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모욕
【판시사항】
[1] 형법 제310조의 위법성조각사유 요건 중 ‘진실한 사실’ 및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의 의미 /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판단하는 기준 /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나 목적인 공공의 이익에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는 경우, 형법 제310조의 적용 여부(적극)
[2] 사실적시의 내용이 사회 일반의 일부 이익에만 관련된 사항이거나 개인에 관한 사항이라도 공익성이 인정되는 경우 / 사인의 경우 공공의 이익에 관련되는지 판단하는 기준
[3] 모욕죄의 보호법익(=외부적 명예) 및 ‘모욕’의 의미 / 어떠한 표현이 모욕죄의 ‘모욕’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 상대방을 불쾌하게 할 수 있는 무례하고 예의에 벗어난 정도의 표현이거나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비판적 의견이나 감정을 나타내면서 경미한 수준의 추상적 표현이나 욕설이 사용된 경우,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 모욕죄의 구성요건을 해석·적용할 때 개인의 인격권과 표현의 자유가 함께 고려되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참조조문】
[1] 형법 제307조 제1항, 제310조
[2] 형법 제307조 제1항, 제310조
[3] 헌법 제21조 제1항, 제4항, 형법 제311조
【참조판례】
[1][2] 대법원 2022. 2. 11. 선고 2021도10827 판결, 대법원 2022. 7. 28. 선고 2020도8421 판결, 대법원 2023. 2. 2. 선고 2022도13425 판결(공2023상, 572) / [2] 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공2021상, 57) / [3] 대법원 2022. 8. 31. 선고 2019도7370 판결(공2022하, 2066), 대법원 2024. 10. 8. 선고 2022도15971 판결
【전문】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피고인들
【원심판결】
부산지법 2024. 8. 27. 선고 2023노309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해자는 2018. 3.경 부산 부산진구 (이하 생략)에 있는 (아파트명 생략)(주택 1,360세대, 오피스텔 319호실로 이루어진 이른바 주상복합시설, 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 한다)의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 선출되었다. 피고인 1은 입주자대표회의 감사이고, 피고인 2는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비 바로잡기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다.
나. 피고인 1은 2020. 3. 28.부터 2020. 4. 25.까지 입주자대표회의 회계 및 관리 업무 전반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후 입주민 게시판에 ‘회장인 피해자가 입주자대표회의 운영비를 불법, 부당하게 지출하는 등 위법사항이 있다.’는 내용의 감사보고서를 게시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해자가 2020. 5.경 이의를 제기하여 아파트 관리비 횡령 논란이 발생하였다.
다. 피고인 1을 포함한 일부 입주민들은 2020. 5.경부터 피해자에 대한 해임을 요청하거나 업무상 횡령으로 수사기관에 고소하였고, 피해자 등을 상대로 2020. 7.경 직무집행정지가처분을 신청하였으며, 2020. 10.경 피해자의 구체적인 해임사유가 기재된 해임절차 동의서에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 394명의 동의를 받아 이 사건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에 해임요청서를 제출하기도 하였다. 피해자는 2020. 10. 11. 해임절차 진행 동의서를 받고 있는 입주민으로부터 동의서를 빼앗았고, 그 과정에서 입주민에게 상해를 입히기도 하였다.
라. 이 사건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는 2020. 12.경 ‘피해자에 대한 해임투표를 실시한다.’고 공고하였고, 이에 피해자는 해임투표절차중지 가처분을 신청하였으나 기각되었다.
마. 피해자는 피고인들이 공소사실 제1항 기재와 같이 현수막을 게시하기 이전인 2020. 8. 13.경 ‘관리비 바로잡기 비상대책위원회는 허가받지 않은 불법단체이고, 허위사실을 공표하여 불신을 조장하고 기물을 파손하며 악의적인 선동을 한다.’는 내용의 호소문을 작성하여 아파트 게시판에 부착하기도 하였다.
바. 피해자는 2022. 8. 9. 부산지방법원 2022고정17호로 ‘2018. 3. 22.부터 2019. 12. 6.까지 입주자대표회의 운영비 등을 횡령하였다.’는 범죄사실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고, 이 판결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2. 공소사실 제1항 및 제2의 나.항 명예훼손 부분에 관한 판단
가. 형법 제310조는 "형법 제307조 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진실한 사실’이란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사실이라는 의미로 세부에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무방하다. 또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란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행위자도 주관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그 사실을 적시한 것이어야 하는 것인데,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에는 널리 국가·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한다.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는 사실의 내용과 성질,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표현의 방법 등 표현 자체에 관한 여러 사정을 감안함과 동시에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고려하여 결정해야 하며,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나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대법원 2022. 2. 11. 선고 2021도10827 판결, 대법원 2022. 7. 28. 선고 2020도8421 판결, 대법원 2023. 2. 2. 선고 2022도13425 판결 등 참조).
사실적시의 내용이 사회 일반의 일부 이익에만 관련된 사항이라도 다른 일반인과 공동생활에 관계된 사항이라면 공익성을 지니고, 나아가 개인에 관한 사항이더라도 공공의 이익과 관련되어 있고 사회적인 관심을 획득하거나 획득할 수 있는 경우라면 직접적으로 국가·사회 일반의 이익이나 특정한 사회집단에 관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배제할 것은 아니다. 사인이라도 그가 관계하는 사회적 활동의 성질과 사회에 미칠 영향을 헤아려 공공의 이익에 관련되는지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2. 2. 11. 선고 2021도10827 판결, 대법원 2023. 2. 2. 선고 2022도13425 판결 등 참조)
나. 앞서 본 사실을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배제한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할 수 없다.
1) 입주자대표회의 감사인 피고인 1이 실시한 감사절차에서 피해자의 횡령 문제가 지적되었고, 이에 대하여 피해자가 이의를 제기하는 등 논란이 발생하자, 피해자에 대한 해임을 요청하거나 업무상 횡령으로 수사기관에 고소하고, 피해자 등을 상대로 직무집행정지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피고인들을 포함한 입주민들과 피해자 사이에 법률적 분쟁이 발생하였다.
2) 그럼에도 피해자가 이를 은폐하려고 할 뿐만 아니라 피고인 측을 비방하는 호소문을 게시하자, 피고인들은 이 사건 공소사실 제1항 글이 기재된 현수막을 입주자대표회의 사무실 앞에 설치하였다. 그 이후에도 피해자는 자신에 대한 해임동의서를 받는 절차를 방해하고 그 과정에서 입주민에게 상해까지 입히자, 피고인 2는 공소사실 제2의 나.항 글이 기재된 모니터를 설치하였다.
3) 피고인들이 위와 같이 설치한 현수막 내지 모니터에 기재된 글의 주요 내용은 ‘피해자가 법과 관리규약을 어기며 입주자대표회의 관리비를 임의로 사용하였다.’는 것과 ‘피해자가 해임절차 진행 동의서에 서명을 받고 있는 입주민으로부터 동의서를 탈취하였고, 그 과정에서 입주민에게 폭행을 가하였다.’라는 것인데, 이 부분은 객관적 사실과 일치하므로, 글의 중요한 부분이 ‘진실한 사실’에 해당한다.
4) 피고인들은 입주자대표회의 운영비를 임의로 사용한 피해자가 회장 직책을 수행하는 것이 부당하고, 피해자의 자진 사퇴를 통해 입주자대표회의의 정상화를 도모하여 입주민 공동의 이익을 보호함과 동시에 피해회복을 위한 정당한 조치를 취한다는 이유로 현수막 등을 설치한 것으로 보이므로, 그 주된 의도와 목적의 측면에서 공익성도 충분히 인정된다.
5) 원심은 ‘유흥업소 드나든 사실과 접대부를 부르고 양주를 마시면서’라는 부분을 붉은색으로 강조하고, ‘우롱하고’, ‘물 쓰듯 펑펑’이라는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하였으며, ‘파렴치한’, ‘피해자 코스프레 중단’이라는 비난조의 표현을 문제 삼고 있으나, 이는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라는 공적인 업무를 수행할 자질과 도덕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다소 과장된 감정적 표현이나 의견 표명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다. 결국 공소사실에 기재된 내용의 주요 부분은 ‘진실한 사실’에 해당하고, 피고인들의 주요한 동기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임이 인정되는 이상, 형법 제310조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여지가 크다.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이유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형법 제310조의 위법성조각사유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공소사실 제2의 가.항 모욕 부분에 관한 판단
가. 형법 제311조의 모욕죄는 사람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의미하는 ‘외부적 명예’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로서, 여기서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사람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떠한 표현이 모욕죄의 모욕에 해당하는지는 상대방 개인의 주관적 감정이나 정서상 어떠한 표현을 듣고 기분이 나쁜지 등 명예감정을 침해할 만한 표현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의 관계, 해당 표현에 이르게 된 경위, 표현방법, 당시 상황 등 객관적인 제반 사정에 비추어 상대방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인지를 기준으로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어떠한 표현이 개인의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것이거나 상대방의 인격을 허물어뜨릴 정도로 모멸감을 주는 혐오스러운 욕설이 아니라 상대방을 불쾌하게 할 수 있는 무례하고 예의에 벗어난 정도이거나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비판적 의견이나 감정을 나타내면서 경미한 수준의 추상적 표현이나 욕설이 사용된 경우 등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으로 볼 수 없어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 개인의 인격권으로서의 명예 보호와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는 모두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으로 각자의 영역 내에서 조화롭게 보호되어야 한다. 따라서 모욕죄의 구성요건을 해석·적용할 때에도 개인의 인격권과 표현의 자유가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대법원 2022. 8. 31. 선고 2019도7370 판결, 대법원 2024. 10. 8. 선고 2022도15971 판결 등 참조).
나.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2020. 8. 15.경 이 사건 아파트 각 동 로비에 설치한 TV모니터 화면에 피해자를 지칭하여 "미쳤구나 입주자대표회장........", "김○○ 회장..... 당신에겐 회장이란 말 쓰기도 부끄럽습니다."라는 글을 게시함으로써 공연히 피해자를 모욕하였다는 것이다.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다. 앞서 본 사실을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할 수 없다.
1) 검사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모욕으로 특정한 부분은 TV모니터 화면에 게시된 비교적 장문에 해당하는 글 중에서 극히 일부에 불과한 부분이다. 그런데 앞서 본 것처럼 입주자대표회의 운영비 횡령 문제로 인하여 민형사상 분쟁이 계속되던 중에 피해자의 사퇴를 촉구하거나 회계감사 결과의 타당성을 알리는 등 입주자대표회의의 정상화를 위함과 동시에 피해자의 부당한 처신을 알리기 위하여 위와 같은 TV모니터를 설치하게 되었다.
2) 이와 같은 사정에다가 앞서 본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피고인이 글을 게시한 이후의 정황, 작성한 글의 전체적 맥락 안에서 위와 같은 표현들이 가지는 의미와 그 비중, 인격권으로서 명예의 보호와 표현의 자유보장의 조화와 균형 등을 아울러 고려하면, 검사가 모욕에 해당한다고 특정한 ‘미쳤구나.’와 ‘당신에겐 회장이란 말 쓰기도 부끄럽습니다.’라는 표현은 피해자에 대한 부정적·비판적 의견이나 감정이 담긴 경미한 수준의 추상적 표현 또는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는 무례한 표현에 해당할 뿐 피해자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라. 그런데도 판시와 같은 이유로 위와 같은 표현이 모욕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형법상 모욕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