37조 제2항의 기본권 제한의 입법한계를 일탈하여 재산권을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