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기)
【판시사항】
[1] 대학당국의 학생에 대한 성적경고처분 취소소송의 적법 여부(소극)
[2] 소위 한약사태로 인해 대학생이 수업을 전혀 받지 못한 것이 대학생이 속해 있는 전국한의과대학 학생회 연합의 계속된 수업거부로 인한 것이므로 등록금 반환을 구할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성적경고처분 취소소송은 이른바 형성소송으로서 법률이 특히 소송을 거쳐 그 소송에서 선고된 판결에 의하여만 일정한 권리 또는 법률관계의 발생·변경·소멸의 효과가 발생되도록 하는 특별한 규정을 둔 경우에 한하여 이를 제기할 수 있는바, 교육법을 비롯한 관계 법률 어디에도 대학교 당국의 학생에 대한 성적경고처분에 대하여 취소를 구할 수 있는 명문의 규정이 없으므로 부적법하다.
[2] 학생이 납입한 등록금은 학교수업료및입학금에관한규칙 제6조 제3항 소정의 '본인의 질병, 사망, 천재지변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학업을 계속할 수 없을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반환하도록 되어 있고 위 규칙의 제정 배경 및 그 문맥에 비추어 '부득이한 사유'란 학생 본인에게 그 책임을 돌릴 수 없는 예외적 사정에 한한다 할 것인바, 소위 한약사태로 인해 대학생이 수업을 받지 못한 것이 대학생이 속해 있는 전한련의 계속된 수업거부로 인한 것이므로 등록금 반환을 구할 수 없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사소송법 제226조[소의 제기]
, /[2]
학교수업료및입학금에관한규칙 제6조 제3항
【전문】
【원 고】
【피 고】
학교법인 고황재단(소송대리인 변호사 오창수)
【주 문】
1. 원고의 성적경고처분 취소청구 부분의 소를 각하한다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금 3,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1997. 6. 3.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 연 25%의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는 판결 및 피고가 1996. 9. 13.에 원고에 대하여 한 성적경고처분을 취소한다라는 판결.
【이 유】
1. 인정되는 사실
아래의 각 사실은 갑 제1호증(학적부), 갑 제2호증(96년 1학기 납입금확인서), 갑 제3호증(수업거부투표결과), 갑 제4호증(교수직사퇴보도, 동아일보), 갑 제5호증(전국한의과대학교수성명서), 갑 제6호증(연합통신취재기사), 갑 제7호증(경희대학칙유급), 을 제1호증의 1 내지 104(각 수업실시현황), 을 제2호증의 1 내지 36(각 성적표), 을 제3호증의 1 내지 7(각 증언서), 을 제4호증(한약분쟁사건정리), 을 제5호증의 1(수업정상화를 위한 노력일지), 4(전국한의과대학장회의개최), 5(수업정상화촉구), 11(수업정상화재촉구), 12(보충수업최종시한통보), 14(수업정상화재촉구), 15(학교의 입장), 18, 19(각 보충수업일정), 21(결의서), 24(총장간담회개최), 29, 30(각 수업복귀학생지도현황), 31(수업정상화촉구담화문), 을 제6호증의 1 내지 22, 을 제7호증의 1 내지 11(각 성적표), 을 제7호증의 12(성적경고확정)의 각 기재와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는 1977.에 피고 법인 산하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한의학과에 입학하였으나 같은 해 8. 2. 무기정학조치를 받고, 같은 해 12. 9. 이의 해제처분을 받아 1978. 한의예과 1학년에 복학하여 다음해까지 2학년으로 재학하다가 1979년도에 학점취득 미달로 유급되었고, 1980년도에는 등록을 하지 않아 제적처리되었으나, 1996년도 1학기에 원고의 간청으로 재입학을 허용받아 위 대학 한의예과 2학년에 재학중이었다.
나. 1993. 2. 20. 서울시 한의사협회가 약사법시행규칙 개정안의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가지면서 시작된 소위 한약사태로 인해 같은 해 3. 전국 한의과대학 학생회 연합(이하 전한련이라 한다)가 수업거부 찬반투표를 실시하고 이여 같은 달 23.부터 수업거부를 시작하면서 약사의 한약조제 금지를 위한 백만인 서명운동을 시작하였다.
다. 그 이후로 계속된 한약사태로 인하여 전국한의과대학 학생들은 1995. 9. 21. 다시 수업거부에 돌입하였고, 1996. 3. 19. 전국 한의과대학 학생들이 수업에 복귀하여 정상적으로 수업이 이루어졌다.
라. 1996. 5. 10. 전국한의대 교수들이 회의를 개최하여 제2차 한약조제시험(약칭 한조시)출제 거부를 결의하는 성명서를 발표하였고, 같은 달 11. 전국 한방병원 수련의연합이 파업에 돌입하였으나, 같은 달 13. 일부 한의과대학 교수들이 한조시 출제에 참여하였다.
마. 전한련은 1996. 5. 15. 수업거부에 대한 투표를 실시하여 전국 한의과대학 학생 3,011명(76.75%)이 투표에 참가하여 2,385명(79.2%)의 찬성으로 수업거부에 들어갔고(위 투표 당시 원고가 재학중이던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학생들도 전한련의 관례에 따라 본과 4학년을 제외한 620여 명의 학생이 위 투표에 참가하였고, 당시 원고는 한의과대학 과대표에게 수업거부에 반대하는 의사를 표시하였으나 위 투표 결과 원고의 반대입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어 같은 달 17. 전국한의대교수들이 회의를 열고 교수직 사퇴와 진료 거부를 결의하였다.
바. 전국한의대교수들이 전국한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정부가 시행하는 한약조제약사시험을 무효화할 것을 건의하면서 그 부당성을 호소하고, 1996. 6. 10.에는 출근 거부를 결의하였다.
사. 원고 산하 경희대학교 한의학과 교수들은 위와 같이 출근 거부를 결의하였으나, 교수들은 수업을 받고자 하는 학생들이 단 한명이라도 있으면 강의를 진행한다는 입장에서 학생들을 분담하여 면담하여 수업을 독려하였고, 같은 해 7. 1.에는 한의과대학교수회의에서 출근 거부를 사실상 철회하고, 한의과대학장 명의로 학생들의 수업복귀를 촉구하는 가정통신문을 발송하였으나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이 없어 강의가 진행되지 못하였다.
아. 피고는 1996. 6. 27. 학점취득에 필요한 최저수업일수의 수업을 위해 그 동안의 수업 중단으로 인한 수업결손분에 대한 보충수업실시계획을 수립하였고, 다음날 학부모들에게 수업정상화를 촉구하는 교육부장관명의의 공한을 발송하였으며, 같은 해 7. 1. 경희대학교 총장은 한의과대학 학생대표를 면담하여 수업 복귀를 촉구하고, 다음날 교수들의 사퇴서를 반려함과 동시에 같은 달 8.에는 학생장기수업거부에 관한 수업조치안내공문을 발송하는 등 수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노력을 하였다.
자. 원고는 1996. 1학기에 '현대사회와 광고', '의사학Ⅰ', '생화학 및 실습' 등의 과목을 수강신청하였으나 신청한 전 과목에서 학점을 취득하지 못하여 "당해 학기의 평점평균이 1.50에 미달하는 자에게는 성적경고를 할 수 있다."는 피고 산하 경희대학교의 학칙 및 성적경고에관한규정에 따라 1996. 9. 13. 위 대학교로부터 성적경고를 받았으며, 나머지 한의과대학 한의예과 1, 2학년과 본과 1, 2, 3, 4학년 708명 역시 위 규정에 따라 성적경고처분을 받았다.
차. 한편, 원고가 속해 있는 위 대학교 한의과대학 한의예과 2학년인 소외 1, 2, 3, 4 등은 위 1학기 동안 '불교와 인간' 등의 개설강좌에 수강신청하여 소정의 학점을 취득하였고, 원고가 수강신청한 과목 중의 하나인 '현대사회와 광고' 과목에 위 경희대학교 성악과 2학년 소외 5는 수업을 받고 소정의 학점을 취득하였다.
2. 성적경고처분 취소청구 부분에 대한 판단
원고는, 피고 재단 산하 경희대학교가 원고에게 한 성적경고처분은, 경희대학교 한의과 대학의 교수들이 사퇴 결의 및 출근 거부를 함으로써 수업을 받기를 원하는 원고를 비롯한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지 않아 원고가 수업에 들어갈 기회를 갖지 못하였고 이에 따라 학점취득 미달을 사유로 성적경고처분을 받은 것이므로 위 성적경고처분은 원고의 귀책사유 없이 취해진 부당한 처분으로써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원고가 구하는 성적경고처분 취소청구는 이른바 형성소송에 해당되는 것이고, 원래 형성의 소는 법률이 특히 소송을 거쳐 그 소송에서 선고된 판결에 의하여서만 일정한 권리 또는 법률관계의 발생, 변경, 소멸의 효과가 발생되도록 하는 특별한 규정을 둔 경우에 한하여 이를 제기할 수 있는 것이고, 그러한 특별한 규정 없이 제기된 소는 부적법하다고 할 것인바, 교육법을 비롯한 관계 법률 어디에도 대학교 당국의 학생에 대한 성적경고처분에 대하여 그 취소를 구할 수 있는 명문의 규정이 없으므로, 원고가 교원 또는 강사의 성적평가에 대한 이의를 사유로 하여 피고 산하 경희대학교 학생청원심의위원회에 대하여 심의를 청구하는 이외에 따로 소로써 구하는 원고의 성적경고처분 취소청구 부분의 소는 부적법하다.
3. 등록금반환청구에 대한 판단
원고는 피고가 1996학년도 1학기 중에 수업을 받기를 원하는 원고에게 강의를 하지 않음으로써 학업을 계속할 수 없었으므로, 피고는 그와 대가관계에 있는 위 1학기 등록금을 수령할 권리를 상실하였음에도 이를 반환하지 않고 부당이득을 취하였으므로 그 반환을 구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등록금 납부를 둘러싼 학교와 학생 간의 관계는 학교측에서는 학생들에게 강의 및 학교시설이용 등 편익을 제공하고, 학생은 그 대가로 소정의 수업료 및 기성회비 등 등록금을 납부하는 쌍무계약적 성질을 지니고 있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계약관계는 학생이 학교에 납부하는 소정의 등록금을 학교측에서 수령함으로써 정식으로 성립하게 된다 할 것이며, 원칙적으로 그 이후에는 계약의 무효, 취소 또는 해제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효력을 부정할 수 없다 할 것인바, 그렇다면 이 사건 등록금계약이 무효, 취소 또는 해제되었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가 원고로부터 수령한 위 등록금은 적법한 계약에 따른 것으로서 이를 법률상 원인 없는 부당이득이라 할 수 없다.
또한 교육부령인 '학교수업료및입학금에관한규칙' 제6조 제3항에 따르면 일단 납부한 수업료 등은 법령에 의하거나 본인의 질병, 사망, 천재지변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학업을 계속할 수 없을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그 사유발생 시점에 따라 전액 또는 일부를 반환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나, 위 교육부령의 취지는 앞서 본 등록금계약의 법적 성질에 비추어 볼 때 일단 납부한 등록금은 일방의 귀책사유로 또는 쌍방합의로 해지되지 않는 이상 그 반환을 구할 수 없음이 원칙이라 할 것이지만 교육이라고 하는 비영리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학원사업의 공익적 특성을 고려하여 민법상 인정되고 있지 않은 사정변경에 의한 계약해제권을 예외적으로 허용한 것이라 할 것인바, 이와 같은 위 수업료규칙의 제정 배경 및 그 문맥에 비추어 볼 때 여기서 말하는 '부득이한 사유'라 함은 학생 본인에게 그 책임을 돌릴 수 없는 예외적 사정에 한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원고가 수업을 받을 수 없었던 것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 산하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들이 교수직사퇴 철회와 출근거부결의의 철회가 있은 이후에도 원고가 속해 있는 전한련의 계속되는 수업거부로 인한 것이어서 이를 위 수업료규칙에서 말하는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한다고는 보여지지 아니하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4. 위자료청구에 대한 판단
원고는 피고가 수업을 받기를 원하는 원고에게 강의를 하지 않음으로써 학업을 계속할 기회를 갖지 못하였고 그에 따라 성적경고를 받음으로써 정신적인 피해를 입었으므로 이의 배상을 구한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와 같은 한의예과 2학년 학생 중에는 수업에 참가함으로써 소정의 학점을 취득한 학생이 있는 사실과 원고가 속해 있는 전한련의 수업거부를 원인으로 강의가 중단되었고 정부의 시책에 반대하는 교수들이 교수직 사퇴와 출근거부를 결의함으로써 사태가 악화되기는 하였으나, 원고의 학점취득에 필요한 최저 수업일수의 시점을 앞두고 교수들이 출근거부를 철회하고 피고 또한 수업진행을 위하여 다방면으로 노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위 전한련의 계속되는 수업거부로 인하여 원고가 수강신청한 과목을 수강신청을 했던 한의과대학 한의예과 학생들을 비롯한 위 한의과대학 학생의 대부분이 최저수업일수 미달로 학점을 취득하지 못하여 1996. 1학기에 성적경고를 받은 사실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그가 소속하던 전한련의 수업거부결정에 반대하고 수업받기를 내심으로 원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당시에 원고가 그 의사를 외부에 객관적으로 표출하였거나 강의실에 출석하여 수업을 받으려고 한 흔적이 전혀 보여지지 않는 이 사건에 있어서 원고가 수업을 받지 않아 소정의 학점을 취득하지 못한 이유로 성적경고처분을 받은 것을 가리켜 피고의 귀책사유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의 불법행위를 이유로 한 원고의 위자료청구 또한 이유 없다.
5.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 중 성적경고처분 취소청구 부분의 소를 각하하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