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어음금
【판시사항】
처가 어음의 최종 배서인인 남편으로부터 그 어음을 생활비조로 교부받은 경우, 어음채무자가 남편에 대한 인적 항변으로 처에게 대항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어음법상 인적 항변 절단의 원칙은 어음의 자유로운 유통을 보장하는 데 그 근본취지가 있으므로 어음의 자유로운 유통이 침해되지 않는 경우에도 무조건 그 원칙을 적용해서 어음채무자의 희생을 요구해서는 안되므로, 처가 어음의 최종 배서인인 남편으로부터 그 어음을 생활비조로 교부받은 경우에는 비록 처가 소구의무자인 전전배서인을 해할 것을 알고 그 어음을 교부받은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 전전배서인은 남편에 대한 인적 항변으로 처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신의칙상 합당하다.
【참조조문】
【전문】
【원고, 항소인】
【피고, 피항소인】
【원심판결】
제주지법 1996. 6. 12. 선고 95가단16423 판결
【주 문】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 및 항소취지】
원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30,000,000원 및 이에 대한 1995. 8. 22.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6푼, 그 다음날부터 다 갚을 때까지는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 유】
갑 제1호증의 1, 2(약속어음 표면 및 이면)의 각 기재에 의하면 소외 1( 소외 2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이다.)은 1995. 5. 25. 액면 30,000,000원, 발행지 및 지급지 제주시, 지급장소 중소기업은행 제주지점, 지급기일 1995. 8. 22.로 된 약속어음 1장(이하 이 사건 어음이라고 한다.)을 소외 2 주식회사를 수취인으로 하여 발행하였고, 이 어음은 위 소외 2 주식회사를 시작으로 하여 피고, 소외 2 주식회사, 소외 3 주식회사의 순으로 각 지급거절증서 작성이 면제된 채 배서되어 최종적으로 원고가 이를 소지하게 되었고 원고는 이 어음을 지급기일에 지급제시하였으나 지급거절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따라서 배서인인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의 소구권에 기한 이 사건 어음금 청구에 응할 의무가 있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악의의 항변을 하므로 살피건대, 을 제2호증의 1 내지 6(각 영수증), 을 제3호증(입금표), 을 제4호증의 1, 2(약속어음 표면 및 이면), 을 제6호증(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의 각 기재, 원심 증인 소외 4, 당심 증인 소외 5의 각 증언 및 당심 증인 소외 6의 일부 증언(뒤에서 믿지 않는 부분 제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피고는 북제주군 한림읍 한림리 (지번 생략)에 목욕탕을 신축하여 영업할 생각으로 1994. 5. 26.경 소외 7 주식회사에 위 목욕탕 신축 공사를 맡겼으나 이 회사가 1995. 3.경 부도가 나는 바람에 공사가 중단됨으로써 남은 공사를 소외 2 주식회사에 맡겼고, 이 회사는 다시 위 공사 중 설비 부문의 공사를 이 사건 어음의 최종 배서인인 소외 3 주식회사에 맡겼는데 이 소외 3 주식회사가 설비 부문 공사를 계속 지연함으로써 피고는 하는 수 없이 1995. 9. 7.부터 1996. 2. 2.에 걸쳐 이 회사가 지급해야 할 설비 공사 인부들의 노임 및 그 공사에 사용되는 자재비 등을 대신 지불하며 이 부문 공사를 마쳤고, 이와 같이 피고가 위 회사를 위하여 대위 변제한 금액은 28,100,000원에 달하는 사실, 한편 위 소외 3 주식회사는 1995. 10. 13. 액면금 20,000,000원, 지급기일 1996. 4. 26.로 된 약속어음 1장(을 제4호증)을 발행하였고 피고는 그 어음의 최종 소지인으로서 위 회사에 대하여 위 어음금 상당액의 채권을 갖고 있는 사실, 원고는 위 소외 3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인 소외 6의 처로서 회사의 경리일도 보았는데 이 사건 어음은 1995. 8.경 남편으로부터 생활비조로 받은 어음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반하는 갑 제2호증의 1(이사회 차입 결의서), 2(차용증서), 갑 제3호증(영수증), 갑 제6호증(채권양도 통지서)의 각 기재와 위 소외 6의 일부 증언은 믿지 아니하며 달리 반증이 없다(피고는 더 나아가 위 소외 3 주식회사가 시공한 설비부문 공사에 하자가 발생하여 8,724,815원 상당의 하자보수비용이 들어가게 되었다며 이 금원 역시 피고의 위 회사에 대한 채권액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나, 가사 피고 주장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위 회사는 위 소외 2 주식회사의 하청업자에 불과하고 피고와 이 사건 목욕탕 공사에 대하여 직접 계약을 체결한 당사자가 아니어서 그러한 지위에 있는 위 회사에 피고 주장과 같은 계약상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것이므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한편 피고가 위 소외 3 주식회사에 대하여 갖고 있는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원고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어음금 채권과 대등액에서 상계한다는 취지의 의사표시가 담겨 있는 피고의 1996. 4. 20.자 준비서면을 같은 해 5. 8. 원고가 수령한 사실과 피고가 소외 3 주식회사 발행의 위 액면 금 20,000,000원짜리 약속어음을 원심 제2차 변론 기일에 서증으로 법정에서 제시한 사실은 기록상 분명하다.
그렇다면 과연 피고가 위 소외 3 주식회사에 대한 위와 같은 항변을 가지고 그 후자인 원고에 대항할 수 있는가를 살피건대, 위에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원고가 이 사건 어음을 취득한 시점은 1995. 8.경이고 그 때는 아직 피고의 소외 3 주식회사에 대한 채권이 발생하지 않았던 때이므로 원고가 회사 경리일을 보았다 하더라도 피고를 해할 것을 알고 이 사건 어음을 취득했다고는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는 어음법 제17조 단서의 악의의 취득자에는 해당하지 아니한다. 또한 원고의 남편인 위 소외 6이 회사에 대한 피고의 인적 항변을 피하면서 이 사건 어음금을 추심하기 위하여 원고에게 배서를 해준 것으로도 볼 만한 증거는 없다. 그러나 어음법상 인적 항변의 절단 원칙은 어음의 자유로운 유통을 보장하는 데 그 근본 취지가 있으므로 어음의 자유로운 유통이 침해되지 않는 경우에도 무조건 그 원칙을 적용해서 어음채무자의 희생을 요구해서는 안될 것이다. 앞서 보았듯이 원고가 이 사건 어음을 남편으로부터 생활비조로 교부받은 것에 불과하다면, 이는 위 원칙에 의하여 보호할 만한 어음의 유통이 있었다고 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 피고는 소외 3 주식회사에 대한 인적 항변으로 원고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신의칙상 합당하다.
한편 원고는, 소외 2 주식회사와 소외 3 주식회사는 공사비 총 165,000,000원에 하도급계약을 체결하였는데 피고는 소외 2 주식회사의 소외 3 주식회사에 대한 위 공사비 대금에 대하여 지불보증을 하였고, 위 소외 2 주식회사는 아직 소외 3 주식회사에 25,000,000원의 공사비를 미지급하고 있으므로, 가사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소외 3 주식회사에 대한 채권을 가지고 위와 같이 대항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위 금원 상당액은 상계 처리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가 소외 2 주식회사의 공사비 대금 채무를 보증하였다는 주장에 부합하는 증거로서는 갑 제5호증(지불보증서)은 피고가 이 사건 어음 배서인으로서 그 어음 부도에 따른 배서인의 책임을 지겠다는 취지의 문서에 불과할 뿐이어서 원고 주장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그 밖에 위에서 믿지 아니한 위 소외 6의 일부 증언 외에는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그렇다면 결국 원고의 이 사건 어음금 채권을 피고의 소외 3 주식회사에 대한 48,100,000원의 채권으로 대등액에서 상계하면 원고가 지급받을 약속어음금은 전혀 남지 않게 되므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원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