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무효(특)
【판시사항】
구 특허법 제42조 제3항의 규정 취지 / ‘물건의 발명’에서 발명 ‘실시’의 의미 및 위 조항에서 정한 기재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참조조문】
구 특허법(2007. 1. 3. 법률 제81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2조 제3항
【참조판례】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0후2582 판결(공2011하, 2381), 대법원 2015. 9. 24. 선고 2013후525 판결(공2015하, 1626), 대법원 2016. 5. 26. 선고 2014후2061 판결(공2016하, 893), 대법원 2016. 12. 29. 선고 2014후1747 판결
【전문】
【원고, 피상고인】
동국제약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리사 김성호 외 4인)
【피고, 상고인】
노파르티스 아게(Novartis AG) (소송대리인 변호사 양영준 외 4인)
【원심판결】
특허법원 2016. 2. 4. 선고 2014허359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특허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구 특허법(2007. 1. 3. 법률 제81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42조 제3항은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는 그 발명이 속하는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하 ‘통상의 기술자’라고 한다)이 용이하게 실시할 수 있을 정도로 그 발명의 목적·구성 및 효과를 기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특허출원된 발명의 내용을 제3자가 명세서만으로 쉽게 알 수 있도록 공개하여 특허권으로 보호받고자 하는 기술적 내용과 범위를 명확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0후2582 판결, 대법원 2015. 9. 24. 선고 2013후525 판결 등 참조).
그런데 ‘물건의 발명’의 경우 그 발명의 ‘실시’라고 함은 그 물건을 생산, 사용하는 등의 행위를 말하므로, 물건의 발명에서 통상의 기술자가 특허출원 당시의 기술수준으로 보아 과도한 실험이나 특수한 지식을 부가하지 않고서도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 기재된 사항에 의하여 물건 자체를 생산하고 이를 사용할 수 있고, 구체적인 실험 등으로 증명이 되어 있지 않더라도 특허출원 당시의 기술수준으로 보아 통상의 기술자가 발명 효과의 발생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면, 위 조항에서 정한 기재요건을 충족한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16. 5. 26. 선고 2014후2061 판결 등 참조).
2. 위 법리와 원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본다.
가. 피고가 특허출원하여 등록된 이 사건 발명(특허번호 생략)의 이름은 “옥토레오티드 및 2종 이상의 폴리락티드-코-글리콜리드 중합체를 포함하는 서방형 제제”이다. 특허심판원 2014정51호 심결에 의하여 정정된 특허청구범위 제1항(이하 ‘이 사건 제1항 정정발명’이라 하고, 나머지 청구항도 같은 방식으로 표시한다)은 3개월 초과 기간 말단비대증, 악성 카르시노이드 종양, 혈관작용성 장펩티드 종양(이하 ‘이 사건 대상질병’이라 한다)을 치료하기 위한 의약물질(활성성분)인 옥토레오티드를 혈중농도의 변동성이 작은 상태에서 치료적 범위 내에 있을 정도로 지속적으로 방출하는 서방형 제제로서의 의약조성물을 제공하기 위한 발명이다.
나. 이 사건 대상질병에 대한 옥토레오티드의 약리효과는 이 사건 정정발명의 우선일 전에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다. 이 사건 발명의 명세서에는 ‘본 발명에 따른 제약 조성물은 3개월 초과의 기간, 바람직하게는 3개월 내지 6개월에 걸쳐 활성성분을 지속적으로 방출시킨다. 활성성분이 방출되는 동안에 옥토레오티드의 혈장 수준은 치료적 범위 내에 있다. 옥토레오티드의 정확한 투여량은 치료되는 질병, 치료되는 질병의 중증도, 대상체의 체중 및 요법의 기간을 비롯한 다수의 인자에 따라 달라질 것임을 이해해야 한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또한 이 사건 발명의 명세서는 ‘혈장 수준의 변동을 감소시키기 위해 이 사건 제1항 정정발명에 따른 제약 조성물을 2종 이상의 다른 폴리락티드-코-글리콜리드 중합체(PLGA)로 이루어진 생체분해성 중합체에 혼입시켜야 한다’는 내용과 함께, 폴리락티드-코-글리콜리드 중합체(PLGA)의 분자량 범위와 구조 및 고유 점도 등에 대한 구체적인 범위를 제시하고 있고, 적합한 중합체의 예도 소개하고 있다.
다. 이 사건 발명의 명세서에는 총 5개의 실시예가 기재되어 있다. 실시예 1 내지 4에는 이 사건 정정발명에 따른 서방형 제약 조성물의 제조예가 기재되어 있고, 실시예 5에는 위 조성물을 토끼에게 투여하여 89일 동안 옥토레오티드의 혈장농도를 측정한 실험 방법과 실험 데이터가 기재되어 있다. 위 실험 데이터 중 제1항 정정발명의 보호범위에 포함되는 ‘실시예 1~10’은 조성물을 토끼에 주사하고 96일간 토끼 혈장에서의 옥토레오티드 농도를 측정한 아래 표와 같은 데이터가 포함되어 있다(이하 ‘이 사건 시간·농도데이터’라고 한다).
[표 4] 혈장 수준(투여량 보정 값) : 농도(ng/ml)
위 표에 따르면, 실시예 1~10은 투여한 지 3일이 지나서부터 혈중농도 최저 0.205ng/㎖(3일)부터 최고 1.216ng/㎖(8일) 범위 내에서 89일간 옥토레오티드가 지속적으로 방출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최저 혈중농도에 대한 최고 혈중농도의 비율이 약 5.9배에 불과해 변동폭도 안정적인 범위 내에 있다.
라. 서방성 제제의 약효가 지속적으로 나타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서방성 제제를 투여한 후 활성성분의 혈중농도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지 여부를 확인하면 된다. 동물을 대상으로 특정 활성성분의 혈중농도를 실험하여 측정한 결과를 통해 인체 내에서의 혈중농도를 예측하는 방법은 이 사건 정정발명의 우선일 당시 국내외 서방성 제제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어 왔고, 그러한 동물실험 결과를 토대로 많은 특허출원과 특허등록이 이루어졌다.
마. 이 사건 발명의 명세서와 같이 토끼에 옥토레오티드의 적정량을 투여한 후 측정한 혈중농도가 약 3개월 동안 일정 수준 이상 지속적으로 유지되었다면, 통상의 기술자가 그 결과를 토대로 사람에 대해서도 혈중농도가 비슷한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추론하는 것이 가능하고, 비슷한 방법으로 재현할 수 있을 것이다.
바. 활성성분의 약효가 작용 부위에서의 약물 농도에 비례한다는 것은 기술상식이므로, 통상의 기술자가 이 사건 발명의 명세서를 토대로 필요한 치료범위를 유지하기 위해 서방형 조성물의 투여량을 조절하는 것에 특별한 기술적 어려움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실시예 1~10에서 나타난 최초 2일 동안의 낮은 혈중농도는 다중투여를 하면서 투여주기를 조절함으로써 쉽게 보완할 수 있다.
사. 그렇다면 위와 같이 통상의 기술자가 출원 당시의 기술수준을 기준으로 하여 이 사건 제1항 정정발명에 기재된 서방형 제약 조성물을 생산·사용할 수 있고, 발명의 효과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이상, 사람에 대한 임상시험 결과나 이 사건 대상질병에 대한 직접적인 치료효과 및 단일 중합체만을 함유하는 제제와의 비교 실험결과 등이 제시되지 않았더라도 구 특허법 제42조 제3항에서 규정한 기재요건은 충족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원심은 통상의 기술자가 이 사건 정정발명의 우선일 당시 과도한 실험이나 특수한 지식을 부가하지 않고서는 이 사건 시간·농도 데이터를 기초로 이 사건 제1항 정정발명이 이 사건 대상질병에 대하여 장기간의 치료 효과를 갖는다는 것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이 사건 제1항 정정발명과 이를 직·간접적으로 인용하는 이 사건 제3항 내지 제5항, 제7항 내지 제13항 정정발명 모두 구 특허법 제42조 제3항의 기재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보고 그 등록이 무효로 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위 조항이 정한 명세서 기재요건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