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보증금
【전문】
【원고, 항소인】
영남상호저축은행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정인 담당변호사 백진규)
【피고, 피항소인】
서울보증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병주)
【제1심판결】
부산지방법원 2009. 3. 4. 선고 2008가합10177 판결
【변론종결】
2009. 9. 1.
【주 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 판결 중 피고에 대한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소외 1과 연대하여 원고에게 5억 원 및 이에 대하여 2007. 5. 25.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최종 송달일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1 내지 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1, 2호증의 각 기재, 제1심 증인 소외 3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가. 소외 2는 2006. 1. 20. 소외 1과 사이에 소외 1 소유인 진해시 ○○동(이하지번 생략) 소재 ○○종합병원 장례식장 및 매점(이하 ‘이 사건 건물 부분’이라 한다)을 임대차보증금 5억 원, 임대차기간 2006. 1. 25.부터 2008. 1. 24.까지로 정하여 임차하기로 하는 내용의 임대차계약서(이하 ‘이 사건 임대차계약서’라고 한다)를 작성하였다.
나. 피고는 2006. 1. 25. 소외 1과 사이에 피보험자를 소외 2, 주계약을 이 사건 임대차계약, 보험가입금액을 5억 원, 보험기간을 2006. 1. 25.부터 2008. 1. 24.까지로 하여 보험기간 중 소외 1의 소외 2에 대한 임대차보증금 5억 원의 반환을 보증하고, 보험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고가 보험금 수령권자로 지정된 질권자 원고에게 직접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등의 이행보증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다. 원고는 2006. 1. 26. 소외 1의 동의하에 소외 2로부터 이 사건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을 양도받고,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에 따른 이행보증보험증권을 담보로 제공받은 후 소외 2에게 4억 2,000만 원을 대출(이하 ‘이 사건 대출’이라 한다)하였는데, 소외 2는 2007. 4. 26.부터 위 대출금 이자의 지급을 연체하였고, 소외 1도 2007. 6. 22. 당좌거래정지를 당하자 원고는 2007. 12. 13.경 피고에게 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2. 당사자의 주장
가. 소외 2가 위 대출금 이자의 지급을 연체하였고, 소외 1이 당좌거래정지를 당하는 등 보험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으로 임차보증금 5억 원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에 대하여, 피고는 소외 2와 소외 1 사이의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임대차보증금이 수수된바 없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받을 목적으로 체결된 허위의 임대차계약으로서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여 무효이거나 상법 제644조 본문, 제659조에 의하여 보험자인 피고가 면책된다고 주장한다.
나. 이에 대하여 원고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통정허위표시가 아니므로 무효가 아닐 뿐 아니라, 설사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여 무효라 하더라도 소외 2로부터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양수받고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상의 보험금청구권에 대하여 질권을 설정받은 원고는 선의의 제3자이므로 피고가 원고에게 대항할 수 없으며,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피고는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허위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원고로 하여금 보험금 상당의 손해를 입혔으므로 불법행위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3. 보험금청구에 대한 판단
가. 통정허위표시 여부 및 보증보험계약의 효력
(1) 앞서 든 증거 및 제1심 증인 소외 3, 당심 증인 소외 1의 각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건물 부분은 소외 3이 2004. 8. 15. 임대차기간을 3년으로 정하여 임차한 후 2007. 3.경 소외 1이 운영하는 ○○종합병원이 부도날 때까지 점유·사용한 사실, 이 사건 임대차계약서는 병원장인 소외 1과 행정원장으로 병원의 행정업무를 도맡아 오던 소외 2가 통모하여 실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거나 임대차 보증금을 수수함이 없이 원고로부터 대출을 받기 위하여 허위로 작성한 것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갑5호증의 2, 을3호증의 1의 각 기재만으로 위 인정을 뒤집기 부족하고 달리 반증이 없으므로, 소외 1과 소외 2 사이의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통정허위표시에 의한 계약으로 무효라고 할 것이다.
(2) 그런데, 보증보험이란 피보험자와 어떠한 법률관계를 가진 보험계약자(주계약상의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피보험자(주계약상의 채권자)가 입게 될 손해의 전보를 보험자가 인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손해보험으로서, 형식적으로는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이나 실질적으로는 보증의 성격을 가지고 보증계약과 같은 효과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보증보험계약은 주계약 등의 법률관계를 전제로 하고 보험계약자가 주계약에 따른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피보험자가 입게 되는 손해를 약관의 정하는 바에 따라 그리고 그 보험계약금액의 범위 내에서 보상하는 것이고, 그 성질에 반하지 않는 한 민법의 보증에 관한 규정이 보증보험계약에도 적용된다고 할 것이므로( 대법원 2004. 12. 24. 선고 2004다20265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은 주계약인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무효인 이상 보증채무의 부종성 법리에 따라 무효로 되었다고 할 것이다.
나. 선의의 제3자인지 여부
(1) 허위표시의 당사자와 포괄승계인 이외의 자로서 허위표시에 의하여 외형상 형성된 법률관계를 토대로 실질적으로 새로운 법률상 이해관계를 맺은 선의의 제3자에 대하여는 허위표시의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허위표시의 무효를 대항하지 못한다( 대법원 1996. 4. 26. 선고 94다12074 판결 참조). 이처럼 허위표시를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하게 한 취지는 이를 기초로 하여 별개의 법률원인에 의하여 고유한 법률상의 이익을 갖는 법률관계에 들어간 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제3자의 범위는 권리관계에 기초하여 형식적으로만 파악할 것이 아니라 허위표시행위를 기초로 하여 새로운 법률상 이해관계를 맺었는지 여부에 따라 실질적으로 파악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0. 7. 6. 선고 99다51258 판결). 한편, 이행보증보험계약에서 주채무자에 해당하는 보험계약자가 계약체결 과정에서 보험자를 기망하였다는 이유로 보험자가 이행보증보험계약 체결의 의사표시를 취소한 경우, 보험자가 이미 보증보험증권을 교부하여 피보험자가 그 보증보험증권을 수령한 후 이에 터잡아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거나 이미 체결한 계약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는 등으로 이행보증보험계약의 채권담보적 기능을 신뢰하여 새로운 이해관계를 가지게 되었다면 원칙적으로 그 취소로써 피보험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대법원 2002. 11. 8. 선고 2000다19281 판결).
(2)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보건대, 원고가 이행보증보험에 의하여 담보된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양수하면서 질권 설정의 방식에 따라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직접 원고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겠다는 취지의 문구가 담긴 보험증권을 교부받은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위 사실에 보증보험이 담보하는 채권이 양도되면 당사자 사이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보험금청구권도 그에 수반하여 채권양수인에게 함께 이전된다고 보아야 하는 점( 대법원 1999. 6. 8. 선고 98다53707 판결 참조)을 보태어 보면, 원고는 허위표시행위를 기초로 하여 새로운 법률상 이해관계를 맺은 자로서 민법 제108조 제2항 소정의 제3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3) 나아가, 원고의 선의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민법 제108조 제2항에 규정된 제3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선의로 추정되고, 제3자가 악의라는 사실에 관한 주장·입증책임은 그 허위표시의 무효를 주장하는 자에게 있으므로( 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다53013 판결 참조) 이 사건의 경우 피고가 원고의 악의를 입증하여야 하는바, 갑1호증의 1, 을2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및 제1심 증인 소외 3의 증언만으로는 이 사건 대출 당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통정허위표시임을 원고가 알았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한편, 민법 제108조 제2항 소정의 선의의 제3자에게는 허위표시행위의 당사자는 물론이고 누구도 그 행위의 무효를 주장할 수 없으므로 비록 피고라 할지라도 허위표시행위의 무효를 이유로 원고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할 것인바,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라는 이유로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 역시 보증의 부종성 법리에 따라 효력을 상실하게 되는 만큼, 피고는 위와 같은 이유로는 선의의 제3자인 원고에게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의 무효로 대항할 수 없고, 결국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음에 돌아간다.
다. 상법 제644조 등에 의한 면책 여부
(1)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에 피고가 민법상 통정허위표시의 무효주장이 아닌 상법상 보험자의 면책사유를 내세워 면책주장을 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나아가 살핀다.
(2) 보증보험은 통상의 보험에서 요구되는 것과 같은 엄격한 의미의 우연성 또는 선의성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보험에 관한 상법의 규정들 중 위와 같은 우연성과 선의성에 바탕을 두고 있어 보증의 본질과 성격에 부합하지 아니하는 규정들은 보증보험에 적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보증보험 역시 보험의 일종으로서 적어도 계약 시점에서만큼은 보험사고의 발생 여부가 확정되어 있지 않아야 한다는 우연성과 선의성은 있어야 하는 만큼 위와 같은 의미의 우연성과 선의성에 바탕을 두고 있는 규정들, 즉 보험계약 당시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수 없는 것인 경우 무효로 한다는 상법 제644조는 보증보험에도 적용된다고 할 것인바, 소외 1과 소외 2가 통모하여 허위의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이상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은 계약 당시 보험사고가 발생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상법 제644조 본문에 의하여 무효라고 할 것이다.
(3) 따라서 이 점을 이유로 한 피고의 면책주장은 이유 있고, 피고의 상법 제659조에 의한 면책주장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원고의 보험금지급 청구는 이유 없다.
4.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허위라는 점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잘못으로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므로 보건대, 제1심 증인 소외 3의 증언만으로는 피고가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허위로서 무효임을 알았거나 이를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하는 원고의 청구 역시 이유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