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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정보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손해배상(의)

[서울고등법원 2009. 9. 3. 선고 2008나74156 판결]

【전문】

【원고, 항소인】

박관용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여명 담당변호사 양인석 외 1인)

【원고 승계참가인】

국민연금관리공단

【피고, 피항소인】

김학구 (소송대리인 변호사 유현정 외 1인)

【제1심판결】

서울동부지방법원 2008. 7. 17. 선고 2006가합2993 판결

【변론종결】

2009. 7. 23.

【주 문】

 
1.  제1심 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원에 해당하는 원고 박관용의 패소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 박관용에게 2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05. 4. 22.부터 2009. 9. 3.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 박관용의 나머지 항소와 원고 윤수정의 항소 및 원고 승계참가인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 중 원고 박관용과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 박관용이 90%를 부담하고, 피고가 나머지 10%를 부담하며, 항소비용 중 원고 윤수정과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 윤수정이 부담하고, 항소제기 이후에 원고 승계참가인과 피고 사이에 생긴 소송비용은 원고 승계참가인이 부담한다.
 
4.  제1항의 금원지급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청구취지
원고들 : 피고는 원고 박관용에게 474,800,981원, 원고 윤수정에게 10,000,000원 및 2005. 4. 22.부터 제1심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 승계참가인 : 피고는 원고 승계참가인에게 8,435,99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송승계참가 신청서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원고 승계참가인은 당심에서 새로이 승계참가 신청을 하면서 청구취지를 확장하였다).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 박관용에게 474,800,981원, 원고 윤수정에게 10,000,000원 및 2005. 4. 22.부터 제1심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5호증의 1, 2, 갑 제6호증, 갑 제11호증의 1 내지 7의 각 기재와 제1심 법원의 강동성심병원장에 대한 2007. 4. 23.자 및 2008. 6. 4.자 각 사실조회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 박관용은 2002. 3. 27.경 비의존성 당뇨병으로 강동성심병원에서 혈액검사를 받은 결과 경도의 당뇨병으로 진단되어 식사요법 및 생활습관 조절의 교육만을 받아오다가, 2004. 1. 5.부터 위 병원에서 당뇨병 치료제로 처방한 경구용 혈당 강하제 Amaryl(glimepride) 1mg을 1일 1회, Diabex(metformin) 250mg을 1일 3회 복용하기 시작하다가, 2004. 2. 5.부터 Diabex(metformin)를 500mg 1일 3회로 증량하였고, 2004. 4. 9.부터 혈관계통 합병증의 예방을 우해 아스피린과 Enalapril(ACE inhibitor)을 추가하고, 2004. 10. 13.부터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절하기 위해 Lipitor(atroavstatin calcium) 10mg을 추가하여 복용하여 왔다.
한편, 원고 박관용은 2002. 3. 29. 위 병원에서 처음으로 간 기능 검사를 받은 후 위와 같은 양약을 복용하기 직전인 2004. 1. 2. 간 기능 검사를 받은 외에는 그 후 간 기능 검사를 받은 바 없었다.
 
나.  원고 박관용은 2005. 1.경 골프연습장에서 알게 된 한의사인 피고로부터 한약을 복용해 볼 것을 권유받고, 2005. 1. 18.부터 2005. 3. 말경까지 피고가 다음과 같이 처방한 한약(이하 ‘이 사건 한약’이라고 한다)을 1일 2팩씩 복용하였다.
처방일처방약재2005. 1. 18.갈근 4돈, 황금 2돈, 고본 2돈, 질경 1돈, 승마 1돈, 나복자 1돈, 백지 1돈(이하 원방이라 한다.) : 1제2005. 2. 2.원방 + 죽여 1돈 : 1제2005. 2. 14.원방 + 죽여 1돈 : 1제2005. 2. 28.원방 + 죽여 1돈, 조각자 1돈 : 1제 감기약 삼소음 3일분2005. 3. 14.원방 + 죽여 1돈, 부평초 1돈, 조각자 1돈, 대황 5푼 : 1제
주) 1돈 : 3.75g, 5푼 : 1.875g, 1제 : 120㏄/팩, 31-32팩
 
다.  원고 박관용은 2005. 3. 말경부터 소변 색깔이 진해지고 몸 상태가 좋지 않다가, 2005. 4. 10. 얼굴과 눈에 황달 증세가 나타나 강동성심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당일 입원하였다.
 
라.  원고 박관용은 2005. 4. 19. 강동성심병원의 의료진으로부터 뇌부종을 동반한 전격성 간부전이라는 진단을 받고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2005. 4. 20. 간 이식 수술을 위해 서울아산병원으로 이송되었다.
 
마.  원고 박관용은 2005. 4. 22. 서울아산병원에서 간 이식 수술을 받았고, 2005. 5. 24. 퇴원하였다가, 2005. 7. 9. 간 이식 거부증상 및 합병증으로 서울아산병원에 재입원하였으며, 2005. 7. 13. 퇴원하여 현재까지 치료를 받고 있다.
 
2.  원고들의 청구에 대한 판단 
가.  청구의 요지
원고들은 피고가 이 사건 한약을 처방하면서 아래와 같은 잘못을 저질러 원고 박관용에게 전격성 간부전이 발생하게 하였고 그로 인해 원고 박관용이 간 이식 수술까지 받아 면역거부반응 등의 후유증의 남게 되었다고 주장하며, 원고 박관용은 위와 같은 피고의 과실로 인한 재산적·정신적 손해의 배상을 구하고, 원고 윤수정은 정신적 손해로 인한 위자료의 지급을 구한다.
⑴ 이 사건 한약에는 수은 등의 중금속이 들어 있었고, 피고가 당뇨 및 혈압과 관계된 열다한소탕을 처방하여야 함에도 갈근탕을 처방하는 등 기본적인 검진을 소홀히 하였으며, 한약재의 구입·관리 등을 소홀히 하여 이 사건 한약에 처방되지 아니한 다른 약재가 들어갔고, 이와 같이 잘못 조제된 이 사건 한약으로 인하여 원고 박관용에게 전격성 간부전이 발생하였다.
⑵ 이 사건 한약에는 간독성을 일으키는 황금이나 갈근과 같은 한약재가 포함되어 있었고, 원고 박관용이 위 한약을 복용할 당시 당뇨병 치료제 등의 양약도 복용하고 있었으므로, 이 사건 한약의 복용 중 원고 박관용에게 발생한 전격성 간부전은 간독성을 일으키는 위 한약재에 의해 발생하였거나 한약과 양약의 복합작용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⑶ 피고는 의료에 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한의사로서 환자의 상태를 자세히 관찰하여야 함에도, 이를 소홀히 하여 원고 박관용의 간에 이상이 있음을 발견하지 못하여 양방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권유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
⑷ 피고는 이 사건 한약의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 및 그 증상에 관하여 아무런 설명을 해주지 아니하여 원고 박관용이 이 사건 한약을 복용할지 여부를 결정할 선택의 기회를 잃게 하였다.
 
나.  판 단
⑴ 이 사건 한약의 조제상의 과실 여부
㈎ 먼저, 이 사건 한약에 수은 등의 중금속이 포함되어 있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이에 들어맞는 갑 제3호증의 1, 2의 각 기재는 제1심 감정인 강신정의 중금속 함유 여부 감정결과에 비추어 믿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위 감정결과에 의하면 이 사건 한약에는 납, 비소, 수은, 카드뮴 등의 중금속이 함유되어 있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 다음으로, 이 사건 한약에 피고의 처방과는 다른 약재가 들어갔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갑 제6호증의 기재의 의하면 원고 박관용에 대한 피고의 진료기록부에는 2005. 1. 18. 처방된 약명이 갈근탕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한편 제1심 법원의 대한한의학회에 대한 2007. 5. 22.자, 2007. 10. 22.자 및 2007. 11. 8.자 각 사실조회결과와 피고 본인신문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보면, 한약처방명의 기원은 다양하며 가장 용량이 많은 약물이 처방명에 사용되기도 하고, 각 의료기관별로 처방명을 따로 정하여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 사실, 열다한소탕과 갈근탕은 구성약재와 적응증이 다른 약물로, 열다한소탕은 갈근, 황금, 고본, 나복자, 길경, 승마, 백지 등으로 구성되고, 갈근탕은 갈근, 마황, 계지, 생강, 감초, 작약, 대조 등으로 구성되는 사실, 열다한소탕은 태음인의 체질처방으로서 피로, 허약성 제반 증상에 사용되는 약물이고, 갈근탕은 주로 감기증상에 사용되는 약물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 사건 한약의 구성약재가 갈근, 황금, 고본, 질경, 승마, 나복자, 백지 등인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따라서 이 사건 한약은 그 처방전의 명칭에도 불구하고 그 구성약재 등에 비추어 열다한소탕으로 보이고, 그 처방전에 갈근탕이라고 기재된 사정만으로는 피고가 잘못된 처방을 하였거나 이 사건 한약에 처방한 약재 이외의 다른 약재가 들어갔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들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⑵ 이 사건 한약으로 인한 전격성 간부전의 발생 여부
이 사건 한약의 복용 또는 양약과의 복합작용으로 인해 원고 박관용에게 전격성 간부전이 발생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살피건대, 갑 제16호증의 기재와 제1심 법원의 강동성심병원장에 대한 2007. 4. 23.자 및 2008. 6. 4.자 각 사실조회결과 및 제1심 법원의 서울아산병원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모아보면, 이 사건 한약의 구성약재 중 황금은 일반적으로 간독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 사실, 원고 박관용은 2005. 4. 10. 강동성심병원에서 바이러스 검사를 한 결과 간부전의 발생 원인이 될 수 있는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고, 평소 술을 거의 마시지 않은 사실, 약제 유발 간독성은 약물을 복용한지 5일에서 90일 이내에 발생하는 것이 보통인데, 원고 박관용에게서 황달 증세가 나타난 2005. 3.말을 기준으로 할 경우 당시 원고 박관용이 복용하던 양약의 복용기간은 길게는 약 1년 3개월에서 짧게는 5개월 반 남짓이고, 이 사건 한약의 복용기간은 약 2개월 반 정도로서 이 사건 한약을 복용하는 중에 위 원고에게서 황달증세가 나타났고, 그 시점도 복용 후 5일에서 90일 사이인데 비해 양약의 복용기간은 90일을 훨씬 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어, 위 원고의 전격성 간부전이 이 사건 한약 또는 한약과 양약의 복합작용으로 발생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이 들기는 한다.
그러나 한편, 갑 제16호증, 을 제7호증의 각 기재와 제1심 법원의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부속 목동병원장에 대한 신체감정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원고 박관용이 이 사건 한약을 복용하면서 함께 복용한 양약 중 Amaryl은 드물게 담즙정체성 황달을 일으킬 수 있고, Diabex를 사용함에는 주기적인 간 기능 검사가 필요하며, 아스피린은 드물게 간독성을 일으킬 수 있고, Enalapril은 간부전시 그 사용량의 조절이 필요하며, Lipitor은 간수치 중 GOT/GPT 수치를 높이고 간염을 유발할 수도 있는 점, 최근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이 사건 한약인 열다한소탕의 복용으로 인한 간 손상의 가능성이 매우 낮게 나온 점, 전격성 간부전은 급작스럽게 나타나는 간의 부전, 즉 기능이 심하게 저하되거나 상실되는 경우를 말하는데, 이때 나타나는 뇌부종은 하나의 증상이자 현상으로 심한 간의 기능부전 상태에서 2차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합병증의 한 형태이고, 전격성 간부전의 원인은 매우 많아서 어떠한 원인이나 간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것이 원인이 될 수 있으며 흔하게는 바이러스성 간염에서도 경과가 진행되거나 정지 상태에서 갑자기 간에 스트레스가 가해져 전격성 간부전으로 빠지는 경우가 있으며, 약물이나 독성에 의한 전격성 간염의 경우에는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약물만 해도 수십 가지가 되어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고, 약물의 간독성으로 인하여 경미하게는 간의 기능이 약간 저하되거나 황달이 나타나고 간수치가 상승하게 되는 것에서부터 심한 경우 간독성으로 인한 전격성 간부전까지도 가져올 수 있는 등 그 증상도 매우 다양한 점, 원고 박관용은 황달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피고의 한의원을 방문한 2005. 3. 14.까지도 감기 증상을 보인 외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었고, 이 사건 한약을 복용한지 2개월 반 남짓 지난 2005. 3.말경에야 원고 박관용에게서 황달 증세가 나타났으며, 그로부터 20여일 지난 2005. 4. 19.에야 전격성 간부전의 진단을 받은 점 등의 사정에다, 앞서 본 바와 같은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원고 박관용은 위와 같이 간 손상을 야기할 수도 있는 양약을 길게는 약 1년 3개월에서 짧게는 5개월 반 남짓 비교적 장기간 복용하면서도 그 기간 중 간 기능 검사를 받은바 없는 점을 보태어 보면, 이 사건 한약재에 간 손상을 야기할 수 있는 황금이라는 약재가 있었던 점, 원고 박관용에게 전격성 간부전을 일으킬 수 있는 요인 중 바이러스 감염이나 술이 배제되는 점, 이 사건 한약을 복용하는 중에 원고 박용관에게서 황달 증세가 나타났고, 그 시점도 복용 후 5일에서 90일 사이인데 반해 양약의 복용기간은 90일을 훨씬 넘는 점 등 앞에서 본 의심스러운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한약의 복용 또는 한약과 양약의 복합작용으로 인해 원고 박관용에게 전격성 간부전이 발생하였다고 단정하거나 추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들의 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⑶ 전원조치 등의 미실시
살피건대, 제1심 법원의 대한한의학회에 대한 감정촉탁결과에 의하면, 한의원에서 혈액검사를 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한편 원고 박관용은 이 사건 한약을 복용하는 동안 감기 증상 외에는 피고에게 특별한 이상 증상을 호소한 바 없는 사실, 원고 박관용에게 황달 증상이 나타난 때는 원고 박관용이 피고의 한의원을 마지막으로 방문한 뒤인 2005. 3. 말경인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가 원고 박관용이 피고의 한의원을 마지막으로 방문한 2005. 3. 14.까지 원고 박관용으로부터 이상 증상에 대해 아무런 얘기도 듣지 못하였고, 문진이나 진맥 외에 혈액검사를 할 수 없는 피고로서는 그 당시 원고 박관용에 대하여 즉각적인 양방 내원의 필요성이 있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들의 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⑷ 설명의무 위반 여부
㈎ 일반적으로 의사는 환자에게 수술 등 침습을 가하는 과정 및 그 후에 나쁜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또는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에 있어서 응급환자의 경우나 그 밖에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진료계약상의 의무 내지 위 침습 등에 대한 승낙을 얻기 위한 전제로서 당해 환자 또는 그 가족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등에 관하여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하여 당해 환자가 그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하여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의무가 있고, 의사가 위와 같은 설명의무를 위반한 채 수술 등을 하여 환자에게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 있어서 환자 측에서 선택의 기회를 잃고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데 대한 위자료만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의사의 설명결여 내지 부족으로 선택의 기회를 상실하였다는 사실만을 입증함으로써 족하고, 설명을 받았더라면 사망 등의 결과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계까지 입증할 필요는 없으나, 그 결과로 인한 모든 손해를 청구하는 경우에는 그 중대한 결과와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 내지 승낙취득과정에서의 잘못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하여야 하며, 그 경우 의사의 설명의무의 위반은 환자의 자기결정권 내지 치료행위에 대한 선택의 기회를 보호하기 위한 점에 비추어 환자의 생명·신체에 대한 의료적 침습 과정에서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과 동일시 할 정도의 것이어야 한다( 대법원 1994. 4. 15. 선고 93다60953 판결 참조).
㈏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①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갑 제12호증, 갑 제16호증, 을 제3호증의 각 기재와 제1심 법원의 강동성심병원장에 대한 2007. 4. 23.자 사실조회결과 및 제1심의 피고 본인신문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보면, 피고가 이 사건 한약을 처방하기 이전부터 일부 양의사나 한의사로부터 이 사건 한약인 열다한소탕을 포함한 한약 또는 한약과 양약의 복합작용에 의한 간 손상 보고가 있어온 사실, 피고는 원고 박관용에게 위 원고의 당뇨조절을 돕기 위하여 이 사건 한약을 처방하면서 위 한약의 복용으로 인해 소화 장애, 설사, 복통, 두통 등 불편한 점이 있으면 연락하라고만 하였을 뿐 위 한약의 복용으로 인한 간 기능 손상 가능성에 관하여 설명한 바 없고, 당시 위 원고가 복용하는 양약이 무엇인지에 관해서도 문진 등을 통해 알아보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한편 이 사건 한약에는 간 손상을 야기할 수 있는 황금이라는 약재가 포함되어 있었던 사실, 원고 박관용은 이 사건 한약을 복용할 당시 간 손상 등을 야기할 수 있는 양약을 길게는 약 1년 3개월에서 짧게는 5개월 반 남짓 복용하고 있었던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②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가 원고 박관용에게 이 사건 한약을 처방할 당시 원고 박관용은 간 손상을 야기할 수 있는 양약을 비교적 장기간 복용하고 있는 상태였고, 이 사건 한약에는 간 손상을 야기할 수 있는 황금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이 사건 한약인 열다한소탕을 포함한 한약 또는 한약과 양약의 복합작용에 의한 간 손상 보고가 있어 왔으므로, 한의사인 피고로서는 이 사건 한약을 처방할 당시 위 원고가 복용하고 있는 양약이 어떤 것인지를 확인하여 이 사건 한약 또는 이 사건 한약과 당시 위 원고가 복용 중이던 양약의 복합작용에 의해 간 손상이 일어날 수 있음을 설명하여 줄 의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위 원고로 하여금 양방병원에서 간 기능 검사를 받게 하여 간 기능의 이상 유무를 살펴 이 사건 한약을 복용하도록 지도할 의무가 있다.
그러함에도, 피고가 위와 같은 설명 및 지도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원고 박관용이 이 사건 한약의 복용 여부를 선택할 기회를 잃고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게 한 위법이 있으므로, 피고는 원고 박관용에게 위와 같은 설명의무위반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③ 한편, 위 기초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한약의 처방 당시 원고 박관용은 성인으로서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있었다고 보이고, 따라서 피고가 원고 박관용의 처인 원고 윤수정에 대해서도 위와 같은 설명의무를 진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대법원 1997. 7. 22. 선고 96다37862 판결 등 참조), 피고가 원고 윤수정에 대해서도 위와 같은 설명의무를 부담함을 전제로 한 원고 윤수정의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 손해배상의 범위
① 나아가 피고가 배상하여야 할 손해액의 범위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가 이 사건 한약을 처방함에 있어 과실이 없으며, 원고 박관용의 이 사건 한약의 복용과 원고 박관용에게 발생한 전격성 간부전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 관하여는 앞서 판단한 바와 같으므로, 피고의 위와 같은 설명의무 위반과 원고 박관용에게 발생한 전격성 간부전 사이에도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 박관용에게 위와 같은 설명의무위반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대해 위자료만을 지급할 책임이 있고, 그 외에 재산상 손해를 포함한 모든 손해를 배상할 책임은 없다.
② 그리고 피고가 지급해야 할 위자료의 액수에 관하여 보면, 원고 박관용의 나이와 경력, 원고 박관용이 이 사건 한약을 복용하게 된 경위, 피고의 설명의무의 내용과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위, 이 사건 한약의 복용 후 나타난 원고 박관용의 증세와 그 연관성, 기타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참작하면, 피고가 원고 박관용에게 지급해야 할 위자료의 액수를 2,000만 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 박관용에게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으로 2,0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불법행위일 이후로서 원고 박관용이 구하는 2005. 4. 22.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당심 판결 선고일인 2009. 9. 3.까지는 민법에 정해진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정해진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원고 승계참가인의 청구에 대한 판단 
가.  청구의 요지
원고 박관용은 피고가 처방한 이 사건 한약을 복용한 후 전격성 간부전이 발생하여 간 이식 수술을 받았고 그로 인해 장애가 생김으로써 원고 승계참가인은 원고 박관용에게 2009. 3. 31.까지 장애연금으로 8,435,990원을 지급하였는바, 원고 승계참가인은 위와 같은 피고의 의료사고로 인해 원고 박관용에게 지급한 장애연금에 대해서는 국민연금법에 의해 당연히 원고 박관용을 대위하여 청구할 수 있으므로, 피고는 원고 승계참가인이 원고 박관용에게 지급한 위 장애연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판 단
피고가 이 사건 한약을 처방함에 있어 과실이 없으며, 원고 박관용의 이 사건 한약의 복용과 원고 박관용에게 발생한 전격성 간부전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 관하여는 앞서 판단한 바와 같으므로, 피고의 과실 및 이 사건 한약의 복용과 전격성 간부전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을 전제로 한 원고 승계참가인의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또한, 원고 승계참가인은 원고들과 원고 승계참가인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 제1심 판결에 대하여 항소기간 내에 항소를 제기하지 아니하고 원고들만이 항소한 상태에서 당심에서 동일한 청구원인으로 청구취지만을 확장하여 새로운 승계참가신청을 하였음은 기록상 명백한바, 위와 같이 원고 승계참가인이 제1심 판결에 대하여 항소를 제기하지 아니함으로써 제1심 판결 중 원고 승계참가인의 참가신청을 기각한 부분은 확정되어 기판력이 발생하였으므로, 원고 승계참가인이 당심에서 한 승계참가신청은 확정판결의 변론종결 이후에 새로이 발생한 사유에 기하지 아니한 채 다시 청구한 것에 해당하여 기판력에 저촉되므로, 이 점에서 보아도 원고 승계참가인의 청구는 이유 없다( 대법원 1992. 5. 26. 선고 91다4669, 4676 판결 참조)}.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 박관용의 피고에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 범위 안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며, 원고 윤수정 및 원고 승계참가인의 각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 중 원고 박관용에 대한 부분은 이와 일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 박관용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이를 취소하고 피고에 대하여 위 인정 금원의 지급을 명하고, 제1심 판결 중 원고 박관용에 대한 나머지 부분과 원고 윤수정에 대한 부분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이에 대한 원고 박관용의 나머지 항소와 원고 윤수정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며, 원고 승계참가인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성기문(재판장) 김도현 최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