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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부작위 위헌확인 등

[전원재판부 2022헌마255, 2026. 8. 27.]

【전문】

【당 사 자】


사 건 2022헌마255 입법부작위 위헌확인 등

청 구 인 1. 응○○

2. 응□□

미성년자이므로 법정대리인 친권자 부 응○○

청구인들의 대리인 변호사 안승훈

선 고 일 2026. 8. 27.

【주 문】


1. 대한민국에서 출생한 외국인의 대한민국법에 따른 출생등록에 관하여 규정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는 위헌임을 확인한다.

2.청구인 응○○의 심판청구 및 청구인 응□□의 나머지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 응○○(이하 ‘청구인 부’라 한다)은 베트남 국적으로 비전문취업(E-9) 체류자격을 받아 2008. 10. 7. 대한민국에 입국하였으나 대한민국 체류 중 체류기간을 도과하여 현재는 미등록 상태에 있는 외국인이다. 청구외 도○○은 베트남 국적으로 비전문취업(E-9) 체류자격을 받아 2008. 6. 1. 대한민국에 입국하였으나 대한민국 체류 중 체류기간을 도과하여 현재는 미등록 상태에 있는 외국인이다. 청구외 도○○은 청구인 부와의 사이에 임신하여 2019. 4. 9. 대한민국에서 청구인 응□□(이하 ‘청구인 아동’이라 한다)를 출산하였다. 청구인 아동은 출생 후 대한민국법에 따라 출생등록을 하지 못하였고, 2020. 3. 6. 베트남법에 따라 출생등록되었다.

나. 청구인들은, 국내에서 출생한 외국인의 출생신고에 관하여 정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와, 교육기본법 제1조, 제2조, 제3조, 제4조 제1항, 제8조 제2항 중 각 ‘국민’ 부분, 초ㆍ중등교육법 시행령 제19조 제2항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22. 2. 25.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가. 이 사건 심판청구서의 청구취지에는 국내에서 출생한 외국인의 출생신고에 관하여 정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으나, 청구서의 전체적인 내용에 비추어볼 때, 청구인들은 ‘출생신고’가 아닌 출생에 관한 사항을 공적으로 기록하고 증명해주는 ‘출생등록’에 관한 사항이 입법되지 아니한 것을 다투고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나.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대상은, 대한민국에서 출생한 외국인의 대한민국법에 따른 출생등록에 관하여 규정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이하 ‘이 사건 입법부작위’라 한다), 교육기본법(2007. 12. 21. 법률 제8705호로 개정된 것) 제1조, 제2조, 제3조, 제4조 제1항, 제8조 제2항 중 각 ‘국민’ 부분(이하 모두 합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라 한다), 초ㆍ중등교육법 시행령(2013. 10. 30. 대통령령 제24810호로 개정된 것) 제19조 제2항(이하 ‘이 사건 시행령조항’이라 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들과 합하여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은 다음과 같고, 관련조항은 [별지]와 같다.

[심판대상조항]

교육기본법(2007. 12. 21. 법률 제8705호로 개정된 것)

제1조(목적) 이 법은 교육에 관한 국민의 권리·의무 및 국가·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정하고 교육제도와 그 운영에 관한 기본적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교육이념) 교육은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人類共榮)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3조(학습권) 모든 국민은 평생에 걸쳐 학습하고, 능력과 적성에 따라 교육 받을 권리를 가진다.

제4조(교육의 기회균등 등) ①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신념, 인종,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 또는 신체적 조건 등을 이유로 교육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제8조(의무교육) ② 모든 국민은 제1항에 따른 의무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초ㆍ중등교육법 시행령(2013. 10. 30. 대통령령 제24810호로 개정된 것)

제19조(귀국 학생 및 다문화학생 등의 입학 및 전학) ② 제1항의 신청을 받은 초등학교의 장은 "전자정부법" 제36조 제1항에 따른 행정정보의 공동이용을 통하여 "출입국관리법" 제88조에 따른 출입국에 관한 사실증명 또는 외국인등록 사실증명의 내용을 확인하여야 한다. 다만, 귀국학생등의 보호자가 그 확인에 동의하지 않을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서류를 첨부하게 하여야 한다.

1. 출입국에 관한 사실이나 외국인등록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2. 임대차계약서, 거주사실에 대한 인우보증서 등 거주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

3. 청구인들의 주장

가.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1991. 12. 23. 다자조약 제1072호, 이하 ‘아동권리협약’이라 한다) 제7조에 따라 국가는 국내에서 출생하는 모든 아동에 대한 출생을 등록해야 할 의무가 있으나, 대한민국은 이에 관하여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하여 출생등록되지 못한 외국인 아동은 의료, 교육 등 혜택을 받지 못하며,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범죄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이 사건 입법부작위는 청구인 부의 자녀를 출생등록시킬 권리, 평등권, 청구인 아동의 자신을 출생등록할 권리, 평등권을 각각 침해한다.

나. 이 사건 시행령조항을 통해 소극적이고 불완전한 예외를 두고 있기는 하지만, 심판대상조항은 외국인의 교육에 관한 사항을 제대로 규정하지 아니하였다. 외국인에게도 의무교육의 혜택을 부여하더라도 소요되는 비용이 크지 않고, 비용이 부담이라면 외국인에게는 교육비용을 스스로 지불하도록 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외국인에 대한 교육 혜택으로 인하여 불법체류가 증가하는 것도 아니고, 설령 그러한 우려가 있다면 일단 불법체류 아동에게 교육혜택을 제공한 후 교육기간 종료 후에 관리하는 방법도 있으므로, 외국인의 교육에 관한 사항을 제대로 규정하지 아니한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 부의 자녀교육권과 평등권, 청구인 아동의 교육을 받을 권리와 평등권을 각각 침해한다.

4. 이 사건 입법부작위에 대한 판단

가. 청구인 아동의 심판청구에 대한 판단

(1)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

(가) 진정입법부작위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기 위한 요건

진정입법부작위가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려면, 헌법에서 기본권보장을 위해 법률에 명시적으로 입법위임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입법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경우 또는 헌법해석상 특정인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입법의무가 발생하였음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입법자가 아무런 입법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경우이어야 한다(헌재 1989. 3. 17. 88헌마1; 헌재 2006. 4. 27. 2005헌마968; 헌재 2010. 3. 25. 2007헌마933 등 참조).

헌법에서 이 사건 입법부작위에 관하여 법률에 명시적으로 입법위임을 한 사실은 없다. 그러므로 이 사건 입법부작위에 관하여 헌법해석상 국가의 입법의무가 발생하는지, 그리고 그 입법의무에 대한 불이행이 있는지 여부를 차례로 살펴본다.

(나) 입법의무의 존재 여부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는 ‘출생 후 아동이 보호를 받을 수 있을 최대한 빠른 시점’에 아동의 출생과 관련된 기본적인 정보를 국가가 관리할 수 있도록 등록할 권리로서, 아동이 사람으로서 인격을 자유로이 발현하고, 부모와 가족 등의 보호하에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보호장치를 마련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이고, 이는 헌법에 명시되지 아니한 독자적 기본권으로서 자유로운 인격실현을 보장하는 자유권적 성격과 아동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보장하는 사회적 기본권의 성격을 함께 지닌다(헌재 2023. 3. 23. 2021헌마975 참조).

이는 헌법 제10조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으로부터 도출되는 일반적 인격권을 실현하기 위한 기본적인 전제로(헌재 2023. 3. 23. 2021헌마975 참조), 해당 아동이 내국인인지, 아니면 외국인인지 여부에 따라 그 보장 여부를 달리하여야 한다고 볼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아동이 어떠한 이유로든 출생등록으로부터 배제되어 우리나라에서 서류상 그 존재가 확인되지 않는 경우 상대적으로 학대당하거나 유기되기 쉽고, 다른 범죄에 노출되더라도 그 신분이 드러나지 않아 범죄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헌재 2023. 3. 23. 2021헌마975 참조). 국적을 떠나 모든 아동은 그 자체로 소중한 생명이자 독자적인 인격체이다. 나아가 아동은 자신이 태어나는 장소나 나라, 부모를 선택할 수 없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아동이 태어난 즉시 그 출생한 지역의 관할 국가가 그 존재를 공식적으로 기록해 주는 것은 인간으로서 아동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 장치라고 볼 수 있다.

국제인권협약기구인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등은 각 당사국에 대하여 ‘보편적 출생등록제’의 도입을 권고하고 있으며, 이미 우리나라에 대하여도 수차례 신분등록제도의 개선을 촉구한 바 있다. 국제인권규범에서 요구하는 이른바 ‘보편적 출생등록제’란 한 국가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의 출생사실을 국가에 등록하여 이들의 법률상 신분을 증명할 수 있게 하는 제도로서, 부모의 국적과 법적 지위, 출생 지역 등 어떠한 요소에 관계없이 한 국가의 관할권 내에 있는 모든 아동에게 신분등록과 증명의 기회가 제공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사정은,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가 보편적인 ‘인간의 권리’로서 내국인ㆍ외국인 여부를 가리지 않고 모든 아동에게 그러한 권리가 보장되도록 입법을 통해 구체화할 필요가 있음을 뒷받침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누구든지 자신이 출생한 지역의 관할 국가에 의하여 출생사실이 공적으로 기록되고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의 발급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권리는 ‘국민의 권리’가 아닌 ‘인간의 권리’로서 아동의 국적이나 체류자격에 따라 그 보장의 필요성이 달라진다고 볼 수 없고(헌재 2023. 3. 23. 2021헌마975 중 재판관 이은애의 보충의견 참조), 본국에서의 출생등록 여부에 따라 그 보장의 필요성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헌법해석상 대한민국에서 출생한 외국인도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를 가지며, 위 외국인에게 국적이나 체류자격 및 본국에서의 출생등록 여부에 관계없이 대한민국법에 따른 출생등록이 가능하도록 그 권리의 구체적인 내용을 형성하여야 할 국가의 입법의무가 존재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입법의무 불이행의 존재 여부

출생등록이 개인의 인격 발현에 미치는 중요한 의미를 고려할 때, 입법자는 출생등록제도를 형성함에 있어 단지 출생등록의 이론적 가능성을 허용하는 것에 그쳐서는 아니 되며, 대한민국에서 출생한 외국인에 대해서도 국적이나 체류자격 및 본국에서의 출생등록 여부에 관계없이 실효적으로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가 보장되도록 하여야 한다.

우리나라 국민의 출생신고는 가족관계등록부의 기재를 통해 그 등록과 증명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가족관계등록부는 대한민국 국민만 신분등록이 가능한 국적부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으므로(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1조 참조),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지 않은 아동은 출생등록이 불가능하다.

한편, 출입국관리법은 입국한 날로부터 90일을 초과하여 대한민국에 체류하고자 하는 외국인은 관할 출입국ㆍ외국인관서의 장에게 외국인등록을 하도록 하고 있고(제31조 제1항), 대한민국에서 출생한 외국인은 출생한 날부터 90일 내에 체류자격을 받아 외국인등록을 하도록 하고 있으나(제23조 제1항 제1호, 제31조 제3항), 이는 외국인의 입ㆍ출국과 체류 관리 목적으로 운용되는 것으로 90일을 초과하여 대한민국에 체류하고자 할 것과 체류자격을 받을 것을 전제한다. 외국인 부모가 출산한 자녀의 경우 대한민국에 외국인등록을 하기 전에 대사관을 통해 본국에 출생등록을 하고 국적을 확인받아야 하므로, 출생과 외국인등록시까지 상당한 시간적 간격이 있을 수밖에 없어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를 실효적으로 보장한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을 뿐 아니라, 본국법에 따른 신분등록이 어려운 외국인 자녀나, 부모가 체류자격을 갖지 못한 미등록 외국인의 자녀는 외국인등록을 할 수 없다. 따라서 출입국관리법상 외국인등록제도는 외국인 아동의 출생등록제도로서 기능하지 못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입법자가 대한민국에서 출생한 외국인에 대하여 국적이나 체류자격 및 본국에서의 출생등록 여부에 관계없이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를 실효적으로 보장하는 출생등록제(이하 ‘보편적 출생등록제’라 한다)를 입법화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입법부작위와 관련하여 입법자가 입법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라) 소결

따라서 대한민국에서 출생한 외국인의 대한민국법에 따른 출생등록에 관하여 규정하지 아니한 이 사건 입법부작위는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된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입법부작위가 청구인 아동의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를 침해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나아가 판단한다.

(2) 이 사건 입법부작위로 인한 기본권 침해 여부

(가) 쟁점

1) 헌법해석상 국가의 입법의무가 존재하는 경우, 입법자가 그러한 입법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은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치국가원리에 위배되어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입법부작위와 관련하여 입법자의 입법의무 불이행을 정당화할 수 있는 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2) 청구인 아동은 이 사건 입법부작위가 출생등록이 가능한 국민과의 사이에서 외국인을 차별취급하는 것이 평등권을 침해한다고도 주장한다. 그런데 위 주장은 결국 대한민국 국민과 달리 외국인은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이 되지 않는 것이 부당하다는 취지로서, 청구인 아동의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가 침해된다는 주장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아니하므로, 이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나) 이 사건 입법부작위를 정당화할 수 있는 사유가 있는지 여부

1) 우선 우리나라가 국적에 대하여 속인주의(혈통주의)를 취하고 있으므로 보편적 출생등록제를 도입하게 된다면 국적취득에 관한 속지주의(출생지주의)와 유사한 결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닌지, 불법체류자들의 체류를 묵인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보편적 출생등록제는 우리나라에서 출생한 모든 아동들에 대한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권리보장에 해당하는 조치이고, 그 아동이 외국인이라면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동안 최소한의 기초적인 보호와 지원을 제공하기 위한 단초일 뿐, 그 자체로 대한민국 국적이나 대한민국에서의 체류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외국 입법례를 살펴보면, 자국의 신분등록제도를 국민뿐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임을 확인할 수 있다. 국적에 관해 속지주의를 취하고 있는 나라들(미국, 캐나다 등)은 부모의 국적을 불문하고 자국 내에서 출생한 모든 아동의 출생등록이 가능함은 물론, 국적에 관해 속인주의를 취하고 있는 나라들(독일, 호주, 네덜란드, 일본 등) 또한 출생등록에 있어서만큼은 속지주의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출생등록으로 인해 국적취득에 관한 속지주의와 유사한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 등은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그와 같은 이유만으로 외국인 아동에 대한 출생등록제도를 도입하지 않는 것이 정당화된다고 볼 수 없다.

2) 또한 출생등록제도가 없더라도 해당 외국인 아동에 대한 의료 및 교육 등의 혜택이 개별 분야에서 제공될 수 있어 보편적 출생등록제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보편적 출생등록제는 외국인 아동의 존재사실과, 아동의 부모 등 양육의무자 및 법정대리인을 국내에서 확인ㆍ확정해주고, 그 신분을 등록하여 관리함으로써 학대나 범죄에의 노출 위험을 줄이고 체계적으로 아동의 생존과 발달을 위한 보호와 지원을 제공하는 시작점을 마련하는 데 직접적인 의의가 있으므로, 단순히 파편적이고 시혜적으로 아동에 대한 일정한 지원과 혜택을 제공하는 것과는 구분되는 고유한 의미가 있다. 출생등록을 통한 공적 장부에의 등록 및 그 증명은 개인의 인격 및 정체성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아무런 식별정보가 없는 아동은 아동 학대·유기, 불법입양, 영아매매, 강제노동과 같은 형사범죄에 노출될 위험이 크고, 이러한 피해에 노출된 후 적절한 보호 역시 받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위와 같은 아동은 그 가족관계를 증명하기 어려우므로 부모가 각종 법률행위와 관련하여 해당 아동의 법정대리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아울러 외국인 아동의 보편적 출생등록제는 우리 사회에서 태어나 대한민국 관할권 내에 존재하면서도 그동안 출생등록의 사각지대에 놓인 외국인 아동 또한 국가의 공식적인 출생등록의 대상에 포함되도록 함으로써 우리 사회와 국가가 더 안전하고 원활하게 운영되게 하는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다는 점 또한 고려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외국인 아동에 대한 의료 및 교육 등의 혜택이 개별 분야에서 제공될 수 있다고 하여 이 사건 입법부작위가 정당화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3) 한편, 외국인 아동이 본국에 출생등록된다면 인격 형성 및 발현의 전제로서 권리ㆍ의무의 주체임이 대외적으로 공시되는 등, 출생등록제도가 갖는 본질적이고 기초적인 목표가 본국법에 따라 충족될 수 있으므로, 추가적으로 우리나라에 출생등록을 허용하지 않더라도 ‘출생등록될 권리’ 자체의 침해에는 이르지 않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

그러나 출생등록은 한 아동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공적으로 증명하는 기능을 하며, 출생등록이 되어야만 아동으로서 보호를 받고 사회 안전망에 편입될 수 있다는 점에서 모든 아동의 권리의 시작점이라 할 것이므로, 그 아동이 존재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이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적법한 체류자격을 가진 외국인 아동이라 하더라도, 대사관을 통해 본국에 출생등록을 한 후, 우리나라에 출입국관리법 제31조에 따른 외국인등록을 하는 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 있어, 즉시성을 요소로 하는 출생등록될 권리가 실효적으로 보장되는지 의문이라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또한 체류자격이 존재하지 않는 등의 이유로 외국인등록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외국인 아동이 본국에 출생등록되었다는 사실은 경우에 따라 해당 아동이 무국적 상태로 남지는 않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고, 여전히 그 아동이 출생하고 존재하는 지역의 관할 국가인 우리나라에서는 출생사실이 공적으로 기록되지 못하고 이를 증명할 수 있는 개인식별번호 없이 살아가는 것과 동일한 상황이 된다. 결국 그 아동들은 보편적 출생등록제와 같은 별도의 제도 없이는 국적, 체류자격 등 아동에게 책임을 돌릴 수 없는 사유로 우리 사회에서 공적으로 그 존재를 증명하고 보호받을 수 있는 시작점에도 설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외국인 아동이 본국에 출생등록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사건 입법부작위가 정당화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4) 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이 출생 후 즉시 등록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1991년 이를 비준하였다. 또한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2011년 우리나라에 대하여 난민, 망명신청 또는 불법체류 등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출생등록이 실질적이고 일관되게 이용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부모의 법적 지위나 출신 등과 무관하게 모든 아동의 출생등록이 가능하도록 조치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그 외에도 위 위원회는 2019년에도 출생등록이 부모의 법적 지위나 출생지와 무관하게 모든 아동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고, 이용 가능하도록 보장할 것을 재차 강조하기도 하는 등, 몇 차례에 걸쳐 우리나라에 대하여 모든 아동의 출생등록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마련할 것을 권고해 온 바도 있다. 한편 국내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외국인 영아의 살해ㆍ유기 사건 등 출생등록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의 생명과 안전의 문제가 드러난 바 있다. 이에 비추어보면, 외국인 아동에 대한 출생등록제도의 공백은 최근에야 비로소 제기된 문제가 아니라 장기간 지속되어 온 사회적 문제이자 제도적 사각지대라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입법자가 이 사건 입법부작위와 관련하여 현재까지 입법의무를 여전히 미루고 있는 것은 그 정당성을 더욱 인정받기 어렵다.

(다) 소결

그렇다면 이 사건 입법부작위와 관련하여 입법자의 입법의무 불이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입법부작위는 청구인 아동의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

아울러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는 이를 단지 법적으로만 허용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체류자격의 결여 등이 출생등록에 저해가 되거나 출입국관리법 등 위반 관련 단속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보장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외국인 부모가 아동의 출생등록을 위한 행정절차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제도적ㆍ현실적 여건도 함께 갖추어야 함을 지적해 두고자 한다(헌재 2023. 3. 23. 2021헌마975 중 재판관 이은애의 보충의견 참조).

나. 청구인 부의 심판청구에 대한 판단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가 청구할 수 있으므로, 청구인은 자신의 기본권에 대한 공권력 주체의 제한 행위가 위헌적인 것임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주장하여야 한다. 따라서 청구인이 기본권 침해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인 주장을 하지 아니하고 막연한 주장만을 하는 경우에는 그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헌재 2005. 2. 3. 2003헌마544등 참조).

청구인 부는 이 사건 입법부작위로 인하여 자신의 ‘자녀를 출생등록시킬 권리’와 평등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청구인들은 이 사건 입법부작위로 인하여 청구인 아동의 ‘자신을 출생등록 할 권리’ 및 평등권이 침해된다고 주장하고 있을 뿐, 이와 별도로 청구인 부의 기본권이 어떻게 침해되는지에 관하여는 기본권침해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정도의 구체적인 주장을 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청구인 부의 이 부분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5.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판단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자신의 기본권을 현재 직접적으로 침해당한 사람이 청구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공권력행사가 헌법소원을 청구하고자 하는 사람의 법적 지위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는 경우라면 이를 대상으로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헌재 2021. 7. 15. 2020헌마340등). 한편, 헌법소원심판청구에서 직접성은 집행행위에 의하지 아니하고 법령 그 자체에 의하여 자유의 제한, 의무의 부과, 권리 또는 법적 지위의 박탈이 생긴 경우를 의미하므로, 정의규정ㆍ선언규정과 같이 그 법령조항 자체에 의하여는 기본권 침해가 발생할 수 없는 경우 또는 법령이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예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직접성 요건이 충족되지 아니한다(헌재 2018. 6. 28. 2012헌마191등 참조).

청구인들은 심판대상조항이 외국인의 교육에 관한 사항을 제대로 규정하지 않음으로써 청구인 부의 자녀교육권, 평등권, 청구인 아동의 교육을 받을 권리, 평등권을 각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교육기본법의 목적을 정하고, 교육의 이념을 선언하며, 국민의 학습권, 교육의 기회균등, 의무교육을 받을 권리를 규정하고 있는 조항들로서, 정의규정 또는 선언규정에 해당하여 그 자체에 의해서는 기본권침해가 발생할 수 없다. 그 밖에 외국인이 취학통지서를 받지 못하거나 학교장의 인식부족으로 여전히 외국인등록서류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 등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문제점은 모두 별도의 법령조항에 의한 것이거나 법령조항의 집행행위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이고 이 사건 법률조항들 자체에 의해서 직접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다.

한편,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외국인 아동의 입학 또는 전학 시 확인해야 하는 서류를 규정하고 있는 조항으로, 외국인의 학교입학을 제한하는 조항이 아니다. 오히려 위 조항은 ‘출입국에 관한 사실이나 외국인등록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외에도 ‘임대차계약서, 거주사실에 대한 인우보증서 등 거주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첨부하여 미등록 외국인 아동도 입학 및 전학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어서(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19조 제2항 제2호), 이 사건 시행령조항으로 인하여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기본권 제한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 대한 심판청구는 직접성이, 이 사건 시행령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기본권침해가능성이 각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모두 부적법하다.

6. 결론

청구인 아동의 이 사건 입법부작위에 대한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고, 청구인 부의 심판청구 및 청구인 아동의 나머지 심판청구는 모두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