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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정보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미성년자약취·사체은닉미수[피고인이 산부인과의원에서 피고인의 딸이 출산한 피해자를 자신이 출산한 이 사건 여아와 바꿔치기 하는 방법으로 피해자를 데리고 가 미성년자를 약취하였다고 기소된 사안]

[대법원 2022. 6. 16. 선고 2022도2236 판결]

【판시사항】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을 인정하기 위한 증거의 증명력 정도 / 법정형이 무거운 범죄의 경우 간접증거에 의하여 유죄를 인정하기 위한 증명의 정도 / 증명력에 한계가 있는 간접증거만이 존재하고, 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자에게 범행을 저지를 만한 동기가 발견되지 않는 경우의 증거평가방법 / 유전자검사나 혈액형검사 등 과학적 증거방법의 증명력


【판결요지】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검사의 증명이 그만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어 유죄의 의심이 가는 등의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법정형이 무거운 범죄의 경우에도 직접증거 없이 간접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할 수 있으나, 그러한 유죄 인정에는 공소사실에 대한 관련성이 깊은 간접증거들에 의하여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므로, 간접증거에 의하여 주요사실의 전제가 되는 간접사실을 인정할 때에는 증명이 합리적인 의심을 허용하지 않을 정도에 이르러야 하고, 하나하나의 간접사실 사이에 모순, 저촉이 없어야 하는 것은 물론 간접사실이 논리와 경험칙, 과학법칙에 의하여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유죄의 인정은 범행 동기, 범행수단의 선택, 범행에 이르는 과정, 범행 전후 피고인의 태도 등 여러 간접사실로 보아 피고인이 범행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할 만큼 압도적으로 우월한 증명이 있어야 한다. 피고인은 무죄로 추정된다는 것이 헌법상의 원칙이고, 그 추정의 번복은 직접증거가 존재할 경우에 버금가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범행에 관한 간접증거만이 존재하고 더구나 그 간접증거의 증명력에 한계가 있는 경우, 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자에게 범행을 저지를 만한 동기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만연히 무엇인가 동기가 분명히 있는데도 이를 범인이 숨기고 있다고 단정할 것이 아니라 반대로 간접증거의 증명력이 그만큼 떨어진다고 평가하는 것이 형사증거법의 이념에 부합하는 것이다.
유전자검사나 혈액형검사 등 과학적 증거방법은 전제로 하는 사실이 모두 진실임이 증명되고 추론의 방법이 과학적으로 정당하여 오류의 가능성이 없거나 무시할 정도로 극소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관이 사실인정을 할 때 상당한 정도로 구속력을 가진다. 그러나 이 경우 법관은 과학적 증거방법이 증명하는 대상이 무엇인지, 즉 증거방법과 쟁점이 어떠한 관련성을 갖는지를 면밀히 살펴 신중하게 사실인정을 하여야 한다.


【참조조문】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308조


【참조판례】

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도8675 판결(공2006상, 685), 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8486 판결(공2009상, 512), 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1도1902 판결(공2011하, 1352), 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도231 판결(공2012하, 1367), 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7도1549 판결(공2017하, 1417)



【전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모병철

【원심판결】

대구지법 2022. 1. 26. 선고 2021노2979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서면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검사의 증명이 그만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어 유죄의 의심이 가는 등의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도231 판결 등 참조).
법정형이 무거운 범죄의 경우에도 직접증거 없이 간접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할 수 있으나, 그러한 유죄 인정에는 공소사실에 대한 관련성이 깊은 간접증거들에 의하여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므로, 간접증거에 의하여 주요사실의 전제가 되는 간접사실을 인정할 때에는 증명이 합리적인 의심을 허용하지 않을 정도에 이르러야 하고, 하나하나의 간접사실 사이에 모순, 저촉이 없어야 하는 것은 물론 간접사실이 논리와 경험칙, 과학법칙에 의하여 뒷받침되어야 한다(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1도1902 판결 참조). 그러므로 유죄의 인정은 범행 동기, 범행수단의 선택, 범행에 이르는 과정, 범행 전후 피고인의 태도 등 여러 간접사실로 보아 피고인이 범행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할 만큼 압도적으로 우월한 증명이 있어야 한다. 피고인은 무죄로 추정된다는 것이 헌법상의 원칙이고, 그 추정의 번복은 직접증거가 존재할 경우에 버금가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7도1549 판결 참조).
그리고 범행에 관한 간접증거만이 존재하고 더구나 그 간접증거의 증명력에 한계가 있는 경우, 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자에게 범행을 저지를 만한 동기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만연히 무엇인가 동기가 분명히 있는데도 이를 범인이 숨기고 있다고 단정할 것이 아니라 반대로 간접증거의 증명력이 그만큼 떨어진다고 평가하는 것이 형사증거법의 이념에 부합하는 것이다(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도8675 판결 참조).
유전자검사나 혈액형검사 등 과학적 증거방법은 전제로 하는 사실이 모두 진실임이 증명되고 추론의 방법이 과학적으로 정당하여 오류의 가능성이 없거나 무시할 정도로 극소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관이 사실인정을 할 때 상당한 정도로 구속력을 가진다(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8486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이 경우 법관은 과학적 증거방법이 증명하는 대상이 무엇인지, 즉 증거방법과 쟁점이 어떠한 관련성을 갖는지를 면밀히 살펴 신중하게 사실인정을 하여야 한다.
 
2.  쟁점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공소외 1의 친모이고, 공소외 1은 공소외 2와 2017년경 구미시 (주소 생략) 원룸에서 동거를 시작하여 2018. 3. 30. 12:56경 구미시 ○○○ 산부인과의원에서 피해자인 여아(출생 당시 몸무게 3.485kg)를 제왕절개 수술을 통해 출산한 후 2018. 4. 8.경까지 위 의원 (호실 1 생략)에 입원하였다.
위 의원은 통상 산모의 입원기간 동안 간호사가 2층에 있는 신생아실에서 신생아를 관리하나, 3층 병실에 입원한 산모가 원할 경우 일정 시간(09:00경부터 20:00경까지) 동안 산모가 신생아와 함께 같은 병실(일명 ‘모자동실’)에서 머물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산모가 직접 또는 산모수첩을 소지한 사람이 신생아실을 방문하여 요청을 하면 그 신생아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가 신생아를 산모 등에게 건네주어 모자동실 등으로 데리고 갈 수 있는 형태로 운영되었다.
피고인은 2018. 3.경 출산한 여아(이하 ‘이 사건 여아’라고 한다)를 피해자와 몰래 바꾸어 공소외 1로 하여금 이 사건 여아를 양육하게 하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2018. 3. 31. 17:32경부터 같은 해 4. 1. 08:17경까지 사이에 ○○○ 산부인과의원 건물 안에서, 불상의 방법으로 피해자를 자신의 실력적 지배하에 두고 피해자의 오른 발목에 부착되어 있는 식별 띠를 분리한 후, 피해자가 입고 있던 배냇저고리와 속싸개, 겉싸개를 미리 데리고 온 이 사건 여아에게 입히고 분리한 식별 띠를 겉싸개 안에 넣는 방법으로 이 사건 여아를 마치 피해자인 것처럼 가장하여 신생아실에 들여보내고, 피해자를 의원 밖 불상의 장소로 데리고 갔다.
이로써 피고인은 공소외 1이 출산하여 공소외 1의 보호·감독을 받는 미성년자인 피해자를 약취하였다.
 
3.  원심의 판단
원심은, 유전자 감정 결과에 따르면 공소외 1이 거주하던 △△△△(호실 2 생략)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이 사건 여아는 피고인이 출산한 아이라고 볼 수밖에 없고, 몇 가지 간접사실을 더하여 보면 피고인이 2018. 3.경 이 사건 여아를 출산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며, 피고인이 이 사건 여아를 출산한 이상 피고인 외에 제3자의 범행 가능성은 상정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쟁점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4.  대법원의 판단
이 사건 쟁점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자신이 낳은 이 사건 여아를 데리고 산부인과의원으로 가서 신생아실에 있던 자신의 외손녀인 피해자의 자리에 이 사건 여아를 놓아두고, 그 자리에 있던 피해자를 몰래 데리고 가 약취하였다는 것이다. 증거에 의하면 범행 전까지 이 사건 여아의 존재에 대하여 아는 사람이 피고인 외에 아무도 없었고, 범행 이후 피해자의 생존 여부에 대하여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공소사실에 기재된 범행의 방법은 추측에 의한 것이고, 수긍할 만한 범행의 동기나 목적은 확인되지 않는다. 유죄 인정의 결정적 증거는 유전자 감정 결과이다. 이에 따르면 이 사건 여아는 피고인의 딸 공소외 1과는 친자관계가 없고, 피고인과 친자관계가 있다. 이를 전제로 보면 피고인이 자신이 낳은 이 사건 여아를 피해자와 바꿔치기하였다고 보는 데에 별다른 무리가 없다고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이 사건과 같이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사건에 관하여 유전자 감정 결과에도 불구하고 쟁점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확신하는 것을 주저하게 하는 의문점들이 남아 있고, 그에 대하여 추가적으로 심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이는 이상 추가 심리 없이 원심의 결론을 그대로 유지하기는 어렵다.
 
가.  유전자 감정 결과가 증명하는 사실과 증명이 필요한 사실
수사기관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에 의뢰하여 한 유전자 감정 결과, 이 사건 여아는 99.9999% 이상의 확률로 피고인과 친자관계가 성립하고, 공소외 1, 공소외 2와는 친자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된 사실은 원심이 설시한 바와 같다.
그런데 위와 같은 유전자 감정 결과가 증명하는 대상은 이 사건 여아를 공소외 1, 공소외 2의 친자가 아닌 피고인의 친자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불과하고, 피고인이 쟁점 공소사실 기재 일시 및 장소에서 이 사건 여아를 피해자와 바꾸는 방법으로 약취하였다는 사실이 아니다. 피고인이 유전자 감정 결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점에 대하여 개연성 있는 설명을 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목격자의 진술이나 CCTV 영상 등 직접적인 증거가 없고,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추가로 심리할 점들이 있는 이 사건에서, 유전자 감정 결과만으로 쟁점 공소사실이 증명되었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한편 형법 제287조 미성년자약취죄의 ‘약취’란 폭행, 협박 또는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수단으로 사용하여 피해자를 그 의사에 반하여 자유로운 생활관계 또는 보호관계로부터 이탈시켜 자기 또는 제3자의 사실상 지배하에 옮기는 행위를 의미하고, 어떤 행위가 약취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의 목적과 의도, 행위 당시의 정황, 행위의 태양과 종류, 수단과 방법, 피해자의 상태 등 관련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6. 20. 선고 2010도1432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특히 피고인은 피해자의 외할머니이므로, 설사 피고인이 쟁점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를 이 사건 여아와 바꿔치기한 후 데리고 간 사실관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행위가 피해자의 친권자인 공소외 1, 공소외 2의 의사에 반하지 않고 피해자의 자유와 안전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어떤 사정이 있다면, 이는 약취행위로 평가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가 약취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구체적인 관련 사정들, 즉 피고인의 목적과 의도, 행위 당시의 정황, 행위의 태양과 종류, 수단과 방법, 피해자의 상태 등에 관한 추가적인 심리가 필요하다.
 
나.  쟁점 공소사실의 증명 여부
1)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보면, 피고인이 쟁점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범행을 하였다고 보는 데에 큰 무리는 없다.
가) 피고인과 이 사건 여아 사이에 친자관계가 성립하고, 공소외 1이 2018. 3. 30. 제왕절개로 아기를 낳은 것이 분명하므로, 이 사건 여아가 사망하기 전 어느 순간엔가 이 사건 여아와 공소외 1이 낳은 아이가 바뀌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추론이다.
나) 공소외 1이 2018. 4. 8. ○○○ 산부인과의원에서 퇴원하면서 데리고 나온 아기의 탯줄에서 이 사건 여아의 유전자가 검출되었으므로, 아기가 바뀌었다면 그 이전에 산부인과의원에서 바뀌었을 가능성이 크다.
다) 피고인과 친자관계에 있는 이 사건 여아와 공소외 1이 낳은 아기가 산부인과의원에서 바뀌었다면, 피고인이 범행에 개입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상정하기가 어렵다.
2) 그러나 쟁점 공소사실의 인정과 관련하여 아래와 같은 의문점들이 남아 있으므로, 이에 관하여 추가적인 심리를 하여 밝혀 본 다음 유무죄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
가) 피고인의 범행 동기에 대한 의문
원심은 피고인이 범행을 한 목적과 동기를 정확히 알 수 없다고 설시하면서도, 동기는 미성년자약취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범죄의 성립에 영향이 없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그러나 범행의 동기는 간접증거에 의한 공소사실의 증명 여부가 문제 되는 사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피고인이 만일 외도를 하여 임신을 하고 시기를 놓쳐 임신중절수술을 받지 못하였다면, 가족들 몰래 출산을 할 동기가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르더라도 공소외 1이 낳은 자신의 손녀를 가족들 몰래 돌보거나 유기하여야 하므로, 자신의 출산 사실을 감추려는 마음만으로는 이 사건 범행을 할 동기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제1심은 피고인이 자신이 출산한 딸을 손녀보다 가까이에 두고 지켜보고 싶다는 마음이 이 사건 범행의 동기가 될 수 있다는 취지로 설시하였으나, 일반적으로 딸과 손녀가 가족들을 모두 속이고 바꿔치기 범행을 감행할 만큼 애정에 있어 차이가 있는 존재라고 볼 수 있는지도 의문이거니와, 그런 동기에서 약취 범행까지 감행하였다면, 공소외 1이 이 사건 여아를 방치하여 죽음에 이르게 할 무렵 이 사건 여아를 상당 기간 동안 적극적으로 돌보지 않았던 피고인의 행동을 설명하기 곤란하고, 이 사건 여아의 사체를 발견한 후 경찰에 신고할 때까지의 피고인의 행동 역시 자연스럽게 설명되지 않는다.
결국 피고인이 범행을 저지를 만한 동기가 무엇인지 제대로 찾기 어려운 이 사건에서, 만연히 무엇인가 동기가 있는데도 피고인이 이를 숨기고 있다고 단정할 것이 아니라 간접증거의 증명력이 그만큼 떨어진다고 평가하는 것이 형사증거법의 이념에 부합한다(위 대법원 2005도8675 판결 참조). 더구나 피고인의 목적과 의도는 피고인의 행위가 ‘약취’에 해당하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중요한 고려요소이므로, 이러한 점에서도 동기에 대하여 좀 더 심리할 필요가 있다.
나) 제1심 및 원심이 제시한 공소사실을 추단케 하는 간접사실에 대한 의문
(1) 증거에 따르면, ○○○ 산부인과의원에서 2018. 3. 31. 00:00경 측정한 아기의 몸무게는 3.460kg인데, 2018. 4. 1. 00:00경 측정된 몸무게가 3.235kg인 사실이 인정되고, 제1심은 여기에 대하여 서로 다른 사람의 몸무게를 측정한 것이 아니라면 설명하기 곤란하다고 설시하였다.
그러나 기록에 따르면, 신생아의 체중은 출생 후 3~4일 동안 태변과 수분을 배출하느라 출생 직후 몸무게의 5~10%가 줄어들어 출생 후 4일째 되는 날 최저 몸무게를 기록한 후 서서히 증가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산부인과의원에서 측정한 아기 몸무게가 ① 2018. 3. 30. 3.485kg, ② 2018. 3. 31. 3.460kg, ③ 2018. 4. 1. 3.235kg, ④ 2018. 4. 2. 3.210kg, ⑤ 2018. 4. 3. 3.270kg, ⑥ 2018. 4. 4. 3.305kg인 사실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몸무게 측정 기록에 따르면, 출생 후 4일째 되는 날인 2018. 4. 2. 아기 몸무게 3.210kg은 출생 직후 몸무게 3.485kg의 7.89%가 감소한 것이고, 그날 최저 몸무게를 기록한 후 다시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수치가 2018. 3. 30. 출생한 신생아의 몸무게 변화로 이례적인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심리할 필요가 있다.
(2) 증거에 따르면, 2018. 4. 1. 17:12경 촬영된 사진에서 아기의 우측 발목에 착용되어 있던 식별 띠가 벗겨져 있었던 사실이 인정된다. 제1심은 ‘식별 띠가 빠지는 경우는 진짜 드물다’는 취지의 간호사 공소외 3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을 들어 누군가 식별 띠를 임의로 분리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시하였다.
그러나 기록에 따르면, 2018. 4. 1. 신생아실에서 야간근무를 하였던 간호사 공소외 4가 ‘식별 띠는 보통 손마디 하나 정도의 간격을 두고 부착한다. 영아들의 식별 띠가 분리되는 경우가 가끔 있다. 그럴 때마다 다시 채우기는 하지만, 계속하여 분리되면 어쩔 수 없이 채우지 못하고, 카트에 테이프로 붙여놓는다.’고 진술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간호사들의 진술에 차이가 있는 이상, 추가적인 증거조사를 통하여 식별 띠의 분리가능성에 대하여 보다 정확히 심리할 필요가 있다. 또한 분리된 식별 띠의 상태를 살펴 인위적으로 분리된 것인지 아니면 자연스럽게 빠진 것인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
(3) 원심은 피해자가 있던 산부인과의원에 외부인의 출입이 자유로웠고, 신생아를 신생아실에서 데리고 나오는 것이 비교적 용이해서 마음만 먹는다면 신생아를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시하였다.
그러나 기록에 따르면, 이 사건 산부인과의원 건물에 들어가서 신생아실 입구까지의 출입이 자유로웠을 뿐, 신생아를 데리고 가기 위해서는 산모가 직접 가거나 산모수첩을 가지고 가야 했음을 알 수 있고, 간호사 공소외 4가 ‘모자동실이 가능한 시간은 09:00경부터 20:00경까지이고, 09:00경 이전과 20:00 이후는 일절 영아를 신생아실 외부로 내보내지 않는다.’고 진술하기도 하였으므로, 이 부분에 관하여도 좀 더 심리할 필요가 있다.
다) 그 밖에 추가 심리가 필요한 부분
(1) 증거로 제출된 수십 장의 아기 사진을 보면, 2018. 3. 30. 출생 무렵부터 2018. 4. 8. 퇴원 당시까지 아기의 생김새에서 별다른 차이를 찾기 어렵다. 특히 피해자는 출생 당시부터 왼쪽 귓바퀴 위쪽이 접혀 있는 특징을 갖고 있었는데, 2018. 4. 7. 아기 사진에서도 그와 같은 특징이 드러난다.
쟁점 공소사실 기재 일시인 ‘2018. 3. 31. 17:32경부터 2018. 4. 1. 08:17경’ 이전과 이후의 아기가 다른 사람인지 여부는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이고, 그 무렵 아기를 촬영한 수십 장의 사진이 있으므로, 전문가에게 얼굴 사진 판독 등을 의뢰하여 의견을 듣는 등의 방법으로 심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2) 기록에 따르면, 피고인은 2018. 2. 26. 재입사를 한 이후 2018. 3. 31.까지 총 34일 중 휴일근무 6일을 포함하여 총 28일을 근무하였고, 근무일 28일 중 2일을 제외하고는 모두 연장근무를 하여 하루에 10시간씩 근무한 사실이 인정된다.
그런데 피고인의 휴대전화 및 신용카드 사용내역, 출퇴근 기록 등에 대한 수사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위와 같이 근무를 하는 동안 갓 태어난 신생아를 누가 어디에서 돌보았는지에 대해서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 따라서 피고인이 2018. 3.경 출산한 이 사건 여아를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와 바꿔치기하기 전까지 어디서 어떻게 돌보았는지 좀 더 심리할 필요가 있다.
(3) 기록에 따르면, 공소외 1이 2018. 4. 8. 산부인과의원에서 퇴원할 때 데리고 나온 아기의 탯줄이 2018. 4. 9. 감염 등 별다른 문제없이 떨어졌는바, 이는 2018. 3. 30. 출생한 아이의 탯줄이 떨어진 시기로 자연스럽다.
검사는 피고인이 2018. 2. 26. 재입사를 한 후 2018. 3. 6. 조퇴를 하고 2018. 3. 7. 결근을 한 사정을 들어 그 무렵 출산하였다고 주장하였는데, 그 주장에 따르더라도 2018. 3. 초순경 출생한 아기의 탯줄이 2018. 4. 9. 감염 등 별다른 문제없이 떨어진다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하여 심리할 필요가 있다.
(4) 기록에 따르면, 피고인이 2018. 3. 31. 17:32경 퇴근을 한 후 공소외 5와 함께 19:00경 전후로 ○○○ 산부인과의원에 도착하여 한 시간 정도 머무른 사실, 피고인과 공소외 5가 20:00경 공소외 2와 함께 신생아실에 피해자를 데려다준 후 산부인과의원을 출발한 사실, 피고인과 공소외 5가 20:30경 집 근처 롯데리아에서 햄버거를 산 사실, 피고인이 2018. 4. 1. 08:17경 출근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 공소외 1, 공소외 5, 공소외 2의 일관된 진술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들과 함께 있는 동안 바꿔치기를 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결국 운전을 하지 못하는 피고인이 2018. 3. 31. 20:30경 이후에 혼자서 불상의 장소에 있던 이 사건 여아를 데리고 산부인과의원으로 다시 간 후 신생아실에 있던 피해자와 이 사건 여아를 바꿔치기한 다음 피해자를 데리고 나와 불상의 장소에 유기한 후 혼자서 집으로 몰래 돌아왔다는 것인데, 광범위한 수사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행적에 부합하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으므로, 이에 관하여 좀 더 심리할 필요가 있다.
(5) ○○○ 산부인과의원 신생아실에서 근무하였던 간호사 공소외 4가 야간에는 영아를 신생아실 외부로 내보내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피해자에 대한 신생아 관찰기록지에 간호사가 피해자에게 2018. 3. 31. 21시(10cc), 24시(10cc), 2018. 4. 1. 3시(10cc), 6시(20cc), 9시(30cc)에 수유를 한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이에 비추어 볼 때 2018. 3. 31. 21:00부터 2018. 4. 1. 09:00경까지 사이에 피해자가 신생아실에 머물러 있었을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6) 증거에 따르면, 피고인이 2017. 8. 30.부터 근무하던 공장에서 2018. 1. 27.까지 근무하다가 퇴사를 하였고, 2018. 2. 26. 재입사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 피고인은 한 달이나 일을 쉬었던 기억은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제1심은 아웃소싱 업체 ‘□□’의 팀장 공소외 6의 수사기관에서의 전화 진술을 증거로 피고인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만류에도 불구하고 퇴사를 한 것으로 인정하고, 이 무렵 피고인이 임신 또는 출산준비를 이유로 퇴사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설시하였다. 그리고 제1심은 위와 같은 사실인정을 토대로 피고인이 거짓진술을 한 것으로 판단하고, 이를 피고인의 변소의 타당성을 배척하는 중요한 근거로 설시하였다.
그러나 기록에 따르면, 피고인이 공장의 물량에 따라 매일 연장근무 여부를 회사 측으로부터 통보받아 왔던 사실, 피고인이 퇴사 며칠 전인 2018. 1. 20. 카카오톡 가족 대화방에서 출근 여부를 회사에서 연락해 주기로 했다고 말했던 사실, 피고인이 2018. 2. 25. 가족 대화방에서 ‘나 내일부터 출근해~~^^’라고 말하며 기뻐하고 공소외 1도 함께 기뻐하는 대화를 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런 사실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회사 측의 사정으로 일을 쉬었던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더구나 피고인이 2018. 1. 28.부터 2018. 2. 25.까지 일을 쉬면서 출산준비를 하였다는 사실을 추단케 할 만한 자료가 발견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피고인이 2018. 3.경 출산을 앞두고 있어 출산준비를 위하여 2018. 1. 27. 자발적으로 퇴사까지 하였다면 출산이 임박한 시점인 2018. 2. 26. 굳이 재입사를 하였다는 것도 쉽게 설명이 되지 않는다.
3)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쟁점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형사재판에서 요구되는 증명의 정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5.  파기의 범위
위에서 본 이유로 원심판결 중 미성년자약취 유죄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그런데 위 파기 부분은 나머지 유죄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었으므로,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6.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재연(재판장) 민유숙 이동원(주심) 천대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