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기)
【판시사항】
적색거래처에 대하여 과실로 수표용지를 교부함으로써 수표가 부도난 경우, 수표용지 교부행위와 수표의 수취인의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은행이 은행연합회로부터 통지받은 적색거래처 명단을 간과하고 적색거래처로 분류된 당좌예금거래계약 고객과 사이에 당좌예금계약을 해지하지 않은 채 새로이 수표용지를 교부한 잘못을 저질렀다고 하여도 이는 금융기관들 간의 내부규정인 '금융기관의 신용정보 교환 및 관리규약'상의 준수사항을 위반한 것에 불과하므로 위 교부된 수표의 수취인이 수표부도로 인하여 입은 손해와 위 은행의 위와 같은 잘못 사이에는 위 은행이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할 정도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
【참조조문】
【참조판례】
대법원 1987. 8. 18. 선고 86다카1696 판결(공1987, 1452)
【전문】
【원 고】
대용운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송호신)
【피 고】
주식회사 한일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원형외 1인)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금 4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소장 송달일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는 판결.
【이 유】
1. 기초 사실의 인정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의 1 내지 8, 갑 제2호증의 1, 2, 갑 제4호증, 을 제4호증의 각 기재와 증인 성재봉, 홍치동, 이준흠의 각 증언 및 이 법원의 사단법인 전국은행연합회(이하 은행연합회라 한다), 피고 은행 잠실남지점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 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가. 소외 인이 콘크리트 제조 및 판매업을 하면서 1992. 6. 10. 피고 은행의 잠실남지점과 가계종합예금거래(당좌예금거래)계약을, 같은 해 10. 29. 주식회사 하나은행 잠실지점(이하 하나은행이라 한다)과 당좌예금거래계약을 각 체결하고, 위 각 약정에 따라 가계당좌거래를 하던 중 1994. 3. 14. 하나은행에 대하여 부도를 내자, 하나은행은 같은 달 22., 은행연합회가 제정한 '금융기관의 신용정보 교환 및 관리규약'(이하 관리규약이라고만 한다)에 따라 당좌예금거래를 정지하여야 할 소외인에 대하여 은행연합회에 위 관리규약상의 적색거래처로 등록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고, 은행연합회는 같은 달 24. 소외인을 적색거래처로 등록하여 그 사실을 각 금융기관에 통지하였다.
나. 한편 피고 은행은 당좌예금 개설 후 연 1회 이상 신용정보조회표를 출력하는 방법으로 예금자의 신용상태를 점검하도록 한 자체 규정에 따라 같은 달 23. 소외인에 대한 신용정보조회표를 출력하여 그가 불량거래처로 등록된 사실이 없음을 확인하였으나, 같은 달 24. 은행연합회로부터 통지된 적색거래처 명단에 소외인이 포함된 사실을 부주의로 발견하지 못한 채 계속 그와 당좌거래를 해 오면서 같은 해 9. 27.과 같은 해 12. 21. 지급지가 피고 은행인 가계수표 용지를 각 20장씩 교부하였고, 소외인이 같은 해 12. 29. 예금부족으로 부도를 내자 1995. 1. 3. 비로소 소외인과의 당좌예금거래계약을 해지하였다.
다. 한편 원고는 1994. 10.경부터 소외인이 피고 은행에 대해 부도를 내기 전인 같은 해 12. 말경까지 사이에 소외인으로부터 기존 콘크리트 운송비의 지급을 위하여 위와 같이 새로이 교부받은 가계수표 용지를 사용한 별지목록 기재 8장의 가계수표를 발행·교부받았다가, 같은 목록 기재 1) 및 2) 수표는 각 1995. 2. 2., 3) 수표는 같은 달 5., 4) 수표는 같은 해 3. 25., 5), 6), 7), 8) 수표는 각 같은 달 31. 피고 은행 잠실남지점에 지급제시되었으나 각 무거래로 지급이 거절되었다.
2. 원고의 주장 및 이에 대한 판단
원고는, 피고 은행이 1994. 3. 24. 은행연합회로부터 소외인이 포함된 적색거래처 명단을 통지받았으면 이를 제대로 확인하여 그 즉시 위 관리규약 규정에 따라 소외인과의 당좌거래를 정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여야 함에도, 부주의로 적색거래처 명단에 소외인이 포함된 것을 발견하지 못한 채 그와 당좌거래를 계속하면서 위와 같이 그에게 가계수표 용지를 교부한 잘못으로 결국 그가 원고에게 발행·교부한 각 액면 금 5,000,000원인 별지목록 기재 8장의 가계수표가 부도남으로써, 원고에게 위 수표 액면금 합계 40,000,000원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갑 제6호증의 3의 기재와 이 법원의 은행연합회, 금융결제원에 대한 각 사실조회 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위 관리규약은 금융기관의 거래처에 대한 신용정보를 금융기관 서로가 교환·관리함으로써 신용거래의 확충과 신용질서의 확립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는데, 위 관리규약에 따라 전국의 금융기관은 그 거래처와 관련된 불량정보를 주의거래처, 황색거래처, 적색거래처 및 금융부실거래처로 세분하여, 위 각 불량정보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그 내용을 금융기관의 신용정보를 관리하는 은행연합회에 보고하고, 은행연합회는 그 정보를 등록하여 각 금융기관에 제공하도록 하고 있으며, 위 적색거래처 및 일정 기준 금액 이상의 금융부실거래처에 대하여 그 사유가 발생한 금융기관은 당좌예금 개설 금지 및 기존 당좌예금 거래의 해지, 기존 여신에 대한 채권보전조치 및 채권회수조치 강구, 연대보증인의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기타 금융기관은 이에 준하는 조치를 취하여야 하도록 되어 있는 사실, 한편 피고 은행이 가입하고 있는 서울어음교환소의 규약에 의하면, 어음교환에 참가하고 있는 금융기관은 자기의 거래처가 거래정지처분을 받으면 당좌예금거래 등을 해지하고 그 때까지 거래처가 아직 사용하지 아니한 어음용지 또는 수표용지를 모두 회수하도록 되어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는바,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위와 같이 은행연합회로부터 소외인이 적색거래처로 등록된 사실을 통지받은 피고 은행으로서는 소외인과의 당좌예금계약을 해지하고 그에게 이미 교부하였던 어음·수표용지를 회수하여야 할 것임에도 위와 같이 통지된 적색거래처 명단에 소외인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간과하고 그와의 당좌예금계약을 해지하지 아니한 것은 물론 새로이 수표용지를 교부한 잘못을 저질렀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피고 은행의 위와 같은 잘못으로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는지에 관하여 보면, 원래 수표는 지급 용구로서의 성질을 갖는 것으로서 수표의 지급지로 지정된 은행은 수표발행인의 위탁을 받아 원칙적으로 수표자금이 남아 있는 범위 안에서 수표금을 지급할 권한을 가진다고 할 것인데, 원고가 소외인으로부터 교부받은 별지목록 기재 각 수표를 지급받지 못한 것은 소외인이 피고 은행에 수표자금을 입금하지 아니하여 부도남으로써 당좌예금계약이 해지된 데 그 직접적인 원인이 있는 것이고, 한편 위와 같이 금융기관인 피고 은행이 은행연합회로부터 통지받은 적색거래처 명단에 소외인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간과하고 그와의 당좌예금계약을 해지하지 아니함은 물론 새로이 수표용지를 교부한 것은 금융기관들 사이의 내부규정인 위 각 규약상의 준수사항을 위반한 것에 불과하며, 가사 피고 은행이 그 업무상 주의를 다하여 소외인에 대한 당좌예금거래계약을 해지하고 추가로 수표용지를 교부하지 아니하여 소외인으로 하여금 그 수표용지를 사용할 수 없게 한 결과 원고가 소외인으로부터 장차 지급되지 아니할 수표를 교부받지 않게 됨으로써 이익을 얻는다면, 그 이익은 금융기관인 피고 은행이 금융기관 사이의 내부규정을 준수한 데에 따른 반사이익에 지나지 않는다 할 것이다.
요컨대 결국 원고가 소외인으로부터 교부받은 위 가계수표가 부도남으로써 입은 손해와 피고 은행의 위와 같은 잘못 사이에는 피고가 그 배상책임을 져야 할 정도의, 당원이 취신하는 견해에 따른 법적인 원인과 결과 사이의 상관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피고 은행의 위와 같은 잘못으로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점, 즉 위에서 본 상관성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고, 소송비용은 패소자인 원고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