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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정보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혼인의무효·이혼

[대법원 2021. 12. 10. 선고 2019므11584, 11591 판결]

【판시사항】

우리나라 국민이 외국인 배우자에 대하여 혼인의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혼인무효 소송을 제기한 경우, 외국인 배우자의 혼인의사 유무를 판단할 때 고려하여야 할 사항

【판결요지】

민법 제815조 제1호가 혼인무효의 사유로 규정하는 ‘당사자 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란 당사자 사이에 사회관념상 부부라고 인정되는 정신적·육체적 결합을 생기게 할 의사의 합치가 없는 경우를 의미한다. 혼인무효 사건은 가류 가사소송사건으로서 자백에 관한 민사소송법의 규정이 적용되지 않고 법원이 직권으로 사실조사 및 필요한 증거조사를 하여야 하는바(가사소송법 제12조, 제17조), 일방 배우자가 상대방 배우자를 상대로 혼인신고 당시에 진정한 혼인의사가 없었다는 사유를 주장하면서 혼인무효 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경우, 가정법원으로서는 직권조사를 통해 혼인의사의 부존재가 합리적·객관적 근거에 의하여 뒷받침되는지 판단하여야 한다.
민법은 혼인성립 이전의 단계에서 성립 요건의 흠결로 혼인이 유효하게 성립하지 않은 혼인무효(민법 제815조)와 혼인이 성립한 후 발생한 사유로 혼인이 해소되는 이혼(민법 제840조)을 구분하여 규정하고 있다. 또한 혼인무효는 이혼의 경우에 비하여 가족관계등록부의 처리 방식이 다르고, 이혼과 달리 혼인무효의 소가 제기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유족급여나 상속과 관련된 소송에서 선결문제로 주장할 수 있어 유리한 효과가 부여된다. 따라서 가정법원은 상대방 배우자에게 혼인신고 당시 혼인의사가 없었던 것인지, 혼인 이후에 혼인을 유지할 의사가 없어진 것인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심리·판단하여야 하고, 혼인의사라는 개념이 다소 추상적이고 내면적인 것이라는 사정에 기대어 상대방 배우자가 혼인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였다거나 혼인관계 종료를 의도하는 언행을 하는 등 혼인생활 중에 나타난 몇몇 사정만으로 혼인신고 당시 혼인의사가 없었다고 추단하여 혼인무효 사유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국민이 외국인 배우자에 대하여 혼인의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혼인무효 소송을 제기한 경우, 가정법원은 위 법리에 더하여 통상 외국인 배우자가 자신의 본국에서 그 국가 법령이 정하는 혼인의 성립절차를 마친 후 그에 기하여 우리나라 민법에 따른 혼인신고를 하고, 우리나라 출입국관리법령에 따라 결혼동거 목적의 사증을 발급받아 입국하는 절차를 거쳐 비로소 혼인생활에 이르게 된다는 점, 언어장벽 및 문화와 관습의 차이 등으로 혼인생활의 양상이 다를 가능성이 있는 점을 고려하여 외국인 배우자의 혼인의사 유무를 세심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참조조문】

민법 제815조 제1호, 제840조, 가사소송법 제12조, 제17조

【참조판례】

대법원 2010. 6. 10. 선고 2010므574 판결(공2010하, 1372)


【전문】

【원고(반소피고), 피상고인】

원고(반소피고)

【피고(반소원고), 상고인】

피고(반소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덕수 담당변호사 황준협)

【원심판결】

인천가법 2019. 4. 5. 선고 2018르11853, 11860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본소의 주위적 청구 중 혼인무효 확인 부분 및 위자료에 관한 피고(반소원고) 패소 부분, 본소의 예비적 청구에 관한 부분, 반소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인천가정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관련 법리 
가.  민법 제815조 제1호가 혼인무효의 사유로 규정하는 ‘당사자 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란 당사자 사이에 사회관념상 부부라고 인정되는 정신적·육체적 결합을 생기게 할 의사의 합치가 없는 경우를 의미한다(대법원 2010. 6. 10. 선고 2010므574 판결 등 참조). 혼인무효 사건은 가류 가사소송사건으로서 자백에 관한 민사소송법의 규정이 적용되지 않고 법원이 직권으로 사실조사 및 필요한 증거조사를 하여야 하는바(가사소송법 제12조, 제17조), 일방 배우자가 상대방 배우자를 상대로 혼인신고 당시에 진정한 혼인의사가 없었다는 사유를 주장하면서 혼인무효 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경우, 가정법원으로서는 직권조사를 통해 혼인의사의 부존재가 합리적·객관적 근거에 의하여 뒷받침되는지 판단하여야 한다.
 
나.  민법은 혼인성립 이전의 단계에서 성립 요건의 흠결로 혼인이 유효하게 성립하지 않은 혼인무효(민법 제815조)와 혼인이 성립한 후 발생한 사유로 혼인이 해소되는 이혼(민법 제840조)을 구분하여 규정하고 있다. 또한 혼인무효는 이혼의 경우에 비하여 가족관계등록부의 처리 방식이 다르고, 이혼과 달리 혼인무효의 소가 제기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유족급여나 상속과 관련된 소송에서 선결문제로 주장할 수 있어 유리한 효과가 부여된다. 따라서 가정법원은 상대방 배우자에게 혼인신고 당시 혼인의사가 없었던 것인지, 혼인 이후에 혼인을 유지할 의사가 없어진 것인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심리·판단하여야 하고, 혼인의사라는 개념이 다소 추상적이고 내면적인 것이라는 사정에 기대어 상대방 배우자가 혼인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였다거나 혼인관계 종료를 의도하는 언행을 하는 등 혼인생활 중에 나타난 몇몇 사정만으로 혼인신고 당시 혼인의사가 없었다고 추단하여 혼인무효 사유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
 
다.  우리나라 국민이 외국인 배우자에 대하여 혼인의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혼인무효 소송을 제기한 경우, 가정법원은 위 법리에 더하여 통상 외국인 배우자가 자신의 본국에서 그 국가 법령이 정하는 혼인의 성립절차를 마친 후 그에 기하여 우리나라 민법에 따른 혼인신고를 하고, 우리나라 출입국관리법령에 따라 결혼동거 목적의 사증을 발급받아 입국하는 절차를 거쳐 비로소 혼인생활에 이르게 된다는 점, 언어장벽 및 문화와 관습의 차이 등으로 혼인생활의 양상이 다를 가능성이 있는 점을 고려하여 외국인 배우자의 혼인의사 유무를 세심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사실 등을 인정한 후,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만 한다)의 본소 중 혼인무효 확인청구에 대해서 ①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만 한다)가 자신의 부모 이름을 다르게 알려준 점, ② 원고와 동거한 기간이 40일에 불과하고 외국인 등록증을 발급받은 직후 가출한 점 등을 이유로 민법 제815조 제1호의 혼인무효 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이를 인용하고, 원고와 피고의 혼인이 무효임을 전제로 원고의 본소 중 위자료 청구를 일부 인용하면서, 피고의 반소 이혼 청구를 기각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그러나 원심이 든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1) 원심이 혼인무효의 사정으로 들고 있는 사정 중 혼인 전에 있었던 사정은 피고가 부모 이름을 다르게 알려주었다는 사정밖에 없다. 그런데 피고가 자신의 부모 이름을 다르게 알려준 사정이 진정한 혼인의사의 부존재를 추정하게 할 사유에 해당하는지 의문이고, 게다가 피고가 알려준 부모의 이름에 대해 살펴보더라도 아버지의 이름 ‘○○○○ △△△△’를 ‘□□□□□□□ △△△△’로, 어머니의 이름 ‘☆☆☆☆☆☆ ◇◇◇◇’을 ‘▽▽▽▽▽▽ ◇◇◇◇’으로 알려주었다는 것이어서 완전히 다른 이름인지도 불확실하므로 신분위장 등의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2) 원고는 2016. 12.경 키르기즈 공화국을 방문하여 피고를 소개받아 그 무렵 키르기즈 공화국의 법령이 정하는 혼인의 성립절차에 따라 혼인신고를 마친 후, 2017. 1.경 한국에서의 혼인신고를 마쳤다. 그리고 우리나라 출입국관리법령에 따라 피고에 대한 결혼이민비자가 신청·발급되어, 피고는 2017. 6.경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원고와 동거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원고와 피고가 혼인에 이르기 위해서 들인 시간과 노력, 절차에 소요된 비용 등을 도외시한 채 단지 동거기간이 40일에 불과하다는 사정만으로 혼인의사를 부정할 것은 아니다.
3) 원심이 든 나머지 사정들은 혼인이 성립된 이후의 사정으로서 결국 피고가 혼인 이후 혼인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혼인관계의 지속을 쉽게 포기하였다는 이혼 사유에 가까운바, 이러한 사정만을 내세워 애초부터 혼인의사가 없었다고 단정하는 것은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나.  그럼에도 원심은 위와 같은 사정만을 내세워 원고와 피고의 혼인이 혼인무효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으니, 그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는 민법 제815조 제1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다.  본소의 주위적 청구 중 혼인무효 확인 부분이 파기되는 이상 이를 전제로 한 본소의 주위적 청구 중 위자료에 관한 피고 패소 부분과 혼인무효 청구가 인용됨을 전제로 한 반소에 관한 부분도 파기되어야 한다. 그리고 위와 같이 본소의 주위적 청구에 관한 부분이 파기되는 이상 본소의 예비적 청구에 관한 부분 역시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원심판결 중 본소의 주위적 청구 중 혼인무효 확인청구 부분 및 위자료에 관한 피고 패소 부분, 본소의 예비적 청구에 관한 부분, 반소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