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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의제강간

[대법원 2004. 5. 28. 선고 2004도1462 판결]

【판시사항】

7세 6개월 남짓 되는 초등학교 2학년 아동 진술의 특성 및 신빙성, 정액반응감정의 신빙성 등을 좀더 자세히 가려 보지 아니한 채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 미성년자의제강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단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7세 6개월 남짓 되는 초등학교 2학년 아동 진술의 특성 및 신빙성, 정액반응감정의 신빙성 등을 좀더 자세히 가려 보지 아니한 채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 미성년자의제강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단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참조조문】

형법 제305조, 형사소송법 제308조


【전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이영학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4. 2. 13. 선고 2003노287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2002. 11.경부터 그 형인 공소외 1의 서울 광진구 자양동 597-9 주거지에 살면서 조카인 공소외 2(여, 8세)가 하교 후 그 친구인 피해자 공소외 3(여, 7세)과 함께 노는 것을 알고서 형수인 공소외 4가 신부전증 등으로 병원 치료차 오후 시간에 집을 비우는 틈을 타 피해자를 간음하기로 마음먹고, 2003. 5. 초순 오후 시간 불상경, 같은 달 일자 미상 오후 시간 불상경, 같은 달 일자 미상 오후 시간 불상경, 같은 해 6. 중순 일자 미상 오후 시간 불상경 등 4회에 걸쳐 위 공소외 1의 주거지 내 공소외 2가 놀이방으로 사용하고 피고인이 침식하는 작은 방에서, 피해자의 옷을 모두 벗기고 가슴과 성기를 손과 발로 만지고 성기 안에 발가락을 집어넣는 등 추행하다가 피고인의 성기를 피해자의 성기에 삽입하여 13세 미만의 부녀인 피해자를 간음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증거보전사건의 공소외 3 및 공소외 2에 대한 각 증인신문조서 중 각 일부 진술기재와 공소외 3과 공소외 2에 대한 면담녹취록의 기재, 사법경찰관리 작성의 공소외 5에 대한 진술조서, 공소외 6의 고소장, 공소외 3에 대한 진단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정액반응감정 및 유전자분석감정 회보서의 기재 등을 증거로 채택하여 미성년자의제강간의 범죄사실을 인정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여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2.  그러나 이러한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경찰 이래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조카인 공소외 2에 대하여는 몸을 만지면서 간질이고 장난을 쳤지만, 그 친구인 피해자는 5월에 집에 자주 놀러와서 얼굴은 아는데 몸을 만지거나 간음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일관되게 부인하는바, 원심이 채택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주된 증거는 피해자 공소외 3의 진술과 위 정액반응감정이라고 보이므로 이를 중심으로 기록에 비추어 검토한다.
(1) 먼저, 피해자에 대하여 2003. 7. 1. 서울특별시 아동복지센터 놀이치료실에서 상담사가 면담한 녹취록의 기재를 아동의 진술이라는 것을 감안하여 보면, 피해자는 친구인 공소외 2(개명 전, 성명 생략)의 삼촌이 2003. 5. 초순경 피해자와 공소외 2의 옷을 모두 벗기고 자신도 옷을 벗고 공소외 2의 침대에 두 사람을 눕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하다가 가랑이 사이에 오줌을 쌌다는 등의 대답을 하는 것을 알 수 있고, 2003. 7. 5. 실시된 증거보전사건 중 증인신문절차에서는 일시가 주로 6월경으로 바뀌고 공소외 2의 방에는 침대가 없다고 바뀐 이외에 대체로 위와 동일한 취지의 진술을 하면서 피고인의 얼굴은 안 봐도 알고 등과 배에 찢어진 흉터가 있다는 진술을 추가한 사실을 알 수 있다.
(2) 다음으로, 공소외 2에 대하여 2003. 7. 3. 위 아동복지센터 놀이치료실에서 상담사가 면담한 녹취록의 기재를 역시 아동의 진술이라는 것을 감안하여 보면, 공소외 2는 초등학교 2학년으로 피해자와는 1학년 때 같은 반 친구인데, 삼촌이 자신의 방에 앉아서 양말을 벗은 엄지발가락과 두 손으로 서 있는 피해자 및 자신 두 사람에 대하여 옷 위로 가슴과 배, 잠지 등을 자주 만지거나 간질이고, 엄지발가락을 잠지에 넣었다는 것이며, 삼촌이 옷을 벗거나 피해자 등의 옷을 벗기거나 이상한 행동을 한 것은 없다는 대답이고, 2003. 7. 8. 실시된 증거보전사건 중 증인신문절차에서는 젤리 같은 것이 묻은 적이 있다거나 간질이지 않는 때도 손가락, 발가락을 넣은 적이 있고, 아팠다는 등의 진술을 추가하는 외에는 대체로 위와 동일한 취지의 진술을 한 사실을 알 수 있다.
(3) 그리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정액반응감정 및 유전자분석감정 회보서의 기재는 피해자와 공소외 2의 질 내용물을 채취한 면봉이나 슬라이드에 대한 정액반응시험(SM시험법)에서 모두 정액양성반응이 나타났다는 것이고, 그 후 피고인과 피해자 등의 혈액에 의한 유전자분석감정에 의하면 질 내용물에서는 각 피해자와 공소외 2의 유전자형만 검출되었으나, 정액은 정자와 전립선분비액으로 구성되어 있고, 정액의 확인은 산성 인산화효소 시험법에 의하지만, 남성의 DNA는 정자 속에 존재하고 정액이 확인되더라도 정관수술을 하거나 무정자증인 사람의 경우와 세포 내에 있는 DNA 분해효소, 자외선, 열, 오염, 부패 및 기타 내·외부적인 여러 환경요인에 의해 정자의 DNA가 분해되거나 변성된 경우에는 DNA가 검출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  그러나 위와 같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해자의 진술이나 정액반응감정 등으로는 이 사건 미성년자의제강간의 범행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1) 우선, 피해자는 7세 6개월 남짓, 공소외 2는 8세 1개월 남짓 되는 초등학교 2학년의 아동들인 사실을 알 수 있는바, 특히 피해자가 아동인 성폭력 사건의 형사절차 등에서 아동의 정신적·신체적 피해 상황의 반복되는 회상 진술에 의한 이른바 '제2차적 피해'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고, 아동 진술의 특성에 착안하여 진술장소의 아동 친화적 환경이나 해부학적 인형의 활용 등 그 기억의 보유나 복구의 결함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여러 배려나 절차가 필요할 것임은 의문이 없으나, 피고인의 형사절차상의 인권보호와 엄격한 증거재판주의 또한, 양보할 수 없는 가치라고 하지 아니할 수 없다.
그리고 아동 진술의 특성에 관하여 여러 연구 결과와 보고가 있으나, 아동의 연령 폭과 지적능력의 개인 차가 크고, 아동의 사회·문화적 환경이 다르다는 점에서 한마디로 말할 수는 없지만, 순수성이 있는 아동이 적극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경우는 적지만 꾸며대서 말하는 경향이 발견되고 적극적으로 거짓말을 하기보다는 소극적으로 은폐하는 성향 쪽이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그 정보의 양과 정확성 문제, 기억의 보유나 회상의 결함 문제가 있고, 암시성 질문에 쉽게 유도되고 오염되는 경향이 있다는 등의 사정은 부정적 요소로 알려져 있다.
위와 같은 아동 진술의 특성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 아동복지센터 상담사가 어떠한 전문성이나 자격을 가졌는지 아무런 입증이 없는 데다가 그 면담 내용을 보면 상담사가 이미 어른으로부터 피고인의 범행이라는 것과 그 내용을 들었다고 보이는 상태에서 피해자를 이른바 제2차적 피해로부터 보호하면서 사건의 내용에 대한 구체적 진술을 이끌어내기 위하여 노력하였을 뿐이고, 그 진술의 신빙성이나 정확성에 대한 검토는 별로 이루어지고 있지 아니하며, 범행자가 피고인이라는 것은 당연한 전제로 하고 있으면서 계속 반복적인 유도질문으로 면담자의 질문에 자신을 협조적이고 신뢰할 만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하는 욕구와 질문자의 바람대로 대답해 주려는 성향을 보일 수 있는 아동이 그 암시성에 영합할 위험성이 있는 상태라고 하지 아니할 수 없고, 위와 같은 상태는 위 증인신문절차에도 그대로 이어져 그 진술의 신빙성과 정확성에 대한 검토는 별로 이루어지지 아니한 사정을 알 수 있다.
더구나 피해자는 공소외 2의 방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분명한 침대 위에서 공소사실의 행위가 이루어졌다고 진술한 적이 있거나 피고인의 등과 배에 찢어진 흉터가 있다는 등의 진술을 하고, 피고인은 그와 같은 흉터가 없으니 검사를 하여 달라는 진술을 함에도 원심은 별다른 검토 없이 피해자의 진술을 대부분 그대로 믿었다고 보이고, 피해자가 자신과 동일한 피해를 입었다고 진술하고 있는 공소외 2의 위와 같은 진술은 피고인이 추행행위를 하였다고 보이거나 삼촌의 장난 정도에 대하여 유도된 질문에 왜곡된 답변을 한 것으로 이해될 여지도 없지 아니한 데다가 피고인이 옷을 벗기거나 이상한 행동을 한 사실은 없다는 것이므로 두 아동들의 진술이 엇갈린다고 볼 수 있는데 피해자의 진술에 대하여만 '어린이가 거짓말을 하겠느냐'는 관점에서 볼 수는 없고, 다음에서 보는 객관적인 증거자료에 비추어도 더욱 그러하다.
(2) 다음으로, 위 정액반응감정에서는 질 내용물의 검체에 대한 산성 인산화효소 시험(Acid Phosphatase Test)에서 모두 정액양성반응이 나타났다는 것이나, 살아 있는 사람의 경우는 그 활동과 질내의 정화작용으로 정액 성분이 질내에 장기간 남아 있을 수 없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는 사정인바, 기록에 의하면, 공소외 3에 대하여는 2003. 7. 1.경 국립경찰병원에서 질 내용물을 면봉과 슬라이드에 채취하여 2003. 7. 2.경 감정의뢰를 하였다는 것이고, 공소사실의 마지막 범행일시가 2003. 6. 중순경으로 공소외 3의 어머니인 공소외 6이 2003. 6. 22. 일본에서 귀국하기 이전의 범행이라는 것이므로 이는 최종 범행 후 약 10일이 지나 살아 있는 사람으로부터 채취한 질 내용물에서 정액양성반응을 보였다는 것이 되어 일반적으로 수긍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하지 아니할 수 없고(공소외 2의 경우도 마찬가지 사정이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마땅히 살아 있는 사람의 질내에 정액 성분이 잔존하거나 정자가 생존할 수 있는 기한이 얼마인지, 그와 같은 기간이 경과한 후에도 정액양성반응을 보였다면 다른 체액이나 물질 등에 의하여도 산성 인산화효소에 의한 착색반응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인지, 그 착색반응이 과연 사람의 정액에 의한 것인지 여부를 이른바 정액 본시험을 통해서 알아 볼 필요가 있는지, 검사절차의 정확성과 적절성의 측면에서는 타당한지(이 사건의 경우 유전자분석감정에서는 감정의뢰되었다는 자료가 전혀 없는 공소외 3의 혈액에 대한 감정도 한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의문도 있다) 등을 충분히 심리하거나 검사로 하여금 입증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지 정액반응시험 자체가 과학적인 방법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결과를 쉽사리 공소사실의 인정에 연결할 것은 아니다.
(3) 국립경찰병원 의사 공소외 7의 공소외 3에 대한 2003. 7. 1. 자 위 진단서에는 질 입구가 가로 0.8cm x 세로 1.0cm로 측정되었고, 전체적인 충혈현상을 보인다고 기재되어 있으나, 원심이 배척하지 아니한 수사보고서(수사기록 126쪽)에 의하면, 의사 공소외 7은 위 진단서의 기재는 당시의 객관적인 질 입구의 측정치일 뿐이고, 학술적으로는 질 입구가 1cm 이상이면 성기의 삽입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나, 아동의 나이별 질 크기에 대하여 발표된 자료가 없고 피해자의 평소 질 크기도 알 수 없어 명확하게 성인 남자의 성기가 삽입되어 질이 평상시보다 확장되었다고 진단을 내리기 힘들다고 진술하고 있는 사실을 알 수 있어 다른 의사가 위 '측정'을 '확장'이라고 고쳐서 진단서(공판기록 26쪽)를 발행하였다고 하여 성기가 삽입되었던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되기에는 부족하고, 질의 전체적인 충혈현상도 어떠한 자극에 의하여 발생한 것인데 그 발적상태가 위와 같이 10여 일간 잔존할 수 있는 것인지 심리를 하지 아니하고는 공소사실에 대한 증거로 인정할 수는 없다고 보인다.
(4) 피해자의 부모가 이혼하고 4년 전부터 피해자를 데리고 살았다는 외조모 공소외 5의 "음부가 따갑다고 하여 보니 속옷에 피가 묻어 있었다."는 등의 진술은 위와 같은 의학적인 소견과도 맞지 아니하는 등 역시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한 것이고, 공소외 6의 고소장 역시 마찬가지라고 보인다.
 
다.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 입증되지 아니하였음에도 원심이, 아동 진술의 특성 및 신빙성, 정액반응감정의 신빙성 등을 좀더 자세히 가려 보지 아니한 채 피해자의 진술과 정액반응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여 이 사건 미성년자의제강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단정한 것은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거나 증거의 가치판단을 그르친 나머지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을 저지른 것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따라서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한 후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용담(재판장) 유지담 배기원(주심) 이강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