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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결정례정보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 등 위헌소원

[전원재판부 2006헌바66, 2009. 4. 30.]

【판시사항】

가.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 개념을 규정한 행정소송법(1984. 12. 15. 법률 제4754호로 전부 개정된 것) 제2조 제1항 제1호 중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국민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이 ‘구체적 사실에 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에 의하여 권리 또는 이익을 침해당한 자와 ‘그 밖의 공권력의 행사’에 의하여 권리 또는 이익이 침해당한 자를 자의적으로 차별하여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라 항고소송의 대상에 해당되지 않아 행정재판을 받지 못하게 되는 제약 내지 불이익이 발생하는데, 이는 불필요한 소송을 억제하여 법원과 당사자의 부담을 경감시킴으로써 효율적인 재판제도를 구현하기 위한 취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구 행정소송법(1984. 12. 15. 법률 4754호로 전부 개정되기 이전의 것)과 달리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처분 개념을 규정한 것은 현대행정의 다양화 등에 따른 권리구제 확대의 필요성을 반영한 것으로서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항고소송에서 처분성이 인정되지 않는 ‘공권력의 행사’라고 하더라도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소정의 헌법소원이나 행정소송법상 당사자소송에 의한 구제수단에 의하여 권리구제가 확대될 수 있음을 감안할 때, 처분 개념을 규정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국민의 효율적인 권리구제를 어렵게 할 정도로 입법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할 수 없고,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 개념을 위와 같이 규정한 데에는 충분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므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나.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 개념을 제한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처분성이 인정되지 아니할 경우 항고소송절차를 통한 권리구제를 받을 수 없는 차별이 발생하나 항고소송의 대상적격을 결정짓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기본적으로 입법자의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이 인정되는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서 사법본질상의 한계를 반영하여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로 처분 개념을 규정한 데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인정되므로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심판대상조문】

행정소송법(1984. 12. 15. 법률 제4754호로 전부 개정된 것) 제2조 제1항 제1호 중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 부분

【참조조문】

헌법 제11조 제1항, 제27조 제1항, 제37조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행정소송법 제3조, 제19조, 제38조 제1항

【참조판례】

가. 헌재 1996. 8. 29. 93헌바57, 판례집 8-2, 46, 60
헌재 2000. 6. 29. 99헌바66, 판례집 12-1, 848, 867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 손○삼

대리인 변호사 박찬 외 1인

당해사건서울고등법원 2005누27507 특별승진심사계획선발기준무효확인

【주 문】


행정소송법(1984. 12. 15. 법률 제4754호로 전부 개정된 것) 제2조 제1항 제1호 중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2004. 11. 3. 6급 공무원을 5급 공무원으로 특별승진임용하기 위하여 국가공무원법선거관리위원회공무원규칙에 따라 ‘2004년도 5급 공무원 특별승진심사계획’을 수립한 후 2004. 12. 10. 위 심사계획의 선발기준에 따라 2005. 1. 1.자로 김○범 등 15명에 대한 5급 공무원 특별승진임용을 실시하였는바, 경상북도 칠곡군 선거관리위원회의 6급 공무원인 청구인은 위 특별승진임용대상자에 포함되지 아니하였다.

(2) 그러자 청구인은 위 심사계획의 선발기준은 위법하고 그 하자가 중대 명백하여 당연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등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특별승진심사계획선발기준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하였으나(2005구합10507), 2005. 11. 3. 위 심사계획이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소각하 판결을 받았다.

(3) 청구인은 이에 불복하여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하면서(2005누27507), 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 개념을 한정함으로써 재판을 받을 권리, 평등권 등을 침해하여 위헌이라는 취지의 위헌제청신청(2006아29)을 하였으나, 같은 법원이 2006. 6. 14. 청구인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함과 아울러 위헌제청신청을 기각하자 2006. 8. 2.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 중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이고, 그 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청구인은 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 제3조 제1호 전부를 심판대상으로 삼고 있으나, 당해 사건에 직접 적용되는 조항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므로 심판대상을 이에 한정하기로 한다).

[심판대상조항]

행정소송법(1984. 12. 15. 법률 제4754호로 전부 개정된 것, 이하 같다)

제2조(정의) ①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1.“처분 등”이라 함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이하 “처분”이라 한다) 및 행정심판에 대한 재결을 말한다.

[관련조항]

행정소송법 제3조(행정소송의 종류) 행정소송은 다음의 네 가지로 구분한다.

1.항고소송: 행정청의 처분 등이나 부작위에 대하여 제기하는 소송

2.∼4. 생략

제19조(취소소송의 대상) 취소소송은 처분 등을 대상으로 한다. (단서 생략)

제38조(준용규정) ① 제9조, 제10조, 제13조 내지 제17조, 제19조, 제22조 내지 제26조, 제29조 내지 제31조 및 제33조의 규정은 무효등확인소송의 경우에 준용한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

가. 청구인의 주장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처분’을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 이라는 개념으로 한정함으로써 국민의 권리 또는 이익이 침해되더라도 위 ‘처분’에 해당하지 아니하면 행정소송절차를 통하여 권리 또는 이익을 구제받기가 현저히 곤란하거나 불가능하게 되는바,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27조 제1항이 보장하는 국민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하고, 또한,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에 의하여 권리 또는 이익을 침해당한 자에 비하여 ‘그 밖의 공권력의 행사’에 의하여 권리 또는 이익을 침해당한 자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이므로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권도 침해한다.

나.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

이 사건 법률조항은 행정소송에서의 구체적 사건성, 당사자 적격, 소의 이익, 사건의 성숙성 등 사법본질에서 기인하는 한계를 규정한 것으로서 헌법 제27조 제1항의 국민의 재판을 받을 권리,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고, 헌법 제37조의 과잉금지원칙 등에 위배되지도 않는다.

다. 법무부장관의 의견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 개념을 규정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사법본질상 도출되는 내재적 한계를 규정한 것에 불과하므로 기본권 자체를 제한하지 않는다.”는 부분을 추가하는 외에는 대체로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결정과 같다.

3. 판 단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연혁, 입법취지 및 내용

(1) 연혁 및 입법취지

현행 행정소송법은 항고소송에 대하여 행정청의 처분 등이나 부작위에 대하여 제기하는 소송으로 정의하고(제3조 제1호), 취소소송을 비롯한 항고소송의 종류를 규정하면서(제4조), 취소소송의 대상을 “처분 등” 즉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이하 “처분”이라 한다) 및 행정심판에 대한 재결”이라고 규정하고(제19조, 제2조 제1항 제1호) 이를 무효등확인소송 및 부작위위법확인소송에도 준용함으로써(제38조 제1항, 제2항) 항고소송의 대상이 처분과 재결임을 명시함과 아울러, 행정소송에 관하여 개괄주의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앞서 구 행정소송법(1984. 12. 15. 법률 제4754호로 전부 개정되기 이전의 것, 이하 ‘구법’이라 한다)은 처분 개념에 대한 정의규정을 두지 않은 채 행정소송법의 목적에 관한 규정(제1조)에서 간접적으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행정청 또는 그 소속기관의 위법한 처분’임을 규정하였고, 학설은 이를 근거로 구법이 항고소송의 대상에 관하여 개괄주의를 취한 것으로 보면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 개념은 실체법상 행정행위 개념과 동일한 것으로 해석하여 왔으며, 대법원은 판례를 통하여 명문의 정의규정이 없었던 ‘처분’의 내포 및 외연을 구축하여 왔다.

그러다가 1984. 12. 15. 행정소송법 개정으로 구법의 개괄주의적 입장을 그대로 견지하면서 위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처분 개념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였는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종래의 행정행위 개념보다 확장된 해석을 유도하는 입법문언이 채택된 것으로 현대산업사회에 있어서의 행정작용의 적극화 및 행위형식의 다양화에 부응하여 행정쟁송사항을 확대함으로써 국민의 권리구제의 길을 넓히려는 데 그 입법취지가 있다고 할 수 있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의 성격과 내용

(가) 처분 개념의 성격 및 의미

처분 개념을 정의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원의 행정재판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것인바, 행정재판 역시 법원조직법 제2조 제1항에 규정된 ‘법률상의 쟁송’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구체성을 지닌 쟁송을 전제로(구체적 사건성), 법령을 해석, 적용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쟁송이어야 하므로(법적 해결성),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처분 개념은 위와 같은 사법본질상의 한계를 반영한 것으로서 사법본질상 불가피한 측면이 내재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의 존부는 광의의 소의 이익의 하나인 소송요건으로서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인데 소의 이익의 존재가 소송을 적법하게 하는 하나의 소송요건이듯이, 다투어지고 있는 행정청의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성을 결여한 경우 국민이 그에 의하여 권리침해 내지 중대한 불이익을 받더라도 소송의 문전에서 배척되게 되고, 항고소송의 구조상 그 원고는 항상 권익을 침해당한 개인이 되는데다가 소송의 형식 및 대상은 원고가 특정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항고소송의 대상을 제대로 특정하지 못할 경우 그로 인한 불이익은 항상 권리구제를 구하는 원고에게 있으므로, 헌법상의 재판청구권의 보장에 비추어 항고소송의 대상을 명확히 해야 할 필요성은 적지 않다.

그러나 처분의 개념 자체가 학문적, 실무적 업적을 바탕으로 하여 역사적으로 생성된 개념인데다가 현대행정이 복잡하고도 광범위하게 펼쳐짐에 따라 그 수단인 행정작용도 다양해져 처분성의 판정이 곤란한 사례가 많고, 그 판정에 있어서도 국민의 권리구제와 행정의 사법적 통제에 있어서의 항고소송의 기능을 어떻게 보느냐 하는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 견해가 나올 수 있는데 다양하고 개별적인 행정작용에 있어서 위와 같은 처분 개념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학설과 판례에서 많은 논의가 있어 왔다.

(나) 학설과 대법원의 입장

1) 실체법상 개념설

이 견해는 행정소송법상의 처분을 실체법상의 행정행위와 동일한 것으로 파악하는 종래의 전통적인 견해로서, 취소소송의 기능을 행정행위의 자기확인적 공정력을 깨기 위한 재심절차로 보아서 취소소송의 대상을 이른바 공정력을 가진 행정행위에 좁게 한정하려는 것이다.

2) 쟁송법상 개념설

이 견해는 현대행정의 적극화ㆍ다양화와 더불어 항고소송의 권익구제기능을 중시하여 쟁송법상의 행정처분의 개념을 실체적 행정행위 개념과 별도로 정립하여야 한다는 것으로, 항고소송의 대상을 공정력을 가진 행정행위에 한정하는 행정소송제도는 권리구제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다 하여 비권력적 행위도 처분 개념에 포함시켜 항고소송의 대상으로 확대하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3) 대법원의 입장

처분 개념에 대한 정의규정을 두지 않았던 구법 시대의 대법원은 ‘처분’에 관하여 일반적 정의를 내린 뒤에 구체적 사안이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바, 대체적으로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청의 처분이라 함은 행정청의 공법상의 행위로서 특정사항에 대하여 법규에 의한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률상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관계가 있는 행위를 말한다.”(대법원 1967. 6. 27. 선고 67누44 판결)고 봄으로써 종래 행정처분의 개념을 이해함에 있어 대체로 실체법상 개념설에 가까운 태도를 유지하여 오고 있다.

그 이후 대법원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 함은 행정청의 공법상의 행위로서 특정 사항에 대하여 법규에 의한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률상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관계가 있는 행위를 가리키는 것이고, 행정권 내부에서의 행위나 알선, 권유, 사실상의 통지 등과 같이 상대방 또는 기타 관계자들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법률적 변동을 일으키지 아니하는 행위 등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 아니다.”(대법원 1996. 3. 22. 선고 96누433 판결 등)고 판시하여 실체법상 개념설에 가까운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어떤 행정청의 행위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는가는 그 행위의 성질, 효과 외에 행정소송 제도의 목적 또는 사법권에 의한 국민의 권리보호의 기능도 충분히 고려하여 합목적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대법원 1984. 2. 14. 선고 82누370 판결)고 판시하기도 하고, 나아가 “행정청의 어떤 행위를 행정처분으로 볼 것이냐의 문제는 추상적 일반적으로 결정할 수 없으며, 구체적인 경우 행정처분은 행정청이 공권력의 주체로서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는 점을 고려하고 행정처분이 그 주체, 내용, 절차, 형식에 있어서 어느 정도 성립 내지 효력요건을 충족하느냐에 따라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하고, 행정청의 어떤 행위가 법적 근거도 없이 객관적으로 국민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정처분과 같은 외형을 갖추고 있으며, 그 행위의 상대방이 이를 행정처분으로 인식할 정도라면 그로 인하여 파생되는 국민의 불이익 내지 불안감을 제거시켜 주기 위한 구제수단이 필요한 점에 비추어 볼 때 행정청의 행위로 인하여 그 상대방이 입는 불이익 내지 불안이 있는지 여부도 그 당시에 있어서의 법치행정의 정도와 국민의 권리의식 수준 등은 물론 행위에 관련한 당해 행정청의 태도 등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3. 12. 10. 선고 93누12619 판결)고 판시하기도 하였다.

(다) 행정소송법 개정안

현행 행정소송법은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처분 개념을 정하여 행정청이 행하는 공권력행사 중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 하는 것’을 항고소송의 대상으로 하였다. 그런데 대법원은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법적 효과를 미치는 것’만을 처분에 해당한다고 판시함으로써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으로 규정하는 부분은 거의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대법원은 2006. 9. 8. ‘처분’을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공권력의 행사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으로 정의하는 내용의 행정소송법 개정의견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었으나 정부에서는 2007. 7. 6. 법무부공고 제2007-72호로 행정소송법 개정법률안에 대한 입법예고를 거쳐 국무회의 심의를 마쳤는데 위 개정법률안 제2조 제1항 제1호는 현행 행정소송법과 동일하게 “처분 등이라 함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 및 행정심판에 대한 재결을 말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항고소송의 대상을 확대하고 있지 않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

(1) 재판을 받을 권리 침해 여부

(가) 절차적 기본권은 기본권보장을 위한 기본권이며 청구권적 기본권의 성격을 지니므로 국민이 재판을 통하여 권리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그 전에 최소한 법원조직법에 의하여 법원이 설립되고 민사소송법 등 절차법에 의하여 재판관할이 확정되는 등의 구체적인 입법절차가 필요하고, 재판을 받을 권리의 보장은 입법자의 구체적인 형성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입법자의 형성권은 무제한적인 것이 아니므로 국민의 권리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사법절차는 보장되어야 하는바, 헌법상의 재판을 받을 권리의 본질적 내용은 ‘법적 분쟁이 있는 경우 독립된 법원에 의하여 사실관계와 법률적 관계에 관하여 적어도 한 차례 법관에 의하여 심리ㆍ검토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될 권리’가 인정된다는 것이다(헌재 2000. 6. 29. 99헌바66등, 판례집 12-1, 848, 867;헌재 2002. 10. 31. 2001헌바40, 판례집 14-2, 473, 481). 이와 같이 헌법 제27조 제1항이 규정하는 “법률에 의한” 재판청구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입법자에 의한 재판청구권의 구체적 형성이 불가피하므로 입법자의 광범위한 입법재량이 인정된다고 할 것인바(헌재 1996. 8. 29. 93헌바57, 판례집 8-2, 46, 60 참조), 이러한 재판청구권에는 행정재판을 받을 권리도 포함되는데 처분 개념을 규정한 이 사건 법률조항을 통하여 항고소송의 대상을 어느 범위로 규정할 것인가는 입법자의 형성의 자유가 폭 넓게 인정되는 영역에 해당하므로 입법목적에 비추어 입법자가 선택한 수단이 합리적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라 항고소송의 대상에 해당되지 않음에 따라 대상적격이 결여되어 행정재판을 받지 못하게 되는 제약 내지 불이익을 받게 되는데, 이는 불필요한 소송을 억제하여 법원과 당사자의 부담을 경감시킴으로써 효율적인 재판제도를 구현하기 위한 취지이고, 구법과 달리 이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처분 개념을 규정한 것은 현대행정의 다양화 등에 따른 권리구제 확대의 필요성을 반영한 것으로서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라고 처분 개념을 정의한 것은 앞서 보았듯이 사법본질상 내재되어 있는 법원조직법 제2조 제1항의 ‘법률상의 쟁송’의 개념을 구체화시킨 것으로서 다른 권리구제 수단과의 관계에 비추어 보더라도 그와 같이 규정한 것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다.

먼저 헌법소원과의 관계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항고소송의 대상이 제한됨에 따라 항고소송이 불가능한 행정작용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여지가 많은데, 우리나라에서는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재판이 제외되기 때문에 대상적격을 충족하여 항고소송이 가능한 행정작용에 대하여는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심사권한을 갖게 되고 헌법소원이 배제되는 반면, 대상적격이 흠결되어 항고소송이 불가능한 행정작용은 헌법소원의 보충성원칙의 예외 내지 비적용에 해당되어,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나아가 당사자소송과의 관계에서 보면,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 개념을 통하여 권리구제를 확대시키고자 하는 쟁송법적 처분 개념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에서 당사자소송 등 다른 구제수단을 활용하자는 논의가 제기되고 있는바, 이는 전체로서의 권리보장의 유효성은 모든 소송형태를 통합적으로 고찰하여 판단하여야 하므로, 항고소송의 대상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법률상의 쟁송에 대하여 공법상 당사자소송 등을 통하여 구제받도록 하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무효확인소송의 경우에는 이른바 공정력이 없고 누구나 어떠한 방법으로나 그 효력을 부인할 수 있으므로 당사자소송과 대체적인 관계에 있을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반드시 처분 개념을 확대하는 방법만이 당사자의 권리구제에 유익하다고 볼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이 행정작용에 대한 법률상 쟁송에 대하여도 항고소송 이외에 당사자소송, 민사소송 중 어느 형태의 소송에 의하여 다툴 수 있게만 하면 권리구제의 개괄주의는 충족되는 것이고, 구체적으로는 항고소송에서 처분성이 인정되지 않는 ‘공권력의 행사’라고 하더라도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소정의 헌법소원이나 행정소송법상 당사자소송에 의한 구제수단에 의하여 권리구제가 확대될 수 있음을 감안할 때, 처분 개념을 규정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국민의 효율적인 권리구제를 어렵게 할 정도로 입법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단정할 수 없다.

(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 개념에 관하여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거부’로 규정한 데에는 충분히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였다고 할 수 없다.

(2) 평등권 침해 여부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구체적 사실에 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로 처분 개념을 한정함으로써 ‘구체적 사실에 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에 의하여 권리 또는 이익을 침해당한 자와 ‘그 밖의 공권력의 행사’에 의하여 권리 또는 이익이 침해당한 자 사이에 불합리한 차별취급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위 두 집단 모두 행정청의 공권력 행사에 의하여 권리 또는 이익을 침해당한 자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비교집단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고,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 개념을 제한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처분성이 인정되지 아니할 경우 항고소송절차를 통한 권리구제를 받을 수 없는 차별이 발생하므로, 양 자 사이에 차별 취급 자체는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항고소송의 대상적격을 결정짓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기본적으로 입법자의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이 인정되는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사법본질상의 한계를 반영하여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로 처분 개념을 규정한 데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이 합리적인 이유가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양 자 사이에 합리적 이유가 없는 자의적인 차별이 있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