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위헌확인
【전문】
【당 사 자】
사 건 2023헌마633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위헌확인
청 구 인 김○○
국선대리인 변호사 최창호
선 고 일 2026. 7. 23.
【주 문】
1. 형사소송법(2020. 12. 8. 법률 제17572호로 개정된 것) 제17조에 대한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2. 청구인의 나머지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김□□을 위증죄로 고소하였으나, 검사는 2019. 12. 13. 불기소처분을 하였다(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19형제104447호). 이에 청구인은 검찰청법상 항고 및 재항고를 거쳐 법원에 재정신청을 하였으나 2020. 3. 24. 기각되었고(서울고등법원 2020초재855), 이에 대하여 2020. 4. 6. 재항고를 제기하였다(대법원 2020모1121).
나. 청구인은 위 2020모1121 사건과 관련하여 수사기록 등을 확인하고자 하는데 열람ㆍ등사신청은 불허되었고 정보공개청구는 접수가 거부되었다는 등의 주장을 하면서, 2020. 5.경 법원행정처장을 상대로 정보공개청구 접수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하였다(2020행심60호). 법원행정처장은 "청구인은 2020. 4. 23. 정보공개청구를 하였다고 하나, 법원행정처장에게 정보공개청구를 한 사실도 없고, 법원행정처장이 거부처분을 한 사실도 없다. 형사소송법에 따른 소송기록의 열람ㆍ등사신청에 관한 결정은 행정심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라는 취지의 답변서를 법원행정처 행정심판위원회에 제출하였다. 법원행정처 행정심판위원회는 2020. 7. 6. 위 행정심판을 각하하였다.
다. 청구인은 위 답변서가 허위공문서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2020. 10. 13. 법원행정처장이던 대법관 조○○을 허위공문서작성 및 허위작성공문서행사 혐의로 고소하였으나, 검사는 2020. 12. 30. 불기소처분을 하였다(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20형제86092호). 이에 청구인은 검찰청법상 항고 및 재항고를 거쳐 법원에 재정신청을 하였으나 2021. 7. 15. 기각되었고(서울고등법원 2021초재1257), 이에 대하여 2021. 7. 23. 재항고를 제기하였다(대법원 2021모2067).
라. 대법관 조○○은 법원행정처장에서 퇴임하고 2021. 5. 8. 대법원 제2부 대법관으로 복귀하였다. 대법원 제2부는 위 2020모1121 재항고를 2021. 12. 14. 기각하였고(이하 ‘이 사건 제1결정’이라 한다), 위 2021모2067 재항고를 2023. 3. 17. 기각하였다(이하 ‘이 사건 제2결정’이라 한다). 그런데 재판서들의 기재에 따르면, 이 사건 각 결정은 동일한 대법관들에 의하여 처리되었으며 이 사건 제2결정의 재정신청의 대상이 된 불기소처분의 피의자인 대법관 조○○이 모두 재판부에 포함되어 있었다.
마. 청구인은 이 사건 제1결정 및 이 사건 제2결정에 대하여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구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2023. 5. 3.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이후 국선대리인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및 ‘법관이 피고인이거나 피의자인 때’를 제척사유로 규정하지 아니한 형사소송법 제17조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2023. 6. 5. 보충서를 제출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은 구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전체에 대하여 심판청구를 하였으나, 그 주장취지는 법원의 재판을 다투지 못한다는 것이므로 이에 관한 부분으로 심판대상을 한정하기로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구 헌법재판소법(2011. 4. 5. 법률 제10546호로 개정되고, 2026. 3. 12. 법률 제214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8조 제1항 본문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이하 ‘재판소원금지조항’이라 한다) 및 형사소송법(2020. 12. 8. 법률 제17572호로 개정된 것) 제17조(이하 ‘제척사유조항’이라 한다)가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구 헌법재판소법(2011. 4. 5. 법률 제10546호로 개정되고, 2026. 3. 12. 법률 제214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8조(청구 사유) ①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不行使)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에 청구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2020. 12. 8. 법률 제17572호로 개정된 것)
제17조(제척의 원인) 법관은 다음 경우에는 직무집행에서 제척된다.
1. 법관이 피해자인 때
2. 법관이 피고인 또는 피해자의 친족 또는 친족관계가 있었던 자인 때
3. 법관이 피고인 또는 피해자의 법정대리인, 후견감독인인 때
4. 법관이 사건에 관하여 증인, 감정인, 피해자의 대리인으로 된 때
5. 법관이 사건에 관하여 피고인의 대리인, 변호인, 보조인으로 된 때
6. 법관이 사건에 관하여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직무를 행한 때
7. 법관이 사건에 관하여 전심재판 또는 그 기초되는 조사, 심리에 관여한 때
8. 법관이 사건에 관하여 피고인의 변호인이거나 피고인·피해자의 대리인인 법무법인, 법무법인(유한), 법무조합, 법률사무소, "외국법자문사법" 제2조 제9호에 따른 합작법무법인에서 퇴직한 날부터 2년이 지나지 아니한 때
9. 법관이 피고인인 법인·기관·단체에서 임원 또는 직원으로 퇴직한 날부터 2년이 지나지 아니한 때
3. 청구인의 주장
가. 재판소원금지조항
재판소원금지조항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법원의 재판을 입법부 및 행정부의 공권력행사와 달리 취급하여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
위헌적인 법원의 재판으로 인해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었다면 이에 대하여 헌법소원을 통하여 구제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재판청구권의 한 내용으로서 보장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재판소원금지조항은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로 인하여 청구인은 결론이 부당한 이 사건 제1결정 및 불기소처분의 피의자에 해당하는 대법관이 해당 불기소처분을 다투는 심리에 관여하여 부당한 이 사건 제2결정에 대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재판소원금지조항은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
나. 제척사유조항
제척사유조항은 ‘법관이 피의자 또는 피고인인 때’를 법관의 제척사유로 규정하지 않아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4. 재판소원금지조항에 관한 판단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은 법령의 시행과 동시에 기본권의 침해를 받게 되는 경우에는 그 법령이 시행된 사실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법령이 시행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청구하여야 하고, 법령이 시행된 뒤에 비로소 그 법령에 해당되는 사유가 발생하여 기본권의 침해를 받게 되는 경우에는 그 사유가 발생하였음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그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청구하여야 한다. 여기서 청구기간의 기산점이 되는 ‘법령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한 날’이란 법령의 규율을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적용받게 된 최초의 날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상당하다. 즉, 일단 ‘법령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하면 그때로부터 당해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의 청구기간의 진행이 개시되며, 그 이후에 새로이 ‘법령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한다고 하여서 일단 개시된 청구기간의 진행이 정지되고 새로운 청구기간의 진행이 개시된다고 볼 수는 없다(헌재 2021. 5. 27. 2018헌마1168).
청구인의 경우 늦어도 자신이 헌법소원으로 다투고자 하는 이 사건 제1결정의 송달일인 2021. 12. 17.에 재판소원금지조항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사유가 발생하였고, 이후 이 사건 제2결정이 있었다고 하여 재판소원금지조항에 대한 청구기간이 새로이 기산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런데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 사건 제1결정의 송달일로부터 1년을 도과한 2023. 5. 3. 제기되었으므로, 이 부분 심판청구는 청구기간을 도과하여 부적법하다.
5. 제척사유조항에 관한 판단
가. 쟁점의 정리
제척이란 구체적인 사건의 심판에 있어서 법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우려가 현저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일정한 유형을 법률상 규정하고, 그 사유가 있을 때 자동적으로 담당 법관을 당해 직무에서 배제시키는 제도를 말한다. 제척은 기피나 회피와 그 제도적 취지를 같이 하지만, 제척의 효과가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당연히 발생한다는 점에서 당사자 또는 법관 스스로의 신청이 있을 때 재판에 의하여 법관이 직무집행에서 배제되는 기피·회피와 구별된다.
청구인은 제척사유조항이 ‘법관이 피고인이거나 피의자인 때’를 제척사유로 규정하지 아니한 것이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실제로 문제되는 것은 법관이 일반적으로 피고인 또는 피의자인 모든 경우가 아니라, 재정신청의 대상이 된 불기소처분의 피의자인 법관이 그 불기소처분의 당부를 다투는 재정신청 사건 및 그 재정신청 기각결정에 대한 재항고 사건(이하 ‘재정신청 등 사건’이라 한다)의 심리에 관여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제척사유조항이 ‘법관이 재정신청 사건의 피의자인 때’를 제척사유로 규정하지 아니한 것이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에 한정하여 살펴본다.
제척사유조항이 ‘법관이 재정신청 사건의 피의자인 때’를 제척사유로 규정하지 아니함에 따라, 불기소처분의 상대방인 법관이 자신에 대한 불기소처분의 정당성을 다투는 재정신청 등 사건을 심리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불공정한 재판을 할 우려가 있는 법관을 배제하고 다른 법관으로부터 재판을 받고자 하는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제한한다.
한편, 재판을 받을 권리, 즉 재판청구권은 실체적 권리의 구제를 위해 국가에 대하여 권리구제절차의 제공을 요구하는 청구권적 기본권으로서, 입법자에 의한 구체적인 제도 형성을 필요로 하고(헌재 2024. 8. 29. 2021헌바146 참조), 어떠한 유형의 사건에서 어떠한 이해관계가 있는 법관을 불공정한 재판을 할 우려가 현저하다고 보아 당해 직무에서 배제할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입법자가 정할 사항이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제척사유조항이 ‘법관이 재정신청 사건의 피의자인 때’를 규정하지 아니한 것이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하여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를 살펴보기로 한다.
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침해 여부
(1) 헌법에 ‘공정한 재판’에 관한 명문의 규정은 없지만, 재판청구권이 국민에게 효율적인 권리보호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법원에 의한 재판이 공정하여야만 할 것은 당연한 전제이므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헌법 제27조의 재판청구권에 의하여 함께 보장된다(헌재 2002. 7. 18. 2001헌바53; 헌재 2024. 8. 29. 2021헌바146 참조). 여기서 ‘공정한 재판’이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자격이 있고, 헌법 제104조 내지 제106조에 정한 절차에 의하여 임명되고 신분이 보장되어 독립하여 심판하는 법관으로부터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적법절차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재판을 의미한다(헌재 2001. 8. 30. 99헌마496 참조). 공정한 재판은 법치국가원리에 따른 본질적 원칙이고, 개인을 국가절차의 단순한 객체로 간주하는 것을 금지하는 인간존엄에도 그 정신적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중대한 의의를 지닌다.
법관이 독립하여 ‘공정한 재판’을 할 것이라는 국민의 신뢰는, 법관 스스로 선입견이나 정치적 영향을 받지 않고 불편부당하게 재판한다는 법관의 주관적인 인식과 이러한 인식을 가진 법관이 구체적으로 형성하는 재판 과정 및 결과에 기반을 둔다. 그런데 재판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에 관한 법관의 주관적 인식은 외부에서 확인하거나 검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그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재판의 외관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헌재 2024. 7. 18. 2021헌마460 참조).
법관 스스로가 피고인 또는 피의자인 때 해당 법관이 그에 관한 직무집행에서 배제되는 것은 입법자가 별도의 규정을 두어 명시하지 않더라도 법의 일반원칙에 비추어 당연하다. 즉, "누구도 자신의 사건에서 심판관이 될 수 없다."(Nemo iudex in causa sua)라는 것은 법의 일반원칙이다. 이 명제는 자연법 원칙으로 이해되어 왔으며, 유스티니아누스 법전에도 반영되어 있었고, 영국 보통법에도 받아들여졌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사회계약의 기본적인 원칙에 반하기 때문에 의회가 정당하게 제정할 수 없는 법률의 예를 열거하면서 그중 하나로 ‘자신의 사건을 스스로 재판하도록 하는 법률’을 들기도 했다. 이와 같이 법관이 자기 사건의 심리에 관여할 수 없다는 것은 자연법, 보통법, 사회계약론 등에 따라 명문의 규정을 요하지 않는 일반적인 법원칙으로 인정되어 왔다.
우리 형사소송제도도 법관은 자신이 피고인 또는 피의자인 사건의 재판을 담당할 수 없다는 전제하에 설계되어 있다. 형사소송법상 공판준비와 공판절차 등에 관한 규정(제2편 제3장 제1절)을 살펴보면, 피고인은 검사 및 재판장과 구별되는 제3자임을 전제로 하고 있고, 법관인 피고인이 자신의 사건에 관한 재판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한 구조로 되어 있다. 이는 피의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예컨대 법관은 재정신청 사건의 심리에 필요한 경우 피의자신문 등 사실조사를 할 수 있는데(형사소송법 제262조 제2항, 제37조 제3항 참조), 법관 스스로가 피의자인 경우 이러한 절차의 진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법관 스스로가 피고인 또는 피의자인 때에는 입법자가 별도의 규정을 두어 명시하지 않더라도 법의 일반원칙에 따라 해당 법관은 그에 관한 직무집행에서 당연히 배제되어야 할 것이다.
(2) 그 밖에도 법관이 사건과 관련이 있는 등의 사정으로 인하여 불공정한 재판을 할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이처럼 다종다양한 사유를 모두 유형화하여 법률에 일일이 규정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한계가 있다. 따라서 입법자는 불공정한 재판을 할 현저한 위험이 있는 전형적인 사유들을 명시하여 기준을 제공함으로써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 형성의 역할을 하는 것이고,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경우를 전부 열거하지 않았다고 하여 곧바로 입법재량을 일탈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앞서 본 공정한 재판의 의미와 중요성, 법관이 자기 사건의 심리에 관여할 수 없다는 법의 일반원칙 등을 고려할 때, 법원으로서는 당연히 모든 사건의 기록을 면밀히 살펴 사건의 당사자에 해당하는 등으로 외관상 불공정한 재판을 할 우려가 있는 법관을 제외하고 재판부를 구성하여야 한다.
재정신청 기각결정에 대한 재항고 사건을 심리함에 있어서 법관이 당해 재정신청 사건의 피의자에 해당한다면, 이는 법관이 자기 스스로가 관련된 사건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으로서, 설령 실질적으로 재판의 결과에 부당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외관상 재판의 공정성과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충분히 확보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법원으로서는 적어도 형사소송법상 기피 또는 회피 제도를 활용하거나, 사건배당에 관한 법원 내부의 규정을 통하여 해당 법관에게 그 사건이 배당되지 않도록 조치하여야 함이 명백하다.
고소인이 모든 대법관을 공동피의자로 고소하여 불기소처분이 이루어지는 등으로 재항고 사건에서 재판부 구성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불가피하게 피의자인 법관이 관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극히 이례적인 경우로서, 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일반적으로 ‘법관이 재정신청 사건의 피의자인 경우’에 자기 사건의 재판에 관여할 수 있다고 볼 것은 아니다.
결국 입법자가 제척사유조항에 ‘법관이 재정신청 사건의 피의자인 경우’를 직접 열거하지 않았더라도 법의 일반원칙과 형사소송법상 기피·회피 제도 및 사건배당에 관한 내부규율 등을 통하여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할 수 있으므로, 제척사유조항이 입법재량을 현저히 일탈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다. 소결
이상과 같은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제척사유조항이 ‘법관이 재정신청 사건의 피의자인 때’를 제척사유로 규정하지 아니한 것이 입법재량을 현저히 일탈한 것으로서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6. 결론
그렇다면 제척사유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고, 청구인의 나머지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7.과 같은 재판관 정계선의 제척사유조항에 대한 별개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7. 재판관 정계선의 제척사유조항에 대한 별개의견
나는 제척사유조항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하여 법정의견과 견해를 같이하나 그 이유를 달리 하므로, 다음과 같이 별개의견을 밝힌다.
가. 우리 형사소송법은 재판부의 구성에 있어서 공정한 재판에 장해가 되는 여러 객관적 사정을 유형화하여 이를 제척사유로 규정하고 제척사유가 있으면 당해 법관을 자동적으로 그 직무에서 배제하도록 하였는바, 이는 재판에 대한 당사자의 신뢰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법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우려가 있는 모든 경우를 사전에 예상하여 일일이 열거하기에는 입법기술상 어려움이 있으므로, 입법자는 형사 관련 재판에 있어서 불공정한 재판을 할 우려가 현저하다고 판단되는 유형을 선별하여 제척사유조항으로 규정하고, 그 외에 법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기피(형사소송법 제18조 내지 제23조) 또는 회피(형사소송법 제24조) 제도를 통하여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한 사건에서 특정한 법관의 관여가 일견 부당해 보일 여지가 있더라도 이를 제척사유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하여 곧바로 제척사유조항의 위헌성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안의 개별적·구체적 성격을 고려하지 않고도 특정한 이해관계가 있는 법관을 반드시 해당 직무에서 배제하여야만 공정한 재판을 담보할 수 있음이 명백한 경우에 이를 제척사유로 규정하지 아니한다면, 이는 입법재량을 현저히 일탈한 것으로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볼 수 있다.
나. 그러나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법관이 재정신청 사건의 피의자’인 경우는 그러한 사실만으로 해당 법관을 모든 경우에 예외 없이 직무에서 배제하지 않으면 곧바로 불공정한 재판을 할 우려가 현저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1) 재정신청 사건은 검사에 의한 불기소처분과 검찰청법에 따른 항고·재항고를 거친 것이고, 재정신청 기각결정에 대한 재항고 사건은 위와 같은 절차에 더하여 고등법원의 판단까지 거친 것이다. 즉, 이러한 유형의 사건은 피의자에 대한 기소가 이루어질 수 없거나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준사법기관 내지 사법기관에 의하여 공적으로 수차례 이루어진 사건이다. 검사에 의해 범죄혐의가 인정되어 공소제기가 이루어진 피고인과 달리, 불기소처분의 피의자는 고소인의 고소만으로 범죄행위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에게도 매우 쉽게 발생할 수 있는 신분이다. 실제 2025년 ⊠사법연감⊠의 통계를 보면 2024년 재정신청 사건을 기준으로 신청인원 25,353명 중 124명에 대하여만 공소제기 결정이 이루어졌다. 재정신청 사건에서 공소제기 결정이 이루어지는 경우 및 대법원에 의하여 재정신청에 관한 결정에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 있다고 확인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인데, 입법자가 이러한 경우까지 상정하여 제척사유조항에 열거하지 않았다고 하여 그 입법형성의 재량을 일탈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2) 앞서 본 바와 같이 우리 형사소송법은, 입법자가 미처 제척사유로 규정하지 못하였거나 일률적으로 제척사유로 규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유형의 사건들에서 공정한 법원의 구성을 담보하기 위한 보완제도로 기피와 회피 제도를 두고 있다.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을 할 법관의 헌법상 의무(헌법 제103조)에 비추어 볼 때, 불기소처분의 피의자인 법관은 해당 불기소처분을 대상으로 하는 재정신청 등 사건에서 사안의 내용, 관련성의 정도, 남소로서의 성격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관 스스로 심리 및 결정에서 회피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또한, 법원은 위와 같은 형사소송법상 제도에 더하여 자체적인 배당에 관한 규율로 사건 심리에 공정성을 기하고 있는바, 법관이 불기소처분의 피의자인 경우에는 제척사유나 그 밖에 이해관계가 있는 사건에 준하여 해당 법관이나 그가 속한 재판부에는 관련 재정신청 등 사건을 배당하지 않거나(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 제10조의3 제1항), 해당 대법관에게 주심 배당하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대법원사건의 배당에 관한 내규 제7조 제1항) 재판부 구성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3) 앞서 살펴본 ⊠사법연감⊠ 통계에 비추어 볼 때 고소 또는 재정신청 제도의 남용 사례가 상당수 존재한다. 법관의 수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고소인이 다수의 법관 또는 대법관을 공동피의자로 고소하고 그에 대한 불기소처분이 이루어질 경우, 피의자인 법관이 모두 제척되면 재판부 구성 자체가 곤란해질 수 있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법관에 대한 고소·고발이 무수히 많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재정신청 사건의 피의자인 법관을 다른 제척사유와 마찬가지로 당연히 제척된다고 보게 되면, 고소·고발 남용 사례임이 명백한 경우임에도 예외 없이 법관이 당해 직무에서 배제되어야 하므로 법원 재판의 원활한 운영과 재정신청 등 사건의 처리에 장애가 될 수 있다.
다. 이상과 같은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제척사유조항에서 재정신청 사건의 피의자인 법관을 제척사유로 규정하지 아니한 것이 입법재량을 현저히 일탈한 것으로서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