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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정보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소유권말소등기

[대법원 2021. 6. 3. 선고 2016다34007 판결]

【판시사항】

명의수탁자가 양자간 명의신탁에 따라 명의신탁자로부터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경우, 형사상 횡령죄의 성립 여부와 관계없이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명의수탁자가 양자간 명의신탁에 따라 명의신탁자로부터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행위가 형사상 횡령죄로 처벌되지 않더라도, 위 행위는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형사상 횡령죄의 성립 여부와 관계없이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하여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대법원은 2021. 2. 18. 선고 2016도18761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한다)을 위반하여 명의신탁자가 그 소유인 부동산 등기명의를 명의수탁자에게 이전하는 양자간 명의신탁의 경우 명의수탁자와 명의신탁자 간의 관계는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관계가 아니고,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여 종전 대법원 판례를 변경하였다.
②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은 지도이념 및 증명책임의 부담과 증명의 정도 등에서 서로 다른 원리가 적용된다. 불법행위에 따른 형사책임은 사회의 법질서를 위반한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으로서 행위자에 대한 공적인 제재(형벌)를 내용으로 함에 비하여, 민사책임은 타인의 법익을 침해한 데 대하여 행위자의 개인적 책임을 묻는 것으로서 피해자에게 발생된 손해의 전보를 내용으로 하고 손해배상제도는 손해의 공평ㆍ타당한 부담을 지도원리로 하는 것이므로, 형사상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 침해행위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는 형사책임과 별개의 관점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③ 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약정(제4조 제1항)과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제4조 제2항 본문)은 무효라고 명시하고 있다.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 앞으로 등기를 하더라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 결과 부동산 소유권은 등기와 상관없이 명의신탁자에게 그대로 남아 있게 되고, 명의신탁자는 부동산 소유자로서 소유물방해배제청구권에 기초하여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있다. 그런데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에서는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물권변동의 무효는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가 제3자에게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경우 제3자에게 자신의 소유권을 주장하여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할 수 없고, 명의수탁자로부터 부동산을 양수한 제3자는 소유권을 유효하게 취득하게 된다. 그렇다면 명의신탁받은 부동산을 명의신탁자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임의로 처분한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을 침해하는 위법행위를 한 것이고 이로 인하여 명의신탁자에게 손해가 발생하였으므로, 명의수탁자의 행위는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책임의 성립 요건을 충족한다.
대법원 2016도18761 전원합의체 판결은 횡령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데 있고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의 관계는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관계가 아니므로 명의수탁자의 임의처분행위에 대하여 횡령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를 밝힌 것이지 명의신탁관계에서 신탁자의 소유권을 보호할 수 없다는 취지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명의수탁자의 임의처분행위로 인하여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이 침해된 이상 형법상 횡령죄의 성립 여부와 관계없이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참조조문】

민법 제750조,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형법 제355조 제1항

【참조판례】

대법원 2008. 2. 1. 선고 2006다6713 판결(공2008상, 288), 대법원 2019. 6. 20. 선고 2013다218156 전원합의체 판결(공2019하, 1423), 대법원 2021. 2. 18. 선고 2016도18761 전원합의체 판결(공2021상, 668)


【전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피고, 상고인】

피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윤봉근)

【원심판결】

부산고법 2016. 7. 7. 선고 2015나5347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실관계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와 피고 2는 이 사건 부동산을 피고 2의 처인 피고 1에게 2억 7,500만 원에 매도한다는 내용의 매매계약서(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서’라 한다)를 작성하였고, 2012. 3. 20.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피고 1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다.
 
나.  피고 2는 2012. 10. 30. 이 사건 부동산을 피고 1 명의로 소외인에게 3억 원에 매도하였고, 같은 날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소외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다.  원고는 2013. 8. 무렵 피고들이 원고의 이 사건 부동산을 보관하던 중 임의로 처분하였다는 등의 혐의로 피고들을 형사 고소하였다. 검사는 피고 1에 대하여는 혐의없음 처분을 하였으나, 피고 2에 대하여는 울산지방법원 2014고단2066호로 기소하였고, 피고 2는 2015. 7. 23. 횡령죄 등으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후 같은 법원 2015노946호로 항소하였다. 항소심에서도 피고 2에 대한 유죄가 유지되었으나, 대법원은 양자간 명의신탁의 경우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대법원 2021. 4. 1. 선고 2017도3997 판결).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 2가 원고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명의신탁받아 피고 1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원고를 위하여 보관하던 중 임의로 이 사건 부동산을 소외인에게 매도함으로써 원고 소유의 이 사건 부동산을 횡령하여 원고에게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원심은 피고 1이 피고 2의 횡령행위에 가담하거나 고의 또는 과실로 방조하였으므로, 피고 2와 공동하여 원고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먼저 피고들의 상고이유 중 피고 2가 원고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명의신탁받은 것이 아니라는 취지의 주장은 사실심인 원심의 전권사항인 증거의 취사선택과 사실인정을 탓하는 것으로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더라도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나.  이를 전제로 양자간 명의신탁관계에서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된 부동산을 임의처분하는 경우 민사상 불법행위가 성립하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명의수탁자가 양자간 명의신탁에 따라 명의신탁자로부터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행위가 형사상 횡령죄로 처벌되지 않더라도, 위 행위는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형사상 횡령죄의 성립 여부와 관계없이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하여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대법원은 2021. 2. 18. 선고 2016도18761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한다)을 위반하여 명의신탁자가 그 소유인 부동산 등기명의를 명의수탁자에게 이전하는 양자간 명의신탁의 경우 명의수탁자와 명의신탁자 간의 관계는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관계가 아니고,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여 종전 대법원 판례를 변경하였다.
(2)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은 지도이념 및 증명책임의 부담과 그 증명의 정도 등에서 서로 다른 원리가 적용된다. 불법행위에 따른 형사책임은 사회의 법질서를 위반한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으로서 행위자에 대한 공적인 제재(형벌)를 그 내용으로 함에 비하여, 민사책임은 타인의 법익을 침해한 데 대하여 행위자의 개인적 책임을 묻는 것으로서 피해자에게 발생된 손해의 전보를 그 내용으로 하고 손해배상제도는 손해의 공평ㆍ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원리로 하는 것이므로, 형사상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 침해행위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 여부는 형사책임과 별개의 관점에서 검토되어야 한다(대법원 2008. 2. 1. 선고 2006다6713 판결 참조).
(3) 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약정(제4조 제1항)과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제4조 제2항 본문)은 무효라고 명시하고 있다.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 앞으로 등기를 하더라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 결과 부동산 소유권은 그 등기와 상관없이 명의신탁자에게 그대로 남아 있게 되고, 명의신탁자는 부동산 소유자로서 소유물방해배제청구권에 기초하여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그 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2019. 6. 20. 선고 2013다21815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그런데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에서는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물권변동의 무효는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가 제3자에게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경우 제3자에게 자신의 소유권을 주장하여 그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할 수 없고, 명의수탁자로부터 부동산을 양수한 제3자는 그 소유권을 유효하게 취득하게 된다. 그렇다면 명의신탁받은 부동산을 명의신탁자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임의로 처분한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을 침해하는 위법행위를 한 것이고 이로 인하여 명의신탁자에게 손해가 발생하였으므로, 명의수탁자의 행위는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책임의 성립 요건을 충족한다.
(4) 대법원 2016도18761 전원합의체 판결은 횡령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데 있고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의 관계는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관계가 아니므로 명의수탁자의 임의처분행위에 대하여 횡령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를 밝힌 것이지 명의신탁관계에서 신탁자의 소유권을 보호할 수 없다는 취지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명의수탁자의 임의처분행위로 인하여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이 침해된 이상 형법상 횡령죄의 성립 여부와 관계없이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앞서 본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피고 2가 원고와의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원고를 위하여 보관하고 있던 이 사건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행위는 원고의 소유권을 침해한 행위로서 형법상 횡령죄의 성립 여부와 관계없이 피고 2는 원고에 대하여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
 
라.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따라 살펴보면, 피고 2가 이 사건 부동산을 소외인에게 임의로 매도한 것이 횡령행위에 해당한다고 한 원심판단 부분은 변경되기 전 판례의 법리에 따른 것으로 더 이상 타당하지 않지만, 피고 2가 이 사건 부동산을 원고로부터 명의신탁받아 보관하던 중 임의로 처분함으로써 원고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마.  한편 피고 1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따라 살펴보면, 피고 1이 피고 2의 횡령행위를 용이하게 하였다고 한 원심판단 부분은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타당하지 않지만, 피고 1이 고의 또는 과실로 피고 2의 이 사건 부동산 매도행위에 협력하였다고 보아 피고 1에게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공동불법행위의 성립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이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정화(재판장) 이기택 김선수 노태악(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