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제청신청
【판시사항】
소위 노동법 파동시 노동관계법의 위헌 여부가 그 법률들의 무효화를 위한 파업의 적법성을 판단하는 재판의 전제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노동관계법의 위헌심판제청신청을 기각한 사례
【판결요지】
개정된 노동관계법이 위헌임을 주장하며 이의 무효화 또는 재개정을 목적으로 한 파업에 관하여 불법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보전을 위한 가압류사건을 본안으로 한 위헌심판제청신청사건에서, 법원이 개정 노동관계법을 위헌제청하기 위해서는 그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어야만 하는데, 재판의 전제가 된다고 하기 위하여는 그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따라 당해 사건의 판결 주문이 달라질 경우라야 할 것인바, 위 사건에서 재판의 전제성이 충족되기 위하여는 개정 노동관계법이 위헌의 소지가 있어야 하고, 나아가 위 파업이 정당행위가 된다고 볼 여지가 있어야 할 것인데, 개정된 노동관계법이 위헌이라 하더라도 근로자들로서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출하는 방법 등에 의하여 이를 시정하거나 사용자와의 근로계약을 위반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집회나 시위를 통해 자신들의 의사를 표시할 수 있도록 헌법상 보장되어 있음에도, 근로자가 그와 같은 헌법상 보장된 적법한 구제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사용자와의 근로계약도 무시한 채 노동관계법의 무효화를 주장하면서 파업을 벌일 수밖에 없었던 예외적인 사정이 있음이 소명되지 않으면 그 파업의 정당성은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노동관계법의 위헌 여부가 그 파업의 적법성을 판단하는 재판의 전제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노동관계법의 위헌심판제청신청을 기각한 사례.
【참조조문】
【전문】
【신청인】
【주 문】
이 사건 신청을 기각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이 인정된다.
가. 신청외 대한민국은 1996. 12. 26.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법률 제5244호), 근로기준법 중 개정법률(법률 제5245호), 노동위원회법 중 개정법률(법률 제5246호), 노사협의회법 중 개정법률(법률 제5247호)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다음 1996. 12. 31. 위 개정 법률(이 사건 법률들이라 한다)을 공고하였는데, 이 사건 법률들의 시행일은 1997. 3. 1.부터이다.
나. 신청인이 위원장으로 있던 신청외 주식회사의 노동조합은 이 사건 법률들의 국회 통과절차가 국회법이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이루어졌고, 그 내용이 근로자들에게 지나치게 불이익하여 위 법률들은 무효이거나 재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와 같은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 신청인의 주도하에 1997. 1. 6.부터 1997. 1. 13.까지 사이의 기간 동안 전면 파업(이하 이 사건 파업이라 한다)을 단행하였다.
다. 그러자 신청외 주식회사는 같은 해 1. 30. 이 사건 파업이 근로 조건에 관한 노동관계 당사자 간의 주장의 불일치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 사건 법률들의 무효화 또는 개정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불법 쟁의행위라고 주장하면서, 불법 파업으로 인하여 입은 매출 손실액 상당의 손해배상채권의 보전을 위하여 이 법원 97카합227호로 채권가압류신청을 하였는바, 위 채권가압류신청이 이 사건 위헌심판제청신청의 본안사건이다.
2. 신청인의 신청이유
신청인은 이 사건 법률들은 국회법 제72조 단서가 정한 의장과 원내교섭단체 대표 사이의 개의시간 변경에 관한 협의 및 국회 본회의 개의 사실에 관한 야당의원들에 대한 통지절차를 거침이 없이 새벽에 여당의원들만이 참석한 채 개의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절차상의 위법이 있을 뿐만 아니라, 정리해고, 변형근로제, 복수노조 결성의 유예, 대체근로의 허용 등 근로자들의 근로 조건을 현저하게 저하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어, 국회의 입법권을 규정한 헌법 제40조,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행복추구권을 규정한 헌법 제10조, 평등권을 규정한 헌법 제11조, 기본권 제한의 한계에 관한 헌법 제37조 제2항, 근로자의 근로권을 규정한 헌법 제32조, 근로자의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규정한 헌법 제33조에 위반되었을 가능성이 많고, 위헌인 이 사건 법률들의 시행을 저지하고 이를 무효화 또는 개정하기 위하여 근로자들이 행한 파업은 헌법질서 유지를 위한 저항권의 행사로서 정당한 쟁의행위가 된다 할 것이므로, 만약 헌법재판소에 의하여 이 사건 법률들이 위헌으로 결정난다면 신청인이 주도한 파업은 위헌법률에 대한 저항권의 행사로서 정당한 것이 되어 위 파업이 불법임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채권가압류신청은 그 피보전권리가 없어 기각되게 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들의 위헌 여부가 이 사건 재판의 전제가 된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3. 재판의 전제성에 관한 판단
가. 법원이 어떤 법률을 위헌제청하기 위하여는 당해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어야만 하는 것인데, 여기서 재판의 전제가 된다고 하기 위하여는 우선 그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의 여부에 따라 당해 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이 다른 판단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 즉 판결 주문이 달라질 경우라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신청의 경우 재판의 전제성이 충족되기 위하여는 우선 이 사건 법률들에 위헌의 소지가 있어야 하고, 나아가 이 사건 법률들의 무효화 또는 개정을 위한 쟁의행위가 정당행위가 된다고 볼 여지가 있어야 할 것이다.
위 두 요건 중 이 사건 법률들의 위헌 여부, 특히 국회 통과절차의 위헌 여부에 관하여는 많은 논란이 있고 또 그에 관한 최종 판단권이 헌법재판소에 부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설사 이 사건 법률들에 위헌의 소지가 있다 하더라도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당원이 그 요건의 충족 여부에 관하여 전적으로 판달할 수 있는 이 사건 파업의 정당성에 관한 소명이 부족하여 재판의 전제성의 흠결을 이유로 이 사건 신청을 기각하는 이상, 이 사건 법률들에 위헌의 소지가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당원의 판단을 생략하기로 한다.
나. 이 사건 파업의 정당성
(1) 근로자는 사용자와의 근로계약에 따라 근로를 제공할 의무가 있으므로, 이를 위반하여 근로 제공을 거부함으로써 사용자가 손해를 입었을 경우 근로자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음은 당연한 법리이다.
다만 현행 노동쟁의조정법 제8조가 사용자는 동법에 의한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었다 하더라도 노동조합이나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와 같이 동법이 동법 소정의 쟁의행위에 대하여만 예외적으로 정당행위로 인정하여 사용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배제하고 있는 이상, 근로자가 동법 소정의 쟁의행위에 해당되지 않는 파업 등을 벌일 경우 위법행위가 되어 사용자가 그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음은 사용자의 당연한 권리라 할 것이고, 근로자의 파업 등의 행위가 동법 소정의 쟁의행위에 해당되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정당행위로 인정하여 사용자로 하여금 그로 인하여 입게 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없게 하는 것은 사용자의 지위를 부당하게 약화시킴으로써 동법의 입법 목적인 산업 평화를 깨뜨려서 우리가 수호해야 할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마저 위협받게 되는 결과가 초래되므로, 불가피하게 이를 인정하게 된다 하더라도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제한하는 것이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부합한다 할 것이다.
(2) 동법 제2조, 제3조는 쟁의행위를 임금, 근로시간, 후생, 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 조건에 관한 노동관계 당사자 간의 주장의 불일치로 인한 분쟁 상태, 즉 노동쟁의가 발생하고 있는 상태에서 노동관계 당사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는바, 신청인이 주도한 이 사건 파업은 근로 조건에 대한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것도 아니고 그 요구의 상대방도 사용자가 아니라 국가이므로, 이 사건 파업은 어느 모로 보더라도 동법 소정의 쟁의행위에 해당되지 아니함은 명백하다.
이에 대해 신청인은 동인이 주도한 파업이 동법 소정의 쟁의행위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헌정질서 유지를 위해 위헌인 이 사건 법률들을 무효화 또는 재개정하기 위한 저항권의 행사로서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노동쟁의조정법이 정하는 쟁의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근로자의 행위를 정당행위로 인정하는 것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제한하여야 하고, 그 행위가 신청인이 내세우는 이른바 저항권의 행사에서 비롯되었다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이 사건에 있어 설사 신청인이 주장하듯이 이 사건 법률들이 위헌이라 하더라도, 근로자들로서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출하는 방법 등에 의하여 이를 시정하거나, 사용자와의 근로계약을 위반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집회나 시위를 통해 자신들의 의사를 표시할 수 있도록 헌법상 보장되어 있는바, 신청인이 위와 같은 헌법상 보장된 적법한 구제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사용자와의 근로계약도 무시한 채 이 사건 파업을 벌일 수밖에 없었던 예외적인 사정이 있었는가에 대하여는 이를 인정할 만한 소명이 제출되어 있지 아니하다.
물론 신청인이 주장하듯이 근로자들이 근로 조건에 관한 요구가 아닌 정치적 목적을 관철하기 위해 파업을 벌일 권리(이른바 정치파업권)를 인정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일부 주장이 있음은 사실이나, 그러한 견해를 취할 경우에도 일정한 요건하에 제한적으로 인정하자는 것이지 무제한적으로 정치파업권을 인정하자는 취지는 아니라고 보이는바, 이 사건에 있어서는 그러한 일정한 요건에 관한 소명 또한 부족하다고 생각되므로 이와 같은 일부 견해가 있다 하여 달리 판단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3) 더구나 이 사건 신청의 본안은 사용자가 신청인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아니라 위 소송을 제기하기에 앞서 그 손해배상채권을 보전하기 위한 가압류신청사건에 지나지 아니하는바,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아닌 그 보전소송절차에서 이 사건 파업의 정당성을 인정할 만한 소명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추가 소명이 제출될 경우 이 사건 파업의 정당성이 인정될지도 모른다는 희박한 가능성만으로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하여 가압류신청사건의 재판을 정지한다면(이는 보전처분의 성질상 사실상 가압류신청을 기각하는 것과 같다.), 추후에 사용자가 신청인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그 집행을 할 수 없게 되면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되는 반면에, 재판의 전제성을 부인하고 가압류신청사건의 재판을 속행하여 가압류결정을 받아들일 경우 나중에 사용자가 신청인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패소하더라도 신청인으로서는 가압류결정으로 인하여 입게 된 손해를 사용자가 제공한 담보에서 보전할 수 있게 되므로, 이 점에서도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하는 것은 사용자에게 일방적으로 부당한 처사가 된다 할 것이다.
4. 결 론
그렇다면 설사 이 사건 법률들에 위헌의 소지가 있다 하더라도 이 사건 파업의 정당성을 인정할 소명이 부족하여 결국 이 사건 법률들의 위헌 여부는 재판의 전제성이 없다 할 것이므로, 신청인의 이 사건 위헌심판제청신청을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